Call Of Cthulhu 7th FanMade ScenarioWritten by. 팀 가나다
─────── CHAPTER 00 ───────도입
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시즈하는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시즈하가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후지하라 시즈하: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깜짝) 아,, 안.. 시켰는데.. (대신 나가줄 가족도 집에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인터폰 확인한다.)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제 범죄 드라마에서 봤는데) 어.. 엄마... (덜덜 떨리는 몸과 무력하게도 흐르는 눈물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문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손님이면 실례인 행동이니.) ..누,.. 누구...누구세요...? 지, 지금 어른 안 계셔서... 용건.. 계,계시면 나중에 오시는게..
시즈하?
다행히도 이름 모를 방문객은 아닌 모양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연락도 없이 찾아왔을지 쉬이 예상되지 않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카, 카에? (익숙한 목소리에 떨림이 멈추는 순간, 망설임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하나키 카에도 함께.
비, 비 다 맞고 왔어!? (꺄악!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를 뱉곤 네 옷자락을 겨우 잡아끌어 집 안으로 널 들였다. 방금 뉴스에서 폭우라던데 그걸 다 맞고 온 거야!?) 저, 전화 했으면 데, 데리러 갔을 텐데. 다 마, 맞고 왔어..? 수건이라도 가, 가져다 줄게. 어서 들어와..!
하나키 카에:으응, 비가... 참 많이, 내려서. (한참을 바라본다. 찬찬히 애정어린 눈으로 네 모습을 살피는 시선이 어쩌면 조금 낯설 지도 모르겠지만.) 있지, 시즈하...
후지하라 시즈하:
심리학
기준치: |
60/30/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여유를 잃은 그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 (얼굴 때문인가? 눈물은 항상 그친 적 없는데 새삼.. 정도로 생각하고 제 얼굴을 한번 만지작였다.) 가, 갑자기 불이 꺼져서.. 조, 조금 노, 놀랐어... ..아, 그, 그러고보니까 불이 꺼져서.. 금방 켜, 켜줄게. 창가 쪽에 들어와 있을래..? (일단 수건부터 챙겨야하니까..)
하나키 카에:아, 정전 때문에 놀란 거구나… (잠시 무언가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웃으며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젖은 채로 집에 들어와서 미안해. 연락이라도 할까, 했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연락은 못했어. 그래도 가장 가까운 집이 이 쪽이라 너한테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머리에 맺힌 물이라도 조금 더 털고, 잔뜩 젖은 옷의 물기도 조심히 짜본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고마워.
후지하라 시즈하:으, 으응... (지긋..) 호, 혼자 있어서.... (오늘따라 이상하네.) 어.. 그, 그건 괜찮아.. 집이야 치, 치우면 되고.. 다른 것도 다.. 괜찮아.. 따, 딱히 엄청난 피해도 아니고.. 오, 옷 가져다줄까? (체격 차이도 크진 않으니까 안 맞진 않을 것 같은데. 좀 부담스러울까 싶어 망설이기도 했다. 친구 간 거리 재기는 아직도 어렵구나..)
하나키 카에:으응, 아니야... 옷은 안 빌려줘도 괜찮아. 수건 뿐이면 돼.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을 텐데 더 신세지기는 미안하기도 하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입가를 손으로 매만지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처음 오는 집,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금방 적응한 건지 거실에서 두리번 거린다. 젖어서 서 있는 게 전부지만.)
다시 전원이 들어온 네모난 상자 속 뉴스
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
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KPC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후지하라 시즈하:(일단 수건부터 가져와주자.. 싶어서 화장실에 들어가 수건을 꺼낸다.) 그, 근데 비 너무 많이 오, 오는데 여기까진 무슨 일이야..? (카에가 이 근처에 살았던가?)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25/12/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실패 |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후지하라 시즈하:(지긋... 오빠가 바꿔뒀나? 집안은 학교를 다녀오면 바뀌는 부분이 하나씩 존재했기에 별로 개의치는 않고 수건을 꺼내 카에 머리 위에 올려두곤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리는 뉴스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수, 수건으로 머리랑.. 물이랑 닦고 있어. 추, 추우면 좀 큰 거 가져와줄 테니까 덮어도 되고..
뭐, 시즈하가 안 보는 사이 가족들이 새로 꺼내셨을 지도 모르죠.
하나키 카에:아,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 ...잠깐, 나왔다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급하게 기억나는 대로 온 거라. (별 일 아니었다는 듯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산책하는 건 좋아하니까. 머리에 수건이 올려지자 자연스럽게 온기가 조금은 느껴졌다. 머리를 꾹 꾹 수건으로 누르며 물기를 닦아냈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시즈하 얼굴 보니까 그건 또 좋네. (가벼운 어조로 이야기하며 바닥에 떨어진 물기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다.)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전국을-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후지하라 시즈하:
지능
기준치: |
40/20/8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여기까지 산책을?이라는 생각이 스쳤으나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넌 가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긴 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걸까?) ...나,나도 오랜.. 만에 보는 것 같아서 조, 좋아... (학교에선 매일 봤지만 어째 오랜만에 보는 기분.) 아, 부.. 부엌에서 차 좀 가져다줄까? 따, 따뜻한 거 먹으면 좋아질 테니까.. 가, 감기도 조심해야 하고.. (손님용 차가 남긴 했던가.. 싶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발을 옮겨 부엌으로 향했다.)
하나키 카에:(몸을 돌린 채 서버려서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창 밖을 내다보는 뒷모습만이 네게 보이겠지만, 그 뒷통수만 봐도, 아니, 정확히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두리번 거리는 것만 봐도 고민하는 사람의 행태로 보일 지도. 물론, 그냥 집을 구경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기도 나름.) 부탁해도 괜찮을까? 안 그래도 이제 슬슬 쌀쌀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지… (부엌으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웃음을 품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고 카펫을 피해 바닥에 조심히 앉았다.) 학교라... 음, 지금이 여름이니까... 곧 개학이던가?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함께 사는 가족이 모두 먹었을까요?
이렇게 되면... 지금 카에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엥.) ....이, 있지 뜨거운 물이라도 괘, 괜찮아..? (가족들 죄다 카페인이 몸에 맞지 않았던 지라 커피는 없다.. 게다가 여름이라 차가운 음료수밖에 없고..)
하나키 카에:응? 응, 괜찮아...!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보인다.)
후지하라 시즈하:(아기자기한 손짓.) 으음.. 자, 잠시만.. (급하게 커피포트를 꺼내 물을 받아 전원을 켰다. 끓는 데에 오래 걸리려나 싶어 카에 쪽을 지긋.. 바라봤다.)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카에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나, 카에의 손등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후지하라 시즈하:(푸른빛? 실례지만 네 손등만 지긋 바라보며 어설프게 말을 이었다.) 어.. 과, 과자 같은 거라도 주, 줄까?.. (아마 있는 거라곤 오빠 입맛의 크래커 뿐일 테지만.)
하나키 카에:(이상한 건 느끼지 못했는지 네 말이 들리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시즈하는 과자 잘 안 먹지 않아?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고개를 살짝 갸웃인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건가...
후지하라 시즈하:(들켰다.) ..오,.. 오빠 꺼...긴 한데, 나중에 따로 사오면 돼.. (친구한테 줬다하면 화내진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날뛰면서 좋아할 것 같다.라는 생각은 커피포트의 전원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멎었다. 식기건조대에서 머그컵을 꺼내 물을 따라냈다.) 크, 크래커 같은 거 좋아해..?
하나키 카에:그래...? 다행이네. 나중에 같이 사러 갈래? 나한테 준 거니까 그래도... 너무 오지랖이면, 말고... (음. 네게 너무 치대는 느낌인가?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혹시나 멀어질까봐... 조심스러웠지, 늘.) 응, 과자를 싫어하지는 않아. 부스러기가 많이 날려서 청소할 때 가끔 나오기도 하지만~ (낮은 웃음 소리를 흘린다.) 그래도 입이 심심할 때 하나씩 물고 있으면 좋잖아. (일련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큰 집에 너 하나만 있고, 손님, 혹은 불청객일 지도 모르는 자신의 시선이 향할 곳은 너밖에 없었으니.)
후지하라 시즈하:으, 응.. 비 그치고 몸부터 마, 마르면 그때 나가도 괘, 괜찮아. 다른 나, 날도. 딱히 할 일도 어, 없어서.. (가족끼리 약속도 없고.. 개학만 기다리던 몸이니 한가하다. 인맥도 넓지 않은 지라 집에 혼자 있는 날도 많고) 으음.. 그, 그럼 같이 줄게. (오빠한텐 나중에 통보해야지. 식탁에 있는 과자 두어 봉지와 따뜻한 물을 담은 머그컵을 들어 네 옆에 다가가 조심히 앉았다. ...그러고 보니까 친구가 집에 오면 뭘 해야 하지..) 그, 그러고 보니까 아까 손등에서 푸른색 뭐.. 이, 있던 것 같은데 괜찮아? 체온 너, 너무 떨어진 것 같으면 담요라도 가, 가져다줄게. (그리곤 집을 뒤늦게 둘러봤다. ....안 더럽겠지?)
하나키 카에:응, 그러자. 비가 그치면... (아까 뉴스에서 이번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하던데. 몸이 마르는 쪽을 기다려야 되겠네. 물론 그전에... 손으로 바닥을 톡, 톡 두드리다가 네가 가까워지자 네 쪽으로 몸을 돌린다. 네 앞에서 손등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어깨를 살작 으쓱인다.) 여름이라 그런가, 조금 푸르게 보였나보네. (괜히 장난스레 말을 붙이며 머그컵을 손에 쥐었다. 따뜻하네. 한 모금 마시니 긴장도 풀리고, 몸도 조금은 더 따듯해진 기분이다.) 걱정마, 시즈하 덕분에 지금은 아까보다 훨씬 따듯해.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른 카에는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물론, 내일은 개학식이니 카에도 적당한 때에 집에 돌아가야겠죠.
폭우에 카에의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을 지도 모르고.
후지하라 시즈하:..어, 어? 으응,.. 왜, 왜..?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카에의 손등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카에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기억할 수 있지?
후지하라 시즈하: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2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후지하라 시즈하:
SAN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카에는 시즈하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카에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 CHAPTER 01 ───────여름을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시즈하,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후지하라 시즈하:
SAN Roll
기준치: |
34/17/6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 창밖, 카에가 있던 자리, 뉴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조사포인트는 아니기에 가볍게 봐주셔도 무관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 어디 갔어..? (꿈만 같던 시간, 환상이 끝나면 연신 빨개진 눈가를 비비적이다가 뒤늦게 카에가 있던 자리에서 널 찾는다.)
카에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간간히 가구에 묻어 있던 물기들도 마른 상태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무,.. 뭔.. 일이야..? (꿈이라도 꿨나? 황당하다 못해 사고가 눈앞을 따라가지 못해 주위를 둘러보다가 창밖을 바라본다.)
후지하라 시즈하:(비가 오지 않았나? 뒤늦게 귀에 들려오는 뉴스 리포터 말에 고개를 돌려 뉴스를 확인했다.)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엥..? (크래커나 물은 그대로 있는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분간이 어려워져 제 눈을 다시 비비며 다시금 카에가 있던 자리를 확인했다.) 음..? 응..? 자, 잔 기억이.. 없,..없는데... 진짜...
뜯어진 크래커와 몇 모금 채 마시지 않은 머그컵의 물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을 살펴보아도 평범하고 익숙한 당신의 집일 뿐입니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잔 기억도, 카에가 있던 기억도 이리 선명한데요.
게다가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카에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후지하라 시즈하:..그치만,.. (닿았던 온기가 아직 선명한데.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내렸다. 평소와 달리 차가웠던 네 손이 기억에 스쳤다.) ...꿈? 지, 진짜..?
(내일이 개학인 것도 꿈인가 싶어 달력까지 확인하러 방으로 향한다.)
후지하라 시즈하:왜, 왜 이런 건...! (약간의 분노와 슬픔.)
...카에가 분명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했었죠.
후지하라 시즈하:..보, 보통 그, 그런 것만 말해주고 가나..? (친구 사이는 어렵구나.. 당장 향해야 하나 싶어 시간을 확인했다. 부모님이 오기 전의 시간이면 잠깐 다녀올 속셈.)
6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이라 해가 기네요.
어차피 오늘까지는 방학이라 학교도 안 열렸을 테고.
이렇게 된 거 정리하고 편하게 쉬도록 합시다.
후지하라 시즈하:(우두커니 서있다가 몇 분정도 시간이 흐르면 제 손을 한번 만지작이고 발을 옮겼다. 먹은 것부터 치우고.. 그 뒤에 하나키 카에라고 저장된 번호에 잘 들어갔냐고 라인을 남기고. 그 뒤에야 겨우 침대에 자리 잡아 누웠다. 집에만 있었는데 왜 이리 기가 빨리지..)
잠들기 전까지도 카에에게 별 다른 답장은 없습니다.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일까요.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 CHAPTER 02 ───────말리어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시즈하는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나가기도 싫고 기운은 빠지고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런 온갖 핑계들과 함께 학교에서 보자는 말을 한번 중얼이고 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아 가기 싫어.)
등굣길에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카에의 뒷모습이 보이곤 했습니다.
동급생: 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시즈하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화들짝!) 어..? 어,..? 응..? 어..어어.... (누구였더라.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왜.. 왜 친한 척이지? 밀어내진 않기로 다짐했지만 단번에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다. 누구세요?) 모,.. 몰랐어..... 어... 그,.. 그래..? (아무래도 친구가 느는 건 다음 생에 해야 할 것 같다.)
동급생: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뭐, 안 내려서 좋기는 하지만. (요즘 계~~속
맑은 날만 이어지고 있잖냐.)
후지하라 시즈하:(카에 도와줘... 속으로만 눈물을 삼켰다.. 살려줘......) 어...으,..으응......... (눈이 데룩 굴러가고 마른 바닥과 눈이 마주치면 어제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저,.. 저기.. 어,...어제..... 비..? 오, 오지... 않았어..? (목소리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볼품없이 떨렸기에 안 그래도 더운 여름 날에 열이 올랐다. 또래를 대하기엔 너무 부끄럽다...)
동급생: 엥, 무슨 소리야?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죄~다 맑았는데?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냐? (키득거리면서 웃고는 어깨를 으쓰거린다.) 요즘 가뭄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맑은 날만 있잖아~ 뉴스에서도 그렇게 나오고. 후지하라상, 개학식부터 비몽사몽하구만.
후지하라 시즈하:어,.. 그.. 그래...? 차,.. 착각.. 했나 봐... 어제 카에가 저, 젖어서 와서... (끝으로 갈수록 혼잣말인 양 말소리가 줄어들었다. ... 그나저나 이대로 같이 교실 들어가는 건가.. 세상에나....)
동급생: (엥. 가면 갈수록 오묘해지는 표정....) 근데 카에는 또 누구야? 다른 반 애야?
후지하라 시즈하:...? (얘 우리 반 애 아니던가?) ...어..? 하,.. 하나키.... 카에...라, 라고 같은 반.. 친군데...?
동급생: 몰라,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인 걸? (머리를 긁적인다.) 너 진짜 오늘 왜 그래? 이상하네~
...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걸음을 멈춘 동급생은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시즈하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지능
기준치: |
40/20/8 |
굴림: |
2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공부 문제로 카에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는데요.
후지하라 시즈하:...싸, 싸웠나..? (그 카에가?..)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후지하라 시즈하:(이상한 일만 한가득... 그렇게 생각하곤 휴대폰을 확인한다.)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뭐야 무서워. 이런 번호 받지 말라고 했는데. 보이스피싱?... 이라고 5초 정도 기다린 후에 전화가 끊어지지 않으면 머뭇거리며 전화를 받는다.) ...여,.. 여보세요...?
후지하라 시즈하:(이상한 전화 맞는 것 같은데.) ...누, 누구세요..?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카에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후지하라 시즈하:어? 카, 카에. (목소리를 확인하면 귀에서 휴대폰을 떼었다가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다시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버, 번호 바꿨어..? 모르는 버, 번호네..?
하나키 카에: 이름... 알고, 있구나.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곤,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쉰다.) 아, 바꾼 게 아니라... 공중 전화로 건 거야. 그러니까... 시즈하, 내 이름 기억 나는 거지? 맞는 거지?
후지하라 시즈하:
정신
기준치: |
35/17/7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3초 정도의 틈을 두고 나서야 카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문득, 아까 카에를 모른 체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 (문득 멍해진 머속을 헤집으면, 겨우 떠올려지는 이름에 잠시 말을 멈췄다. 더워서 그런가..?) 어... 으,.. 으응.... 기, 기억하지 그럼... (이 한마디 뱉기 왜 그리 망설여지는지.) 이,.. 있지. 지금 어, 어디야? 아까 같은 반 치... 어,.. 음, 가, 같은 반 애를.. 만났는데. 비, 비슷한 소리를.. 해서.. (네가 누구냐던가.)
하나키 카에: 아... 그,그랬구나. 그래도 시즈하가 기억한다면... 다행이야. (불안함과 초조함에 발을 잠시 동동 구른다. 이런 저런 말을 고르다가, 먼저 네 물음에 천천히 답을 해나간다.) 나... 지금 학교에 거의 다 왔어.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리려고.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카에가 중얼거립니다.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후지하라 시즈하:...응? (무슨 비유인가?) 어,.. 음.....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 장난에 유독 못 맞춰주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으음... 음,.. 그, 그럼 내가 보, 보러 갈까..? 도, 도서실에 있댔지..? 시, 신호등 앞이라.. 금방 가, 갈게.
비유인가? 장난인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하나키 카에: ...응, 조금 있다가, 보자. (학교에서 보자. 나지막히 말을 더하다가...)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제부터 눈이 이상해... 붕 뜬 정신은 의외의 용기를 불렀다. 웅성이는 학생 중에 그나마 아는 얼굴을 찾아 슬쩍.. 말을 붙여봤다.) 저,.. 저기.. 사, 사고.. 날 뻔 하, 한 거야?..
얼굴만 아는 애: 어? 후지하라상이구나. (이어진 말에 고개를 저었다.) 으응, 사고까지는 아니고. 그냥 부딪힐 뻔한 정도인가봐. 아슬아슬하게 멈춰서 둘 다 무사한 것 같아보여.
후지하라 시즈하:(이름을 아네... 괜히 조금 찔렸다.) 다,.. 다행..이네.... 어.. 음,.. 하,.. 학생이랑 운전자랑.. 싸,.. 싸우는 것 가, 같던데..
얼굴만 아는 애: 그냥 앞도 안 보고 걸으면 어떡하냐고 뭐라고 하시는 것 같아. 신호 안 바뀌었는데 안 멈춘 건 아저씨인데 말이지... (속닥거리다가 아, 탄식 내뱉곤 휴대폰으로 시계를 본다.) 이런, 얼른 가자. 학교 지각하겠다!
후지하라 시즈하:어,.. 으, 응.. (도서실부터 들러야하는데.. 일단 뒤늦게 걸음을 옮겨 학교로 향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시즈하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정신을 고쳐잡고 카에를 찾으면,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카에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친구들
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
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 (이상해, 이상해.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어. 어쩜 이렇게 대면하기 힘든 일이 다 있는지. 입만 뻐끔거린 채 있어야 할 자리를 보고있자면 스쳐 지나가는 친구들을 급하게 잡아 세웠다.) 저, 저기..! 하나키, 하나키 카에..! 아, 알아..?
같은 반 친구들은 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친구2: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런 애가 우리 학교에 있던가? 전학생이야?
후지하라 시즈하:그,.. 그럴.. 그럴 리가 없..는데..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제 손을 꼼지락였다. 이게 대체...라는 생각이 들면 문득 눈에 들어오는 자리표로 다가가 하나키 카에라는 이름을 확인한다.)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카에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후지하라 시즈하:
SAN Roll
기준치: |
31/15/6 |
굴림: |
46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카에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
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이상해... (짧게 나온 말 한마디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선 끝에는 푸른 하늘이 들어왔다.)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습니다.
...얼레? (모든 게 한 편의 연극같다라고 생각이 들 때쯤 들리는 소리 마저 기이하게 느껴져 귀를 기울여 매미 울음소리를 확인한다.)
후지하라 시즈하: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소리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시즈하,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실로 들어와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카에의 이름을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카, 카에가 거짓말일 리가... (상상 속의 친구따위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영어 선생님: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 ...에서, 그러므로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영어 선생님: 후지하라가 오늘 영 집중을 못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 번 불러보렴.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아,.. 저,.... 어... 그, 저기... (못 들었다. 애초에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대답도 못하고 한참이나 고개를 숙인 채 손끝에 닿는 치맛자락만 만지작인다.)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어..! 어, 자, 저,..! 머, 머리가 아파서...!!! 보, 보건실. 다, 다녀올게요!! (그렇게 허락도 받지 않고 자리에서 쿵 일어나 스쳐갔던 인영을 뒤쫓는다.)
그래요,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카에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카에는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후지하라 시즈하:(허억.. 죽겠다........) 카,.. (쿨럭!!) 카에.....?
─────── CHAPTER 03 ───────심장에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SAN Roll
기준치: |
30/15/6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에게, 그리고 카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하나키 카에:시즈하, 이상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해...
너는 알고 있지? 나를, 알고 있지? 그러니까 쫓아온 거지...?
지금 내 얼굴, 보여?
후지하라 시즈하:...어? 무, 무슨.. (사고회로가 좀처럼 어딘가에 자리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만 했다.) 무,... 무슨, 무슨 일이야 카, 카에..? 왜....?
하나키 카에:(마주하고 있는데도 네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보고 있는데 시선이 엇갈리고, 당황한 네 모습을 보니 의심은 확신이 되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구나.
손을 뻗으려던 카에는 그대로 굳어 당신을 마주 봅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그리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가는 침묵이 흐른 후 카에는 시즈하를 와락 끌어안습니다.
하나키 카에:...나도 모르겠어. 내가, 정말로 사라지고 있어... (손에 천천히 힘을 주며 고개를 네 어깨에 묻었다.) 너무, 무, 무서워....
후지하라 시즈하:(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이런 내용은 단 한번도 본 적 없다. 상상도 해 본적이 없어 그저 잔뜩 눈물이 고인 채로 입만 뻐끔인 채로 네 몸을 꾹 눌러 안았다. 손이 떨렸다.) 무,... 무슨.. 무슨 일이 이, 있던 거야 카에... 모, 모르겠어... 괘, 괜찮은 지 무,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닐 거, 것 같고... 이,... 이유도 모, 모르니까... (병원이 곧 바로 떠올랐으나 차마 가자는 말도 할 수 없다. 병이긴 한가 이거?)
하나키 카에: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가 없어. 마치... 이 세계에 갇힌 것 같아. (함께 떨리는 몸에 조금 더 무게감을 실어 안았다. 괜찮다 이야기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모두가 나를 잊는 세계 같은 거, 생각해본 적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함께 해야 하지? 너마저 나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머릿속을 헤집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시즈하, 네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구나...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네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있는 것보다는... 내가 정말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무엇 하나라도 네게 남겨야 했다.) 우리는 있지,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와중에 차원의 관문... 그러니까, 문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면 돼. ...그 문을 사용했는데, 그대로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렸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계속 차원을 넘었고....
다른 세계로 떨어질 때마다 가끔 기억을 잃는 사람도 있었어. 너인 적도, 나인 적도 있었지.
... ...하지만, 이렇게 사라지는 건, 처음이야. 내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리려고 하는 건...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흐린 얼굴, 하지만 그 아래로 눈물 방울이 툭, 떨어진다. 괜찮으려 웃어봤자 네게 보이지 않을 거고, 떨리는 목소리는 숨겨질 생각조차 않았다.) ...나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카에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후지하라 시즈하:...아? 어..? (희미하게 샘솟아 오르는 기억들에 숨 한번 제대로 뱉기 어렵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다,.. 다시 건너가자. 주문이 자, 잘못된 거면..! 처, 처음부터 다시 하, 하면 되니까...! 응?! 카, 카에. 다시 하면 되,.. 되지 않을까..? (떨리는 손이 볼품없었다. 무력함에 잠식되어가는 기분이라 쉴 새 없이 눈물만이 떨어져 나왔다.)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SAN Roll
기준치: |
29/14/5 |
굴림: |
43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35중 7 감소로, 시즈하는 장기광기에 돌입합니다.
:
광기의 발작 - 실시간
공포증: |
새로운 공포증이 생깁니다. 룰북에 있는 공포증의 예를 참고해 1D100으로 정하거나 수호자가 적절한 것을 고릅니다. 공포의 대상이 자리에 없어도 탐사자는 1D10 라운드 동안 그 모습을 상상하고 공포에 질립니다. |
For 9 rounds. |
1. 고독공포증 (혼자가 될 지도 모르니까)
2. 고소공포증 (옥상이니까)
3. 1d100 굴려서 랜덤한 것 정하기.
도치가 스키?
시즈하는 장기적 광기로 고독 공포증을 얻습니다. 이성치 회복 전까지 적용됩니다. (아마 세션 종료 전까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카에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카에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나키 카에:차원의 관문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손으로 조심스레 눈물을 닦아내주며 네 양쪽 뺨을 감싼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그 어디로도 건너갈 수가 없어... 이 세계는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중이고... 시즈하, 그러니까... (여긴, 너만이 나를 기억하는 세계. 하지만...)
너 역시, 나를 잊게 되어버릴 지도 몰라.
후지하라 시즈하:가,...가지마. 카에.. 응? 바, 방법.. 그, 금방.. 찾을 테니까.. 가지마, 혼자 두지마 응? 무,.. 무서워. 사라지지마.. 카에.. (점차 떨려오는 손을 올려 네 손 위에 올렸다. 온기가 선명한데 점차 멀어져가는 기분이라 떨림이 잦아들지 않고 발이 점점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무,.. 무서워, 카에... 싫어, 두고 가지마. 응? 주문이 아, 안되는 거면,.. 내가 할, 할 테니까..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카에는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하나키 카에:나도 방법을 모르겠어, 시즈하... 너만 두고 가고 싶지 않고, 같이 돌아가고 싶고... (너와 같이 지냈던 날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는데. 우리 둘 사이에
혼자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우리가 친구가 된 그 순간부터, 함께 이름을 부른 그 순간부터... 유한한 생명을 가진 주제에 영원을 바랬을 지도. 너와 함께 있노라면 그렇게 즐겁고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대로 손을 잡은 채 조심스럽게 당기며 제 옆에 너를 앉힌다.) ...적어두면, 기억하기 쉬울 거야. 잊지 않을 수도... 있잖아.
카에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하나키 카에:있지, 시즈하는 우리가 처음 이야기했던 날을 기억해?
후지하라 시즈하:가지마... (흐려져가는 형상을 차마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어서, 네가 건넨 수첩도 자세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네 손을 잡아보려 뻗었다가 우연히 제 손에 들어왔을 뿐이다. 그리고 떨림 끝에 이내 무릎에 힘이 풀리면, 털썩하고 네 앞에 주저앉았다.) 처,..처음,.. 만났던... 날... (흐려지는 것이 네 모습인지 내 눈물 때문인지 구분도 가지 않게 눈물이 흐르는 탓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분,..분위기가.. 지금이랑... 달,.. 달랐..지.... (그랬던가? 분명 처음엔...) 야,..양갈래.. 였는데...... 그땐..
하나키 카에:가고 싶지 않아... 이렇게 사라지고 싶지 않았어... (겨우 다잡아가던 목소리가 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계속 흔들리고 만다. 함께였기에 당연스럽게 견딜 수 있었던 순간들이 이제는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만다. 이 여름은 너무나도 굳게 멈추어 있는데... 우리는 계속해서 달라지고, 멈추고, 누군가를 잃고, 나아가야만 해서...) 나, 나도.... 나도 시즈하와 오래 오래 함께하고 싶어. (네 어깨에 머리를 기울여 기대었다. 눈가가 붉게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눈을 꾹 감아버렸다.) 응, 맞아.
어릴 때, 나는 그랬었어. ...내가 운동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시즈하가 말을 걸어줬던 것도 기억해.
사실, 시즈하에게 다가갈 수 있을 지 많이 고민했었어. 나도 시즈하도 낯을 많이 가리니까... (누군가에게 먼저 곁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친해진 것은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언젠가 이루어질 필연이었을지.) 그래도, 같이 있으면 즐거울 때가 참 많았어...
네게 아직 해주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아. 놀러가고 싶은 곳도 많고.
작은 것 하나 하나 읊어내려가는 카에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귓가에 닿습니다.
시즈하의 어깨에 기댄 카에의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하나키 카에:...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 네가 아는 나를 기억해줘, 시즈하.
후지하라 시즈하:기억,..기억할게.. 다.. 다 써놓을 테니까.. 그러니까.. 혼자 두고 갈 거라는 듯이 마, 말하지마.. 가,.. 같이 집에, 가기로 했잖아.. 가지마...!
하나키 카에:... ... (한 번, 다시 끌어안았다. 미안해. 혼자두고 사라져버려서. 원치 않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너를 불안하게 하는 것도, 혼자 두는 것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다시.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 이름 한 번만 불러주면 안 돼?
카에는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부르면, 그 이름을 뱉으면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입을 바로 열 수가 없었다. 떨리는 입술과 동공.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리다 보면, 네 눈을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도 하다. 현실에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카,...카.. 카에..... 하나키... (겨우 불러보는 두 글자가 사무치게도 애틋했다.)
하나키 카에:응... 응, 후지하라, 시즈하. (보이지 않을 환한 웃음을 네게 지어보인다. 너무나도 푸른 여름이 우리에겐 재앙이 따로 없었다. 울지마. 네가 울면... 나도 마음이 너무 아파. 조심스럽게 눈가를 손으로 매만지며 천천히 떨어졌다. 마지막이 아닐 거야.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어딘가에는...)
기억해줘.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 CHAPTER 04 ───────꽂는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툭, 시즈하가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움찔. 말없이 떨리는 손으로 인기척을 찾아보았지만 눈에 들어온 종이 한장에 눈물을 후두둑 떨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뒤늦게 종이를 집어들어 확인한다.)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지능
기준치: |
40/20/8 |
굴림: |
97 |
판정결과: |
대실패 |
…그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후지하라 시즈하:사람.. (진짜든 현실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왜 이곳에
혼자 있었지..?) 어,.. 언제부터 있던 거야.... (그렇게 인기척을 찾아 떨리는 다리를 겨우 잡아 일어나서 발을 옮기면, 교실을 찾는 마음과는 달리 도착한 목적지는 도서실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분간이 어려웠던 탓에 슬쩍.. 도서실 문을 열어보고 눈을 비비며 주위를 살핀다.)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 예술
, 언어
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후지하라 시즈하:(기억이 전부 흐릿해. 하루종일 울고 난 다음 날 같기도 하다.) ..카,.. (옅게 이름을 불러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기억나지 않으니. 분명 항상 옆에 있던 것 같은데 문득 옆을 보면 아무도 존재하지 않아서 괜시리 서러움이 더 몰려왔다. 네가 옆에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제발.. 나,.. 나 무서워... 마,..마이이.... (결국 붙인 임시 이름. 어떻게든 불러야할 것 같아서 생각나는 아무 이름이나 지어 붙여줬다. 그렇게 계속 이름을 부르며 떨리는 다리를 종교 쪽으로 옮겼다.)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마이'라는 아이는, 그저 상상 속의 인물이었던가요?
정보를 찾길 원하신다면 강행을 하거나, 혹은 다른 책장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상상을 누가 이렇게 해!!! 라는 성질 섞인 한마디와 함께 눈물이 터져나왔다. 무서운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이대로 주저 앉으면 안될 것 같아서 계속 노력도 하고 있는데 뭐가 이리 안 풀려! 같은 서러움이 섞이고, 조용한 도서관에서 괜히 책장에 머리를 두어 번 아프지 않게 부딪히고 난 후 눈물을 닦아내 종교 책장을 다시 살핀다.)
후지하라 시즈하: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후지하라 시즈하:이...!! (짜증나는 놈들!이라는 말은 굳이 입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누구 덕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화는 단단히 났다. 분노의 눈물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면 수첩에 해당 내용을 적어놓고 예술 책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별자리...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또 너와 관련이 있다 지레짐작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문득 다시 두려움이 앞서 덮쳐와서,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한 뒤에 천천히 떨리는 걸음을 언어 책장 쪽으로 옮겼다. 혼자만 아니면 된다는 알량한 고집.)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혹시 기억하고 있나요?
후지하라 시즈하:(평생을 담 쌓아왔던 건데..) 8.....800... (..뭐였더라? 싶어 작은 쪽지를 펴 숫자를 확인한다.)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후지하라 시즈하:아,.. 안 닮.. 안 닮았어.. (사람을 꽃에 비유하다니, 이상한 말이다. 너는... 꽃보단...) ....기억이 안 나.. (훌쩍, 기이하게도 이번엔 흐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고 책에 끼워져 있는 종이를 펴 확인한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후지하라 시즈하:(카에. 이름을 기억해 내면 눈물이 그제서야 멎었다. 하나키 카에. 여름을 함께 보냈던 소중한 내 친구. 바로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책에서 본 게 맞다면 정말..) 카,.. (그렇게 한 글자, 그걸 뱉고 나면 그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네 편지의 내용과 함께 말이 멎었다. 도박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기에 네 말이 맞았다.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그런 나날이라면 확실히.. 이 세계가 좋다. 55번째 세계에서 가장 그곳의 여름을 닮았다.) 혼,.. 혼자도 아니고.. (그렇게 중얼이며 바라본 바깥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떨림이 멎었다. 한극의 잘 짜여진 연극과도 같았다.) ..카,.. 카에... 네가 없잖아.. (연극엔 관심이 없다. 책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에도, 현실이 아닌 것에 네가 없는 것은 더더욱 관심 없어.) 어, 어딨어..? 카에... 아, 안 두고 간다며..!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 CHAPTER 05 ───────방법
당신이 카에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후지하라 시즈하: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시즈하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카에의 머리카락.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후지하라 시즈하: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웅웅거리는 카에의 말이 정확히 들리지 않습니다.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후지하라 시즈하:내가 아무리 널 아낀다지만..!?!? (이거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도파민도 현실에 부딪혀 사그라들었다.) 주, 죽는 거 아니지..?! (그렇지만 이곳은 현실이 아니기에, 바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긴 했다. 눈물 범벅에 떨리는 몸은 볼품없었지만.) 카에! (마이가 아닌, 네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뛰어내렸다.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닿을 수 있을까?의 문제긴 했다.)
창틀을 딛고, 유일하게 부서지는 세계 속 당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뛰어내려요, 시즈하.
응원하듯 거센 바람이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옵니다.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카에가 묻습니다.
후지하라 시즈하:(품에 겨우 들어오는 익숙한 사람, 그렇게 널 두 눈으로까지 확인하고 나면 다시금 멎었던 눈물을 터트리며 널 다시 그러안았다.) 하나키 카에~!! (그렇게 말 한번 더듬지 않고 벅찬 마음으로 힘껏 부른 네 이름, 마이도 ㅁㅁ따위도 아닌
하나키 카에이 어찌나 그리웠던지.)
시즈하가 답을 하자, 카에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하나키 카에:응, 후지하라 시즈하! (익숙한 얼굴, 너무나도 그리웠고, 보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이 제 품에 안긴다. 있는 힘껏 받아내고,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환하게 웃으며 네 이름을 함께 불렀다. 그래, 그 짧은 순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수 천번 간절히 빌었다. 나를 기억해줘서, 포기하지 않고 함께하길 원해줘서... 고마워.) 그럼,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후지하라 시즈하:(질리도록 들었던 이름이 네 목소리로 불리면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빌어먹게 행복한 가짜 세상 따위 버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 그런 걸 보통 지, 지금 물어~?! (팡! 하고 터진 눈물을 네 어깨 너머에서 손으로 닦아낸다.) 제일,.. 제일 친, 친한.. 친구라고.. (흐어엉...) 기, 기억 못 할 때 하, 학교 생활이 거의.. 기억이 아, 안나서어... 무서웠단 말이야.... 왜 그, 그런 편지도 남기는데..~!!
답을 함과 동시에,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하나키 카에:네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함께 하고 싶었던 거랑은 별개로... 이 평화로운 세계가 널 위해서 만들어진 걸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 (옅게 웃고는 한 손으로는 네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는 뺨을 감싸준다. 선명한 온기를 가지고.) 그래서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나도 너를 위해서 나를 포기하면... 네게 조금 더 나은 길이 되지 않을까 했어. (결론적으로는 아니었지만. 네가 나를 찾아준 게, 몇 배는 더 기뻐. 나지막히 장난스러운 말로 덧붙이고 눈웃음 지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도 기억하지? 이야기했었는데.
후지하라 시즈하:가, 같이 집에 가기로 해, 했잖아..?! 같이 가...! (혼자라서 무서워,가 아닌 함께가 좋아가 담긴 말. 눈에 들어오는 시야와 닿는 온기의 면적이 달라지면 코를 훌쩍였다. 부서지는 세계 속에서 안심이 되는 따뜻한 온기.) 우,.. 운동장.. (그제서야 발 아래를 힐긋..) ...엑, 여, 여기에 일부러 이, 있던 거야..?
시즈하가 답을 하고,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집으로 돌아갈 거지?
후지하라 시즈하:(훌쩍.) 가, 같이 집으로 가..!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하나키 카에:...시즈하 네가, 이 여름이 아니라... 나를 선택해주어서 기뻐. (잊혀지지 않기를 바랐으나 동시에 너의 행복 또한 바라고 있었으니까.)
나를 제외한다면 너무 평화롭고 완벽한 세계잖아.
그래서... 네가 이 곳에 남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네 말을 들으니까 안심이 돼.
다시 우주의 미아가 될 지도 몰라.
그래도, 언젠가 같이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하나키 카에:다음 세계에서도, 서로를 기억하자.
─────── ENDING1 ───────집으로, 함께.
보상으로 진행 중 감소했던 이성을 전체 회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