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트는 자작 캐릭터들로 플레이한 'Hold your Breath' 을 백업한 로그입니다. * 키퍼링을 하다 생긴 개변으로 원작 시나리오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신 PL분들은 해당 로그를 읽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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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7 30 ~
Hold your Breath
[ kpc.강해안, pc. 류현 ]
w.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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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박, 깜박..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린 눈앞에 천천히 세계가 구축됩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검은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듯한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요.
...손길?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뚜렷한 감각...
매끄럽고 차가운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온 몸이 굳은 듯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뜨거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강해안과 눈이 마주칩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강해안은
가볍게 웃으며 묻습니다.
강해안:..류 현,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나?
손에 준 힘을 풀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는 숨이 졸린 기도로 무슨 소리라도 뱉어보라는 듯
당신을 채근합니다.
류현:...내가 당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아, 물론. 걱정치 마세요! 기억하니까. 누군지도 알아보고. 그래서 더 불쾌하지만...
그러니까, 아. 이 손길 좀 치워주시겠나요. 누구 죽일 일 있어요?
...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웃고 있던 해안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을 호흡이 곤란하리만치 꽉 잡고 있던 손을 떼고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강해안:...어째서. (그 한 마디를 내뱉고는 제 손을 털고 입술을 꾹 깨뭅니다. 무언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 네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습니다.) 말은 잘 하는 군 그래, 알아본다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아니라고 해야할지 애매하군.
류현:누님이 무슨 말을 하고 계신지 알 턱이 없네요! (졸려졌던 목 매만집니다. 퍽 기분 나쁜 손길이었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설명 좀 해주었음 하는데요.
강해안:아주 말을 잘 하는 군. (제 팔을 툭툭, 건들이다가 인상을 쓴 채로 중얼거립니다...실패작일텐데, 어떻게 말을...) 글쎄, 설명은.. 필요한가?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지 않나. 당장이라고 멱살 잡을 것처럼 굴어대더니 내가 이러는 건 이상해보이는가보지? (다시 평소의 낯으로 돌아와서는 고개를 기울입니다. 무언가 신경쓰이는 게 많아보이는 얼굴입니다.)
류현:그런 웃기지도 않는 낯짝으로. 난 내 목이 졸라졌다는 점이 심히 불쾌하거든요. (감히. 당신이 뭔데. 눈 감은 채로 조소 짓습니다. 감은 눈 안의 눈조리개 또한 비슷한 류의 감정을 띤 채 굴려지고 있겠고.) 그래서, 이유라도 알아볼까요. 내게 남은 사인이 심장마비 외에도 또 있었나··· 싶어서.
강해안:(웃는 낯에 비틀며 입꼬리를 한 번 끌어올리고는 네 얼굴을 톡, 하고 건듭니다.) 글쎄, 이제 아마 있게 되겠지. 오랜만에 목소리 듣는 건 제법 반가웠지만.. 어차피 이제 감각도 무뎌지고 움직일 수도 없게 될 테니 말이야. (너를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는, 네게서 떨어집니다.) 그 때까지 사는 게 기적이지, 너는. (..) 만일 시간이 지나도 괜찮...을리는 없지만, 괜찮아 진다면검은 문을 따라서 날 찾아와. 아니면, 그대 스스로죽던지.
그리고, 당신이 채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해안은 미묘한 표정으로 열려있던 검은 문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심리학, 혹은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류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한눈에 보아도,
강해안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당신을 보며 나가버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뭐, 평소에 사이가 안 좋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싶으면서도..
무언가 이질적입니다.
적어도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었잖아요?
...게다가,
류현, 당신이 기억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성격도 성격이거니와
언제나 장난스럽던 모습은 없고, 상당히 차분합니다.
그가 나이가 들면 이런 모습일 거라 상상됩니다.
목소리나 표정. 얼굴이 확연히 그, 강해안이 맞음에도요.
...무언가 어긋난 기분입니다.
류현, SanC
류현: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감소 없습니다.
다시 몸을 움직여보면, 해안의 말과는 달리
아까보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거짓말이었나, 싶지만
하여간,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됩니다.
류현:(손가락, 손, 팔, 쭉 따라 전체 몸까지. 하나씩 움찔이고 움직이다, 이내 검은 문에 시선을 둡니다.) ...저 쪽으로 가야하나. (걸음을 검은 문 너머로 향해봅니다.)
검은 문으로 향하며 주위를 보면
바닥이며, 벽이은 모두 정갈한 하얀 색이고,
당신이 앉아있던 의자 역시도 흰 색이며,
해안이 뛰쳐나간 문만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활짝 열려 있습니다.
...툭, 툭...
그리고 어디선간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류현: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류현:(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천장 주위를 훑어봅니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불빛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관찰 판정
류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원 형태로, 천장의 중앙 부분에 위치합니다.
류현:저건, 또... (검은 부분이 뭔지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당신이 그 부분을 응시하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이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류현:(종이조각을 집어 살펴봅니다.)
종이 조각을 잡아 살펴보면
앞면에 「 O 」 라고 적혀있습니다.
천장을 제외하고, 이 방 안은 당신이 앉아있는 흰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사물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장에서 시선을 떼면, 다시금 검은 문만이 눈에 띕니다.
문은 해안이 남겼던 말과 겹치며,
그 색깖나으로도 이질적이라,
색깔만으로 ^^..
당신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류현:(종이에 뒷면도 잠시 살펴봅니다.)
뒷면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류현:그럼, 뭐. (이내 검은 문으로 걸음합니다.)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마네킹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류현:뭐 이딴 곳이 다 있담. (거울을 슬쩍 봅니다.)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남의 옷인듯 품이 미묘한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해안이 조르면서 생긴 걸까요?
하지만 당신은, 해안이 목을 조를 때에
숨이 막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
.이 손자국의 주인이 해안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하지만 하난도 아프지 않은 걸요.
..아까 해안이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 하나요, 류현?
류현:(...) 감각이 무뎌진다는? (자국 뻔히 바라봅니다. 기분 나쁘게.)
..감각이 무뎌진다.
분명 해안이 했던 말입니다.
설마, 정말?
류현:(기분 탓으로 넘기기로 합니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마네킹을 살펴봅니다.)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있군요.
체구는 약 6-7피트 정도입니다.
죄송! 계산 실수.. 5.7 피트 정도
관찰 판정
류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투구가 화려하다는 것 외에, 별다르게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류현:...별 이상한 건 없나. (관찰 재판정 가능한가요???)
원한다면 가능합니다.
관찰 판정, 강행.
류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하단 부분을 자세히 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 네 헬멧을 벗기고, 만지고, 대화를 나눌 날이 오길. 」
..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류현:(...) 여전히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검은 문 너머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남자:뭐, 굳이 말하자면… 이 저택의 주인 있잖아요. 아주 미쳐버린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 사람의 조수, 로 이번에 새로 왔다고 할까요… 돕는 역할인거죠.
아 참, 당신이 눈을 뜬 건 5년..만이에요. 죽은지가 벌써 5년이 지났거든요.
류현:...참. (...) 그럼, 날 도와주러 온 건가요? 왜 갑자기 이렇게...
남자:도와주러 온 거라기보다는, 당신의 반응이 궁금해서 온 거죠, 궁금한 게 있다면 대답도 해줄 겸?
이 저택의 주인이 죽은 당신의복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그렇게 혈안이 된 지가 벌써 5년이거든요. 당신이 죽은 이후부터 그렇게 됐으니까.
류현:거, 내 복제는 왜 그렇게 만들어내려고 한답니까? 징그러울 수준이에요. 아주.
남자:후후, 그러게 말이에요. 그가 왜 그렇게 당신을 복제품으로나마 살려내려고 했을까요? 사랑해서? 너무 싫어해서? 어느 쪽이든 간에.. 이 저택의 주인, 그를 너무 미지 않는 편이 좋을 거예요.
아, 그나저나멸망의 직전까지 그가 이렇게 당신을 살려내려고 하는 걸 보면, 당신이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이었나보죠? 무슨 관계였나요?
류현:아... 무슨 관계였긴 개뿔이죠. 아무 관계도 없었어야만 해요. 그 사람이랑 나는. 언젠가 죽을 놈한테 뭘 그리 징그러운 집착을 하시는지···
그보다, 멸망의 직전이라는 말이 걸리는데. 무슨 말일까요.
남자:아,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더니 바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 세계의 멸망이라니, 조금 안타깝네요…
하지만, 네. 그렇답니다. 종말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이 현실이 되었어요.
시적인 표현을 빌려도 될까요?
멸망의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달콤하네요. 우리 모두 그 멸망을 피하지 못하고, 자연의 순리처럼.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되겠죠.
있죠, 당신.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시나요?
류현:...눈이 아니었나요?
남자:하하, 눈처럼 보였군요. 눈이 아니라,하늘.
이 세계의 천장의 잔재랍니다.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러고 보면, 눈이 하나도 차갑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요.
이건 정말 종말인 걸까요?
당신은 지금, 종말의 목전에 서 있는 걸까요?
류현, SanC (1/1d3)
류현: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남자:이 저택은 사람이 없어 이렇게 평화롭지만.. 바깥 세상은 벌써 피바다며 비명으로 거리가 가득 찬 게 오래 전 얘기인데.
이 정도 빠르기라면… 오늘 안에 이 저택도 고요한 멸망을 맞지 않을까요?
마지막인데 깊은 키스라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아. 내가 너무 무례했나요? 그냥 넘겨요. (큭큭)
류현:(아...) 어디 칼이라도.
그럼.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데요?
남자:방금 전에 저택으로 들어갔었는데, 엇갈린 모양이네요.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보던걸요. 빨리 쫒아가는 게 좋겠죠. 바빠보이던데.
류현:(.........어디로 가냐는 표정)
계속, 막... 빙글빙글 도는 것 같던데.
남자:아, 나가고 싶다면 도와줄게요. 입구로 가는 길이면 되는 거겠죠?
류현:네, 네... 그 정도면야.
남자:이 쪽으로 가시면 돼요, (한쪽 방향을 가르키곤 싱긋 웃습니다.)
류현:(가리키는 방향으로 곧장 걸어가봅니다.)
이상한 남성이 알려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들어왔던 화원의 입구가 보입니다.
류현이 나왔던 문이 활짝 열려
류현에게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류현:(저택 안으로 들어갑니다.)
...
...
저택 안으로 발을 딛습니다.
류현, 관찰 판정.
류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잠깐. 뭔가 달라졌습니다.
홀의 복도에 걸려있던, 세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겨진 류현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당신의 초상화 하나.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로.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툭,
하고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엎어집니다.
류현, 민첩 판정.
류현:
민첩
기준치:
85/42/17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하면, 류현을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바닥을 덮고서 쓰러집니다.
...엎어진 쪽으로, 핏물이 질질 흘러나와 붉은 융단에 배어듭니다.
기괴한 현상,
류현, SanC(0/1)
류현:
SAN Roll
기준치:
77/38/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감소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고개를 들어 세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검은 문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아마 몸을 조금 수그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류현:으. 이... 진짜. 짜증난다. (몸을 수그리고 검은 문으로 들어갑니다.)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류현:(철체 난간을 잡고 올라갑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류현:(검은색 문을 열어봅니다.)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큰 스크린이 벽면에 내려와 있고,
맞은 편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여러 개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정면의 책상에빔 프로젝터가 보입니다.
류현:(빔 프로젝터를 만지작... 만지작...)
하얀 빛을 스크린에 쏘아보내고 있습니다.
안에 CD가 들어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기능은 몇 개 없는 모양인지, 전원 버튼과 중지 버튼, 그리고 재생 버튼이 있네요.
류현:(전원 버튼 꾸욱...)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강해안의 얼굴입니다.
살짝 지친 기색의 강해안가 얼굴을 뒤로 물리면, 그의 뒤로 철창이 보입니다.
저곳은… 아까 당신이 지나왔던 지하통로,
그 쇠철창 안쪽인 것 같습니다.
...류현 죽은 뒤로 처음. 드디어 그럴듯해 보이는 그를 만들어냈어.
그런 말을 하는 강해안의 얼굴은, 오늘 마주했던 그의 얼굴보다 조금 더 젊고,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강해안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표정에서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비치는 옷깃에 피가 잔뜩 튀어 있습니다.
강해안이 손을 뻗어 카메라의 방향을 조금 트는 듯 하자,
화면은 전환되어 수술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누운 당신을요.
강해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잠겨 쉰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했지.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드디어.
화면을 고정시켰는지 강해안이 손을 놓고 화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당신을
조심스럽게 일으키듯 끌어 안고서 묻습니다.
류현,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나?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강해안의 숨소리만 온전한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선명하게 속삭입니다.
멍청이.
그리고, 당신은, 아니.. 당신을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내리며
강해안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로 흘러내립니다.
...강해안이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강해안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암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빛이 들어오면 영상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수술대 뒤로 수많은 인간의 몸통과 팔다리가 쌓여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중 수술대에 눕혀질 정도로 멀쩡한 당신의 모습은,
부서진 것 이후 겨우 열 번에 불과합니다.
강해안은 그런 당신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에 등장하는 강해안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가고.
표정은 무미건조해집니다.
옷자락에 질척한 피가 묻는 일도 많습니다.
당신이 아는 강해안이 영상 속에서
혼자 서서히 나이 들며 흐려져 갑니다.
한참 영상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온전한 ‘12번째의 당신’이 수술대에 눕혀진 화면이 보입니다.
...그리고, 영상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강해안은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살점을
만지고, 가르고, 죽이고 생을 부여하며 오만하며 모독적인 행위를 저지른건가요.
류현, SanC (1/1d3)
류현:
SAN Roll
기준치:
77/38/15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손길,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
강해안:..류 현.
가라 앉은 목소리의 강해안입니다.
류현:(손길 뿌리치려 듭니다.) 역겨운 사람 같으니.
이건 살려낸 것도 뭣도 아닌데.
강해안:글쎄, 적어도 살아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가. (눈 가늘게 뜨고는 뿌리쳐진 손의 손목을 잡아 돌립니다.) 그게 아무리 개같은 너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적어도 난, 네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법 놀라워서.
류현:복제가 어떻게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있겠나요? 아뇨. 없어요. 당신은 애초부터 실패했던 거야.
아, 근데요. 난 이렇게... 살아서, 당신 얼굴 보는 것이 더 싫은데.
왜 이렇게 날 살린 거죠?
강해안:..살기 위해서? 가만히 죽고 싶진 않았거든.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네가 지금은 살아있어야 하거든. (짧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가 내립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내가, 이야기한 적 있었나. 피차일반이야. 나도 처음부터 류현, 네 얼굴을 별로 보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
네가 가장, 나와 감정의 골이 깊으니까. 그래서 너를 선택해 살리려고 한 것 뿐이야.
류현:이봐요. 알죠?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죽는 거. 겨우 내 삶의 미련을 떨쳐 얌전히 죽어줬는데. 난 당신의 삶의 양분으로 살아가고 싶진 않은데도! (따라 입꼬리 끌어올려선.)
그래서, 뭐. 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어디 당신의 계획이나 들어보자고요.
강해안:정확히 모든 걸 말해주기엔 복잡해서 이야길 못해주겠지만... (눈 가늘게 떴다가 스크린 쪽으로 향합니다.) 류 현, 너와 같이 갈 곳이 있어.
몇 걸음 걸어간 강해안이 흐린 빛이 비추는 스크린을 찢으면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 손잡이를 강해안이 먼저 잡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따라오라는 듯.
...이번에는, 강해안과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강해안:난 네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기를, 정말로 고대했거든.
그렇게 말하는 강해안의 표정은
문가에 비춰지는 흐린 빛을 타고
흐릿하게나마 웃는 것처럼 보입니다.
류현:(허...) 아, 그래요. 들어가보자고요. (검은 문으로 따라 들어가봅니다.)
문을 열면,
높은 계단 몇 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바스라져 내려오는 하늘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
화원과는 대비되게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맞을 것을 직감했기에
더 진한 생명의 향기가 가득한 실내 화원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화원의 입구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저 꽃은
당신의 머리를, 눈을 닮은 꽃입니다.
강해안은 당신이 뭐라 따져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강해안:..이유는 모르겠지만, 류현, 네가 좋아할 법한 것들로 꾸며야할 것 같았거든. 뭐, 실제로는 내가 뭘 하든 싫어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그대를 싫어하듯이.
유독 신경쓰게 되더라고. 여기만큼은.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인 풍경에 시선이 갑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처음에는 눈으로 착각했던 하늘의 파편들이
이내 이것이 눈이 아닌 물리적인 무언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의 형태로 느리게 떨어져내립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 앞으로, 머리 위로 느껴지는 모든 풍경들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이 없습니다.
강해안은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당신을 힐끗 보고는 화원의 아름답게 꾸며진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따라 갈까요, 류현?
류현:(따라갑니다. 일단은요, 일단은... 순순히.)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요.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원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는 그 정 가운데,
어떠한 의식의 일환마냥 강해안은 당신을 데리고 그 곳에 섭니다.
그리고,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조용하게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강해안:류 현,
역겹도록 증오하는 사람이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습니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강해안은 말을 이어갑니다.
강해안:그대의 숨을... 나한테 줘.
강해안은 그의 손으로 아주 다정하게 당신의 목덜미에 겹칩니다.
그 손길이, 마치…
처음 당신이 눈을 떴을 때 느꼈던 것보다도,
한껏 견고하고 집착이 서려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망설이다니요,
당신을 바라보는 강해안의 눈빛에 그런 것이 느껴지나요?
아릿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목덜미를 덮은 그의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갑니다.
이대로라면 당신의 숨을, 그에게 주고 맙니다.
정말 그에게 당신은 이정도의 의미였나요?
무엇을 위한 대체품인가요?
당신은 이 종말을 납득할 수 있나요.
이것도 하나의 운명일 뿐이니,
또 한 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자, 류현.
선택의 시간입니다.
류현:(목에 닿는 소름끼치는 감각. 자연히 받아들이려던 참에... 손으로 손길을 쳐냅니다. 그럼요. 역겨운 손길을 곧이곧대로 받아낼리가···)
봐요. 누님. 다시금 알려드리겠지만요. 난 내가 우위를 점해야만 하는 사람이거든요. 날 이렇게 살려낸 것은, 그러니까... 당신의 잘못이었어. (손은 해안의 목으로 향해, 목을 졸라봅니다. 그러게. 내 삶의 미련을 살리지 말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