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 린하브 ] 달의 비명
TRPG PlayLog/그 외

의 비명

Kpc.하브 | Pc.K | W.양마키

플레이타임 : 18H

 

 

 

 

 

커다란 달이 뜨는 밤, 비명소리가 들리고

아침이 떠오르는 날, 뜯어 먹힌 시체들이 거리에 널려있다.

 

 

 
 
-
 
──────────────────
 
CoC 시나리오
 
《달의 비명》
 
GM 이스
 
PL 헤인
 
2022.04.01
 
──────────────────
 
::...
적막한 아침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당신을 반겨줍니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이곳은 ...
산속의 외진 작은 연구소입니다.
당신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죠.
 
::당신은 어디에서 자고 있었나요?
 
K:(잔 건 아니고? 의자에서 졸고 있었던 듯 합니다.)
 
::좋습니다.
당신은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이제 막 잠을 떨칩니다.
최근 상류층의 자질구레한 연구 의뢰가 많아 피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능한 당신이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요.
연구소의 재정상태가 좋지 못해 거의 마지못해 맡은 일들이었지요.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을 시키련지.
 
::...
똑똑
적막을 깨뜨리는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K:(하, 뭔 생각만 하면 계속... 돈은 준다지만 자주면 귀찮은데... 속으로 생각하다 부스스한 머리 대충 다시 묶고는 문 앞을 향해갑니다.) ...누구십니까.
 
연구원: 소장님, 신문 드리러 왔습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K:아, 그래. (윗 나리들은 아닌가보군. 중얼거리며 문을 살짝 열어줍니다. 나머진 알아서 열고.)
 
::(당신이 허락하면, 연구원은 정중히 신문과 함께 커피잔을 들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갓 내린 따뜻한 커피잔을 놓은 뒤, 문을 조심히 닫고 사라집니다.)
 
K:(다른 말 안 붙이고 나가주는 걸 보니 눈치는 나쁘지 않은 연구원이었나봅니다. 아직 향이 짙게 나는 커피잔을 손에 쥐고 한 모금 마시며, 신문을 읽어봅니다.)
 
::아마 ... 당신에게 들을 잔소리가 무서웠던게 아닐까 싶어요. 평소를 생각하면 말이죠.
신문은 오늘자 신문입니다.
1면에는 제일 크게 무언가가 대서특필 되어있네요.
’늑대 인간 사건’. 오랜 수사 끝에 마침내 범인 검거 후 총으로 사살. 이후 시체는 경찰 측에서 조사 후 처분 되었다고 한다.』
요새 세간에 떠들썩한 연쇄 살인 사건이죠.
늑대 인간이라니.
 
::범인의 모습이 흡사 늑대와도 같은 분위기라 해서 이리 붙였던가요.
지능 판정합니다.
 
K: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늑대 인간이라뇨.
허황된 기사 제목에 맥이 빠집니다.
그래도 범인을 잡았다고 하니 마음을 놔도 좋을까요?
당신은 어떤가요?
 
K:적어도 늑대인간이면 인간보다는 재미있어보이는데.. (잡아 죽였다니 더 할 말은 없군. 커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가만 신문을 바라봅니다.) 뭐, 연쇄살인이면 귀족나리들은 특히 불안하기야 하겠지만..
 
::제법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이미 죽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곧 다시 노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건 ...
영 느낌이 좋지 않네요. 찝찝하다고 해야할지.
 
연구원: 소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K:(손님이라면.. 감이 안 좋군. 올 사람이 그 분들 밖에 더 있나.) 알았어, 곧 나가지. (작게 머리를 한 번 쓸어올렸다가, 신문과 커피잔을 내려놓고 방문 밖으로 내섭니다.)
 
::당신의 짐작이 아마 맞을 겁니다. 찾아올 사람은 한 부류밖에 없죠.
이제는 찾아온다는 말도 없이 바로 들어오는 꼴이라뇨.
연구원은 손님을 응접실에 모셔두었다고 이야기하고, 할 일을 하러 갑니다.
 
K:하아... 급한 일인가, 자질구레한 일들은 이제 좀 사양이라고. 흥미도 없는 연구 계속 하기도 지겨운데.. (조금은 불만섞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리고는 응접실로 향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응접실로 가면,
윌리엄 백작이 소파에 앉아있습니다. 언제나 당신에게 연구거리를 주는 늙은 남성입니다.
지난번에는 고양이털이 날리지 않도록 하는 약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던가요?
하여간 귀족들이란!
 
윌리엄 백작:오, K!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하네. (털털하게 웃는다.)
 
K:예. 안녕하셨습니까, 윌리엄 백작님. (짧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곤) 말씀대로 연락도 없이 오신 걸 보면.. 급한 일이신겁니까?
 
윌리엄 백작:그렇지. 그렇고말고. 급한 일이야! (퍽이나 즐거운듯)
자네를 위한 특별한 일거리라네! 이 일만 해결되면 한동안은 편해질게야.
 
K:백작님께서도 즐거워보이시는데 말입니다. 제게도 흥미로운 거라면 좋겠네요. (느릿하게 눈 한 번 깜박이고는) 그건.. 듣던 중 나쁘지 않은 소식이군요, 이번에 맡기실 일은 무엇입니까?
 
윌리엄 백작:다름이 아니라 ... (양손을 맞대고 비빈다.) 이번에 늑대 인간 사건이 있지 않았나.
그 범인을 우리가 ... 포획해뒀거든.
다들 그 괴물의 힘을 탐내서 말일세.
 
K:흠. (눈 가늘게 뜨더니 제 입가를 손으로 한 번 가렸다가 내립니다.) 그러니까.. 신문에는 거짓 기사를 내보내신 겁니까? 오늘 아침엔 나온 신문은 이미 읽어본 터라서요. 분명 사살했다고 들었는데요.
 
윌리엄 백작:뭐어, 공식적으론 그렇네만... (능청스럽게 으쓱인다.) 그냥 두면 시끄러울 것 아닌가?
처분하긴 참으로 아깝고. 그 힘을 이용하면 우린 강한 군사력을 얻을 수 있게 될걸세. 그러니 연구를 위해 생포했지. (만족스러운 웃음)
 
K:(확실히 그렇기야 하지. 하지만 되려 숨겼다는 게 밝혀지면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을 텐데. 그 가능성은 고려를 안 한 건가? 시민들 정도야 내 알 바는 아니긴 하다만.. 짧은 시간 내에 생각을 마치곤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맡길 일이라는 게.. 그 늑대인간 사건의 범인..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범인의 힘에 대한 연구...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더니.) 맡기신다면 수락하겠습니다. (뭐, 언제는 거절했나 싶긴 하지만.)
 
윌리엄 백작:아아, 자네한테 맡길건 본격적인 연구에 앞선 예비 연구일세. 자세한 연구는 대형 연구소에서 진행할 예정이야.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다는듯 자연스럽게 계약서를 꺼내며..)
그전까지 관리할 곳이 마땅히 없어서 말이지. 자네 연구소 주변은 인적이 드물지 않나? 혹여 ...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러니, 사람 하나쯤 죽어도..) 아무도 모르지.
 
K:네, 괜찮을 겁니다.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오면 미친 놈 취급 받을 지경인 곳이니까요. (건조한 농담일 겁니다. 아마. 옆쪽에 마련된 깃펜을 손으로 들더니 계약서를 바라봅니다. 예비 연구라고 한들 지금까지 맡았던 것들 보다는 흥미로우니.. 수락해야죠. 대형 연구소에서 알아가기 전에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적으로 실험해봐도 괜찮을 거고.. 음. 뭐,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계약서는 ... 얼핏 보기엔 연구의뢰와 금액이 적혀있는 통상의 계약서처럼 보입니다. 불법적인 일이다보니 상세한 내용은 숨긴 것이겠죠. 이런 적은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윌리엄 백작:곧 내 사람들이 자네의 연구소에 그것을 데리고 올 거라네.
 
K:(고갤 끄덕이고는 계약서에 가볍게 사인을 합니다.) 자리를 마련해두겠습니다.
 
::서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창밖에 무언가를 실은 마차가 보이네요. 아무래도 도착한 모양입니다.
 
윌리엄 백작:내려가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K:예. (변화 없이 덤덤한 표정으로 응접실 밖으로 나섭니다.)
 
::백작과 함께 연구소 정문까지 나가면,
백작의 호위 기사가 당신을 보며 정중히 인사합니다.
꽤나 걱정스러운 듯이 당신을 보고 있네요.
곧 그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마차에 실린 그것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철창의 문이 열리고,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나며,
 
::곧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은 ...
 
하브:...
 
::겉보기에는 인간과 닮은 외형입니다. 전혀 늑대처럼 보이지 않아요.
입에는 입마개가 채워져 있으며, 날카로운 손발톱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족쇄로 단단히 채워져 있습니다.
입마개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이,
묘하게 새카만 눈동자가,
일반적이라면 소름이 끼칠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K:(소름이라고 할 정도로 오싹한 감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보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되려 시선을 피하기보다는 마주한다는, 아니, 훑어본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당신은 그것을 천천히 훑어봅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것은 ...
마차에서 내릴 때 부터 당신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허한 눈으로, 물끄러미요.
백작이 그것을 보고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의 어깨를 힘내라는 듯이 툭, 건드립니다.
 
윌리엄 백작:최대한 빨리 연구준비를 해놓겠네. 그때까지만 수고하게나.
이번에도 무사히 일을 마치길 바라지.
 
K:백작님께서 딱히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늘 그래왔듯이요. (그리 이야기하곤 고개를 숙입니다. 인사겠죠, 아마.)
 
::백작은 고개를 적당히 까닥이곤, 도망치듯 마차로 들어갑니다. 겁이라도 먹은 모양이죠.
호위기사들이 그것을 당신 연구소의 지하실까지 옮겨줍니다.
그리고 지하실 벽에 족쇄로 단단히 구속합니다.
 
호위기사: 족쇄가 단단하니 안전할겁니다만,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족쇄의 열쇠를 당신에게 건넵니다.)
 
K:(열쇠를 건네 받곤) 그러도록 하지, 따로 주의하거나 알아야할 점은 없고?
 
호위기사: 물릴 수 있으니 입마개를 풀 때엔 주의하셔야 하는 것 외에는 ... 가끔 날뛰긴 합니다만, 단단히 묶어두면 별일 없을겁니다.
(꾸벅 인사하고 연구소를 나섭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K: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기사들끼리 무어라 작게 소곤거리는 것 같은데 ... 잘 들리지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선 그리 좋은 내용은 아닌 것 같네요.
 
K:(해봤자 욕이나 걱정이거나 그런 거밖에 더 있겠나, 싶어 적당히 넘깁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지하실에는 당신과 그것, 단 둘만이 남습니다.
순식간에 적막해졌네요.
무거운 공기가 흐릅니다. 이런건 길러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하브:... ... .
... 안녕하세요.
 
K:안녕... (눈 깜박이며 가만히 마주하다 고갤 기울이곤.) 이 정도면.. 인간이라고 생각될 정도..네. (뭐, 늑대 인간도 인간은 맞으려나. 그리 생각합니다.) 이름은 있나?
 
하브:그런가요. ... 그 말대로예요.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구속구에도 불편한 기색은 그다지 없습니다. 꼬리가 가볍게 흔들거립니다.) 저는 하브라고 해요. ... 이름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은 이름이 뭔가요.
 
K:그래 보여, 당장은. (얌전해보이긴 했다. 움직일 기색도 저항할 기색도 없어보이니까. 이러는 걸 보니 뭐.. 저건 딱히 안 풀어줘도 될 것 같은데, 보기에도 이 쪽이 편한 듯.) 하브.. (이름이 있긴 있군 그래. 늑대 인간이길래 혹시나 없을까 싶기도 했지만..) K, 케이. 적당히 부르고 뭐고 할 것도 없지만.. 이름이 편하면 이름으로 부르고, 외우기 싫으면 소장님 정도로 부르던지.
 
하브:케이 ... 케이 씨. (몇 번인가 입안에서 곱씹고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 위험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 (양손을 들고 족쇄를 내밉니다. 조금은 애처롭게 양쪽 귀를 축 늘어뜨리고) ...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갑갑해요. 불편하고요.
 
::심리학 판정할 수 있습니다.
 
K:
심리학
기준치: 55/27/11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정말 풀어줘도 되는 걸까요? 비록 표정은 없지만, 애원하는 모습이 꼭 진짜 같습니다.
 
K:(물끄러미 보다가) 어떤 식으로든 난리만 안 친다고 약속하면. 적어도 난 내 연구소 더럽혀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거든.. (열쇠를 손가락에 걸고는 몇 번 빙글 돌리다가 잡습니다.)
(솔직히 약속... 같은 건 의미가 없는데. 이 인간이랑 서류상의 계약같은 걸 할 수도 없잖아?)
 
하브:약속할게요. ... 여기에 얌전히 있을게요. 정말로요.
 
::... 정말 풀어주나요?
 
K:(가볍게 머리 툭.) 네가 내일까지 얌전히 버티면. 나도 돈 받고 하는 입장이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 마음 같아선 풀어놓고 보고 싶긴 한데.. 당장은 네가 이해해. 양해를 구하는 건 아니고, 그래야 돼.
 
하브:(잠시 당신을 올려다보다가, 명백하게 실망했다는 기색으로 벽에 몸을 기댑니다.) ... 아쉽네요.
 
K:그렇게 실망하면 내가 내일 풀어주겠다는 말도 지켜줄 지는 모르겠는데? (눈 가늘게 뜨며 흘겨보고는 몸을 돌립니다.)
 
하브:아, ... (그 뒷모습을 붙잡으려는듯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가, 벽에 이어진 족쇄에 의해 저지됩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K:(이런 거에도 쉽게 잘못을 시인하는 인간이 연쇄 살인마라, 다중 인격? 아니면 폭주? 특정 조건 같은 게 있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가던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 물끄러미 너를 바라본다.) 너, 정말 사람을 죽였어?
 
하브:(힐끔, 눈만 들어 올려다본다.) ... ... 네.
제가 죽였어요. ... 본능을 쫓다 보니, 어쩔 수 없이요.
 
K:본능이라... 충동적인 성격인가보네. (제 입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뗀다.) 자극적인 것만 쫓는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뭐라고 불러줄까. 살인마? 아, 이름으로 불러달랬던가..
 
하브:... 케이 씨에겐 해 끼치지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마냥 눈을 내리깐다.) 이름이 좋아요. 그치만 케이 씨가 좋으신 쪽이라면 상관 없어요. ... (그리 말하면서도 울적한지 꼬리는 축 늘어뜨린 채다.)
 
K:나에게만..? 다른 애들한테는 하겠다는 뜻? (사실 다른 사람의 목숨따위 상관은 없지만, 구태여 물어보긴 해야겠지. 사람 한 둘 죽는 거야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존재가 눈에 띄면 곤란해지는 건 맞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할 거면 언행일치 좀 시키던가.. (쯧, 짧게 혀를 차는 소리를 내고는) 필요한 게... 있나? 아, 족쇄 풀어주는 건 빼고. 마실거나 먹을 거 정도는.. 죽이면 안 되니 주기야 하겠지만...
 
하브:글쎄요. ... 케이 씨가 아니더라도 싫으신 건가요. (상관 없지 않나요. 덧붙이며 다시 힐끔, 애매하게 대답을 흐리곤) ... 역시 이름을 불러주세요. 살인마라고 불리는 건 ... 슬퍼요. (몸을 잘게 떤다.)
그럼, ...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풀어달라는 말은 더 안 할게요.
 
K:상관이야 없다지만 다른 애들이 도망이라도 쳐서 알려지면 내가 곤란해지긴 하니 말이야. (확답은 아닌 걸 보니 접근할 때 주의하라곤 언질을 줘야겠군. 그래도 무시한다면 그건 그 애들 책임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이어진 말에 한숨을 내쉰다. 사람 죽여놓고 그리 불리는 건 또 싫다니 어려운 놈이네.) 그래, 하브. 일단 이야기는 해봐, 들어줄지 말지는 그 후에 결정할테니..
 
하브:(눈 동글동글.. 차가운 모습에 거절당할거라 지레 짐작했던지) 절 자주 찾아와주세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저를 봐주세요. (미약한 기대어린 모습이 마치 애정을 갈구하는 작은 동물같다.) 이것만 들어주신다면, ... 케이 씨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다른 분들께도 해 끼치지 않고, 얌전히 있을게요.
 
K:그건 아마 네가 이야기 안 했어도 왔을 걸. 네게 흥미가 없는 건 아니라서 말이야.. (백작이 알면 연구에 차질이 생긴다느니 뭐라고 할 지도 모르니까.. 입을 다무는 편이 낫겠지. 관찰 정도야 해야 될 거라 생각한 터였다. 그럴 각오는 하고 맡긴 거겠지, 자주 봤다던 백작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닐테고.) 물론 자주...는 애매하겠지만. 못해도 하루에 한 두 번씩은 올 거야. 그걸로도 네게 부족하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지만.
 
하브:네. ... 그것만으로도 저는 좋아요.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브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빤히 바라보는 그 눈빛이 ...
기분탓일까요?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듯 합니다.
 
K:(쯧, 저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립니다. 본능에 따른다, 어쩐다 하더니 역시 버릇 없군.)
 
::겉모습은 인간과 흡사하지만, 역시나 짐승에 불과한 걸까요? 유독 불편한 기분입니다.
잠시 뒤, 서늘한 공기를 깨는 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옵니다.
 
연구원: 소장님! 백작님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K:백작...(님)께? 가져왔어? 왔으면 주고,,, 안 가지고 왔으면 내가 올라가지.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연구원이 조심조심 지하로 내려옵니다. 구속돼있는 하브를 보곤 흠칫, 몸을 물렸다가 ... 당신에게 편지를 건넵니다.
그리곤 더이상 그 공간에 있기 싫다는 듯 얼른 올라가버리네요.
 
K:(겉면부터 뒷면까지 가볍게 훑어보고 편지를 열어봅니다.)
 
::끈으로 묶인 편지입니다. 꽤나 정성들여 포장되어 있습니다.
발송인은 윌리엄 백작이네요.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분명 관리라고만 했을텐데. 뻔뻔하게도 위험한 일을 시키네요.
그동안 밉보일만한 행동을 했던가요?
찝찝한 기분과 함께 ... 편지 뒷장을 발견합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지금 시간은 낮 12시입니다.
갑작스럽게 맡게된 일이 ...
성가실까요? 아니면, 오히려 당신에겐 재미있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지능 판정합니다.
 
K: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지만 눈앞의 이것에게 위험요소가 가득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연구소와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혹은, 대상의 탐구를 위해서라도 늑대인간에 대한 정보를 개인적으로 조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K:(어지간히 귀찮게도 하는 군... 피 체취는 저녁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 정보수집 쪽으로 먼저 할까. 어디로 가보는 게 좋으려나.)
 
::정리하자면, 오늘의 할 일은 혈액의 채취와 보고서 작성, 정보 수집이 되겠습니다.
분명, 연구소의 2층에 서적을 모아둔 자료실이 있었죠.
소장실 옆에 말이에요.
 
하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당신이 편지를 읽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K:나중에 오도록하지, 얌전히 있어. (느껴지는 시선에 힐끗 너를 돌아보았다가 아무 말 없이 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곤 몸을 돌립니다. 자료실로 먼저 향해요.)
 
하브:네에. ...
 
::자료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자료실입니다. 자료의 양 만큼은 상당히 많습니다.
살펴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군요.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K: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으음 ... 아무래도 혼자서 찾아보기엔 힘들어 보입니다. 이곳을 관리하는 연구원에게 물어보는게 더 빠를 것 같네요.
 
연구원: (마침 자료를 정리하던 중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옵니다.) 찾으시는 자료라도 있으신가요?
 
K:늑대 인간, 혹은 늑대 인간 사건.. 연쇄 살인에 대한 걸 조사 좀 해보려고 하는데.. 관련 책자들 좀 찾아서 정리해줘. (그리고 정리 똑바로 해놓으라고 해. 찾기 어렵게 섞어두지 말고.)
 
::연구원은 죄송하다며 복창하곤 유독 정리가 안 된 책장 하나를 빠르게 뒤집니다.
책 한권을 꺼낼 때 마다 먼지가 날리네요.
그리고 머지 않아, 표지가 없는 책 한권을 당신에게 건넵니다.
 
연구원: 아마 이 책에 있을겁니다, 소장님. 미신에 관한 책은 많이 두지 않는지라 ...
 
K:그건 원래 관심 없으니 많이 없는 게 맞고. (건네진 책을 둘러다보다 펼칩니다. 먼지..)
 
::책을 훌훌 넘기다 보면, 익숙한 단어가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늑대 인간
제대로 살펴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일지는 딱 그곳에서 끝납니다.
 
K:정말 별 거 없군 그래... (눈 가늘게 뜨더니 백지 두 장에 유려한 필체로 내용을 옮겨적습니다. 뭐, 일단 보내긴 해야 하니까. 하나는 내가 갖고.)
 
::당신이 책을 살펴보는 사이에, 책장을 좀 더 뒤적이던 연구원이 곤란하다는듯 인상을 씁니다.
 
연구원: 분명 그 뒷권이 한 권 더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이 칸은 거의 폐기한 자료들이다 보니까 ... 꼭 필요하시다면 찾는대로 바로 전달드리겠습니다.
 
K:그럼 그건 찾아보고 있으면 나중에 소장실로 가져와. (다 보고, 옮겨적기까지 마치자 책을 다시금 연구원에게 넘겨줍니다.)
 
연구원: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져오겠습니다. (할일 쌓여있는데 더 허름해진 표정)
 
::연구원은 허름해진 채 자료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더 없을 것 같네요.
 
K:(흠, 그러면... 특이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나, 그거에 대한 보고서 작성은 어차피 내려갔다 온 다음에 해야하고..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내려가야지- 새각합니다.)
(생각.)
 
::자료실을 나서면, 시간이 꽤나 흘렀습니다. 커피 한 잔 하고 가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혈액 채취 정도야, 오래 걸리진 않겠죠.
도구가 있었던가요? 챙겨가는 편이 좋겠네요.
 
K:(소장실에 메스 정도는 있겠지. 그걸로 부족하려나.. 총은 시끄러우니까 이왕이면 나이프가 더 나을 것 같고..)
 
::메스... 나이프? 혹시 모르니 둘 다 챙겨가봅시다. 피를 담을 용기도 가져가면 준비는 완벽합니다.
 
K:(일단 혈액용 팩이랑 혹시 모르니.. 마취제가 담긴 주사기도 하나 챙겨갑니다.)
 
::도구를 챙기고, 하브가 있는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니, 여유롭게 앉아있는 하브가 보입니다.
 
하브:이제 오셨나요. (반짝, 눈을 빛내며 몸을 바로세워 앉는다. 꼬리도 가볍게 살랑이고..) ... 그 사이에 풀어줄 맘이 드신거죠.
(물끄러미 손에 들린 것들을 바라보다가) ... 그건 뭔가요.
 
K:내가 하고 싶은 게 조금 생겨서. 풀어줄 마음은 없고.. (아까와는 다르게 명백히 옅게나마 웃는 낯. 손에 든 나이프를 가볍게 한 번 돌리곤 네 앞으로 다가섭니다.) 뭐, 타의 반, 자의 반 정도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네.. 높으신 나으리께서 필요하시다잖니.
 
하브:(다소 불안한 낯으로 올려다본다. 눈앞에 네 그림자가 드리운다.) ... ... 절 죽이실건가요?
 
K:아까 이야기했잖아, 죽이면 안 된다고. 죽여서도 안 되고, 죽일 생각도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좋겠지만... (눈꼬리가 곱게도 휘어진다.) 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걱정하는 게 좋겠지?
 
하브:... 죽이시려는게 아니라면 괜찮아요. (오히려 안도했다는듯 잠깐이나마 미미한 미소까지 보인다.) 케이 씨가 원하시는 것을 드릴게요. 얼마든지요. ...
이렇게 하면 될까요. ... (구속된 양 팔을 들어 네게 내민다.)
 
K:...이 편이 편하기야 하겠지만 재미 없는 건 싫은데. (되려 지어지는 미소에ㅔ 반대로 입꼬리가 뚝, 떨어지고 만다. 순종적인 건 좋지만 차라리 두려워하는 쪽이 훨씬 더 즐거우니까. 팔을 손으로 살짝 내린다.) 날 본지 얼마나 됐다고 원하는 걸 내어준다는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거 대신에 앓는 비명이라도 내면 좋겠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으나 그리 생각하며 가볍게 네 목을 손으로 세게 쥐며 나이프를 허벅지에 깊게 박아 넣는다.)
 
하브:(예기치 못하게 숨결이 틀어막힌다. 콜록, 기침을 뱉으며 널 올려다보지만, 상처로 인해 괴로운 기색은 아니다. 느지막히 쥐어진 숨 틈새로 눌린 목소리를 내보낸다.) ... ... 조금만 더요.
그 정도로는 부족해요. 조금만 더.
그러니까 ... ... (다리를 자르기 직전까지요.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거리가 있음에도 귓가에 속삭이듯 하다.)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이프를 박은 부위의 상처가 빠르게 낫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바로 새살이 돋아나는 것이, 어딘가 기이합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K: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K:(역시 인간은 아니군. 그런 결론을 머릿 속으로 내곤 나이프를 박은 그 상태에서 나이프를 비틉니다. 목은 여전히 네 숨을 그러쥔 채로.) 하브, 난 네가 조금 더 괴로워했으면 좋겠어... 이래선 예뻐해줄 마음도 들질 않잖아.. (나지막히 내뱉고는 나이프는 그대로 둔 채 손을 떼고, 주머니에서 남은 메스 한 자루를 꺼내 어깨 부근에 박아 꾹, 누릅니다.) 네 피가 필요한데.. 금방 될 지는 모르겠다.
 
하브:아, ... (살갗을 후벼파이는 통증에 짧게 숨을 내쉰다.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사지의 두 부위에 날붙이가 꽂힌 모습은 흡사 박제되어가는 표본을 연상케한다.) 죄송해요. ... 이런 건 익숙한걸요. (목을 조여진 탓에 이제는 거의 바람소리처럼 들리는 속삭임. 여전히, 피는 나오지 않는다.)
그치만, ... 예쁨 받고 싶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 (절그럭, 족쇄가 채워진 손을 간신히 뻗어 네 손을 감싼다. 그리고 꾸욱, 힘주어 누른다. 살을 찢고 뼈를 긁는 감각이 메스를 통해 전달될테다.)
 
K:하. (내뱉어진 것은 헛웃음. 결국 네 목을 쥐던 손에서는 힘을 빼고 팔을 내린다. 네가 잡은 손 마저도 뿌리치곤, 나이프와 메스, 두 날붙이를 전부 빼어내 바닥에 던졌다.) ...마음에 안 들어. (쯧. 혀를 차는 소리를 내곤 네게서 한 두발 멀어졌다.) 익숙하다면 이런 건 더 해도 의미가 없는 거 아니겠어. 계속해서 같은 결과만 나오고 표정에도, 소리에도 변화가 없다면.. (흘겨보더니 고갤 돌린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해주는 게 더 좋은 표정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안 그래?
 
하브:... 케이 씨...? (상처는 빠르게 나았다. 그러나 차갑게 날붙이가 부딪는 소리와 함께, 얼떨떨한 표정은 어느새 예의 불안감으로 채워진다.) 그렇지만 ... ... 제가 필요하시잖아요. 아닌가요. 제, 제게서 원하는 것이 있으시잖아요. (확신없는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린다.)
피 흘리고 싶어요. 그렇게 되게 해주세요. ... 제가 필요하다고 해주세요, 제발요. (고개를 점차 떨구며 흐느끼듯 중얼거린다.)
 
K:네가 필요한 건 맞아, 널 보낼 때까지는 내가 관리해야하고, 그 이후의 일은 내 알바가 아니긴 하지만.. 당장에는 귀족 나으리께서 네 피가 필요하시다는데 어쩌겠어. 그래서 요구도 들어주면서 내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근처에 있는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앉아서는 턱을 괴고 너를 바라본다.) 피를 낼 수도 없는 신체에, 계속해서 내가 이 짓을 하는 것도 시간 낭비, 체력 낭비지. 적어도 작업하는 동안 볼 예쁜 표정 정도는 기대했는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긋 웃는다.) 지금 표정이 더 예쁜 것 같아서 말이야.. 해주기 싫어졌어. 네가 원한다고 해서, 내가 꼭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하브:... ... 죄송해요. (실망한 눈빛이, 싫은 기색이 두려운지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네 웃음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잘그락, 꼬리를 둥그렇게 말고 몸을 웅크리며 얼굴을 제 무릎에 묻은 채 웅얼거리듯한, 자책어린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런 몸이라서, 이렇게 태어나서 죄송해요. ... (훌쩍) 죄송해요 ... ...
 
K:... (역시 이 편이 좋은데. 당장에 너를 달래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우는 모습이, 움추려드는 모습이 저에게 있어서는 꽤나 보기 좋았기에. 하지만 계속 이렇게 굴면 이곳에서 빠져나가려 하려나.) 그렇게 태어난 것 자체는 네가 죄송할 만한 일은 아닌데.. (초면이라고는 한들 당장의 위치관계가 나쁘지 않다. 그러니 상과 벌은 명확해야지. 네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들어올리고는 얼굴을 쓸어준다.) 적어도 이렇게 된 게 네가 원해서 한 건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죽는 건 두렵고, 상처는 두렵지 않아보이는 게 신기하기는 하다만.
 
하브:(지하실의 촛불 몇 개 만이 눈물로 번들거리는 낯을 비춘다.) 조금만 견디면 금방 나아지니까. ... ... (울음을 간신히 참으려 입을 꾹 다문 채, 젖은 눈이 널 올려다본다. 무엇이 두려운지 떨리는 눈동자, 네 손길에 의지하고, 나아가 갈구하는 표정. 명백한 상하관계다.) 용서해주시는 건가요. ...
 
K:그렇다기엔 상당히 격하게 원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견디는 것과 원하는 건 다른 문제지, 안 그래? (너를 처음 보았을 때도 느껴지지 않았던 오싹함이 이제 느껴진다. 비록 이것은 두려움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었지만. 부드럽게 몇 번 얼굴을 쓸어내며 너를 바라보곤, 천천히 말을 고른다.) 글쎄, 용서라고 하기엔 딱히 너한테 화난 건 아니라서. 기대한 게 있어서 실망은 맞긴 하지만..
 
하브:원하는 것인지는, ... (기운없이 시선을 떨궜다가, 다시 널 올려다본다. 커다란 귀의 움직임도 그에 따라 까닥인다.) ...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그럴지도 몰라요. 피를 제대로 흘려본 적은 한 번밖에 없었으니까. ... (잠시 눈을 감고 손길을 느낀다. 네가 어떤 고양감을 느끼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네 자비가 다정하다고만 생각했다.) 케이 씨가 저 때문에 화나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절 싫어하게 되실테니까. ...
 
K:....생각보다 네가 내게 건 기대가 큰 것 같구나.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었니? (입마개 너머로 보이는 뾰족한 송곳니를 바라본다. 꽤 날카로웠으니, 물리면 피를 내는 쪽은 내가 되겠군. 있을 리 없는 가정을 내며 작은 중얼거림이나 흘려본다.) 못해줄 리는 없어, 동시에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 뭐... 당장에 네게 피를 낼 수 없으니 널 두고 보고서 작성은 하러 가야겠지만. (어쩌면 편지를 의심하고 내일 백작이 올 지도 모르겠군.. 쯧, 귀찮게 스리. 짧은 생각을 마치곤 나이프와 메스를 주워들고 검은색 손수건으로 닦아낸다.) 그치만 적어도... 고통이 네게 나쁘지 않은 재료인 것 같아 다행이구나.
 
하브:저는, ... (무언가를 말하려다, 조용히 입을 다문다. 말 못할 무언가가 있는 것일지, 혹은 그저 숨기는 것일지.) ... 그냥요.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간은 처음이라서. ... 그래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그 생각대로 날카로운 송곳니는 마음만 먹는다면 네 몸을 쉽게 꿰뚫을테다. 그러나 그럴만한 위협은 내비치지 않으니 다행이라 할까. 이 늑대인간은 네 앞에선 온순하게 길들여진 개나 다름없는 듯 하다.)
... 벌써 가실건가요. ... ...
 
::심리학 판정 가능합니다.
 
K:
심리학
기준치: 55/27/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씁쓸해 보이는 건가요?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어쩐지 ... 숨기고 있는 감정이 부정적인 쪽은 아닌 듯 해요.
 
하브:금방 다시 와주실거죠. ... 케이 씨가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K:(...상당히 감정적인 것 같아보이는데. 공허해 보이는, 텅 빈 눈동자를 알고 있기에 조금은 모순적이라고 생각됐을까.) 금방일지는 모르겠고. 내일 아침이 될 수도 있고, 내일 밤이 될 수도 있지.. 일단 내 할 일은 해야 하니까.
 
하브:또 와주세요. 계속 기다릴게요. ... (다시 꾸물꾸물 구석으로 움직이곤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케이 씨도, 케이 씨가 제게 주실 그 어떤 것도 ... ...
 
K:얌전히 기다린다면야 오지 못할 것도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 번 흘겨보곤 그대로 지하실을 나섭니다.)
 
::지하실을 나서면, 어느새 늦은 시간입니다.
벌써 저녁인 것 같군요. 혈액 채취는 실패했지만, 보고서를 써둘까요?
 
K:(빨리 보고서 마무리 하고 편지 보낼 준비나 해야겠네.. 소장실로 들어가 조용히 종이와 펜을 들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연구소장인 당신에게 보고서 작성쯤은 일도 아니죠. 적당히 적어도 괜찮을거예요.
회복력에 관해선 언급해두는 편이 좋겠네요.
그렇게 보고서를 작성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서와 혈액 샘플을 가지러 사람이 옵니다.
혈액 채취에는 실패했습니다. 믿지 않으셔도 덧붙일 말은 없지만, 원하신다면 직접 찾아오셔서 확인해보셔도 무관합니다.
평범한 인간들에 비해 회복력이 상당히 빠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처를 내어도 금세 아물 수 있는 능력, 내지는 회복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해당 사항이 혈액 채취 실패의 원인입니다.
Ps.늑대인간에 관한 자료도 함께 동봉해서 보내니 확인 바랍니다.
(라고 적혀있는 보고서가 담긴 편지봉투를 내밉니다.)
 
::백작의 사용인은 샘플이 없는 것을 의아해하다가도, 이내 납득하고 보고서만 받아 돌아갑니다.
그렇게 보고서를 건네고 있자니 ...
1층에서 연구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K:(음? 시끄러운 소리에 저도 모르게 (의도치않은) 싸-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립니다.)
 
::듣기 판정 해봅시다!
 
K: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웅성거리는 소리를 자세히 듣자니 ...
그 괴물에게 먹이를 주려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무도 내려가고 싶어하지 않은 듯 합니다.
내려갈 사람을 정하는 데에 골머리를 앓고 있네요.
 
K:(자기도 모르게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아직도 그러고 있나? 다들 여유가 넘치네.
 
연구원: (헉) 소, 소장님, 그게 ...
백작님께서 저희에게 죄인의 먹이 급여를 맡기셨는데요 ... (서로의 눈치를 봅니다.)
 
::그러니까 ...
듣자하니, 지금 하브에게 식사를 전달하는 게 무서워서 못 내려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확실히, 식사를 하려면 입마개를 풀어야 할텐데.
그 살인마가 손을 물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K:아주 그냥 나를 부려먹으려고 하는군. 끝까지 아무도 안 내려가면 내가 내려갈거고, 내 일까지 너희들이 하게 될 줄 알아. (팔짱 낀 채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다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습니다. 일을 더 하더라도 괴물과 마주하긴 싫다는 것이겠죠.
그 정도였던가? 당신에겐 온순한 강아지나 다름없을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K:하... 알았어, 내가 내려가지. (머리 쓸어올리고는 나지막히 욕이나 읊고... 그래도 내일은 덕분에 좀 여유롭겠네..) 옮기는 것까지는 너희가 해. 주는 건 내가 할테니.
 
연구원: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연신 허리를 숙입니다.)
 
::연구원들은 무언가 담긴 자루를 옮깁니다.
얼핏, 비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K:(생고기...인가. 하긴 반은 늑대니까. 무언가 납득을 하면서.. 지하실로 다시 내려갑니다.)
 
::지하실에 내려가면, 여전히 몸을 둥그렇게 만 채 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하브가 보입니다.
응? 어딘가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하브의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원래도 무표정이었으니, 달라진 점은 그닥 없어보이지만 ...
그래도 이상하네요. 불쾌한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상관은 없지만요.
 
K:(표정이 굳은 거라면 불안한 거라도 있나? 그 사이에 누군가 오거나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어쨌든.. 조용히 네가 구석에 있는 걸 바라보다가) 하브. (나지막히 네 이름을 입에 담는다.)
 
하브:핫, (네가 온 것도 몰랐던 모양인지, 네 목소리에 반응해 퍼뜩, 고개를 든다. 반갑게 꼬리가 흔들거린다.) 케이 씨, ... 금방 오셨네요. (기쁘게 미소짓는다.)
 
::굳었던 기색이 금세 사라지는 것을 보아하니, 기분 탓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브:(연구원들이 옮겨오는 자루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K:여기 두고 나가. (어차피 겁 먹고 있는 거 알기에 손으로 물러나라는 듯 휘적입니다.)
 
::연구원들은 자루를 내려두고 서둘러 올라갑니다.
 
K:저녁 시간이라길래. 아무래도 먹을 것 같던데.. 뭔지는 나도 안 봐서 모르겠고. (자루 한 번, 하브 한 번 바라보곤) 먹고 싶니?
 
하브:(킁킁, 코를 실룩인다. 비릿한 피냄새가 저에겐 맛있는 음식 냄새라도 되는 모양인지, 까만 눈에 조금은 생기가 돈다.) 먹을래요...
이거 ... 풀어주세요. (입마개 끝을 제 어깨에 비비며 풀어내려 애쓴다.)
 
K:(생기가 도는 눈을 마주하곤 습관처럼 눈 깜박. 자루는 그대로 둔 채, 네 앞으로 다가가더니 입마개를 천천히 풀어줍니다. 무언가를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손길이 꽤나 느릿하네요.) 참을성은 길러봐야지? 바로 먹지 말고, (고개 살짝 기울이곤 입마개는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하브, 기다려.
 
하브:(당연하다는듯 자루에 손을 뻗는다. 기다리는 법을 배운 적은 없었으니, 듣지 않는다. 입맛을 다시자 그 틈으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빛난다.)
 
K:하브. (입 밖으로 나온 낮은 목소리가 지하실 내부에 울립니다. 자루는 그자리에 둔 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메스를 꺼내 자루를 향해 뻗어오는 손에 콱, 박아넣는다.) 기다리랬지?
 
하브:아...! 흐으 ... (그대로 메스가 박힌 손을 감싸며 신음을 흘린다. 통증 탓일까? 아니면, 그저 놀라고 당황한 탓인지. 어깨를 떨며 겁에 질린 눈으로 널 올려다본다.) 기다려...요? 왜요...? 눈앞에 저게 ... 저 냄새가 ...
 
K:적어도 늑대 '인간'이고 싶으면 참을성을 한 번쯤은 길러봐야지. (순간 휘어지며 그려진 눈웃음은 즐거움을 담았다. 명백하게.) 살인마가 싫다며, 그렇자면... 적어도 본능을 다스릴 줄은 알아야 하지 않겠어. 착하게 내가 먹으라고 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내일은 조금 더 자주 오도록 하지. (과연 이게 인간임을 증명하는 행동인가. 분명 이는 통제와 무언가를 길들이는 방식일 뿐일텐데.)
 
하브:(생애를 통틀어 인내, 참을성,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탐욕스러운 공허가 고작 네 몇 마디에 부서질듯 흔들린다. 자루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것이 이내 눈을 돌려버린다.) ... ... (피가 흐르진 않는다. 손등에 박힌 메스날이 끊임없이 재생되는 살갗을 찢어낼 뿐이다. 계속해서 저를 유혹하는 혈향에 울컥, 치솟으려는 충동을 억누름은 네가 부여한 그 고통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 아파요. 배고파. ... (때문에 간간히 칭얼거리는 소리를 하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자루를 탐하지 않았다.)
 
K:알고 있어. 네가 처음에 내 말을 들었다면 배고픔은 잇을 지언정 적어도 고통은 없었겠지. (네가 움직이고,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침묵을 유지할 뿐이다. 못해도 2분 정도는. 안쓰러워하기엔, 동정을 가지기엔 제가 가진 감정이라는 것은 탐욕을 제한 것들이 메말랐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봐. (네 손에서 메스를 뽑아내는 건 첫번째 자비, 두번째 자비는, 또 한 번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루어 질 것이다.) 예뻐해주길 원한다며, 그럼 적어도 내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니. 세상 모든 건 대가 없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하브:... 웃, (그것이 자비였을까, 혹은 시련이었을까. 말뚝처럼 박혀있던 고통이 사라지자 제 주의는 오롯이 피냄새를 좇으려 한다. 금방이라도 원하는 것을 쥐어낼 듯이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꼬리가 바닥을 툭툭 내려친다. 인내심의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신호인 양. 안절부절 못하며 자루를 보고, 다시 널 올려다보길 반복한다.)
 
K:옳지. (네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던 케이가 내뱉은 한 마디. 그러곤 짤막하게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는다. 이내,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자리합니다. 적어도 제 말을 잘 들으니까.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은 꽤 값지게 여겨줘도 되겠다는 생각. 뭐, 이후에 어떤 리스크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덤벼들지만 않는다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먹어도 돼.
 
하브:(쓰다듬는 손길에 따라 귀가 늘어진다. 적절한 벌과 보상. 공포의 대상이었던 괴물은 길들이는 법을 아는 자에게 온전히 길들여진다. 그대로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듯 자루 안에 든 것을 먹기 시작한다.)
 
::자루 안에 든 것은 잘 손질된 ... ... 저게 뭐죠?
고기인 것은 맞는데, 본 적이 없는 부위네요.
아니, 당신은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지능 판정 합시다!
 
K: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것은 명백한 인육입니다.
대체 어디서 저런걸 구한거죠? 합법적인 루트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백작도 이번 일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K:(하여간에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 군요, 백작... 저것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람을 죽인 당신도 연쇄 살인마랑 뭐가 다르지? 턱을 괴며 먹는 걸 바라보고, 생각이라도 하려는 듯 말이나 별 다른 행도 없이 잠잠합니다. 뭐, 이런 걸 논하기엔 나도 비슷한가. 이 일에 가담하고 있긴 하니..)
 
::질겅질겅, 씹히는 소리가 한동안 적막한 지하실을 채웁니다. 자루는 금세 다 비워집니다.
 
하브:... (아쉬운 낯으로 자루를 밀어낸다. 힐끔, 당신을 올려다보고 ...)
 
::관찰 판정합니다.
 
K:왜, 나까지 먹고 싶니?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이 마주칩니다. 아, 또다시 하브의 눈이 옅게 빛난 것 같습니다. ... 예의 그것입니다. 사냥감을 보는 눈.
그리고 홀린듯 당신에게로 손을 뻗습니다.
민첩 판정합니다.
 
K: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브:(네가 멀어진 탓에 헛손질을 했다. 다시금 코를 실룩인다.) ... 좋은 냄새. ... (그렇게 길들였음에도 부족했던 모양인지. 여전히 본능은 주인과 먹잇감을 혼동한다.)
... 조금만 ... 핥기만 해보는건 안될까요. (깜빡깜빡..) ... 잘 참았는걸요. 그러니 조금만이요.
 
K:핥기만? 그러다가 물면, 넌 그에 대한 벌을 제대로 감당해야할 텐데. (눈 가늘게 뜨고는 네 손목을 잡아 내린다. 버릇없긴.)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거라 판단되면 이야기해.
 
하브:... ... (정곡을 찔렸던지, 손목을 붙잡힌 채 딴청을 피운다.) ... 안될 것 같아요. 응. ...
(바닥에 놓인 입마개를 바라본다.) 저거, ... 다시 해주세요. 그게 나을 것 같아 ... 못 참을 것 같아요. ...
 
K:판단력 자체는 아예 나쁘진 것 같군... (네 말에 입마개를 주워서 다시 채워줍니다. 이번에도 역시 느릿한 손길.)
 
하브:(느릿한 손길이 ... 저를 눈 앞에서 유혹하듯하다. 일부러일까.)
 
::민첩 판정합니다.
 
K: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하브:(합, 다물리는 입 사이, 날카로운 이빨이 허공에서 부딪혀 단단한 소리를 낸다. 실패한 입질이다.)
 
K:...하브. (내리깐 목소리에서 명백한 불쾌함이 느껴진다.) 화를 돋구고 싶은 거라면 지금 이야기 해.
 
하브:죄송해요. ... 죄송해요. 참기가 어려워서 ... (울듯한 얼굴로 힐끔, 올려다본다.)
 
::정말일까요? 막연한 의구심이 듭니다.
당분간은 교육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완전히 고쳐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마뇽.
마뇽->만요.
 
K:참을성을 기르라고 이야기 했을텐데? (입마개를 완전히 채워준 채로, 두어발자국 물러납니다.) 마지막에 나까지 오지 않길 원하는 거라면 네 멋대로 행동해. 이곳에 발길이 끊어진다면 네게 더 다가오는 사람도, 귀족 나리들밖에 없겠네. (아직까진 소유욕이 들지 않는 게 다행이려나. 마음에 드는 것이긴 하지만,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은 미약했다.)
 
하브:(주눅들어선 저도 뒤로 물러나 벽에 붙었다.) 그건 싫어 ... (고개를 가로저으며 제 머리를 헤집는다. 제어되지 않는 자신이 괴롭다는듯이) 안 그럴게요. 정말이에요 ...
(그러다 슬, 눈을 들고) ... 내일도 와주실거죠.
 
K:그래, 네게 식사거리를 제공해주는 것도 내 역할이 되어버렸으니까. 하루에 적어도 두 번, 정도는.. 올 걸? (애매한 의문형으로 끝낸 문장. 네게 어느 정도 초조함을 심어주려는 목적이 없지는 않았다.) 내 말만 어느 정도 잘 들으면 적어도 상은 자비롭게 내려줄 수 있어.
 
하브:꼭 와주세요. ... (네 목적에 곧이곧대로 초조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 사람을 먹는대도 이런 쪽으로는 순진하기 짝이 없다.) 이제 말 잘 들을 수 있어요.
 
K:그럼 기다려봐, 한 번. (네 말에 대답은 해주지 않은 채, 빈 자루를 들곤 지하실 밖으로 향합니다.)
 
::당신을 애타게 바라는 눈빛을 뒤로 하고, 지하실 밖으로 나갑니다.
이제 이걸로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되었네요.
참으로 긴 하루였습니다.
몸을 움직인 탓도 있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것도 있으니 ...
오랜만에 잠깐은 눈을 붙여도 좋겠지요.
잘까요? 아니면, 평소처럼 일을 해도 좋습니다.
 
K:(소장실로 가서 일이나 하렵니다. 차라리 조금만 더 무리하는 쪽이 조금 더 잠 오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당신은 평소처럼 소장실 의자에 앉아 일을 합니다.
그렇게 첫째날 밤이 흘러갑니다 ... ...
 
-
 
::...
어두운 밤.
당신은 아주 천천히 눈을 뜹니다.
잠깐 졸았던 걸까요.
꿈속에 있는 것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탓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눈꺼풀이 다시 감깁니다.
 
::...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창문을 닫지 않았던가요?
너무 피곤한 탓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 때 문득,
무언가 당신의 몸을 스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의자에 앉은 당신의 다리 위에 타고 오르고,
곧, 목 부근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미처 확인할 틈 없이, 당신은 그대로 잠들어버립니다.
...
다시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아직도 몸이 나른하고, 또 ... ...
 
::건강 판정합니다.
 
K: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깨 부근이 뻐근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자는걸 그만둬야 할까요?
 
K:(어깨 부근에 손을 올리더니 가볍게 목을 돌립니다.) 어째.. 평소보다 뻐근한데... (이런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뻐근한 적이 있던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어깨에 손을 대면, 욱신거리듯 따가운 느낌도 듭니다.
약간 부은 것 같아요.
 
K:(잠시 멈칫하더니 어깨에서 손을 떼며 표정을 살짝 찌푸리곤) 어째 기분 나쁜데.. (거울 같은 게 있을 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책상 한 켠에 작은 거울이 서있습니다. 확인해보면 ...
목과 어깨 사이에 붉은 자국이 생겨있습니다.
어디 부딪힌걸까요? 부딪힐 데가 어디있나 싶지만요.
아침부터 미묘하게 불쾌하네요. 의문을 떠올리고 있자니 ...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구원: 소장님, 계신가요? 백작님의 편지가 왔습니다..
 
K:...있어, 기다려봐. (거울을 보느라 살짝 틀어졌던 옷새무매를 정리하고는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아침부터 정말.. 불쾌하군 그래, 누가 마음대로 내 방에 들어왔고, 내 몸에 손을 댔다는 것까지.. 무표정임과 동시에 냉기가 서린 얼굴. 관자놀이를 한 번 꾹 누르고 문 앞으로 향합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엽니다.) 편지는 주고 가. 그 외에 전할 말 있으면 짧고 간단하게.
 
연구원: (편지 약병을 건넵니다.) 약은 백작님이 함께 보내신건데 ... 로비에 상자 째로 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꾸벅 인사하고 할 일을 하러 갑니다.)
 
K:그래, 수고해. (흠... 연구원에게 건네 받은 편지와 약병을 번갈아보다, 약병은 책상 위에 두고 편지부터 열어봅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그 백작이 걱정은 무슨. 걱정을 했다면 연달아 이런 일을 시킬까요?
독약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이런 일까지 시키다니.
역시 위에서 찍힌 게 틀림없어요.
그야, 당신의 성향을 알만한 사람은 당신 자신 말고는 없을테니까요.
거부할 권리는 여느때와 같이 없습니다.
 
K:이럴 때보면 나보다 더 심한 건 이 백작같은데.. (알고 그러는 거든, 모르고 그러는 거든 내 쪽에서 거부할 이유도, 권리도 없군. 약병을 들어서 한 번 바라봅니다.) 치사량까지만 안 먹이면 된 다는 거겠지.. 안 죽을 것 같긴 하지만.
 
::약병에 든 약은 무색 투명합니다.
상자째로 왔다니, 그 많은 약을 다 투여해보라고 보낸 걸까요. 제정신이 아니네요.
 
K:(남으면 나중에 내 실험할 때나 쓰지 뭐, 일단 한 병이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나 합니다. 이번에도 보고서는 제출해야 되겠고...) 내일은 또 다른 일 시킬 것 같은 기분이니까 이걸 다 쓰진 못하겠지... (뜸) 혹시 모르니 상자째로 전부 옮겨놓긴 해야겠군.
 
::역시 당신이라면 독약을 쓸만한 데가 많겠죠! 좋은 실험 재료를 얻었네요.
간단히 준비하고, 오늘도 일을 하러 갑시다.
 
K:(간단하게 주사기랑.. 장갑이랑.. 펜과 수첩, 까지 챙기고.. 연구원을 부릅니다. 상자 좀 옮겨라.)
 
::당신의 명령에 가까이 있던 연구원 한명이 달려옵니다.
그리고 끙차, 상자를 들어올리고 당신의 뒤를 따릅니다. 많이도 보냈네요.
 
K:(정말 과하게도 부려먹는 군... 짧은 숨이나 내뱉는다. 겉에 입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곤 지하실로 이동합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면,
하브가 벽에 기대어 앉아있습니다.
관찰 어려움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평소와 다름없는 지하실입니다. 이곳에 하브가 있다는 것 빼곤 말이죠.
 
하브:(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뜬다.)
아침부터 보러 와주셨네요. ... (입꼬리를 잠깐이나마 올린다.) 보고 싶었어요.
 
K:네 입장에서 생각하면 딱히 좋은 일로 온 건 아니겠지만. (연구원에게 상자는 여기 두고 물러나라는 손짓합니다.)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네게 잘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애정이라도 고프니?
 
::연구원은 상자를 내려두고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하브:실험, 비슷한 걸 하시는 거겠죠. 피를 얻지 못하셨을테니, 다음은 뭔가요. (족쇄가 방해하지 않는 거리까지 천천히 기어 최대한 네게 가까이 자리잡았다.) ... 애정, 그런걸까요. 모르겠어요.
 
K:그래, 이게 며칠이나 이어질 지는 나도 모르고. 매일 달라질 수도 있고, 같은 걸 반복할 수도 있지. 오늘은 어제보다 아플까. (제 앞으로 다가오는 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려다보다시피 하는 시선처리겠지만.) 내가 사용하는 약재는 아니라서 고통이나 유지 시간이 얼만할 지는 나도 모르겠거든. (깜박.) 네가 원하는 건 모든 것이 모호하구나.
 
하브:으음, ... (짧게 고민하고) 이런걸 원해본 적은 없어서요. 애정이란게 어떤 건지도 잘 모르겠고요. (순종하듯 귀를 늘어뜨린 채 올려다보며) 약 ... ... 독약 같은 건가요. (고개를 기울인다.) 케이 씨가 원하는 건 뚜렷하네요. 어제 말씀하셨듯이. ... 저의 고통인거겠죠.
 
K:(네 말에 대해 수긍할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이 짧게 이어진다. 딱히 남에게 이야기해본 적이 없으니 답하기를 망설이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 제 입가를 가리며 허공을 응시하다, 다시금 네게로 시선을 떨군다.) 그래, 맞아. 어제 한 짓이 있으니 더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장갑을 한 쪽 끼곤, 주사기의 뚜껑을 입으로 연다.) 그쪽에서 독약이라고 대놓고 써서 보내왔으니 확정이긴 하지.. 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위험한 거긴 해. (아마도?)
 
하브:... ... 괜찮아요. 저는 튼튼하니까요. 어제도 보셨잖아요. (물끄러미, 네 행동을 그저 눈에 담는다.) 그 탓에 케이 씨를 만족시켜 드리진 못 하겠네요. (눈 깜빡) ... 주사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K:뭐... 하긴, 네 회복력을 생각하면 무리일지도 모르긴 해. (소량부터 시작하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서서히 늘려가야 실험의 의미가 있는 거니까. 약병의 뚜껑을 열고, 주사기 바들을 안에 담는다.) 안 되면 네 손으로 마시던지. 억지로 네 입 벌려 넣을 바엔 그 쪽이 편하지 않겠어? (겁이 난다거나 망설여진다거나 한다면 어느 정도 기다릴 수는 있겠으나.. 분명 그 인내심은 길진 않을 거다.)
 
하브:(주사기 안에 곧 제게 투여될 독약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여전히 공허한 눈으로 바라본다.) 저는, ... ... 네. 알겠어요. 일단은요. (그리고 얌전히 양손을 들어올린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
 
K:(대답은 않은 채, 네 가까이로 움직여 팔으며 서늘한 감이 있는 손으로 보일지 모를 혈관을 찾아 몇 번 꾹 눌렀다가 손을 뗀다. 여기쯤이면 되려나.. 작게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바늘을 꽂아 넣는다) 인간에겐 위험한 거라곤 하지만 네게 어떨지는... (아무래도 이번에 맡은 일은, 제법 흥미가 돋구는 건이긴 한 것 같다.)
 
::혈관을 찾고, 바늘을 꽂는 것. 익숙한 동작입니다.
상대가 괴물이라는 것을 제외하곤 말이죠.
주삿바늘은 하브의 피부를 뚫지 못합니다. 자꾸만 미끄러져, 피부 표면에 생채기를 낼 뿐입니다.
그 생채기마저도 빠른 속도로 사라져갑니다.
 
K:(흠. 역시 바늘로는 무리가 있군... 나이프로 그랬으니 뭐 어련하겠나.)
 
하브:... 마셔야 할까요.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널 올려다보고) 케이 씨가 직접, 먹여주시면 안될까요. 케이 씨의 손으로요 ... ... (목소리가 점차 작아진다.) 그럼 기쁠 것 같은데. ...
 
K:직접 마시기는 겁나니? (가볍게 독약이 담긴 병을 기울인다. 아니, 병을 잡고 천천히 흔들어댔다. 흘릴 듯, 말 듯, 위태롭게 병 안에서 부유하는 무색의 액체. 그대로 네 얼굴 위로 떨어진다. 얼굴선을 계속, 계속해서 타고 흘러내리다보면 언젠가 입에 닿겠지. 몇 몇 방울들이 각기 다른 곳들에 떨어지더라도.) 어려운 일은 아니니 해주도록 하지, 이 병에 있는 것들은 다 흘려보낸 후에.
 
하브:아뇨. ... 케이 씨의 손에 의한 고통, 이라는 점이 의미있는 거니까. ... ... (이내 입마개 사이로 흐르며, 제 볼을 타고 내리는 차가운 감촉에 아, 하고 짧은 소리를 냈다. 곧 그것이 비록 독약이라 할지라도 네 손에 의해 제게 떨어지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입을 벌리고 혀를 반쯤은 내민 채 고개를 들어올린다. 새어나온 액체가 턱에 방울져 맺히고,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꿀꺽, 몇 번에 걸쳐 입안에 맺힌 독약을 목 아래로 넘긴다.)
 
::관찰 판정 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게 치명적이라는 독을 일부 마셨음에도, 겉보기엔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젖은 것 외에는 건강해 보이네요.
 
하브:... ...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괜찮은 것 같아요. ... 실망하셨겠죠.
 
K:조금? 어제 그랬던 걸 봐서인지 기대는 별로 안 하긴 했지만.. (제법 섬세하다면 섬세한 손길로 네 입마개를 살짝 벗겨냈다.) 한 번 마셔보겠니? 결과는 비슷할 것 같기야 하지만 나도 보고서를 작성할 정도는 해야 해서. (이번에는 친히 약병을 들어 네 입 앞까지 병을 가져온다. 이 독을 얼마나 쓸 지 고민하는 중이라면 백작만큼이나 나 역시도 마친 거지, 몰랐던 건 아니지만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하브:그렇다면 걱정해주시지도, ... 않으셨겠네요. (똑, 똑, 끝이 젖은 머리카락에서 독이 떨어져내린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숨을 길게 내쉰다.) ... 저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은 몸이니까.
(그리고 좀전처럼 입을 벌려 병 아래까지 턱을 든다. 얌전히 꼬리를 만 채, 먹여주길 기다리는 듯이.)
 
K:바라는 게 은근 많네, 애초엔 난 누굴 걱정하질 않아. 그게 네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고 할 지라도. (방울이 맺혀 있는 머리카락 끝을 장갑을 낀 손으로 부드럽게 지분댄다.) 저주 받은 몸이든, 축복받은 몸이든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 인간들과 차별화 되어있다는 점에서 네게는 꽤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라. (네 입이 벌어지자 그대로 독약을 흘려보낸다. 많은 양에 기침을 하며 내뱉을 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기라도 하듯 흘려보내는 속도는 느긋하다.)
 
하브:그건 ... 케이 씨 자신도 마찬가지인가요. (순간, 아주 짧은 사이에 널 올려다보던 시선은 네 눈을 향하지 않는다. 그보단 조금 아래. 그러니까, 목덜미 근처를 맴도는 듯 하다.) ... ... (머지않아 눈을 반쯤 내리감고 독약을 받아 마신다. 느긋하게 흘러드는 독극물을 배려라 느끼니, 그야말로 모순이다.)
 
::듣기 판정합니다.
 
K: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하브의 목 안쪽에서부터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설마 몸속이 망가진 걸까요? 그도 그럴게 벌써 1병하고도 조금 더 마셨으니까요.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실려갔을 정도입니다.
 
하브:(콜록,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기침한다. 네겐 다행이게도 약을 뱉어내진 않았다.)
 
K:...역시 멀쩡하군. (네 얼굴을 가벼히 쓸었을까, 목소리는 건조했으나 나름의 만족은 담고 있는 듯 했다.) 유약해서 금방 죽어버리는 인간보다는 역시 네가 마음에 들어.... (얼굴을 쓰다듬던 손은 어느 샌가 목 부근으로 내려와 살결을 쓸었다.) 아프니?
 
하브:... ... 마음에 드셨다면 기뻐요. (반쯤 바람 섞인 목소리. 그러나 정말로 기쁜듯 네 손길에 볼을 맡긴 채 귀를 늘어뜨린다.) 조금은요. 그렇지만 케이 씨가 주신 거니까. 아직은, ... 아직은 견딜 수 있어요. (목덜미를 만지면, 내부가 지져내리듯 홧홧한 열감이 네 손길에까지 느껴진다. 겉보기엔 멀쩡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그날 케이 씨를 봤을 때 부터. ... 케이 씨가 주는 어떤 것이라도 견디기로 했으니까.
 
::그날이라니, 이 괴물이 언제 봤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거죠?
혹시 몸이 아파서 머리도 이상해진 게 아닐까요?
 
K:...난 널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네 목가를 건들던 손이 멈칫하고 멎었다.) 착각하고 있는 거라면 빠르게 접었으면 좋겠네... 난 내 앞에서 다른 사람 생각하는 건 마음에 들지가 않아서. (느릿하게 꿈벅이던 눈이 뜨이고, 짙은 흑색이 너를 응시한다.) ...아니면, 이야기해보던지. 언제 봤고, 어떤 날이었는지... (네 몸에서 손을 떼곤 상자에서 약병을 또 한 번 집어든다.) 대신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거야.
 
하브:(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뇨. 착각일 리가 없는걸요. 케이 씨 처럼, ... (뒷말은 망설이다 삼켰다.) ... 그런 사람은 드무니까. 평소와 같은 날, 사냥을 하다가요. ... (그 무엇도 담지 않던 흑색이 잠깐이나마 빛을 띄고, 흑색을 마주한다.) ... 그 때 케이 씨를 봤어요.
(그리고 짧게 미소짓는다.) 조금은 제가 궁금해지셨나요. ...
 
K:...네 몸에 대한 처음부터 흥미는 꽤 넘쳤던 편이라. (가만 네 말들을 머릿 속에 차례로 주워담는다. 중간에 끊긴 말은 제법 신경쓰일만 했지. 자신을 특정할 만한 특징이 있던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는 것이 이어지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에 대한 궁금증도 아예 없진 않은 것 같군. 네가 그렇게 만든 거겠지만 말이야... (까득, 손에 힘을 주며 약병의 뚜껑을 열었다.) 내가 한 것도 없는데 내가 주는 어떤 것도 견디기로 했다, 라는 문장 자체가 이상해보인다는 건 신경 안 쓰나봐. (매사 충동적, 즉흥적이야?) ..뭐, 그리 오래 곁에 있지는 않을 것 같으니.. 잠깐이나마 다시 본 소감은?
 
하브:인간들은 이유없이 무언가를 싫어하기도 하잖아요. 제게 그랬던 것처럼. ... (미소는 점멸하듯 사라지고 다시 콜록, 괴로운 신음과 함께 기침을 토해낸다. 그 뒤로는 간신히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나간다.) ... 첫눈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이상한가요. (그럼에도 얌전히, 네가 다시 한번 제게 선사할 고통을 조금도 거부할 기색 없이 얌전히 기다린다.) ... 욕망 ... 비슷한게 생겼어요. 그러니까, ... (제 목줄을 기꺼이 쥐어드리고 싶은. 그렇게 중얼거린 것 같다.)
 
K:...나랑은 관계가 없는 말이라 그런지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아. 그래도 비유는 어느 정도 대강 알아들었어.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정말 끌렸다, 라는 것 같네... (제게 감정이라는 것은 워낙에 드러나질 않는 것이며, 느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는 불가능 했다. 자신이 당신에게 흥미를 갖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넘겨 짚기로 한다. 제 흥미를, 본능을 채워줄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단순한 이끌림.) ...네게 생긴 몇 번째 욕망인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그 욕망을 이뤄낼 순 없을 것 같군. 며칠 지나면 아마 넌 내 연구소가 아니라 다른 곳에 가 있을 테니까. 높으신 나리들이 하는 일이니 다시 데려올 힘 같은 건 없고. (조금씩이나마 보이는 반응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아까와 마찬 가지로 독약은 네 입안으로 흘러간다. 동시에, 지하실에 울리는 낮은 중얼거림.) 그러니 괜히 내게 널 언제까지고 붙잡고 있으리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브:... 그럼 케이 씨의 욕망은 어떠신가요. 제가 계속 곁에 머무를 수 있다면, ... ... 그렇게 하고 싶으신가요.
(물음을 남기고 독약을 마신다. 머지않아 제 가슴을 움켜잡으며 간신히 넘겨내는 모습이,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 반응이다. 약을 다 마시자 무너지듯 바닥에 몸을 웅크린다.) ... 아, 아파 ... ...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 정도가 한계였던 모양인지. 기침을 연신 내뱉으면서도, 고통에 눈물 흘리면서도 떨리는 시선은 널 향한다.)
... 이제, 마, 만족하시겠죠. 그렇죠. ... 아, 흐윽, ... (몸을 둥글게 말며 괴로운듯이 양팔로 가슴 부근을 감싼다.) ... 그렇다고, 해, ... 주세요. ... ...
 
K:만약 네가 그런다고 가정하면.., (답을 하려 입을 떼었다가, 이어지는 반응에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제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그 뒤로는 제법 어여쁜 미소를 그려냈겠지. 당장에 고통이 앞을 뒤덮은 너에게는, 손 뒤에 지어질 표정은 보이지도, 유추하기도 불가능하기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아, 그래. 처음 만났을 때보다, 칼을 박았을 때보다, 인내를 가르칠 때보다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입을 가리는 걸로는 숨길 수 없는 표정이, 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만족하지 못한다 이야기하면 어쩌려고 네게 그런 질문을 던질까.. (하나 더, 한 번 더. 그래, 무료하던 나에게 선물된 잠깐의 유흥거리. 네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더니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올린다.) 너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잖아, 하브.. 네 입으로 이야기 했잖니? 난 너의 고통을 원해. (흘러내리며, 눈가에 미약하게 매달려있는 물방울을 엄지로 지분대며 닦아내었다.) 당장에 표정은 예뻐서 마음에 들긴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이다가 가볍게 빈 약병을 뒤로 던졌다.) 죽으면 곤란하긴 하니 여기까지 하긴 해야겠지...
 
하브:(이제는 취한 것에 가까운 몽롱한 표정으로, 홀린듯 제 고통의 주인을 올려다본다. 그 누구도 제게 줄 수 없었던 감각을 넌 거리낌없이 쥐어주고, 휘두를 수 있었다. 비록 널 좇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욕망이라는 본능에 의함이었으나. 이제 저의 온 바람은 오로지 목줄을 쥔 네 손. 그것이 제 목을 죄고 흔들며 생전 처음으로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응당 느낄 감각을 느끼도록 허락하는 것. 그 뿐이었다.) ... 케이 씨가 바라는 것을 저도 원해요. ... ... (이윽고 순간이었다. 눈가에 와닿는 네 손을 꽉, 움켜쥔 것은.)
가지, 마세요. ... 케이 씨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 누구보다도 이 순간을 바라왔어요. ... ... (그리고 좀 더 끌어당겨 네 손바닥에 코를 비빈다. 체향을 맡고, 피부를 간지럽게 핥아내린다. 정신이 나간듯한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만나고 싶었어요. 저주받은 절 축복해주려는 것처럼, 케이 씨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만나고 싶었어요. ... ...
 
::그것은 미친듯이 마지막 말을 반복합니다.
만나고 싶었어요.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눈이 마주칩니다.
서늘하게 빛나는 하브의 눈과.
하브는 오랫동안 참아왔다는듯이,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힘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말 없이 끌어안습니다.
 
K:(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쉽니다.) ...놔, 숨 쉬기 힘들어.
 
하브:... ... (긴 침묵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한숨같은 목소리가 정적을 깬다.) 조금만 더 가질래요. 케이 씨를, 아주 조금만 ...
 
::그 직후였을 겁니다.
당신의 어깨 부근에서 살이 뚫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막을 새도 없이 하브는 당신의 어깨를 물어버립니다. 연한 피부가 맥없이 찢깁니다.
체력 1 감소합니다.
근력 판정합니다.
 
K: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하브를 반사적으로 밀쳐내고 떨어집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하브와 멀어지자, 살점이 패인 어깨에서 따뜻하고 불쾌한 피가 쏟아져 흐릅니다.
새카만 눈이 그 피를 물끄러미 ... 바라보더니,
다시 당신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마시듯 핥습니다.
건강 판정합니다.
 
K: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순간, 시야가 어지러워 무심코 쓰러질뻔합니다. 체력 1 감소합니다.
몸이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출혈이 너무 심해요.
 
K:... ...하, 브. (짧게 끊어지듯 내뱉은 말. 어렵사리 손을 들어 네 어깨를 손에 쥡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힘이 들어가는 만큼 세게.) 놔, 빨리... 빨리..
 
하브:... ...? (어느새 핥는 것을 멈춘 채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피 냄새. 그 황홀감에 가득찼던 낯은 금세 굳어갑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평범한 사람이 놀란 것처럼요.)
 
::출혈로 인해 점점 시야가 흐려지며, 몸이 무거워집니다.
처음부터 이런 일은 완고하게 거절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 ... 이대로 쓰러지면 분명 위험합니다.
...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당신은 불쾌한 고통속에 기절합니다.
 
-
 
::...
또다시 몽롱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깨의 통증이 저릿하게 느껴집니다.
식은 땀이 계속 흘러나오고,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몸은 죽은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고,
 
::눈꺼풀은 지나치게 무거워 뜨이지 않습니다.
...
불쾌하고도 괴로운 감각 속에서,
따뜻한 손길이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누가 있는 걸까요? 그러나 말할 기운조차 없습니다.
곧 가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더 주무세요, ... 린."
알듯 말듯한 목소리인데 ...
누구의 목소리였더라.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당신은 다시 깊게 잠듭니다.
...
 
::또다시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났을까요.
눈을 뜨자 천장이 보입니다.
침대에서 잠을 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천천히 기억이 돌아옵니다.
분명 지하의 개한테 한 번 물어뜯겼고 ...
그 뒤는?
 
::누군가 발견해서 당신을 옮긴 걸까요?
건강 판정합니다.
 
K: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생각보다 통증이 심하진 않네요. 오히려 한결 나은 편입니다.
체력 3 회복합니다.
다만 허한 느낌은 있어요.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건지.
어깨 부근에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붕대가 감겨있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가운을 입은 의사와 연구원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의사: 다행히 깨어나셨군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으신가요? 어지럽거나, 다른 불편한 점은?
 
K:...괜찮네, 생각보다 그리 아프진 않아. (이불 아래, 시트를 꽉 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명백한 불쾌감. 나쁜 기분이 쉬이 사그라들진 않습니다.) 누가 날 옮겼지?
 
연구원: 저, 접니다 소장님. 그러니까 ... (의사를 슬쩍 보고) 실험용 개에게 심하게 물리고 쓰러져계셔서 ...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숙직실로 모셨는데 ... 벌써 2일이나 잠들어 계셨습니다.
 
::늑대 인간에게 물렸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거겠죠. 아무래도 의사에겐 돌려서 말한 모양이에요.
 
의사: 정말 심각한 상처여서 깜짝 놀랐습니다만 ... 마침 외상에 좋은 약초들이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하마터면 정말 위험할 뻔 했습니다.
 
::의사의 말에 무언가 마음에 걸립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K: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분명 ...
재정문제로 질 좋은 약은 구하지 못했던 걸로 아는데.
그런 약이 연구소 안에 있었던가요?
 
K:... ...하. (그래, 연구소에 있을 리가 없는 것들이다. 백작이 구해줬든, 연구원이, 가 나가서 구해왔든.. 당장에 중요한 건 그건 아닌 듯 하지.)
(낮은 중얼거림입니다.)
 
::의사는 당신의 붕대를 깨끗한 붕대로 갈아줍니다.
 
의사: 정말 심한 상처입니다. 다행히 빠르게 완치되고 있지만, 이 정도라면 흉터가 남을거예요.
체력이 부족할테니 당분간 무리하지 마시고 쉬세요.
 
::의사는 그렇게 말하며, 약을 탁상에 두고 떠납니다.
 
K:어지간히 기분 더럽군...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가 약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가볍게 병을 만지작거리다가) 하다 하다 내가 약을 먹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연구원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래서, 주제도 모르고 사람 물고 다닌 그 잘나신 개는 잘 있던가?
 
연구원: 아, 안그래도 그 괴물 말입니다만 ...
소장님이 주무시는 이틀 동안 여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습니다...
입마개도 벗지 않으려고 하고요.
그리고 이거... (편지 표지없는 책을 건넵니다.)
편지는 백작님이 보내셨습니다. 책은 지난번에 찾으시던게 있다고 하셔서...
 
K:(편지와 표지없는 책을 가만 보다가 건네 받고는 침대 위에 잠시 둡니다. 예상을 빗겨가질 않는 군..) 그래, 찾아준 애한테는 수고 했다고 전해. 그 외에 연구소에는 별 다른 이상은 없었지?
 
연구원: 넵. 이외엔 특이사항 없습니다.
 
K:그래, 수고했고, 나가봐.
 
::연구원은 정중히 인사하고 숙직실을 나갑니다.
 
K:(조용히 한숨 내쉬곤 편지부터 읽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간결한 내용의 편지입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K:(쓰러졌단 말 듣고 걱정했으면 직접 오시지, 그 마음은 죽어도 안 드시나 봅니다.. 그래도 양심이 있으면 오겠지. 장소도 안 적어놨고.) 일단 그럼.. 편지는 이틀 전에 왔을 테니까 5일 후에.. (수첩에 가볍게 날짜와 윌리엄 백작. 이라고 적습니다.)
(표지 없는 책을 펼쳐봅니다.)
 
::아마 지하의 괴물이 무서워서 함부로 오지 못한 거겠지요.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책은 자료실에서 발견한 일지의 뒷부분 같습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그 뒤로는 계속 도와달라는 절박한 말밖에 없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글들이 종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계속 넘기던 도중, 어떤 동화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늑대와 7마리의 아기염소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거지?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훌훌 넘기다 보면, 유달리 두툼한 페이지가 손에 걸립니다.
페이지끼리 붙어있었네요.
살살 뜯어보니, 그 사이에 숨겨진 내용이 있습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K: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타인의 일이 아닌 것처럼요.
페이지를 넘기면, 뒷장은 비어있습니다. 일지에서 얻을 정보는 더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K:.. (책을 덮고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벽을 쾅ㅡ! 하고 칩니다. 익숙한 느낌, 어쩐지 들어 맞는 상황에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습니다.) ...죽여버리고 싶네, 정말..
 
::얼얼한 충격이 어깨의 상처까지 전해집니다.
그래요. 늑대에게 물린 그 부위까지 말이에요.
어깨의 상태는, 자유롭게 움직이기엔 불편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네요.
어떻게 할까요?
괴물을 만나러 갈까요? 아니면, 무시하고 방에서 쉬어도 좋습니다.
 
K:(이렇게 만든 장본인의 얼굴을 한 번 봐야겠으니, 옷을 고쳐 입고, 소장실에 들러 새 가운까지 챙겨서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요? 침착함을 유지하는 건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갈 이성은 있습니까? 과연, 지금의 케이에게 그런 게 존재하나요? 분명 없을 겁니다. 그 무엇도.)
 
::당신은 여러가지, 분명 부정적일게 분명한 감정들이 혼재된 채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여전히 구속되어있는 하브가 보입니다.
입마개는 얼굴을 조이듯 채워져있으며, 전보다 더 단단하게 구속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브:... 와주셨네요. (벽에 기대어있다가 곧게 앉는다.)
 
K:잘나신 얼굴이나 좀 보고 가려고 왔는데. (한 번, 한 번만 인내를. 이성을 찾습니다. 하지만 분노만큼은 명백히 사라지지 않는 터라, 주머니에 넣은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쥡니다. 낮게 지하실에 울리는 목소리가 제법 서늘합니다.) 겸사 겸사 네게 궁금한 것도 있으니 겸사 겸사 물어보려고 왔어.
 
하브:오지 않으실 줄 알았어요. 그런 짓을 해버렸으니까. ... (알 수 없는 표정. 이전처럼 네게 가까이 다가가려 하진 않는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요.
 
K:아마 앞으로는 안 올 걸. 차라리 귀족들한테 일이나 더 받아서 몰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서. (저 역시도 움직이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너를 내려다볼 뿐입니다.) 넌 내가 재밌어? 아니, 그 전에... 네가 한 말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도 모르겠거든, 난. 나를 해치지 않겠다고 한 이야기도 지키지 않았고, 곤란하게 만들지 않겠다 한 것도 지키지 않았지. 그렇게까지 본능에 따라 살 거라면 지키지 못할 것들은 입 밖으로 내지 말 지 그랬어.
 
하브:... ... 죄송해요. (미묘하던 낯빛이 조금은 울적해진다.) 해를 끼쳐서, 다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 이건 정말이에요. (힐끔, 곁눈질로 널 올려다보곤) 그렇지만 저를 믿지 마세요. 그 편이 케이 씨에게 더 좋을테니까요. ... (고민하듯 눈을 잠시 내렸다가) ... 네. 절 보러 오시는 것도 그만두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약속이라곤 아무것도 지킬 수 없으니까. ... ...
 
K:네 말대로라면 언제든 다시 나를 해치거나 다치게 하거나... 죽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겠구나. 순종적이다 싶더니 마음에 안 드는 짓만 골라서 하고. (꿈벅이는 눈이 제법 느릿했다. 네게 한 두 발, 다가가더니 그대로 목을 꾹, 잡아 눌렀다. 누른 손을 타고 맥이 느껴질 테고, 약간의 온기 역시도 느껴지겠지. 딱히 의미가 담긴 행동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잠깐의 하극상이라도 벌일 뻔 했던 너에 대한 잠깐의 화풀이 정도. 손은 떨어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내가 보기에도 이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시선을 흘기며 너를 바라보았다가, 몸을 돌리며 낮게 중얼거립니다.) 가질 가치도 없는 것...
 
하브:저도 ...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이상해서. ... ... (다시 고개를 들면, 혼란스러운듯 초점이 맞지 않는 두 눈이 널 마주한다. 네가 다가옴에도 멍하게,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목을 눌리고서야 낮게 목을 긁는 소리를 낸다. 늑대가 그르릉거리듯한 소리. 그러나 손끝에 전달되는 박동과 체온, 그리고 손을 떼자 숨을 헐떡이는 표정은 인간의 것이다.)
... ... (내뱉듯한 중얼거림에는 주눅이라도 들었는지 벽에 붙어앉은 채 대답하지 않는다. 뒷모습조차 감히 눈에 담지 못한 채 바닥만을 응시하며 침묵을 유지하다가) ... 창문 ... ...
... 잘 잠궈두세요. ... ...
 
K:...허. (헛웃음을 내뱉고는 지하실을 나섭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해.
 
::하브를 그대로 두고 지하실을 나섭니다.
멀쩡히 말하는걸 보면 며칠 굶어도 상관 없는 모양이에요.
아니,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이 신경쓸 일이 아닐 겁니다.
오늘 하루 정도는 조용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당신은 환자니까요.
모처럼 평온한 하루가 흘러갑니다.
그런데도 일을 하나요?
 
K:(할 것도 없으니까요. 저번에 독약 실험에 대한 가벼운 보고서 작성 정도는 해도 괜찮겠죠.) ... (물끄러미, 지하실을 오르며, 소장실로 향하며 있는 창문들을 흘겨봅니다. 찰나 입을 달싹이다가, 연구소 내에 있는 창문을 모두 닫으라고 모든 연구원들에게 전하라, 그리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지시를 받은 연구원들이 연구소 안의 모든 창문들을 확인합니다.
창문은 ...
당신의 방인 소장실의 창문만이 열려 있었네요.
소장실의 창문도 닫아 잠급니다.
당신은 남은 시간도 일을 하며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
 
::...
그로부터 며칠이 흐릅니다.
그 일 이후, 하브는 별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냈습니다.
당신은 그동안 지하실에 한 번이라도 내려가 보았나요?
 
::내려가보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요. 그야 당연하죠.
통제되지 않는 괴물따윈 더 이상 신경 쓸 가치가 없으니까요. 흥미가 사라졌는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식욕이 없다며 음식을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요.
오늘은 백작과의 약속일입니다. 당신은 시간 맞춰 외출할 준비를 합니다.
시내에 나가기 전, 괴물의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만 ...
어떻게 할까요?
 
K:(지하실로 들어가는 문에 혹시나 유리로 된 창이 있다면, 그 쪽으로 흐릿하게만 확인해보고 나섭니다.)
 
::창을 통해 지하실을 들여다보면 ...
하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있네요.
아주 조금씩, 천천히 들썩이는 것을 보니 숨은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K:(안 죽었으면 됐다, 싶습니다. 백작이 데려갈 때는 숨은 붙어있어야 하니... 그러고보니, 보름달이 뜨는 날에 늑대인간이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해친다고 하던가. 문득 드는 생각에 오늘부터 보름까지, 며칠이나 남았는지 떠올려봅니다.)
 
::지능 판정해봅시다.
 
K: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곰곰히 떠올려봅니다. 지난 보름이 대략 그 무렵이었으니, 다음 보름은 ... ...
... ...
바로 오늘입니다.
 
K:... ...영 찝찝하군. (한숨이나 내쉬곤 윌리엄 백작을 만나러 갑니다.)
 
::오늘따라 연구소가 흉흉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은 마차에 올라, 시내로 향합니다.
...
출발한지 몇 시간 뒤,
대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고, 당신은 지면에 발을 내딛습니다.
 
::수도는 오랜만이네요. 여긴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아직 약속시간까진 조금 남았으니, 주변을 둘러볼까요?
 
K:(양지로 나오는 건 오랜만이군..가볍게 주변을 훑어보거나, 사람들을 살핍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달리 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합니다.
 
K:(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곳을 향해 이동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경찰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무슨 일이죠?
좀 더 가까이 가볼까요?
 
K:(네, 다가가봅니다. 누가 죽기라도 했나?)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보면,
구석진 골목 안쪽, 처참한 살인 사건의 현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체 위로 천이 덮여있어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지만,
주변에 난자한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얼마나 처참했을지 가늠이 되네요.
 
군중1: 아침부터 살인 사건이라니, 끔찍하군 ...
 
군중2: 물어 뜯겼다던데. 설마 그 살인마가 한 짓 아냐...?
 
군중1: 사살됐다고 들었는데 ...
 
::분명 하브를 말하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는 당신의 연구소에 구금되어 있는걸요.
더군다나 이곳은 대도시입니다. 마차를 타고도 몇 시간은 걸려요.
잠시 생각하던 도중, 경찰관이 당신을 보자 모자를 벗고 인사합니다.
 
경찰: 소장님, 어쩐 일로 시내까지 오셨습니까?
아침부터 흉흉한 사건이라 ... 타이밍이 나쁘셨네요.
 
K:..잠깐 백작님을 만나뵙기로 해서 말이야, 오랜만에 나왔는데 살인사건이라니 네 말대로 운이 나빴나보지. (가볍게 고갤 까닥이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물어 뜯겼다고 하던데? 맞는가?
 
경찰: 옙. 좀전에 뒷골목에서 발견됐습니다. 몇 군데 물어뜯긴 자국이 있더군요.
(한숨) 모방범이라기엔 늑대 인간 사건의 범행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차라리 들개 짓이면 좋을 텐데 ... ...
소장님도 조심하십쇼. 요새 길거리가 영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경찰은 수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슬슬 흩어지는 분위기네요.
그런데 ... 어라?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군중이 흩어지는 와중에, 어떤 남자 한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온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고, 눈은 퀭한 것이 ...
아무래도 맛이 간 것 같습니다. 척 보기에도 문제가 있어보여요.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아보이네요. 당신과 상관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렇게 자리를 뜨려는 순간,
그가 당신의 손목을 갑작스레 낚아챕니다.
 
K:...뭐야? (뿌리칩니다.)
 
::잡힌 팔을 뿌리치려 하지만, 남자는 그만큼 힘주어 당신에게 매달리듯 붙잡으며 크게 소리칩니다.
 
남자: 도, 도, 도와줘.
모두, 모두가 날 어? 나를 어?
미친 사람 취급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미, 미, 미친 건 내가, 내가 아니라고!!!
 
K:그래 보여, 미친 놈아. 이거 놔.
 
::잡힌 손목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남자는 듣지 않는건지 제 할 말만 내뱉습니다.
 
남자: 여, 여전히 밤이 되면 그 녀석이 날, 나를 찾아와 ...
기괴하게 까만 눈동자가 아직도 나를 보고 있어. 아직도 쫓기고 있어.
지금 그것이 내 뒤에 있다고!!
 
::남자는 무언가에 쫓기듯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미친듯이 웃습니다.
 
남자: 히히, 히 ...
너도, 너도 어?
너도 봤으면 좋겠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달빛과도 같은 색 ... 은색의 나이프입니다.
 
남자: 이거 봐 ... 이게 뭔지 알아?
이것만 있으면 놈을 죽일 수 있어.
이거, 진짜인지 확인해줄래? 구하기 힘들었다고. ... ...
 
::대체 뭘 확인해 달라는 거죠?
남자는 어느새 나이프를 당신에게 가져다 대기 시작합니다.
마치 당신을 칼로 그으려는 것처럼요. 역시 미친 게 틀림없습니다.
왜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건지!
근력 판정합니다.
 
K: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빨리 뿌리쳐야 하는데 ... 손목을 어찌나 세게 잡았던지, 제대로 뿌리치지 못합니다.
결국 점점 다가오는 칼날을 피하지 못해 어깨에 살짝 스칩니다.
체력 1 감소합니다.
간신히 몇 번이나 더 힘을 준 후에야, 겨우 그에게서 도망치듯 빠져나옵니다.
당신을 쫓아오진 않을 모양입니다.
모처럼의 외출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손목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습니다.
 
::아직도 얼얼하네요.
 
K:... (어깨를 살짝 손으로 잡고는 인상을 찌푸립니다.) 진짜 세상에 미친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투덜거리고 있자니, 백작과 마주칩니다.
 
윌리엄 백작:오, K! 여기일세.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안색이 좋지 않구만.
 
K:예, 오셨습니까. (고개를 살짝 꾸벅, 하곤) 별 건 아닙니다,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군요. 그리고 오는 길에... 장신을 놓은 걸로 보이는 사람도 하나 있었고요. 그래서 조금 피곤합니다. (...) 그나저나, 무슨 일이십니까?
 
윌리엄 백작:크흠... 조심하게나. 요새 거리가 위험하니 말일세. (주위를 슥 둘러보고) 여기서 말하긴 껄끄러우니, 내가 잘 아는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대화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백작은 당신을 데리고 꽤나 고급진 레스토랑에 들어섭니다.
들어가자 직원의 안내를 받고, 미리 주문한 요리가 서빙됩니다.
 
윌리엄 백작:들게나. 이곳의 요리는 꽤 맛있다고? 자네니까 내가 특별히 데려온걸세!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고작 이런 정도론 성에 안 차지만 말이죠.
 
윌리엄 백작:며칠간 고생 많았네. 다쳤다고 들었을 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호탕하게 웃는다.) 역시 자네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놈이었던 게지.
 
K:걱정 하셨습니까? 그래도 마침 좋은 약초가 있어 치료하는 것에는 이상이 없었으니 거두셔도 괜찮을 듯 하군요. (웃음 소리를 듣곤 눈을 잠시 내리감으며 이야기했다.) 예, 어떨지는.. (버겁진 않다만, 충동적인 행동 자체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음이 분명했다.) 우선 당장 확인해보고 나왔을 때는 잘 있긴 하더군요. 언제쯤 데려가실 예정이십니까?
 
윌리엄 백작:아아, 이제 내일일세. 연구 장소가 거의 다 준비되어가니, 오늘 하루만 더 수고해 주게.
그놈같은 괴물만 더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생체병기로 된 군대를 양성할 수 있겠지. (이외에도 허황된 소리를 한참 늘어놓는다.)
 
::역시 위에선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네요.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하지만 일의 끝이 보이고 있다는 건 좋은 이야기겠죠.
헛소리를 들어주느라 짧고도 긴 식사가 끝나면, 백작은 먼저 돌아가겠다며 떠납니다.
당신도 슬슬 돌아갈까요?
 
K:할 이야기가 있다더니 겨우 내일 데려가겠다는 말 뿐인가. (돌아가면서 그 미친 놈만 다시 안 만나면 좋겠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레스토랑에서 나와, 마부를 부릅니다.)
 
::마부가 마차를 가지러 간 사이 잠시 레스토랑 앞에서 기다립니다.
...
아까 본 어두운 골목이 눈에 띕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 안쪽에서부터 비릿한 냄새가 풍겨옵니다.
구역질이 날 것만 같은 냄새에 자세히 바라보면 ...
누군가 쓰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K:(도움을 줄 생각은 없지만 일단 가까이 가봅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보면,
아까 보았던 남자의 싸늘한 시체를 발견합니다.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피가 마르지도 않은 채,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섣불리 시체를 건드려도 좋을게 없겠죠.
마침 저쪽에 경찰이 지나갑니다.
 
K:(귀찮지만 우선 경찰을 부릅니다. 살인 혐의는 쓰면 귀찮아지니까요. 경찰이 다가온다면 이어지는 건 무미건조한 설명 뿐입니다.) 여기 사람이 죽었네. 죽은진 얼마 안 된 것 같군.
 
::경찰은 당신의 말에 서둘러 서에 사람을 보내곤, 시체를 조사합니다.
 
경찰: 짐승의 이빨자국이 있군요. 하지만 이건 뭔가 다른데 ... ...
뜯겨진 흔적도 없고, 단순히 물려 죽은 것 같습니다. 정말 들개라도 있는건가 ...
혹시 주변에서 들개 비슷한걸 보셨습니까?
 
K:아니, 보진 못했네만.. 아까 이 남자가 누굴 죽일 수 있다며 은색 나이프를 들고 있는 건 모았네.
(보았네.)
 
::경찰은 당신의 이야기를 신중히 들으며 수첩에 적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더 한 후에야, 당신을 보내줍니다.
괜히 돌아가는 시간만 더 지체되었네요.
행운 판정합니다.
 
K: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순간 무언가 밟은 것 같습니다.
 
K:(발 밑을 봅니다.)
 
::발밑에는 나이프가 떨어져 있습니다.
 
K:(...고민하다가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서 주워봅니다.)
 
::나아프는 다행히도 핏자국 없이 깨끗합니다.
분명, 남자가 가지고 있던 은색의 나이프입니다.
가져갈까요?
 
K:(사용감이 없는 걸 보아 살해할 때 썼던 무기는 아닌 것 같고, 나쁠 건 없으니 가져갑니다.)
 
::은 나이프를 가져갑니다.
뒷골목에서 벗어나면, 어느새 마차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차에 오르면 드디어 연구소로 돌아갑니다.
하늘은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짧은 외출인데도 시간이 꽤나 지나있네요.
연구소로 들어가면 해가 질 것 같습니다.
...
 
::오늘은 보름달이 뜨려나요.
 
-
 
::점점 해가 저물어갑니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요. 불쾌한 마차의 진동을 버텨내면, 당신의 연구소에 도착합니다.
피곤함이 몰려듭니다.
...
관찰 판정합니다.
 
K: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연구소의 주변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흐릅니다. 원래 이런 분위기였던가요?
 
K:(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짝 둘러봅니다. 인기척이나, 들리는 소리나, 평소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평소에도 당신의 성미 탓에 연구소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만,
... 지금은 평소보다도 더 조용한 것 같습니다.
 
K:... (눈 가늘게 뜨곤, 우선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정신력 판정합니다.
 
K: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자 묘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불길함이 온몸을 스치고 감돕니다.
지금 연구소는 안전한 건가요?
이성 판정합니다.
 
K: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연구소는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불길한 침묵이 이어집니다.
몇 걸음 떼지 않아, 당신은 불길함의 원인을 발견합니다.
눈앞, 연구소 로비 전체에 핏자국이 여기저기 튀어있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K: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감소합니다.
핏자국의 근원을 따라가보면,
연구소에 남아있던 연구원들이 전부 쓰러져 있습니다.
 
K:허... (그리 오래 자리를 비운 건 아닐텐데. 갑자기? 미간을 찌푸린 채 가능한 침착해봅니다. 가능한, 가능한... ...) 살아있는 놈은 아예 없는 건가...
 
::상태를 확인해볼까요?
 
K:(네. 연구원들 상태를 확인하며 연구소 내부를, 조심히 돌아다닙니다.)
 
::상태를 확인하면, 숨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원들 전부 말입니다.
아슬아슬하게, 숨이 끊어질 한계를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숨을 남겨두었습니다.
 
K:죽이진 않았고... 빈사 상태인가? (입가를 손으로 가린채 바라봅니다.)
 
::쓰러진 연구원들은 호흡을 힘겹게 내뱉고 있습니다. 그러니 죽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 상처 ...
분명 짐승에게 할퀴고 물린 상처입니다.
 
K:...설마, 하브. (지하실로 향할 수 있다면, 향해봅니다.)
 
::지하실로 내려가면,
...
하브는 없습니다.
그저 끊긴 사슬과 족쇄만이 눈에 보입니다.
어떻게?
아니, 탈출할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나요?
 
::하지만 갑자기, 왜?
하브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
핏자국이 보입니다.
어딘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 ... (인상을 구기며 핏자국을 따라갑니다.)
 
::떨어진 핏자국을 따라갑니다.
익숙한 경로입니다.
핏자국은 소장실 앞까지 이어집니다.
문은 살짝 열려있습니다. 이 문 너머에 분명 무언가 있습니다.
 
K:...결국 넌 날 죽이러 왔니.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소장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당신의 눈앞에는 ...
팔랑,
책을 넘기는 소리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붉은 하늘을 등진 채 책을 넘기고 있는 하브.
 
::붉은 하늘과도 같이
새하얀 머리칼이, 백색에 가까운 피부가, 새빨갛게 피로 물든 하브가 보입니다.
고요한 침묵이 흐릅니다. 하브는 아무말 없이 책을 계속 읽습니다.
잠시 뒤, 책을 완전히 덮는 소리가 나고,
밤처럼 새카만 눈동자는 당신을 응시합니다.
 
하브:늦으셨네요. ... 즐거운 외출이었나요.
저도 산책을 잠깐 했어요. 저 아래는 너무 지루해서요. ...
그래도 ... 저에게 관심이 없지 않으셨나봐요. (책 표지가 보이도록 들어올립니다. 일지의 뒷부분입니다.) 기뻐요.
 
K: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아예 없진 않다고. 기뻐할 필욘 없어,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것 뿐이니까... (가만, 책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산책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일을 거하게 벌여 놓은 것 같지 않니, 하브.
 
하브:네에. 기대하지 않도록 할게요. (책을 툭, 던져두고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약속대로요. ... 잘했죠. (뻔뻔하게도, 칭찬이라도 바라는듯 눈웃음치며 당신 앞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쓰다듬어 주세요. ....
 
K:애초에 지하실에서 멋대로 벗어난 것부터 자랑이라고 하는 거라면 잘못 짚은 것 같은데... (제정신인 게 맞긴 한 건가? 이렇게까지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쩐지, 이유 모를 이질감이 들어 네가 하는 행동을, 말을, 보고 들을 뿐입니다. 웃는 낯이 눈에 들어오자 미미하게 눈썹은 찌푸려졌을까요.) 쓰다듬어주는 건 못해줄 것 같네, 멋대로 집을 벗어난 개한테는. (뜸) 날 기다린 거니?
 
하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오래 기다리진 않았으니까. (괘념치 않은지 귀를 한번 까닥이고는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듭니다.) 이곳이 제 집인걸요. 케이 씨 ... 아니, . 당신의 곁이요. (당신의 손목을 잡아당겨, 상태를 확인하듯 살핍니다. 남자에게 붙잡혔던 손목입니다.) 아, ... 이렇게나 멍이 들었네요.
 
K:미안해한 적 없는... ... (이어지는 말에 잠시 몸이, 표정이 평소보다 굳는다. 침착함. 아니,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동공을 알아보는 이가 있다면, 그건 분명 착각이 아닐테지. 이해할 수 없는 말, 네 입에서, 아니, 타인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이름.) 대체 누굴 부르는 거야, 하브. (손을 빼내려 힘을 주었을까요.) 못 알아먹을 소리 하지 말고 이것도 놔. 안그래도 멍 들어서 아프니까.
 
하브:누구긴요. 당신을 말하는거죠, 린. ... 별로 좋아하는 이름이 아닌가요. (단단히 그러쥐고 있어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대로 손목을 들어올려, 느릿이 멍이 든 부위를 핥습니다.) 그러게 왜 저를 두고 나가셨어요. 바깥은 당신에게 너무나 위험한데. ...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요.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K:(확신 어린 목소리에 네 손에 잡히지 않은 반댓 손은 주먹을 꽉 그러쥡니다.) ...왜, 네가 왜, 어떻게 그 이름을 아는 건데. 아무한테도 이야기한 적이 없을 텐데, 어떻게 아는 거냐고. (순간 느껴진, 살결에 닿는 감촉에 흠칫합니다. 드물게 당황, 이라는 감정이 느껴진 순간. 모든 행동이, 모든 말이, 머릿 속에서 혼산스럽게 뒤섞입니다.) ..네가 하는 말,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들 뿐이네. 너를 두고 가는 건 당연하고, 바깥이 내게 위험한 것도 아니야. 난 그리 약하지 않아. (마지막 말엔, 짧게 숨을 들이쉽니다.) ...네가 죽였구나, 그 남자.
 
하브:... 저는 당신을 아주 오랫동안 봐왔거든요. 아주 오랫동안. (푸스스, 웃으며 상처에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장난치듯 잘근거립니다. 족히 수십 명은 물어뜯었을 송곳니가 피에 젖어 번들거립니다.) 위험하지 않다고요. 틀렸어요. 당신 주변을 오래도록 맴돌면서, 그동안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르실 거예요. ... 누가 저보다 먼저 제 것을 먹어치울까 봐.
... 케이 씨를 따라갔거든요. 그 자가 감히 제 것을 건드리잖아요. 그 더러운 손으로. 불결한 도구로. (무엇이 잘못되었냐는, 천진한 표정으로 당신을 봅니다.)
 
K:알아듣게 똑바로 말해. 난 널 이번에 처음 봤다고 저번부터 이야기 했잖아. 진짜 너, 사람 기분 더럽게 만드는 데 뭐 있구나. 작작해, 손 떼라고. (경멸에 가까운 눈이 너를 응시하고,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립니다. 네 발언과 함께, 이성줄이 끊길 듯 위태로워 집니다.) 틀리지 않았고, 네가 이상한 거야 빌어먹을 개새끼야. (눈가에서 서늘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건 격노일까요.)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를 이용해서 지하실에서 나올 수 있어, 연쇄살인마인 만큼 누구든 더 죽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 ...네 잘못은 하나밖에 없어. 지금 날 이렇게 대한 다는 것, 그거 하나. 진짜 기분 더럽고 불쾌해. 난 네 유희에 어울려줄 생각이 없어. 네 입발린 거짓말에 놀아날 생각도. 그러니 개소리 작작하고 꺼져.
 
하브:케이 씨는 절 보지 못하셨을 거예요. 그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멀리서 지켜봤을 뿐이니까요. 제가 가장 잘 하는 일이거든요. (사냥의 기본이죠. 느릿이 덧붙이는 낯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습니다.) ... 제가 무서우신 건 아니네요. 목줄 풀린 개가 두려우신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가르쳐주세요. (어느새 창문 너머엔 어둠이 찾아옵니다. 둥근 달이 피어올라 서늘한 빛을 내뿜으며 둘을 비춥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 하지만 저는 다른 방법따윈 몰라요. 눈치채지 못하게 접근하고, 지루해질 때 까지 가지고 논 다음 사냥하는 것 밖에는. 전 그렇게밖엔 살아오지 못했어요. ... ... (천천히, 당신의 손을 제 목에 가져다댑니다.) 그러니 당신이 가르쳐주세요. 얌전한 개로 주인의 곁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을요.
 
K:(대체 언제부터인가. 오랫동안이라면, 네가 나를 봐온 기간은 얼마나 길까. 제 본명까지 안다면 최소한 수년은 되었을 테다. 그동안 어쩌면, 네 시야 안에서 살았을 지도 모르겠고.) ...네가 무서울 리 없잖아? 애초 당시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흥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어쩌면 무언가를 두려워 해본 적이 없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 죽일 지도, 당장 자신을 해할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부리는 차분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단지, '차분한 케이'를 연기하고 있을 뿐입니까? 비춰오는 달은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존재. 네 오랜 연극에 어쩌면 자신은 놀아난 것 뿐인가, 부정하고 있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그 생각은 계속 머리 한 켠에 자리합니다.) 왜 내 곁에 있으려고 하는 건지, 그 이유나 좀 알고 싶네. 거짓말 따위 집어치고 순수한 진실로 된 이유. 네 몸에 대해서 흥미롭지, 너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갖진 않았으니.. 너에 대해 알아본 이유도 그 뿐이야, 실험과 연구를 위해선 적절히 통제할 방법이 필요하니까. 넌 내가 내 곁에 있고 싶어? 네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누가 너보다 날 먼저 죽일까봐? (제 손에 닿는 목. 저번과 마찬 가지로, 맥, 체온, 인간이 되 인간이 아닌 것이 느껴집니다. 순간 네 목을 다섯 손가락으로 천천히 감쌌을까, 하지만 그 손에 쉽게 힘이 들어가진 않습니다.) 확실하게 이야기 하지, 어느 쪽이든 난 널 내 곁에 두고 싶은 생각이 없어. 내일이면 백작이 널 데리러 가려 사람을 보낼테니까. 어떤 방식이든 넌 내 곁에 머무를 수 있을 리 없을 거야. (...) 저번에 네가 물었지, 네가 곁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냐고.. 당장에 예뻐해줄 구석이 하나 없는 너에게, 내가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넌, 내가 그럴 자비까지 지녔다고 생각해?
 
하브:(잡았던 손목을 살며시 놓습니다. 통제하고, 목줄을 잡는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으니까요.) 절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그렇지 않다 해도 언제까지고. 당신이 절 무서워해야 할 이유는 이제 없어요. (왜, 였을까요.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던 질문입니다. 저 지하실 아래에서,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바로 그 질문. 그러나 이제는 답할 수 있습니다. 주인 잃은 개처럼 시내에서 당신의 뒤를 따르며, 그제서야 얻은 결론입니다. 목이 더 잘 보이도록 턱을 들어올린 채, 제 숨통을 온전히 당신의 양손에 맡깁니다.) ... 저는 사냥에 실패했어요. 사냥감에게 길들여진 늑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겠죠. 아름다워서, 향기가 좋아서, 그러니 먹고 싶어서. 그렇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애처로이 웃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바람소리에 흘려보내듯 중얼거립니다.) 팔을 끊어서라도 피를 드릴 수 있어요. 독이라면 얼마든지 마실게요. 제 호흡을, 제 목숨까지도 드릴게요. 그 달. 당신이 가진 달의 금속이면 절 죽일 수 있겠죠. ... 그러니 제 목줄을 잡아주세요. 절 버리지 마세요.
... 당신의 것이 되게 해주세요. 단지 그것만을 원해요.
 
K:(손목에 가해진 힘이 풀리고, 이내 자유가 된 손은 그대로 네 목을 감싸고 있을 뿐입니다.) 널 두려워하진 않을 거야, 확신해. 설령 네 손에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너를 두려워할 일 따위는 없겠지. 넌 나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니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을테다. ) 그러니까.. 대체 왜, 나여야 하는 건데. 세상에 사람은 많아, 나보다 너에게 쉽게 속아주고, 너의 손에 쉽게 먹힐 수 있는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다고. 버리지 말라 이야기했지만 난 널 버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야. 네가 그 무엇도 하지 않는 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일이면 넌 이곳에 없을 테니까. 이번에도 단순한 이끌림, 그 뿐인 거야? 본능이 따르는 대로 선택한 사람이 나인 것 뿐인 거냐고 묻는 거야, 하브. (달의 금속... 나이프를 이야기하는 걸까?) 네가 이야기 하는, 너를 죽일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사용할 생각은 없어. 네가 날 상대로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을 지 궁금하기야 하지만.. 그 호기심 하나로 널 데리고 있기에 넌 이미 해선 안 되는 일을 했잖아.
..넌 내 것이라 칭할 수 없어. 네 말대로, 너를 믿을 수 없으니까. 본능도 제어 못하는 어린 개가 또 언제 나한테 이빨을 드러낼 줄 알고. (조금 더 일찍 이야기했다면 그 땐 네 목줄을 손에 쥐어보기라도 했을 텐데... 나지막히 중얼거리다가 결국 네 목에서 손을 뗍니다. 대신, 얼굴을 조금 가까이 가져갔을 거예요. 네 목 부근으로. 짧게, 목과 어깨 사이의 어딘가를 물었을 겁니다.) 말 잘 듣는 인형이라도 된다면 모를까...
 
하브:그 뿐이에요. (조용한 대답) 이유는 저도 몰라요. 사냥감 따위도 이젠 필요없어요. 케이 씨의 의사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 그저 단 한 마디만.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밤을 닮은 눈동자 안에는 애정을 갈구하는듯한 갈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당신의 것이 되라는 명령. 그 한 마디만 해주신다면, 그 어떤 것도 절 방해할 수 없을 거예요. 그것이 제 본능이라 하더라도.
... ... (바로 코 앞에 다가온, 달빛에 빛나는 머리칼과 좋은 향기. 당장이라도 그 살결을 쓸어내고, 이빨로 탐하고 싶다는 본능을 억누릅니다. 손톱이 제 살갗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쥐어서 가까스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집니다.) 인형이 되는 방법은 몰라요. ... (수많은 사람을 물었지만 제가 물리는 감각은 익숙치 않습니다. 귀와 꼬리가 짧게 파르르 떨렸다가, 기운없이 축 늘어집니다.) ... 죄송해요.
 
K:...역시 들어도 들어도 이상한 대답이네, 모순이고. 그게 완전히 싫은 건 아니다만.. (들 수 밖에 없는 의문. 왜 네가 내 것이어야 하는가. 이것이 자신에게 있어 얼마 만큼의 유희를 줄 수 있는가. 목에서 입이 떨어지고,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바라보다, 퍽 다정한 손길로 네가 쥔 주먹을 펴줍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지만, 자신이 이러는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제 것. 그래, 자신의 것이 될 지도 모르는 이라고 한들, 그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 건 저 하나로 충분했으니까.) 네 것이 다른 것에 먹힐까 걱정하더니 이젠 나에게 내 것이 될 거라 말하는.. 모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마냥 마주하다, 시선을, 몸을 돌리며 소장실을 잠시 거닐다, 책상에 기대어 섭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일 테니까. 누군가의 인형이 된다던지, 누군가의 것이 된다던지..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나 다름 없지 않니? (책상 위에 있던 펜을 잡고, 한 바퀴 빙글 돌립니다.) ..내가 굳이 네게 명령은 내리지 않을 거야, 하브. 그러니까... (달빛을 등지고 서,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은 어떨까요. 어떤 사람은 서늘하다 이야기할 거고, 어떤 이는 공허로 가득해 텅 비었다고 이야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품은 것은 마지막 애정일 지도 모르죠. 창백한 손이 네 앞으로 내밀어집니다.) 네 마지막 의지로 내게 와. 인간이든, 짐승이든, 괴물이든. 네 의지로 내게 와. 앞으로의 네 의지는 버린 채로. 그렇다면 당장에 너를 버리지 않겠다는 사탕발린 이야기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내가 너를 더 탐하게 만들어봐.
 
하브:(뼈가 보일 정도로 패였던 상처는 여느 때와 같이 금세 아물어 갑니다. 반복적으로,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이상의 상처를 입혀도 고통만을 느낄 뿐 죽지 않는. 죽을 수 없는 회복력은 당신의 유희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 케이 씨가 제 것이면 안 되는 걸까요. 서로가 서로의 목줄을 쥐는 건 모순인 걸까요. ... ... 그렇다면 알겠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제 욕망은 전부 여기에 내려놓을게요. (천천히,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당신이 서있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어 다가갑니다. 그 걸음걸이는 사냥을 하려는 것도, 자극을 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 그리고 온전히 제 의지를 다 바쳐 당신만의 것이 될게요. (몸을 낮춰 당신의 손끝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모습에는 순수한 복종만이 담겼습니다. 제 주인 될 자가 원하지 않으니, 핥거나 깨무는 짐승의 본능은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저 꼬리를 둥글게 만 채, 무릎을 꿇고 숭배하듯 당신의 손끝에 입을 맞춥니다. 족쇄도, 목줄도 아닌 제 의지로 자처한 상하관계. 강한 자가 군림하는 야생의 섭리에 명백히 어긋나는 모순. 그 무엇보다도 우위에 서있을 늑대 인간은 스스로를 전부 버리고 마치 인형처럼, 당신의 곁에 박제되길 자처합니다.)
 
K:확실하게 이야기 하지, 난 네 것이 되고 싶지는 않아. 너는 나에게 목줄을 채워서도, 쥐어서도, 내밀어서도 안 돼. (제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네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제 손 끝에 닿는 감각에 이내 가벼히 네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쓸어냅니다. 네 마지막 의지, 모든 본능을 저버린 이것은 온전히 저의 품으로 들어옵니다. 인간의 상식 밖의 방식으로 아껴줄 것이며,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차라리 지하실이 더 나았을 거라 생각될 만큼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내 것이 되어보이렴, 하브.. (책상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곤 허리를 살짝 숙이며 네 입가 근처에 짤막히 입을 맞추었다 떨어집니다. 이번엔 잘했다며 칭찬이라도 해주어야할까, 그리 중얼거리다 네 머리를 부드러이 쓰다듬어줍니다. 주인과 소유물이 된 이상 널 버리지 않겠다는 그 말은, 언약이 된 걸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자신에게 올만큼, 자신은 너에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제 가치 자체를 낮게 평가하지는 않았으나 너에게까지? 풀리지 않을 의문. 너에게 있어, 본능은 사냥과 같은 것. 이끌려 참더라도 어느 순간 지금처럼 닿을 수 밖에 없는 것. 그런 모든 걸 저버리고 자신에게 오는 것은, 네게 있어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의문이 늘어가는 가운데 적어도, 제 인형의 마지막 의지는 예뻐해줄만 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네가 끌려갈 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만이라도 네가 조금 더 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널 되찾으려는 노력 정도는 할 것 같으니까..
 
하브:(고개를 가만히 주억거립니다. 당신의 무엇에 이끌렸든,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 괴물은 통용되는 상식과는 결이 다른 애정 또한 기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도리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테지요. 그러한 형태의 애정이 참을 수 없는 본능을 억누르도록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날, 당신이 부여한 고통으로 허기를 참아냈듯이.) 네. ... 저의 주인님. (칭찬의 동작에 꼬리가 느릿하게 바닥을 쓸어냅니다. 이 무의식적인 움직임 또한 당신의 의지가 있다면 그만두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당신의 뜻대로, 당신만이 움직일 수 있는 당신의 인형이니까요. 다만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였으나, 실상은 욕망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인형이 되어, 당신이 주는 그 어떤 것이든. 설령 그것이 고통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받고 싶다는 비틀린 욕망을 이루어낸 것이지요. 그러니 옳은 선택입니다. 저의 목숨도, 그리고 욕망까지도 오롯이 당신의 손 안에 있습니다.) ... 저는 돌아올 거예요.
 
K:그래, 하브. (이 비틀려있는 조각들은 과연 어우러 맞춰질까. 주인님. 그 세 글자에 짧게, 빠르게, 제 심장을 쿵 쿵 거리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설렘을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겠죠. 사랑 따위의 감정이든, 쾌락의 감정이든.. 그 무엇이든, 이를 해낸 당신은 어떤 식이든 의미가 있을 겁니다. 주인과 그의 애착 인형. 같은 흔해빠진 단어들로 이 관계가 설명이 될까요. 부족할 겁니다. 어떤 단어로 설명한다 한들 둘 사이의 관계는 명확하게 설명해낼 수 없는 것이 되겠죠. 모든 걸 자신에게 내어준 채 어쩌면 의식과 껍데기만을 남긴 저의 하나 뿐인 늑대인형.) ... ... (네가 돌아오는 방법, 개판을 쳐서 탈출하거나, 죽이거나, 죽이거나, 죽이거나... 어느 쪽이든 쫓기는 몸이 될 게 분명하군. 망명이라도 가야하는 건지. 실없는 생각이나 하다가 짧막히 웃음 소리를 흘립니다. 산책 나간 개에게 귀소본능쯤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너를 일으켜 세우더니, 허리를 팔로 감싸며 네 손에 깍지를 껴 잡습니다.)
그렇다면 돌아와, 하브. 이번엔 내가 기다릴 테니.
(고개를 살짝 돌려 입을 맞물려, 네 호흡마저도 탐합니다. 목숨은 이미 네가 자신의 손에 쥐어주었으니, 어쩌면 이 언약에 대한 증명.)
 
하브:(당신의 의지대로 손을, 호흡을 내어줍니다. 그러나 제 의지로 힘주어 맞잡거나,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숨을 들이쉬는 일은 없습니다. 저는 아주 말을 잘 듣는, 당신만의 늑대 인형이니까요.)
 
::커다란 창을 통해 달빛이 드리우는 밤. 손을 맞잡은 둘만의 언약.
그 입맞춤이 혹자가 보기엔 퍽 경건한 서약처럼 보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이면, 깊은 곳에는
그 어떤 것 보다도 검고,
그 어디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욕망들이 혼재해 있습니다.
둘의 언약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
그대로 둘의 마지막 하루는 저물어갑니다.
다음 날,
예정대로 하브는 대형 연구소로 넘겨집니다.
당신은 모처럼 재정난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연구 생활과 함께 평온하게 지냅니다.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
며칠 뒤, 신문이 날라옵니다.
대도시의 어느 연구실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는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범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디로 도망갔는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
당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날은 유독 달이 밝았던 날입니다.
여느 때처럼 연구에 몰입하던 당신은,
어쩐 일인지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어둠 속에 자리한 그것을.
어둠보다도 더 새카만, 밤을 닮은 눈동자를.
하브를.
...
하브는 그대로 소장실까지 뛰어오릅니다.
 
::그리곤 아주 능숙하게 창문을 열고,
당신 앞에 얌전히 머리를 조아립니다.
주인의 곁으로 돌아온 늑대의 표정은 ...
공허합니다. 그러나 비틀린 욕망만은 분명히 자리해 있습니다.
그것은 그림자와 같이, 언제까지나 달의 주변을 맴돌 것입니다.
 
END 4. 달의 그림자
 
하브, K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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