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 클라크 ] 밀짚꽃편지
TRPG PlayLog/Viak

Kpc.클라시카 힐스 | Pc. 비아크 아젤리아 | W.전복의시

20211021~20220107 | 46H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울어도 나는 좋아요.
당신이 울고, 뒤이어 웃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소중한 탐사자 비아크... 준비되었다면 자그마한 행운을 함 돌려주세용
 
비아크:
기준치: 40/20/8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좋습니다. 좋은 날 될거에요.
 
 
 
 
 
밀짚꽃편지
 
coc 7th scenario
 
w. 전복의 시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울어도 나는 좋아요.
 
당신이 울고, 뒤이어 웃을 수만 있다면.
 
 
 
 
 
1일 째,
 
그날, 당신은 분명 죽으려 했습니다.
 
...
 
하지만 잘 되지는 않았나 봅니다.
 
2일 째,
 
어둠 속에서 사각사각, 펜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꺼풀을 가물가물 꿈벅이면 어둠의 끄트머리에서 희미한 빛이 흔들립니다.
 
촛불처럼요.
 
촛불처럼 흔들리는…
 
…클라시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금 더 쉬어도 괜찮아.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펜 소리.
 
사각사각, 사각사각…
 
그가 무언갈 쓰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더 자세히 묻기엔 너무나 졸려와요.
 
몸은 물 속에 잠긴 듯이 무겁습니다.
 
한 번 죽음을 시도한 몸.
 
곧장 기운을 차리기엔 힘도 시간도, 그리고 마음도 부족합니다.
 
역시 삶은 늦게 올 수록 좋습니다.
 
좀 더 자고 일어나도록 해요.
 
아, 빗소리는 멀어지고……
 
3일 째
 
느닷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간은 절대적인 간격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쌍둥이 중 하나가 바다에 살고 하나는 산에 산다면, 둘의 나이는 수학적으로 아주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우리가 긴 꿈을 꿀 때면, 뇌는 실제로 시간의 흐름을 보다 길게 인지한다는 사실은요?
 
있는 힘껏 달리는 사람의 시간은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의 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흐른답니다.
 
로켓을 타고 멀리 우주 너머로 떠난 자가 딱 4년 후에 지구로 돌아왔을 때, 사랑하는 연인이 호호백발이 된 채 정거장에 서 있었다는 공상과학 이야기를 아시나요?
 
이런 얘기를 갑자기 왜 하냐고요?
 
그야…비아크, 당신이 거의 이틀을 내리 잠만 자고 있기 때문이겠죠.
 
꿈도 꾸지 않고 가만한 당신에게는 이 세계가 한없이 느리겠지만,
 
곁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온갖 정성을 다하는 클라시카는 당신보다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고 느낀답니다.
 
온 세월이 다 무색할 정도로.
 
......
 
이제 일어나는 게 좋겠다는 말이에요.
 
벌써 아침이잖아요.
 
.
 
.
 
무거운 눈을 뜨자 창살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토록 좋은 날이라서 이만 일어나야지 싶기도 하지만, 이토록 좋은 날이기 때문에 좀 더 자고 싶기도 해요.
 
삶과 죽음이 그랬듯이.
 
당신을 잠식했던 감각이 그러했듯이.
 
…보아하니 ‘시도’가 잘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기묘한 해소감 때문일까요?
 
구태여 이렇게 좋은 날에 막 잠에서 깨어났는데 애써서 또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허탈할 정도로 성큼 멀어진 감각을 되새기다 보니…
 
가만. 곁에 클라시카가 없네요.
 
잠결이지만 분명 계속 곁에 있어줬다는 걸 느꼈는데 말이에요.
 
어딜 간 걸까? 잠시 침실을 나가볼까요?
 
비아크:... ... (미간을 꾹 누릅니다. 오래 누워있다보니 일으키는 몸조차도 무거운 것 같기도 합니다. 며칠 있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곳.) 어디 나간 거..려나.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침실 밖으로 나가봅니다.)
 
당신은 무겁게만 느껴지는 몸을 이끌고 침실 밖으로 나섭니다.
 
침실을 나섰지만 클라시카의 모습은 곧장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그의 기척을 느꼈는데… 아리송해 할 찰나,
 
갑자기 초인종이 울립니다.
 
비아크:...? (올 사람이, 있나? 그건 둘째치고.. 남의 집 문인데 내가 함부로 열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며 현관 쪽으로 다가갑니다. 누군지 확인 정도는, 하는 게 나쁘지 않겠죠. 나중에라도 알려주려면.) ..누구세요?
 
문 너머에서 "집배원 입니다, 문 열어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비아크:... (하아, 짤막한 한숨을 내쉬고 제 앞 머리를 쓸어넘깁니다. 우선, 문을 열어봅니다.)
 
문을 열었더니, 집배원은 ‘비아크 씨 댁 맞나요?’ 하고 묻습니다.
 
물론 당신은 비아크죠. 당신의 집은 아니지만....
 
비아크:..제가 비아크가 맞기는 한데, 저희 집은 아닌지라.. (의아한 듯한 눈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나한테 뭘 보낼 사람은 없을텐데.. 따위의 생각이나 하면서요.)
 
집배원은 본인이 맞자는 말에 작고 반듯한 편지봉투 한장을 건네주고 금세 돌아갑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 모양입니다.
 
대체 누굴까요?
 
비아크:편지.. (받은 편지를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겉에 써 있거나, 한 건 없는지.)
 
발신인에는 다름아닌 클라시카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비아크:..자기 집이면서 편지는 왜.., (어디 멀리 가기라도 한 건가.. 눈을 꾹 내리감습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편지봉투를 열어봅니다. 무얼 써놨기에.)
 
안에는 편지가 한 장 들어있습니다.
 
비아크:(주변 협탁에 편지 봉투를 올려두고 꺼내어 읽어봅니다.)

... (두어번 정도 읽어본 후에, 다시 접어 편지 봉투 안에 넣습니다.) 대답은.. 편지보다는 얼굴 보고 하는 게 나으려나.. 아니면 너처럼 편지를 써야 할까. (하지만 편지를 쓰기엔 네가 어디있는지를 알아야지. 그럼 이대로 네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려나. 무사해서 다행, 이라.. 상실감과 무력함밖에 느껴지는 게 없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이 이끌렸었다. 모든 게 차갑게 얼어붙어버릴 것 같은 와중에, 너라는 따스한 다정함에 이끌렸으니.) ..편지에서조차도, (너는 다정하구나. 그게 느껴져편지 봉투를 한참 바라봅니다.) ...근데 진짜 어딜간 거야?
 
편지를 집어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가에서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클라시카:잠은 잘 잤고?
 
비아크:..아,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립니다.) ..응, 그럭저럭.. 잘 잔 것 같네.
 
클라시카:다행이다. 오래 누워있었는데... 어디 막 뻐근하거나 그렇진 않아? 체조 해야하는거 아닌가 몰라. (하하 웃다가 협탁에 머그잔 하나를 내려둔다. 손에는 잔 하나가 남아있고.) 취향을 몰라서 꿀차로 했는데 괜찮을까 몰라. 공복일텐데 따뜻한거 먼저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비아크:조금 뻐근하긴 한데, 괜찮아, 신경쓸 정도는 아니야. 이 정도는 버틸만 해. (제 어깨를 손으로 두어번 주무르고, 협탁에 올려진 잔을 가만 바라봅니다.) ..신경 안 써줘도 괜찮은데. (고맙다는 말을 하면 될 걸, 괜히 삐딱한 말 한 번을 내뱉고는 양손으로 잔을 쥡니다.) ..잘, 마실게. (한 모금 마시고. 몇 번 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립니다. 생각보다는 입에 맞았으나, 드는 생각들이 조금 많아져서일까요.) ..맛있어.
 
클라시카:(뻐근하다는 말에 가만히 바라보다 괜찮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신경을 안 쓰나, 이사람아. 한 번 거뒀으면 건강해 질때까지 신경써야지. (농담같은 말을 뱉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입맛에 맞을까, 하는 걱정을 하다가도 맛있다는 말에 금방 미소짓는다.) ...다행이네!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쩌나 했지 뭐야. 집에 꿀차 말고 적당히 부담없이 마실만한 게 뭐가 있나 생각하려던 참이었어.
 
비아크:(거뒀다. 그렇지, 죽음에서 삶으로 다시 거둔 장본인이구나, 네가. 며칠간 네가 옆에 있는 걸 느꼈기에, 따로 다른 말을 얹지는 않았다. 어차피,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신경쓸 사람이 너니까. 웃는 얼굴을 보았다가, 다시 한 모금을 마시려 입에 대었고.) 웬만해서는.. 가리지 않으니까 뭐든 괜찮았을 걸. (또 한 번 톡, 두드립니다.) ..난 그렇다고 치고, 너도 공복이야?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지금이 몇시인지 조차도 헷갈리긴 한다만.. 네 몫까지 두 잔이 있으니 한 번 신경 써 해보는 말이다.)
 
클라시카:이왕이면 좋아하는 걸로 주고싶은거지. 일어나서 처음 입에 대는건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입맛에도 안 맞는거면 기분이 좀 그렇잖아. (제 잔에 든 것을 호로록 마시다 네 물음에 자신의 잔을 살짝 들어보인다.) 이건 커피~. 난 밥시간 안 빼먹는 새나라의 새 어른이니까. 지금 자면 안될 것 같아서 마시는 중이지. 물 포트에 올려두고 잠시 졸아버리는 바람에 너 일어나는걸 못봤지만....(...)
 
비아크:..신경써준 건, 고맙네. (입에 잘 맞아. 처음 먹어보는 거라 좋아했던 거리고는 대답 못하겠네. 작은 중얼거림을 덧붙이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 (새나라의 어른이라기엔 할아버..까지 생각하고 그래, 고개를 끄덕인다.) ..못 보는 건 상관 없고. 일어나서 편지부터 보는 게 좋다고 써놓은 게 누구더라. (느릿하게 눈 꿈벅이며 잔을 한 번 더 입에 머금습니다.) 졸지말고 차라리 자지 그랬어, 나는 침대에다가 재워두고 네가 안 자면 어떡해, 내 집도 아니고 너희 집인데. 자면 안 되는 이유도 없잖아.
 
클라시카:한 순간에 약도 주고 병도 주는구만... 입에 맞다면야 다음에도 또 타주지. 꿀차 좋아할 것 같았는데 처음이었나... (그렇구만, 하고 알아둔다. 그래도 취향에 맞았다니 다행이지.) 그.. 편지 쓸 때는 좀 그런 기분이었어... ...그리고 오늘 갑자기 '그래도 편지 우선은 좀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깨어있으려고 한건데.. 음. 그렇게 됐다. (혼자 한 번 끄덕이고.) 아픈 사람 냅두고 어떻게 잠을 자나... 그냥 스스로의 한계도 확인해볼 겸 깨어있어보기로 했지 뭐야. 피곤하긴 해도 대신 이렇게 일어난 것도 봤으니까. (오히려 이 편이 좋다며 눈웃음이나 짓는다. 속 편해보이는 사람.)
 
비아크:원래 마실 건 입에 잘 안 대. (옛날에 과일 주스같은 거라도 자주 마시긴 했다만.. 최근엔 마실 건 커녕 물조차도 제대로 넘기지를 않았으니.)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기는 했나보네. (편지도 그렇고, 꿀차도 그렇고. 하는 말들을 들어보니, 깨어나기 전까지 신경쓰고 있었구나.)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자라는 거잖아. 왜 굳이 버티면서 깨어있어. 나, 몇 시간 혼자 못 있을 정도로 어린 애는 아니라고. (괜스레 미안해져서 툭툭 내뱉는 말들. 자신을 네가 신경쓰고 있다는 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느껴져 괜히 제 머리카락만 흐트리다 한숨을 내쉰다.) ..속도 좋다, 정말. 그러다가 몸 상해도 난 모른다. 남 챙기기 전에 널 챙길 생각이나 하란 말이야.
 
클라시카:이런. 수분 보충은 중요한데. (뒤이어 수분 부족일 때 생기는 무기력과 우울감 그 외 기타등등을 줄줄이 말한다. 이건.. 잔소리?)(그렇게 한참을 주절대다 눈을 두어번 깜빡인다.) 알지~ 알긴 해도 이왕 일어난거 정신 차리고 대화도 좀 하고싶었는걸. 그리고 일어나서 얼굴 보자마자 와 나 졸려 자러갈게~ 하면.. 그건 그것대로 좀 그렇잖아. (미소를 유지한 채 네 머리칼을 살짝 정리해준다. 그러는 김에 쓰다듬어준건 아마도 비밀.) 몸 상해봤자 얼마나 상하려고. 겨우 이틀이었는데 그 사이에 상할 거였으면 진작에 고물이 됐지 않았을까나. (이틀을 쉽게도 말한다.)
 
비아크:아.. 잔소리. (이럴 땐 진짜 나이 먹은 사람 같다니까. 어쩐지 길어질 것 같아 짧게 귀를 막았다가 떼고, 눈을 내리 감으며 알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얼굴 보기 전부터.. 네가 자고 있었다면 말이 달라지지. (자고 있는 사람 깨울 정도로 매너 없고 정 없지는 않아. 그리 이야기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머리에 닿는 느낌에 언제나 그렇듯 몸을 살짝 움찔거렸고.) ..이틀은 짧은 시간이 아니거든요, 그만큼 안 잔거면.. 나한테 잔소리 할 게 아닌데? 잔소리를 들을 거면 네가 들어야지. ...아무튼, 나 일어난 거, 봤으니까 됐지. 오늘은 자. 당장이 됐던, 나중이 됐던.
 
클라시카:다 피가되고 살이되는... (그런 발언. 물론 알겠다는 말에 잔소리는 멈춘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기분의 문제라고나 할까. 이왕이면 내가 찾아가는 쪽으로 보고싶었거든. 기다리면 반드시 찾아오는 사람- 같은거. 좋잖아? (농담같은 말. 하지만 정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면 그렇게 좋은게 또 없지 않은가.) ...이러기..? (사고 친 멍멍이마냥 힐끔 시선을 옮겨 널 바라보았다가...) 알았어... 아.. 집안일 다 못했는데... 이건 하고 자도? 괜찮지? (안된다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비아크:..물론, 그게 싫진 않겠지. 넌 먼저 다가가는 쪽이 좋은가보구나. (좋다고 바로 이야기하지는 않고, 조금은 돌려 이야기한다. 기다리면 오는 사람, 항상 그래주는 사람. 분명 귀하다면 귀한 존재겠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겠지만.. 반드시 올 사람이라면, 아마 기다리는 시간 조차도 소중할 거다. 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쓸데없는 고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분의 문제라. 뭐, 본인이 원하는 것에 따로 딴지를 걸 필요는 없겠지.) ... (왜, 뭐.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그런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한숨 내쉬고.) ..알았어. 그 정도는.. 괜찮겠지. 많으면 나눠서, 자고 일어나서 해.
 
클라시카:다가와 준다면 기쁘지만 그러긴 싫은 사람이 너무 많길래. 그리고 다가오지 않는다고 기다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먼저 가는거지. 이러다보면 날 기다려줄 수도 있지 않겠어? (잔에 남은 커피를 털어마신다. 기다릴 정도로 의미 있는 사람, 가치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의 일상에 한 자리 차지했다는 뜻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더 어려워 보이는군.) 잉... (표정.. 본다... 얌전.... 슬쩍 주변을 조금 정리하고) 그치...? ...혹시 할 일 없으면... 도와줄래? (할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그냥 같이 뭐라도 하고 싶은건지. 표정을 슬쩍 보면 딱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와달라는 건 아닌 것 같다.)
 
비아크:... (네가 말한 그러한 사람들 중에, 자신 역시도 포함 되어있다. 다가가기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기다리기에는 이미 인간관계에 지쳐있는 사람. 그게 본인이었으니. 누군가에게 기대를 품고 싶지도, 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 그렇구나. (네 말에 안심이 되는 건 왜일까. 언제나와 같이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이라서. 어쩌면 자신이 스스로도 모르게 조금은 기대를 품고,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염치 없이, 무슨 자격으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꾹 누른다. 생각을 비우기라도 하려는 것 마냥) ... (아깐 어른인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완전 어린 애 같다니까. 이어지는 말에 느릿하게 눈을 꿈벅인다. 할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자기 집도 아니고, 일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만날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해야할 일도.. 그래,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구나.) ..도와줄게. 할 거,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거든. (시선을 애매하게 흘렸다. 조금은, 복잡한 얼굴이었지만.)
 
클라시카:(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싶어 널 빤히 바라보다 미간을 누르기에 역시 몸상태가 나쁜걸까 싶어 괜히 말을 꺼냈나 하는 생각을 한다.) 혹시 몸은 괜찮은데 머리가 아프다거나.. 그래? 어디 아프면 꼭 말해야 해. 어디 하나 잘못됐으면 빨리 확인해야 한다구. (열이라도 나는지 확인하려 네 이마에 손을 올려 열을 잰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어디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쁘다 싶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걱정 가득한 시선.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러는 듯하다.) (네 답에 슬 미소짓는다. 도와주는구나.) 다행이네, 집안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니까 오히려 할 일이 없으면 좋다구. ...금방 할 일들이 생길거야. 하고싶은 일도. 일단 오늘은~.. 음... 세탁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널고 정리도 하고... 그래야하는데... 설거지는 좀이따 내가 하면 되고... 일단 빨래 돌리고 설거지 할 동안 여기 정리 해줄래? 그리고 나서 빨래 널면 딱 맞을 것 같은데.
 
비아크:..별, 거 아니야. 괜찮아. 아픈 거 아니니까. (제 이마위에 올려진 손목을 잡아 떼어낸다. 아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굳이 따지자면 신체적보다는 정신적 문제에 가까웠지. 그리고, 네가 그걸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치는 않는다. 스스로 감당해야할 문제였기에. 아프다고 해도 이야기할 지, 말지. 아마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지, 지금의 비아크는 남과 그 무엇도 나누지 않는, 그런 사람이니까.) ..며칠 누워있었더니 괜찮아졌어. (적어도 몸 상태 정도는 말이다.) ..너희 집이라 어떤 식으로 정리 해야될 지 감은 잘 안 잡힌다만.. (주변을 슥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해야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과연 생기기나 할까. 지금까지 바라본 목표가 단 한 가지였던 만큼, 그 하나를 상실한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싶은 건지, 무얼 해야하는 건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아, 그래서였지. 내가 죽음을 택한 이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와중 손에 쥔 머그잔에서 다시금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난 지금.. 살아있고. 순간 눈을 내리 감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고개를 살짝 젔고, 얼마 남지 않은 머그잔을 비워낸다.) ..일단, 해보긴 할테니까.
 
클라시카:진짜지..? (여기에 대해서는 바로 물러서지 않는다. 네가 늘상 말했던 '괜찮아'였기에 그런걸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말하곤 했기에 걱정을 접어둘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네 말을 믿는 것 뿐이었으니. 그렇기 때문에 우려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한 번 되묻기만 한다.) 힘들거나 불안해지면 언제든지 말해. 해결되지 않더라도 도울테니까. 그냥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괜찮아지는 것도 있다니까... 언제나 네 힘이 되어주고싶은 사람이 있단 것만 잊지 말아줘. (괜찮아 졌다는 말에 조용히 깊은 숨을 내뱉는다. 그래, 뭐 하나라도 나름 멀쩡한게 어딘가.) 당분간은 네가 쓰게될지도 모르는 방이니까... 마음대로 취향껏 정리해도 괜찮아. 애초에 혼자 지낼때는 비워두는 방이기도 하고. ...자 그럼... 난 또 내 일을 하다 올테니 넌 방 정리 해주기로. 화이팅! 빨래 다 돌아가면 부르러 올게. 컵은... 지금 가져갈까? (빈 잔을 슬 본다. 같이 치워도 괜찮고 조금 이따 정리해도 되는 것.)
 
비아크:(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어차피 골머리를 앓을 문제는 개인의 일일 뿐. 해결되지 않을 일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자신도 제법 멍청하지 않은가. 네가 해주는 걱정, 근래에 받아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에 선뜻 받을 수가 없었다.) ...아.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이어 들려오는 네 말에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가,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너는, 정말 왜 그리도 다정해서. 내가 스러진다면 그건 아마 고통도, 아픔도, 그 무엇도 아닌 다정함 때문일 거다. 대답을 하지 않는 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솔직히, 이런 다정함은 말과 마음만으로도 충분한데. 행동으로 보이지 않아도, 그걸로 과분한데.) ..그래, 너도.. 파이팅. (방 정리도 어쩌면.. 해본지 정말 오래 됐을지도 모른다. 넋을 놓고 지낸 세월도 길었을 뿐더러, 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살았던 집은.. 어땠더라. 생각하기도 전에 들려온 네 목소리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응, 가져가도 돼.
그리 이야기하며 네 앞으로 잔을 내밀었다.)
 
클라시카:응원 고마워. (내밀어진 잔을 받아 한 손에 든다. 머그컵이니만큼 손잡이를 손가락에 끼면 한 손에 잔 두 개 잡는것 즈음 쉬운 일이었다.)(그리고 남은 손으론 무얼 하느냐고? 뭐 당연한 일 아닌가.) 몸 움직이고 나면 생각보다 개운해질지도? (그리 말하며 퐁퐁... 머리를 두 번정도 쓰다듬곤 방을 나선다.)
 
비아크:... (머리 쓰다듬어진 곳 만지작거리다가.. 방을 한 번 바라봅니다. 자 그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나. 개운해질지는.. 모르겠다. 뻐근한 건 조금 나아지려나?)
 
포근한 이불이 깔린 침대와 협탁 하나, 장식 없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스탠드 옷걸이 하나가 있습니다. 볕이 잘 드는 창문도 하나 있네요. 흰색 얇은 커튼이 걷혀 있습니다.
 
어디부터 정리하는 게 좋을까요. 힘이 있다면 이리저리 가구 위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비아크:(..이대로 사용해도 딱히 생활하는 것에 무리는 없을 것 같으니 가구의 위치는 신경쓰지 않기로 합니다.) ..침대부터 정리할까. (아까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갔었으니.. 이불 정도는 펴놔야겠지.)
 
당신은 침대를 정리합니다. 구겨진 이불을 정리하고 베개의 위치도 바로잡고...
 
오래 누워있긴 했나봅니다. 생긴 것은 생소한데 느껴지는 감촉은 너무나 익숙하네요.
 
비아크:..며칠 안 지난 것 같은데.. (인간의 적응력이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불 펄럭.. 이며 피고.. 비워두는 방이라고 했으면 제법 먼지 많을 지도 모르겠는데.. 빗자루나 청소기가 있을까요?)
 
방에서 나갔을 때 복도에 세워진 청소기를 본 것 같습니다. 빨래 돌리고 설거지하러 갔으니 지금쯤 할 일 없이 세워져 있겠죠. 가지고 옵시다.
 
비아크:(아.. 거기있었지. 하고 중얼거리며 총총.. 가서 가지고 옵니다. 어차피 클라시카는 지금 청소기 안 돌릴 테니까..)
(그리고 코드 꼽고, 자연스럽게 위이잉.. 하는 김에 그냥 청소기로 바닥부터 다 밀도록 해요.)
 
위이잉... 청소기를 쓰는 것도 꽤 지난 일처럼 느껴집니다.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기분입니다.
 
비아크:..됐다 끝. (다 코드 뽑고 다시.. 복도에 가져다둘까 하다가 혹시 다시 사용할지도 모르니 우선 방 한 쪽에 둡니다.)
그리고 다음.. (협탁 쪽으로 갑니다. 안 쪽에 뭐.. 버릴 거 있으려나? 살짝 열어보고.. 어차피 자신의 물건은 없으니.. 대충 쓰레기라도 버리고, 먼지라도 닦자는 심정.)
 
깨끗해진 바닥입니다. 위쪽을 정리하다보면 또 돌릴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청소기는 방 한구석에 두고...
 
당신은 협탁을 열어봅니다. 안쪽에는 멍청하게 생긴 고양이 인형 하나가 들어있네요. 원래 침대의 주인..인형? 이었나 봅니다. 인형은 깨끗한 것이 바로 며칠 전에 넣어둔 것 같네요.
 
협탁 위에는 자그마한 화분 하나가 올려져 있습니다.
 
비아크:(깜박 깜박.. 인형은 꺼내서 바라보다가, 화분 옆에 둘까.. 하는 심심찮은 생각이나 하다가, 일부러 넣어둔 걸지도 모르니 다시 툭.. 넣어둡니다.) 화분은.. (화분 빤히 바라봅니다. 조금은 관심이 가는 모양이죠. 무슨 식물일까요? )
 
고양이 인형을 뒤로하고 화분의 식물을 바라봅니다. 식물에 관심이 많은 당신이라면 알고있겠죠. '밀짚꽃'입니다.
 
샛노란 색이 귀엽네요.
 
비아크:..밀짚꽃이네, (키우고 있는 걸까?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가볍게 꽃잎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을까요. 오랜만에 보는 식물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은 나중에.. 주도록 할까.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는 다 하고 하는 게 좋을테니까. 그리 생각하며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당신은 책상 쪽으로 향합니다. 잠결에 본 클라시카는 이 앞에 앉아 뭔갈 쓰고있던 걸까요. 사용감 있는 펜 몇 자루와 간단히 읽을만한 소설책 몇 권이 올려져 있습니다.
 
비아크:(펜들은 모아서 책상 한 쪽에 가지런히 두고, 소설책..의 표지들을 훑어봅니다.)
 
표지를 훑어봅니다. 아포칼립스 장르부터 시작해 전래동화 모음, 추리소설, 힐링소설... 별별 책이 다 있네요.
 
비아크:(다.. 읽어본 건가? 종류가 꽤 다양한 걸. 책들도 모아서 탁탁.. 가지런히 한 쪽에 세워둡니다.)
(물티슈로 뽀드득... 책상 닦아주고..)
이제 남은 건.. (고개를 돌려 옷걸이를 봅니다. 걸려 있는 게 있으려나.)
 
점점 깨끗하고 가지런해지는 방안입니다. 마지막으로 옷걸이를 보니 옷걸이 하나 걸려있고 마는군요. 옷걸이... 잘 안 쓰나?
 
비아크:(..딱히 건들 건 없어보이니.. 옷에 붙은 먼지나 한 번 털어줍니다. 펄럭.. )
 
펄럭... 먼지 몇 톨이 바닥에 내려앉습니다.
 
비아크:(그나저나 창문.. 청소하기 전에 열어둘 걸 그랬네.. 오랜만에 청소했더니 이런 것도 까먹고. 창문을 열어봅니다.)
 
뒤늦게나마 창문을 열어봅니다. 선선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고 행인 몇 명이 지나갑니다. 시선을 돌리면 조금 떨어진 곳에 노란 꽃밭 하나도 보이네요.
 
비아크:하.. (불어오는 바람에 작게 숨을 토해냅니다. 몸에 새 숨이 들어오는 기분. 시원한 게 나쁘지 않은 듯한 느낌. 제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걸고, 꽃밭을 바라봅니다...노란꽃? 저건, 무슨 꽃이려나. 한 번 봐볼 수 있을까요?)
 
꽤 거리가 있어 알아보기는 힘듭니다. 대신 추측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비아크:(..꽃밭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화분을 힐끗 바라봅니다. 밀짚꽃.. 이거랑 같은 꽃, 인가..? 어느 쪽이든, 나중에 보러가보고 싶다. 그리 중얼거리기도 했고.)
 
역시 이 시기에 필만한 꽃이라면 밀짚꽃일까요. 클라시카에게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꽃밭을 바라보던 중 문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클라시카:짠~ 정리 끝났어?
 
비아크:(아, 노크 소리에 문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응, 다 했어. (청소기만 다시 가져다두면.. 끝인 것 같네.)
 
클라시카:좋아, 수고했어. 빨래만 따악 끝내고... (시간 확인하고는) 저녁먹고 쉬면 되겠다. (머리 속으로 저녁 메뉴를 생각하며 청소기를 가져다둔 뒤에 돌아온다.) 좋아하는 메뉴라던가 있으려나? (어쩐지 좀 들뜬 모습.)
 
비아크:너도, 수고했어. (짤막이 인사를 건네고, 이어지는 말에는..) ... (좋아하는 거, 뭐가 있지. 잠시간 답없이 침묵을 잇다가, 결국엔 고개를 젔고,) ..생각나는 게 별로 없는데, 네가 좋아하는 걸로 먹는 건? (되려 네게 반문한다.)
 
클라시카:세상에, 생각나는 게 없다니... 그럼 부담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생각해볼까... 음... 간단하게... 리조또같은거 좋아해? 해산물 넣고 해볼까 싶은데. (반짝여라 아이디어의 별...)
 
비아크:응.. 좋아해. 해산물도 잘 먹고. (손질 잘 하면 비린맛도 안 나니까.) 근데.. 미리 말하지만 난.. 요리 못해. (공예 쪽은 괜찮은데 그 쪽은 좀.. 도와주면 되려 망칠 것 같은데.)
 
클라시카:음. 좋아하면 됐어. 요리는.... 오... (뭔가 이해한듯한 눈으로 바라보다) 넌... 잘 먹어주는 것 만으로도 훌륭히 제 역할을 다하는거니 걱정마. 응. (끄덕임과 함께 엄지 척...)
 
비아크:..그런거야? (괜히 한 쪽 구석에 미안한 마음과 염치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보여지는 손모양에 반사적으로 엄지 슬쩍 올렸다가) ... (..어째 익숙한데. 슬금 슬금 다시 내린다.)
 
클라시카:(옛날 생각 나서 헤실 웃는다...) 당연하지. 사실 원래같으면 누워만 있어! 밥 주면 밥 잘 먹고 푹 쉬기만 해! 이랬어야 했는데 결국엔 일 시켜버렸으니...
 
비아크:(뭐가 저렇게 좋다고 웃는 건지..) 그렇게 환자 취급 안 해도 되는데. (특히나 몸은 제법 멀쩡하니까. 그리 덧붙이고 제 머리칼을 매만진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으니까, 시켰다고 표현하지 마. 그냥 도와줬다.. 정도면 되잖아. (비슷하지만 느낌은 조금 다르니까.)
 
클라시카:하고싶었는데. 집에 환자 들이는거 처음이란 말이야. (짧게 투덜거리는 시늉을 하며 손짓한다. 빨래 널러 가자.) 그게 그거 아닌가 싶긴 한데... 본인이 그렇다면야 도와준걸로 하자. 그러고 보니 화분에 있던 건 봤어? 산책하다 너 생각나서 옮겨왔는데 괜찮게 자리를 잡았나 보더라고.
 
비아크:환자 아니라니까.. (그때는 어때보였을지 몰라서 확고하게 대답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괜찮으니까. 이어진 말에 가자며 고갤 끄덕였고.) ..응? 아, 응. 봤어. (화분을 살짝 바라보았다가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까 창문으로 보니까 조금 떨어진 데에 꽃밭이 있는 것 같던데.. 거기서 가져온 거야?
 
클라시카:맞는 것 같은데... (완치 판정 전까진 환자- 뭐 그런 느낌으로 말한다. 다 나은 것 같아도 진짜 다 나은게 아니라면 환자지.) 응, 주인 없는 공터였는데 언젠가부터 풀도 자라고 꽃도 피더라. 동네 꼬마가 꽃 씨라도 뿌렸는지. 뭐.. 공터라기엔 애매할 정도의 들판? 같은 곳이었지만 삭막했으니 상관 없으려나. 괜찮으면 내일 밤에 가볼래? 낮에도 괜찮지만 그 시간대엔 동네 애들이 거기서 놀곤 하거든.
 
비아크:...네, 네. 알겠습니다. (너 역시도 의견을 꺾을 기세가 보이지 않기에,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안 멀쩡해보이나, 싶기도 했고. 나름 표정은 평소에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아, 응. 가볼래. 꽃구경.. (인가? 무튼. 나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평화로운 기분, 별로 느낀 적이 없어서 그런가, 몸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인지 간드러운 느낌이 들었으나, 눈을 내리 감으며 그 감각까지도 눌러보려 애를 썼다.) ..내일 밤에.. 산책, 인가. (시원한 게, 낮보다 오히려 밤이 기분 좋을 것 같아. 그리 작게 덧붙인다.)
 
클라시카:꽃구경.. 겸 산책? 돗자리 챙겨가서 본격적으로 시간 보내도 괜찮겠다. (오히려 이 편이 좋을지도... 밤하늘 구경도 하고 꽃도 보고. 좋을것 같다.) 분명 너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해. 시원한 밤공기, 예쁘게 피어 무리지은 꽃들과 밤하늘. 평화로운 시간일거야. ...무엇보다 내일 밤에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있거든. 이쪽도 마음에 들진 모르겠지만. (세탁기에 돌린 빨래를 바구니에 담아 건조대 쪽으로 끌고온다.) 이걸 널기만 하면 끝~
 
비아크:...그건 산책이 아니라.. 거의 소풍 아니야?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평화로움과 자신은 거리가 멀다고 여기고 있어서 그런가,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정말, 평화롭겠네.. 꽃이며, 하늘이며.. 시원한 것까지. 근데, 보여주고 싶은 장면..? 그런 게 있어? (앞서 네가 말한 것들은 마음에 들지 않은 수 없는 것들이겠지.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인 만큼, 적어도 싫어할 수는 없는 것들일 거다. 뒤에 말은 조금은 의문으로 남았을까. 의아한 듯 했지만, 되려 다시 한 번 묻지는 않았다. 조용히 네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바구니에서 빨래를 꺼내 탁, 하고 털었다. 조심히 주름이 지지 않도록 펼치고, 널었을까.)
 
클라시카:...간식. 싸갈까. (?)(소풍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이왕 소풍 느낌이라면 간식을 챙기는 것도 괜찮겠지. 오히려 좋을지도?) 응, 그런 게 있어. 그게 뭔지는... 그때까진 비밀. (장난스레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댄다. 미리 말해버리면 두근거림이 줄어든다는 말을 하기도.) 조금 힌트를 주자면~... 싫어하는 사람은 못봤다? 그리고 밤에만 볼 수 있다- 정도. 완전히 추측이지만 너도 좋아할지도 모르겠어. 맞으면 뿌듯하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아마 나쁘진 않을거라 생각해. (옆에서 셔츠나 자켓 종류는 분리해다 털어 옷걸이에 걸어 넌다.)
 
빨래를 탁탁 털어 널어주는 비아크, 손놀림 판정을 해봅시다.
 
비아크:
손놀림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빨래를 털다가 그만 빨래를 놓치고 맙니다.
 
터는 힘을 받은 빨래가 그대로 날아 클라시카의 얼굴에 팍! 부딪히네요. 선물.. 인가요.
 
비아크:(...)
 
클라시카:(얼굴로 빨래 받음..)
 
비아크:(....) 고의 아니야. (빨래 다시.. 가져감..)
 
클라시카:응... (그치만 빨래로 맞는건 이생에 처음이야...)(얌전...)
 
비아크:... ...미안.. (다시 털어서.. 널어요..)
 
클라시카:괜찮아... (꿈지럭 빨랫감 건져서 얌전히 털고 널고....)(아까보다 좀.. 얌전히 털고있다..)
 
비아크:..아프진 않..아? (물기 머금은 건 더 아프다던데.. 여기도 조금은 힘 조절해서 털고 있는다.. 다음 것들도.. 어쩐지 조심스러운 손길..)
 
클라시카:조금...? 근데 아픈거 이전에 당혹감이... (많지 않았던 빨래들 금새 다 널고..) 오늘도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지나고 밥시간이구만. 요리 할동안 거실에서 기다릴래? 아니면... 음~... 옆에서 보고 있어도 괜찮고 혼자 할거 해도 되는데.
 
비아크:... (아무래도.. 자기도 당황스러운데 너도 그렇겠지. 손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빨래가 네 얼굴에 있을 때의 당혹감이란..) ..할 거 없다니까 그러네. 그냥 보고 있을래. (뭐라도 움직이는 거 보고싶어. 그리 작게 중얼거리고는 네 얼굴을 살짝 잡고서 한 번 엄지로 살짝 쓸어준다. 역시 미안은 한가보지..)
 
클라시카:언제나 말리지 않는 편이지. 요리하는거 구경하기... 이거 좋아하는 사람 가끔 있기도 하더라.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네 손에 부비적댄다. 이건 또 무척이나 오랜만의.)
 
비아크:..내가 못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손에 부비적 대는 거 눈 깜박이거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손을 내린다. 작게 헛기침도 한 번 했고.)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클라시카:그런 느낌인가... 그렇군. 알거같아. 약간.... 수학문제 푸는거 구경하는 그런 느낌인거지? (비유하고는 참...)(손을 내리기에 다시 얌전해졌다가 방금 내가 뭘 했나... 싶어져 잠깐... 멍하니 있다가, 음. 음... 그렇게 됐다. 실례한 기분이 들어 머쓱해지고) 응... ... ....사탕 줄까... 밥먹고 먹을래...? (머쓱함에서 오는 아무말...)
 
비아크:...무슨 비유가. (근데 또 틀린 말은 아니긴 해서.. 어깨 한 번 으쓱이곤 고갤 끄덕인다.) ...어, 응.. 나중에 주면 밥 먹고 먹을게.. (고개 끄덕이곤 머리 만지작거렸다. 괜히 손도 쥐었다 폈다 거리고.)
 
클라시카:지금 줄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이 머쓱해진 분위기... 집이어도 정신을 차리자 하는 생각을 하며 찬장에서 사탕을 꺼내 쥐여준다. 귀여운 비타민 사탕...)(얼굴에 열 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냉장고에서 재료를 주섬주섬 꺼낸다..)
 
비아크:...그, 그러든가.. (급격하게 어색해진 분위기..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푸는 재주같은 건 일절 없었기에 얌전히 발끝으로 바닥만 톡톡 두드리다가 사탕을 받고.. 만지작거리기만 반복한다. 귀여운 걸 가지고 있구나..) ...아까도 말..하긴, 했는데.. 필요하면 불러.. (얌전히 식탁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너를 바라본다. 비타민 식탁에 올려두고 괜히 톡 톡 두드렸고.)
 
클라시카:(재료들을 씻고 손질하며 머리를 비우다...) 너도 필요한거 있으면 말하고... (이게 바로... 혼자 지내는게 익숙한 사람 둘이 있으면 생기는 일인가...(아닌듯) 괜히 날개도 작게 파닥여 보기도 하고... 식탁에 비타민이 부딪히며 생기는 작은 소리를 배경음 삼아 요리를 진행한다. 2인분은 어느 정도더라... 2인분이라고 1인분의 2배로 양을 잡으면 안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기분인데. ...에라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아주 조금만 덜 하자. ...아니 그냥 식사량을 물어보면 되는거 아닌가? 그래, 머리를 쓰자. 슬며시 네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양은.. 얼마나? 조금? 많이? 보통?
 
비아크:... (가만히 손질하는 모습을 턱을 괴고 바라보다가, 날개 파닥이는 걸 보고 눈을 몇 번 깜박거린다. ..처음보는 거. 신기해. 물론 새가 하는 건 몇 번 봤었지만 그거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니까. 집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어색하지만, 마냥 나쁜 느낌은 아니다. 되려 좋다면 좋은 느낌이었지. 사탕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몇 번 굴렸을까. 이어 들려오는 질문에 손을 멈추고 네 쪽으로 시선을 올린다.) 아.., 나는 조금만. 원래 많이 먹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많이 먹은 적이 없어서 오히려 많이 먹으면 속 안 좋을 것 같아. 소화도 안 될 거고.. 아마 보통 사람이 먹는 양의.. ⅓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클라시카:(날개에 느껴지는 시선... 한 번 더 파닥여본다. 짱 큰 새의 파닥거림.. 그 비슷한 느낌으로 보고있는걸까.) .....소식하는구만. (생각해뒀던 건 싹 지우고 양 생각을 다시한다. 그정도면... 재료 손질은 그만해도 되겠다 싶어 남은 재료는 얌전히 냉장고에 다시 넣어둔다.) 그정도 먹으면... 1인분 주문하면 하루종일 먹는거 아냐? 그건 그것대로 대단... (괜히 네쪽을 슬 바라본다. 그걸 먹고.. 살아지나?)
 
비아크:(..다시금 움직이는 느낌에 너무 빤히 봤나..싶었지만 역시 신기한 건 신기한 건가 보다. 예전에 나는 것도 봐놓고 이런 걸 신기해하면 조금 이상하려나, 싶기도.) ..별로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니까. 괜히 뭘 많이 사두거나 하지도 않고, 요리도 손 안 대고.. 그러다보니 먹는 양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잖아. (눈을 내리 깔며 그리 이야기하고 제 손톱을 몇 번 틱틱 거리며 만져댔다. 자신이 먹는 양은 딱 그 정도였다. 죽지 않을 만큼, 이 정도면 살 수 있겠다 싶을 만큼.)
 
클라시카: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한데... 상당히 큰 문제구만. 혹시 0.5인분을 목표로 조금씩 식사량을 늘려볼 생각은 있어? 안 먹으면 기운 없어서 움직이기 힘들단 말이야. (어색한건 어색한거고 이건 이거지. 요리가 취미인 사람으로써 이건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0.5인분은.. 먹자, 천사야!)(싫다고 하면 어쩌지... 그럼 알게모르게 간식을 챙겨주기로 하자.)(넌 모를 계략을... 꾸민다. 후...)
 
비아크:... ...0.5인분이면 거의 두 배가 되는 거인 건.. 알고 있는 거지? (안 먹어도 살 수는 있는데.. 하지만 네 고집 역시도 쉽게 꺾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넌, 쓸데없는 데서 고집이 제법 쎄잖아. 제 머리만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고민이라도 하는 듯 침묵을 이어간다.) ..해보긴 할텐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난 분명말했어, 가능할진 모르겠다고. 당장 조금 늘리는 것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만큼 먹는 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보다시피.. 제법 멀쩡하잖아.
 
클라시카:2배 미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수학적으로 그렇긴 하지. 수학적으로 말이다. 실제 체감으로는 더 클 수도 있고 더 작을 수도 있고... ) 가능하게되지 않으려나... 억지로 먹진 말고... 끌릴때 한 입씩이라도 더 먹어보는 그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그러곤 준비한 재료로 요리를 시작한다. 좀 늦어진 것 같다고? 하지만 0.3인분(약)은 충격적이었다.... 아무튼 재료들이 익어가며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난다.) 그정도 먹는 것 치고는 멀쩡하지만... 그거 너무 죽지 못해 살아서 먹는 그정도잖아...? 누가 밥을 안 죽을만큼 먹어, 배 차게 먹는거지.
 
비아크:...아까부터 수학, 수학하는데.. 혹시, 수학 좋아하는 거야? (순수한 의문이고, 비꼬는 건 아니니까.. 그냥 대답해줘. 하는 말도 덧붙인다.) ...얼마나 걸릴지야 모르겠지만.. 익숙해진다면 옛날 만큼은 먹겠지. (그게 언제적이더라, 또 얼마만큼 먹었더라.. 제대로 생각은 나지 않지만 확실히 이것보다는 많았었으니까. 코 끝을 스치는 향에 조용히 일어나 네 옆으로 움직였다.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고 싶기도 하고. 네 말에 대한 대답 역시도 그 자리에서.) 나는 그정도면 충분히 배가 차니까, 남들이 보기엔 안 죽을 만큼이라지만.. 내가 먹을 땐 충분한 양이잖아. 내가 먹는 양이 늘어난 것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거잖아. 지금의 나는, 이게 익숙해서 그래. 오랫동안 이렇게밖에 안 먹어서.
 
클라시카:...수학 싫어해. (카리브디스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그래요.. 언제나 미묘하게 생긴 의미불명의 기호들이 나올 때마다 물음표를 띄웠던 저랍니다.) 옛날에 얼마나 먹었더라.. 그때도 막 많이 먹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만큼이라도 늘면 좋지. (살짝 옆으로 비켜준다. 구경하기 좋을만큼만! 너무 멀어지면 요리하기 힘드니까.)(달큰하게 익은 양파와 붉게 익어가는 새우와 다른 해산물들. 오일에 볶아지며 자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래서 식사량은 익숙해지기 나름이란게 무서운 것 같아... 어쩌다 소식하게 된거야? 끼니 거르는 사람은 봤어도 양이 그만큼 줄어드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비아크:..좋아하는 줄 알았네. 계속 수학 얘기 하길래. (뭐, 솔직히 수학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긴 하더라. 다른 과목들은 쉽다거나, 재미있다거나 하는 이유로 좋아하는 애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좋은 건가. (굳이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있나? 싶었다. 물론 에너지 효율을 내기 위해서라든가, 활동량이 많다면 필요하겠지만.. 자신이 많이 움직일 일은 없기 때문에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다.) ..요리, 잘하네. (그리 중얼거리며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질문에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가, 제 머리칼을 정리해 위로 올려 묶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입에 들어가는 게 음식인지, 고무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겨이었어서. 한 입 먹고 말았거든. (요리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말 하면 실례인가? 하는 말도 덧붙이며 쓴웃음 소릴 흘린다.) 지금도 근 1년 정도 그나마 먹어서 조금 늘은 거지.
 
클라시카:좋아하는 만큼 싫어하는 것에도 말이 붙기 마련이지. (있어보이는 표현이지만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떠들 거리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많이 먹을 수록 좋아하는 음식을 알게되고 거기서 오는 흥미도 있을테니까. 여기서 미식이냐 요리냐~ 하고 갈라지는 것 같고. (칭찬에 미소로 답한다. 암! 요리 몇 년 차인데!) 저런... 1년동안 늘어난 결과가 지금이라니 대체 심할때는 어땠던거야... 지금 당장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걱정해본 적이 없어... (정말 놀란듯 네쪽을 바라본다... 충격 반 걱정 반...) 그래도 늘었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음, 요즘엔 좀 맛도 느껴지고 해? 아니면 여전히?
 
비아크:넌, 요리가 취미인 거야? (자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은근히 말을 많이 붙이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어지간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됐거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과거 걱정해서 어디다가 써먹으려고. (괜히 어색하게 시선을 돌린다. 네가 걱정 많다는 걸 알아서.. 굳이 입에 담지는 않는다. 안 그래도 쓸데없는 걱정도 많은 주제에, 얼마나 더 하려고.) ..예전보다는 많이 낫지. 나, 아까 꿀차도 맛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머리를 한 번 당겨 묶고는 짤막히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가 내린다.)
 
클라시카:취미지~ 옛날부터 쭉 취미였어. 무려 처음엔 계란후라이도 태워먹었지만 꾸준히 한 취미지. 하다보니 재밌더라고. (쌀도 넣고 볶다가 육수 붓고...) 토마토 소스가 좋아, 아님 그냥 소금 간이 좋아? (익힌 토마토 맛이 생각보다 호불호를 타는지라 그만.) 써먹을 데는 없어도 걱정해두면 다음에 또 그 상황이 오면 내생각 해줄까 싶어서. 아~ 이거 알면 또 걱정할텐데, 하고. 그럼 좀 나아질 수도 있잖아. (그랬지, 마시는 것에만 국한된게 아니라 다행이다! 하는 기분으로 끄덕이며 눈웃음 짓는다. 순해보이는 눈웃음.. 심지어 방금 웃었지? 정말 이렇게 기쁠 수가.)
 
비아크:..처음부터 잘했을 줄 알았는데. 보통 재능 타고나는 애들도 많으니까. (근데 네 옛날이면 도대체 몇 년전일지 예상도 안 간다. 하는 말도 작게 덧붙여본다. 시간 개념의 차원이 다르니..) ..아, 둘 다 잘 먹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토마토..로 할래.
... ...솔직히 나도, 또 그 상황을 겪고 싶지는 않다만.. (제 미간일 꾹 누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손을 떼며 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상황이 두 번 오면, 이번처럼 시도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기어이 끝을 볼 지도 모르지. 누가 되었든 소중한 사람을 두 번 잃는 경험 같은 거.. 하고 싶을 리가 없잖나. 시야에 들어온 네 웃음에 눈을 내리 감았다. 넌 정말, 그 자체인 것 같은 느낌이야. 입을 몇 번 달싹이다가, 말을 꺼낸다.) ..아마 잘 먹을 거야, 이것도.
 
클라시카:손으로 하는건 다 타고났는데 요리는 좀 다른 차원의 무언가더라고. 예술성이 다른 분야의 그것... 이듯이. (반듯한 정육면체 주먹밥을 만든 지난날을 기억한다...)(이걸 취미로 한지 얼마나 됐더라... 카리드비스 들어가기 전에 한 10년 했던가, 그럼 24년.. 25년..? 음. 식당 차려도 되겠다.)(네 말에 토마토 소스를 넣고 저어준 다음 뚜껑을 닫는다.) 이대로 쌀이 익을 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하고...
..또 그 상황이 오면 그때야말로 아사라도 할거같아 무섭다... 언제 아사할지 모르니까 빨리 좋아하는 음식 후보군이라도 만들어줘야지... 마음에 들면 꼭 말하라구. 원하면 레시피도 남길 수 있어~ (..?)(이런 농담을 던지고는 잠시 입을 다문다. 닫힌 뚜껑 너머를 응시하다 다시 입을 연다.) 있지, 난 네가 계속 살아줬으면 좋겠어. 가까운 슬픔에 잠식되어도 숨이 넘어가기 전까지만 무너졌으면 해. ...넌 변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지금까지 변해왔고, 나름의 방식으로 견뎌왔잖아. 남 일이라고 너무 막 말하는건가... (조금 착잡한듯 시선을 내려깐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고심한 것들을 끼워넣어 보았으나 막상 내뱉고보니 너무 막연한 바람인 것 같아진다.)
 
비아크:하긴, 아무래도 요리는 손재주 말고도 필요한 게 많지.. (본인이 포기한 이유였다. 개량하기도 힘들었고, 재료도 여러 개 준비해야 했고, 여러 번 움직여야 했고.. 과거의 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테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로 덜렁였었으니까.) ..옛날에.. 태워먹은 것도, 깨먹은 것도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요리는 당연했고, 기구들까지 말이다.) ...밥을 한 다음에 넣을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익히는 구나.. (구경하는 재미는 나름 있네.)
굳이.. 그래야 할까. ..번거롭지 않겠어? 그러는 거, 귀찮을텐데. (요리를 좋아하는 네 입장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발언. 하지만, 자신은 정말 죽지 못해서 살아온 날들이었는데. 하루 하루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삶이 죽음보다 더 괴로울 거라고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간을 두 번 견딜 수 있을 리 없잖아. ..아, 이런 분위기. 별로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귀에 스며들어오는 너의 차분한 목소리에 자신의 팔을 꾹 눌러잡는다.) ... ...솔직히 말하면, 아니라고는 못해. 막연한 말이니까.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고, 그래서..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알잖아, 난.. 이미. (썩을 대로 썩었다는 걸. 제 머리카락의 끝 부분을 손으로 지분대다가 쓴웃음을 지어보인다.) ..내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지, 클라시카. 그렇다면.. 난 살고 싶지 않을 때, 대체 무얼 떠올려야 할까.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을 만큼 힘들 때에, 무얼 하면 좋은 거야. (해결책을 네가 쥐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저 역시 막연한 질문을 던진다.)
 
클라시카:제일 큰 난관은 불조절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있어.. (자연스럽게 예전의 네가 떠오른다. 어쩐지 나무도마 쓰다가 불조절 실수해서 도마에 불을 붙여본 적 있을지도... 하는 생각이... 에이 설마, 그러진.. 않..겠지.. 아마도. 장담을 못하겠다는 부분이 제일 무섭다.) 태워먹은게.. 도마나 주걱은 아니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버린다. 설마... 에이 설마...)(이상한 불안감을 꾹꾹 눌러두고..) 밥을 넣으면 미묘하게 맛이 따로 놀아서 급할 때 아니면 이렇게 해. 그리고 이렇게 하는게 정석이라고 배울때 하루 한 50번정도 들어서 밥 넣으면 배덕감(...)이 느껴지거든... (이상한 경험담...)
뭐가 귀찮나. 하고싶어서 하는건데. 아무도 취미활동보고 귀찮을텐데~ 하진 않잖아? 요리도 취미고 주변 사람 좋아하는 음식 늘리는 것도 취미- 이럼 해결~. (논리가 이상하지만 정말 좋아서 그러려는 것 같다. 애초에 싫고 귀찮았으면 말도 꺼내지 않았겠지.) (네 답을 가만히 듣고있다 살살! 네 머리를 쥐어박아준다.) 땅 파고있네. 네가 뭐. 뭐 잘못한거 있어? 타락했어? 사람한테 타락이 어딨고 네가 잘못한게 뭐가 있어. 이렇게 바뀐 적이 있으면 저렇게 바뀔 수도 있는거지. (말을 우다다 쏟아내고는 미안해졌는지 아까 쥐어박은 곳을 또 쓰담아준다.) ...아깐 미안... ...그래도 이거 하나는 꼭 알려줘야겠어서. 네가 변한 것중에 제일 역변한건 눈색이야. 알겠어? 다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되돌아갈 순 없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 할 수 없을거란 생각보다 할 수 있단 생각을 먼저 해. 당연히 할 수 있을테니까. (쓰담는 손길이 조금 느려진다.) 울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당장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마구 울고 쏟아낸 다음에 추억을 기반으로 다시 쌓아보는거지. 네 지난 날을 기억하되 잡아먹히지 말고, 과거를 밟고 서서 네가 향하던 곳을 다시 바라봐. 목적지조차, 서있는 곳조차 명확하지 않다면 차라리 주변인에게 기대봐. 혼자 살 필요 없잖아. 세상에 여유있는 사람은 많고 의지되기 좋아하는 사람은 더 많아.
 
비아크:...어렵긴 하더라.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지는 질문에 눈을 꿈벅이며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럴 때만이라도 솔직하게 대답해줘야지, 뭐 어쩌겠어.) ..많이는 아니고 조금? 태워먹긴 했어. 물론 냄비랑 후라이팬이 제일.. 많겠지만. (몇 번 그런 뒤로는 손도 안 대기 시작했지. 차라리 밖에서 사먹는 돈이 덜 나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흐음.. 누군진 몰라도 꽤 정석적으로.. 아니지, 전문적으로라고 해야하나. 배우신 분이신가봐. 그렇게까지 알려주시는 걸 보면 말이야. (나라면 귀찮다는 생각도 있고, 맛도 별로 과하게 신경쓰지는 않는 편이라 괜찮다며 그냥 먹었을 거다.) ...뭐,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적어도, 네가 원하는 만큼의 맛을 낼 수는 있잖아.
..이상한 걸 취미로 갖은 것 같은데. (요리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뒤에 붙은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갑자기 지어낸 것 같다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고 싶어서 한다고 한다면, 자신이 말릴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이 없기에. 본인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 (쥐어 박아진 것 보고 조금은 어벙..해진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행동에 조금 어이없다는 얼굴로 너를 바라보고,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말들에 무어라 답할 새도 없이 눈만 깜박였을까.) ...이렇게 혼나는 것도 오랜만인데. (짧게 실소를 내뱉고는 머리에 닿는 온기와 촉감을 느끼며 눈을 내리감았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라고.. 그거, 제법 어렵지 않아? 나는 그래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먼저 가정했을 뿐인데.. (그것조차도 틀린걸까? 나의 방식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나에게 존재하는가.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던 게 일상이었지, 노력한다면 뭐든지 될 것이라고. 그래서 끊임없이 앞으로, 계속해서 미래를 바라본 것이었다. 지금은, 그걸 하지 못해 발목을 잡힌 거고. 자신의 왼쪽 눈가를 만지작거려본다.) ..잘못한 게 없다고는 솔직히, 이야기 못하겠거든, 나. 후회되는 것도 많고, 망설여지는 것도 많아. 너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클라시카?
울어버리..라고. (항상 그래왔는데. 그래, 어쩌면 남에게 보이지 않을 때에만 과거를 후회하는 데에 수없는 시간을 보냈다. 밤마다, 새벽마다, 홀로 남을 때마다 지독히 외롭고 후회와 죄책감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버려서. 눈가에 짓물리 붉은 자욱은 이제는 지워지지 않을 흉터처럼 남아버렸다.) ..클라시카, 네가 이야기하는 건.. 정말 어렵게 느껴져. 어떻게 해야 과거에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는 건지, 모든 걸 쏟아낸 후에, 어떻게 무언가를 다시 쌓을 수 있는 건지.. (지금의 자신은, 쏟아낼 곳이 사라져 홀로 마음 속에 묻고, 묻고, 또 묻기만 했다. 이걸.. 모두 쏟아낼 수 있을까. 원망과 미움, 상실과 허탈감. 자신을 좀먹는 것들은 많은데 새 살을 돋아줄 것들은 없어서. 아니, 스스로 거부하고 있어서.)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버릇은 또 한 번 자신을 붙잡는다.) 네 말대로 세상에 좋은 사람은 많을 거야, 모두가 썩어빠지진 않았을 거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사람은 많겠지. 하지만... 내가 그래도 될까, 싶어. (이런 선택을 해버린 나약한 내가.)
 
클라시카:.....태워먹었구나. (안녕 도마.. 안녕 냄비.. 안녕 후라이팬.... 그렇게 태웠으면 물건 값이 더 나갈지도... 요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도 큰 사고는 없었던 것 같으니 다행..이겠지...? 그치, 다행이지. 그래. 일 없었으면 됐다. (까짓 도구들 좀 태워먹을 수도 있지.)(옛 요리 스승이 절로 떠오른다. 아... 시키는대로 안 하면 시키는대로 할때까지 날 굴려먹었지... 그래도 전문적이기도 하고 배운 사람이기도 했다. 실력 하나는 알아주는 사람이었지.) 요리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지... 인간적으로 어떠냐 물어보면 좀 그래도 직업적으로는 더 좋은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솔직히 요리 배운지 얼마 안 됐을때 그 사람 만났으면 나 요리 접었을걸.
그런가? (이상한 취미인가? 그래도 다른 사람 주려고 요리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왕 줄거 좋아하는 음식으로 주고싶고,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면 그 좋아하는 걸 찾아주겠다 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아니었나보다. 당장은 고개만 갸우뚱거려보자. 진짜 모르겠단 말이지.)
어려우니까 의식적으로 하란거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가능했으면 하라는 말도 안 꺼냈을 걸. 말 안 하면 할 생각 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도 하긴 해야지. 그게 나쁘다는 건 아냐. 그래도 그렇게 진행될테니~ 하고 다른 길을 막아버리지 말란거지. 언제나 일이 최악으로 흘러가진 않는다고 믿어야지. 그래야 힘이 나지. (지금의 네게 필요한게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가능성, 확정, 자신감, 미래... 글쎄. 어쩌면 네게 필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 네 손을 잡아줄 사람이 아닐까 싶어진다. 네 귀를 막을 두 손을 그러쥐어서 모든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할테지.) 후회한다고 잘못한 게 아니잖아. 망설인다고 잘못되는게 아니잖아. 난 네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네가 할 수 있단건 네가 이미 증명해왔어. 괜찮아, 잘 해왔잖아. 언제든 해낼 수 있어.
(고개만 끄덕인다. 울어버려, 숨기지 말고, 전부 버리듯 울어버려.) 비아크, 소중하지 않은 것을 그러안고 살고있진 않니. 소중하지 않은 것들까지 소중하다 생각해버려서 속에 묻어두고있진 않니. ...비아크, 천사야. 네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후회를 하고 어떤 길을 걸어왔던 관계없이 넌 나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야. 왜 최선을 다하는데도 불행해지려하니. 후회의 눈물이 아닌 슬픔의 눈물을 흘리렴. 그리고 다 잊어버려. 널 울게한 행복했던 기억만 남기고 전부 씻어내버려. 같은 이유로 또다시 울게 될 지언정 네가 울었다는 이유로 다시 울지 말아. (쓰다듬던 손을 내리고 네 양 손을 약하게 쥔다.) 답은 어디에도 없으니 마음이 가는대로 해. 그저 비우려무나. 상처가 나으려면 깨끗해야 하잖니. 쏟아내는 데에는 허공만큼 넓은 곳이 없잖니. 주지 말고 버리렴. 널 상처입힌 것들에게 이유를 주지 말고. 널 살게 한 것들에게 이름을 붙여야지. (그리 말하고는 가볍게 널 끌어안고 등을 토닥인다. 당장 알지 못해도, 머지않아 알게될거야. 넌 똑똑한 아이니까. 그리고 두번다신 무너지지 않을거란다. 아무도 널 상처입히지 못했으면 좋겠구나.) 자격이 필요한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 존재하는 한 답은 언제나 그래도 된다,로 정해져있으니까.
 
비아크:...응. (그냥도 아니고 꽤 여럿.. 지금까지 태워먹은 것들이랑 깨먹은 것들만 세어도 하나, 둘, 셋.. 최소한 두 손 이상은 필요할테니 말이다. 어깨를 가벼히 으쓱거리고는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이야기한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옛날에.. 그러니까, 카리브디스, 다닐 때. 기숙사에서 쨍그랑 소리 들은 적 없어? (턱을 괴고 너를 바라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나 유리 꽤 여러 개 깨먹었는데. 하는 중얼거림도 작게 흘려보았고.) 성격은 별로였나보네, 요리 하나로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던 거고. (나랑은 안 맞았을 사람이다, 정말. 성격이 별로면 잘 어울릴 생각도 못했던 터. 옛날이었다면 이미 겁 먹고 도망갔었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잘 배워둬서 쓸 데는 많나보네. (이렇게 요리 하는 모습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다. 졸업할 때도 그렇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고. 살얼음판 같던 전쟁이 한 순간에 정리되고, 갑작스럽게 끼어들어온 평화로운 일상. 숨쉬는 공지조차도 바뀌는 기분인지라 역시, 쉽게 익숙해지지는 못했다.)
...내가 이상한 걸 수도 있고. 솔직히, 잘 모르겠어. (예전에는 그리도 남을 위하고 살았는데, 남을 위해 노력했는데 참 이상하지. 지금은 남을 이해하기는 커녕,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때 의문만을 품고 살아가니 말이다.) ..세상에 기준은 많고, 네 기준과 내 기준 역시도 다를테니까. 네가 취미라면 취미인 거겠지. 남에게 주려고 무언가를 만드는 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괜히 말이 길어질까, 두루뭉실 정리해버린다.)
... (어렵기에 의식적으로 해야하는 것.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자신이 무의식 중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애초에 쉬운 일이지, 어려운 일이기에 신경을 더 기울이고, 해야하는 일로 삼아야 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일어날 것 같다고, 단정짓지 말라는 건가? (자신이 바라보는 선택지, 언제나 효율성을 따져왔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머릿 속이 복잡해져 해답을 내리지 못했으니까. 최악을 가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율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네가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선택지 역시 염두해두라는 것.) ..알, 았어. (고민 끝에 내뱉어본 한 마디. 언제나 그렇듯 말에 확신은 담겨있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한 가지, 종전. 그래, 종전으로 인한 목적의 상실이다. 어쩌면, 더 이상 최악을 가정할 필요가 없어져서. 한 가지 쯤은 더 자신의 시야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증명, 해왔다고.. 잘해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후회하였기에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믿었고, 망설이는 것은 시간의 낭비라고 여겨왔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해내지 못했고, 내가 선택한 것이 잘못되었다 믿어왔다. 이상하게도, 너는 나를 다른 시각으로 봐주는 것 같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어쩌면,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네가 나에게 품은 이러한 기대들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네가 나에게 실망할 날들이 두려워서, 그래서. 눈을 꾹 감았다가, 가슴께세 손을 얹어 누르며 숨을 몇 번 토해낸다. 아.)
(너의 모든 말들이, 따스하고 다정해서. 감히 자신이 받아도 될지 모르겠을 만큼 과분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와중에, 자신을 위해 해주는 말들이 사랑스러워서. 언제나 그렇듯 나는, 너의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스라질 수밖에 없는 거야. 참았던 것을 참지 못하게 되고, 숨겨왔던 것을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된다.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과 자신의 손을 쥔 따스한 너의 온기가 겹쳐, 눈시울이 붉어져갔다.) ...이러지마, 클라시카.. 이러지, 이러면..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무너져내릴 것만 같단 말이야. 그 말을 입에 담지 못한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 안에 차오르는 그것들이 흘러나지 못하도록. 내리지 못하도록 아플 만큼, 세게. 소중한 사람, 어찌 내가 감히 너의 소중한 사람이 되겠나. 이런 과분한 다정을 받아도 되는 건가. 모든 감정이 흘러내릴 것만 같아 또 한 번 꾹, 꾹.. 눌러나간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참자고. 여기서 울어버린다면 분명, 너에게 기대고 싶어질 것이 분명해서. 그렇게 되면, 자신은 약해질 것이라 확신해서.) ..너는, (그 말을 입에 채 담기도 전에 자신을 안아오는 너에, 자신을 덮었던 포근했던 이불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온기를 느꼈다. 토닥이는 울림이, 이어 들려오는 다정한 말에, 한 번즘 더 참자고 다짐했던 마음은 쉽게 허물어내렸다. 그래서, 결국엔.) ...아팠어.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내가 너무 싫었어.. (자신을 안은 네 등 부근에 손을 얹으며, 옷깃을 약하게 쥐었다. 더는 채울 곳도 남질 않아, 동시에 흘러나온 작은 눈물방울들이 얼굴 선을 타고 흘러내린다. 작은 소리조차도 내지 못하고, 숨소리 마저도 삼키며 옷깃을 쥐어잡은 손에 힘만 늘어갔다. 아파서, 자신을 감싸는 이 빛은 너무나도 다정해서.) ...정말, 그래도.. 그래도, 돼..? 나, 내가 너무.. 너무, 행복을.. 사람을 욕심 내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를 않아서... (뚝, 뚝 끊기는 와중에 들고있던 고개 마저도 떨구었다. 나, 행복이라는 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면.. 내가 사람들의 행복마저도 앗아가는 불행이면..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무너지면.. 그땐 정말 끝일 것만 같아서.. 그게, 정말 너무 두려운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강한 척밖에, 두렵지 않은 척 나아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클라시카:들은 적은 있지..? 주변에서 장난이라도 하다가 깨먹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놀이같은거... (그런데 그 주인공이 설마...? 10년 넘게 지나 알게된 충격적인 진실에 동공 흔들..) 네 밑에서 못해먹겠다~ 하고 도망간 사람도 몇 명 있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지금쯤 뭐하고 지내려나... 역시 아직 요리중인가. 언제 기회 되면 한 번쯤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식당 운영하는 사람이니까 고객으로 가면 괜찮을걸. (종업원은 정상적인 사람 뽑더라는 말도 붙여둔다. 종업원도 비슷한 인간이었으면 망했겠지.) 뭐든 배워두면 쓸 일이 있다던데 딱 그 짝이지. 살다보니 별에 별걸 다 쓸 일이 생기더라고. 여유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조금씩 도전해보는건 어때? 요즘엔 요리 쉽게 하게 패키지도 많이 나오던데. (시간이 남아돌 때는 취미생활을 해야지. 특히 요리는 할게 많아서 시간도 잘 가니까- 한다. 흔한 영업멘트같은 기분. 하지만 정말 시간이 남아돈다면 요리는 괜찮은 선택이니까. 망치면 망치는 대로 소란스럽고 바까서 괜찮지 않으려나.)
까짓거 이해 못할 수도 있지.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쏟는 거에 질리면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이해를 못해도? 어쩔 수 없는거지. (솔직히 넌 자신에게 시간을 너무 쏟았다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시간을 너무 안 쓴 쪽이겠지. 예나 지금이나 말이야. 그래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보면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게 당연하기도 하구만. 직접 말로 하지 않고 속으로 묻어둔다. 이걸 말한다고 해서 뭔가 바뀌거나 생기진 않으니. 대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한 번쯤 언급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정답. 최악을 가정하면 충격도 덜하고 일 처리도 나름 편하겠지만 절대 좋아질 수 없으니까 가끔은 효율은 뒤로하고 믿고싶은 걸 믿는 것도 좋을테지. (긍정적인 답에 미소로 답한다. 확신이 아니어도 어차피 불분명한 미래의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 당장은 알았다는 답 만으로도 충분했다.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을 생각하다 보면 최악을 처리하는 방법이 아닌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가는 방법이 먼저 생각날 테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한결같은 시선으로 널 바라보는 것 뿐이다. 내 말은 네게 닿았을까. 내 걱정은, 우려는, 진심은 네게 전해졌을까. 내가 감히 네게 '난 영원히 네 편이니까,' 라는 말을 해도 괜찮을까. 너의 걱정은 한없이 스스로를 상처입히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널 편하게 해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한없이 다정한 말만을 속삭인다 해도 어떤 형태로 다가갈지는 네가 정하는 것이었으니. 당장은 어딘지 답답해보이는 널 기다릴 뿐이다.)
(붉어지는 눈시울도, 이러지 말라는 말도 지나가 이윽고 눈물이 스며나오는 모습까지 시야에 담는다. 저렇게 깨물고 있으면 멍이 들거나 피가 날지도 모르는데- 하는 걱정도 했지만 이를 입으로 담을만큼 눈치가 없진 않았다.)(분명 네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로써는 온전히 알 수 없을테다. 만일 내가 네 고통의 일할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이 순간 무언가 더 말해줄 수 있었을까. 어떤 말이 어울릴지 시원스레 결정할 수 있었을까.)(보기보다 작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최근들어 얼마나 되는대로 살아온 것인지 걱정될 정도로 보기보다 위태로웠고. ...네가 하는 말들에서 얼마나 지난 날들이 아팠을지 떠올라 미안해졌는지.) 당연한 것을. 넌 행복해져도 되는 사람이야.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에서, 네 행복을 바라는 사람도 있는 세계에서 왜 그런 말을 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 욕심이었다면 세상은 아마 욕심만 그득하게 들어차 터지기 일보직전일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가지고 이를 욕심이라 하다니. 남지 않아서 욕심이라 생각한 것인지, 욕심이라 생각했기에 남지 않았을 때 더 충격이 컸던 것인지. 대체 무엇이 널 그렇게까지 갉아먹었을까. 무엇이 널 갉아먹다 못해 눈물 흘리는 순간마저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을까.) 생각보다 그리 두려운 것도 아닐거야. 추락의 순간은 두려워도 막상 바닥에 도착하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을테고, 있던 곳이 마음에 들었다면 시간을 들여 다시 올라가고자 하는 힘을 모을 수도 있을거야. 아무것도 끝나지 않을테니 두려워할 필요 없어. 생각보다 훨씬 할만 하다니까? (꾹, 끌어안은 다음 떨어져 네 눈물을 문질러 닦아준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으니 할 수 있는건 버티기 뿐이었던거지. 떨어지고 나면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거야. 무리하지 말자고, 귀여운 천사님.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매 경계할 것은 무지를 향한 편견이라! 알겠지? 어쩐지 지쳤다 싶었더니 무리하고 있었구만.
 
비아크:...아닌데, 그거. (공놀이 같은 거에 취미 없다고.. 그리 웅얼거리며 머쓱한지 괜히 시선을 한 번 돌리고는 제 뒷머리를 만지작거린다. 자신이 생각해도 제법 부끄러운 과거인 것이 분명해서. 그때는 행동 하나 하나에 허점이 많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라는 자기합리화를 해본다. 조심성이 없었던 지난 날. ..너와 처음 만난 날도 그랬던가.) 뭐, 요리 잘하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가게는 제법 괜찮게 유지하고 있겠지. 남에게 물려줬든, 본인이 운영하고 있던.. 한 번 가봐. 반가울지도 모르잖아. (거기서 버틴 사람들은 독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야 되려나. 짧게 피식 웃는 소리를 내었다.) … …지금? 지금부터 도전한다고 하더라도.. 난 나중에 돌아가면, 집부터 제대로 보수해야 될 걸. (제대로 있는 게 뭣도 없거든. 그리 덧붙이고는 창가를 한 번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다시금 너에게로 돌린다.) ..그래도, 언젠가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가 하는 걸 구경하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그래. 알아주니 다행이네. (이해할 수 없을 수밖에. 살아온 시간도 다르거니와, 지금의 성격도, 과거의 성격도 너와 나는 천차 만별이다. 그러니 이러한 차이점들과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남을 위해 시간을 쓰기엔, 본인에게 쓸 시간도 부족하지 않은가? 라는 감상이 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누굴 위해 시간을 쓰고 있더라. … ...답이 내려지지 않아. 이 조차도 이제는 명확하지 않아서.)
(효율은 제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중요시해왔던 거였다. 그래서 쉽게 내칠 수 없는 버릇 중에 하나. 너에게 반문을 하려고 해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최선의 상황은 자신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벽이었으며,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정은 피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낙관적인 생각은 언젠가 실망을, 더 큰 절망을 안겨줘서, 가지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 걸 가질 수 있을지, 조금은 의문스러웠다. ..그렇다고 가질 수 없다, 단정짓지는 않았고.) ...나는, 그렇게 생각 못하겠어. (가장 먼저 입에서 떨어진 말은 그랬다. 본인은 존재의 증명도, 가치의 증명도, 그 무엇도 하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서 있으니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조차도 없기에 너의 말에 차마 긍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네 말은 믿어도 되는 걸까.. 싶어져. 난 나에 대한 확신이 없거든. 그래서 스스로 결정도 제대로 내리지 못해. (사람을 믿고, 말고 하는 것조차도. 내 단순한 의지로 불가능할 만큼, 자신은 언제나 잘못된 길을 택한 것이라 생각해와서.) 어려운 게 너무 많아. 자꾸만 알지 못하는 곳으로 향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 지도 모르겠어.
… (품에 느껴지는 온기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 새 안겨있는 자신에게 지금껏 전해오지 못했던 온기들이 스며들었다. 모래는 언제나 손에 채 잡히지 못해 흘러내리고, 또 그 파도에 의해서 단단히 굳기도 하지. 아마 누군가 스며든다면 흘러내리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서 있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질 거야. 너는 자신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만 같다고, 마음 한 구석에서 ‘헛되다’라고 생각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아프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해서 힘들었다고, 힘들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해서 자신을 원망하고 싫어했다. 스스로에 대한 미움이 커질수록 본래 자신의 존재는 흐릿해져가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상대만을 바라봤다. 자신을 미워하는 상대를, 자신이 미워할 상대를, 이용해야할 상대를. 자신에게는 시선을 돌릴 가치조차 없다고 여겼다.) … ...넌 왜, 내 행복을 바래..? 난, 그러면 안 될 사람 같단 말이야.. 네가, 내 행복을 바래야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 아닌게 분명한데.. (이해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물어갔다. 언제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자신은 언젠가 누군가의 불행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어서,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기 자신조차 바라지 않는 행복을, 왜 네가.) … … (품에 이어 눈가에도 잔잔한 온기가 닿고,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감았다. 찬찬히 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자신이 나아가야할 곳들을,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 같아서 흐릿하게 들리는 와중에도 몇 몇 단어들은 뚜렷히 들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저히 어울리지도 않는 호칭이 너의 입에 담긴다. 옷 소매로 눈가를 슥 닦아내며, 자신도 모르게 픽 웃어버렸을까.) ..버티고 있던 사람에게 떨어지라니 은근 잔인하네, ...그렇지만 거기엔, 뭔가 더 있을까. (내가 지금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하듯이 잡고 있는 것을 놓으면, 내게 말한대로.. 뭔가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너를 바라본다. 무리하고 있었다, 라는 말에는 시선을 굴릴 뿐 무어라 대답하진 않았고. 자신도 모른다는 편에 가까웠지만, 침묵은 긍정의 의미겠지?)
 
클라시카: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더 놀랍고...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고 그래... (잘못했다가 크게 사고가 났으면 여러 사람 기절했겠다, 하는 생각... 버릇같은 거였을까. 어렸을 때는 종종 실수도 했었지.) 그렇겠지... 막상 갔는데 아는 사람 없으면 좀 충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그 사람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네. 그래야 다른 사람한테 구경도 시켜주지. ...그 입담을. (...)(이미 머리 속에서는 다른 사람 하나 끌고 간 상태. 이왕이면 당신과 함께 가면 재밌겠다 싶긴 하다. 말도 꺼냈고 옛날 얘기도 했으니 직접 보면 꽤 재밌을텐데. 같이 놀러갈 생각을 하다 웃는 소리에 슬 미소짓는다. 무슨 상상을 했을진 모르겠지만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슨 상상을 해도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제대로 있는게 없을 정도면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거야...? 그정도면 차라리 당분간 우리집에 있을래? 사람 살만큼 다 있기도 하고 편하게 돌아다니기 괜찮고... 좋은데. (적적하지도 않아서 더 좋기까지 하지. 이왕 내어줄 방도 있으니 같이 지내면 꽤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고가 나도 나름대로 금방 처리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절대 혼자 지내다가 불낼 것 같아 무서운 건 아니다. 절대로.) 해버려, 막상 또 잡으면 즐거울걸? 여기에 관해서도.. 같이 지내면 도와줄 수도 있고? (적어도 냄비 불은 꺼줄 수 있지.)
(가만히 바라본다. 또 뭔가 많이도 생각하는 것 같은데. 또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 아닐까 싶어 눈앞에 손을 휘적인다.) 고민 중이야? 뭐랄까, 모르겠다거나. 애매하다거나.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는 아닐까.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거나 생각함으로 풀릴 문제이긴 할까. 이런저런 걱정들이 지나간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건 아니지? (할 수 없다. 못한다. 예전부터 꾸준히 입에 담은 이야기가 아닌가. 주변에 대한 불신에 의해서든 스스로에 대한 불신에 의해서든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계를 정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자신이다. 끝없이 할 수 있다 이야기하지만... 오랫동안 만들어온 한계선에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할 수 있다는 말은 너무나 식상하고 무의미한데.)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 당장은 할 수 없어도 괜찮아. (몰아닥친 불행에 마음이 바쁜 탓이 아닐까. 그렇다면 저 말의 최종 형태는 아직 남아있을 테지. 하고싶지 않은 것이라면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겠으나 아마 그렇진 않으리라고 막연한 믿음을 가진다.) 믿고싶은 걸 믿으면 되는데도? (경험에 의한 확신은 무섭다. 자신을 믿지 못해 타인을 믿는 것조차 믿지 못하게되고 자연스럽게 타인조차 믿지 못하게 되었겠지.) 살아간다는건 뭐라고 생각해? (가볍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할 일은 목표로 두면 되고 과정은 알아보면 해결이 되지. 근데 살아간다는건 그게 아니잖아. 목표들이 쌓이고 쌓여서 삶이 된다지만 모든 목표들이 하나의 길을 가리키진 않아. 길도, 방향도 없어. 당연스레 어렵지. 그게 정상이야. 넌 틀리지 않았고, 마땅한 것에 고민하고 있어. ...이러면 조금 나을까. 잘못된 것을 택해도 그건 너의 선택이었고 네 나름의 옳은 길이라 말한다면 말이야. 애초에 그게 어떻게 겹치겠어. 옳은 길의 기준을 한 사람의 인생을 표본으로 삼은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몰라도 그게 당연한 것이고 알고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언제나 최악의 길만이 쉬운 길이니까.)
네가 살아있는 사람이고 내가 아는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이어서 그래. 내가 좋은 사람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 (결국 이기심에서 비롯한 애정일까.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멋대로 소중하다 생각하고는 행복을 바라지. 좋은 사람, 옳은 사람보다 흔들리는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흔들리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행복해지기를. 맑은 눈으로 자신은 행복하다 말할 수 있기를.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이해를 바란 마음은 아니었다.) 행복하면 안 될 사람은 없어. 마땅함같은걸 붙여도 될 사람은 없단말이야. 행복하라고 만들어진 생명이 행복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품을 순 없는거야... (생각할 수록, 곱씹을 수록 속이 상하는 말이다. 간혹 사람은 자신이 행복해서는 안된다 말한다. 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고도 행복을 찾는 이들이 있음에도 어째서. 납득의 문제였고 감성의 문제였다. 납득할 수 없는 자기혐오를 이해하고 방치하고싶진 않았다.) (이윽고 눈물을 닦아낸 모습은 아까보다 썩 괜찮아 보였다. 괜찮아 졌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경험이라는게 좀 쓰긴 하지. (약간의 농담을 담아 말한다. 그리고 나지막히 분명 있을 것이라 덧붙였고.) 없으면 그때야말로 불합리한 인생에 역정내면서 기어올라가 봐야지.
 
비아크:...깨먹은 건 많지만 (별로) 다친 건 없었어 뭐.. 그땐 워낙에 자주 넘어지기도 했고. (너도 알고 있잖아? 하는 말을 덧붙이더니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게 과거의 일을 입에 담을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변화인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까 궁금하네. 그 입담. (짤막히 네 말에 대답을 하고는, 이어지는 말들 역시도 제법 귀 기울여 들었다. 무언가 고민하다가 가볍게 네 팔을 톡, 하고 친다. 그러고 나서도 망설이는 듯 말을 내뱉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데려가줄래? 같이 가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으니까.. (제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가볍게 꼬아대고는, 너를 보았다가, 시선을 흘리는 걸 반복한다. 눈치라도 보듯이.) 그래도, 되는..거야? 나 때문에 불편하진 않겠냐는 얘기야. (눈을 한 번 꿈벅이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물론, 자신에게는 고마운 제안이었지. 이렇게 돌봐주고 있기도 하고, 이리 다정히 대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평소였다면 자신이 누릴 수 없는 행운이니까. 게다가, 네 말대로 만약 가벼운 거지만 요리를 해본다는 전제 하라면, 네가 곁에 있는 것 또한 도움이 될 거다. 그래도 되나, 그럴 자격이 있나, 이런 저런 생각들로 또 한 번 저울질을 해본다. 그래도, 이왕이면.. 혼자 외롭게 지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니, 조금만 욕심을 내볼까.) ..너만 괜찮다면. (그리 이야기하며 제 팔을 살짝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있고 싶어.)
아, 그냥.. 지금 보내는 시간은.. (누굴 위한 건가해서. 뒷말은 조금은 흘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네게 대답을 떠맡길 주제는 아닌 것 같아서. 아무것도 아니라 덧붙이며 네 손을 살짝 잡아 내렸다.) ...미안, 역시 아직은 고민할 게 많나봐. 사람 앞에 두고 자꾸 생각만 하네. (별로 좋은 버릇은 아닐텐데.)
...기다린다는 말을 쉽게 하는 건, 네가 나랑 사는 시간 개념이 다르기 때문인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얕은 숨을 내뱉는다. 어쩐지 자신의 옆에서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은 이상한 구석들이 하나씩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이상함에서 자신은 다정을 느끼니, 이것 또한 이상한 일이지. 눈을 살짝 내리감고는, 고갤 끄덕인다.) ..나중에 그 믿음에 배신당할 게 두려워서. (그래서 믿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함부로 내어줄 수가 없었다.) ..살아간다는 게, 뭐냐니. (그저 산다는 거 아닐까. 숨을 쉬고, 주어진 삶을 이겨내는 거. ..그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제 귀로 들어오는 나긋하고 따듯한 목소리에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찬다. 너의 말을 정말이지 어려운데, 그게 자신은 틀리지 않았고, 삶에서 이러한 것은 당연하다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때아닌 위로를 받는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인데,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지. 네 말은 왜 항상 따듯한 위로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걸까. 무슨 말로 입을 떼어야할지 모르겠어 입술만 달싹인다. 고맙다는 말, 위로가 되었다는 말, 그런 말들이 입안에 머물다가 흩어진다. 그저, 네 말을 계속해서 곱씹어본다.) ...내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는 거구나. 그게 뭐든, 내 선택이라면.
정말, 내가 그런 의미있는 사람처럼 말하지 말란 말이야.. (제 눈가를 손으로 가리고 몇 번 꾹 누른다. 살아있고, 아는 사람이고, 너에게 소중해서. 사실은 듣기 좋은 주제에, 나오는 말은 언제나 이랬지. 얕은 숨을 내뱉고는 손을 내려, 너를 마주한다.) ... (너는 언제나 자신에게 자격을 부여해주는 사람이구나. 자신은 계속해서 부정해 나가는 것을 너는 나에게 내어주려고 하니, 내가 계속 내칠 수밖에 없는 거겠지. 하지만 너에게 이기지는 못할 것만 같다. 자꾸 약해지는데, 이제는 그게 싫지는 않다는 게, 스스로에게 이상함을 느낀다. 약해지고 싶지 않아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와중에 드는 생각이 한 가지 있는데, ..나 역시,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뭐야, 그게. 결국엔 나보고 또 화내라는 거잖아.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린 채로 눈가를 손으로 살짝 부빈다. ..그나저나 웃다니, 별일이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따갑다. 작게 중얼거린다.) ..노력은 해야지. 행복할 수 있을 지, 내가 기어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왕 떨어진 김에.. 그냥 바닥에서 계속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그때 느끼는 감정이.. 인생에 대한 체념일지,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에 대한 절망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클라시카:알긴 하지-... 이래서 어떻게 혼자 사나 싶기도 했는데 말이지... (...그럼 혼자 살았을 때는... 어떻게 살았던거지? 하는 의문을 가져버리는 사람.)(전이었다면 옛날 얘기를 시작할 즈음에 추억팔이 하지 말라고 까였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아무래도 그랬을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여유가 주는 긍정적인 변화구나.) 실제로 들어보면 상당히 새로울걸..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중에 제일 비속어 안쓰면서 막말하는 사람이었거든. 이것도 재능이지. (톡 쳐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어지는 말에 방긋!이 웃는다.) 완전 데려갈건데? 성격이랑 맛이 반비례하는 곳은 꼭 체험시켜야 한다고. (당신의 행동이 무색하게도 두고 간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는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투다.) 어... 왜 불편하지? 아, 동거인이 생기면 좀 불편하다는 그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시간 지나면 외로운게 더 크다니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듯 말꼬리를 올렸다 대충 알겠다며 말한다. 애초에 이쪽이 먼저 제안했는데 거절할 턱이 있나 싶기도 하고. 너만 괜찮다면이라는 말은 이쪽이 할 말이었으나 선수를 빼앗겼다. 말 같이쓰자고 해야하나? 그래도 이걸로 룸메이트 확정이니 전에 봤던 미묘하게 생긴 오목눈이 인형을 얹어줄 수 있겠다 싶다.(절대 그냥 살 예정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려운걸 고민하고 있었구만. (저항 없이 팔을 내린다. 저런 고민은 가끔 할 일이 생기긴 하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미안해할건 아니었는데. 머리 속이 복잡하면 바로바로 정리하는게 좋긴 하잖아. 당장 급한게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급한 일 있을때나 손님 세워두고 그러는 것만 아니면 됐지, 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손님은 그쪽이니 문제 없다는 의미!)
그럴지도? 음.. 아니, 그게 맞는 것 같다. 남 기다리는데 쓰는 시간이 아깝지 않으려면 주어진 시간이 길어야하니까. (별 생각 없이 말했던 것을 조금 더 확실히 한다. 만일 자신의 최대 수명이 100 언저리였다면 기다리기 보다는 끌고다니는 쪽에더 치중되었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길게 길게 사는건 정말이지 나쁘지 않은 일이다.) 배신당하면 배신당하는거지 뭐. 그래도 한때 믿었던 거니까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그땐 행복했을 거잖아. (한태 행복했던 만큼 배신감이 생기겠지. 결국 일방적인 손해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더욱 두려울 수 있으나 전달하고싶은 것은 단한가지. 잃음에 두려워 가지기를 포기하지 말자.) 그렇지. 네 선택이라면 말이야. 정답이 없는 길에 오답이 있을 리가 없고 자기가 정한 정오표라면 수정할 수도 있고. 마음 편하게 먹고 앞을 보면 나아가는 데에 지장 없을거야.
(들리는 말에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 참 이상하다는 듯 대꾸한다.) 물어보기에 진솔한 마음으로 답했는데 말이지... (어떤 솔직함도 때에 따라 받아들여 지는 것이 다르기에 상대의 반응에 신경쓰게된다. 약간의 불안이 있었으나 다시 마주한 당신의 눈은 예상보다 썩 괜찮아 보였고.) 이렇게 이해력 좋은데 뭐가 문제였을까... 참고로 화는 밖으로 내는거다? 네가 원인이 아니라는걸 꼭꼭 속에 담고 있으라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인지 안도감이 묻어나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중얼거림에 손을 살며시 눈가에 가져다대고 살펴본다.) 부르튼거 아냐...? (상처는 없어보이지만 피부가 약해져 있다면 문지르는 것으로도 아프겠지. 밥먹고 나면 꼭 쉬라고 해야겠다 하는 다짐을 몰래 해두고.) ...나빠! (단호하게 말한다. 그건 나쁜데!) 이왕이면 바닥에서도 주변도 보고 올라갈 궁리도 해보고... 응? 나아진건 발 디딜 곳이 넓어진 것 뿐이니까? 막 바닥에 살림차리고 여기도 괜찮네 하면 안된다?
 
비아크:뭐.. 그럭 저럭? (혼자 지냈던 건 3년 정도인가, 거의 안 먹었지만, 여기서 솔직히 대답했다가는 잔소리를 한 바탕 들을 것 같아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며 짧게 헛기침을 한다. 암피트리테에 있을 때는 선배들이랑 같이 먹었고, 카리브디스에 있을 때는 혼자 사 먹었고.. 그랬지.) (그건 그래. 재능이지. 그리 생각하며 고갤 끄덕인다. 방긋 웃는 얼굴을 보고 눈을 몇 번 빠르게 꿈벅거렸고.) ...그래? 음, 그, 럼.. 나중에 가자. (누군가와 이리 약속을 나누는 것도 간만인지라, 어색하다면 제법 어색한 말투로 그리 이야기한다. 다음, 이라는 단어가 꽤나 무겁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기도.) ..혹시 모르니까 물어본 거야. 클라시카 너는, 혼자 오래 살아왔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갑자기 누구랑 같이 사는 게 불편할지도 모르잖아. (나름의 배려라면 배려겠지. 본인이라도 갑자기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된다면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아까 청소해놨던 방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묘한 기분.)
..네가 생각하는 게 특이한 건지, 뭔지.. (남이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기분이 나쁠 만도 하건만, 오히려 좋다 이야기하는 말은 본인이 하고 있는 행동임에도 쉽게 납득할 수는 없었지.)
넌 나한테 시간 쓰는 게 안 아까워? 얼마나 될 지 알고 기다린다는 말을 하는 거냐..는 질문을 좀 하고 싶은데. ..뭐, 너니까 이런 이야기하는 것도.. 이젠 이상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나라면 아까울 것 같다. 물론, 시간 개념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자신은 확실하지 않고, 언제나 유우부단 했기 때문에 결정하는 것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 오랜 시간을 누군가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것이 분명했지. 하지만 너는 분명, 아까… 기다리면 반드시 찾아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은연중에 네가 반드시 기다려줄 거라고 믿는 자신도 자신이었다.) 행복했지만, 배신 당한 순간부터는 불행하니까 그렇지. (넌 그걸 하지 말라고 하는 거겠지만, 쉬이 되지는 않았다. 언젠가 이야기 했듯이, 절망하는 순간을 두 번 겪고싶지 않아했으니까.) 오래산 사람이라 그런건지, 뭔지.. 하는 말마다 연륜이 느껴지네요. (조금은 장난스런 투로 툭, 내뱉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쉽게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네 조언을 조금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한테 자리 차지하는 게 별로 달갑지 않았거든.. 그렇게 되면 나도 그 사람 자리를 만들어 둘테고, 그 자리가 비어있을 때 느끼는 공허함이 싫어서. (제 손만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이야기하고는 시선을 마주하며 너를 올려다본다.) 어려워요, 어려워. 이해는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쉬워야지. 어려운 게 당연하기는 하겠지만.. (다시금 제 눈가에 닿는 손길에 아까 너처럼 짧게 기대봤을까. 사람의 온기는 언제나 좋아서. ..평소에도 이렇긴 했는데 방금 울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리 중얼거리는 것도 덤.) 응? (단호한 말투에 짐짓 놀란 얼굴이 되었다. 벙찐 얼굴로 있다가 결국 쿡, 하고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제가 이리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어지는 시간.) 알았어, 알았어.. ..멈추고 싶을 땐 네 말도 되새겨 볼게, 클라시카.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지금은 좀 괜찮아진 것 같거든. 그리 덧붙이고는 네 얼굴에 살짝 손을 가져다대었다.)
 
클라시카:(영 신뢰가 되지 않아 눈 가늘게 뜨고 본다. ...저 상태에 스스로 오늘 점심은 볶음밥~ 하면서 해먹....을 시도를 하진 않았을 것 같고. 그럼... 굶었나...? 사먹었나? 그래도 챙길때는 사먹었겠지 싶긴 한데... 왜이렇게 믿음이 안 가는지. 정말 많은걸 곧이곧대로 믿어왔으나 여기에 대해서는 영...) 좋아 약속~ (역시 일상을 되찾는 건 약속을 만드는 순간부터지. 음흉한 계략에 순진무구한 사람 하나 잡아 빠트리는 것 마냥 건강한 일상 만들기의 계획을 진행해보기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당신은 이 약속이 꽤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약속 내용도 나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혼자 오래 살긴 했지만 같이 산 적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으리고... 심지어... 갑자기 같이 산다 보기엔 나 이래뵈도 이틀 넘게 당신을 간호하고 있었는데용. (맞는 말. 이게 동거와 비슷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거지. 애초에 생각했던 것이 이왕이면 한동안은 눈길 닿는 곳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였고. 방은 마음에 들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할지도? 평범하진 않을 것 같긴 해. 대부분 자기 말이 무시당하면 화내잖아. 그냥 한 번 더 말하면 되는데. 생각에 빠지는건 언제나 그렇게 될 수 있는거고... 가끔은 자기 생각을 잘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문제될건 없지? (뭐든 생각할 것은 정리하고 밖으로 내비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 그렇기에 막을 일이 없었다.)
오, 좋은 질문이야. 하나도 안 아까워. 나 기다리는거 좋아해. (오히려 기다릴 시간도 없이 빠르게 뭐든 해결해나가는 쪽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고민 없이 뭐든지 빠르고 명료하게. 오히려 무섭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같지 않아지면 무너질 때 너무나 무서운 형태가 되어버리니 더욱 그랬다.) 시간이 걸릴 수록 그 사람이 그 부분에 있어서 진지하게 생각한 거라고 생각해. 망설이는 것도 다 그럴 의지는 있으니까 하는거잖아. 할 마음 없으면 그냥 거절했겠지. (이 또한 믿음이었다. 믿기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었고 존중하기에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다림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믿음도 존중도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걸까. 역시 무서운 사람이야.) 그건 맞지. 행복한 만큼 불행하고 기대한 만큼 충격받고... 뭐... 좀 무책임하게 말하자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아, 배신당하지 않는 방법 하나 있긴 하겠다. 그냥 잡아버리는거 있잖아. 어떤 방식으로든 배신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거. ...물론 이걸 하는 것도 성공적으로 잡았다고 확신하는 것도 힘들긴 하겠지만... 배신당하고싶지 않다면 이런 것도 괜찮은 해결법이 되긴 할거야. (아마도. 라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애초에 저것의 결과가 불확실한데 여기에도 불확실함을 가중할 필요는 없겠지. 이랬다가 당신이 정말로 마음먹고 사람 하나 목줄 채우면? 뭐...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지. 당신이라면 그 사람 하나쯤 충분히 아껴줄테니.) 오. 나잇값하라는 소리만 듣다가 그런 말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상당히 좋아. (따라 장난스레 말한다. 누구는 나이먹은게 자랑이냐며 머리 한 대 쥐어박았겠지만 자신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오, 너무나 납득가는 이유. 그래도 이유가 없다고 하기엔 있고 널 싫다고 하기엔 동떨어져 있으니까~... 음. 이것도 배신당하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라 볼 수도 있겠구만. 문제 너무 많아.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는게 제일 큰 문제인가... (멍하니 주절거린다. 이게 바로 인간관계의 힘든 부분중 하나...이긴 하지. 상처받지 않고 관계를 쌓는 방법따윈 없으니까.) 알면서 그런다. 힘든건 언제나 노력으로 이겨냈잖아요, 비아크씨? 이것도 이겨낼 수 있을거야. 막상 하다보니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고? 가끔 실수해도 금방 회복할 수도 있고. 일단 난 응원하고 기대하는 포지션을 잡아두도록 하지. (잠깐 느껴지는 무게감에 슬 쓰다듬어본다. 아픈 곳은 아주 약하게, 아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만 스쳤고.) 어릴때나 얼마 전이나 지금이나 울고나면 티가 난다니까... 이정도면 항상 손수건 가지고 다녀야하는거 아냐? (농담이다. 늘 가지고 다녀도 손수건으로 닦으면 우는게 너무 티나지않나.) 당장 걱정 안하는건 무리고... 조금씩 줄여보지 뭐. 그러니까 걱정할 일 없게 계속 힘내보라고. (믿지 않는다던가, 절대 그러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런 말에 담을만한 의미도 없었다. 당신이 그러겠다 했으니 그리 하겠지. 혹시라도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에겐 시간이 많으니 몇 번이고 돕도록 하자. 관계와 당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당신의 손에 부비적거린다. 닿음에서 오는 온기는 신뢰를 대신한다지.)
 
비아크:(..괜히 찔리는 게 있으니 시선을 묘하게 피했다. 별로 잘 챙겨먹을 생각은 없지만, 어쩐지.. 너랑 여기서 같이 지내게 되면 딱 모양새가 나오지 않나. 싫든 좋든, 먹게 될 거라는 것이. 과거엔 뭣도 먹고 싶지 않아서 이런 거였고, 지금은.. 적어도 ‘싫다’고 느끼지는 않으니까. 조금은 챙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응, 약속. (갈 때 얘기 해. 그리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장도 아닌 곳에 외출이라, 이것 역시도 무척이나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랬지. 하지만 이틀 내리 잠만 잤는데, 같이 살았다기엔 그저 잠자는 사람 한 명 들여놓은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집주인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별로, 걱정 안해도.. 되는 거지?
..너한테 익숙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 중이야. (그렇게 사람을 많이 대할 일은 없겠지만, 너에게 익숙해졌다가는 이것 역시도 계속해서 버릇으로 남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기분 나빠할 것이 분명하니, 조금은 자제하도록 해봐야겠지. 뭐랄까, 그런 말이 생각난다. 뭐든 오냐오냐 받아주면 안 된다..라는 말?)
… (되려 좋아한다, 라고 대답하는 너를 한참 바라본다.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사라진 걸지도 모르지. 안 아깝다고, 오히려 좋아한다고 하면.. 자신은 할 말이 없는데. 따위의 생각이나 하면서 머릿 속을 짧게 정리해본다.) 너는.. 너무 뭔가를 잘 믿는 거 아니야? 그렇게까지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는 것도 참.. 언제봐도 신기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짤막히 숨을 내뱉는다. 클라시카 힐스, 사기당하기 참 좋은 사람 같다, 언제봐도. 하지만 동시에 아니라고는 대답할 수 없는 지라. 본인이 망설인다는 것은, 결정하지 못했다는 증거일 뿐, 싫다는 게 아니니까.) 무책임한 거 잘 아네. ..나는 잡을 생각은 없는데. 마음이라는 건 언젠가 변할 지도 모르는 거잖아. 잡고 싶어도 가고 싶다고 한다면, 그건 보내줘야 한다..라고 생각해서. 뭐, 이건 상대방의 배신이라기보다는 내 미련이나 체념에 가까우려나. 결론적으로, 내가 그 해결법을 쓰기엔 조금 어려워보이지? (가만히 너를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흘린다. 너도 언젠가는 저를 곁에 두고 싶지 않아할까, 하는.. 갑작스런 생각. 이런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만을 불러올 뿐인데도.) 진짜 별 게 다 좋다. (가볍게 툭, 네 이마를 손으로 눌렀다.) 이제는 나잇값 좀 할 생각이 있나봐, 클라시카.
원래 사람을 대하는 게 제일 어렵잖아. 게다가.. 그 자리가 영원히 비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하지는 못하니까. 누군가를 믿는다고 하더라도, 사건 사고는 원래 갑자기 일어나는 거고..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이미 겪어봐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조금,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새로운 자리를 이야기하는 과정이라 그런 걸까.) ..노력으로 되려나, 이런 것도. (자신이 노력을 해본 건 너무 옛날적이라고 생각해서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옛날엔 뭐든 노력하면 될 거라는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냥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하지만 너는 언제나 응원해준다는 말을 입에 담으니, 무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옛날처럼, 과거에 기대어 보는 게.) ..당연하지, 같은 사람이니까.. (겉은 바뀌었다고 한들 알맹이는 똑같으니까. 쓰다듬는 손길이 제법 기분 좋게 느껴져 가만히 있다가, 지금 손수건 찾기엔 늦었지. 이미 짓물린 자국은 오래전부터 남아있었는 걸. 그리 작게 생각해본다.) 응… 노력 해보는 것도, 힘내는 것도 해볼게. 그러니까.. 믿고 기다려봐. 물론 얼마나 갈 지는.. 장담 못하지만. (그래도 너 잘하잖아, 그거. 믿고 기다려주는 거. 그리 덧붙여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 손에 닿는 네 뺨을 가볍게 엄지로 쓸었다. 이거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너는 나를 믿고 기다려준다고 하고, 나는 그런 네가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할테니까.)
...어쩐지 조금 민망하네. (저녁 준비하다가 울기나 하고 말이야. 그렇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네 얼굴에서 천천히 손을 내리고, 네 손도 살짝 잡아내렸다. 입을 살짝 달싹이다가, 어렵사리 말을 건네어본다.) ..고마워.
 
클라시카:(시선을 피하다니. 사실 그럭저럭의 기준이 죽을 것 같을땐 챙겼다 뭐 그런 의미인건가? 세상에. 아무 생각 없이 돌려보내면 며칠 안에 아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끼니 챙기는게 버릇이 되기 전까진 꼭 붙잡아둬야지 하는 생각도 함께고.) 글때.. 하루 전쯤 얘기하면 딱 괜찮으려나? (약속 잡을 사람이 있으면 더 일찍 말하는게 좋을텐데 지금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니.) 걱정은 네 몸상태 보고 하는거고... 아무튼 걱정할 필요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까 자기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 편하다고 밥 거르면 편안함을 잠시 뺏기긴 하겠지만. (...하지만 밥은 먹어야한다고 nn번째 강조 중이다. 집주인이 헷갈릴 정도로 편하게 지내는건 괜찮지만 이걸 빼먹는건 절대로.)
오... 그건 좀 그럴지도. (익숙해져서 버릇 들었다가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데 딴생각해도 상황이 같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비아크는 다 큰 성인이니까 이정도는 어떻게 잘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잡생각을 잠시 하고. 어른이니까.. 할 수 있지?)
어.. 음... 그래도 믿을 것만 믿긴 하는데. 대신 믿는 부분에 한해서만 의심의 여지 없이 믿는거지. 나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나 몰라? 나 십 년 전에 알고지내던 누구잖아~ 하고 말 걸어오면 와 희한한 사람 그러다 군법재판소에 넘어갑니다 하고 지나갈 자신도 있고. (하지만 이건 당연한데. 카리브디스 졸업반 혹은 암피트리테니까. 이런저런 같잖은 예시를 들어본다. 이런다고 신뢰도가 올라갈까. 아닐 것 같긴 한데. 아무나 다 믿는건 정말로 아닌데- 하는 약간의 억울함도 있긴 하다.) 음~... 그럼 다 놔버릴거야? 한 번이라도 잡으면 취소해야지 하고 가는 미련 가득한 사람이어도? (이건 뭐랄까, 포기가 아닐까. 어차피 상대는 남고싶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시도도 하기 전에 놔버리는 것이 아닐까.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한마디 던진다.) 잡아달라고 미리 말해두면 나중에 여차할때 잡아준다거나 해줄 수 있어? (큰 의미를 가진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종종 생각했던 것이긴 하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자리를 뜨게되는 경우는 흔히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누구라도 잡아줬으면 했으니.) 아-... (이건 어이가 없다는 의미일까 웃기단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후자 아닐까?) 난 언제나 나잇값을 하고싶었지만 나잇값 너무 어렵더라고?
갑자기 문득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비어버리기... 충격적이긴 하겠어. 사람이랑 관계 맺는걸 좋아하는 사람도 무서워할 일이네. 어렵고 위험하고- 두 번은 곤란하겠다. (이겨낼 수 있으려나 싶다. 이런 종류는 겪을 수록 무서워지는 고통일텐데. 아마 그렇기 때문에 두 번 겪고싶진 않다는 거겠지.) 될걸. 안되면 되게하라가 노력 관련 격언이잖아? (격언인가? 억지였던 것 같기도 한데)(당신이 노력한다면 응원하며 곁을 지키는 것이 제 할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언제나처럼 응원을 하는거지. 노력은 배신당하지 않을테니까.) 크면서 변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다 변했으면서 이런 부분은 안 변해서 말해봤어. (잘 식히면 괜찮아지겠지. 혹시 모르니까 자기 전에 약이라도 발라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눈쪽에 바르는 연고가 집에 있던가?) 약속한거다? 그런줄 알고 이뤄질 때까지 믿고 기다릴테니까. (당연한 말씀. 기다리는건 특기고 취미다. 이제 당신은 분명히 노력해 줄테지. 누구를 위해서든 당신은. 훨씬 좋아질 미래를 떠올리며 손길에 기댄다.)
밥하다가 괜한 소리한건 나라서.. 할 말이 없구만. (머쓱한듯 하하 웃다가 들려온 한마디에 눈만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 음? 뭐라고? 아, 응. 응...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일이었을까. 하지만 기쁜 일이지. 기대하지 않은 인사는 놀라웠으나 뿌듯함과 행복을 부르는 것이었다. 아, 오늘 참 좋은 날이네.)
 
비아크:(..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밥 먹는 거 관련해서는 은근 깐깐할 것 같다- 따위의 생각이나 가볍게 해본다.) 음.. 뭐,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네. 나갈 준비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니까..(상태가 마냥 안 좋은 건 아니었다. 잠깐 그 시도를 했을 때, 일어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정신적으로 꽤 타격입은 게 있어서 그랬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밖에 못 나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 진짜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나. 한 번에 식사량 못 늘린다고는 아까도 이야기했지? 거르지는 않을 테니까.. 먹는 양은 좀 봐줘. (한 번에 무리해서 먹으면 나 체한다고. 옛날에 몇 번 봐서 알잖아? 하고 덧붙였다. 내 집처럼 마냥 편하게 있을 때까지도, 밥을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
하여간에, 익숙해지면 안 될 사람이라니까, 너.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고,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이야기할 수 있겠지. 비슷하면서도 느낌은 다르니까. 굳이 이야기를 나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너와 나누는 시간이 훨씬 길겠지만, 그래도 타인을 완전히 만나지 않을 건 아니니까.)
네가 나를 믿는다는 것도 좀 놀랍고. 난 예나 지금이나 제법 저울질하는 버릇이 있는데 말이야. 그래도 아무거나 다 믿는 건 아니라니까.. 다행인가. (제 손톱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다가 틱틱 거린다. 자신은 남을 믿는 게 바닥인지라, 머릿 속에 들은 건 여지껏 불신밖에 없었거든. 특히 암피트리테..쪽은 더욱이. 지금은 종전이 됐으니까.. 무얼 나눌 수도 없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그게 좋잖아, 나한테도, 상대방한테도. (나한테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상대에게는 좋겠지. 질척거리지 않고 놔줄 수 있는 거잖아. 그래야, 상대방도 마음이 편할 거잖아.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아도, 쥐고 나면 언제나 그 안은 비어있어서, 이젠 무언가를 기대하고 싶지 않았달까. 손에 들어온다면 그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지겠지.) ...잡아도 돼? (바라보지 않던 시선을 네게로 돌려 맞춘다. 사실 바라고 있는지도 몰라. 언젠가 내 곁을 네가 떠나게 되면,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하다는 걸. 어쩔 수 없잖아. 나에게 이렇게 다정한 사람은, 또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치만 그 욕심으로 네가 자신에게 반감을 가질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된다고 한다면, 한 번은.. 잡을게. (정말로 그런 순간이 오면 한 번만으로 끝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끔 말투만 보면 할아버지 같긴 해. 어른스러울 때도 있기는 하지만.. 애같을 때가 더 많아서 그러지.
...응, 많이.. 어렵지. 빈자리라는 게 제일 크잖아. (특히 그 자리가 큰 사람이라면 더욱이 말이야. 물론 시간이 많이 흘러 무뎌진다면 괜찮을 거다. 하지만, 그 무뎌진 것조차도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줘야만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말, 결국엔 포기하지 말라는 거잖아. (포기가 제법 빠른 편이었다. 특히 자신의 노력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어떠한 감정을 품고 있던 상대를 위한 마음에서 움직이는 거라면 멈추지 않겠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면 글쎄,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안 변하는 사람.. 제일 대표적인 거, 너 아니야? 남들이 보기에 크게 변한 사람은 굳이 따지자면 나고. (손가락으로 너를 가르키고는 입가에 짤막히 호선을 그린다. 자신은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변했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기에. 너는 내가 눈색 빼고는 별로 안 변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우는 건.. 옛날에도 내가 잘 울었던가. 소소한 생각도 해본다.) 알았어, 약속...해볼게.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자신에게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네게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 네가 과연 얼마나 기다려줄까. 그때까지 내 곁에 있을까, 몇 몇 생각을 떠올리다가 제 손에 기댄 얼굴을 바라봤다. 아까는 못 느꼈는데, 제법 강아지 같네.)
… … (괜히 민망한 느낌에 시선을 돌리곤 발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톡톡 쳐댄다. 이상한 말처럼 들렸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는 너의 표정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아서, 속으로 웃는다. 생각보다 편안한 느낌이 들어, 안심되었다.)
 
클라시카:응, 그정도면~... 적당히 괜찮다 싶을때 말 꺼내볼게. 이러다 첫 외출이 외식 되는거 아냐? 나쁘지 않지만. ..아닌가? 아니네? 내일 자가기로 했지? 그럼- 집 근처에서 벗어나는 일로 외식이 된건가? 음. 괜찮네. 미식여행 기분. (당신의 말에 은근히 뜨끔한다. 하지만 밥을 안 먹으면 기운도 없고 기분도 안좋고 삶의 낙도 하나 사라지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주기적으로 밀어넣는건 중요한데. 우선은 거르지 않겠다는 부분에 집중하도록 하자.) 와, 아무리 그래도 억지로 강요하진 않아-. 대신 더 맛있는걸로 주겠지. 조금만 먹으면 그만큼 맛있는걸로 채워야하니까. (뭐든 먹으려거든 맛있게 먹어야 한다고, 즐길 수 없는 수준까지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물론... 얼마 전에 식사량에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익숙해지긴 해주길 바라는데~ (이상한 사람이라도 이왕이면 익숙해지면 안되나? 하고. 이상하다고 인지만 하고 있으면 괜찮을텐데 하는 무책임한 생각을 한다. 아니면 소소한 수다거리로 한 번쯤 물어본다던가.. 괜찮은 물음이긴 할 것 같은데. 아마도? 나름대로? 나름대로.)
저울질 해도 말이지. 그래도 카리브디스에서 알고지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알고 지냈잖아. 그만큼 지켜본 결과가 넌 믿어도 된다는 생각이야. (이래뵈도 오래 보고, 오래 생각하고 믿는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당신이 나름대로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의미이기도 했고. 물론 이마저도 믿고자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이렇게 되는 것이기도 하겠지. 믿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훨씬 쉽게 믿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좋지 않을지도...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잡아도 된다 생각하거든. 잡아주는 쪽이 좀 더 마음도 찌르고 생각도 많이 하게되고. 괜찮지 않을까나. (한 순간 분노로 돌아가던 사람에게도 괜찮은 기회가 되어주겠지. 서로 후회하지 않는 적절한 선이 한 번 잡고 3분 기다리기 아닐까. 아마 그럴 것이다. 한 번 잡고 잠시 기다리기. 돌아보기 적절한 선이지.) 이왕이면 잡아줘. 잡기 싫어도 한 번정도는. (눈을 맞춰오기에 반사적으로 미소짓는다.) 어지간하면 한 번이면 잡힐거고... 안된다 해도 한... 몇 시간 있다가 돌아올 것 같으니까 잡아도 안 잡힌다고 완전 놓진 말고. 나 누구 영영 떠나는거 되게 못하거든. (농담인가? 아마 농담이다. 애초에 소중한 사람이 잡는데도 떠날 일이 생긴다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일테다. 그렇다면 아마 잠시 떠났다 다시 돌아오겠지. 겨울이 온다고 떠난 철새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리 없는 것처럼.) ..말투는 늙었고 행동은 애같은거야? 오~ 가관인데? 뭐지? 내 지난 날을 돌아보게 만들다니. (...)
빈자리는 언젠가 매꿔지긴 해. 아주 느리고 힘들겠지만 돌아보면 아직 남은 곳은 많이 있을테니까 생각보다 나쁘기만 하지도 않고. 빗물이 고이듯 빈 공간에도 무언가 고이고 남겨져서 다른 무언가가 생길거야. 다른 소중한게 생기면 뭐든 매꿔줄 수 있다고. 언젠가 본 노을이 대신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느날 집에 들어온 고양이가 대신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거야. 뭐든 마음에 들고 한 켠을 내줄 수 있다면 뭐든지. (당연하지! 포기하지 말란 의미!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뭐라도 해낼 수 있다 믿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행동하길 멈추지 않으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그리 해주기를. 그러니까.. 반려고양이같은? 아, 자꾸 고양이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러다 언젠가 고양이 하나 품 속에 품고 돌아오는거 아닌가 몰라.) ..나? 나인가? 아- 그럴지도? 음... 나랑 관련되면 잘 모르겠는데. 여전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긴 하지만. 그리고.. 너도 그렇게 많이 변했는지는 확신 못하겠고. 변화란 뭘까 싶어~ 이전 모습을 찾지 못하게되면 변했다고 하는건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의견이었다. 이것을 기준으로 잡으면 당신은 역시 별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여전히 걱정되었고, 눈물도 많고 위태로웠다. 그저 겉으로 내비치는 모습만이 달라졌을 뿐 본질은 그대로였다. 본질이 그대로라 해도 그것은 바뀐 것인가? 알 수 없었다.) 내가 장담하건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내 기준에서도, 네 기준에서도. (언젠간 이 모든게 당연해질 때가 올거야. 그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 되도록 곁에서 지켜볼 생각이었고. 분명 괜찮아질 것이고, 극복할 것이고, 당연해질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형태로 당신의 일상은 돌아올 것이다.)
이러다가 타는거 아닌가 몰라... (불에 올려둔 팬의 바닥을 슬 긁으며 확인한다. 아직 괜찮군.)
 
비아크:...내일도 나가기로 했으니까.. 그게 첫 외출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긴 하지? 그 전까지 날 집에만 계속 있게 할 건 아닐 거 아니야. 안그래? (먹는 여행이라, 애초 당시 여행을 제대로 가본 적이 별로 없던가. 재밌을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싫도록 느껴지지는 않으니까, 된 건가. 무언가 생각이 많아보이는 네 얼굴을 응시한다. 아까 들었던 잔소리 듣기 전에, 사전에 막은 게 다행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그렇다면 다행이네. 물론.. 내가 억지로 먹을 생각도 없지만 말이야..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 그냥 누구 먹이는 걸 좋아하는 건지.. 실없는 생각만 들게 되는 것 같네, 정말.)
이미 조금 익숙해졌어. 완전히 배제한다거나.. 그러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너랑 얘기하는 거 안 싫어해, 나. (턱을 괴고 그리 이야기하더니, 짧은 숨을 내뱉는다. 이미.. 몇 번 말려들지 않았나. 평소와 다른 모습도 몇 번 보였으니 말 다했지. 네가 익숙해져서든, 편안해져서든, 비슷할 거다. 결과는 이러니까.)
..그때부터라고 하면 내가 할 말은 없네. 중간에 공백기는 있었겠지만.. (그리 중얼거리다가 어쩔 수 없겠다는 듯 어깨를 가벼히 으쓱였다. 카리브디스부터라면.. 공백기를 포함하면 10년 정도이려나. 길게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라면 더 말을 얹지는 않겠다. 적어도 네가 후회할만한 선택을 한 건 아니길 빌기도 하고 있고.) ..너는 계속 붙잡니? 그 사람이 원치 않는다면서 네 곁을 떠나려고 해도, 붙잡으려고 해? (그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 너는 그 시도 자체를 가치있게 여기는 걸까? 오히려 붙잡았던 걸 후회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이런 게 두려워서 피하면 뭣도 못할 걸 알면서도.) ..그럼 잡아볼게. (나는 너만큼 강하진 못해서, 여러 번, 오랜 기간을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언젠가 네가 잠시간 떠나게 되는 날에는, 되도록빨리 돌아오길 빌어보는 수밖에. 곁은 내어준 사람의 오랜 부재는 자신에게는 꽤 큰 타격인지라. ..솔직히 이왕이면 안 떠나는 걸 원하지만.. 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가관인 거 잘 아네, 그러니까 이왕이면 통일시켜봐. 물론 지금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나름 네 특징이라면 특징이니까? 어쩔 때는 어른스럽고, 어쩔 때는 애 같잖아. 가끔 신기하다는 생각도 좀 해.
..이거봐. 이럴 땐 또 엄-청 어른 같아. (뭐, 200살 넘게 산 너를 어른이 아닌 취급하는 것도 조금은 웃긴 상황이 될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 무언가 고인다..라. 빈 자리를 메우는 것, 눈에 담기는 풍경들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자잘한 꽃들이 될 수도 있는 걸까. 약간의 의문이 들기는 했으나, 무언가 채워진다, 라는 게 싫지는 않았다. 빈공간이 생기는 것은 싫었지만, 그 빈공간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이라면 되려 반가웠지. 자신은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 싫었으니까. 그나저나 고양이라면... ...귀여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지. 외형적으로 변한 것도 변한 거잖아. 못알아볼 만큼 바뀌면 변한 거고.. 성격 면에서도 옛날이랑 꽤 달라진 걸 나도 알아. (모를 수 없는 것이긴 하지, 원래 성격을 최대한 뒤로 숨겨둔 채 일부러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었으니까. 차라리 변한 것으로 취급해서, 예전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했었다. 자신에게 과거는 나약하기만 한 어린 애에 불과했다고 생각했어서. 네가 보는 나는.. 아까 얘기했듯이 변하지 않은 걸로 보겠지. 이 역시도 특이한 점 중 하나로 치부하기로 했다.) 그래? 자신만만하네.. 나는 얼마나 걸릴지 자신이 없는데, 너는 그렇게 한 번에 대답하고.. (어쩌면 네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이 아닐까? 부러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였다. 지금의 상황의 모습 역시도 네가 자신에게 준 것이었으니, 그 말을 안 믿을 생각은 없었다. 조금이나마 믿고 싶었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그 말을.)
...안 탔으면 다행이네.. 설마 네가 나처럼 기구를 태워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긴 한다만.. (슬쩍 네 어깨 너머로 얼굴을 빼곰 내밀어 살펴보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접시랑 수저라도 놓을까? (볼 긁적..)
 
클라시카:그것도 그렇네~ 최소한 산책이나 가까운 곳에 쇼핑은 나가겠지 싶고. 그럼 역시 여행인가보다. 여기 와서 하는 첫 여행이 미식여행이면 좀 별로인가? (그런가? 하고 당신을 바라본다. 내심 괜찮은 여행 주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밥은 언제나 좋은 여행 동기가 되어준다 보는 편이니까.) 억지로 먹이다가 반사적으로 맞는 일은 생겨도 주는대로 다 먹다가 탈이 날 것 같진 않긴 해. (옛날에는 주는 사람이 미안해질 것 같은 표정을 지을 것 같았는데 이것도 달라진 거라면 달라진건가? 혹시 모르지, 옛날에도 그랬을지. 오랜만에 같이 밥먹을 사람이 생기니 챙겨주고싶은 기분이 들어 큰일이다 정말. 이게 손주들 시골집에 내려오면 하루 5끼 먹이는 마음인가?)
(가만히 듣는다. 좋은건가 나쁜건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이왕이면 안 싫어하는 것보단 좋아해주면 좋겠는데. (싫어하지 않는다는 시점에서 이미 완전히 만족인 주제에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전한다. 아무래도 농담의 비중이 더 큰 탓에 목소리에는 웃음기만 묻어났지만 말이다. 아무렴 상대가 받아들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느낀 바로는 마냥 좋다는 것이지만 괜히 한마디 더 붙여보고 싶은 탓에 말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백기는 있었어도 오래 보긴 했잖아.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고. 뭐가 이러냐 싶긴 하지만 이게 맞기도 하고... 중간에 못봤지만 오래 본건 맞고 오래 생각해 보기도 했으니 괜찮겠지. 후회할 결정을 한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테지. 후회는 시간이 없는 사람이나 하지 않던가. 정해진 기회 안에 옳은 선택을 해야한다면 기회가 많은 사람일 수록 초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할테지.) 음... 아쉬우면 한 번, 속상하면 두 번, 상처받을 것 같으면 세 번 정도 잡지 않으려나. 지금까지도 그랬고. 붙잡는건 상대를 향한 애정을 보이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편이거든. 애정 없이 누가 붙잡겠어. ....어쩌면 자기만족에 가까울지도 모르지. 상대가 변할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면서 시간과 마음을 들여서 붙잡는다니 말이야. 그래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계속 생각날 거잖아. 잡았으면 달랐을까 하는 후회도 남을테고. 후회할 걸 알면서 그런 선택을 하는건 싫네. ... 실패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한만큼 덜 슬프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 (결국은 이기심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상대를 위해 잡는 것 보다는 자신을 위해 잡는 것이니까. 그 시간을 후회하더라도 아마 쏟아넣은 그 애정을 후회할 일은 없을테니까.) 어지간하면 떠나지 않겠지만 세상 일은 모르잖아. 그래도... 최대한 그래볼게. 잡는만큼 남아있도록. (당신의 시도가 가치있도록. 시도했음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너무 어른스럽기만 하면 재미없고 애같기만 하면 성가시지 않아? 재밌는 어른이란건 어렵구만. (통일할 생각이 없는건지 그 사이 어딘가를 목표로 하는건지. 당장 이렇게 생각을 하고있어도 결국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리 지낸지 오래인 만큼 바뀌는 데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이 들테니까.)
이게 바로 연륜이란거지. (농담이다. 농담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말하는 사람 기분은 농담이었다. 애초에 이런 연륜이라니 딱히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경험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아마 자신이 그러했으니 당신 또한 그러리라 믿는다. 당신 또한 빈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며 어느 순간부터는 사라진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음으로부터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긍정하게 될 것이고. 비어있지 않으면 채울 수도 없는건 너무 많으니까.) 사람은 참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이도 의지한단 말이지. 본질이 변하지 않으면 변함이 없다 생각해도 될텐데. (굳이 본질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그리하면 순간의 변화도 변화가 아닌 변덕이 될테니까. 변덕이 된다면 변화를 되돌릴 수도 있을테니까. 당신은 변했다. 변했나? 성격적으로 변하긴 했으나 자신이 느끼는 당신의 성격 변화 또한 겉으로 보이는 것에 불과했다. 진실로 변했다면. 변덕이 아니라면 후회 또한 없겠지. 그렇기에 변화란 후회하지 않는 것. 다르게 표현해 발전이라 말할 수 있었따.) 내가 좀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지. 그래도 빈말은 아니야. 지금도 조금씩 변하고 있잖아. 가끔은 본인보다 옆사람이 먼저 알아채는 게 있다지? 이것도 그런게 아닐까. (언젠간 스스로도 알게될 것이다. 느끼는 바가 생길 것이고. 그러니 중간중간 말해주는게 좋으리라. 사람이란 자고로 발전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족속들이니까.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수다떨다보면 태울 수도 있지~ 전문가도 가끔 실수를 한다구. (이렇게 복선을 깔아둬야 다음에 실수해도 복선 회수라고 농담을 할 수 있다. 다 큰그림이다 큰그림.) 그래~ 같이 있으면 이것도 장점이야, 그치?
 
비아크:거봐. 역시 그냥 둘 생각 없지? (물론 마냥 집에 박혀있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 계속 이렇게 살아가게 되면 정말 또 무료, 아니, 목적없이 방황하게 될 게 눈에 보여서. 한 켠으로는 자신도 싫은 거지, 황하게 되는 것이.) ..나쁘지는 않아. 어차피 여행 다니면서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히 제 손톱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힐긋 너를 바라본다.) 정답. 은근히 잘 알고 있네. (물론, 때려도 그렇게 세게 때리진 않을 거야. 나 그렇게 염치 없지도 않거든. 그리 덧붙이고는 시선을 빙글 돌린다. 식사량을 늘려보기로 하긴 했지만, 그게 말이 쉽지. 예전에는 그래도 평균 사람어치 만큼 밥은 챙겨 먹었지만.. 지금은 확 줄어버렸으니까 늘려가는 건 시간을 늘여야 할 일이다. 변했던 모든 사람이 다 한 번에 돌아오지 않듯이.) (...) 너 표정 읽힌다. 나 애 아니야. (가볍게 이마 톡, 하고 누른다.)
...하아,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고는 미간을 짚는다.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듣는 건가? 진짜? 아니면 그냥 자기를 놀리는 건지. 말하는 거랑 표정을 보니까 아무래도 후자같긴 하네. 가만히 시선을 맞추다가, 괜한 반항심에 어깨를 가벼히 으쓱인 걸로 답을 대신한다. 좋기는 하지만, 입밖으로 내려고 하니 아무래도 조금은 망설이게 된다. 솔직하게 말하는 건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예외였나보지. 입만 벙긋댄다. 좋다고.)
네 기준에서도 오래야? 솔직히 넌 짧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나한테는 길지만. 4년하고도 졸업하고 나서의 10년. 공백기를 포함한다고 해도 14년이다. 카리브디스에서 바로 만난 것도 아니니까 그것까지 빼면.. 아무렴. 너는, 대체 자신의 무얼 보고 그리 믿을만하다 입밖으로 낼 수 있는 건지 참 의문이다. 정말 후회하지 않는 건지, 그만큼 자신의 선택을 믿고 있는지. 후회하는 게 워낙에 많았던만큼 너를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은 누구 한 명을 믿는 것조차도 여러 번, 수십 번 고민하고 저울질하는데.) ..애정인가, 후회하지 않기 위한 시도이고, 조금은 덜 슬프기 위한 최선.. (네 말을 듣는 동안 짧게 손톱을 한 번 물었을까. 언젠가 네가 자신을 붙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큰 바람일까.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것도, 단순한 욕심일까.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네가 아쉬워했으면 한다. 이미 여기서 네가 이어진 숨을 이어가려는 것만 해도, 나는 네가 떠난다면 아쉬울 것 같다. 속상할 것 같고, 떠날 거면 왜 제 숨을 붙여두었다고 상처받을 것 같았다. 웃기지, 언제부터 누가 곁을 떠나는 것에 그리 마음을 썼다고. 애초부터 자신의 곁에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를 않았는데.) ..세상 일은 모르는 게 맞아. 그래도 널 잡는 건, (가벼히 옷 소매를 그러쥔다.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가 잡고 있는 네 옷소매를 눈에 담는다.) ..네가 남아있었으면 하는 걸 바라는 게 맞으니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너 때문에 연명한 목숨이다. 네가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난다면, 이 삶의 의미가 절반은 사라지겠지. 굳이 절반, 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네가 원하지 않을 걸 아니까.) 됐다, 싫다는 건 아니니까. 너 같아서 그게 나아. 바뀐다면 그게 더 싫을 것 같아. (짤막히 입꼬리를 올려다가 내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너무 어른 같지도, 너무 애 같지도 않은. 이따끔씩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장난도 치면서 제 곁에 있어주는, 너 자체로 만족한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고.)
잘났어, 그래. (거의 나의 몇 배야.. 7배? 정도는 살았으니까, 어쩔 수 없기는 하다. 어른인 것도 맞고, 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것도 맞고. 네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도 이거. 언젠가 자신의 비어있는 자리가 매꿔지기를 바래야지. 너처럼. 그게 사람으로던, 물건으로던, 스스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던. 조금씩 매꿔나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은 이 빈자리가 익숙하니, 무언갈 채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것들은 되려 자신이 뱉어낼 것 같았으니까. 차라리 자신의 빈 곳들이 매워진다면, 그건 쌓이는 게 아닌,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었으면 했다.) ..그게 가장 눈에 띄잖아. 어쩔 수 없는 거기도 하고. 너도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모습이잖아? 네 눈으로 보는 거. (눈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가 내린다. 변화라는 것. 솔직히, 네 말을 들을 때마다 자꾸 자신에게 변하지 않았다, 라는 걸 강조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기분이 꽤나 묘했다. 대체 내 무얼 보고,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지. 몇 번을 생각하더라도 빠지지 않는 의문이다.) ... ...졌다. 졌어. (변하고 있다는 게 마냥 틀린 건 아닌 것 같아서, 손을 휘적이며 내저었다. 너를 못당해내겠다는 게, 약간의 변화를 인정한 이유. 전쟁 중이었다면 정말 아무 말도 안 믿고 안 들었을텐데 말이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네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자신 역시도 그에 휘둘리고 있어서. 이렇게까지 잘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기도 하지. 어쩌면 정말로 이상해져 가는 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고.)
뭐.. 그래도 내가 한 것들 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한 것들은 아예 못 먹어줄 수준이었거든. 그리 덧붙이고는 턱을 괴며 눈을 내리감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고. 어디있어?
 
클라시카:좀 없는 편~ 나가기 싫은거면 한동안은 둘거긴 하지만~...? (집에 있는걸 좋아하는 것과 나가길 싫어하는건 다른데 과연 어떨까. 지금까지의 대화로 미뤄보건데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리라. 그러면 데리고 나가야지.) (오, 맞구나. 하고 감탄조로 말한다. 그래도 세게 때리진 않는구나- 하는 부분이 좀 고맙기도 하고. 그런데 이 시선 배치는 뭐지? 이 자신 없어보이는 시선 배치는... ..빤히 바라보다 이어지는 말에 이쪽이 시선을 돌린다. 음. 애는 아니지만...) ...아니야? (정말 아니냐는 말-은 아니다. 괜히 더 챙겨주고싶어서 그런거라고나 할까...)
뭐야 한숨 뭐야. 무슨 의미야. (나 한심해? 하는 눈으로 보다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납득한다. 뭐... 싫지 않은거라면 좋아한다고 멋대로 해석해버려도 할 말 없는 부분이긴 하잖나.그러니까 지금은... 뭘 하지. 눈웃음이나 지으면서 모른척을 해볼까. 즐거운 기분이다. 평화롭고.)
막 긴 시간은 아니어도 짧은 시간은 아니고.. 보여지는 쪽 기준에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순전히 내 기준으로만 보면 좀.... 너무 오래 봐야해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대수냐, 20년은 봐야 오래일텐데. 인간 기준이면 3년만 봐도 오래 봤다 하던데 이정도면 충분한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후회한다고 해도.. 무엇을? 믿는 동안 충분히 좋았는데 굳이 후회할 것이 있을까. 후회할 시간에 슬퍼하는게 더 취향이기도 했다. 왜 후회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 물어보면 답해줄까. 후회의 근본적인 이유를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나.) (시간을 갖고 당신의 반응을 기다린다. 무슨 생각을 할지, 무엇을 바랄지. 과연 지금 들이는 시간의 이유는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이럴 때 만큼은 독심술이라도 배워볼까 하는 허황된 생각이 든다. 여기서 속마음을 읽는 것이 득일까 실일까도 확실하지 않은데.) 네가 그렇게 바라고 행동한다면 난 당연히 최선을 다할거야, 알지? (몇 번이고 말했던가. 아니면 생각만 했던가. 네가 그리 하고자 입에 담는다면 결코 이를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을 것임을 전했던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네 행복을 바란 것이라 말했던가.) 그럼 현상 유지로. 지금와서 변하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해. (불안의 10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인데 지금와서 변하려면 좀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 익숙하지도 않을테고. 그러니 당신의 답이 만족스럽다. 지금의 자신이 가장 본질에 가깝기 때문일까.)
조금씩 천천히 해결해보자고. (우선은 비어있는 곳 보다도 여기저기 그어져있을지 모를 금이라도 잘 살펴보고 그런 곳 부터 보수라도 해보고-... 얼마나 걸릴까.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매꿔질 수 있고 채워질 수 있음을 알았다면 언젠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질 구멍일테니까 그때까지만 잘 버텨보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이왕이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들어차면 좋겠는데.) 말 그대로 눈에 띄니까 말이지. 오래 보면서 신경쓰는건 내면이랄지? (그리 말하며 가슴께를 가리킨다.) 내면보다는 본질이거나 바라는 바에 가까울지도? (그렇기에 당신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보기에는 그랬다. 여전히 여리고 상냥하며 따뜻한 사람이었다.)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 번 끝난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긴장 속에서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긴장과 혼란 속에 가능한 것은 오로지 단절 뿐이니 나아가려거든 한 번 끝을 보아야만 한다. 마침 거대한 혼란이 사그라든 상태가 지금인지라 이런 변화가 생긴 거겠지. 상황이 이렇게 무섭다.)
태우고 나면 다 똑같은 재 아냐?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탄 부분을 먹으면 뭐든 쓴맛이 나지. 옛날에 저지른 숯.... 이 떠오른다. 음.) 저쪽 찬장에~ 열면 딱 보일거야. (찬장을 가리키고는 요리를 마무리한다. 어쩐지 오래걸린 기분~)
 
비아크:싫은 건 아니긴 해. (좋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리 나지막히 덧붙이고는 창밖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날씨가 아까보니 제법 괜찮았지. 바람도 조금 불었고.. ..날이 더 추워지면 나가기 힘들려나. 그런 생각도 조금. 여행같은 것도, 외출이라는 것도 워낙에 오랜만에 생각하는 것들이라 생각나는 건 없었지만.) (... ...) 응, 아니야. (단호.) 네 나이에 비하면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애는 아니지. (그렇지? 하고도 물었고.) ...챙겨주는 걸 싫어하진 않아. (오히려 고맙지. 속으로 그리 생각한다.)
안 한심해. 그냥 어이가 없어서 그렇지. (굳이 굳이 그걸 입으로 말해줘야 아는 거냐고.. 하는 생각. 나이 그만큼 먹었으면 알아서 알아차려주면 좋으련만.) ... ...좋다고. (아주 작게 중얼거리고는, 괜히 민망한지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린다.)
(뭐어.. 그렇긴 하지. 네 기준으로 보면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가도 안 이상하고. 내 기준으로 보면 이미 꽤 긴 시간을 보낸 거기는 하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가벼히 끄덕였다. 자신은 돌아보는 게 너무 많았고, 놓지 못한 과거에 매어있으니까, 발목을 잡는 것들을 후회라 칭하고 움직이지를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지. 후회와 슬픔이 부정적이면서도 다른 이유는, 후회는 끝없는 과거를 바라보게 되고, 슬픔은 후회를 버리는 방안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려나.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 알아. (모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해준 말들이 있어서, 너는 계속해서 내 행복을 바란다, 라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그 행복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미지수. 그리고, 내 행복을 바라는 네가.. 행복한지에 대한 답변 역시도, 미지수다. ..행복한가? 아직은 아닐 것 같기도.) 그건 동감. 당장 변하면 왜 이러냐고 하면서 뛰쳐나갈지도. (조금은 과장, 뛰쳐나가봤자 갈 데도 없는 걸? 과연 변할까, 싶었다. 마음 한 구석에, 변하더라도 그게 너의 본질의 변화는 아닐거라는 생각도 조금.)
(시선을 내렸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가능성은 모르겠다만, 완전히 불가능하다, 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약간의 희망정도는 생겼다는 걸지도 모르고. 언젠가 모든 게 매워지고 아물게 되면, 그 때는 내가 아는 너를 봐볼까, 하는 생각도 짧지만 해본다. 지금은 자신만을 보기에도 벅친 시야이고 세상이라서, 너까지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서, 네가 보기엔 내가 변하지 않았다, 라는 이야기가 계속~ 느껴지는 것 같은. (맞아? 그리 덧붙이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그게 진심이라는 게, 몇 번을 생각해도 이상하고 생소하다. 변했다는 말만 몇 십번을 들었는데, 너 한 명은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니까. 이상할만도 하지. 내가 판단하는 변하지 않은 사람은, 클라시카, 너였으니까. 다정하고 남을 위할 줄 알고, 누구보다 따스해보이는 사람.) 네. 승리자께서는 참으로 기쁘시겠네요. (그때였으면 인정 못한다고 우겨댔을지도. 자신에게 실패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몰락하는 거였으니까. 짧게 픽 웃으며 이야기하곤 어깰 가벼히 으쓱. 뭐, 패배한 사람에게 벌이라도 있나. 하는 농담도 살짝했고.)
..적당히 탄 거랑 아예 다 태운 거는 조금 다르긴 하잖아. (그리 중얼거리며 찬장을 조심히 열어 접시와 수저를 꺼낸다. ..두개씩. 두 개 꺼내는 것도 조금, 생소한 걸. 식탁 위에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히 내려놓았다.)
 
클라시카:(함께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 평화로운 동네의 평화로운 날씨였지.) 다행이다. 집에 재밌는게 없거든. 있는게 책 뿐이야, 재미가 없어. 나가야 재밌는게 생기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닥 좋아하지 않을 전문서적이나 수두룩했다. 괜히 흥미가 돋아 사봤다가 이게 무슨 소리람 하고 덮은 종류도 있을만큼 말이다.) 음, 아니었군. (작게 끄덕인다. 성인은 성인이니까. 그래도 굳이 이런걸 말로 해주는걸 보면 크고 덜 크고를 떠나서 그냥 귀엽다는 생각도 들어 슥슥 쓰다듬어준다. 귀여워라.)
.....어이가 없을줄은 몰랐는데. (한심하진 않아도 어이없는 사람이라니 이건 꽤... 좀.... 한심함보다는 덜 상처지만 아주 살짝은 상처일지도.. 뭐랄까 스크래치같은 상처가... ... ...있는 것 같다가도 금새 풀려 무심코 해실거리는 미소를 지어버린다.) 나도 좋아... (이런 맥락이던 아니던 이런 답을 해주고 싶었다. 어쩐지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은 기분이었고.)
알면 좀 더 행복하라구. (말을 정정하자면 행복해지라- 가 될까. 당신은 행복해도 되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고 싶어도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니까. 알지 못한다 말하거든 알게될 때까지 알려줄 내용이다. 모를 수가 없을만큼 확실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 끝에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자신 또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 행복하겠지. 오래 바란 것이 이루어지는데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 ...그정도로....? 그.. 뛰쳐나갈 정도로? (그만큼 안 변하는 이미지인가? 그럼 농담으로라도 일탈을 꿈꾸지는 말자. 그러고보니 암피트리테 들어간 초반에 만났던가... 파격적인 염색약을 받아서 한동안 화려한 색으로 지냈었는데.)
정답-에 가깝지? 확신하기에는 객관식이 아닌지라. 적어도 내 기준에는 정답이야. (변했으되 후회하고 과거에 묶였다면 이는 내면은 변치 않았음을 뜻하지 않는가. 변하고싶지 않았으나 변해야만 했던 것이고. 원치 않은 변화라면 한 두번쯤 되돌릴 수 있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네, 기뻐요~ 패배자께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벌이라, 잠시 고민해본다. 사실 벌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지라 완전히 처음부터 상상해야 하는 상태다. 그렇기에 이리저리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벌은~... 음... 거울보고 자기 칭찬 3가지 하기? (이런 벌칙.)
적당히 타면 통째로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좀 더 나쁠지도? (소생 불가 수준으로 탔다면 차라리 완전히 탄게 처리는 편하지~ 하고 덧붙인다. 물론 냄비나 팬은 의견이 좀 다르겠지만. 하지만 무기물의 의견은 듣지 않는 것이 훌륭한 사회인의 자세이기에 머리 속에서 지운다. 식탁에 둘이 앉은 것이 얼마만인지. 지인이나 친구가 있어도 집에서 식사를 함께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세상에. 정말 오래됐네. 이 새로운 감회를 느끼며 식사 준비를 끝마친다.) 나 다른 사람이랑 같이 식탁에 앉는거 되게 오랜만이다?
 
비아크:책 자주 읽나보네.., (나도 어렸을 때는 자주 읽기는 했지만.. 자서전이라던가, 복잡한 책들은 관심있는 축은 아니었다. 소설 같은 류는 나름 흥미가 있는데, 나중에 한 번 살펴볼까. 슬쩍 네 방문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금세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말만 그렇게 하지 결국엔 애취급이구나? (입을 살짝, 내밀었다가 다시 원상복귀. 쓰다듬는 걸 피하지는 않았다, 그야, 싫어하지 않으니까.)
(상처 받은 얼굴..인가?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이어진 표정과 말에 바로 내린다.) ... (큼,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시선을 돌렸다. 저 웃는 얼굴, 몇 번봐도 적응 안 될 것 같아. 제법 열이 오른 얼굴을 손으로 살짝 매만지다가 힐끗 보고, 또 돌리고. 아까 얼굴 쓰다듬었을 때와 같은 민망함은 사양이다.)
..내 행복을 왜 그렇게 신경쓰는지 모르겠다니까. 너부터 신경써, 너 은근 남한테 관대한 나머지 너한테는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까.. (누누이 얘기해도, 참. 행복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자꾸만 품에 안겨주려고 하니 이럴 때마다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네가 행복했으면 하니까, 너도 행복해. (약간 명령조 같지만? 그래도 진심은 진심이니까, 그리 이야기하며 한참 너를 올려다본다. 싫다고는 안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대답을 기다리는 듯.) ... (어쩐지 생각하는 게 많아보여서, 작게 웃음 소리를 흘린다.) 농담인데. 뛰쳐나가진 않을 거야. 이런 저런 소리는 조금 해보겠지만.
네 기준에서 정답이라면 정답인 거지. 너한테 한 말이고, 네 생각에 대한 질문이었으니까. (몇 번 곱씹어본다, 제가 정말로 변하지 않았는지. 정말로 변한 건.. 외적인 형태, 겉뿐인 건지. 당장에 정답은 나오지 않으니 천천히 새겨보려고 한다.) 기분 나쁘지는 않... (이어지는 말에 삐끗.) 안 해. 못 해. 진짜 못 해.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 (정말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 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소생 불가 수준이면 어느 정도 말이 다르긴 하겠다. 먹을 수 없을 정도라면.. ..그만 생각해보도록 하자. 과거에 태워먹었던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르니까 끝이 없네. 고개를 저으며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네가 오는 걸 기다리고, 들려오는 말에 눈을 가벼히 꿈벅였다.) 그래..? 얼마만인데?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4년만. 그리 덧붙인다.)
 
클라시카:할 일은 없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하고싶은 것도 없고... 그럴 즈음에 많이 읽었지. 그리고 나서는 좀 바빴고... 얼마 전부터는 또 책도 좀 읽긴 했지만 자주라고 하기엔 가끔인지라. (자랑할 만큼 독서광은 아니라며 으쓱한다.) 그런가? 그냥 소중히 하는건데 말이지. (아이는 소중히 대해야 하기에 그런건가 하는 생각. 아니면 귀엽다는게? 귀여움은 별개인데도. 지금도 이렇게, 충분하다 이상으로 귀여운데.)
(손이 슬 올라오기에 쓰다듬어주나? 싶었지만.. 아니었군. 살짝 아쉽지만 지금 반응을 보면 오히려... 오히려 좋을지도... 이런 생각을 하고있단걸 들키면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며 옆구리라던가 푹 찔릴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슬 바꾼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계열의 그것을...)
오래 살면서 나한테 신경쓰는건 너무 많이해서 재미 없어. 질려. 그리고 난 남에게 관대한만큼 나에게도 관대하니까 괜찮아. (아마도. 나에겐 깐깐하고 남에겐 관대하다니 그런건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렴 남이나 자신이나 목줄 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알고있으니까. 그래서인가, 자신에게 깐깐한 사람을 보면 좀 더 힘 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일단 행복하지 않은 상태는 아니지만... 그것도 노력해야겠네. 최대한 그러도록 하죠. (행복해 지겠다 확답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 하지만 노력하는 데에는 장담이 필요하지 않고 노력에는 무언가의 결과가 따르니 괜찮은 답이겠지.) ...어쩐지 그 이런 저런 소리가 궁금해졌어. ...일탈의 가능성을 열어봐야 하는거려나. (이런 발언, 이런 생각. 예고한 시점부터 별 의미는 없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다행! 정답이구나. (문제를 푸는 사람이 매기는 사람이 되어버려도 되는건가 싶지만 출제자가 그렇다는데 누가 부정을 하나. 무엇이던 질문 위에 출제의도가 있고 출제의도는 출제자가 정하는 법이다.) ...진짜로...? 못해..? (그런데 못하니까 벌 아닌가? 싶었다가... 좀 너무한건가? 모르겠군. 그래도 하기 시작하면 자기애가 는다고 하던데. 이런 의미에서는 조금 아쉽다.)
얼마나 됐더라-... 친구나 지인이랑은 거의다 외식이었으니까 몇 십년 됐지 싶은데. 카리브디스 때부터 쭉 없었으니까. (사실 그 전부터도. 한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자체가 어색할 수준으로. ...그래도 친구는 한 번씩 부를걸 그랬나 싶긴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었다. 딱히 사람 부를 여유나 사정이 안 된 것도 없잖아 있고.)
 
비아크:사람 만나기 싫을 때도 있었어?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느낌인가.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사람도 만나기 싫고. 본인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네가 그렇다고 하니 조금은 의외인지라, 저도 모르게 되묻는다. 무료함을 달래는 정도의 용도였으려나.) ..진짜 별. (또 또. 소중하다는 말이 저리 쉽게 나오지. 아까 전에도 들었던 말이건만 괜히 어색하다. 또 한 번, 이상하다,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맴돈다.)
그게 질릴 정도냐고... 그래도 신경.. 아예 안 쓰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내가 더 할 말은 없네. (시간 개념이 달라서 그런지 또 또, 이따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있었다. 자신은 자신에게 시간을 쏟기도 부족한데, 그게 질릴 정도, 라.. 그래도 본인에게 깐깐하진 않다니 다행이지. ..내가 할 생각은 아니기도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라는 것만 해도 만족은 하지만.. 노력해준다면 그것도 더 좋지.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네 대답에 만족한다, 어쩐다 이야기할만 상황은 아니지만, 굳이 답을 내놓자면 만족스러웠다. 아까 네가 싫지 않다, 라기보다는 좋아해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느낌일까, 행복하지 않다라는 말보다는 행복하다,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니까.) ... ...하고 싶으면 해봐, 말리지는 않을게. (대신 상황에 따라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 지는 모른다? 어깨를 짤막하게 으쓱였고.)
(괜히 한 번 피식 웃었다. 그래, 정답이야. 참 잘했어요- 라도 해주리? 그런 말을 덧대기도 했다.) ... (에휴, 저렇게 말꼬리 흐리는 것만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약해져서는. 진짜 비맞은 강아지라는 표현이 딱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되면 해볼게.
그렇다면.. 엄청 오래됐네. 혼자 밥 먹는 거 안 심심해? 심심한 건 둘 째인가.. 안 외로워? (혼자 밥 먹던 시절은 제법 많았다, 근 3년은 안 먹은 거나 다름 없으니 제외하고 생각해보자면.. 카리브디스에서 정도? 그 때 자신은 조금은 외롭기도 했었던 것 같아서.)
 
클라시카:나도 사람인데 있었지~ 그때 좀... 뭐라고 해야하지? 좀 예민했다고 할까... 좀 그랬지. 그래서 사람 만나기 싫었어. ...뭐, 그랬을 때도 있었다고! (지금은 아니고! 다 지나간 이야기, 옛날 이야기라며 밝게 덧붙인다. 옛날 얘기 나와서 밝기만 한 사람 있나. 사람은 싫고 심심하고 괜히 누워만 있는건 싫었던지나 책이나 읽었던거지.) 별-이라니. 내 소중한 진심을! (장난이다. 사실이지만 장난. 너무 진지하게만 말하면 부담스러울지도 모르잖은가.)
질릴 정도지... 한때는 왜 이렇게 된걸까 하는 고민만 하루에 20시간을 했다니까? 그러니까 이제 질려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중인거지. (과장이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중간중간 다른 생각을 하긴 했겠지. 저런 생각 할 즈음에 시계를 본 적이 없어 확신은 못하지만 말이다. 역시 시간이 너무 많은 것은 좋기만 하질 않는다. 과해도 부족해도 안 좋은 것이 적절한 수준이 너무 애매하다는 투덜거림이 남고.) 평화로우면 행복해지긴 하니까 당연한거지. (진심이다. 평화롭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었다. 평화만이 상황을 유지시키고 발전시켰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고요 속에 살았으니. 고로 지금은 나름대로 행복한 축이다. 행복하다 말하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그렇게 될 환경은 만들어진 정도.) 아~... 그거 꽤 불길한 반응인데. 너 누구야 하는 반응 나오는거 아니지? (꽤.. 아니 상당히 불길하고 불안한 반응이다. 어디 한 번 해보시지가 이런거 아닌가?)
(꽤 즐거워하는 모습일까. 아마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이런 말도 해도 되려나.) 상 있어? 있으면 난 쓰다듬 받는게 좋을 것 같은데. (해주기만 했잖아, 하는 말도 해둔다. 이랬다가 해주면 좋은거고 안 해주면 아쉬운거고.) ...진짜? 좋아. 이러다 자기애 넘치게되면... (이라 말하고 상상해본다. 자기애 넘치는 비아크라,) ...괜찮은데? 해보고 괜찮으면 계속 해주라, 알겠지?
익숙해지면 편하긴 한데... 좀 외롭긴 하지.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메뉴면 괜히 생각도 좀 나고. ...그래도 사람 부를 여건은 안됐잖아. (얼핏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당당하게 사람 초대하고 즐겁게 시간보낼 사정은 아니었지.)
 
비아크:(자신도 과거 얘기는 달갑지 않은 편이니,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만 괜히 이렇게 밝게 얘기하면 신경쓰인다는 걸 모르나? 고민하다가, 결국엔 그냥 넘기기로 한다. 언젠가 물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하겠지, 언젠가.) 사춘기였나봐? (물론 장난. 데우스의 나이 세는 기준은 몰라서, 사춘기가 언제쯤 오는지는 모르겠네.) ...싫다는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닌데.. (..어색해서. 그리 작게 중얼거리다 귓가를 만지작거린다. 예전에는 참 쉬웠던 고맙다는 말이 이제는 내뱉기도 어렵지.)
..그걸 20시간동안 고민한 것도 신기하다.. 적당한 게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라서 제일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뭐든 적당한 게 좋지. (모순이려나?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과하다면 너처럼 남아서 문제일 거고, 부족하다면 나처럼 시달리는 게 문제겠지. ..지금은 나도 조금 남으려나, 너에 비해서는 한참 적기는 하다만.) ..동의. (동의하지 않기에는 자신 역시도 평화로웠던 시절이 가장 좋았으니까. 마음놓고 일을 할 때라던가, 카리브디스를 다닐 때라던가.. 혼자라고는 하더라도, 지극히 평화로웠던 날들이었다. 지금도.. 평화로우려나? 한창 시끄럽기만 하던 세상이 갑자기 고요해져서 문제였지만. 네가 행복할 수 있을 날을 조금이라도 더 바래본다. 머지 않았기를) 나올지도? 장담은 못하지, 네가 얼마나, 어떻게 변할 줄 알고 내가 그런 장담을 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면 모르는 척은 안 하지.)
... ...진짜 별 걸 다 상으로 탐낸다. 그게 상이야? (살짝 요상한 눈길로 보기는 했지만,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머뭇거리다가 네 머리 위로 손을 올린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쓰담 쓰담, 조심스레 움직였고.) 너나 해. 너나! 아니, 너부터 하든가..! 벌이라고 하니까 한 번은 해도 두 번은 못하거든..! (휙, 결국 고개를 돌려버린다. 안 해.)
(별로 좋은 주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네. 가만히 바라보다가 톡, 이마를 누른다.) 지금은 있으니까 된 거 아니야? (가만히 눈 마주치면서 눈 깜박. 여기에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나랑 먹을 거 아냐.)
 
클라시카:....응?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져 저도모르게 되묻는다. 사춘기라니 세상에. ....세상에. 사춘기라니. 세상에. 뇌가 멈춘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싶어 멍하니 보고있다가...) ...사춘기는 일반인들이랑 비슷할 즈음에 지나갔는데... (..진짜로. 애초에 데우스도 평범하게 자라다가 어느 순간... 정말 몇 명 아주 조금의 몇 명이 나 왜 아직도 이 얼굴? 하게 되는 사태를 맞을 뿐이니.) 아무튼 샃춘기는 아니야, 진짜로. (아직도 믿기지 않는 발언을 들은 기분을 유지한 채로 멍하니 있다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분명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주변이 고요했던 탓이겠지.) ...농담이긴 했는데.... 뭐야 이 반응... 뭐지... 어필...?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해서 무마하려는 그런.... 그런 종류인가... (인간은 계속해서 진화한다더니 그런..건가...? 좀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이 아닐까.)
주관적으로 적당한 수준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하는 고민이 생기려 하고있어... (문제는 그걸 찾는 방법이 예상도 안 간다는 부분일까. 사는게 너무 어렵다. 그냥 서로 시간좀 나눠서 쓰면 안되나 하는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제안을 속으로 했다 반박한다. 시간은 상대적인 거라면서요 상대성이론을 좀 더 직접적으로 증명해봐 하는 의견과 그게 그 뜻이 아니잖아- 하는 종류의 셀프 태클. 누가 지금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면 이게 뭔소리야 했을 것 같은데.) 동의 못하는 사람.... 아무래도 거의 없겠지... (타고난 전투광 정도면 동의 못하려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우리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당장의 평화를 사랑해야지.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평화였지만 그렇다고 혼란을 돌려달라 하기엔 바라지 않았다.) ...나올지도 모르는거야? 세상에... 내가 어느날 갑자기 까칠하고 성질 나빠져서 오면 너 누구야 하는 반응 할거야? (굳이 그런 쪽으로 달라질 생각은 없었지만 이쪽이 가장 거리가 먼 것 같긴 하니 이쪽으로 예시를 들어보자.)
상이지. 아무 일도 없는데 그러면 좀 그렇잖아? (어색한 쓰다듬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종류의 칭찬이다. 막연한 애정을 형태로 나타내면 이런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담길 수 있는 애정의 형태도, 종류도 몹시 다양한 방식이었기에 더욱 좋았지. 무엇보다 쓰다듬을 받는다는건 향수를 부르기도 하니까. 어린 시절 당연스레 받았던 애정과 추억이 현재에 덧씌워지는 기분, 그와 동시에 추억에 불과하던 것이 당장의 현실로 옮겨와지는 감각. 과거이자 현재라. 취향의 문제였지만 추억의 요소이기도 했다.) .....(빤히.....) ...뭔가의 내기를... 해야할지도... (이왕이면 자신이 이길법한 것으로. 그래서 벌로 같은걸 걸어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비아크... 진짜 안 할거야? 한 번 해보고 할만하면 한 번쯤 더 해보는거도 괜찮은데... 응? (고개를 돌린 쪽으로 슬 기울어지며 묻는다. 묻는 것 보다는 같잖은 애교라도 부리는 쪽이 가까울지도.)
...(잠시 눈을 깜빡이다 밝게 미소지어보이고.) 그렇네. 당분간은 함께구나. (이렇게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는 어쩌나 싶어진다. 이러다 슬슬 따로 살러간다 할때 잡게되면 어쩌지. 아니 그냥 잡을 것 같은데...)
 
비아크:알았어, 너 그러다가 혀 씹겠다. (어쩐지 생소한 반응에 웃음이 슬쩍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으려나. 아, 진짜 웃기다. 그렇게까지 당황할 일이었나? 싶었지만, 반응이 제법 재밌는 축에 속했다고 생각한다. 멍해진 얼굴을 보니까, 웃긴 게 쉽게 가시지는 않는지 입꼬리는 여전히 올린 채였고.) ...? 응? (네 말에 이번에 당황하게 된 건 이쪽. 황당하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이게 뭔.. 뭔 소리야 내가?? 내가 언제, 언제 그랬는데..? (더듬 더듬 말을 이어간다. 진짜 당황했다는 게 보일 정도의 얼굴. 진짜 이게 무슨 헛소리람? 난 내가 귀엽다는 생각 32년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봤거든? 괜히 또 홧홧- 해지는 얼굴.)
네가 언젠가 뭘 했을 때 이 정도면 되겠네, 싶으면 적당한 거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예를 들어서.. (잠시간 고민하다가, 입을 연다.) ..네가 요리할 때 생각해봐. 처음엔 양조절이나 간조절.. 실패할 때도 있을 거고 하지만..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하다보면 익숙해지잖아. (그런 거랑 비교하면 조금 그러려나.. 싶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 떠오르는 건 이 정도니까.) 응, 그렇지. 전쟁 통에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테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아는 사람 중에는 적어도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아마 각자의 평화를 누리고 있지 않을까. 예전만은 못한 평화겠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름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도 들고.) 음.. 아무래도.. 생긴 건 똑같으니까, 가장 의심스러운 건 빙의나 도플갱어 정도? 아니면~ 평행세계? (이런 류는 많이 믿는 건 아니지만.. 농담. 물론 빙의는 조금이지만 믿을지도? 그리고 그대로 줄행랑칠 것 같다.)
너는 그래서 나한테 계속 쓰다듬어주나봐? (칭찬의 의미에서의 상으로? 미리 이야기하지만 싫다는 건 아니니까. 손에 닿는 온기가 이질적이면서도 따스함이 감겨 제법 기분이 몽글 몽글한 게 올라오는 기분. 추상적이다만, 이런 기분이 뭔지를 알아야지. 갑자기 어릴 적으로 돌아간 느낌도.. 없지 않게 있다. 커가면서는 쓰다듬 받을 일이 많을 리도 없었고, 카리브디스 들어갈 적어도, 들어간 후에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졸업여행에서는 꽤 받았던가. 그런 과거 회상도 조금씩 해본다. 생각해보니 너도 그 중 한 명이엇구나, 쓰다듬어줬던 사람 중에 한 명. 그 때는 허공 쓰다듬에.. 나한테 물어보고 했었지, 아마?) ..너부터 하라니.. .. (윽, 진짜.. 미간을 꾹, 손으로 누르더니 결국 고개를 숙인다. 진짜 못 보겠네.. 저런 건 어디서 배운거야?! 지금 고개 들었다가는 얼굴 빨개질 것 같은데. 귀엽다는 생각이나 드는 게.. 미친걸까, 싶었다.) 알았으니까.. 얼굴 치워...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그리 이야기했다. 물론, 나중에 모르쇠할 지도 모르지만.)
(웃으니까 낫다. 역시 이쪽이 안심되는 편인가봐.) 아무래도. 네가 불편하다면야 당분간이 아니라.. 금방 나가주겠지만. 근데 무슨 생각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표정이 묘한데.)
 
클라시카:(혀 씹겠다는 말... 보다는 놀리는 것 같은 얼굴에 입 꾹 다물고 바라본다. 너..... 설마........ 하고.... 진의를 의심하는 시선을 향하다 이어지는 반응에 갸우뚱한다. 순식간에 입장이 뒤바뀐 기분인데, 왜지? 뭔진 몰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가 튀어나온 것이 틀림없다.) ...아니야? 왜지? 귀여운데. 아닌척 해도 들켰으니 그만두시지? (자기 장점을 잘 살리는 수법을 쓰는구만... 그래도 열이 오르는 걸 보니 완전히 계획대로인 건 아니라는건가? 알다가도 모르겠으니 손부채질로 살살 식혀준다.)
필요가-... 없나? 흠... 알듯 말듯 모르겠네. (들어준 예시를 적용시켜 생각해보다 고개만 갸웃하고 만다. 모르겠군....) 얼마나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그것보다 너무 많으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다른 쪽으로 말을 꺼내보자. 대부분의 경우에서 자신은 시간이 과하게 남는 편이었으니까 여기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지 싶다.) 전쟁 중이지만 행복해요는 있어도 전쟁 중이라서 행복해요는 아무래도 거의 없겠지~.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쟁을 하는 결과론적인 이유를 모르겠어. (소소한 투덜거림을 남긴다.) 재밌는 가설이네. 도플갱어나 평행세계는 그렇다 쳐도 빙의는 좀? 뭐랄까 계가 다르지 않아? SF에서 오컬트가 되는 기분인데.
틀린건 아닌데 맞는 것도 아닌 말이구만. 칭찬의 의미이긴 하지만 상보다는 그냥 기특한데 말로 하는 것 보다는 이쪽이 더 정감 넘칠 것 같잖아. 그래서 쓰다듬어주는거지. (말로만 하는 칭찬보다 훨씬 따뜻하고 직접적이니까 조금은 더 와닿는 뿌듯함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생소한 사람이 갑자기 그러면 좀 그러니까 거리 조절을 좀 하긴 했지. 워낙에 소심해보이기도 했으니 불쾌할지도 모른다 싶어 더 그랬고.) 잉... (치우라니... 뭐랄까 너무하다는 소리를 하며 자세를 바로한다. 역시 이건 좀 그랬나? 나잇값 하자, 나자신.)
안 불편하다고... 말 안 했나...? (어라? 하고 바라보다...) 음~ 그냥. 같이 있는거에 적응해버리면 나중에 질려서 나 간다 할때 붙잡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좀.
 
비아크:...그게 진짜 아니라는 얘기야..!! 그런 적 없다고..!! 내가 귀엽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귀엽지도 않단 말이야..! (하아, 진짜 미치겠네.. 제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한참 그러고 있는데. 얼굴 못 들겠다.. 대체 클라시카, 네가 사람 보는 기준이 이제 좀 궁금해질 지경이야..) ..아까 놀린 건 맞고. (네가 하는 부채질에 더해, 손등을 제 얼굴에 몇 번 가져다가 대며 열을 식힌다. 고개를 살짝이지만 들면서 주제를 돌려본다.)
음.. 글쎄다, 뭐가 있으려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는 오랜만이라 익숙하지가 않네. 제 손톱을 몇 번 매만지고) ..새로운 자극 주기? 할 수 있는 건 많고 어떤 사람이든.. 모든 걸 다 해보지는 않았을 테니까.. 혼자 할만한 걸 다 해봤다면.. 다른 사람이랑 할 걸..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혼자 있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랑 있는 게 시간도 더 잘 가지 않나.. 싶기도 해서.) 아무도 모르지, 한쪽의 몰살을 바라거나.. 아니면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걸 알고 싶다거나.. 땅이 가지고 싶다거나. 가설은 많지. 보통 윗 사람들이 욕심을 더 내니까 전쟁이 일어나는 거고. (소시민들이 이런 걸 바랄리는 없잖아. 그리 덧대 중얼거린다.) ...빙의 되었으면.. 조금이라도 네 의지가 남아있으면 집으로 오지는 마.. (너네 집이지만..) 아니면 내가 나가게 문자라도 좀,
...네 말대로 나쁘지는 않네. 머리카락은 조금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 이야기하고 쓰다듬던 손을 떼었다. 됐지? 참 잘했네요, 클라시카. 하는 말도 장난스레 덧붙이면서. 이건 말로 하는 칭찬. 아까 그건 정감 넘치는 칭찬. 둘 다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 옛날에는.. 그랬지. 갑자기 햇으면 다섯 발은 도망갔을 테니까..) ..., (멀어진 걸 보고 나서야 짧막히 막혔던 숨을 내쉰다. 얼굴에서 손을 떼고, 몇 번 갈무리도 해본다. 얼굴색은 꽤 돌아왔지만, 역시 속에서는 아직도 열이 조금 올라오는 모양.) ..이제 됐다. (얼굴 정리 끝났다는 뜻. 그제야 너를 본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하긴 했어, 기억 못하는 거 아니야.) 내가 계속 눌러앉으면 그것도 민폐일 것 같았는데, 그런 생각하는 건.. 나 계속 여기 있어도 된다는 뜻이야? (자신이야 좋지, 솔직히.. 지금 그 집으로 돌아가면 집 상태가... ...생각하지 말자. 수저를 들더니 더 늦기전에 잘먹겠습니다, 인사부터 한다.)
 
클라시카:.....누가.. 그래...? (대체 누가 안 귀엽다 말한건진 몰라도 이상한 사상을 주입했군, 하고 중얼거린다. 자기 객관화가 덜 되었다는 말도.) 의도한건 아니라 쳐도 뒤에 말한건 진짜 이상한거 알지? 넌 좀 자기가 귀엽게 느껴졌으면 귀여운 척이 아니라 귀여운거예요 하고 말해도된다고. (이런 발언.) ...물론 이거랑은 별개로 놀린건 나빴다. (꽁. 어떻게 사춘기가 나오니.)
새로운 자극이라... (한때 영화에서 봤던 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른다. 살인은 참 새로운 자극을 준다고... ...이게 아닌거같은데. 애초에 막 그렇게 새롭지도 않은데. 아무래도 이런 자극이 아닌 것 같다. 생각을 지우자.) 같이 할만한 걸 찾는다... 좋네. 괜찮다. 같이 해줄 사람은.... (당신을 바라보다) 찾으면 같이 해줘? (혼자 하라 그러면 상처받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건 비밀이다.) (가만히 듣고있는다. 가설이 이어질 수록 조금씩 불쾌해지다 허, 하고 탄식을 뱉고.) 그런 놈들 손에 무기 하나 쥐여주고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를 해야하는데. (....내 집인데. 하는 눈으로 슬쩍 보았다가..) ..이왕이면.... 내가 안 와볼..게...? (네가 여기 아니면 어디가겠어... 아니 갈 곳은 있지.... 상태가 나빠서 그렇지...)
그 느낌까지 해서 꽤 좋지않아? 그게 쓰다듬의 중요한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쓰다듬 받을 때만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말이지. 이윽고 떨어지는 손길에 머리칼을 슬 정리한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어쩐지 간질이는 기분이 들었고, 이어지는 칭찬 또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 과정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다. 얼굴에 열이 자주 오르나 봐- 하는 소소한 걱정은 덤이다. 역시 몸상태가 좋지 않은걸까. 이제 됐다며 제 쪽을 보는 시선에 옅은 우려가 걸린 얼굴이 비쳤겠다.)
그놈에 혹시나... 그럴 일 없어. 계속 있어도 된다고. 아주 대놓고 눌러앉아도 될 수준? (따라 인삿말을 입에 담는다. 이것도 오랜만이다 싶다. 혼자일 때는 하는 의미도 없었으니. 우선은 당신의 반응을 기다린다. 괜찮게 됐나? 입맛을 잘 몰라 평소에 하던대로 했는데.)
 
비아크:..누구한테 물어봐도 내가 귀엽다는 소리는 못 들을 걸? 너야 말로 그런 이상한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건데. 아픈 건 아니고? (그리 이야기하며 네 이마에 짧막히 손등을 얹었다가 뗀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 ..네가 더 이상해. 그런 말 할 일, 절대 없어. (아야. 할 수도 있지.) 너도 지금 놀리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빤히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 살짝 기울인다.) ...나? (네 말에 자기를 가르켰다가, 고민이라도 하는 양 시선을 한 번 빙 돌리더니, 이내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못 할 이유는.. 없지, 아무래도?) 나라도 괜찮을 지는 모르겠지만.. 얘기한 적이 있던가.. 나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재미 없을 지도 모르지만 네가 그게 괜찮다면야..? 아니면 한 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다른 사람 찾아도 되고. (나 말재주도 없고, 손재주도 없고..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있는 게 뭐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 정작 그러면 움직이지도 않겠지, 아쉬운 세상이네~ (갑들은 전부 편하게 먹고 살고 있으니. 거기에 욕심까지 더 얹어서.) ...착한 것도 진짜 병이란 생각이 조금 든다. (툭, 손날로 살살 이마 치고. 귀신은 예나 지금이나 싫다니까.) ..그냥 귀신 씌이지 말기나 해. 뭐.. 귀신들도 너보면 도망갈 것 같긴 하다. (그렇게 빛(물리)나는데. 실소를 터트리고는 어깰 으쓱인다.)
응... 괜찮네. (나쁘지 않아, 제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다가, 결국엔 고개를 끄덕인다. 간지러운 느낌이 손에만 남아있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묘했지만.) ... ... (한숨밖에 안나온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리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픈 거 아니야, 멀쩡해. 진짜 멀쩡하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대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자 구 그럼 나 진짜 눌러앉는다? (확인 차 한 번 더. 누군가랑 같이 있다는 거, 사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원하고 있는지라 거절할 생각은 안 들었다. 그 상대가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너라면, 더욱이.) .. (작게 한 입 떠서 우물 우물.. 몇 번 씹고는 넘긴다. 아까 손질할 때부터 알아보기는 했지만.. 냄새 맡았을 때부터 눈치 채기는 했지만..) ..요리 잘하네, 진짜. 맛있어.
 
클라시카:....설문조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절대로 자신이 맞을거라는 무언가의 믿음과 확신의 눈.) 어디서 나오냐니... 귀엽잖아?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얼굴에 힘 살짝만 풀어봐, 다 귀엽다고 그럴걸? (그리 말하며 당신의 입꼬리에 손가락을 대고 위로 살짝 올려본다. 귀여운데 말이지.) 고집이야~.... (너무하네~ 하는 말을 하려다 말고 이어져 나오는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놀리다니 뭘? 영문을 모르겠는데... 그냥 순수한 의심이었는데 말이지.
(나? 하는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이어지는 긍정에 만족한다.) 자기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막상 같이 있으면 재밌는거 알아? 그리고 보통 말하는 재밌는 사람은 같이 오래있으면 피곤해서 별로야. 너정도가 딱 좋지. 다른 좋은 사람 찾는게 더 힘들걸? (같이 뭘 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냥 맞지 않는 일이었겠지 하고 다른 사람 찾아도 된다는 말을 흘려버린다. 시간이 많으면 같이 할걸 찾으면 되지 뭣하러 사람을 찾나.) 아쉽지 아쉬워. 어디 썩은 머리만 잘라내는 히트맨같은 사람 없나몰라. (어딘가 있을지도? 싶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본 적은 없으니 없다는걸로. ...아니 있나? 썩은 머리만 잘라내는지 확실치 않으니 보류.) 병이라는 말을 들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정도는 종종 보이지 않나? 세상에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은 많을텐데.) 그건 내 의지로 못하지 않나? 귀신이 도망가주면 이득이긴 한데. ... ....어쩐지 놀림받은 기분이 들어. 전에 교회 구경갔다가 받은 취급이 떠올랐어. (예로부터 데우스는 교회나 성당에 가지 않지... 이유를 몰라서 갔다가 몸소 경험했고... 끔찍해라.)
..진짜지? 걱정시키고 말이야... 몇 번이고 말하는 거지만 진짜 어디 아프거나 이상 있으면 말해야한다? 그러다 쓰러지면 나 저항없이 주저앉아버린다.. 울어버릴 수도 있어... (?)(최소한 눈치는 좀 없는 것 같다.)
원한다면 그래도 괜찮은데? 눌러앉아도 되는 집 구조잖아. 이웃도 좋은 사람이야. 나도 사람 있는 쪽이 훨씬 좋고. 빈집은 외롭잖아. (미소와 함께 여기 눌러앉으면 좋은 점을 슬쩍 어필한다.) (기다리다... 당신의 감상을 듣고 긴장감이 싹 가신다. 괜찮았나보다!) 다행이다, 별로면 상당히 면목 없을 뻔 했어.(...) 일어나서 먹는 첫 끼가 별로면 안 되지. 절대 안 되지... 식욕이 떨어지잖아. (별로라고 했으면 엎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했을까, 거의 그런 기세이긴 하다. 그래도 맛있다 하니 만족하고 자신도 식사를 시작한다. 일이 여러 개 일어나서 그런가... 뭔가 시간도 사건도 많이 지나간 기분...)
 
비아크:...이걸로 설문조사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너 그러다가 진짜 이상한 취급 받아. (자기도 양보 못한다는 눈. 절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입꼬리 올려진 거 보고 그대로 네 손을 잡아 내린다. 살짝 뚱한 얼굴. 역시 놀리는 거라니까. 아무리봐도 놀리는 거야, 백번 봐도 놀리는 거고.) 지금 하는 게 놀리는 것 같다고. 옛날에도 안 그랬고, 지금도 안 그랬고, 앞으로도 안 그럴 거다, 에.. (뭘 걸어볼까..) ..내 머리카락이나 눈이라도 걸어볼까? (아래로 늘어진 머리카락을 살짝 손에 올려본다. 눈은 어차피 한 쪽은 안 보이니까. 이건.. 조금 살벌하려나?)
(눈 깜박 깜박.. 제 볼을 긁적인다. 그런가? 적당하다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말로 들으니 꽤나 묘한 기분.) ..뭐,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적당하다니까 그거면 된 거겠지. 다른 사람 기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너랑할 건데,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잖아. (할 만한 게 이왕이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네가 무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이왕에 계속해서 알 게 생겼으면 좋겠다는.. 응, 그런 생각도 조금 했고.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자신 역시도 도움 되고 싶은 게 어쩌면 당연했다. 염치없이 받기만 하기는 못하니까.) 있었으면 이미 몇 명은 죽었겠지? 나도 이왕이면.. 그런 사람들은 조금 있었으면 좋겠네. (턱을 괴고 그리 중얼거린다. 비리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갑질하는 사람들.. 뭐, 그런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조금 좋아지려나, 아니면 반복되려나. 아예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게, 기대를 할 수는 없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해보라는 거지. (동양 속담에 그런 말 있어,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고.) 교회? 교회라면.. 뭐, 그럴만도 하지. 데우스가 종교 단체에 가면 아무래도.. (..신격화되거나, 절이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말도 덧붙여 중얼댄다. 상상하니까 조금.. 웃긴 것 같기도. 너에게 좋은 추억은 아니엇을 것 같지만.)
진짜 오바는.. 나도 몇 번이고 이야기하지만 괜찮아. 진짜. 안 괜찮아졌으면 내가 지금 여기 있겠어? 들어가서 누웠지. (..울지는 말고. 그리 얘기하며 괜히 얄미운 기분에 볼을 살짝 잡아당겼다가 놓는다.)
(덥썩 잡네, 이걸. 어쩐지 정말 괜찮아하는 것 같고, 또 자신과 마찬가지로,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겠으나 원하는 것 같으니까.. 저 역시도 고개를 끄덕인다.) ..눌러 살래. (할 거 많겠네, 여기서 살려면.. 가지고 있는 짐은 없으니까 사러갈 게 많은 게 맞으려나.) 맛있어, 근 몇 년 먹은 것 중에 제일 나을 지도..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아무래도 그렇지, 제대로 먹은 게 없으니까.. 의욕적이라는 생각을 잠시,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탓에 천천히,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흘러내리는 게 조금은 불편하니 머리카락도 살짝 묶었고.)
 
클라시카:인정하지 못한다면 통계로 보이는게 인지상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냥 가끔가다 보이는 설문지 돌리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아, 그게 이상한 취급이구나. 아무튼. (뚱한 얼굴... 보다가... 같이 뚱해져서 그냥 볼만 조물조물...) 한치 거짓도 농담도 없는 말이었는데 말이지. 그보다...(뭘 걸어? 미간 좀 구기고 더 조물조물....) 왜 말 그렇게 해? 그런거 걸지 마...
그것도 그러네. 서로 괜찮으면 됐지. (뭘 하는게 좋을까. 미리 생각해 두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두고 내일 물어볼까? 뭐든 괜찮겠지. 특별한 목적 없이 기간만 정해두고 세계를 떠돌아보는 것도 즐거울지 모르겠다. 물론 여러모로 상태가 괜찮아져야 그럴 수 있겠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니까 여기저기 방랑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그럼 좋겠다. 이왕이면 같이 즐거우면 더 좋겠고.) 문득 씁쓸해지네. 얼마나 법이 느슨해서 처벌을 못하면 법보다 다크히어로를 원하게 되는건지... (근본부터 갈아엎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고. 해결하지 못하면 반복될 뿐이겠지. 개인의 힘으로는 끝낼 수 없는 일인가보다.) 근성으로 이겨내라는 말과 유사한걸 듣게될 줄은 몰랐는걸... 그럼 일단은 해볼게...? 이게 될진 모르겠지만? (속으로 무리일거같은데- 하고 생각한다. 이걸 어떻게 해...) 마지막 기억으로는 광란이 일어났지. 성서를 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교리를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고... ...음. 그 외 기타등등도. 그 이후로 절은 가도 교회는 가지 않기로 했어. (어쩐지 엄지 척..)
계속 참던게 기억이 나니까 그러지. (약간은 안도하는 모습이나 여전히 옅은 걱정이 깔려있는 시선. 울지 말란다고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그 때가 오면 어떤 기분이 될지 장담조차 할 수 없으니 당연한가.)
좋아, 결정된거다? (기쁜듯 미소짓고) 앞으로 집 빌 일은 잘 없겠다. 외로울 일도 적을거고... (혼자 살 때의 제일 큰 단점은 외로움이겠지. 특히나 집에 다른 사람이 있다 가면 더 크게 느껴질테고. 그럴 일이 없어 기쁜걸까. 앞으로 좀 더 바쁘게 돌아다니게 되겠지. 그마저도 즐겁다.) 그정도로..? ...사실 그 근 몇 년동안이 사실은 딱히 먹은게 없어 제일입니다~ 는... 아니지? (의심 반 농담 반. 하지만 크게 잔소리 할 마음은 없는 채로 당신을 바라보다 자신의 몫을 처리한다. 이런 날이 일상이 될까. 여기 눌러앉아 살다보면 그렇게 되겠지. 밥 챙기면 가족이랬는데 가족인가? 유사가족? 대충 이런 잡생각을 한다.)
 
비아크:응, 그게 이상한 사람 취급이지. 이런 걸로 누가 설문지를 돌려, 정말 어이없다니까. (볼 조물 조물.. 당함. 뭐하는 건데 이거.. 표정은 또 왜 그래.) 계속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농담 아니라는 건 믿겠지만.. 귀엽다는 건 정말 나랑 안 어울리는 말이니까, 인정은 못하겠다. (..) 알았어, 반쯤은 농담은 아니었지만..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안 걸게. (이런 소소한 거에 걸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리 생각하며 네 손을 다시 잡아 내린다.) 볼 만지고 싶으면 네 볼 만져, 클라시카..
응, 나는 하고 싶은 건.. 아직 없지만. (뭐라도 생각나면 말해줘볼래? 내가 거부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거든. 그리 덧붙이고는 검은색으로 물들였던, 제 머리카락 끝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꼬아댄다. 언젠가 이것조차도 잘라낼 수 있을 때가 올까. 싶어진다. 지금으로서는 자신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짧은 미래나마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변화했다는 거이 분명했으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거려나. 싶어진다. 너와 함께 돌아다니는 것.. 어떠려나. 즐거울까, 라는 생각과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라는 생각이 공존한다. 완전히 떨치지 못한 자괴감. 일상적인 생각은 언제나 의문을 스스로 품게 만드네.) 우리가 어떻게 손을 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정부 쪽에서 먼저 움직여준다면 땡큐고.. 아니라면 적어도 정의로움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움직여주길 빌어봐야지. (정의로운 사람, 그게 자신은 아니었기에 움직일 생각은 못했다. 속죄라는 의미라면 또 모를까, 내가 무언가를 타개하겠다고 나서는 건 제법 우수운 일이었으니.) 안 되면 말아, 내가 버티든, 도망치든 할테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하는 것도 조금 웃기지 않아? 거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잖아.) .. (큭,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래, 나라도 안 가겠다. 그리고 나름 교훈은 얻은 경험이었나보네. 교회는 앞으로도 갈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엄지척 보고, 잠시간 고민하다가 고개를 숙이곤 입가에 짤막히 호선을 그린다. 한결같다, 너도. 이번엔 같이 올려주는 대신 네 손을 내린다. 뭐, 적어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표시 정도.)
그거야.. 그건 나름의 일상같았으니까, 습관이야. 습관. (네 얼굴에서 언제쯤 걱정이 사라지려나. 난 이게 더 걱정인 걸.) 나 걱정하는 거 그만해도 돼, 솔직히 이야기하면.. 너만 힘들 걸, 나한테 이게 일상인 만큼, 네가 신경쓰면 걱정거리만 늘어날테니까. (가볍게 네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그러니까 그만해도 괜찮아, 걱정.)
..이걸로 괜찮은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응, 그래. 너도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기뻐보인다는 게 맞으려나. 알겠다는 듯 짤막히 고개를 끄덕여본다. 늘상 혼자였던 일상에 타인이 끼어든다. 항상 부정적으로만 느껴졌던 말이, 지금은 어째서인지 조금은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면 왜일까, 상대가.. 다른 탓일까. 지나치게 착하고 다정한 너라서, 언제나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이라서, 나를 적대시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드는 생각들은 많아졌으나 이내 눈을 내리감고 저었다. 확실한 건, 자신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좋은 축에 속한다.)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맞아. (적당한 소식.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이어나가며 식사를 하는 시간이 나름, 즐거웠다. ..평화로운 일상을 느낄 때마다 한 구석에 따끔한 마음은 그저 꾹 눌러 놓고.)
 
클라시카:돌릴 수도 있지...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사람 하나 없겠어? 이왕이면 믿는 김에 인정도 해주면 좋았을텐데. 귀엽잖아. (저항 없이 손 떨어진다. 아쉽지만...) 그건 재미가 없잖아... 재미도 없고 귀여움도 없고... 싫어..?
여행을 하는건 어떨까 하네. 장소만 계속 변하는 거라면 생각보다 하고싶은 게 생길 수도 있고... 볼거리도 있잖아.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모르겠고 목적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려나. 아, 바닷가 놀러가도 좋겠다. 죽은 산호모래로 된 해변이 있대. 예쁠거같지 않아? (살면서 많이 한 것이 여행인지라 떠오르는건 이것 뿐이었다. 계속 생각하다보면 뭔가 더 나올까. 어떤걸 하는게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이왕이면 잡생각이 들지도 않을만큼 바쁘고 즐거운 걸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처음, 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는 일이라면 특별한 편이 좋을텐데. 그러고보니 누군가와 무언가를 할 때 이렇게나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주변에 있는 무언가를, 눈에 보이는걸 잡아 말을 꺼냈는데. 생각나는게 없는걸까 아니면 너무 많은게 생각나는걸까.) 정의로운 사람이라... 남아있으려나. 남아있어도 움직일 상황이 될진 모르겠네. 일단은 빌어보기로. (일반인 둘이서 이런걸 생각한다고 뭔갈 하진 못한다. 딱히 정의롭지도, 권력이 있지도, 정치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느쪽도 달갑진 않지만 이왕이면 도망치는 쪽으로. 버텨서 좋은 엔딩 보는 플롯을 본 적이 없거든. (이야기. 픽션이지. 그래도 가끔은 드라마보다 드라마같은게 인생이라니까 비슷한 일은 있을지도 모르지. 뒤바뀐거 아냐? 싶을 정도로 달라지면 의심이라도 해봐야지. 괴담도 있지 않나.) 와, 웃었어.... 난 심각했는데 웃었어. (말만 들으면 꽤 상처받은 것 같지만 표정은 딱히 심각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어조가 꽤나 과장된 것이었다. 그냥 농담, 그런 반응이었을 뿐. ...손은 툭.. 떨어진다. 조금 아쉬운 기분...)
습관이니까 걱정된다는거 아냐. 언제 나아지려나 몰라. (하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네가 정말 괜찮은지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지 알 수가 없잖은가. 이걸 알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버릇이 고쳐지기 전까지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라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면 슬플테니까.)
같이 사는건 진짜 오랜만인데... 뭐 주의해주면 좋겠다 하는거 있어? 가령... 냉장고에 간식 사둬도 공용 아니니까 몰래 해치우지 말라던가 하는 그런거? (전적이 있는지라 물어보는 내용. 사뒀던 슈크림 하나 낼룸 해치웠다가 룸메이트에게 멱살을 잡혔던가... 하지만 내 케이크는 그 룸메에게 잔인하게 해치워졌는데) 아니라고 해주길 바라는 내 마음은 또 현실에게 배신당하는군. ...그래도 맛있다니 다행이다. (언제 들어도 충격적인 식사 현황이었지. 어떻게 그러지? 뭘 제일 먼저 고쳐줘야할까 생각하면 언제나 0순위는 이쪽이지. 꼭 건강하게 만들어야지...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나면 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뭐든지. 취미생활이라도 늘릴 수 있을지도?)
 
비아크:응.. 일단 뭐, 네가 있기는 하네. (손가락으로 너를 가르켰다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중얼거린다.) 싫..다고 하긴 애매한데 기분이 조금 묘해. 근데 이게 재미있나? (귀여운 건 가볍게.. 무시한다.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고갤르 살짝 기울인다. 뭔갈 고민하는 듯.. 하다가 네 볼 쪽으로 손을 뻗어본다. 조물 조물.. 어라, 예상보다.. 제법.)
(아, 그러고보니까 아까 미식 여행 얘기도.. 했던가. 돌아다니는 거, 생각해보니 5년 정도 전을 빼면 돌아다닌 적도 거의 없던가. 임무 때문에 나간 적은 있어도.. 여행이라는 목적은 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기도. 네 말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아마 좋다는 의미.) ..응, 예쁠 것 같다. 죽은 산호 모래로 된 해변.. 생각해보니까 들어본적은 있는데 본 적은 없네.. (눈 깜박이더니 잠시 곰곰.. 산호라면, 바다의 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까. 응, 제법.. 생각하니 조금은 기대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오래 돌아다녔을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도 있다, 나보다 본 것들도 많을 테니까.. 어쩐지 조금, 이런 쪽으로는 믿을만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이대로 평화로움이 지속된다면 나 역시도 여기 녹아들 수 있을까. 계속해서 이 일상을 겉도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도 문득 문득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우리가 말 해봐야 안 움직여주면 끝이니까. 언젠가 괜찮아지길 빌어야지. (2인 시위밖에 더 되나. 그리 이야기하며 어깨를 살작 으쓱거린다. 지금 당장의 눈 앞에 일어나는 일들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주제에 무얼 더 하겠나.) ... ... (정말 솔직하군. 표정이나, 반응이나.. 볼을 긁적이며 괜히 앞머리만 만지작거리다가 제 손을 살짝 들어 엄지를 치켜 세웠다가 금세 내린다. 이거 할 때마다 되게 민망하단 말이다.)
나야 모르지, 말 그대로 습관이니까.. 고치기도 힘들 걸? 그런 걸 습관이라고 하는 거니까. (제 손톱만 몇 번 매만지다가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치만 덜 해줬으면 하는 건 진심이다. 누군가에게 걱정 끼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너는 과하게 걱정해주는 게 눈에 보여서, 오히려 미안해질 지경이니까.. 애초에 적대적인 말들에는 솔직하지만 감정 같은 면에서는 솔직하지 못한 성격인지라.)
딱히.. 지금 생각나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애초에 너네 집이라서 나는 잘.. (누구랑 같이 살아본 적은.. 없다. 생각해보니까 정말 가족들이랑, 기숙사를 제외하고는 없는데.. 그때도 같이 살지는 않았으니까.) ..음, 넌.. 있어? 내가 주의해줬으면 하는 거나.. 뭐, 여긴 꼭 만지지 말아달라거나.. 그런 거. (눈 깜박) ...어쩌겠냐고, 지금 이렇게 먹는 것도 솔직히 어색하거든.. (민망한지 제 볼을 만지작거리다가 시선을 내리고는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삼킨다. 아예 못 먹을 정도로 위가 거부하는 건 아니니까. 적당히 배 부를 즈음에 수저를 놓고 네 쪽으로 시선을 올린다.) ..아까도 얘기 했지만, 안 먹는다고는 안 할테니까.. 매번 충격받지는 말자..
 
클라시카:그렇지- 일단 나 하나 있... 그게 아니잖아?! (분명히 더 있을거라며 이리저리 손짓까지 해가며 말한다. 정말 진심임을 어필하는듯한 모양새.) 재밌어- (당연한건 왜 묻냐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당신의 손이 닿인다.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는 것도 좋았지만 이것도... 꽤나... 아니 상당히 싫지 않은데. 여기서 또 부비적대면 기겁하려나. 그냥 얌전히 보고있자 싶어 눈만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여기저기서 좋은 관광지라면서 많이 떠들긴 했으니까. 분명 좋아할거야. 유난히 흰 해변과 푸르고 맑은 바닷물. 좋잖아? (풍경 만으로도 분명 즐길 거리가 될 것이다. 본 적이 없다면 더더욱 좋아해주지 않을까. 일반적인 백사장과는 사뭇 다른 경치를 자랑하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바다 색도 다르고 말이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녹아든 당신을 상상한다. 아직은 조금 어색해하는 모습이 단번에 그려지는 것이 상상 속에서도 아직 즐기는 것이 어색한듯 하다. 어떻게 사람 이미지가 굳혀졌으면 이렇게까지 뻗뻗할까. 속으로 웃던 것이 겉으로 슬 들어나 미소를 만든다.) 2인 시위. 그거 약간 비참하네. 비는 수준에서 그만두기로 하자. (그래, 일반인들 고민으로 적절한 수준은 오늘 저녁밥 메뉴나 바꿀 커튼은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하는 것들이지. 불필요한 것은 치워버리자.)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는 행동하며 못내 엄지를 세웠다 내려버리는 것 하며. 정말이지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행동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귀엽지 않다 생각할 수 있는지. 고양이 기준에서는 고양이가 귀엽지 않다더니 그런 것인가 생각하다가도 모든 인간이 귀엽진 않다는 것을 상기하며 미묘한 비유를 지워버린다. 그저 자기객관화가 덜 되었다 생각하기로 한듯.)
그래도 습관이면 고쳐지긴 하잖아. 그러니까 오래오래 꾸준히 노력하면 고쳐질거야. 완화되는 수준으로 그친다 해도 고쳐지긴 한거지. (그치? 하고 묻는듯한 얼굴. 완화된 것을 고쳤다 볼 수 있을까? 고쳤다 쳐도 덜 고친 것일텐데. 분명히 이 사람의 인생 모토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것이 꼭 들어있을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아질 때 까지는 어쩔 수 없는거라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네. 난 정말로 네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좋아지길 바란단 말이야.
아-... 그런가? 그래도 자기 방 청소는 따로 할테니 절대 하지 마라! 하는건 있지 않아? 모르겠네... 기숙사 말고는 같이 살아본게 까마득해서... 아, 나? 나는... (잠시 생각한다. 주의할 것이 있을까. 언제나 당했다 싶으면 복수할 뿐인 유쾌한 기숙사 생활을 하긴 했는데 글쎄.) 어-... 당분간은 나 없을 때 식칼 함부로 만지지 않기, 라던가...? (결국 나온 것은 꼬망이에게나 할법한 당부였다.) 제-발 식사에는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안 먹는 거에 어색해져야지. (어느새 이쪽은 자신의 몫은 다 해치운 후였다. 당신이 수저를 놓자 기다렸다는듯 이제 배불러? 하고 물어오는 모습이 잠시간 당신의 식사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걸지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서-. 안 먹는다고 하면 그건 좀 다른 의미의 충격일거고.
 
비아크:나한테는 그게 맞는데? (왜 그렇게 그 단어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어깨를 살짝 으쓱인데. 모르쇠 시전.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자신과 그 단어는 어울리지가 않는 걸. 같이 눈 깜박이며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손을 내린다. 해본 적 없는 행동을 하며 무의식 중에 든 생각은 언제나 민망하기 마련이지. 닿은 손은 따듯하고, 손에 닿는 살이 부드러웠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그렇겠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라 조금 새로웠을지도.)
..확실히, (좋기는 하겠네. 흰 해변에 푸른 바닷물, 햇빛에 비춰 반짝이는 윤슬까지. 상상하면 모두 어여쁜 것들 뿐이다. 바다 자체를 즐긴지도 제법 오래 되었지 아마. 배를 타고 나가기 바빴으니.. 어련하겠느냐마는. 본 적은 없지만 말만으로도 어느 정도 상상이 되는 터라, 그 모습을 생각하고 있으면 차분하게 해변을 밟는 자박이는 발소리와 배경음이 되어줄 것 같은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문득 시선을 돌려 바라본 네 얼굴에 띈 미소를 보고 약간은 고개를 기울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놀러갈 생각? 너도 좋아하는 곳인가, 아니면 놀러가는 것이 기대되는 건가, 싶은 정도의 생각을 하며 멀뚱히 시선을 고정해본다.) 바뀔 때가 오면 바뀌겠지. 언젠가는 모일 거라고 생각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우리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턱을 괴고 시선을 돌린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이 전쟁 때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평화로운 일상을 살 수 있으니, 여기서 만족하기로 하자.) ... ...뭘 그렇게 봐.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지는 눈길에 입 살짝 비죽 내밀었다가 괜히 제 옷깃을 손에 쥔다. 나도 민망한 거 알거든? 그리 덧붙이며 툴툴대는 것도 덤.)
..그래도 안 해본다는 이야기는 안했으니까, 그걸로 1차적으로는 만족해봐. (가볍게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건들였다가 짤막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감는다.) 시간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고쳐질지, 완화가 될지.. 불확실한 것들밖에 없으니까 네가 걱정할 앞으로가 차라리 걱정된다고 해야될 것 같다. (턱 괴고 가볍게 식탁을 톡톡 두드린다. 아무 문제 없이, 좋아지는 것. 또 한 번 내가 그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자리잡는다. 일단 해보는 거지, 그렇게 잘 하던 노력이라도.)
방 청소..는 네가 안 건들여도 될 만큼 어느 정도 내가 정리 하면서 살테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아까 한 번 해보기도 했고.) ... ...네에, 네에. 요리는 어차피 혼자 할 자신도 없고, 그냥 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부분은 걱정 안해도 괜찮을 것 같고요.. 먹는 건.. (어차피 네가 먹일 생각이라서 안 먹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말하는 것 중에 못 지킬 건.. 아마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아, 응.. 배불러. ... ...안 먹는다고 하는 날은 정말 속 안 좋거나, 더 못 먹겠다, 싶을 때니까.. 그냥 그렇게 받아드려.. (밥 먹을 때마다 충격받을 일 있어?)
 
클라시카:진짜 모르겠는데... 진짜 귀여운데 왜 본인만 모르는거지? 이걸 제일 모르겠단 말이야. (투덜투덜... 정말 이상한 것을 가지고 투덜거린다. 누가 귀엽고 귀엽지 않고를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어찌 되기라도 하는지. 어째 무엇 하나라도 더 장점을 각인시키려 하는 것 마냥 그런다. 계속 귀엽다고 말하면 점점 익숙해지다가 귀엽다는 말을 듣기 위해 귀여운 행동을 하게된다는 무언가의 이야기를 검증하기라도 하려는 걸까. 물론 그런 것 치고 귀엽다는 것에 확신을 가진 것 같지만.)(닿인 온기는 참으로 따스했다. 그것이 감회가 새로웠는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는지 떨어지는 손길을 아쉬운 양 눈에 담는다. 언젠간 또 접할 날이 있으리라, 그리 생각한다.)
어쩌면 배 위에서는 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바다가 조금 얕은 바다 멀-리 모래사장 쪽을 봤는데 유난히 흰 해변이 있을 때 없었어? 있었으면 그거 꽤 높은 확률로 산호해변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단 하나 뿐- 하는 수준으로 희귀한 곳은 아니니까. (잠시 침묵과 함께 생각한다. 만약 이를 배 위에서 보았더라면,) 이번에는 아무런 목적 없이 직접 밟으러 가보면 좋겠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여유 없이 곁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켠에 자리잡고 한가롭게. (낮부터 노을이 질 즈음까지 아주 느긋하게. 중간에 할 일이 없어지면 그늘에 자리잡고 낮잠을 자도 괜찮겠지. 파도가 조각 사이로 스며들었다 빠져나가는 소리, 멀리 울리는 파도의 울음과 천천히 부는 바람이라.)...(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눈을 돌리니 시선이 맞는다. 어라, 어째서? 고개만 갸우뚱하니 기울이고....) 전부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면 좋겠네. (물론 다들 너무 바쁘게 모이진 않았으면 좋겠단 마음도 있지만. 그래, 우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싸우기엔 너무나 상한 마음을 가졌으니. 조금만 더 일상을 구가할 수 있도록.)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글거리며 웃는 낯으로 사심담아 말하기 힘든 말을 생각없이 내뱉는다. 고양이를 왜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것처럼 태연한 어조. 그리 느꼈기 때문에 그리 답했다는 감상이 넉넉히 묻어난다.)
음~... 노력해보지. (아, 또. 자꾸 이마를 건들이는 것은 작게 나무라는 것일까. 혼난 기분이 든다.) 시간이 걸리는 건 상관 없는데- 그래도 분명 좋아질거야. 아무 고민 없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될지도. 어쩌면 행복하느냐 물었을 때 고민하다 일단 불행하진 않다 말할만큼 행복에 익숙해 질지도. (슬쩍 등받이에 기댄다. 자신 또한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능하다면 그리 만들어주고 싶었다. 자신의 행복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행복하다니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직접 축복을 내려주지 못한다면 이를 느낄 환경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럼 괜찮긴 하겠다. 필요한 도구 있으면 물어봐도 되는거고... 자기 구역 청소는 잘 할거같기도 하고. (이어지는 당신의 반응에 쓴웃음. 어쩐지 미안해지긴 하지만 정말로 이것 외에는 딱히 일러둘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나 집에 없을때는 어쩌려고... 오래 두고두고 먹을거리라도 만들어두고 자리 비워야하나 몰라. 물-론! 최대한 자리 안 비울거지만 비아크 때에는 한끼라도 더 잘 먹어야 한단 말이지. (성장기의 손주를 둔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하지 않던가. 물론 당신은 성장기가 아니어도 잘 먹어야하긴 하다.) 혹시라도 속이 안 좋은거면.... 따로 말해야한다? 그냥 누워만 있으면 금방 나을 것도 오래 앓게될 수 있으니까.. ...응.... 받아들...이긴 할...게.......? (어쩐지 올라가는 말꼬리. 영 자신감이 없다. 과연 충격받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받아들이는 것과 충격받는 것은 별개인지라 당분간은 자주 충격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쩍 든다.)
 
비아크:... ...네가 이상한 거라니까? (계속 이렇게 이 이야기 이어가는 것도 웃기기는 한데.. 미간 짚더니 짤막하게 한숨을 내쉰다. 네가 도저히 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거에서 고집이 세구나. 아닌가, 원래 셌더니.. 가끔 가끔 포기 안 하겠다, 라는 부분에서는 자기 주장이 강하긴 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도 인정 못할 것 같으니.. 둘 중 하나가 포기할 때까지 이따끔 이 주제가 나오지는 않을지, 그런 생각도 해본다.) 너 가끔 보면.. 진짜 강아지 같다. (표정이나, 행동이나.. 나쁘다거나 욕하는 건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본 적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지는 않아, 햇빛 때문에 단순히 눈이 부셨던 거일 수도 있으니까.. (암피트리테는 한참 뱃 머리에서 구경을 하거나, 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리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최근에 배를 타고 나갈 때는 구경은 커녕 사람도 제대로 보지를 않았으니까. 생각하면 할 수록 아득히 옛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응, 좋겠네. 여러 의미로. (네 말대로 억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가겠다, 이야기한 거였으니까. 이왕 가게 되는 거,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너에게도, 자신에게도. 굳이 따지자면 자신은 신경쓰지 말고 네가 여행 자체를 즐겼으면 하지만.. 네 성격 상 항상 자신의 기분이 어떨지, 그런 걸 살필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냥, 무슨 생각하나 해서. (고개 기울이는 것 보고 반사적으로 답을 내뱉고는 시선을 돌린다.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니 머쓱해져서.) 당장은.. 뭘 해야될지 모르겠으니까, 금방 움직이지는 않겠지. (암피트리테 쪽도, 아에기르 쪽도.. 제대로 정리는 안 됐을 거라 생각한다.모든 게 갑작스럽게 끝나버렸으니까.) ...! 너, 또..! (아까도 그런 얘기 하더니..!! 대체, 저런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지. 능글 맞은 건지, 오래 살아서 그냥 애를 보는 느낌인 건지. 어느 쪽이든 자신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게 확실했다. 괜히 홧홧해지는 귓가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네가 바라는 거 스케일이 조금 큰 것 같기는 한데.. 네 기준이 그렇니까 내가 뭐라고 덧붙일 말은 없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는 게 맞다. 예전에 너한테도 말했듯이, 자신도 모르지는 않으니까. 적어도 너는 네 주변 사람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나 하며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신이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너는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것 정도.)
(고개를 짤막히 끄덕 끄덕. 이어지는 말에 눈 깜박이다가 나온 답은..) ..사먹지? (정말로 간단한 대답. 건강한 걸 사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나중에 잔소리를 받을 수도 있으니 사기 전에 확인이라도 받아야될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나 어린애 아니라고, 이 할아버지야. 이제 더 클 곳도 없거든요? (자꾸 애취급이야, 32살에 애 취급 받는 게 익숙할 리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익숙해져! 어릴 때도 안 받아본 애취급이라니, 어색해 죽겠다.) 응.. 그래, 안 받아들일 것 같지만 받아들일 거라고 한 번 믿어보기는 할게.. 나도 얘기는.. 해볼게? (아까 참지 않는 거 노력한다고는 했으니까, 그게 생각나면 네게 말해보긴 하겠다, 라는 식. 너와 마찬가지로 확신은 아닌, 의문형으로 말을 마친다.)
 
클라시카:내가 이상한 거라니, 그런 섭한 말을. (잠시 불만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 괜히 한소리 한다.) 내가 이상한거면 나랑 둘만 있을때는 그냥 귀엽다고 해줘도 되는거 아냐? 엄-청 양보해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해도 둘 뿐이면 내 쪽이 여론 아닌가? (궤변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의 타협이라 생각하는지 이번엔 반박 못할걸, 하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개같다고? (침묵... 아니, 잠시 굳어있는 것에 가깝다. 이건 욕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상태도 좀 괜찮아 보이고 기분도 썩 괜찮은 것 같길래 그랬는데 과했던건가. ...얌전하게 있자. 침착해진다..)
멀리서라도 봤으면 좀 더 기대됐을지도 모르는데 살짝은 아쉽네. 그래도 상상은 해볼테니 큰 차이는 없으려나? (배는 자주 탔을텐데, 보지 못했던걸까. 멀미도 있고 현실도 싫었기에 배 내부보다는 저 멀리에 시선을 둔 탓에 멀리서 본 섬이나 해변이 많은 그였다. 사람을 마주하고 줄타기를 하느니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곳에서 망원경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편이 정신건강에도 좋았고.) 가면 기념품도 사고 간식거리도 사먹어볼까-. 산호가지로 장식한 오르골같은 것도 판다고 들었거든. 하나쯤 사서 장식장에 두거나 하면 추억도 되겠지. (그리고 사진으로 남겨도 좋을 것이고. 하지만 사진에 대한 것은 아직 말하지 않는다. 아직 둘 다 암피트리테가 좋았을 시절이 생각나니까. 조금만 더 평화 속을 떠돌다 정말 아쉬워질 때가 오면 그때에나 말을 꺼내볼까 싶다. 사진이라는 것에 대한 추억이,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현실보다 작아질 때가 오면.) 그냥~ 아직은 편하게 휴일을 즐기는게 잘 상상이 안 가길래. 편하게 지내면 될텐데! 하는 생각을 좀 했지. (당신의 말에 고개만 까딱인다. 갑작스러운 만큼 그 혼란을 틈타 뭔가 일을 저지를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신기할만큼 아무 일도 없었지. 어느누구 할거없이 다들 당황한걸까.) 또-랄까, 종종 생각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걸~ (당신의 반응을 보고 아마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허를 찔린듯한 모습하며 직관적인 반응하며, 여기에 귀여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적어도 당신에 대한 호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참 귀엽구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날 것이 분명했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는거야. 그렇잖아?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모두가 행복해지고 나면 행복이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행복을 망침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 또한 어딘가엔 있을테니 더더욱 불가하겠지. 그러니 주변만으로 됐다. 이미 많은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행복까지도. 그런만큼 주변인만큼은 반드시 행복해져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있으니 인간관계가 이모양 이꼴이 난건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사회인이었지, 참. (사먹는 방법이 있었구만... 하고 잠시 멍해진다. 이렇게 가까운 것부터 망각하는건가... 무섭군, 일상감.) 메뉴는 최대한 제대로된 식사로 고르라구. 점심정도는 가볍게 해치워도 괜찮지만. (할아버지 소리에 작게 소리내 웃는다. 하지만 비교적 애가 맞기도하고 염려되는 건 나이에 관계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 어쩔 수 없다. 걱정되면 다 애라니까.) 최대한 믿어보도록 하지... 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걸로 어느정도 됐나, 싶어 납득해버린다.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테니.)(식사를 마친 흔적을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리한다. 혼자 있을 때는 괜히 치우기 좋은걸로 휘리릭 뚝딱 해버리기도 했지만 같이 있으니 치우는 시간이 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후식같은거 필요해?
 
비아크:어이가 없다 진짜.. (이게 말이 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볼을 긁적인다.) 이상하다면 오히려 그쪽 말은 안 믿는 게 보통 아니야? (..왜 저렇게 인정받고 싶어 해?) ..혹시 어감이 욕으로 들렸니? (고개 살짝 기울인다. 지금껏 내가 해온 행동들을 보면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으려나. 변명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짧게 하다가, 굳어있는 걸 보고 결국 하기로 결심한다.) ..다른 의미 없어, 말 그대로야. 욕한 거 아니고. 행동하는 게 조금 강아지 같아서.
봤다고 해도 제대로 기억은 못할 걸, 그때는 바쁘기도 했고.. 지금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보러 가잖아. (너는 어떻게 다녔으려나. 항상 주변을 살피며 다녔나. 하긴, 너는 사람도 좋아하고 풍경도 좋아할 것 같았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더 신경쓴다고 했으니, 어쩌면 이것도 당연한 것일지도. 잔잔히 들려오는 네 음성에 귀를 기울여본다. 하고 싶은 게 많은가보다. 자신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앞 밖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자신이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네 의견을 듣는 쪽이 편했다.) 보통 기념품은 많이 사가기는 하니까. 졸업여행.. 갔을 때도 사던 애들은 꽤 많았잖아. (고개를 끄덕이곤 제 귀에 있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린다. 이것도 그때 샀었던 건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제법 오래 됐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너도 나도.. 갑작스러운 건 맞으니까.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가 어디에, 무슨 상황으로 있었는지 생각하면 말이야.. (편히 휴일을 즐기는 것도 사치였을 시절, 암피트리트레를 피하는 거든, 임무를 하는 거든간에 움직이는 날이 훨씬 더 맣았으니.) ... ...그 생각 좀 머리에서 지워! (애 아닌데 애 취급 하고, 안 귀엽다니까 귀엽다고 하고.. 청개구리야 뭐야. 평소에는 말 잘도 들어주시면서 이럴 때는 물러나지도 않고.. 자신한테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거울을 보고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높게 잡는 거야 좋지만.. 가능성이 엄청 희박한 것도 목표로 잡으니까 그렇지. 보통 이럴 땐 포기하는 쪽이 더 마음 편하지 않아? (네 말을 들을 때면 조금 드는 것은 다른 것보다도 의아함이었다. 다수의 행복을 바라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들었던 너의 말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너는 분명, 행복하다는 말에 그렇다, 라고 대답하지 못했으니까. 너부터가 행복하지 않은데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건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본인이 행복해야하지 않은가.)
... ... (그걸 까먹네.. 절레 절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돈도 없는 줄 아나..) 노력을 해보겠지만? 확답은 못 줘. (제대로 먹으려면 생각해야할 게 너무 많은 걸. 그리 중얼거리고는 어깨를 가벼히 으쓱거린다. 애취급은 언제까지 받을지, 원.. 걱정 안 하는 날이 오련지 모르겠다.) 그래, 그거면 된 거겠지, 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만히 네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도, 작게 들려오는 일상적인 소리들이 평화롭고 안정감있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한 기분.) ..아, 아니. 괜찮아, 더 먹을 배는 없고.. 아까 네가 준 비타민이나 먹으면 될 것 같아.
 
클라시카:어이 없을 일이 따로 있지. (이 무슨 뻔뻔한 발언.) 사람이 보편적인 의견만 따라서는 발전할 수 없어. (맞는 말이지만 이 상황에 할 말은 아니다. 절대로. 아마도?) 그보다 진짜 귀엽다니까? 왜 안 믿는건지를 모르겠는데. (욕으로 들렸느냐는 말에 아, 그게 아니었구나 싶어 머쓱한 웃음만 짓는다. 헤헤.. 하는 얼빠진 웃음소리는 덤이었고.) 영문을 모르겠지만 좋..은건가...? 강아지 귀엽잖아...
그래도 직접 본걸 바탕으로 기대를 하고 하지 않고는 다르니까. 좀 더 기대하고- 직접 봤을때 그 기대만큼 즐거웠으면 좋겠단거지. 물론! 나중에 보러 갈거지만. (부족함은 없으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이왕이면 상대가 기대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여행을 주도하는 사람의 즐거움이기도 하니까. 언젠간 이 역할이 바뀌는 날도 올까. 네가 먼저 가고싶은 곳이 생겨서 여행을 주도하는 날이 말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소소한 기대 몇 가지를 준비해야지.) 이상한 티셔츠를 사서 전체에 돌리는 녀석도 있었지... 그거 입어봤어? 난 테피스트리 대신 장식용으로 썼어. (만지작거리는 쪽을 슬 보았다. 졸업여행때 선물받은 것이던가. 그럼 나중에 선물을 줄 일이 있으면 귀걸이는 빼는 쪽이 나은가? 아니면 귀걸이를 고르는 쪽이 나은가? 선물할 일이 있거든 그냥 물어보기로.) 아-... 큰일이었지. 언제 누가 죽어도 그렇게 됐구만 싶을 수준이었고. (다른 그 무엇보다도 편히 자리하는 것이 죄악이 된다는 그 분위기가 싫었지. 모두의 스트레스가 마땅한 것으로 취급되던 시기.) 이걸 지우라니 너무한데?! (지워봤자 다시 생각날 것이라는 사담을 덧붙이기도 한다. 참 이상하지. 언제나 솔직하게 진심을 입에 담을 뿐인데. 굳이 입에 발린 말을 할 것이었다면 다른 방향이었겠지.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글쎄. 네가 원한다면 죽어도 좋아? 하지만 이왕이면 옆에서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싶은데.)
그만큼 도전욕구가 생긴다는 말도 붙여주지 않을래~? 그리고 포기할 거였으면 목표로 둘 생각도 없지 않을까 싶고. 포기할 수 있는건 보통 꿈이잖아? 이뤄져도 그만, 이뤄지지 않아도 그만. 그러니까 목표를 포기한다는 건 마음은 편할 지언정 가짜 목표였다는 의미 아니려나. (목표는 그에 상응하는 이유와 절실함이 따르기 마련.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 이리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있어서 타인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부분까지 생각이 미친다.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원한다고들 하지. 행복하고 싶고,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그럼 나는? 음,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행복보다 주변인의 행복만을 바란다니.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 슬 웃음을 띈다.)
아니 그치만 아에기르... 어쩐지 직업인보다는 비영리단체라는 인식이 있었단 말이지. (생각하고는...) 세상에. 차라리 루틴이라도 정해야 하려나... 어느 요일은 샌드위치, 어느 요일은 정식.. 뭐 이런거...? (그런데 이렇게까지?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정하기 힘들면 편하고 좋긴 할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래도 나중에 간식 먹고싶으면 냉장고 두번째 칸에 치즈케이크 있어~ 지인 피셜 천상의 맛. 내 피셜 상당히 고급진 맛.
 
비아크:응, 안 믿을 만 하니까 안 믿는 거겠지? 그리고 충분히 어이 없어도 된다고 보거든, 이 상황. (어지간히도 단호한 말투. 이견은 생각하지도 않는 듯하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게 되겠지?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니까. (느낀대로 말한 거였지만 욕이나, 칭찬이냐 따져보면 칭찬이라도 대답할 수 있겠다.)
상상은 못하지만 적어도.. ..기대 안 하는 건 아니야, 오랜만이니까. (짧게 생각하면 5년, 길게 생각하면 10년 정도지. 예전에는 일정 짜는 것은 자신이 하는 쪽이었는데, 반대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조금은 새롭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지금은 자신이 무얼 알아볼 여유도, 아는 것도 없으니 괜한 참견을 하는 것보다는 그저 맡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다. 적어도 즐겁지 않다는 이야기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도 조금은 설레는, 간드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아니, 입지는 않았는데.. 받고 당장 버리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해. 아마 가족들이 이사할 때 가져갔었을 거야, 지금은 있을지 없을지 나도 잘 모르겠네. (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리 이야기하며 가만히 손을 내린다. 어렸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더 단순한 게 어울리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귀 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 너도 하고 있었지. 어렸을 때랑은 다른 거 같지만.) 어찌 저찌 지금은 어느 쪽도 속하질 않아서 말이다, 어렵네. (나중에라도 다시 일어나면 큰일이겠어, 그리 이야기하며 짧게 숨을 뱉는다.) 안 너무해! 들을 때마다 되게 민망하단 말이야..!! (이 단어는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잠시간 실없는 원망이나 짧게 해보고는 결국 시선을 돌린다. 지금 더 마주봤다가는 제 얼굴만 붉힐 뿐이지. 저걸 진심으로 말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욕이라면 듣는 게 차라리 익숙할 것 같은데...)
도전하는 거 자체는 나쁘게 안 본다니까. 무모해서 그렇지. 네 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막아설 생각도 그다지 있지는 않아. 그치만 좀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하니까. (내가 참는 게 뭐라고, 원래 사람들 보통 참고 살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자기 마음대로 표현하고 모든 것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도 무언가 한 가지 쯤은 참고 있는 게 있을 거다. 그렇다보니 참지말라는 말은 달콤하면서도 쉽게 할 수가 없는 거였지. 내가 겪는 게 뭐 대단한 불행이고 불운이라고.) ..오래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네가 너 자신한테 욕심이나 냈으면 좋겠단 생각도 좀 든다. (지겨워도 좋으니까 네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아니라곤 못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밖에 아예 안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그만 둬. (자주 나가지도 않을 거지만 아무튼.) 가끔 그러는 건 괜찮은데 아예 그러면 학교 급식 같아. 그거 까지는 하지 말고.. 사먹는 건 나중에 익숙해질 때 쯤이나 할테니까. (웬만해서는 안 먹든, 집에서 먹든.. 알아서 해볼게.) 아무튼 맛있다는 거네. 나중에 생각나면 먹을게. (..) 근데 너는 안 먹어도 돼? 아, 잘 거라서 안 먹는 거라면 환영. (오늘은 자라고 한 말 잊은 건 아니지?)
 
클라시카:(너무나 단호한 말투에 잠시 입만 뻐끔거리다 입을 다문다. 진짠데.... 진짜 귀여운데... 어쩔 수 없지. 한 번에 몰아닥쳐도 당황스러울테니 앞으로 종종 언급하는걸로 인정받아보자.) 그럼 됐어~... (된건가? 살짝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어 슬 말꼬리를 흐린다. 이왕 강아지같다고 생각해줄 거면 강아지처럼 막 쓰다듬어줘도 괜찮은데.)
오랜만이라고 가서 잘 못즐기는거 아닌가 몰라. 그렇게 되지 않게 여행가는 꿈도 꾸고, 상상도 하고. 알겠지? (그러니까 한마디로 기대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평소에 하던 생각을들 다 잊을만큼 신나버려도 좋고. 기대하고 기다린다면 그만큼 더 즐거울 게 분명하니까.) 버리진 않았구나? 아마 선물한 쪽도 뿌듯할거야... 아마도. 근데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건 좀 아쉽네. 그러고 보니 전쟁도 끝났겠다 한 번 알아봐도 괜찮지 않으려나? 이마저도 일상의 한 조각이라면 그런거고. (그렇게 해서 무언가 짐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것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를 바랄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에 대한 기대는 어찌 배신당할지. 혹은 극적으로 보답받을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 (당신을 따라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고 뭔가 알아챈 듯,) 귀걸이 세트로 해도 귀엽겠다. 어... 너무 친해보이나? (사실 장신구를 세트로 맞추는 건 친해보인다의 문제가 아닐 것 같지만 이왕 둘 다 착용할 수 있는 것이고 바꿀 의향이 있다면 이쪽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과하게 불길하고 플래그성 발언이니까 취소해... (진짜로 현실이 되면 그 날엔 그냥 다 죽고 나도 죽으련다 하면서 피아식별도 안 하고 날뛰어버릴 예정이라며 주절거린다.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지만...) 민망하지 않을만큼 자주 듣는걸로 어떻게 안 되려나... (정말로 아쉽다는 얼굴. 매정하게 느껴질 법한 말에 시선까지 돌려버리니 은근슬쩍 속이 상할 것 같은 기분도 느껴진다. 정말 그렇게까지 싫은건가. 하지만 칭찬은 거르지 않고 전하는 것이 가장 잘 전달되지 않던가. 이래뵈도 여러가지로 걸러내고 떼어내서 전하는 건데.)
무모한가-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가끔 사람들은 무리한 것을 바라지 않는가. 무작정 상대의 행복을 바라기도 해보고 기뻐해주길 바라기도 해보고. 현실과 이상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게 아닐까.) 나한테 욕심을 내라니- 내고 있는데. 나 은근히 아낌없이 펑펑 쓰는 타입인데도? (고양이 인형이라던가- 하는 사족. 당신이 말하는 욕심이 이런 의미일까. 아니라면 유감이다.)
불러도 안 나올 그때 그시절이 생각나지 뭐야... (그땐 그랬지 하고 추억에 잠기려다 만다. 이건 추억이 아니잖아.) 아, 그런가. 그럼 오케이... 그래도 안 먹는건 절대 안 된다? 최소 하루 2끼다? (약속~ 하고 손가락도 내밀고..) .....잘...거긴 한데.... (눈 데굴...) ....나 자는 동안.... 해치워도 괜찮아...
 
비아크:(..정말 표정으로 잘 말하는 사람이다, 싶었다. 작게 실소를 내뱉고는 네 머리가 톡톡. 가볍게 손을 얹었다가 뗀다.) 무슨 생각을 하던 그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클라시카.
너부터 그러세요, 이미 하고 있으면 내가 할 말은 없지만. (이미 이 정도면 평소보다는 기대하고 있는 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데. 자신은 주의깊게 바라본 것이 없는데, 주변에 바뀐 것들은 많으니 자신에게는 어디를 가도 새로운 곳일 것 같다는 예감도 살짝 들었다. 즐거울 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지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것들은 신기하고 신선한 법이니까.) ...생각 좀 해보고. 연락 안 한지도 오래됐고.. 어떻게 살고 있을지, ... ...모르니까. (살아있을지조차도 불투명하다만, 적어도 제 소식이 남은 가족들 귀에 들어갔다면 별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전쟁의 끝에서 해군도 아닌, 해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니. 살아있다고 한다면 그 쪽도, 자신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지내는 게 더 좋을 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느라 표정을 잠시 잠잠해진다. 생각에 빠진 얼굴로.) 응. (짤막히 답을 내뱉고는 눈 깜박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만 달싹이다 입을 연다.) ..아예 똑같은 것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아예 똑같은 건 정말 나눠낀 것 같잖아.. 아니 이게 맞긴 하지만. 대놓고 그래 보이잖아.) 응? 뭐어.. 취소할게. 그렇지만 대놓고 안 일어나겠지~ 하고 말하는 것도 플래그성 발언 아니야? (그냥 이 주제로 한 대화를 끝내야 하려나. 하는 말도 중얼거리며 짤막한 호선을 그린다.) ... ...진짜 누가 널 말리려나 모르겠다. (흘리는 듯한 말꼬리에 결국 다시금 시선은 네게로 향한다. 칭찬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정말로 거짓말 안 치고, 자꾸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다... 정말 최근에 욕만 먹어서 그런가..) 세 번 정도만 속으로 생각하고 말해봐. (네 번째로 생각하고 하는 말은 안 피하고 들어는 볼게.)
생각은 상대적이니까 다를 수밖에 없고.. (어차피 바라는 건 자유니까. 하고 싶은 건 원하는 만큼 하는 게 후회가 없기는 하겠지. ) 바라는 게 클수록 그만큼 더 해야하는 게 많아지기는 하잖아. (무리할까봐 걱정인거지. 많이는 아니고 조금?..) ...그래, 그거면 됐다. (내가 뭘 바라겠어. 픽, 짧게 숨 섞인 웃음소리를 내곤 손을 만지작거린다. 네 행복을 위해 내가 행복해져야한다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고, 이해도 되지 않지만, 네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노력은 해야지. 의무감으로 꼭 행복해야한다, 라는 게 아니라.. 네 말대로 그 행복에 녹아들 수 있도록.)
(언제적 얘..기까지는 아니구나.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네.) ...네, 알겠습니다. 두 끼. (내밀어진 손가락을 보고 반사적으로 제 손가락을 걸어보인다. 짧게 흔드는 것도 덤.) ... ...너 잘 때는 나도 자지 않을까? (잠이 올런지는 모르겠다만.) 다 먹을 생각은 없고, 꼭 먹어야되겠다 하는 생각은 없으니까 너도 먹고 싶으면 먹어. (근데 자는 거 맞지?)
 
클라시카:진짜 포기하면 은근히 아쉬워질지도 모르는데? (쓰다듬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접촉임에도 기분이 풀리다못해 녹은듯 아쉬움만 남은 투로 이야기한다. 아마 이렇게 말해놓고도 날이 지나면 다 까먹은 양 또 이러겠지만.)
나야 어지간하면 매일매일을 즐기는 편이지~ 즐기고 기대도 하고. 그러니까 하고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면 나오는 거 아니겠어? (굳이 말하자면 즐기려하는 편일까. 어차피 평화로운 일상이다. 힘들여가며 진지하게 지낼 필요는 없겠지. 그저 실현 가능한 상상만을 이어가며 또다른 미래를 그린다.) 연락한지 오래 됐으면 연락하기 좀 어색하긴 하지... 가족들이랑 사이는 좋았어? 그럼 어색하긴 해도 살아만 있다면 분명 반겨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라면 그리 했을테니까. 해군이건 해적이건 하는 것이 민간인에게 무슨 상관일까. 정의가 어쩌고 해도 결국엔 가족이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게 되는게 가족 아닌가. ...물론 자신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의 생각은 남의 생각, 자신의 생각은 자신의 생각이니까.) 적당히 비슷한 느낌... 정도로 괜찮으려나... 음, 여행 가게되면 이쪽으로 기념품 골라도 좋겠다. 이러면 어지간한 뭘 골라도 비슷하면서 다른 디자인일 것 같고. (그런데 기념품점에 나란히 서서 귀걸이 고르는 모습이 더 친해보이지 않나? 상관 없나. 아무튼 당사자들이 즐거우면 됐지.) 우와악 말해버렸어... 기어이 양쪽 플래그를 다 입에 담아버리는구나... (세상에... 하는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입에 담는다. 이런 반응 또한 그래도 당장이 평화로우니 가능한 거겠지. 정말 위기상황이었다면 말도 못하고 앉아만 있을 테니까. 그러니 뭐랄까, 조금 무거운 농담 정도로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세 번 생각하고 말했는데 그렇다만? 물론? 뭐가 문제지? 라는 답변이 나온 결과가 이거라면 어쩌려고... (깜빡.. 눈을 감았다 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모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해도 변하는 게 없으면 포기하고 받아들이게 될까?)
나같은 경우엔 넘치는게 시간이니까. 그러니까 할 일이 많은건 문제가 아니지.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 스스로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당신 또한 눈에 담는다. 그러고는 당신에게 천천히 손을 뻗어 만지작거리던 손의 손끝을 부드럽게 쥐고.) 네가 정말 괜찮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주저앉기보다는 하늘을 봤으면 좋겠고. ...무슨 뜻인지 알지?
(새끼 손가락까지 걸어 흔들어주는 것이 썩 마음에 들어 미소를 짓는다. 어찌보면 푼수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순박한 미소.) 혹시라도 잠이 안 오면 말이야. 그...으리고 자긴 진짜 잘거니까... 혹시라도 둘 다 자느라 못먹으면 내일 점심때나 처리하지 뭐.
비아크:아쉬우면 티나지 않으려나, 적어도 표정에서 티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게다가.. 나보다는 네가 더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그런 말도 덧붙이며 손을 내리곤 가볍게 몸을 빙글 돌린다. 물론 너의 말들이 칭찬이라면 칭찬이겠지만.. 그 단어는 영 익숙해질 리가 없으니 말이다. 언제 듣게 되더라도 지금이랑 비슷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거려나.. 방금도 말했지만 이미 즐기고 있다면 내가 더 할 말은 없네. 그렇게 계속 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아이디어는 안 떨어지나 몰라. (잔잔히 물 흘러가 듯 흐르는 일상이다. 중간에 부딪힐 돌 하나도 없는 그런 느낌. 언제, 무어가 제 앞길에 다시 나타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은 아닌 듯 싶었다. 너처럼 하고 싶은 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난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변화는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이는 좋았지만.. 내가 암피트리테라는 걸 격하게 자랑스럽고 좋아해주셨던 분들이라서 말이지. 동생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노력은 해보지, 뭐. (찾아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아는 척은 안 하더라도, 적어도 잘 살고 있다, 그 사실만 확인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러운 결과인 것 같았다.) 괜찮을 것.. 같지. 기념품 점에는 보통 예쁜 거 많기도 하고.. 귀걸이 디자인 쪽으로 적당히 합의를 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걸 고르는 게 더 편하겠지. (예전에 졸업여행 갔을 때만도 그랬다, 반짝반짝한 것들이 잔뜩이라 오히려 들어가기 부담스러울 지경이었지.. 하는 옛날 생각도 잠깐 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다는 의미.) ... ...어쩔 수 없잖아, 취소하려면 할 수밖에 없는 말이라고? (괜히 볼 긁적이며 민망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도 마음속으로 이야기해본다. 한동안은 이 편안함을 즐기고 싶으니까.) ...그땐 진지한 걸로 생각하고 체념할게.. 네가 몇 번을 생각해도 대답이 같으면 내가 그 고집 꺾지는 못할 것 같으니까. (동의는 아니고 체념이야, 체념. 말 그대로 포기.)
(쥐어지는 손을 바라본다.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그 다음에는 온기였다. 사람이 곁에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 ... ... (주저앉기보다는 하늘을,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미 꺾였던 과거가 있던지라, 자신은 그다지 강하지 않기에 시야에 모든 걸 담지 않았다. 두 번째 꺾여지는 걸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해 못한 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 뿐이야. ...노력해볼게.
(기분 좋아보이네. 그런 생각을 머리에 담으며 손가락을 떼고는 자신도 짤막히 입가에 미소를 건다. 어렸을 때나 할 법한 걸 지금 하고 있는 게 우숩기도 했지만, 이 소소한 약속이 마냥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지 뭐, 그때도 밥 먹은 다음이면 난 못 먹는다에 한 표를 걸도록 하지.. (아니면 조금만 먹던지.) ..음, (네가 자는 걸 확인한 다음에 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잠이 많지도 않고.. 그동안 많이 잔 것도 있고.)
 
클라시카:아-... 내가 더 이쉬워한다는 부분은 정말로 부정할 수 없어. 왜지? 왜 내가 더 아쉬운걸까... 음. 아마 반응이 귀여워서- 일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야? 글쎄... ( 주절거리며 혼잣말을 늘어놓는다. 어떤 칭찬도 자주 듣다보면 익숙해진다는데 이것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럴 때까지 계속 이어나가면 미움받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디어가 떨어질 때 즈음이 되면 네 쪽에서 뭔가 생각해주지 않으려나? 아니면 전에 가봤던 좋은 곳에 다시 가도 괜찮고- 그냥 할거리 찾으려 TV라도 본다던가. (아무리 아이디어가 떨어져도 결국엔 생기기 마련이다. 억제하지 않기 때문일까? 뭐든 생각나면 그것을 하고싶은 것이라 연결지어 버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혼자 있을때보다 훨씬 의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아이디어의 끝은 또다른 아이디어의 시작일테다.) 오, 꽤 부담스러웠겠는데. 노력만 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모르는척 해야할지도. (당신의 말에 고개만 끄덕인다. 저런 반응을 보였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아니, 당연하다고나 할까. 특히나 예전의 당신을 떠올리면 이외의 반응은 생각나지 않을 수준이다. 이왕이면 암피트리테인 비아크가 아닌 가족인 비아크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을텐데. 전해지지도 않을 바람이다.) 내키면 상대방거 골라줘도 되겠다. (서로 선물하는 기분도 나고 괜찮겠지. 추억도 될 것이다. 이왕 여행을 갔으면 추억은 최대한으로 뽑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골라주는 것을 착용한다는 건 은근히 특별하지 않은가.)...(당신의 말게 조금 허탈하게 웃어버린다. 어쩔 수 없긴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 또한 원치 않는다 하고. 어딘가의 누군가는 원할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이 다 싫다 하는데 무슨 상관일까.) 그럼- 당분간은 좋은 얘기만 할까. 이게 무슨 휴가 시즌에 마감 시즌 일거리 걱정하는 꼴이야. (체념에 강조가 들어가는걸... 슬 보고있다가...) 체념이 적응이 되고 적응이 버릇이 되는거지... 음. 멋진 계획. (보통은 계획보다는 꿍꿍이라고 한다.)
그거면 충분하지. 노력한다고 한거중에 못한게 있었나. (예전에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 못한 것이 있다해도 완수한 것도 있고 그 이상을 해낸 것도 있으니 그정도의 실패는 애교다. 무엇보다 이는 결과를 바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니까.) 혹시라도 너무 힘들고 그러면 그 힘들게한 사람의 뺨을 후려갈겨버려.. 알았지...? 아니다, 뺨은 좀 그렇고... 아니 그래도 뺨이 낫나... (아무튼 참지 말라는 의미인듯. 참고 힘들어하기보단 차라리 그 원인을 힘들게 하라고.)
그거 좀 문제일지도- 그냥 점심 거르고 간식으로 해치워버리는 편이 좋을지도. (점심을 가볍게 해치우는 건 문제 없으니까. 어쩌면 이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너도 자야한다? 같이 자줄까? 옆에서 쓰다듬어주면 잘 잘텐데. (이런 농담같은 말이나 하며 조금 남은 뒷정리를 끝낸다. 물기 가득한 손을 싱크대쪽에 잘 털고 대충 올려 물기를 빼낸 그릇들의 자리를 바로잡는 정도.) 이걸로 끝~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시킨 기분이라 좀 미안하고 그러네.
 
비아크:적어도 내가 아쉬워할 확률은 낮으니까... ... (또, 또 저런다. 이러다가 같은 래퍼토리 돌아가겠는데.. 싶어서 대답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다. 정말 무시가 답일까, 싶다가도 무시하면 네가 아까처럼 상처받은 그 표정을 보일까봐 괜히 신경쓰였다. 이거, 어떻게 하기도 애매하네.)
생각나면 이야기야 하겠지만.. 날 확률이 그닥 높지는 않아서. 지금 상태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할 게 생각 안 나면 네 말대로 그냥 여기서 시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집에 있다보면 지루해서라던가, 아니면 몸이 찌뿌둥하다던가, 이런 저런 이유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을까, 했다.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네게 말하면, 분명 어떻게 할지 계획하며 꽤나 즐거운 얼굴을 할 것 같다는 이유 모를 확신이 든다.) 그래도 날 싫어하시는 건 아니니까, 카리브디스 가기 전부터 좋아해주셨고.. 나름 사랑받는 딸이었거든. (하지만 나도 성인이었고, 카리브디스와 암피트리테에 들어가고 나서는 자랑스러워하시던 게 더 컸으니까.. 뭐, 어쩔 수 없나. 22살이나, 32살이나, 사랑받기보다는 내가 그간 받은 사랑을 돌려드렸어야 할 나이니까. 지금은 내가 돌아간다고 기뻐해주실까, 그 물음에 대한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것도 괜찮고. 예전에도 한 번 해본 적 있었는데.. 괜찮더라. 다른 사람이 골라주는 게 더 마음에 들 때가 많았거든. 내 안목은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아서. (자신도 제 것보다는 상대방한테 어울리는 거 골라주는 게 차라리 더 자신 있었다.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할지도 모르고. 사는 건 직접 사겠지만.. 서로 골라준다면 선물같은 느낌도 들고, 괜찮을 것 같다.) 휴가 때도 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네요, 불려하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었잖아? (아니라곤 못할 걸. 그치만 당장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일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지.) ...그게 무슨 엉터리같은 계획이야. 너 계속 은근슬쩍 이상한 계획.. 같은 걸 세운다?
많지, 특히 성격 바꾸는 건 예전에는 진짜, 못했는 걸? 그래도.. (응원해주는 애들은 많았지. 뒷말은 삼켰다. 그때는 한창 노력과 희망, 그 두 가지에 열중했던 시기이고,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니까.) 음... ...솔직히 후리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않을까? 내가 다른 건 참는 게 익숙하지만.. 화나는 건 잘 못 참거든. (이미 봐서 알지 않나? 그리 덧붙이며 전쟁 때, 라는 말도 한다. 그때는 확실히... 스스로 조절도 못해먹을 만큼 화가 났었으니..) 물론, 그 외에 참는 것들은.. ..잘 될지는 모르겠네. 왠지 합의금부터 계산하고 다녀야될 것 같잖아..
그것도 괜찮고.. (끄덕. 일단 뭔가를 챙겨먹는다, 라는 거부터가 자신에게는 새로운 일과였다. 최소 두끼, 라는 규칙이 생겼으니 벌써 어길 생각은 없다.) 자긴 잘 건데.. 당장 잠이 올지는 모르겠다는 생각 중. 그리고, 이불이면 충분히 따뜻하니까 그거면 되겠지. 너도 혼자 자는 게 편할 거고.. (난 지금 침대에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는 것만 해도 어색하거든.) 너가 더 일 많이 해놓고 나한테 미안할 필요가 있나..? (창밖 슬쩍 보고)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지난 것 같지만.. 늦게까지 고생했네, 너.
 
클라시카:그런걸까나... 그...래도 아쉬우면...? (아쉬우면 티 내달라거나... 그런거 아닐까. 당신이 아쉬워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잖은가. 가령... 몹시도 나쁜 꿈을 꾸어서 위로가 필요하다던가. 이건 아쉬움이 아닌가. 무엇보다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겠지.)
나쁘지 않지... 가끔가다 나가고 싶어지면 주변 산책을 가도 좋은 위치고. 아, 근처에 도서관이 있으니까 거기에 가도 될거고. (하나를 말하면 두어개가 튀어나온다. 그만큼 함께 하고싶은 것들이 많은건가. 자신의 생각보다 외로움이 길었던 것일지도. 그러니 함께 해주겠다는 당신에게 이것저것 말을 꺼내는 것일테지.) 오, 사랑받는 딸. 한 번 딸은 영원히 딸이라던데 그런거려나. 혹시라도 반겨주실 것 같거든 오랜만에 돌아가는 거니까 선물을 준비해야겠네. (기묘한 디자인의 티셔츠는 말고, 꽃다발같은걸로. 농담을 덧붙였다. 반기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 당신은 좋은 딸이었을테고 노력하는 딸이었을테니까. 분명히 환영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테니까. 가족이라는 사람이 상처될 것이 뻔한 말을 입에 담을 리 없으니까. 가족이라는 사람이.)안목은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내 쪽이 문제 아냐? 나 저 옛날에 센스 구리다고 검은색 흰색 빼고 금지당했거든. (와~ 재밌는 옛날얘기~ 하는 추임새를 넣어보지만 그냥 옛날에 있었던 웃기고 자신이 못미더워지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귀걸이는 색은 적게 들어가니 괜찮으려나... (색 조합은 디자이너가 했을테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직접 만드는 종류였으면 모양을 냈으면 냈지 다른 무언가를 감히 더하진 못했을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그 걱정 불필요한거잖아- 나 그랬다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잠 설쳐서 휴가인데 아닐 때보다 더 피곤했었다? (이런 슬픈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가 맞기는 하다만 이건 조금 극단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잠귀가 어둡다면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한 이야기.) 엉터리라니. 내가 세운 계획을 엉터리라고 한 사람중에 끝까지 그렇게 안 된 사람 진짜 드물단 말이지? (이래도 엉터리? 하는 눈...)
원래 바뀌는 건 오래두고 봐야지. 지금 봐, 어느정도는 바뀐거 아냐? 완전히는 아니어도. 이거면 됐지. 역시 완전 실패한건 없다니까? (그냥 그렇다 치고 싶은건가. 이왕이면 실패보다 성공이 많으면 좋긴 하잖은가. 잘 비틀어서 성공이라 할 수 있는 거라면 실패보단 성공이 좋겠지.) 오, 무서워. 합의금이라니... ...병원비가 더 많이 나와, 합의금이 더 많이 나와...? (뭔가 웃긴 질문이긴 하지만 합의금부터 계산한다는 말이 나온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오래 잤으니까 잠은 안 올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밤엔 자야하는데. 진짜 옆에서 재워주기라도 해야하나 몰라. (계속 자고 있을 때는 옆에서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으면 달래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잠이 들때까지 하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미안한건 미안한거지. (당신을 따라 창밖을 보았다가 시계로 시선을 옮긴다.) 와, 벌써 밤이라 부르기 손색 없는 시간이... 고생은 무슨, 수다떠느라 늦어진거지. 사람 있는 티나고 좋네.
 
비아크:...그래, 뭔 말인지 알겠어. 너는 이미 티가 난다. 나보다 네가 더 아쉬워해서 어쩌자는 거야.. (소소한 거에도 아쉬워하고, 이상한 거에도 아쉬워하고.. 제 기준이 이상한 건지, 네 기준이 이상한 건지.. 어느 쪽이든 둘의 합의점을 찾는 건 역시 노력밖에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지금 상황과 너랑 같이 있는 걸 보면 아쉬운 건 없는데. 과분하지.)
나중에 주위에 뭐가 있는지도 가볍게 확인해보는 게 좋기는 하겠네.. 항상 네가 집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하니까. (길 안 잃으려면 길도 조금 봐둬야겠고.. 휴대폰도 새로 하나 만들까, 이렇게 생각하니 혼자 멍만 때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혼자 하는 거든, 같이 하는 거든 지금껏 자신이 내치고 있었던 것들이 많다보니 챙겨야할 것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너도 하고 싶은 게 제법 많아 보이니까.. 한동안은 같이 있는 한, 홀로 있을 때 느끼는 서늘함이나 외로움은 느끼는 일이 없읕테지.)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네. 찾아보는 것도, 선물을 뭘로 하면 좋을지도.. (내가 없는 채로 세 명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만족스럽다. 평온한 일상에 갑자기 연락 두절, 실종된 딸의 복귀라.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그때는 선물만 두고 조용히 돌아와야지. 그런 생각도 했다. 이미 자신의 부재로 한 번 변화하고, 그에 익숙해졌을 가족들에게 한 번 더 혼란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너는? 너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을까. 문득 든 생각에 너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구렸으면 그래.. 나중에 고를 때 한 번 봐봐야겠네.. 너도 내가 고르는 거 별로면 얘기 해, 다른 걸로 골라볼 테니까. (그런데.. 그건 그거대로 신선하게 충격이다. 물론 자신도 예전엔 만만치 않았지만.. 그건 그냥 비싼 악세사리 강매당한 거였다고.) 그건 확실히.. 피곤한 일이기는 하겠네, 쉬는 것도 아니고, 일 하는 것도 아닌데 잠은 설치고.. 휴가가 휴가가 아니었겠는데.. (해군인 만큼 상사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건 크게 영향이 가긴 한다. 연락을 안 받는 것도 그렇고.. 직업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나, 생각.) ..이번에 엉터리라는 거 증명해주면 되겠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지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비아크니까..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아니라곤 못하긴 하는데. (..) 그래, 넌 어떤 식으로든 길게 지켜볼 수 있을테니까.. (변하는지 아닌지는 네가 판단하는 게 빠를 지도 모르겠네. 보통 스스로 변화를 깨닫는 건 어렵기도 하고,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되려 그걸 숨기려고 할 지도 모른다. 타인의 시선이 정확하겠다, 이런 건.) ... ...몰라. (머리카락 괜히 손으로 만지작.. 전치 N주까지 나오면 병원비가 더 나올 것 같기는 한데.. 합의금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정당방위를 노려보는 수밖에..
굳이..? 내가 아까도 얘기 했지만, 오늘은 네가 자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틀이나 안 잤다며?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내가, 너를. 재워야되는 거 아니야? (내가, 너를 이라는 말에 힘이 들어간 건.. 아마 기분 탓이 아닐 거다. 이틀이나 안 잔 사람이 자신에게 자야된다, 어쩐다 해도.. 들을 리가 없었다.) 보통 이렇게까지 늦게까지.. 밥 먹은 건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소식하는 것도 있고, 다른 애들보다 먹는 속도고 제법 빠른 편이었고.. 물론, 혼자 먹느라 그랬지만.) ..밥도 잘 먹었고, 이래 저래 이야기 나눠준 것도 고맙고... ...자는 동안 챙겨준 것도, 고맙고.
 
클라시카:아쉬운걸 아쉽다고 할 뿐인걸-... (아마 이상한건 이쪽이겠지. 이렇게나 강경하게 밀어붙이다가도 금방 아쉬움만 남기고는 물러서고. 그래도 이왕 과분할거 조금만 더 그러면 안 되려나, 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그래. 소중해서.)
길 자체는 단순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음. 조만간 물건 사러 나가기도 해야하니까 그때 알아봐도 되겠네. 혹시라도 길 잃으면 사람 하나 잡아서 물어봐도 될거고. 우리 동네 사람들 친절하거든. (최소한 길 묻는 사람에게 편견 없이 답해주고 여차하면 근처까지 안내해줄 정도는 말이다. 제일 최선은 주변 지리나 길 안내, 그 외 기타등등까지 동거인이자 동네 주민으로써 함께하는 것이겠으나 그게 안 될 지도 모르니까 이거라도 말해둬야지.) 천천히 해. 그래도 너무 늦지는 말고. 너도 시간이 필요할텐데 그러기엔 너무 오랜 기다림이었을테니까. (그 오랜 기다림만큼 빈자리에 익숙해지겠지. 하지만 빈자리는 빈자리일 뿐 채워지지 않는다. 네가 그 익숙함을 보고 포기하지 않기를. 최소한, 조금이라도 다가가보기를.)?(자신을 바라보기에 눈만 깜빡이다 무언가 알아챈듯 아~ 하는 소릴 내고선) 난 없어 없어~ 이 나이에 가족이나 옛 친구가 살아있으면 그게 더 기적이지. 딱히 날 그리워할 사람도 없~나? 있어도 그럴만한 사람이랑은 적당히 소식 주고받고 지내니까. (자신을 기다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당연한 일이지. 이 말에는 어떤 슬픔이나 아쉬움도 묻어나지 않는다. 애초에 자신의 자리는 언제나 깊은 곳에 있지 않았으니 파도가 한 번 쓸고 지나가면 구분하지도 못할 곳이었다. 기나긴 시간을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 주로 색조합이 좀... 그랬지... 등산나가는 할아버지 같다던가... 뭐 그런 소리 듣는 종류? 언밸런스. (끄덕. ...좋은건 아니지만.) 아~ 별로라고 할만한게 있을진 모르겠다. 나 화려한 것도, 간소한 것도 좋아하니까. 그래서 선물 받을때는 어지간하면 다 좋아하는 편~ (그 기묘한 센스의 티셔츠만 빼고.) 피곤하지. 응. 진짜... 홧김에 탈영하고싶을 정도로... ...물론 이거때문에 탈영한건 아니지만. 진짜로. (이건 진짜이긴 했다. 그래도 암피트리테에서의 피로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겠지...) 못할걸~ 절대 못하게 해주지. (일종의 오기같은 것이다. 이왕이면 계획대로 되면 좀 즐거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건 그것대로 즐거울까. 그래도 성공할 때까지 시도하면 성공률 100%라고. 이런 정신으로 하면 어떻게든?)
흠흠, 그럼 된거지. 아닌게 아니면 맞을 수도 있는거고~ 음~ 아무렴 좋은듯? (뭔가 얼렁뚱땅 그렇다 치고 넘어간 느낌. 그래도 이런 문제는 오래 잡고있어도 해결이 나지 않는 종류니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하는 정신이 필요한 부분이지.) ....정당방위를..... (근데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어느정도 다쳐야 하는거 아닌가? 그건 좀...) ....뼈랑 장기만 피해서... 때리자... 그.. 뼈.. 안 부러지면 병원비 좀 덜 나올거야... (아마도...)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내가 잠 안 온다고 하면 재워줄거야? (괜히 해보는 말이다. 재워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잠들 나이이기도 하고. 그래도 혹시나해서 묻는 말.) 보통은 이렇게 오래 먹진 않지- 길어도 식사 후에 후식이나 티타임이 길지 않을까. (참 별일이지- 하는 말을 하며 웃다가 당신의 말에 조금 벙찐듯 조용히 눈만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 (그러다가...) 나... 아주 조금 울거같을지도...
 
비아크:네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그만 아쉬워하시고요, 아쉬워할 거면 나중에 마저 해. (계속 아쉬워만 하다가 오늘 다 보낼 거 아니잖아? 그리 덧붙이며 이마 톡톡. 소중히 여겨주는 건 고맙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단말이지, 내가 그만한 말을 들을 가치가 있는지.)
응, 뭐.. 그럼 되겠지. (분명 기억력은 괜찮은데.. 이상하게 길 같은 거는 단번에 외우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나 길치니까. 외울 수 있을 때 외워둬야지. 몸이 기억이라도 하도록.. 안 되면 지도 보고 가고, 그것도 안 되면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가장 마지막에 할 일이다. 일단.. 말 걸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할 수 있는 만큼 혼자 찾아는 가봐야겠으니까. 매번 나갈 때마다 길을 물어볼 수도 없고, ...더 멀리 길 잃으러 가지만 않으면 다행이려나.) ...그래야지. (지금보다 더 늦으면.. 그 때는 정말 찾을 생각조차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염치가 없어서.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려놓고 오랜 시간을 방치해놓고 다시 찾아가는 건.. 뻔뻔함으로 메꿀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없구나, 그래도.. 인간만 있는 건 아니니까. 오래 사는 애들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눈 깜박이다가 납득한 듯 고개를 쉽게 끄덕였다. 그래도 너는 자신처럼 남들을 기다리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너는 먼저 늘 다가와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자신도 언젠가 사라지는 걸 피할 수 없다. 수명이 다르고, 너와 내가 다른 만큼, 인간의 죽음은 불가피한 거니까. 이런 생각을 하니까.. 네가 그리워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조금은, 아쉬울지도.) ... ...기념품 점에는 그런 게 없길 바래야겠네. 색배합 독특한 거. (그게 네 마음에 들면 조금 큰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가리는 게 별로 없구나? 고를 때 어려움은 별로 없으려나.. (그래도 선택지를 여러 개 만들어두고 싶기는 했다.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거 있어? 그 정도는 물어볼 수 있도록.) 아무 말도 안 했네요, 탈영은.. 나도 했고, 그거에 대해서 깊게 물을 생각은 안 했어. (어깨 가볍게 으쓱거리고는) 어떤 의미로든 이미 나온 곳이니까.. 이젠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종전까지 나버렸으니까 더더욱.) 너는 쓸데없는 거에 오기가 강해요, 진짜. 승부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니까.. 받아는 줄게, 지면 얄짤 없이 물러나세요, 클라시카. (실소 터트리고는 턱을 괴고 너를 올려다본다.)
그건... 정신 놓지만 않으면 참고할게. (응. 고개 끄덕.. 정당방위면 나도 때리기 눈치도 덜 보이고.. 서로 때린 거니까 합의금도 따로 괜찮고.. 싸우기엔 이 쪽이 편하지. 전쟁 통에는 때리던 말던 싸움으로 이어지니까 이런 걸 신경 안 썼지만.. 이젠 신경 써야겠네. 이능력 조절도.. 필요하고.)
재워주는 건 모르겠고 옆에서 보고 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곰곰..) 누가 재워 줘야지 잘 자는 타입이야? (그런 거라면 해줄수는 있는데. 고개 기울.) 잘 먹었으니까 된 거기는 하지.. 급하게 먹다가 체하는 것보다는 느긋하게 먹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응, 고개 끄덕.) ... ...뭔데!? 왜 울 것 같다는 건데..!? (당황한 것도 있지만 조금 황당해서 어버버..) ..그래서... 뭐, 진짜로 재워줘?
 
클라시카:네- 나중에 마저 아쉬워할게요-. (덧붙임에 작게 그건 아니지만... 하는 중얼거림. 어쩐지 귀엽다는 말만 나오면 반박이 튀어나오는 기분. 기분이 아니겠지만... 귀여움을 어떤 말로 바꿔서 말하는게 좋을까. 이건 조금 더 생각해보자.)
...길치야..? 오, 세상에. 큰길 위주로 알려줘야겠는데..? (골목길 위주로 알려줬다가 순식간에 동네에서 미아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GPS를 달 수는 없으니 큰길 위주로 알려주고 골목길은 스스로 알아보는 방향으로 해야지.) 몸이 기억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이왕이면 집 근처 길은 잘 기억해두라고-.(결국 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마지막이구나.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도 스스로 최대한 노력해보는 건 좋은 버릇이었다. 다 주변에 물어보다 스스로의 능력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필요할 때 할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 없는거지.) (이런식으로 찾아갔다가 망한 경우를 딱 하나 봤지. 헤어진 옛 연인을 찾아간 경우였고. 그러니까... 아마 괜찮을 것이라고. 무엇보다 이런 경우에는 어찌 위로해야 좋을지 영 모르겠으니 부디 좋은 일이 되기만을 바란다.) 오래 사는 경우가 있기야 했지. 있어도 그렇게 오래 연을 이어간 경우가 잘 없어서- 오래 산 사람들은 다들 좀 인연 만드는건 싫어하고 깊어지는건 더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톤의 짧은 한숨과 으쓱임. 그 외의 경우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지. 헤어진 인연은 좋게 끝난 경우가 없었고 이어진 인연은 훨씬 이전에 여러가지 이유로 명을 달리했으니.) 그리움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생기려나. 이건 잘 모르겠다. (내가 그리워하던, 나를 그리워하던 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전문 붙을법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할텐데.. 괜찮지 않으려나...? (솔직히 뭔가 특이한게 붙어있으면 취향에 맞다 아니다 이전에 좀 웃겨서라도 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고.) 오히려 너무 가리는게 없어서 고르기 어렵다는 말은 들어봤지. 그러니까 완전히 취향껏 골라도 될걸- (막말로 자신의 귀를 철물점처럼 주렁주렁하게 만들 수준으로 골라도 이건 이거대로 꽤... 재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네- 탈영병 둘이서 뭐하는거지. 전쟁은 끝났으니 상관은 없지만 뭔가 느낌이 상당히 이상한데... (탈영병이라하니 정말로 뭔가 이상해지긴 했다.) 당신이 지면 거울보고 역시 난 귀엽고 사랑스러워- 하기 하루 3번하면서 한 달 지내기랍니다, 비아크~ (농담을 하듯 농담 아닌 말을 한다. 물러나는 것과 이것이 동급인걸까.)
정신... 놓지 않게 조심하길 바랄게. ..너 말고 상대가. 대체 정신 놓을만큼 화나려면 상대가 뭘 해야하는거야?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정신이 나갈만큼 화나게 한 적은 있어도 화가 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이 세월을 살며 그랬던 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짧은 삶에 그럴 일이 막 생기는지.)
그건 아니지만 옆에서 재워주면 천장보고 3시간 명상 안 해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와중에 옆에서 빤히 보고있을 당신을 상상한 것인지 슬쩍 시선을 피한다. 부담 반에 쑥스러움 반...) 그거보다는 훨-씬 낫지. 체하면 한찬 고생할거고... (어버버하는 것에 음? 하고 잠시 의문을 표하다가..) 그냥 너무 감격이라서... 혼잣말에 도망갈 생각이면 미리 말하고 맞고 가라는 말을 들은게 엊그제같은데... 그때 눈은 그냥 고기방패로 죽지? 하는 눈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 콕... 찍어닦는 시늉..) ....에. ...진짜 재워줄거야..? 나 사양 안 한다?
 
비아크:큰 길에서도 길 잃으면 정말로 답이 없을 테니까.. 일단 길 안 잃는 걸 목표로 해야지. 잃으면 늦게 들어온다고 연락이라도 할테니까. (착실히 돌아다녀서 길을 외우든, 지도를 보고 따라다니든.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라도 몸에 익을 것이다. 노력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 분명한 걸 알고 있지만 옛날부터 버리지를 못할 천성이었다. 우선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인간관계가 길게 이어지려면 그만큼 잘 맞는 게 중요하긴 하고.. 전부 맞기는 어렵기도 하니까, 납득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고 잠시 뜸을 들인다.) 너도 싫어해? 오래 사는 사람인데, 너도. 사람은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인연이 깊어지는 건 싫어해?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는 많고, 저 역시도 겪은 것들이 있는지라 마냥 깊어지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데 믿을 수 있는 사람 하나 없다는 걸 꽤나 고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너는 지금 불신과 신뢰 가운데서 조금 치우져져 있긴 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진다면 그리워할까. 그리움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제대로는 못 느껴봤지만.. 적어도 허전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응. 홀로 생각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렇지.. 괜찮을 것 같기는 해. 취향껏 고르기는 하겠지만.. 나도 눈이 그닥 좋은 건 아니거든? 그러니까 내가 선택한 게 많아다고 해도 전부 다 사겠다고 얘기는 하지말고.. 한 두개 정도만 골라. (정말로 두 개까지만. 그 이상은 안돼. 그리 덧붙이며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네 앞으로 내밀었다가 손을 내린다. 가만히 뒀다가는 귀가 장식장마냥 악세사리가 달려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 ...장난.. 장난하니? (아까부터 왜 자꾸 거울보고 뭐를 시키려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네가 계속해서 이럴 거면 똑같은 걸 걸어볼까, 했는데.. 쟤는 그냥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벌칙다운 벌칙이 뭐가 있지.) ...너, 지면 일주일동안 요리는 내가 한다.
1번, 암피트리테다, 2번, 암피트리테가 시비를 걸었다, 3번, 암피트리테가 시비랑 싸움을 동시에 걸었다. 여기서 말로 안 끝날 것 같거나 내가 싫어하는 대화 소재 건들이면? 그 때는 화날지도.. (뭐.. 이제 이럴 일들도 없으려나? 암피트리테랑 마주할 일이 사라졌으니까. 그리 덧붙이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당분간은 합의금 같은 거 낼 일도 없지 않을까...)
평소에 세 시간 명상하고 자는 거야..? (의외네, 그냥 잘 자고 다니지 않을까 했는데.. 시선 피하는 거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뭐, 본인은 세 시간 명상을 해도 못 자겠지만.) 아니라곤.. 못하겠네. (네 말에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는 정말 삐끗하면 싸움으로 번져나갈 상황이었고, 어떤 의미로든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즉시 내쳐버릴 생각으로 거기 나섰으니..) ...그래 뭐,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애 취급한다고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 그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짧게 끄덕인다.)
 
클라시카:알고지내던 길치의 말로는 길 잃는건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던데. (그래서 목표인가? 길치라는건 힘들구나.) 그.. 길 잃으면 그냥 길 잃었다고 연락하는게 낫지 않아? 이걸 늦게 들어온다는 연락을 하네. (길 묻는건 마지막이라는 게 자신도 포함되는 거였나... 하고 잠시 생각한다. ...그래도 전화까지 할 정도면 심각한거 아닌가? 자신이 못미더운걸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동네 주민인데 이걸 못미더워할 것까진 없지않나? 하는 쪽으로 생각이 굴러간다. 좋아, 내 잘못 아님. 어쩌면 길 잃었다는걸 깨닳은 시점에 연락하고 나중에 영 못찾겠으면 또 연락을 줄지도 모르니까.) 나? 어~.. 음... (답잖게 시간을 끌며 고민한다. 사람을 좋아한다? 이건 아마도 맞지. 인연이 깊어지는 거? 글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있긴 하지만 막상 이렇게 물어보면 답하기 애매할지도. 그렇게 몇 초, 어쩌면 1분 가량을 고민하다가 답한다.) 아마도 난 예외가 아닐까? 인연이 깊어지는 것도 다 서로 노력해야 되는거고... 사람도 좋고. 아, 가끔 사람들이 하는 몹쓸짓은 정말 싫지만... 그렇다고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건 아니고... 뭐, 세상에 한둘쯤 오래 살면서 사람 좋아하고 인연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 있어도 괜찮잖아?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신뢰와 애정을 주었다. 간혹 있는 이상론자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애정 또한 순환하며 작은 호의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믿는 사람이었으니.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도 믿지 않을망정 멀리하지 않는 것이 그였다. 다가가지 않고서는 알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 다 사서 돌아가며 쓸 수도 있을텐데~ (헛소리. 내밀어진 브이자 손가락 끝에 자신의 손끝을 슬쩍 부딪혔다. 금새 내려가버린 것이 은근히 아쉬운 감이 들었고.) 두 개~ 정도만 고르려면 비아크도 후보군 너무 많이 뽑으면 안된다? 나 그런거 잘 못고른단 말이야. (장난? 그 말에 잠시 갸웃거렸다가,) 벌칙은 곤란할 것 같은걸로 정하는게 제일이라고 했..... ....잠...깐.... 그거 약간 수리비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보다 네가 요리하면 너도 덩달아 피해입지 않아?
1번이 살짝 불합리한 것 같기도 하고... 뭐.. 됐나... 그래도 일상 속에서 문득 스쳐지나가는 암피트리테 붙잡고 싸우진 않을거니까...(아니지?) 이 기간에 혹시모를 합의금이라도 준비해야할까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잠도 안 오고... 그러다가 명상을 해버리는거지. 수면제라도 먹어야하나 싶긴 한데~ 요즘엔 그냥 늦게 잠들면 늦게 잠드는 대로 늦잠 좀 자면 되니까 괜찮겠지.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슬쩍 힘빠진 미소를 짓는다.) 비아크씨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진 모르겠지만 꽤 살벌한 기억이 지나가는 기분이에요... (던져질 뻔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고...) 오.... 오, 세상에. 당연히 싫어할 줄 알았는데. 거절하면 밤에 은근슬쩍 노크하고 들어가서 옆에서 주절거리기라도 할까~ 했지 뭐야... (각방에서 얌전히 잠에 든다는 선택지는 없었던 것일지도..)
 
비아크:...그건 맞긴 한데. (어쩔 수 없다. 본래 길치라는 건.. 아는 길은 없으면서 자신 있게 막 나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니..) 어딘지도 모르는데 찾으러 오는 게 귀찮을 지도 모르고.. 혹시라도 자고 있는 사람 깨울 생각은 별로 없으니까. (그래도 이 동네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알지도 모른다, 싶기도 하지만.. 이런 거에 도움 받는 거, 은근 자존심 상한단 말이지.. 32살 먹고. 과하게 잃지 않는다면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겠지.. 라는 알맹이 없는 자신도 조금.) (제법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답을 재촉할 생각은 없으니, 가만히 네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려본다. 시간은 많았다. 할 게 없어진 지금은 더욱이 그랬고.) 예상 못한 대답은 아니라 놀랍지는 않네, 싫다거나 괜찮지 않다는 의미도 아니었고, 네 생각에 내 의견이 들어갈 필요는 없으니까.. 네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괜찮으면 괜찮은 거지. 다행이네. (네가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제게는 지금의 관계가 꽤 길고도 나쁘지 않은 인연인지라,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저렇게 생각하는 거지, 실상은 이어가고 싶다. 라는 확신도 있다. 몇 번을 생각해보아도 너 같은 사람, 또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제게 주어진 몇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안 되거든. 선택지 그렇게 많이 정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마. 아무리 많아도 다섯 개 일테니까. (힐긋 표정을 바라보다가, 짤막히 숨을 내뱉는다. 오늘만 아쉬워하는 느낌을 몇 번이나 보는 건지.. 정말 소소한 거에 아쉬워하고, 걱정하고, 신경쓴다. 그렇게 살면 번거롭지 않나.) 글쎄..,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벌칙이 아닐까 싶어서..? 네 말대로 벌칙은 곤란할 것 같은 걸 정해야하고.. 실제로 지금 네가 곤란해보이니까. (내가 피해 입는 거야 뭐.. 내 요리의 맛 정도는 익숙하고 싶지 않았지만 익숙하니까. 응.)
당장은 생각 없어, 지금은.. 그냥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드니까. 시비 걸지만 않는다면 나도 안 건들여. (어깨 가볍게 으쓱거리고는 걱정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게까지 생각 없이 행동하지는 않을테니까..)
약 먹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뭐라고는 못하겠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못 잘 정도인가.) 음, 이번에도 아니라고는 안 할게.. (손을 살짝 흔들어보이고는 짤막히 웃음 소리를 내뱉는다.) ... ...? 뭔데, 가만히 자는 선택지는 없었던 거야? (장난 같이 보이지는 않아서 정말 없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내가 자는 동안은 네가 옆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니까.. 나름의.., 은혜 갚기 정도로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보답이라고 하기엔 조금 소소하니까.. (볼 긁적) ..아무튼! 들어가.
 
클라시카:길치란... (자신감과 걱정이 혼재하는 길치의 일상.. 이런건가? 뭔진 몰라도 나쁜듯 좋은듯 괜찮...은듯? 모르겠다. 이거 괜찮은게 맞나.) 언제 오나 더 이상한 곳으로 빠진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는 것 보다는 찾으러 가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깨워도 되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드는 시점에서 연락한다던가- 하는건가...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견해.) 예상 못하기 쉽지않지~ 그래도 이왕 이어진거 끊기보다 더 파고들어보는 쪽이 취향인지라. (어쩐지 말이 길어진다. 이전까지 보던 것이, 사람 사귀기를 즐기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라 그런걸까. 굳이 이유를 생각하자면 이미 이상한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은 싫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기분도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겠지.) 다섯 개~... 막 많지는 않아도 그렇게 적지도 않네... 그래도 이정도면 아마도? 음. 선택 가능.. (확신은 못한다. 그때 가서 생각해야 결론이 날 일이고.. 어쩌면 고른 것들이 죄다 취향일지도 모르니까.) 자꾸 한숨 쉬는 느낌인데... 나 한심한가? 흠... (잠시 고민. 한심함보다는 다른 쪽인가? 글쎄...) 벌칙이라는 틀에는 정말 딱 맞긴 하네... 그... 못먹을걸 하진 않지? 음식.. 였던것.. 같은거. (였던것.)
좋은 자세! 그래도 시비 걸리면 주먹보다 말로 먼저 때려주자. 응. (참으라던가 그냥 지나가라는 말은 하지않는다. 시비가 걸렸는데 참을 필요가 있나?)
아니라고는 안 한다니 그거 긍정을 돌려말하는거 아냐? 세상에. (당신의 말에 헤실거리며 웃는다.) 결과적으로 오케이 했으니까 상관 없지않아~? 은혜갚기는 딱히 필요 없지만... 이런 방식이라면 사양도 필요없지. (별 뜻 없는 끄덕임.) 방에서 뭐 하나만 하고 갈게요~ 비아크도 들어가서 잘 준비 하고... 오래 잤다고 안 자면 안된다?
 
비아크:음... (짤막한 고민의 시간) 그러면.. 낮에는 연락해볼..게? 밤에는 잘 지도 모르니까 자제할 거고.. 새벽에는 택시를 타서라도 찾아올테니까.. (네가 나 올 때까지 안 자지만 않는다면.. 자겠지? 잘 거라고 믿어본다. 설마 안 자겠어.. 32살이 걱정돼서 안 자겠냐고.. 응, 그래. 자신이 올 때까지 안 잔다면 그거야 말로 과잉 보호..는 아니고 과잉 걱정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은.. 나랑 반대네. (사람을 끊어내는 게 일상이고, 선을 그으며 지내왔던 거 지난 십 몇 년인만큼 습관처럼 굳어진 버릇들이니까. 한 편으로는 부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과거의 자신은 이런 식으로 관계를 사귀어 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예전에는 남들이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은 과분하다고 여겼고, 지금은.. 사람을 잃는 게 무서운 거다. 그게 배신이로든, 갑작스러운 죽음이든.) 적당히 선택 안 하면 눈감고 고르라고 할 테니까 이왕이면 네 선에서 결정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이왕이면 네가 고른 걸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 이야기하면서 고개 끄덕 끄덕. 역시 두 번 생각해보아도 제가 모든 걸 결정하기보다는 네 의견을 듣고 적당히 타협을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당사자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생각은 없으므로.) 응? 아, 한심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곰곰) 굳이 따지자면 웃기다거나, 어이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기도? (그도 그럴게, 자꾸 이상한 걸 시키니까.) 글쎄.. 아예 못 먹을 만큼 내가 창조한 레시피를 만들지는 않을 거고.. 완성된 레시피 보고 해보기는 할 건데.. 뭐, 결과는 장담 못하지? (어깨 으쓱)
그래... 주먹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볼게. (당연히 주먹이 더 편하기야 하겠지만.. 말재주는 나빠도 욕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사람을 칭찬한다거나, 좋은 말들은 못하지만.. 욕이라면야, 자신..있으면 안 되지만 차라리 자신 있다.)
지금은 안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는 말고.. 얹혀사는 주제에 그런 생각하면 꽤심하지.. (뒷목 매만지며 짤막히 헛기침 하고.) ..노력으로 잠이 자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누워는 있을게. 뭐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너도 늦게 자려고 하지는 말고. 너 자는 건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눕는 거는 보고 자야될 것 같으니까 말이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 끄덕.)
 
어느 새 하루가 끝났습니다.
 
산다는 건 이렇게 아무렇지 않고, 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일 테죠.
 
괜히 침대 시트 가장자리를 손으로 다듬고 침대에 눕습니다.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이틀을 내리 잠만 잤으니 무리도 아닐까요.
 
이틀 전의 일이 바로 조금 전의 일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저 멀리 사라진 것처럼 막연합니다.
 
마치 어딘가로 잘못 날려 보이지 않는 지대에 떨어진 야구공같이요.
 
언제가 되어야 이 느낌이 지워질런지…
 
...앗.
 
뒤척임을 반복하다 하마터면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할 뻔했습니다.
 
비아크:(응? 왔나..? 조용히.. 가서 문을 열고 고개 빼꼼 내밀기.)
 
열린 문 사이로 클라시카가 어색하게 웃고 있습니다.
 
클라시카:괜히 분위기 타서 말했던건 아니지..?
 
비아크:(짧게 픽 웃고는 문 열어줍니다.) 한 입으로 두 말은 안 해.
 
당신의 말에 어색하던 얼굴은 편안해지고 그대로 당신을 끌고 침대로 가 옆자리에 눕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옅은 밤빛에 노란 꽃만이 푸르게 반사되고 있습니다.
 
이 꽃도 분명 눈 깜짝할 사이에 시들어 버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클라시카가 당신의 손을 잡아 오네요.
 
클라시카:...내일도 같이 있어 줄거지?
 
비아크:(잡힌 손이 괜히 어색한 기분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있겠지.
 
이 순간, 그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자신 앞에서 최대한 평소의 모습처럼 있으려고 하는 클라시카.
 
그러면서도 곁에 다가오는 클라시카.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또 사랑하는지.
 
사실, 그게 꼭 아름답고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물론 나쁘고 추하지도 않죠.
 
그저…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당신의 심장 속을 스치고 가는 듯 합니다.
 
불안함, 미안함, 안도감, 피곤함,
 
그리고 기쁨, 슬픔, 충동, 폭력적인 마음, 이타심, 이해, 경멸, 사랑스러움,
 
……
 
'살아 있음'이.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비아크.
 
그리고 이제 다시 잠들 시간이죠.
 
잘 자요, 비아크.
 
 
 
 
 
4일 째
 
당신은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비아크:(눈 부비적..) 아침..? (작게 하품하다가 옆자리 보고.. 자나? 아니면 없나?)
 
자리에 없네요. 또 뭔가 하러 나간걸까요.
 
비아크:(아침마다 뭐가 이리 바쁜가.. 뭐, 방에 있을 수도 있지만. 느릿하게 헝크러진 머리 정리를 하며 현관문 쪽으로 가봅니다.) 누구세요...
 
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익숙한... 우체국 집배원의 목소리입니다. 어제 본 그 사람이겠죠.
 
비아크:(또? 일단.. 문 열어줍니다.)
 
집배원은 ‘비아크 씨 댁 맞나요?’ 하고 묻습니다. 어제도 들었는데 또 물을 필요가 있을진 모르겠네요.
 
비아크:(뭐... 확인하는 건 꼼꼼하니 좋은 거죠, 대답하기가 망설여지기는 하나,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는 비슷한 래퍼토리에 손을 살짝 내밉니다. 일단 뭔가 줄 게 있으니 왔겠죠.)
 
집배원은 오늘도 작고 반듯한 편지봉투 한장을 건네주고 금세 돌아갑니다.
 
비아크:음... (현관문 꼼꼼히 닫고는 들어와 클라시카 방 힐끗 바라보고.. 편지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읽어봅니다.)

(..다시 접고, 고이 편지 봉투에 넣습니다. 어제 이거 쓰고 방으로 온 거였나.. 하는 생각이나 하면서요. 제법.. 편지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느낌에 방의 서랍 한 쪽에 넣어두고 다시 나옵니다. 방에 있나? 문 똑똑.)
 
편지를 정리하고 클라시카의 방 쪽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시선이 위아래로 흔들립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움직입니다.
 
옥상에서 떠밀린 사람 같이, 혹은 누군가 세차게 뺨을 갈긴 것처럼 정신이 멍해지고 무릎이 꺾입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위험, 경계신호, 공포, 사건, 이명……
 
예컨대 죽음, 같은, 것……
 
………
 
아,
 
흐린 시야 너머로 클라시카가 무언가 소리치는 모습이 간신히 잡힙니다.
 
처음엔 먹먹하게, 물속에서 바보처럼 비명 지르는 사람인 마냥.
 
그 다음은 긴 이명 사이로 섞이는 소리로,
 
그 다음은…유리가 깨지는 소리입니다.
 
클라시카:비아크! 바닥에 엎드려서 이쪽으로 와!
 
어?
 
이제야 당신은 눈치를 챕니다.
 
이건 지진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벼운 수준의 진동은 아니란 게 느껴집니다.
 
가벼운 물건이 흔들림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밖으로 대피하기보단 테이블 아래에 숨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클라시카는 이미 테이블 아래에서 머리를 감싼 채 당황스러운 얼굴로 연신 비아크를 부르고 있습니다.
 
빈 손을 이쪽으로 한껏 뻗은 것이 딱 1초만 있으면 그냥 이쪽으로 뛰어들 기세입니다.
 
문득 웃음이 나올 것도 같습니다. 사는 게 뭐라고…….
 
비아크의 머리 위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순간
 
클라시카는 테이블에서 뛰쳐 나와 비아크를 밀치듯이 감싸 안습니다.
 
클라시카가 비아크를 끌어안은 순간 거짓말처럼 지진은 멈춥니다.
 
클라시카:....괜찮아..?
 
비아크:(미간 살짝 찌푸리고는...) 갑자기 뭐람..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짝 어깨 톡..) 너는?
 
클라시카:나는 괜찮지. ...다친 곳은 없지? 다행이다...
 
비아크:애초에 날 감싸러 나올 필요는 없엇던 것 같은데.. (어색함에 시선은 아래로 향했고.) 근데, 언제 놓아줄래.. (나 이거 좀 민망하거든.)
 
클라시카:? 아. (스르륵 놓아주고......) 다칠까봐 그랬지...
 
비아크:...너 다치는 것부터 신경쓰지? 조금 느렸을 뿐이지 아마 안 나왔어도 금방 아래로 들어갔을 거고.. (이마 톡.) 걱정이 많네, 정말..
 
클라시카:뭐........... 나...보단 네가 다치는게 더 걱정인걸 어떡해... 일주일 넘게 걱정할거 3일정도로 줄이려고 얼마나 힘내는데. (이마 톡과 함께 흘러나오는 한숨.) 지진이면 걱정할 만도 하잖아?
 
비아크:그래, 힘내고 있다면.. 내가 할 말은 없네. (고개 끄덕.) 대처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고.. 위험 감수하면서 나 감싸러 나오지 말란 뜻이야, 그러다가 네가 다치면.. 상황이 좀 반대가 될 테니까. (내가 널 걱정하겠지. 미안함도 있을 거고..)
 
클라시카:그래도 이왕이면 말이지... 둘중 하나가 다친다면 내가 그러고 싶은데. (지진의 여파로 살짝 헝클어진 당신의 머리칼을 쓰다듬듯 정리한다.) 걱정받아도 걱정할 일 늘어나는 것보단 괜찮을 것 같은데. ...그보다... 또 정리해야겠네. (주변을 휘 둘러보고..)
 
비아크:그건.. 내가 싫다. 민폐되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해. (머리 정리하는 걸 순간 말릴까, 손을 올리긴 했지만 이내 주춤 거리며 내린다. 시선은 살짝 돌아갔지만.) ..뭐, 하면 되지. 어제랑 깨져서 버릴 게 좀 생기겠지만.. 유리 안 밟게 조심 좀 하고.
 
클라시카:민폐라니, 그냥 그런거지. (별거 아닌 일로 민폐까지야~ 하는 덧붙임.) 어제 기껏 열심히 치워놨는데 또 청소라니 집안일은 무상하구나~ 도와줄거지? (슬슬 뻔뻔하게 도와달라고..)
 
비아크:별 거 아니라기엔 네가 다칠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콩. 약하게 쥐어 박는다.) 응? 응, 뭐.. (같이 살기로 한 것도 있고, 돌봐준 것도 있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고갤 끄덕거린다.) ..안 했던 집안일 몰아서 하는 기분이네.
 
클라시카:다쳐봤자 머리위로 머 하나 떨어져서 뒷통수 붙잡고 한 20초 바닥 구르는 정도 아니겠어~ (예시가 참 웃긴 편이다. 이외에 다친다해도 크게 다치진 않았을 것이란 무언가의 믿음이 있고.) 다 업보야 업보~ (아니다)
 
비아크:... ... (에휴, 한숨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었다. 저게 어딜 봐서 크게 안 다친 건데.)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건 생각안 하지? (이어지는 말에 할 말은 없다. 안 한 건 맞으니까.) ..뭐부터 할까
 
클라시카:잘못되면 그때가서 생각해야지? 어차피 다칠거라면 누가 다쳐도 일 생기는거고... (당신의 말에 주변을 둘러본다.) 어질러진 물건부터 정리하고 버릴건 한번에 모아 버리는게 좋겠네-
 
집안을 둘러보면 현관과 거실 근처가 엉망입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깔끔했는데.
 
책은 다 튀어 나오고, 화분이 옆으로 쓰러져 있습니다.
 
비아크:(...개판이군.)
(책들부터 슥슥 정리를 해봅시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래.
(화분은.. 흙부터 정리해야되려나?)
 
클라시카:타이밍의 신이 저주한게 틀림없어. (화분... 세우고.. 흙은 모아서 다시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비아크:그치.. 어제 청소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든 거 보면 저주한 거라고밖에 못하지.. (화분을 열심히 세우고... 빗자루랑 쓰레받이 가져와서 슥삭.. 슥삭.. 다시 넣어주자.)
 
클라시카:신도 너무하시지... (청소기 가져와서 자잘한 흙먼지 삭삭 정리...)
 
어제의 청소가 무의미하게도 오늘도 쓸고닦고 정신 없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요.
 
다른 곳도 엉망이겠지 싶어 침실이며 창고의 문을 열었는데 그곳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난리는 커녕 협탁 위의 노란 꽃마저 사뿐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그렇게 심한 흔들림이었는데, 어째서?
 
문득 창문 밖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아크:...뭔가 이상한데, 많이.. (그리 중얼거리며 창문 밖을 바라봅니다.)
 
창문 너머로는 거리를 걷는 일상적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능판정
 
비아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집 상태는 운이 좋아서라고 치더라도 이건 너무 이상합니다.
 
분명 꽤 심한 지진이었는데도 아무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밝은 얼굴과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길가에 넘어진 사람조차 없군요.
 
...
 
비아크:(...이게 가능해? 여기만 지진이 일어났을 리가.. 없는데..)
 
거실로 나와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흔들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곳은 현관 근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주변으로 이동하는군요.
 
아니, 이동한 것이 아닙니다.
 
이건…주변으로 갈수록 빠른 속도로 진동이 경감된 흔적입니다.
 
비아크:..대체 이게 뭔. (머리 지끈 거릴 것 같은 걸 꾹 꾹 누르고.. 현관? 현관 가까이 가면 위..험하려나? 그냥 현관인데?) ... ...클라시카,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지진이 이렇게 작은 범위에만 일어난.. 거. 게다가 밖이 너무 평온한데.
 
클라시카:이상..? (다른 곳을 다 치우고 청소기까지 잘 정리해두고 다가온다.) ...글쎄... 이런 적은 처음이긴 하지. 지질학이나 그런걸 배운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밖이 평온해? 그건 진짜 이상하다. (뭐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
 
비아크:거실이나 현관 근처만 지나치게 어질러진 것도.. 신경쓰이긴 하다만. (운이 좋았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고..) ...어, 넘어진 사람도 없고, 그냥.. 아무일도 없었던 사람들 같아. (신경쓰이는지 제 뒷목에 손을 대고 살짝 주물거린다.) ...이상한데, 역시..
 
이상한 상황 속, 비아크 관찰 판정
 
비아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질러진 흔적들 속에서 그 중심이 되는 곳을 발견합니다. ...여긴.. 아까까지 비아크, 당신이 있었던 곳 아닌가요?
 
그렇다면 진동의 중심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을 감지한 비아크는 이성 판정
 
비아크: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 ...어라?)
 
이성 1d3 감소
 
비아크:2
 
비아크 이성 2 감소.
 
당혹스러움과 불쾌한 두근거림 속에 잠시 빠져 있는데, 이번에는 초인종이 올립니다.
 
분명히 집배원은 이미 왔다 갔는데, 누구지?
 
비아크:... (클라시카 힐끗 바라보더니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현관으로 갑니다.) 누구세요..?
 
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생소합니다.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목소리네요.
 
비아크:..클라시카, 오늘 누구 올 사람 있어?
 
클라시카:음.. 올 사람은 없는데...
 
방문자는 '옆집에서 왔는데요,' 하고 말을 꺼냅니다.
 
비아크:옆집..이라네? (클라시카 바라보며 눈 깜박) 문 열어줘도 돼?
 
클라시카:(고개만 끄덕인다.) 뭔가 볼 일이라도 있었나?
 
비아크:방금 지진난 것 때문일지도.. (그리 중얼거리며 현관문을 열어줍니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과연, 처음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웃:저기, 괜찮으세요? 집이 좀 흔들리는 것 같아서...
 
비아크:아, 음.. (..) 네, 저희도 방금 집이 흔들려서.. 떨어진 것들 정리하고 있었어요. (사람이랑 말하는 거 어색하다.. 할 수 있.. 다.) 그, 쪽 집도.. 괜찮으신가요..?
 
이웃:(그래도 사람은 괜찮아보여 화색을 띈다.) 아, 저희는 괜찮았어요! 최근 요 며칠 사람도 잘 안 보이고 해서.. 바쁜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는데 다치면 큰일이겠다 싶어서 온거라... 혹시 최근에 정말 바쁜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비아크:네? 아... (친절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바쁜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저는.. 없었습니다.. 집주인은 모르겠네요..) 요 며칠 사람도 안 보였다는 건.. (쟤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를 않았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클라시카 쪽을 돌아봅니다.) 혹시.. 며칠 동안 여기 사는 분 보신 적 없으세요?
 
클라시카는 아무 일도 없었다며 손을 휘적거립니다. 이웃분께도 보이겠죠.
 
이웃:네... 한... 4일정도 됐나? 5일? 그정도 못봤네요... 그래도 멀쩡히 살아계신 것 같아 안심했어요. 그러고보니 그... (무어라 불러야할지 몰라 잠시 고민하다) 동거인? 분도 지금은 괜찮아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비아크:(그렇게 오래? 쟤 진짜... 근데 살아계신 것 같아서..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 겁니다.. 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 이어지는 말에 눈을 가볍게 깜박거린다. 무어라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짤막히 목례를 한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치.. 나 며칠 전에는 분명 말이 아니었을 거다..) 옆집 분도.. 괜찮아보여서 다행, 이네요..
 
이웃:(작게 후후 웃고...)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아참, 그러고보니 빵 좋아하시나요?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요즘에 빵을 굽고 있거든요. 근데 취미로 하다보니 혼자 감당 못할 양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혹시 좋아하시면 다음에 가져다 드려도 괜찮을까요?
 
비아크:아뇨, 먼저 해주셨는데요, 뭘.. (손을 내젔다가 이어지는 말에 시선을 가볍게 굴리고) 네.. 주시면.. 감사하죠.. 네.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제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꼬아댑니다.) ... ... (세상엔 친절한 사람이 많군.. 이라는 생각.. 그런데 대가없는 친절은 없다고 그랬는데.)
 
이웃:...그럼... 신메뉴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좋아하는 빵 종류가 있으실까요! (그렇다. 대가 없는 친절은 없지. 그러니... 이 이웃은 당신의 취향으로 수많은 선택지를 좁힐 계략을 꾸미고 있던 것이다.)
 
비아크:아.. 웬만한 건 가리지는 않는데요.. (갑자기 물어보니 당황한 모양새. 괜히 제 볼을 긁적이다가 시선을 다시 이웃쪽으로 돌린다.) 안에 앙금이나 크림 들어가 있는 거면.. 웬만해서는 좋아해요. (그것들만 해도 종류는 많겠지만.. 더 좁히라고 하면 고민하는 시간이 제법 길어질지도 모르니까.)
 
이웃:음~ 좋아요! 안에 뭔가 들어간 종류는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좋은 도전이 될 거같네요. 꼭 맛있게 만들어서 올게요! (이정도라도 많이 좁혀졌는지 고민이 사라진 얼굴로 성공을 다짐한다.) 잘 안되면... 헤헤, 슈크림이라도 구워올게요! 그럼... 앞으로도 몸조리 잘 하세요! 적어도 제가 열심히 구운 빵을 먹고 후기를 들려주실 때 까지는! 앗, 일단 오늘은 이거 드릴게요. (늘 주머니에 챙겨다니는 것인지 모를 귀엽게 포장된 초코칩 쿠키 두 조각을 쥐여준다.) 그럼 가볼게요, 잘 지내셔야해요!
 
비아크:(뭔가 엄청 해맑고 바보같고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구나... 되게, 좋은 사람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 꾸벅.. 이며)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손에 쥐어진 쿠키 바라보고.. 다시 이웃 바라보고.. 짤막하게 웃어보인다.)
 
이렇게 멀어지는 이웃을 뒤로합니다. 간식거리는 덤이네요.
 
클라시카:이웃분 좋은 사람이지?
 
비아크:(클라시카 말 듣고 끄덕이곤 쿠키 하나 내밀어준다.) 이거.. 받았어.
 
클라시카:오, 쿠키. (내밀어진 쿠키를 받아 포장을 까곤 낼름 한입에 넣어버린다..) 이 사람 여전히 쿠키 잘 굽는다니까... (이웃집 쿠키라는 이름으로 팔아도 잘 팔릴거라며 이상한 발언을 덧붙이고..)
 
비아크:여전히라고 말할 정도면.. 꽤 자주 얻어먹었나보다.. (하긴, 성격보니까 충분히 그럴만 한 것 같더라. 자문 자답스러운 느낌. 혼자 납득한 듯 고개 끄덕 끄덕.. 자기도 바스락 바스락 포장을 까서 한 입 베어뭅니다.) ...그러게. 맛있네.
 
클라시카:종종이라기에도 뭐할만큼 마주칠 때마다 받았지~ 이 근처 사는 사람들 다 그럴걸? 예전에- 랄까 한 5개월 전만해도 매일 창문에서 탄내 풍기던 사람인데 사람의 실력이란건 굉장하지... (포장지를 작게 접어 고정해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비아크도 언젠가 저렇게 되려나?
 
비아크:남들 나눠주는 걸 좋아하시는 분인가보네.. 차라리 저 정도면 정말 판매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오독 오독.. 물고 있는 쿠키를 빤히 내려다본다. 달달해서 꽤 기분이 좋을 지도.) 노력해서 저 정도 까지 되셨다면 저 분도 대단... ...응? 아니, 안 믿는 게 나을 걸.. (나아질 실력이었다면 진즉에 나아졌을 거야.)
 
클라시카:그러게나 말이야. 말을 몇 번 들은거같은데... 아무래도 자본금도 문제고 홈페이지 만드는 것도 문제고~ 이런 반응이긴 하더라. (안 믿는 게 낫다니, 빤히.. 뚫어져라 당신을 바라본다....) 혹시 모르지, 응. 다른 쪽으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요리는 무리여도 다른건 괜찮을지?
 
비아크:본인이 생각하기에 이거 저거 문제가 많은 거려나..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 본인이 안 한다면 안 하는 거로. 단순한 자기 만족 취미로 즐겁게 한다면 그걸로 된 거다. 느껴지는 시선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올려 너를 바라봤고) ... ...아무리 그래도 기대는 안 하는 게 나아. 해봤다가 오븐도 고장내면 어쩌려고?
 
클라시카:아마도? 그래도 언젠가 내키는 날이 오면 창업할지도~ (고장난 오븐을 잠시 떠올린다. 음...) 고장은 슬프네... 오븐에게 명복을 빌어줘야겠어. 그래도 맞춰두기만 하면 반쯤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종류니까 괜찮지 않으려나~ 고장나는건 슬프지만.
 
비아크:그렇게 되면.. (축하 정도는 해드려도 되려나. 어쨌든, 아는 사람이라고 살갑게 대해준 사람이니.. 그런 날이 오면 가벼운 축하 인사 정도는 덧붙여도 되겠지.) 착각해서 오래 굽거나 두께에서 망하거나, 레시피에서 망하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먹을 만은 하겠지... ...아마? 네 말대로 시간 맞춰두는 만큼 다른 것들보다 고장나거나 태워먹을 확률은 적은 것 같긴 하지만..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을 걸.)
 
클라시카:그렇게 되면 개업 화환도 보내고 슬쩍 가서 축하도 하고 하자고. 그 사람 성격에 그런거 절대 안 싫어할걸~ (은근슬쩍 같이 축하하러 가는 걸 확정해버린다.) 어쩐지 실패 요인이 이상할정도로 많지않나? 아니 적은 편인가...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확률이 적다고 말할 수 있는걸 보면 실제로 해보면 더 괜찮을지도~ 걱정은 그때 가서 하고... 아, 오늘 밤에 꽃구경과 그 외 겸사겸사를 위해 잠시 나가는거 안 잊었지? 밤에 갑자기 졸려서 나가기 싫다고 하면... 조금 상처다?
 
비아크:싫다고 안 하면 다행이지. 너무 요란하게 축하하지만 않는다면.. 괜찮겠지. (응.. 근데 갑자기 말려든 기분이다? 기분 탓..일 거라 믿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 정도면 적지.. 세 개면 한 손으로돌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라고. (도전할 때까지도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이어 들리는 말에 눈을 깜박이다가 고갤 끄덕였다.) ...안 잊었어. 나 잠 그렇게 안 많아.. 약속 안 지키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동안 오래 잔 건.. 머리 긁적이다가 말꼬리를 흐린다.) ..몇 시에 나갈 건데?
 
클라시카:요란하게 축하하면 그건 그거대로 분위기 타버릴 타입이긴 하지만... 좋아~ (어쩌면 막상 축하하러 갔더니 다른 사람이 요란하게 축하중이어서 다같이 파티를 벌이게 될지도... 하는 잡생각.) ...그거 적은거야? 그렇군... 태우거나 반죽이 말을 안 듣거나 둘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아니었나봐.. (근데 애초에 반죽이 말을 안 듣는게 뭐지?) 음.. 한... 10시? 10시 반? 그쯤이면 될거같은데~ (잠이 안 많다는 말에는 웃을 수 밖에. 피곤하면 잠드는건 어쩔 수 없는데.)
 
비아크:... (요란한 파티가 된다면 꼭, 먼저 돌아와야지. 그런 다짐을 속으로 몰래 하며 고개 끄덕.) 해보면 알겠지.. 언젠가 될 진 모르겠지만.. 너도 안 해봤으면 해보지 그래? 차라리 나보다는 네가 하는 게 더 마음 편할지도? (그리 이야기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근데 정말.. 반죽이 말을 안 듣는 건 뭐지.. 잘 안 펴진다거나, 휴지가 제대로 안 된다거나.. 그런 건가.) 일단 알았어, 10시나 10시 반.. (그 정도면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클라시카:그럴까...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언젠가 한 번 해볼까... (그때 같이 하면 훨 낫겠지? 하는 생각을 곰곰. 이때 실패해보면 반죽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게 되는걸까...) 낮잠은 괜찮지만 낮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면.. 곤란하다? 알겠지? 그러니까... 너무 피로하지 않으면서 지루하지도 않은 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비아크:요리 잘하니까 나보다는.. 잘 하겠지. (끄덕 끄덕.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가 하는 쪽이 백 배는 안전하지 않을까..) ...안 자. 안 자. 더 안 자도 돼. (머리 만지작) ..그건 무슨 군대 지휘식 말투야.. 넌 뭐 할 생각인데? (잠시 생각을 해본다. 나는.. 나중에 책이라도 읽어볼까. 아니면 밖에 나가볼까. 역시 마땅히 떠오르는 건 그렇게 많지는 않네.)
 
클라시카:요리랑 베이킹은 비슷한 선에 있는걸까~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아닌가? 처음 요리했을 때 연성된걸 떠올린다. 세상에.) 나? 음... 딱히 할건 없는데... 괜찮으면 같이 동네 산책이라도 할래?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두는게 좋잖아.
 
비아크:뭔가를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사자들 의견은 다르려나. (어느 쪽이든 그냥 대단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 손은.. 먹을 걸 만들 손은 되지 못했으니..) 응? (네 말을 듣고 짤막한 고민의 시간을 가지다가 이내 끄덕인다.) 나름... 괜찮을 것 같다. 산책이라면 시간 보내기도 좋을 것 같고.. 뭐 있는지도 보고.
 
클라시카:비슷한 것도 있고 영 다른 것도 있고... 종류따라 좀 다른 느낌이긴 하지? 식빵은 구울 수 있는데. (말랑말랑 반죽 만지는 시늉...) 식빵만 가능하지만. (끄덕!) 멀리 나갈 것도 아니니까 가볍게 준비하고 나갈까? 막 볼건 없지만 부족한 것도 딱히 없는 동네라구.
 
비아크:다른 느낌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걸 할 줄 안다는 것도 대단해보이는데.. (다들 대체 어떻게 하는 거람?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닐텐데.. 신기하다. 뭔가를 꾸미는 건 차라리 그나마 자신 있는데. 데코라던가, 꽃다발 만들기 같은.. 그런 류의 것들.) 으응, 옷만 갈아입고 적당히 지갑이랑 휴대폰만 챙겨 나가도 될 것 같고.. (곰곰) 그러자, 그럼.
 
클라시카:그래도 연습하면 되는 종류긴 한데. (어지간하면 연습량에 비례해서 실력이 오르는 쪽이기도 하고. 그래도 시작이 어렵긴 하지. 초반에 실력 오르는 것도 미묘하고... 이렇게 생각하면 뭐든지 재능빨이 있는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정도면 될걸~ 더 챙길 것도 없지 싶다. 소소하게 준비해서 나가기로. 이왕 나가는 김에 저녁까지 챙겨먹고 올까? 다녀와서 좀 쉬다가 다시 나가기?
 
비아크:초반에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치기만 한다는 점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편이지, 둘 다. (애초에 처음부터 잘하는 건 없지만.. 적어도 공부 같은 것들은 배운 뒤, 적당한 시험을 치루며 결과를 확인하니까.) ..그래. (뭔가 갑자기 밖에 나간다니 제법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밖에 나가는 게 마냥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까지와 다름 없이 흘러갈 지도 모르니까.) 산책하고 저녁 먹고 들어와서, 좀 쉬다가.. 다시 나가는 걸로. 응. 그 정도면 피곤한 일정은... (아니겠지? 일상으로 하루를 보내는 건 워낙에 오랜만이니까.)
 
클라시카:그렇게 생각하면 어렵긴 하다... 결과가 바로바로 나온다는 것도 좀 부담이라면 부담일지도. (이런 부분이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반대인 경우도 있는건가 싶어져 또 생각할 거리가 늘었다는 얼굴을 했다가) 어쩐지 중간에 쉬다가 잠들고 그대로 아침에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 ...진짜 잠 안들게 조심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저녁은 외식. 바라는 메뉴 있어? 아니면 피하고싶은 메뉴라도.
 
비아크:(확실히 부담이지. 네 말에 맞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너무 깊게 생각하진말고. 그리 덧붙이며 네 이마를 가볍게 톡 건들였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른 건 당연하다니까.) 졸리면 자, 잠들면 10시 되기 전에 깨워준다거나 할 테니까. (괜히 무리해서 버티다가 나가서 졸리면 그게 더 큰일이잖아.) ... ...메뉴는 아니고, 뷔페식?이나 느끼한 것들..이나 향 강한 것들 정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곰곰.. 어제는 밥 먹었으니까.. 면이나 고기류도 나쁘지 않을 지도.. 세상에 음식이 너무 많네.)
 
클라시카:(이마 문질문질... 몇 번을 당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왕이면 깨어있다가 당당하게 가고싶은데 말이지... 그래도! 만약 잠들면 깨워주기. (깨워준다는 말에 진짜 잠들면 좀 뻘쭘하긴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래도 놓치진 않을테니 괜찮으려나.) 음.... 그럼... 샤브샤브..? 어.. 맛있겠다. 샤브샤브. (메뉴가 겹치지도 않고 맛있고 부담도 적고 건강한 샤브샤브... 상상한다.. 따뜻하고 맛있음..)
 
비아크:그럼 돌아다닐 동안 컨디션 조절 잘 해서 피곤하지 않도록 하던가. 너 이틀동안 안 잤다고 하기도 했고.. 그거 때문에 잔다고 해서 너 말릴 생각도 없고.. (피곤하지 않다면 다행이지만, 이틀 못잔 게 하루만에 회복이 되나 싶기도 하다. 나보다 빨리 일어난 것도 있고.. 물론 깨워준다는 건 진짜다. 보여주고 싶다고 했으니 혼자가서 보고 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같이 가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어.. 좋아. (따뜻하고 맛있대.. 부담도 적고 좋음.. 고개 끄덕 끄덕) 그럼 저녁은 그걸로.. 먹자.
 
둘의 저녁메뉴는 샤브샤브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나갈 준비를 해볼까요? 이참에 뭔가 필요한게 있다면 메모해 둬도 괜찮겠습니다.
 
비아크:(주섬 주섬.. 휴대폰이랑 지갑 챙기러 방으로 들어감.. 필요한 게 있나? 딱히 생각나는 건 없지만.. 나중에 옷은 더 사야지..)
(적당히 옷 갈아입고.. 머리 정리하고.. 겉옷도 입고.. 거실로 나갑시다.)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나오니 마찬가지로 가벼운 짐을 챙긴 클라시카가 화분이 쓰러졌던 곳을 만지작거리다 일어납니다. 상태를 보아하니 바닥에 조금 자국이 남았나 보군요.
 
비아크:(바닥 빤..) 잘못 밟으면 위험하려나..
 
클라시카:그정도까진 아니겠지만.. 바닥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맞는 말)을 줘버렸네...
 
비아크:(... ...)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치료(보수공사)를 해주는 수밖에.. 이만하길 다행인가..
 
클라시카:사람 안 다쳤으니 다행이지~ 바닥은 다쳤지만. 식물도 안 다쳤고... 나중에 치료해주자.
 
비아크:응.. 뭐, 다친 사람은 없고.. 식물도 멀쩡하고.. (안 멀쩡한 건 화분이랑 바닥 뿐인가.. 고개 끄덕 끄덕)
 
이런저런 수다를 이어가며 둘은 현관 밖으로 나섭니다.
 
이전 창문을 통해 본 것처럼 그 어떤 이변도 느껴지지 않는 일상의 거리. 평화롭습니다.
 
집 근처는 주택가네요. 요 앞으로 조금 가면 상가가 있고 좀 더 가면 커다란 도서관도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는 해변도 있다고 하네요. 좋은 동네입니다.
 
비아크:(해변도 있어..? 웬만한 것들도 다 있고.. 정말 좋은 동네네..)
 
클라시카의 안내를 따라 거리를 걷다보니 일전에 말했던 밀짚꽃이 가득 피어있는 들판이 보입니다. 아이들 몇 명이 그 곳에서 놀고있네요. 꽤 소란스러운 것이... 지금 가지 않는 것이 조용하고 평화롭긴 하겠습니다.
 
둘은 동네를 돌아다닙니다. 편의점 앞에 덩그러니 세워져있는 인형뽑기 기계에서 미묘하게 못생긴 대파 인형을 구경하기도 하고...
 
베이지색의 포근해보이는 가디건이 진열된 옷가계를 지나기도 합니다.
 
학생과 할 일 없는 노인분들이 종종 찾는 도서관도 슬쩍 들러보고 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다는 베이커리도 소개받습니다.
 
그렇게 동네 어지간한 곳은 다 보았다 싶을 즈음, 해변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시간이 금방 흘러 천천히 해가 저물어가는 즈음의 해변.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클라시카:동네는 마음에 들어?
 
비아크:..응, 괜찮네. (가볍게 머리카락 귀 뒤로 넘겨걸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람들도 살가운 것 같고, 있는 것들도 다 있고.. 이렇게 근처에 해변도 있고.
 
클라시카:재밌는 동네야. 활기차고.. 할 일 없으면 구경갈 곳도 있고. 산은 없어서 등산가려면 차타고 가야하지만. (가만히 당신을 들여다보다) 이 곳에서의 평화가 네 일상이 됐으면 좋겠네.
 
비아크:산까지 갈 생각은 별로 한 적 없는데 말이지. (짧게 픽 웃음 소리를 흘리고는 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 ...그런가. (지내다보면 그리 되지 않을까. 평화로움이 싫은 건 절대 아니지만.. 아직은 어색하기도 했으니.) ..그러면.. 좋긴 하겠네.
 
클라시카:그렇게 될거야. 평화로움 속에 섞여서 언젠간 평화 이외의 것이 비일상처럼 느껴지겠지. (가만히 짙은 애정을 담아 미소지어보인다.) 행복해질거야, 비아크. 꼭 그렇게 될거야.
 
기묘할정도로 침착한 어조로 당신의 일상을 입에 담은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저녁이나 해결하러 가자며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비아크:...응.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네. 이왕이면 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너 역시도 행복해질 거라고, 그랬으면 한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네게 자연스럽게 이끌려갑니다.) 가자.
 
이날의 저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10분정도 줄을 서긴 했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만큼 맛도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거든요!
 
언젠가 샤브샤브를 먹고싶다면 다시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땐 예약을 해도 괜찮겠네요.
 
돌아오는 길에는 아까 보았던 가디건소 하나 사 선물받았고 대파인형도 결국 뽑아냈습니다. 든 비용만 따지면 가디건보다 대파인형이 비쌌단건 비밀이에요.
 
소란스럽다면 소란스러웠을 시간을 보내고 둘은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밤이 옵니다.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둘은 약속대로 집에서 나와 들판으로 향합니다.
 
딱히 누구의 사유지도 아닌 꽃밭에는 오색으로 빛나는 짙은 원색계통의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습니다.
 
색은 다르지만, 모두 하나의 꽃입니다. 클라시카가 꺾어온 바로 그 꽃이죠.
 
적색, 청색, 주황색과 청록…하지만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역시 노란 빛입니다.
 
밤 속에서도 노란 꽃은 한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가로등이 드리운 빛만으로도 마치 태양 아래의 이슬처럼 환히 반짝입니다.
 
클라시카도 분명 그래서 특별히 노란 색을 꺾어온 걸지도 몰라요.
 
꽃들의 바다에 잠시 취해 있었더니 클라시카는 돗자리까지 가져와 판을 까네요.
 
조금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합니다.
 
벌렁 드러누워 옆을 두드리는 클라시카를 보고 있어도…들판 한가운데에 드러눕는 건 영 기분이 이상할 것 같습니다.
 
벌레도 있을 것 같고 말이에요…하지만 클라시카가 정말정말 하고 싶어하는 눈치입니다.
 
그냥 못 이긴 척 들어줄까요?
 
비아크:(... ...할까 말까 고민 중..) ...이런 걸 왜 하고 싶어하는지.. (못 이기는 척 들어줍시다..)
 
돗자리에 누웠더니, 클라시카는 그제서야 이렇게 우긴 이유를 알려줍니다.
 
클라시카:오늘 유성우가 내린대. 집안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아서. (기쁜듯 웃는 얼굴이 정말로 당신과 함께 유성우를 보는 것이 기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클라시카는 비아크와 함께 별이 보고 싶어 그토록 나오고자 했나 봅니다.
 
클라시카의 말에 푸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있으면 시야의 어딘가에서 빛이 선을 그립니다.
 
하나씩, 하나씩.
 
그걸 보고 있자면 클라시카가 편지에 적어주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자신은 잊고 있을지 모르는 추억들을, 그는 한 자 한 자 종이에 담아 제게 전해주었습니다.
 
그 때의 일들에 대해,
 
또 함께 지내오며 못다한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져요.
 
어쩌면, 그래요.
 
오늘은 그런 것을 쏟아내야만 하는 밤입니다.
 
실은 별이 아니라 그저 작은 모래알일 뿐인 유성체가 지구의 하늘에 스치며 기적적으로 밝은 빛을 뿜어내는 밤.
 
실제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이 극한의 거리에서 우리가 우주의 먼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
 
살면서 그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살면서 그가 나를 얼마나 야속하게 했는지.
 
또 살면서 얼마나 그를 아꼈고, 그가 때로는 얼마나 미웠는지.
 
너무나 애정해서,
 
도통 한 면 만을 바라볼 수 없어서,
 
그를 대할 때면 도무지 얄팍할 수가 없어서 느껴야만 했던 그 수많은 감정들, 마음들, 대화들…….
 
어쩌면…
 
죽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비아크:.
..이런 거, 처음 봐. (가만히 제 눈에 널푸른 하늘을 담았다. 마냥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그 반짝이는 하늘에 넋을 놓아서. 가만히 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평소보다도 넓어보였고,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클라시카:(어떤 반응일까, 몇 번 봤다며 심드렁하려나- 하고 당신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키다 이윽고 나타나는 반응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 하늘은 당신에게 충분히 아름다웠을까. 밤의 아름다움은 와닿을만큼 전해졌을까. 선선한 바람과 흐르는 빛이. 만족스러웠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차갑고 건조하기만 하던 밤하늘이 아닌 이 멀고 아름다운 유성이 밤의 기억을 채워주기를.) 일부러 나와서 볼 가치가 있는 풍경이지?
 
비아크:(제대로 하늘을 올려다본지도 오래됐지. 지금껏 바닥만 바라본 인생이다. 넓은 것을 눈에 담지 않았고, 제 눈에 아름다워보이는 건 무엇도 없었다. 그저, 빌어먹을 상황이었고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따위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보는 유성우는 제가 지금껏 보았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만큼 나이를 먹어놓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숩지만, 어릴 때 느꼈던 기분이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까맣기만 하던 밤하늘과는 다르다. 짧은 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빛 하나가, 지금 이 순간을 무엇보다 특별하게 만들었다.) 응.., 확실히 있는 것 같아.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다 짧게 끄덕이며 눈웃음 지어보인다.) ..정말로 예뻐. 나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옛날 생각도 조금 나고.
 
클라시카:(바다와 하늘은 하나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렇다면 늘 바다를 바라보던 우리는 하늘을 본 것과 같은걸까. 아니겠지, 아닐거다. 하늘도, 바다도 멀어질 수록 검어진다지만 바다는 단 한번도 따뜻한 적 없었으니. 바다는 아름다우나 차가웠고. 경이로움을 줄 지언정 단 한번도 위로가 된 적은 없었다. 왜일까. 어쩌면 그 곳이 죽어야 할 자리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곳에서 치유받는다는 기분을 느끼는 건 왜일까. 길고 짧은 빛자락이 시야를 가르고 점멸하며 사라진다. 아름다움에 묻혀 사라지는 근심인지, 곁에 당신이 있기에 느끼는 온기인지.) 비아크,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문득 그런 말을 뱉었다. 뜬금없지.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다는 말을 덧붙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저 옛날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줘서. ...고마워.
 
비아크:..이런 풍경 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정말 행운이 아닐까. (지나치게 환상적인 풍경. 지금껏 보았던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따스함이 스며드는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가볍게 제 아래 깔린 천을 가볍게 손으로 쥐었다. 너와 같이 있으면 늘 이상한 기분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 속으로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치만 그 기분은 절대 이상한 것도,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네가 선물해주는 편안함이었다.) 응? (뜬금없는 말에 눈이 살짝 크게 떠진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제게 들리는 말들을 하나 하나 귀에 담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고마움이라는 감정 뒤에 작은 의문이 피어오른다.) 있지, 그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차분히 미소를 머금는다. 왜일까, 풍경과 분위기 하나로, 무척이나 편안한 기분이 들어서.) ...내가 해야될 말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계속, 날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내 행복을 바래줘서.. 그래서 고마워. (아직 그런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하늘로 시선을 옮긴다. 행복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래서는 안 될 사람인 것만 같아.)
 
클라시카:그럴거야. 유성우는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니라잖아. 운도 좋지, 이 날씨에 이 평화에... 즐길 수 있을 때라 정말 다행이야. (즐기지 못했다면 너무나 아쉬웠겠지. 그러니 이 유성우는 축복이라 불러도 괜찮은 게 아닐까. 하늘의 축복인가? 하하, 그럼 예전에 못해준 축복 지금와서 전달이라도 해준건가? 나쁘지 않다. 축복은 못해주지만 전달은 해준다니, 진짜 천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뭘요, 천사님. (별 생각 없이. 그러니까, 사심없이 입에 담는 감사라. 살면서 골백번은 넘게 들었을 말들이 지금이 되어 너무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천천히, 떨림 없는 손을 뻩어 당신의 손 위에 겹친다.) 나는 네가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계속 중얼거린다. 닿을까. 글쎄. 세상에 정말로 장담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으니.) 살아있음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느끼게될까.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랄게. 너의 행복을 온 세상이 윤허하나니,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 그치?
 
비아크:...평화롭고, 조용하고, 예뻐. (전쟁 통이었다면 이런 하늘이 무슨 상관이었을까. 단지 남을 상처입히고, 억지로 발걸음을 떼며 나아갔을 뿐일 거다. 이런 풍경을 눈에 담는 일도 없었을테지. 그러니, 내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만들었던, 원망했던 종전에 조금은 감사를 표현다. 하늘이 맑고 차가운 공기는 내려앉는다. 제가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세상에 단 한 명이라고 해도 제 행복을 바라준다는 것. 그것에 역시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늘 떨어지는 삶을 살았다. 이 풍경도, 지금의 감정도 손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특별하다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 어찌보면.. 그야 말로 축복이자 제게 내려진 실낱같은 행복.) 자기소개는. (쿡, 짧게 웃는 소리를 내며 제 손 위로 느껴지는 온기에 어색하게 시선을 굴리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차분히 제 귀에 들려오는 울림이 참으로 따스하고 달콤했다. 제게는 네가 해주는 말 한 마디가, 잔잔한 호수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처럼 퍼져나가서. 살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 제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 한 마디에 눈을 내리감았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아니, 네 곁에 살아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언젠가 그렇게 된다면 말이야, 클라시카. (느릿하게 떠진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네 쪽을 향했다.) ...너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왕에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고, 세상에 행복을 허락한다면.. 나는 내 행복만 바라고 싶지는 않거든. (내 행복도, 네 행복도.. 분명 언젠가 찾아오겠지. 그게 아주 느리더라도. 그러니까..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클라시카:평화롭고 조용하고... 응, 예쁘네. (지금 당장의 이 모든 것이 좋았다. 평화나 유성우, 선선한 밤바람을 포함한 모든 것이. 작게 흔들리는 꽃잎의 소리도, 작은 풀벌레 울음소리도, 저멀리 들려오는듯한 파도소리도 전부. 그리고 이 현재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까지. 아마 이 감정은 전부 말로 옮길 수 없겠지. 언어는 그렇게 만능이 아닌 탓이다.) 자기소개라니, 가끔 사람 좀 천사라고 부를 때도 있는거지. (그리 말하고는 편안한 얼굴로 잠시 눈을 감았다. 손의 온기와 조금 낮은 온도의 공기가 삶을 느끼게한다. 혼자서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없기에. 그렇기에 떠날 수 없는 곁이 있었고. 아, 언젠가는 이마저 놓아버려야 하는데. 놓을 수 없다 말한다면 이기적이라고 한 대 맞으려나. 당장은 작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덩달아 웃어버릴 뿐이라.) 그렇겠지. ...그럴거야. 네가 행복하게 살아있는 그 곳에서, 나도 행복하고싶네. (옅은 시선이 느껴져 시선을 옮기다 눈이 맞는다. 여지껏 그랬듯이 반가움과 기쁨 등을 담아 눈꼬리를 휘며 웃어보이고.)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할거야. 맹세해.
 
비아크:이미 이야기하긴 했지만.. 데려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정말.. (정말 좋은 것 같아. 편안한 웃음이 그 증거일 거다. 지나치게 평온한 일상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만큼 적응하는 데에는 분명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을 것만 같은 기분. 잔잔히 귓가에 울리는 일상의 소리들은 시끄럽다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안락했다. 어여쁜 하늘도, 작은 소리들도, 평소 느끼지 못한 것들에 잠겨나간다. 숨을 쉴 수 있는 수면 아래, 심해의 어딘가. 표현할 수 없는 안락함은 제 고향을 찾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좋았다. 그 말로 밖에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제게 주어졌던 압박감, 과분하다 느끼며 피하려고 했던 일상이 저를 감싸고 내려앉는다. 그래, 이게... 일상이구나.) 어제 편지에도 그렇고, 계속 생각해봐도 그 말은 나랑 안 어울려. 난.. 그런 말 들을 만큼 착하지도 못하고. (제법 편안한 표정. 천천히 내려가는 속눈썹을 바라보다 저는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올린다. 네가 있다, 그 사실은 제게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도 같아서. 어제 네가 같이 살자, 그리 제안해줘서 고마웠다.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외롭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좋다, 이렇게 너와 있는 시간이. 당분간이라도 괜찮다면 조금은 욕심을 내 너의 곁에 있는 걸 허락해주길.) 다행이다.. 그렇다면 안심인 걸. (차분히 이어나가는 목소리. 평소만큼 날이 서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편안했으니까.) 네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 자신의 행복보다 남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은..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잖아. (잠시 마주한 시선을 바라보다가 저 역시 가벼히 눈꼬리를 휘었고.) 나도 그럴 것 같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 네가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 때는 나 역시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
 
클라시카:뭘요, 오히려 같이 봐서 좋았는걸. 자느라 놓쳤으면 정말 아까웠을거야. (이런 평온이 영원히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실없는 바람을 입에 담는다. 결코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누구라도 상상해본 적 있을 그런 미래. 그리고 그런 세계에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화를 되찾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영원을 상상한다. 영원따위 있을 리 없음에도 감히 이를 상상한다. 있을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어쩐지 지금까지의 일상과는 조금 다른 기분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받은지 얼마나 오래 지났나. 아마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세상이 어찌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그래도 나한테는 천사야~ 다른 사람 입장에서 어떨지 몰라도 나한테는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좋은 말로 나만의 천사, 뭐 그런거 아니려나. (이런 순간에도 빠지지 않는 헛소리. 하지만 그만큼 당신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편하고 안심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모든 선인이 자애롭고 상냥할 필요는 없다. 천사도 그런거 아닐까. 그저 편안함을 주는 것 만으로도 어쩌면 사람은 천사가 될 수 있는게 아닐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그 곁에서 너의 행복을 바라고, 이윽고 행복해진 너의 곁에서 미소짓고 싶다고. ...그런 바람을 속에 넣어둔다.) 행복해질 자격이라, 그렇게 보면 역시 너도 행복해질 자격 충분한 사람이네? 아주 마음에 들어. (인정한 것인지 무의식중에 말한 것인지.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당신이 말한 기준 안에 당신 스스로가 들어간 것이 어쩐지 기쁘게 느껴진다.) ...그럼 지금가지 했던 말, 조금만 바꿔볼까?
행복하길 바란다 말고...
행복해지자, 같은걸로.
 
비아크:...응, 정말 아까웠을 광경이야. (지금의 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시간을 억지로 늘린 것처럼, 이질적이어도 좋으니 천천히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영원처럼 느껴졌고, 바람에 제 머리카락이 가벼히 흔들리는 것조차도 아쉬웠다. 찰나는 순간이 되고, 순간은 시간이 된다. 모든 건 이어지기 나름이라지만, 지금 순간은 과거와 미래를 잘라버리게 된다고 해도, 이 순간에 갇힌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안일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바라는 건, 사치겠지. 눈을 내리감으며 제 손등을 눈에 대었다. 차가운 손에 눈두덩이 위에 오르고, 차분히 생각을 가라앉힌다.) 참나, 진짜 어이없네.. 너한테 좋은 사람이라도 느껴진다는 것부터가 신기해. 나 그렇게 많이 툴툴 댔는데. (너라는 사람의 기준은 생각을 해도 해도 모르겠다. 평소 같았다면 당장에 부정하겠다마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으니, 조용히 입 안으로 삼킨다. 시간의 제약이야 있겠지만, 언젠가 과거가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네 곁에 있고 싶겠다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이 이상은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열이 올라온 귓가를 손으로 가볍게 매만지곤 몸을 살짝 일으켜 앉아 무릎에 턱을 괴었다. 앉아서라도 하늘은 볼 수 있을테니까. 시선 맞주치면 바보 같은 표정이라도 지어보일 것 같으니.) ...아,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런 생각은 못했네. 작게 중얼거리다가 이어지는 말에 가벼히 네 손을 잡아 앉은 채로 너를 돌아본다.) ..응, 행복해지자. 그게 언제가 되든, 너랑 나, 둘 다 행복해질 수 있을 때까지.. 옆에 있어줄 거래? 너처럼.. 네가 말한 것처럼,
나도 네가 행복하게 살아있는 곳에서, 행복하고싶어.
 
클라시카:천사도 툴툴댈 때가 있는거지-. 오히려 좋을지도? (자신이 말하고도 웃긴지 나지막히 웃음소리를 낸다.) 그래도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면 그건 천사 외에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지않아? 그런걸로 하자. (한가로이 누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조금 졸려지는지 나른하게 하품을 한다. 달콤한 꿈, 그보다 아름다운 현실이라.) ... (오늘따라 헤픈듯한 행복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행복하자는 말이 가득한 밤이 따로 있었던가. 있었다 한들 이렇게나 기쁘고 슬프게 다가오는 날이 있었던가. 네가 행복해지기를, 네가 괜찮기만을 바란 지난 날들을 다시 되세기며 손을 겹친 채 상체만 일으키곤 비어있는 손으로 당신의 뺨을 최선의 상냥함으로 쓰담는다.) 행복해줘. 그리고... 행복하자. 행복해야해. ...많이 고마워.
 
비아크:이런 게 왜 좋은지 모르겠네.. 원,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면..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곁에 있는 사람이 행복을 준다면 그건 행복, 혹은 축복, 네 말대로 천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쪽이든, 그것들은 모두 너라는 존재 하나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신기하면서도, 금세 납득이 갔다. 너라는 사람으로 인해 변해져가는 자신은 어색하기 그지없는데, 계속해서 이질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네가 주는 변화라는 선물이 나쁘지 않았다.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계속해서 넘어가버리는. 네 말대로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돼. 그리고, 마지막에는 습관이자 일상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걸 제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질문임에도, 어쩐지 그렇다. 라는 대답을 하게 될 것만 같다. 분명.) ...행복하고 싶어, 나도. 그러니까.. (제 손을 네 손을 가벼히 감싸고는 그대로 네 손에 기대어 무게감을 더한다. 눈을 가벼히 내려감고, 엷은 미소를 띄었다.)
.
 
클라시카:행복할게, 비아크. 내 천사, 내 유일한 빛. ...널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의 끝과 함께 당신의 한쪽 뺨에 가볍게 입만춤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가 내 유일이야.
 
끝없이 내릴 것만 같던 유성우는 그치고 세상은 어둑하니 노란 꽃과 바람만이 내려앉습니다.
 
오래 나와있었더니 체온이 식어 추위가 찾아오네요.
 
바람이 차네, 이만 들어가는게 좋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둘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5일 째
 
반짝, 눈을 뜨니 벌써 아침입니다.
 
밤새도록 별을 본 것 같았는데 어느 새 피곤했는지 집으로 돌아와 깊이 잠든 모양입니다.
 
시계를 보니 확실히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나고 말았네요.
 
클라시카는 자리에 없는 걸 보아하니 먼저 일어난 게 분명합니다.
 
분명 새벽까지 뭔갈 쓰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모르긴 몰라도 비아크에게 보내는 편지겠죠.
 
며칠 부쩍 자신 때문에 무리하는 게 느껴져 마음이 쓰이고 맙니다.
 
어쩌면 아침이라도 만들고 있을지도요.
 
비아크:어디갔지.. (눈 부빗거리더니 어제 샀던 가디건 조심스럽게 걸쳐입고 거실로 나가봅니다. 무리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적어도.. 나 때문에 못 잔 잠은 잤으면 좋겠다고..)
 
무리를 해서인가? 이상하게 찌뿌둥하고 졸린 몸을 억지로 일으켜 거실에 나갔는데 클라시카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거실 테이블 위에 편지가 놓여 있습니다.
 
집배원이 올 시간을 넘겨서까지 자고 말았으니, 그가 대신 받았겠죠.
 
자기가 쓴 편지를 자기가 다시 받았을 클라시카를 생각하니 웃음이 조금 나오고 맙니다.
 
비아크:..나갔나, 아니면 방에 있나.. (조심스레 편지를 꺼내 읽어봅니다.)

...뭐. (편지를 몇 번 다시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만 가득한 터라, 주먹을 비어있는 꽉 쥘 뿐 그 무엇도 하지를 못했습니다.) ...어딜간건데. 얘긴 하고 가란 말이야. (테이블 위에 편지를 내려두고 고개를 숙입니다.) 네가 뭔데 책임을 져, 네가 뭔데. 혼자 뭘 다 책임지겠다는 건데...
 
문득 테이블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 안에 있는 것이 눈에 걸립니다.
 
집에서 못보던 종이곽처럼 보이는데...
 
비아크:...? (주워들어봅니다.)
 
이건…수면제입니다.
 
지능판정
 
비아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야기하긴 했죠. ...그리고... 그리고 뭔가 있었던가. 모르겠습니다. 분노인지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을 비아크, 당신이 스스로 먹거나 클라시카가 먹는 모습을 본 적은 없습니다.
 
버린 기억조차도요.
 
비아크:...왜 자꾸 내가 모르는 일들을.. (얘기는 분명히 했었다. 수면제 없이 잘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옛날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지금 얘기였던 거야? 미간을 꾹 누르더니 종이곽을 손으로 쥐어 일그러트립니다.) ...왜, 방에서 뭐 좀 하고 온다는 게.. 이런 거였어..? 이래놓고 행복해지길 바래? (어제 얘기한 것들은 대체 뭔데.. 손에 얼굴을 묻고 입술을 꾹 깨뭅니다.) ... ...넌 왜 이럴 때.. 이기적인 거야?
.
위로란 위로는 다 해놓고 사라져버리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수면제 종이곽을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고, 클라시카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문은 고요히 닫혀있습니다. 인기척도 나지 않네요.
 
비아크:(문을 열어도 똑같겠죠, 알고는 있지만...) ... ...무슨 단서라도 남겨달란 말이야..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리고는 차분히 방문을 열어봅니다.)
 
방문을 열어보면 깔끔하고 건조한 방안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풍경. 아, 책상 위에 놓여있는 사탕이 담긴 병이 보이네요. 전에 원한다면 병 째로 가져가도 된다고 했던가요.
 
비아크:(그딴 거 눈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나가봐야되나, 그런 생각을 잠깐.) 밀짚꽃.. (갔다와서 봐도 늦지는 않겠죠. 되려 제가 지금 가까이 있으면 시들 위험이 있기 마련입니다. 휴대폰을 챙겨 바깥으로 향합니다. 찾지 못한다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도, 나가야만 될 것 같아서.)
 
밀짚꽃과 비어있는 집을 뒤로하고 현관을 나섭니다.
 
...
 
현관문을 열자,
 
바닥에 클라시카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습니다.
 
.
 
.
 
.
 
소중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 충격으로 이성 판정
 
비아크: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 (꿈인가..) 꿈인 거지...
 
이성 4 감소
 
비아크:그냥 지독한 악몽이라고 해...
 
그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다치지도 않고, 표정도 온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경직조차 거의 오지 않은 차갑고 차가운 몸.
 
현실이 붕괴됩니다. 삶이 붕괴됩니다. 세상이 붕괴됩니다.
 
클라시카가 죽어 버렸습니다.
 
어떤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단지 '죽었다'는 결과로만 덩그러니 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뿐입니다.
 
그 사실만이 지나칠 정도로 분명히 느껴집니다.
 
이 기가 막힌 현실이 이다지도 강렬하게 와닿는 건, 필시 당신이 이미 '죽음의 감각'이 무엇인지 알아버렸기 때문이겠죠.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명료한 감각.
 
죽음, 그 확고한 존재.
 
도저히 곁을 떠나지 않는…….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망상이 느껴집니다.
 
기껏 살아가자고 생각해 본 자신이 멍청하게만 느껴집니다.
 
손 안에서 그가 쓴 편지가 마른 꽃잎처럼 바스락거립니다.
 
아, 아까 레터 오프너를 썼었죠. 종이를 베는 칼은 의외로 날카롭고 또 가느다랗습니다.
 
수면제는 한 알만 쓰고는 몽땅 버렸더군요.
 
고작 위에서 떨어지는 책에도 다칠 수 있는 몸. 부엌에 있는 식기들은 또 어떻고요.
 
가장 확실한 건 중력입니다.
 
유성처럼. 우리는 그저 아주 작은 먼지. 순간에만 반짝이는, 내일이면 시들, 노란 빛…
 
클라시카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요?
 
어째서 이런 모든 글자를 남기고,
 
이런 모든 행동을 남기고,
 
이런 모든,
 
그의 모든,
 
모든 그를 비아크에게 떠맡기고 떠난 걸까요?
 
차라리 죽으란 건 아니었을까요?
 
어떤 정교한 악의처럼.
 
뭐가 됐건, 클라시카의 마음을 지금의 비아크가 생각해 줄 필요가 있을까요?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 될 일입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아크?
 
비아크:네가 가져온 이 꽃은.. 살려둘게. (도저히 못 죽이겠거든, 이 꽃은. 탁자 위에 밀짚꽃을 가벼히 매만집니다. 다시 생생하게 피어날지언정, 시들어버리지는 않겠죠. 그러고는 제 손 위로 똑같은 꽃 하나를 피워냅니다. 그리고, 그대로 손에 그러쥐어 부숴버립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제 분노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차마 네가 부탁한 것들 중 아무것도 들어주지 못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아서. 너 역시도 제게 못할 짓을 한 건 마찬가지인데, 동시에 네 말은 들어주고 싶다니, 이게 무슨 쓸데없는 관용일까요. 머리를 부여잡고 눈가위로 차오르는 걸 그대로 바닥으로 떨굽니다.) 왜.. 대체 왜.. 왜 이래야 됐는데, 클라시카.. (행복을 바란다며, 내가 소중하다며, 그러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차라리 내 곁에 있어줘야 했던 거잖아. 그런데..) 왜 네 결론은 이런 거야..? 이런 거 바라지 않았어, 널 만났을 때부터 단 한 순간도.. 단 한 번도 바란 적이 없단 말이야..!! (창문을 주먹으로 쥔 채 세게 내리칩니다.) ... ...너도 이런 걸 바라지 않았잖아.. 네가 바란 게 이런 건 아니었잖아.. (네가 행복하게 살아있는 그 곳에서, 나도 행복하고싶다고. 그렇게 얘기했잖아. 그런 네가 이렇게, 아무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택한다고? 네가 책임을 져야하는 게 뭔데, 나를 향한 애정의 결과가 뭔데. 다시 웃을 수 있기를 바랐으면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옆에서 최소한 네가 웃을 수 있도록 해줬어야 됐던 거잖아. 제 앞머리를 위로 쓸어올리며 세게 쥡니다.)
이런 거, 이제 싫어.. 역시 나는 죽어야 됐던거지. 네가 첫번째로 준 편지에 그랬지, 내가 일어나서 왜 살아있느냐 물으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울지도 모르겠다며, 그런 걸 걱정했으면... 내가 지금 네 손에 다시 살아난 걸 후회하게 만들지는 말았어야지, 클라시카. (싸늘하게 식어버린 눈에서는 여전히 툭, 툭. 바닥을 적시는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집은 너무 어둡네. 이곳이 심연이라면.. (그대로 작은 발소리를 내며 창문을 가벼히 열어 젖힙니다.) ..빛은 역시 이쪽이겠지. 어떤 것보다 밝은 빛이잖아, 그렇지? 너는 내가 이런 선택을 하는 걸 원망할까.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더니 난간에 가벼히 걸터앉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왕이면 직접 책망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말을 남기고, 짤막히 웃으며 허공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비상(飛上). 하늘, 부디 그 너른 품에 나를 안아주시길. 어쩌면, 같잖은 주제에 널 사랑하는 건 죄였나봐.)
 
그래요. 당신을 위하는 것은 클라시카 말고도 세상에 즐비합니다.
 
무기, 약, 그리고 중력. 어쩌면 그것들이야말로 정말로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것들은 심지어 클라시카보다 훨씬 편하고 덜 복잡합니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마음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은 오로지 당신을 위해 존재만 할 뿐, 당신과 상호 간에 소통을 할 요소가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분명 죽음은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마음을 끌어안고, 당신은 목숨을 끊고 싶어하는 군요.
 
어쩌면 그를 만나기 위해. 어쩌면 단지, 그저, 단순히, 죽음을 바라서…
 
…이유가 대체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하던 모든 일을 그치고, 끝없이 안식하세요.
 
.
 
.
 
.
 
느닷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간은 절대적인 간격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긴 꿈을 꿀 때면, 뇌는 실제로 시간의 흐름을 보다 길게 인지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있는 힘껏 달리는 사람의 시간은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의 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흐른답니다.
 
로켓을 타고 멀리 우주 너머로 떠난 자가 딱 4년 후에 지구로 돌아왔을 때,
 
그립던 그 사람이…….
 
이런 얘기를 갑자기 왜 하냐고요? 그야 비아크, 당신이……
 
.
 
.
 
.
 
0일 째.
 
클라시카가 해변에 나오자 한 켠에 누군가 보입니다.
 
바닷물에 푹 젖은 비아크의 시체가 해변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
 
.
 
.
 
차갑고 차가운 몸. 현실이 붕괴됩니다. 삶이 붕괴됩니다. 세상이 붕괴됩니다.
 
비아크가 죽어 버렸습니다.
 
어떤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단지 '죽었다'는 결과로만 덩그러니 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뿐입니다.
 
그 사실만이 지나칠 정도로 분명히 느껴집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명료한 감각. 죽음, 그 확고한 존재.
 
클라시카는 무릎을 꿇고 바닥을 더듬습니다.
 
비아크의 맥을 하염없이 짚고 손을 무작정 주무릅니다.
 
클라시카는 '아무런 온기가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열이야말로 생명력의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음이 춥게 느껴지는 것이 고리타분하고 단순한 비유격이 아니라는 것 또한요.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던 클라시카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거리며 자리를 옮깁니다.
 
마치 무슨 소리가 들려온 것처럼.
 
비아크가 자신을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
 
한참 후 돌아온 클라시카의 손에는 뿌리까지 캐인 밀짚꽃 한 송이가 들려 있습니다.
 
클라시카는 꽃을 꽃병에 담고 손을 헹궈낸 후 비아크를 안아올려 집안까지 가 침대에 눕힙니다.
 
그 일련의 행동에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어서,
 
그저 바닥에 잠든 이를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
 
.
 
.
 
1일째.
 
그래요. 그날, 당신은 죽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분명 잘 됐는데……
 
당신은 살아있군요.
 
2일째.
 
어둠 속에서 사각사각, 펜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꺼풀을 가물가물 꿈벅이면 어둠의 끄트머리에서 희미한 빛이 흔들립니다.
 
촛불처럼요. 촛불처럼 흔들리는…
 
…클라시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금 더 쉬어도 괜찮아.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펜 소리.
 
사각사각, 사각사각…그가 무언갈 쓰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더 자세히 묻기엔 너무나 졸려와요.
 
몸은 물 속에 잠긴 듯이 무겁습니다.
 
한 번 죽음을 시도한 몸.
 
곧장 기운을 차리기엔 힘도 시간도,
 
그리고 마음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클라시카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비아크:...옆에 있어줘..
 
많은 것들이 꾸역꾸역 눌러담긴 한마디입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그저, 가만히 당신을 내려다보다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정리해주었고...
 
클라시카: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비아크.
 
 
 
 
 
6일 째,
 
누군가 당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 느껴집니다.
 
일어나보니 당신은 현관 앞에 쓰러져 있고, 당신을 깨우는 것은 놀란 표정의 옆집 사람입니다.
 
일어난 당신은 무의식 속에서 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꿈 속의 대화. 과거의 반향. 그 모든 것을.
 
죽은 사람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그러고보니 떨어져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몸에는 조금의 상처흔적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클라시카가 쓰러져 있던 것만큼은 기억납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 봐도 클라시카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아크:... (몸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보더니 옆집 사람을 봅니다. 다급히 옷깃을 붙잡곤) ..혹시, 클라시카... 옆에 있던 사람은 없었나요? (제발.)
 
이웃에게 물어보아도 그 또한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클라시카가 죽기는 한 건지, 죽었으면 어떻게 된 건지, 어디로 간 건지.
 
대체 이게 다 뭘까요? 무슨 일일까요?
 
혼란스러운 비아크는 다시금 이성판정.
 
비아크: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감소
 
대체 뭘 하면 좋을까요?
 
사라진, 혹은 죽은 클라시카는 느닷없이 밀짚꽃을 돌봐달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났습니다.
 
협탁 위의 그 꽃을 말하는 거겠죠.
 
하지만 얼마나, 언제까지...
 
비아크:..내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은데... (...그러고보니까 내일 편지가 하나 더 온다고 했는데.. 편지, 온 게 있나..?)
 
아직 날이 지나지 않아 편지는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얼 해야 좋을까요. 분명 당신은 꽃을 돌보는 데에는 어떤 문제도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이기에 알고있는 것이 있죠. ...아무리 잘 돌봐도 꺾인 밀짚꽃은 이윽고 죽어버릴 겁니다.
 
비아크:(시간 감각도 없다.. 지금 새벽이려나.) ...뭘, 나더러 대체 뭘 하라고.. (조심스럽게 옆집분께 고개를 꾸벅 숙이곤, 집 안으로 들어가.. 협탁 위 밀짚꽃을 확인합니다.)
 
확인한 밀짚꽃은 분명히 처음보다 많이 시들어 있습니다. 야속해라.
 
해가 완전히 뜬 시간이 되면 도서관이라도 가보는게 좋을까요. 도서관이라고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없는 것 보단 낫겠죠.
 
비아크:(어쩔 수 없는 거란 걸 모르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한 거나 다름 없어서, 시들진 않았으면 했는데.. (가볍게 손끝으로 꽃을 건들였다가 떼고는, 제 눈가를 손으로 꾹 꾹 누릅니다. ..일단 해가 뜨면 나가볼까. 혹시 모르니까.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헛된 희망만 아니길 바라.) ...물이라도 줄까. (밀짚꽃에 적당량의 물을 졸졸..)
 
시간이 지나 상대가 나아지길. 혹은 나간 길에 무심코 마주치길 바라며 물을 줍니다. 아, 창문 너머로 붉은 빛이 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아마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멍하니 시간을 보낼 뿐인데 빠르게 갈 리 없죠.
 
그리고 언제나의 시간. 초인종이 울립니다.
 
비아크:(차라리 빠르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릴 즈음,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문으로 다급히 향합니다. 이번엔, 묻지도 않고 문을 열었지만.)
 
나가보면 어리둥절한 얼굴의 집배원이 편지 한 장을 건넬 뿐입니다.
 
비아크:(편지..를 건네받고 고개를 꾸벅숙입니다. 집으로 들어와 편지를 뜯고, 열어 읽어봅니다.)

.... (고이 접어서 편지지를 다시 봉투 안에 넣고, 책상 서랍 한 쪽에 넣어둡니다. 정말, 사탕이든 뭐든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빨리 돌아와주면 안돼..?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믿고 있는데. 분명 믿고는 있는데..) ..한 번, 단 한 번도 내가 잡을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잖아.. (그런데 왜.. 대체 왜..)
 
그는 제멋대로입니다. 이전에도, 얼마 전에도, 그리고 편지를 쓰던 그 순간까지도요.
 
어쩌면 그는 당신에게 자신의 죽음을 들키고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유 모를 가출로 끝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일 거라고요.
 
하지만 그는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남아있던 미련때문인지, 혹은 타이밍이 어긋난 것인지...
 
어쩌면 떠나던 그 순간까지도 당신의 머리맡에서 미안하단 말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무얼 해야 좋을까요. 뭘 해야 맞는걸까요.
 
비아크:(..차라리 말을 하고 가지, 그랬으면... 그랬으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나가야할까.. (이런 상태로 나간다고 해서,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집에 있는다고 해서 뭘 할 수 있을까.예전 생활로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언젠가, 반드시... 그러니, 그러기 전에 네가 돌오길 빌어야지.) ... ...기다리면 반드시 찾아오는 사람. 그게 너라고 했으니까..
(...아까 생각한 건 해봐야지. 조심히 옷을 챙겨입고 도서관으로 향해봅니다.)
 
결국 비아크는 미련하게도 도서관에 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을 뒤져보면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건 [식물학개론]. [꽃말사전], [봄꽃에 대하여], [당신도 할 수 있다! 꽃 기르기] 이 네 권입니다.
 
비아크:(...) (식물학개론부터 펼쳐봅니다.)
 
[식물학개론]
 
식물학에 대한 책입니다. 펼쳐보니 안에는 약용식물학, 자원식물학 등등…
 
말 그대로 학문적인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구태여 지금 이걸 읽을 필욘 없을 듯합니다.
 
비아크:(어렵군... 주섬 주섬 옆으로 치우고.. 꽃말사전을 펼칩니다. 밀짚꽃..도 있으려나.)
 
[꽃말사전]
 
문득 생각난 김에 밀짚꽃의 꽃말을 찾아보았습니다.
 
밀짚꽃의 꽃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슬픔은 끝없이.’ 그리고 ‘영원히 기억해 줘요.’
 
비아크:하... (눈가 손으로 꾹.. 꾹 누르며 눈물 닦고.. 봄꽃에 대하여를 펼칩니다.)
 
[봄꽃에 대하여]
 
좌르륵 펼쳐보니 밀짚꽃에 대한 정보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헬리크러섬, 또는 스트로플라워. 종이 같은 꽃잎의 질감 때문에 다른 말론 바스라기라고도 불린다.
 
꽃잎은 말리면 색과 모양이 반영구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장식용 건조화로 자주 사용된다.
 
늦봄이나 초여름에 씨를 뿌려서 쉽게 싹을 틔워 키울 수 있다.
 
온종일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자라고 물이 잘 빠지는 흙을 좋아하며 물은 보통 정도 주면 된다.
 
...뒷부분은 너무 당연히도 알고있는 내용이네요.
 
비아크:(...읽던 책 덮고, 남은 한 권을 펼칩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꽃 기르기]
 
꽃을 기르는 법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알고있는 것과는 다른 팁이라도 있나 페이지를 넘기던 중, 누군가 해놓은 묘한 낙서를 발견합니다.
 
휘갈겨 써서 알아보기가 힘들군요.
 
알아보기 위해 [모국어] 판정이 필요합니다.
 
비아크:(..도서관 책에 낙서해도 돼?)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그러게나 말입니다.
 
비아크:(...강행을)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간신히 그 낙서를 알아봅니다. 정말 악필이군요.
 
[꽃을 끝없이 기억하는 법]
 
당신이 당신의 꽃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한다면, 꽃을 완전히 가루를 내어 부숴라.
 
그 앞에서 이 아래 적힌 것을 읽어라.
 
언어 속에서 당신의 꽃은 다시 피어오르고, 영원토록 세상에 남을 것이다.
 
아래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 다정이 두려움을 꽃 피우면 두려움이 영원을 꿈꾸네. 영원을 도모해도 나 이것에 물 주는 것 감히 잊지 못할 테니, 그것이 다정의 두려움이다. ]
 
비아크:꽃을 끝없이 기억하는 법.. (... ...) (몇 번 곱씹으면서 외웁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정도면 찾아볼 수 있는 건 다 찾아본 거려나.. 꽃에 대한 것만 왕창 재학습한 기분이지만.. 책상에 팔을 대고 그대로 잠시 엎드린다. 이런 거, 효과가 있을까. 어려웠다.)
 
막연한 기분을 근거로 외운 문장과 피로가 뒤섞여 어깨를 짓누르는 기분입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정말로?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마저도 삶이란 것인지.
 
비아크:(볼 수 있는 건 다 본 것 같으니, 우선..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둘은, 아니. 비아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함께 걸었던 길을 홀로 돌아가는 감각이란 이로 말할 수 없는 것이군요.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피곤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몸은 축축 늘어지고 식은땀이 납니다.
 
아픈 건 아니지만, 온몸에 들어가 있는 긴장감을 쉬이 풀 수가 없는 탓입니다.
 
현관 앞에는 여전히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떤 자국도. 그리고 집 안에도. 그 어디에도.
 
….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야속함이 치밀어 오릅니다.
 
하룻 밤만에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된 클라시카를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저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어? 살아 있다면 어디로 간 거야? 꽃이 나보다 중요해? 꽃이 너보다 중요하다는 거야?
 
막연한 분노에는 방향성이 없습니다.
 
밀짚꽃만이 어제보다, 그저께보다 더 풀 죽은 모습으로 거의 시든 채 협탁 위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이대로라면 가꾼다 해도 살아 있지 못할겁니다.
 
애당초 꽃을 살려두고 싶다면 꺾어와서는 안 되지 않았을까요.
 
모든 건 이 꽃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밀려옵니다.
 
.
 
.
 
.
 
사는 게 뭐라고. …분명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신이 위로, 그리고 옆으로 흔들리던 순간 그런 실소를 앞세웠습니다.
 
막상 소중한 이가 떠나가니 화염 속에 잠긴 기분입니다.
 
당신이 죽은 듯이 잠든 모습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당신이 이틀 동안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아마도 시간이 쏜살 같이 사라졌겠죠.
 
곧 죽게 될 자신의 미래를 기다리며, 당신이 또 얼른 깨어나길 기다리며.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떠났던 건 누구일까요?
 
그, 혹은 당신.
 
어쨌든, 당신은 살아 있으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지요.
 
그게 무엇이 됐든.
 
비아크:... (조심스럽게 밀짚꽃을 화분에서 꺼내어듭니다.) 미안해, 그런데 계속해서 시들어버리는 걸 보면.. (차라라 미신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한 번만 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다시 피어오를 지도 모르니까.) (그리 작게 조곤 조곤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손에 쥐어 부숴버립니다.)
...다정이 두려움을 꽃 피우면 두려움이 영원을 꿈꾸네. 영원을 도모해도 나 이것에 물 주는 것 감히 잊지 못할 테니, 그것이 다정의 두려움이다.
 
주문이 끝나자 한 번 산산조각이 난 꽃의 미세한 가루들이 움찔움찔 바람도 없이 움직이더니,
 
마법처럼 빛을 내며 다시 하나의 꽃으로 모여 들어갑니다.
 
창 밖의 햇빛에 반사된 조각들은 마치 별가루처럼 반짝입니다.
 
천천히, 그리고 음악처럼 성한 모습으로 돌아간 밀짚꽃은 상처 하나 없이 생생하고 본 적도 없는 모습으로 사랑스럽습니다.
 
단연코 지금까지 비아크가 만나 본 모든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띠고 있습니다.
 
눈 앞에 명백히 일어난 마법, 혹은 기적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또한, 당신의 작달막한 세상에 찾아온 어떤 벼락 같은 아름다움에.
 
마치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위로감에...
 
왜 그럴까요?
 
이 끔찍한 순간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완전히 침잠되면 삶이 고요할 텐데도 사는 한 도무지 멈추질 못하고 흔들리는 땅은 어째서 이다지도 애달픈 걸까요?
 
꽃이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애정은 그렇습니다.
 
고작 꽃 한 송이가 마치 그 사람 같아서.
 
영문도 모르고 사라진 클라시카가 남기고 간 단 하나의 유산이,
 
이제 영원히 비아크의 곁에 함께 할 것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 곳에 있습니다. 그리 느낍니다.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차오릅니다.
 
그리움이 차오릅니다.
 
서럽디 서러운 것.
 
슬픔은 끝이 없으니 기억 또한 영원할 수 밖에…….
 
이제 잠들도록 해요. 비아크.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이 하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 째 날까지 안식하세요.
 
비아크:(..밀짚꽃을 화분에 꽂아두고, 그대로 화분을 제 방 안의 협탁 위에 올려 놓습니다. 한참을 그리 바라보다가, 침대 위로 올라가 눕습니다. ...짙어진 베개의 색을 애써 무시하며, 눈을 감아봅니다.)
 
 
 
 
 
.
 
.
 
.
 
7일 째.
 
잠에서 깨어나 눈을 깜박입니다.
 
아니, 잠에서 깨어나 눈을…깜박입니다.
 
당신은 밀짚꽃 들판에 누워 있습니다.
 
등 아래에는 돗자리가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마냥 고즈넉합니다.
 
당신은 곁에 누가 함께 있을지 알고 있습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클라시카:안녕, 비아크.
 
…클라시카가 부드러운 미소로 당신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어느 날 침대에 멋대로 들어와 당신의 손을 붙들고 속삭였던 때처럼.
 
그 때 클라시카는 말했었죠.
 
클라시카:내일도 같이 있어 줄거지?
 
하늘에선 빛이 내리쬐고 별이 쏟아지지만,
 
당신과 그에게 그 사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서로가 이렇게 존재하니까요.
 
클라시카:내일도, 우린 함께 있을거야.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죽음의 감각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한 번 죽었었다는 걸. 일주일 전 그 날.
 
클라시카:꼭 돌아올게. 기다려 줘.
 
당신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자신을 살리기 위해 클라시카가 자기 자신을 바쳤을 거라는 사실을.
 
당신은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것도 클라시카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리고 우리는 별이 쏟아지는 밤에 헤어졌습니다.
 
편지 네 장 만을 남긴 채, 마지막까지 당신만을 위한 채.
 
클라시카:내가 돌아올 때까지 네가 앞으로도 살아갔으면 좋겠어. 안 될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꿈이라는 걸.
 
그런데도 어찌도 이렇게 생생할까요?
 
마치 싱그러운 꽃잎처럼 클라시카는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희망이 차오릅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것을 쏟아내야만 하는 밤입니다.
 
세상의 작은 모래알일 뿐인 우리가 지구의 하늘에 스치며 기적적으로 밝은 빛을 뿜어내는 밤.
 
실제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이 극한의 거리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
 
우리는 먼지 중의 먼지라고.
 
그리고 살면서 그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살면서 그가 나를 얼마나 야속하게 했는지.
 
또 살면서 얼마나 그를 아꼈고, 그가 때로는 얼마나 미웠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앞으로 또 얼마나 무수히, 별처럼 수많게, 꽃처럼 바스라지며 그를 그리워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또한 끝없이 기억하며 또 기다릴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가 또한 얼마나 당신를 끝없이 애정하며 또 헌신하는지에 대해.
 
그런 것들을 유성우처럼 쏟아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비아크:... ...될 것 같아? (일그러지는 얼굴을, 아니 정확히는 눈가를 가리고는 힘겹게 내뱉은 말.) 왜 같이 살아간다는 선택지는 없는 건데, 왜... 막연하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도 너무하고, 그만큼 기다릴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는 나도 싫고.. (결국 울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는 갈라집니다. 제대로 들릴지나 모르겠지만.) 나한테 네가 너무 소중하단 말이야, 바보 멍청아..
 
클라시카: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백마디 말을 내뱉어도 전부 변명이 되어버릴 걸 알지만. 그렇지만 조심히 당신의 손목을 잡아 내리고는 천천히 뺨을 어루만진다.) 그냥 널 보내기엔... 너무 슬퍼서. ...네가 소중해서 그랬어.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이라니. 소중해서 그랬다고, 소중해서. 눈앞의 당신이 너무나 소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기에. 그렇기에 자신을 포기해서라도 당신에게 미래를 주고싶었기에.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미안해.
 
비아크:(제 뺨에 닿는 감촉에 눈가에 차오르던 게 얼굴 선을 타고 떨어진다.) 나도 네가 살았으면 좋겠는데.. 너를 살릴 방법은 생각이 안나, 어떻게 해야될 지도 모르는 내가 너무 바보같고, 무력해서 싫고. (돌아와줬으면 좋겠어, 돌아와줘. 방법이라도 알려줘. 매달려봤자 이건 꿈인데, 무슨 대답이 듣고 싶어서? 꿈 속이라면, 이게 꿈이라면 너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그러지 않을까.. 이렇게 매달릴 수 있는 것도 꿈이라서 가능한 거다.) ...그냥 보내기 싫어, 나도 네가 없으면 슬퍼. 네가 소중해. 그러니까.. (차라리 꿈 속에서 영원히 잠들지언정 이대로 헤어지기가 싫었다.) 돌아와주면 안돼..? 언제 돌아올지라도, 이야기해주면 안 되는 거야..? (내 미래를 주고 싶었다면, 네 미래는? 너의 미래는 어떡할 건데. 원래 죽었어야 됐던 건 나인데, 왜 네가.)
 
클라시카:(눈물을 몇 번 쓸어 닦아준다. 만일 이것이 현실이었다면 할 수 없었을 일. 아쉬움과 안도 사이에서 당신을 눈에 담는다. 당신의 무력감과 질문들에도 침묵을 지키다 어느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살아, 비아크. 일상을 살아가. 아직 이웃에게 빵도 못 받았잖아. 둘이 친해져서 베이킹 배우는걸 상상하면 설레발인데도 기대가 되는걸. 그러니까 하루를 살아. 내일이 되면 또 하루를 살고, 그 다음날도.. 다음날도. 일주일, 이주일을 살고나면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또다시 이렇게 당신에게 삶을 종용한다. 자신 없는 삶을. 생을 주고 삶을 강요함에도 이는 전부 애정인 탓이라.) 당장은 못하겠지만 너무 길진 않을거야. 잊어버리기 전에, 퇴색하기 전에 돌아올게. 꼭 돌아와서... (이어지는 말을 삼킨다.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알 수 없었고... 이 말이 또다시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비아크:있지.. 나도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클라시카는 바라지 않는 거지, 그런 거. (애써 웃어보이는 눈매가 일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다. 하루, 하루, 그렇게 모든 매일이 쌓여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리 꿈 속이라도 종종 찾아와줄래? 매일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네 옷깃을 손으로 꾹 눌러잡고는 그대로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믿지 못하는 게 아니야, 믿고 있는데... 당장은 너무 힘들어서 그래. 당장은 이대로 가버린 널 원망할 것 같아서 그래.. (응? 어떤 식으로든 좋아, 유령이어도 도망가지 않을게, 꿈에서 나와도 이렇게 울기만 하지는 않을게.) 아직 너랑 하기로 한 것들도 남아있고, 못한 게 너무 많잖아. 이대로 가버리는 건.. 정말 너무 하잖아.
...클라시카. (떨리는 손을 들어 네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고, 짤막하게 입을 맞췄다가 떨어진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너도 내 유일이야. 잊지 말아줘.
 
클라시카:...하하. ....아... 진짜..... (당신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괜찮아지라고, 아무렇지도 않아지라고.) ..이러면..... 내가 널 놔줄 수가 없어지잖아... ....진짜 찾아와도 되는거야?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방해가 될텐데도? 분명 귀찮을텐데도? (그리 말하면서도 당신이 괜찮다, 그리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만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란 이유로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을테니까. 더이상의 어떤 이유도 '하지만'을 붙여 우길 수 없어질 테니까.)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어쩌면 꿈속이기에 더욱 길게 느껴졌을 공백이 스치고.) 혹시라도 내가 돌아왔을 때도 내가 너의 유일이라면.... 그땐 현실에서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비아크:놓지 말라고 붙잡는 거야, 귀찮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 방해가 된다고도 생각 안 할 거야. 물론.. 너랑 있을 때 솔직한 말이 가끔 안 나오는 것도 맞기는 하지만.. (가라고 한다고 정말 가지는 마. 그리 덧붙이고는 네 손길에 조심히 기대어본다.) ..나 지금 두 번 붙잡았어. 한 번만 더 잡을게. 몇 번 말해도 내 대답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돌아와줘, 가지마. 옆에 있어줘.. (네 손을 꼭 붙잡고, 그대로 시선을 올린다. 언제가 되더라도 괜찮아. 네가 있어야 내 행복이 온전히 완성될 수 있어, 클라시카.)
...말해도 될까, 라는 건 싫은데. (네 얼굴을 잡앗던 손을 조심스럽게 내린다. 조금이라도 더 닿고 싶은 양, 떨어지는 손길은 느릿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버티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돌아왔을 때, 날 보고 말해줘, 그럴 거라고.. 약속해줘.
 
클라시카:...옆에 있을게. 네가 원하는 마지막 날까지, 곁에 있을게. 꼭 돌아가, 그리고 그 전까지는 꿈 속에서라도. 조금이라도 네가 외롭지 않도록. (아마 이젠 가라고 해도 몇 번이고 정말 가야 하느냐 되묻게 되겠지. 네가 내 유일이고 전부인데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아, 이렇게 또다시 짧은 생에 매이게되고. 그리고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다시 공허해 지겠구나. 하지만 그 공허함은 너로 인해 채워져 있었다는 의미일테니. 나는 그 빈자리마저 사랑하련다.)
(짧게 웃음을 터트린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언제까지 이렇게나 마음을 간질일 생각인지. 저 말에 자신이 거부할 권리나 기회따윈 없었다. 그럴 필요조차 없었으니 있어봐야 소용없는 것이었고.) 응. 돌아와서 말할게. 사랑한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비아크:응, 그거면 됐어. (옆에 있는다는 말, 마지막까지 곁에 있겠다는 말. 내가 외롭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 이야기해주겠다는 약속까지. 아끼다 못해 소중해, 소중하다 못해 제 전부가 되어버릴 것 같은 말들을 혹여 부숴질까 조심히 끌어안는다. 사실 부족하다. 이대로 만족하고 싶지 않지만, 더 붙잡고 싶지만, 아무리 제가 허우적거려도 잡히지 않을 것 같아 더 상처받기 전에 먼저 떼어내려한다. 네가 마지막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편했으면 좋겠으니까.) ...네가 남긴 빈자리는 누가 들어온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아. 그러니까.., 클라시카. (밀짚꽃처럼 부숴질까, 네 몸을 끌어안는 몸짓 역시도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눈물은 꾹, 눌러 담는다. 일어난 후에 조금 더 울어도, 늦지 않아.) 네가 돌아와 채워줘야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를 내 대답은 그때 들려줄게. (네 말을 듣기 위해, 네가 돌아올 때까지 살아갈테니, 너 역시도 내 대답을 들으러 와줬으면 한다.)
 
클라시카:...살아서 기다려. 그리고 꼭 만나는거야. ...돌아올테니까. ....행복해야해. 나중에 봐, 내사랑.
 
어쩌면 우리는 죽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울어도 좋아요.
 
당신이 울고, 뒤이어 웃을 수 있다면.
 
…아, 잠에서 깨어나 눈을 깜박입니다.
 
새로운 아침입니다.
 
분명히 돌아올 클라시카를 기다리며, 비아크는 살아갈 것입니다.
 
 
 
 
 
True End
 
 
 
 
 
클라시카 밀짚꽃 속에서 살아가다, 2년 후 생환
 
비아크 생환
 
 

 

그리고..

 

2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