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 클라크 ] 마녀의 고해
TRPG PlayLog/Viak

Kpc.클라시카 힐스 Pc.비아크 아젤리아 | W.숑곰

PT : 8H +@

 

 

 

 

난 이 세상의 마지막와 맞이하고 싶었어.

 

 

 

 

 

 

 

 

 

 

 

 

 

 

 

 
잔혹한 CoC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면...
 
비아크 냥냥~~~
 
비아크:.... ...하겠어?
 
안.... 해주나요?
 
아앗사 귀한거 얻었다
 
비아크:(시작부터 부끄럽게 하고 가는 구나...)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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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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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아니면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비아크:(...어느 쪽이든 멸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게 조금은.. 절망적일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근래에는 묘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달라 곡소리를 내는 꿈입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무저갱에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
 
사람들은 점차 시체처럼 썩어들어가는,
 
요컨대 악몽이 지속적으로 당신의 밤을 두드린지 벌써 10 달 째입니다.
 
정확히 꿈이 시작된 시점을 짚어보라면 분명,
 
그래요, 그 날부터일 것입니다.
 
클라시카가 이 마을에 나타난 일이요.
 
성당의 신부님이 전염병으로 죽고 그 빈 자리를 대신하러 온 이였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기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었는데,
 
어째서인가 두 사람의 관계와는 별개의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질감.
 
이를 테면 생리적인 거부감.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강요라도 당하는 것마냥 클라시카를 향한 거부감은 욕지기처럼 간혹 치밀어오르곤 했습니다.
 
비아크:(...왜지? 사람을 보고 이렇게까지 싫어한 일은 드문데.. 고갤 살짝 기울이더니 제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 꾹 누릅니다. 벌써 반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동안 계속된 악몽도, 클라시카를 바라볼 때 드는 거부감도, 이질감만들 뿐이라서 무어라 쉽사리 입 밖으로 낼 수 도 없지요.) ...좋은 분이신 건 확실한데, 정말 왜 이러는지...
 
세상이 흉흉해서일까요.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악몽과도, 클라시카에게 든 기묘한 거부감과도 별개로 당신은 오늘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모두가 하는데 빠지는 것도 조금 그렇겠죠.
 
비아크:(자박 자박... 표정관리 할 수 있을까. 악몽 때문에 요즘 안 그래도 좀 퀭해보일 텐데... 눈을 손으로 한 번 꾹 누르곤, 꽃 몇송이가 묶인 다발을 챙기고, 가벼운 채비를 해 성당으로 발걸음합니다. 세계가 망하는 건 자신도 싫고, 그 기도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조금이나마 굽어살펴주실지 누가 아나요.)
 
기도가 참으로 흔한 시대입니다.
 
말세에 필멸자는 대체로 절대적인 존재를 찾기 마련입니다.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꽃다발을 챙겨 들어간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클라시카입니다.
 
사제복을 입고 있는 클라시카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클라시카:아, 기도하러 오셨나요?
 
그가 묻습니다. 기도를 하러 왔냐고.
 
비아크:... (울컥 치미는 거부감. 겨우 꾹, 내리 누르곤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네, 신부님. 오늘은 혼자 계시네요? (다들 오셨다 가신 걸까요, 덧붙여도 물었다.)
 
클라시카:다들 새벽같이 기도하고 가시지 뭔가요. 아무래도 여기저기 일손이 부족해서겠죠... (다들 수고가 많으시다며 작게 덧붙인다.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지은 쓴웃음은 버릇같은 것이었고.)
 
비아크:...계속해서 전염병이 퍼지고 있으니, 부족할 만도 하지요. 이미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으니, 이만 멎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안타깝타는 투, 이어지는 중얼거림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래도, 신부님께서 이리 노력해주시는 걸 누가 모르겠나요? 밤낮으로 이렇게 기도해주시잖아요. (혹시나 자신이 기도를 방해할까, 손은 가지런히 모은 채 눈을 느릿하게 감는다.) 저도 신부님께 늘 감사하는 걸요.
 
클라시카:겨우 기도 뿐인걸요. 종교가 심적인 위로는 해준다지만... 역시 필요한 건 물질적인 해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한 10명쯤 됐으면 여기저기 일 도우러 보내고 하나만 기도하면 됐을텐데, 그렇죠? (우스갯소리를 내뱉고는 어깨만 한 번 으쓱인다. 실제로 그럴 일 없으니 농담이라는 뜻을 담아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농담이 아닐텐데, 아쉬워라. 짧은 주절거림이 끝난 후 십자가를 한 번 올려다보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아크가 왔는데 계속 세워두고 있었네요. 괜찮다면...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얼마 전에 주민분께 받았는데 딱 오늘 마시기 좋을 것 같았거든요.
 
비아크:그러게요,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그만큼 저희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물질적인 해결도 중요하지만... 심적으로 위로 받지 못한 이들은 물질적인 것들 조차도 포기하고 말 테니까요. 그러니, 신부님께서는 지금 희망을 조금이라도 더 잡을 수 있도록, 저희들을 이르켜주고 계신 거예요. (그러니, 겨우 기도.. 라는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심적인 위로가 지금으로써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그리 말하고는 일어나는 인기척에 눈을 뜨며, 짧게 깜박인다.) 아, 신부님만 괜찮으시다면... 그래주시겠나요? 저야 남는 게 시간이니. (차 한 잔 정도라면, 짧게 당신에게도 여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계속 기도만 하는 것도 지칠 일이니.) 어떤 차인가요?
 
클라시카: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네요. (이 말에 거짓은 없는듯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모두를 위하지만 자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하던 차에 전해지는 그래도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마음에 소소한 평안을 가져온다.) 이왕이면.. 이 희망이 다 끝나기 전에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희망을 품을 사람도 다 사라진 후에야 해결된다면 분명 용서하지 못하겠죠. (목에 건 로사리오를 잠깐 만지작거린다. 신앙, 희망, 안배...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불확실함과 마음 뿐인 기도. 언제나 인간은 무력하다는 생각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잠깐 보기로는 블랜딩 허브티인 것 같았어요. 숙면과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으니까 로즈마리도 들어있지 않을까 싶네요. (잠깐 생각을 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허브들이 눈에 보였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쉬이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방향으로 알아보고 계신다나봐요.
 
비아크:그 전에 해결 될 거예요, 분명. 작은 희망들도 모이면 커다랗다고 이야기하지 않나요. 신부님께서는 그 희망들을 일으켜주고 계시고요. 신님께도 닿을 거예요. 신부님께서 저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는 것처럼, 언젠가 그 분께서도 저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겠죠. (네 행동을 빤히 바라보다 양손을 모은 채 네가 움직이길 기다린다. 손등에 내려앉은 십자가 모양의 팬던트가 금속의 찬 기운을 그대로 느끼게 만들어, 반사적으로 이를 감싸 쥐기도 했고.) 그렇군요... 하긴, 저도 근래에는 잠은 잘 못 자는 것 같기도 하네요...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봐, 그런 생각을 하며 성당의 입구를 바라본다. 일손이 줄어 다들 바쁘게 움직일 텐데 잠까지 부족하다면... 정말 어느 쪽으로든 큰 손실로 이어지겠는 걸.) 허브티와 로즈마리라면... 분명 향이 좋을 것 같네요. 분명 그만한 효과도 있을 것 같고요. 다들 잠자는 시간 정도는 편안하면 좋으련만... (나처럼 악몽을 꾸기라도 하나? 아니면 단순한 불면증? 해소되지 않는 의문엔 단지 고갤 기울일 뿐이다.)
 
클라시카:신님에게도 귀가 있을까요. 눈은 있다는데. (아, 농담이다. 아무리 현상황이 나쁘다 해도 신을 두고 인신공격을 할만큼 신앙심을 잃지는 않았다.) 마음이 닿을만큼 열심히 하는 게 답일지도 모르겠어요. 힘들겠다... (우는 소리나 한 번 해본다. 정말 우는 소리를 해야 하는 쪽은 어디지? 싶다가도 이정도는 누가 해도 상관 없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변호하고.) 오, 저런... 일주일 넘게 잠을 설치신다면 병원에라도 가보시는 게 어떤가요? 그러다 쓰러져요. (정말로 걱정된다는 얼굴이다. 누구 하나라도 무의미하게 스러지지 않아야 할텐데.) 아니면... 차가 취향에 맞는다면 조금 나눠드려 볼까요? 분명 좋아질 거예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야말로 병원에... (병원에 또 일거리가 들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쩍 웃어본다. 그래, 살아있으니 병원도 제 발로 찾아가는 거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며 당신을 성당 휴게실로 이끈다.)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휴게실 내부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비아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휴게실 구석에 있는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비아크: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니까요. 나눠주신다면 집에서도 우려마셔 보기는 하겠지만... 제가 손재주가 좋지는 못해서요, 신부님만 괜찮으시다면 가끔 얻어마시려 와도 될까요? (꽤 가벼운 투로 농담같은 진담을 던지다, 제 눈에 들어온 종이를봅니다. 혹시 중요한 걸지도 모르니... 살짝 줍습니다.)
 
클라시카:저야 당연히 괜찮죠. 손님은 늘 환영이랍니다. (옅은 웃음기가 묻어나는 말투로 대꾸하며 달그락달그락.. 차를 우린다.)
 
종이 조각을 살짝 줍습니다. 한 번 펼쳐볼까요?
 
비아크:후후, 그럼.. 다음 번에 한 번 더 찾아뵙도록 할게요. (펼쳐봅시다. 별 다른 내용이 없다면 쓰레기일 테니 버리는 게 좋겠죠.)
 
펼치기 전, 비아크...
 
비아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클라시카에게 자신이 이 종이를 보는 것을 들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구 쪽도 아니고 휴게실이라 그런 걸까요?
 
비아크:(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종이를 숨겨버립니다. 나중에, 나가서 보는 게 좋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제 머리나 한 번 만지작거리다 가벼운 말이나 흘립니다.) ...향이 좋네요.
 
클라시카:꽤 괜찮죠? (마시기 좋게 우린 허브차를 잔에 나눠 따르고 선반에서 견과류 쿠키를 내어온다.) 저녁 즈음에 한 잔 마시고 자면 좋을 것 같아요. (잠시 생각해 보다가..) 그래도 역시 자기 직전에 한 잔 하는게 좋을텐데... 그럼 어느 정도는 나눠드리는 편이 더 좋나...? (중얼중얼...)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당신이 무언갈 주웠다는 건 모르는 눈치입니다.
 
비아크:(...미안해요. 근데, 들키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왜지? 분명 처음 보는 종이인 것 같은데 어째서?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 자체에서 이유 모를 자책감도 살짝 들었다. 한숨을 짧게 쉬며 머리에서 손을 떼고, 탁자에 놓여진 쿠키와 잔을 바라보다 웃는다.) 혹시 제가 잘못 우릴 지도 모르니까.. 이틀 정도 분만 주시겠어요? 다시 받으러, 아니면 마시러 올게요.
 
클라시카:그럴까요? 그럼 그정도만.... 집에서 마셔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충분히 많이! 드릴테니까 편하게 말씀 주세요. (당신의 취향에 맞는지 궁금한듯 잔을 조금 더 밀어주곤 빤히 바라본다. 아무리봐도 마음에 들어하면 어디사는 누가 줬는지 구구절절 말하며 이틀 분은 커녕 이주 분량은 줄 것 같다.)
 
비아크:네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신부님도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으니 너무 저한테 많이 주시지는 마시구요. 아셨죠? (표정에서 무언가 생각이 읽히는 것 같은 기분에 작게 쿡 웃더니, 잔을 들어 제 입에 대고, 옅게 허브향이 나는 차를 머금는다. 입에 닿는 조금은 씁쓸한 맛, 시원하지만 차분해지는 향.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짧게 미소를 그렸다.)
 
클라시카:(많이 주진 말라는 말에 눈만 깜빡거리다 짧게 앗... 하는 소리를 내버린다. 또 표정에 다 나와버린 거지...) 그래도 충분히...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헤헤, 하고 참으로 물렁물렁해 보이는 웃음으로 무마해본다. 될진 모르겠지만..) ..차는 취향에.. 맞으시나요? (기웃기웃...)
 
비아크:부족할 때에는 다시 찾아올테니 그에 대한 건 너무 걱정하진 않으셔도 괜찮을 거예요. (찻잔을 내려놓고는 쿠키를 하나 손에 집었다.) 네, 맛도 향도 아주 좋아요. (고개를 끄덕이곤 눈꼬리 휘며 웃어보였다.) 신부님께서도 드시는 게 어떠세요? 힘드실텐데 차를 마시면 마음이 조금 진정되곤 하잖아요. (분명 나쁘지 않을 거예요. 그리 덧붙인다.)
 
클라시카:그것도... 그렇네요. 다시 오면 되는구나. 음. (당장 많이 챙겨주자 하는 생각 사이를 치고 들어오는 옳은 말. 또 오면 되는거지 응..) 취향에 맞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제대로 우린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어 들려오는 당신의 말에 아직 자신은 차를 마시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제서야 찻잔을 들고 한모금 마신다. 마셔보니 정말 괜찮았는지 아까보다 훨씬 긴장이 풀린 얼굴로 차를 한 번 더 보았고.) 정말 괜찮네요... 자기 전에 마시면 정말 좋을 것 같고. ...역시 이틀 분 보다는 조금 더...?
 
비아크:신부님께서 제대로 잘 우려주셔서 그런 가봐요, 차를 우리는 것도 실력이라고 하던데... (오래 우리거나, 덜 우린다거나, 비율을 잘못 맞춘다거나.. 여러 가지의 실패를 맛 본 사람으로서는 이게 신기할 따름이지.) 네, 괜찮아지죠? 신부님도 알게 모르게 몸이 긴장하고 있었던 걸지도... ....네? (이어진 네 말에 빠르게 눈을 몇 번 깜박이는가 싶더니 짧은 침묵 후 ..푸핫,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결국엔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드릴게요. 그럼 일주일 정도 분량으로..?
 
클라시카:그냥 감으로 하는거 뿐인데 말이죠... 시간이라도 재서 가이드... 같은 거라도 써볼까요? (라는 농담. 장난. 아마 가이드를 쓰는 날이 오거든 그건 분명 사태가 다 끝난 후겠지.) 그런가... 마을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라 자각하지도 못하고 긴장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언제 사람이 죽을 지 모르니까. (긴장했나? 잔을 들지 않은 손을 들어 손바닥을 빤히 바라보다 한 번 주먹을 쥐었다 편다. 이걸로는 알기 힘들긴 하다. 자신의 긴장 여부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던 중 들리는 웃음소리에 당신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웃고있는 게 아닌가? ...뭐가 웃긴건진 모르겠지만 웃었으니 된걸로...) 일주일... (끄덕.) 좋아요! 쿠키도 챙겨드릴게요. 바닐라 쿠키도 있는데... 그것도 드릴까요? 맛있어요.
 
비아크:제가 정말로 못한다면 그 때는 부탁드리고 싶네요, 아니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신부님께서 종종 타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마을이 흉흉해지다보니 사람들으 몸도 마음도 쉬이 지쳐가는 것이겠죠. 신부님께서도 사람인 만큼 이에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거고요.. 그러니 쉬세요,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것도 좋지만, 신부님께서도 건강하셔야 무언갈 할 수 있지 안겠나요. (그러니.. 너무 타인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위한 차도 준비하고, 쉬는 시간도 갖었으면 한다. 그런 바람으로 네게 조곤 조곤 말을 내뱉었다.) 응, 바닐라도... 좋겠네요. 그나저나 신부님께는 계속 받기만 하는데..,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가지고 있던 작은 꽃다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보같이, 챙겨놓고 그냥 가지고 돌아갈 뻔했네. 요즘 정신을 왜 이렇게 빼놓고 사는지. 그리 생각하며 꽃다발을 손에 쥐어, 네 앞 쪽으로 내밀었다.) 깜박하고 있었네요, 이거.. 선물이에요. 늘 수고하시기에 감사해서.
 
클라시카:낮이나 저녁때에 마시고 싶어지시면 성당으로 와주세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많이 쥐여주고 가이드까지 쓴다 해도 자신이 우린 것을 마시고싶어 찾아온다면 이를 거절할 리 없는 사람이다. 언제나 사람이 많은 건 즐겁지. 그 사람이 1에서 2가 될 뿐이라 해도.. 아무튼 2배니까!) 그런가요...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비아크도 그런가요? ...잠을 설친다는 말이 신경쓰여서... 마을이 흉흉하니만큼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편안히 쉬지 못해 그런걸까 싶어 걱정되네요. (바로 방금 자신도 챙기란 말을 들은 참인데도 당신의 일상이나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슬쩍. 당신의 눈치를 보고...) 저야 뭐... 이 마을 사람이 아니니까 다른 분들보단 사정이 낫지 않을까 싶고... (맞는 말이긴 했다.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온 것이지 이 곳으로 완전히 이주한 것이 아니니까.) 이정도야 뭐 그냥 드리는~... 앗. (내밀어진 꽃다발을 소중히 받아든다. 연약한 꽃잎을 살짝 건드렸다가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병에 꽃다발을 꽂아둔다.) 감사합니다, 성당이 환해 보이네요. 예뻐라... 저는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인데 이렇게 받아버리면 죄송해서 어쩌죠.. (일어난 김에 바닐라 쿠키도 몇 조각 꺼내온다. 그리고 쿠키와 찻잎을 보관하기 괜찮아 보이는 통에 적당히 담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뭔가 많이 챙겨드리고 싶은데 이게 쉽지가 않네요...
 
비아크:그래도... 밤에는 신부님도 주무셔야 하니까 자제해볼게요. 제가 우리는 것도 많이 연습해보고요. 바쁘지 않게 된다면... 그 때는 제가 초대 해 다른 차도 우려드려보고 싶네요. (물론, 이 비루한 손재주가 나아질 지는 모르겠지만. 아쉽다는 듯 짧게 한숨섞인 웃음을 흘리고는 제 양손으로 가벼히 맞 잡아 쥐었다.) 아, 그... 그냥, 악몽을 조금 자주 꾸는 편이라서요. 그것 때문이니까 너무 신경쓰진 않으셔도 돼요. 오늘은 신부님께서 주신 차도 마셨으니.. 조금은 편하게 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어요. 그럴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걱정스러운 말투에 손을 살짝 내저어보였다. 신부님부터 챙기세요, 신부님부터!) 그래도.. 기도 하나는 정말 간절히 해주시는 것 같으니까요. 이전에 계시던 신부님도 좋았지만, 클라시카님께서도 그 분 못지 않게 분명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호평을 받고 계실 거예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자기 마을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노력해주고 계신 거니까요. (이 얼마나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인가요? 후후.) 예쁘다면 다행이에요, 나름 열심히 기르고 고른 것들이기도 해서... 마음에 드셨으면 했거든요. (응?) 그렇게 많이 안 챙겨주셔도 된다니까요. 매일같이 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뜸하게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챙겨주셔서 감사하지만 신부님께 부담이 될까봐 되려 걱정이 돼요. 그러니까.. 적당히, 소량만 챙겨주셔도 된답니다. (통에 하나 둘 담기는 쿠키와 찻잎. 오늘 밤에는 조금이나마 편하게 잘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저도 다음엔 조금 더 예쁜 것들을 준비해봐야겠어요.. 아,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예전에 꽃밭에서 한 번, 신부님을 마주쳤을 때 생각나면 가끔 웃음 나오는 거 있죠? (덕분에 즐거워요.)
 
클라시카:밤에도... 상관 없긴 한데 말이죠...? (다 자는 밤에 나다니는 것도 수상해보이겠지 싶어 무어라 말을 더 하진 않지만 내심 아쉽다는 말투다.) 아, 좋네요! 언제 한 번 꼭 초대 부탁드려요. 그럼 선물도 사갈테니까...? (선물. 뭐가 좋을까 생각을 해보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건 없다. 또 간식거리인가?) 악몽인가요... 오늘은 편히 잠들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이건 어찌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일까. 무어라 확신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 옅은 미소를 짓는다.) 가끔은 혼자 잠들면 악몽을 꾸는 분들도 있다 하니까... 마을회관이라던가- 친한 이웃집이라던가에 가서 하룻밤 보내시는 건 어떨까요? 곁에서 잠드는 것 만으로도 괜찮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설픈 타개책이다. 이마저도 정신병리학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줄 수 있는 최선이라면 최선의 조언이긴 할 테지만.) 빈 자리는 제대로 책임지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이마저도 못하면 여러모로.. 음. 네. 거의 이하생략이었겠죠. (칭찬을 들어 자신감이 조금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 마음 담긴 선물은 언제나 환영이죠. 특히 꽃을 기르는 데에는 시간도 많이 들잖아요. 최고의 선물이죠. (그런가? 잠시 당신이 성당에 오는 빈도를 떠올린다.) 그... 것도 그러네요? 다른 분들이 하루에 한두번씩 오시기도 하고 날씨도 흐릿해서 그런지 날짜 감각이 이상해진 걸까요... 일주일에 한 두번씩 보는 기분도 들고 그러네요. (그럼 역시 소량만...? 하지만 이성적인 생각을 하고나면 그래도... 하는 생각이 뒤를 잇는다. 이건 어쩔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아, 그때... 설마 꽃 예쁘다- 하고 보고 있었는데 꽃밭 주인이 올 줄은... 설마 우와악 하고 일어났는데 발밑에 돌맹이가 있을 줄은... (어색한 관계에 큰 실례를 저질렀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물론 당사자는 즐거워 보이지만 역시 염치란 것이...)
 
비아크:이런, 제가 더 받으면 집에 둘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신부님. (농스레 이야기를 꺼내더니 괜찮다는 말을 덧붙인다.) 선물을 받고자 초대하는 건 아니니...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바쁘신 분이니까. 몸만 오셔도 된다는 이야기예요. 정 가져오실 거면 꽃 한 송이로도 충분하답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것이 꽃이요, 식물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음..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마을 회관에 꽤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랑 있다보면 혼자 있는 것보다는 분명 불안감 정도는 해소되겠지요. (지금 신부님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처럼. 찻잔을 한 번 더 들어, 남은 차의 반 정도를 남기고 머금었다. 찻잔이 비워지면 슬슬 돌아가야 하려나, 신부님이 오래 자리를 비우게 만드는 것도 성당을 찾는 사람들께 폐가 될 지 모르니, 빠르게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났다. 해서, 찻잔의 남은 것을 아쉽게 바라보다, 비워낸다. 한 사흘 정도 있으면 또 찾아올 시간이 날 테니.) 잘하고 계시니 걱정 마세요, 성당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신부님께서는 그 일을 충분히 다 해주고 계신 걸 거예요. 아마.. 추후에 떠나게 되신다고 한다면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겠죠. (저도 그렇고요. 나지막이 덧붙였다. 아쉬울 거다. 이리 차를 마시고, 선물을 주고 받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그리 많지는 않으니 말이다.) 신부님을 닮은 꽃을 찾으면 조금 더 마음을 담아 기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신부님께 선물할, 신부님을 달은 꽃이 될 테니까. (명백한 농담이 담긴 엍투.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기도 했다.) 거봐요, 신부님 지금 조금 지치신 거라니까요. 이만 돌아갈테니까, 사람들이 오지 않을 때 충분히 쉬세요. 차도 마시셨겠다, 긴장 풀리면서 잠이 확 올 수도 있으니 소파나 침대에서 앉아계시고요. (어쩌다보니 조금은 잔소리처럼 되어버렸지만 뭐 어떤가. 자신도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이야기인 것을.) 후훗, 제가 키우는 꽃들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이죠. 이왕이면... 신부님께도 나쁘지 않은 추억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싫다거나, 짜증이 났다거나, 그런 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클라시카:(이어지는 말들에 긴장감 없이 웃으며 등받이에 푹 기대고 찻잔을 어루만진다.) 잘 하고있다는 말이 얼마나 저한테 큰 힘이되고... 죄스러움을 남기는지 모를 거예요. 제가 정말 잘 하고있는 거라면 지금의 이 사태도. 저주도 이미 다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한탄이 담긴 중얼거림이었다. 신에게 말하기에는 너무나 단조롭고 당신에게 말하기에는 아주 조금의 설명도 붙지 않은 중얼거림.) 꽃... 꽃이라. 그럴게요. 초대받는 날이 오면 예쁘게 활짝 핀 노란 꽃다발을 준비해 갈게요. 어쩌면 화분이 더 좋을까요.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빈 당신의 잔을 눈에 담는다. 한 잔 더 하고 가라 권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오늘은 할 일이 있었으니.) 다음에는 조금 더 머물다 가주세요. 그때야말로 시간도 넉넉히 비우고 건강 관리도 제대로 할테니까. (마지막까지도 상냥한 말을 들었다. 싫다거나 짜증이 난 적이 없다니. 바라지도 않은 희소식이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조심히 가세요. 최근 마을에 조금... 불안이 많이 심해지신 분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리 말하면서 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부근을 톡톡 건드렸다.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의미겠지.)
 
비아크:신께서 가혹한 시련을 주신 거려나요... 하지만, 죄스러움을 갖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분명.. 이건 그 누군가의 잘못도 아닐 거예요. 신부님께서 이런 걸로 골머리를 앓는 일은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걸로, 노력한다는 증거는 충분해요. 모두가 보아온 모습이 있기에 신부님을 믿는 거예요. (그러니 죄스러워하지 말아요.) 어느 쪽이든 좋을 거예요. 항상 준비해갔는데... 받을 때에는 어떤 기분이 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차를 제대로 우리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이 상황도... 빠르게 끝이 나기를. (말 끝을 흐려가며 허공을 바라본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제 귓가에 내려앉은 잔잔하고도 따스한 목소리에 알겠다는 말 또한 덧붙인다. 다음 번엔 조금 더 길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짧은 만남은 늘 아쉬움을 남겼다.) 아,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너를 보며 제 양손을 모아 쥐곤, 고개를 살짝 숙인다.) 네, 언제나 감사드려요. 다음 번에 봬요, 클라시카님.
 
당신은 쿠키들과 찻잎이 든 통과 함께 성당을 나옵니다.
 
이제 클라시카의 시선 밖으로 나왔으니 종이 조각을 살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비아크:(주섬 주섬.. 아까 숨겨뒀던 종이조각을 꺼내서 펼쳐봅니다. 뭐라고 써 있지..?)
 
저주? 전염? 성당에 있기에 적합한 내용은 아니군요.
 
비아크:(...???) 저주...라니... 이게 뭐람...?
 
비아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종이가 책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성당 내부 이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이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성당 뒷문을 통한다면 성당 지하의 서재로 몰래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이 사태에 대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볼까요?
 
비아크:(뭔가... 미묘하게 신경쓰이는 기분. 성당에 저주와 전염에 관련된 책...이라? 분명, 지하에 서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니까.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면.. 타파할 만한 내용이 있을 지도 모른다. 입가에 손을 대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시 성당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뒷문을 통해서 내부로.)
 
당신은 성당의 서재로 향하기로 합니다. 뒷문 근처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네요.
 
당신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서재에 들어갑니다.
 
...
 
서재 안은 허전합니다.
 
몇 개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당신이 올 때면 언제나 이곳은 책들로 가득했으니까요.
 
비아크:(두리번 두리번...) 뭐가 이렇게 비었지...?
 
비아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몇 가지 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몇 가지...? 잠깐. 한 열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비아크: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나무 책장 틈 사이에 끼워진 또 다른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휴게실에서 주웠던 종이 조각과 같은 책에서 떨어져나온 것 같습니다.
 
비아크:(앗... 혹시 이건가? 한 번 꺼내서 봐봅니다.)
 
필기체로 적힌 글자를 보아하니 이건 책에 인쇄된 것이 아닌 타인이 직접 쓴 문장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비아크:마녀? 악마...? (가면 갈수록 모르겠는 내용 뿐이라, 고개만 살짝 기울어집니다.) 누가 직접 쓴 것 같은데 이런 게... 진짜 있다는 건가...? 아니면 장... (장난이라기엔 내용이 조금 심오한데.)
 
비아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것이 아주 오래된 종이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꽤나 시간이 흐른 고서에나 있을 법한 누렇게 변색되고 버석한 종이 질감입니다.
 
이런 오래된 종이에 적힌 누군가의 수기라, 이런 것을 성당에서 보관하는 이유가 뭘까요?
 
비아크:이렇게 오래 된 거면... 단순히 소문이라기보다는... 전설 같은 건가...? 아니면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거려나.. (클라시카님께 물어보면 뭔지 아려나? 위에서 쉬고 있을 걸 생각하니 잠시 고개를 내젔습니다. 내일, 다시 물어보러 오는 편이 좋을까..)
 
그런 당신의 시선 구석에 서재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것이 들어옵니다.
 
저건.. 편지일까요?
 
비아크:(여기서 일 하셨나? 쫑쫑 서재 탁자를 향해 가봅니다.)
 
탁자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습니다. 그 위에 덩그러니 놓인 편지 한 장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눈에 띄는군요.
 
비아크:흠... (중요한 걸 지도 모르는데 가져다 드릴까? 생각하며 편지를 들어서 봅니다.)
(역시 중요한 것 같으니 가져다 드리는 편이...)
 
그 때,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숨거나,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올 사람은 클라시카 말곤 없으니까요.
 
비아크:(가만히 있어도 될 것 같으니 일단 그대로 있습니다. 혹시, 편지를 만졌다는 건 불편해할 지도 모르니 다시 탁자 위에 내려두었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소리가 함께 섞입니다.
 
다른 이를 보며 문을 연 클라시카는 당신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립니다.
 
클라시카:....그,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비아크:아, 그... 잠시 서재에 찾아보고 싶은 게 있어서 다시 왔는데... (본 적 없는 표정을 보고 놀란 듯, 눈을 여러 번 깜박입니다.) 바..쁘신가요?
 
클라시카:(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제 미간을 꾸욱 누른다.) ...네, 손님이 오셔서. ...지금은 사정이 마땅찮으니 돌아가주세요.
 
그 태도에는 비아크의 존재를 반가워하지 않는 느낌이 가득합니다.
 
비아크:(제법 단호한 투에, 무어라 말을 더 붙이지 못하고 몇 번을 입만 뻐끔거렸을까요. 저 자신이 당신에게 달가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느꼈는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숙입니다.) 실례했습니다, 클라시카님. (그대로, 조용히 지나쳐 지상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서재를 나옵니다.
 
그와 동시에 이질감에 휩싸입니다.
 
저게 클라시카라고?
 
마을에서 존경 받던 신부님이라고?
 
어떻게 보아도 신을 모시는 자가 드러낼 법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자신이 알던 조용하고 침착한 클라시카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성당에서 쫓겨난 비아크는, 그 날 하루동안 성당에 가까이 가지도 못합니다.
 
이젠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마을회관? 병원? 우선 마을로 내려가는 편이 좋겠군요.
 
비아크:... ... (어쩌겠나요, 이질감이 드는 동시에 거부감도 치밀어 크게 한숨을 내쉽니다. 몇 번 진정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내리감고 심호흡을 하다가, 갈무리를 하고 마을쪽으로 향합니다. 먼저, 병원부터.)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따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마을회관에서 도와드리겠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비아크:(역시 바쁘구나... 하긴, 지금은 불면증 같은 것보다는 전염병이 우선일 테니까. 간호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병원 안 쪽을 살짝 살펴봅니다.) 역시 마을회관으로 가야겠네... (거기도 사람이 만만찮게 많겠지만.)
 
나가기 전, 시체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비아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쩐지 시체들이 기괴한 표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꼭, 저주 받은 것처럼요.
 
광기에 미쳐버린 얼굴들입니다.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비아크:(순간 소름이 오소소... 돌아 제 팔을 손으로 쓸어냅니다. 정말, 그 종이에 나온 것처럼 저주인가..?)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비아크:(눈 꾹, 감으며 시선을 돌리고 병원 밖으로 나섭니다.)
 
병원 입구에 나오면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클라시카입니다.
 
손님을 보내고 마을로 내려온 걸까요.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아까의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비아크: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비아크는 문득 클라시카를 향한 역겨움과 공포을 느낍니다.
 
시체를 보았기에 느끼는 감정인지, 클라시카를 보았기에 생긴 감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점은 생리적인 거부감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결코 자의가 아닌 타인이 강제로 주입한,
 
아니,
 
아주 깊은 본능에서부터 흘러나온…
 
….
 
그가 마치 악마처럼 보입니다.
 
전단지를 보거나, 클라시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비아크:(순간 온 몸을 뒤덮는 감정에 입을 틀어막습니다. 쿨럭, 쿨럭. 몇 번의 잔기침이 새어나오고, 생리적으로 생긴 눈가에 물방울이 얼굴 선을 타고 내립니다.) 왜, 왜 이래... (제 가슴께를 몇 번 치다가, 전단지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차마 당장에 마주할 용기가 나지를 않아서. 미치도록 무서워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어서.)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을 확인할까요?
 
비아크:(확인해봅니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고개를 살짝 기웃인다.)
(종이를 자세히보려 살짝 떼어내봅니다.) 성서 구절을 왜 이런 데다가... 다들 성당 많이 가서 붙여놓은 건가...
 
종이를 떼어내보면 뒷면에 무어라 적은 글씨가 흐리게 비칩니다.
 
비아크:(뒤집어 봅니다.)
살인한 자?... ...거짓의 아비..?
(..역시 이해하기 어려워. 일단 떼어냈으니.. 다시 붙여둡니다. 보려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고... 다 붙인 후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반사적으로 클라시카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클라시카를 관찰하고 있으면 문득 클라시카와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을 발견한 클라시카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클라시카:..비아크? 아까는.. 미안했어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아서...
 
비아크:...으응,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다급하게 손을 내저어보인다.)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죠. 원래 사람이 잠을 안 자거나 하면 신경이 예민해진다고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음... 정말 괜찮아요.
 
클라시카:(괜찮습니다, 라고... 이전보다 어색해진 상황에 제 뒷목을 쓴다.) 그래도... 너무 과했던 것 같아서... 주교님이 갑자기 오셔서 혼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주친거라 감정 다스릴 짬도 없었네요. ...그.. 상처가 됐다면 정말로 죄송해요. 그러려던 게 아닌데... (면목없다, 미안하다 등의 말에 알맞은 자세다. 어쩌면 조금 과할지도 모르고. 꼭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입힌 아이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도 난다.)
 
비아크:저,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너무 자책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아까 들었던 기분, 지금도 느껴지지만 네가 자책하는 것 역시도 보기는 힘들었다. 조금은 다급한 손길로 네 어깨를 살짝 잡더니, 그대로 두어번 정도 토닥이고.) ... ...조금, 놀란 것 뿐이었고... 신부님도 사람이신데, 감정에 가끔 휩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혼나고 계셨다면서요, 속상하셨을 텐데 저보다는 신부님부터 신경 쓰셔도 괜찮으니까..! (네가 계속 이런다면, 되려 제가 안절부절해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클라시카:(괜찮다, 그럴 수 있다 하는 말들에 조금 차분해진다. 여전히 미안하다는 감정은 있었지만 이 이상 무어라 말을 하는 것도 실례겠지.) 그래도 죄송해서...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었을텐데 과했다는 생각이... ...혹시 서재에는 왜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른 건 아니고, 찾으시는 책이 있으시다면 찾아드릴까 해서.. (서재에서의 일을 무마하려는지 기가 죽은 목소리임에도 미소를 띄며 말을 이어간다. 어색한 관계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비아크:죄송하다는 말 그만하셔도 돼요, 신부님. 저 정말 괜찮아요. (보세요, 그리 덧붙이곤 짧게, 또 옅게 웃는 낯을 네게 비춰보인다.) 아, 그냥... 전염병이 꼭 저주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색하게 웃더니 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걸었다.) 관련된 종이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한 번 찾아보려고 간 거였어요.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클라시카:...아, 저주... 저주요... (멈칫하더니 시선을 조금 굴린다.) 뭐... 워낙 시체 상태라던가... 해결책이 안 나오는 부분이라던가.. 그런게 그런 감성을 자극...?해서... 그런 말이 나온 건 아니었을까요...? (뒤이어 시체 상태가 어쩌고, 불안감이 어쩌고하며 이유를 붙여보지만 횡설수설이다.)
 
비아크:음... 그런 거겠죠? 설마 정말로 저주가 있으려고요. (뭔가 알고 계신 것 같기는 한데...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얘기하기 어려운 걸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 역시도, 방금 이상으로 더 어색해지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으니까요.) 아까 살짝 보였는데... 정말 그래보이긴 하더군요, 무서운 병이 도는 모양이에요.. (언젠간 저희도 전염병에 걸리게 된다면 저렇게 될까요, 작게 덧붙이는 그 말에는 씁쓸한 표정이 서렸다.)
 
클라시카:그럴 거예요. 아마도...? 어느 쪽도 증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어색하게 볼을 긁적인다.) 아, 보셨구나... 정말 끔찍한 얼굴이었죠. 그걸 보면 저주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너무 희망적이긴 하겠네요. 정말 무서운 병이에요. (병원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벽 너머에 쌓인 시체들을 떠올리는 거겠지.) ...설마요. 설마... ...그렇게 되기 전에 사태를 해결해야죠. 그래도 안 된다면 살아있는 주민들은 다른 마을로 이주시키고 더 퍼지지 않게 전부 불살라야... 할테니까요.
 
비아크:병이라면 치료법이 빠르게 개발된다거나... 저주라면 저주를 풀 방법을 찾는다거나... 뭐든 상황을 타파할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그렇죠? 계속해서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어쩌면 조금 지치는데... (무지한 저로서는 알 수 있는 게 없네요. 시선을 돌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분명 끝날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마을 분들과, 또 신부님과 함께 지낸 시간이 있는 마을을 쉽게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네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제 양손을 모아, 몇 번 손등을 쓸었다.) 더이상 희생되는 사람도, 없으면 좋겠고... ...
 
클라시카:(작게 고게를 끄덕인다. 타파할 무언가가 있으면...) 아마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런 상황이니까요... (잠깐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당신의 손을 감싸듯 잡는다. 어쩌면 기도라도 올리는 듯한 자세로 입을 연다.) 꼭 해결 될 거예요. ...그렇게 되도록 해볼게요. 더이상 희생되는 사람이 없게끔. 꼭 해결할게요. (대체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을 잇는다. 어찌 생각하면 자신을 믿어주는 주민들 중 하나인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비아크:(제 손에 닿는 온기에 한 번 움찔하다가, 이어지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손을 감싸쥔 네 손 안에서, 한 쪽 손을 빼내어 네 손을 함께 잡았다.) 네. 꼭 해결 될 거예요. 그래도... 너무 무리해서 기도하시지는 마시고요, 아셨죠? (어떻게 해결한다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이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거라곤 한 가지 뿐이었다. 기도.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었고.) 저는 이제 마을 회관으로 가볼 생각인데.. 신부님께서는 성당으로 돌아가시나요?
 
클라시카:(흐리게 미소짓다가 문득 한마디 꺼낸다.) 다시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 (다소 뜬금없는 말. 하지만 신경쓰였던 부분이기도 하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어영부영 이대로 굳어질 것 같았기에... 그래도 부끄러운 말은 했다는 건 아는지 금방 말을 돌린다.) 아, 네네. 성당에... 답장을 써야하는 게 있어서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까도 말했지만.. 조심하세요. (아직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의 부끄러움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금새 자리를 뜬다. 성당으로 향하면서도 중간에 슬쩍 돌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도 했다.)
 
비아크:(눈 깜박 깜박. 이름, 부르는 거..?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돌아서는 너를 보며 저 역시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한다.) 조심히 가세요, 클라시카님. (거리가 꽤 멀어져 들렸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자신도 종종 이름을 부르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으니... 쉬이 입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고.)
(클라시카가 사라지는 것을 빤히 바라보다... 그러면... 이제 마을 회관으로 향해봅니다.)
 
마을 회관으로 향하던 중,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옵니다.
 
비아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클라시카에 대한 이야기네요. 휴식 시간인 걸까요?
 
간호사:정말 착한 분이시지, 매일 와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의사:요즘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 어쩐지 수척한 기색이던데, 바쁜 일이 생긴 걸까?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비아크:저,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하고 다가갑니다.) 신부님께서, 여기 자주 오시나요?
 
의사:아, 안녕하세요. 신부님이라면 자주 오시죠. 일손이 부족하다고 푸념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쭉 와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비아크:... ...역시, 성실하신 분이시네요... 성당에도 매일 계시는데, 여러모로 무리를 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네요... (눈썹이 팔자로 쳐진다.) 요즘 신부님께서 많이 피곤해보이시죠? 혹시 많이 바쁘신가요?
 
의사:바쁘지 않을 수가 없긴 하죠. 오전에는 성당에 계시고 오후에는 병원 일도 돕고 마을도 둘러보고... 확실히 피곤해보이시긴 해요. 문제는 다른 분들도 피곤한 상태인지라 무어라 말을 하기 어렵다는 부분일까요...
 
비아크:그, 병이 저주라는 소문이 살짝 들리는데... (소문은 아니고 종이조각을 본 거지만 아무튼...) 하하, 역시 그럴 리는 없는 거겠...죠?
 
의사:아~... 병... 저주인가요.... 그러게요. 주민분들 중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있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게...
(주변을 살짝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춘다.)
말이 전염병이지 병에 걸린 사람은 본인이 아프다는 것도 몰라요.
어느 순간 서서히 누군가를 미워해서 미쳐가다가... 독에 중독이라도 된 것 마냥 아프다 아프다..... 그러다 갑자기 죽어요.
몸보다 뇌에 먼저 영향을 미치는 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알아볼 방법이 없어서 막막하네요.
 
비아크:... ....정말요? (순간 표정이 싸ㅡ해집니다. 전조도 없이 그렇게 되는 거라면... 정말 위험한 거 아닌가요. 언제, 어떻게 병에, 저주에 걸릴 지 알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렇게 되었을 땐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고.) ... ...선생님들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저... 약소하지만 다음 번에 뵐 때는 작은 꽃들이나, 간식거리를 준비해볼게요. 늘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의사: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요즘엔 시체가 더 늘어서... 밥도 못먹고 일하고 있거든요.... (허허 웃고는 있지만 사실 울고있을 것 같은 말...) 몸조리 잘 하세요. 몸이 약하거나 마음이 약한 분들이 빨리 죽어가더라고요. 몸조리 잘 하시고 잠도 잘 챙겨주세요. 건강한 분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죠.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간호사와 함께 병원으로 들어간다. 일이다 일...)
 
비아크:(짧게 한숨을 내쉬곤 정말 마을 회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들 건강은 좀 챙겻으면 하는데...)
 
당신은 의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마을 회관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비아크:(어른들..한테 먼저 가봅시다. 정말 마을을 떠나고 싶으신가요? 쉽게 버리기도 어렵겠지만, 병이 퍼지고 있으니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어른들에게 다가가면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도망쳐봤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어오는 소리.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그 저주가 한 번 퍼지면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트린 거야.
 
악마.
 
비아크: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뱀...의 저주?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 악마. 악마의 저주. 계속해서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는 자신을 어지럽힙니다. 뭐지? 이게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문득 검은 수도복의 클라시카가 떠오릅니다.
 
악마.
 
어쩐지 그가,
 
분명, 그가, 나를,
 
자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기시감과 공포감이 듭니다.
 
왜?
 
비아크:... ...아니야, 그럴리 없어.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습니다. 본능이, 공포가, 기시감이 내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가 나를 죽이러 올 것만 같다고. 하지만 애써 부정하는 말을 입에 담게 되는 건 왜일까요. 대체 왜...)
 
당신은 당장 느껴지는 본능과 공포를 애써 부정합니다. 하지만 괜찮은 걸까요?
 
정말로, 이 기시감을 부정해도 괜찮은 걸까요?
 
비아크:... (더는 입 밖으로 나오질 못합니다. '괜찮다'라는 말을 할 수 없는, 압박감. 나를 죽일 건가요, 당신? 하지만, 어째서?)
(...눈을 꾹 감고, 이제는 아이들에게 가봅니다.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다가온 비아크를 발견하면 곧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말재주나 설득 등 대인 기능 롤을 사용해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비아크:얘. 괜찮아, 응? 안 죽을 거야. 이렇게 어린 아이를 누가 죽인다고 그래.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서는, 어렵게 말을 건네봅니다. 손으로 눈물도 슥슥 닦아주고...)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이:....~...... (몇 번을 훌쩍이다가 진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그친다.) 근데.... 근데 어른들이.... 어른들이.... 마을에 저주가 돈대요, 약한 사람부터 죽는대요, 그러니까 죽는 거잖아요. (그리 말하고는 다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처럼 울먹인다.)
 
비아크:약한 사람이 아니라..., '악한 사람'일 거야, 네가 잘못 들은 거야, 내가 방금 들었는 걸? (머리 토닥 토닥 쓰다듬어주더니, 방긋 웃습니다.) 그러니까 괜찮아, 신부님께서도, 다른 의사,간호사 선생님들도... 다들 퍼지는 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럴 거고.
..아 참. 이거 먹을래? (아까 클라시카한테 받았던 쿠키...를 꺼내어 내밉니다.) 바닐라 쿠키래, 맛있어.
 
아이:(한참을 훌쩍거리다가도 내밀어지는 쿠키는 거부할 수 없는지 양손으로 꼭 잡고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갉작갉작... 반정도가 사라질 즈음,) 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밤마다 성당에 기도하러. 우리 마을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신부님이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구 자꾸 미안하다고도 했어요. 뭐가 미안한 건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부님 말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괜찮아질까요?
 
비아크:응, 신부님 말은 믿을만 하잖아. 그렇게 착하고 선하신 분인데. (고갤 끄덕거립니다. 왜 미안한 걸까, 당신이 잘못한게 있나? 당신은 그저, 열심히 기도를 하고, 밤낮으로 사람들을 도왔을 뿐인데... 대체 어떤 게?) 나도 기도하러 가, 사흘에 한 번씩. 그러니까.. 꼭, 신은 우리 말을 들어줄 거야, 이렇게 간절하게 비니까. (남은 쿠키들 중 절반은 아이 손에 쥐어줍니다.) 이건, 저기 있는 애들이랑 같이 나눠먹어, 알았지?
 
아이:맞아요, 믿음직한 신부님. (마주 끄덕인다.) 언니도 성당에 가요? 진짜 다들 기도하러 가는구나... 응, 꼭 들어주실 거예요. (훨씬 안정됐는지 짧게 들리는 훌쩍거림을 제외하고는 다소 밝아진 모습을 보인다.) 네에.. (쿠키들 중 반이라 해도 아이에겐 꽤 많은 양이기에 양손 가득 쿠키를 쥐고 아이들에게 간다. 아이들에게 쿠키들을 나누어주다가 당신에게 손을 흔들었고.)
 
비아크:(같이 웃으면서 손 흔들어줍니다. 다행이다, 진정 됐나봐... 아이들 귀에는 좀 안 들어가게 신경 좀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나 소소하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
 
아이 쪽은 진정시켜줬고 어른들 쪽은 대화할 상황이 되질 않는군요. 이만 나가볼까요?
 
비아크:(어른들 쪽은... 답이 없다. 고개 설레 설레 젔고는 마을 회관을 나섭니다.)
 
...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비아크:...괜, 찮으신가요...? (정신이 없..으신가? 살짝 주춤합니다.)
 
남자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비아크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남자: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성서를 읊고 칼을 들어.
그를 코앞에 두고 죽이겠다 알려야해.
그것이 인간의 사명이다.
이름을 부르고 사형을 선고해야만 한다.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트리려는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왜 자꾸,
 
왜,
 
자꾸,
 
클라시카가 생각나는 걸까요?
 
남자는 장정들의 손에 회관 안으로 끌려들어가 사라집니다.
 
비아크:(잡혔던 팔을 손으로 살짝 쓸어냅니다. 아파...)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 뿐... (이 한 마디가 이상하리만치 귓가를 맴돌아서, 한숨을 내쉽니다. 왜, 왜 자꾸 당신이 떠오르는지. 당신, 아닐 거라 여기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불투명했던 조각들이 당신 하나에 하나 둘 맞춰지는지 모르겠어서, 눈을 꾹 내리 감습니다.) ...머리가 여러모로 복잡하네..
 
아, 너무나 피곤한 하루입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갈까요?
 
비아크:(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아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관자놀이를 한 번 꾹, 누르고.. 집으로 향해봅니다.)
 
당신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집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클라시카입니다.
 
오늘따라 자신의 주변에 많이 등장하네요.
 
쫓아낸 것도 그고 일이 있어 성당으로 자리를 뜬 것도 클라시카가 아니었던가요.
 
비아크:...응? (빠르게 문 앞으로 걸음해봅니다. 신,) 클라시카님? 무슨 일이신가요?
 
클라시카는 당신에게 아까 말한 것과 관련이 있어보이는 책을 건네주러 왔다고 방문한 이유를 댑니다.
 
하지만 어쩐지 핑계처럼 들립니다.
 
클라시카:저주.. 라고 말하신게 마음에 걸려서 서재를 뒤져봤거든요. 물론 크게 연관이 있어보이는 책은 없었지만... (하하, 하는 건조한 웃음소리를 내며 작은 한숨을 내쉰다.)
 
비아크:그래요? 어쩔 수 없네요... 그나저나 정말, 마을에 소문이 빨리 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벌써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고 있더라구요. (네 손에 있는 책을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 밤낮으로 일하시느라 피곤하실텐데, 제가 괜히 일만 늘려드린 건 아닌지.. 죄송하고 감사하네요, 늘..
 
클라시카:성당은 성당인지라 저주 관련이 있는게 이상하긴 하죠... (당신의 손에 책을 올려준다. '너의 죽음을'이라는 제목의 소설책.) 이정도 일은 오히려 휴식도 되고... 괜찮아요. 그보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아무래도 전염병인지라 병원 가까이에 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안그래도 요즘 잠도 잘 못 주무시는데 감염되면 큰일이 아닐까 싶어서...
 
비아크:괜찮아요, 이 정도 움직이는 정도는 무리도 아니구요. 몸은... 괜찮은 것 같아요, 일단은. (책을 안 듯이 손에 쥐고는 제 팔을 살짝 쓸었다.) 신부님이야 말로 조심하세요, 꽤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성당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니까.. 아무쪼록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러고보니까, 아까 어떤 남자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요. 저주를 없애려면... 그 주체를 죽여야한다던가?
 
클라시카:성당이야 뭐... 가까이 있어도 사이에 사람 하나 들어갈 거리 이상은 지켜지는 곳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가끔은 내부 소독도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은....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성당의 신뢰도를 높이다 당신의 말에 표정이 굳는다. 순간 생각이 증발된듯 살짝 올라간 상태로 아무 말도 못하고 굳은 입꼬리. 수축한 동공.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그 상태로 아주 긴 시간인듯한 찰나가 지나간다.) 아..... 그거 참... 이상한 소리네요. 주체를 죽인다니... 꼭 저주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 같잖아요. (노골적으로 상황을 무마하려는듯한 웃음을 남긴다.)
 
비아크:(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다, 눈에 들어오는 네 표정에 기시감을 느낀다. 굳은 표정, 분명 낮에 성당 서재에서 보았던 그 표정이다.) ... ...괜찮으신가요? 표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요, 신부님. (되려 이질적인 것은 당신이었다. 딱 보아도 거짓을 뱉는, 혹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모양새. 네 대답이 나오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네 웃음이 무색하게, 이미 느껴진 이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혹 피곤하시거나 몸이 좋지 않으신 거라면...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쉴 자리를 내어드릴 수 있어요.
 
클라시카:네? 아, 아. 네, 괜찮아요. (표정 관리도 못했나, 싶어 제 입가를 몇 번 만지작거린다.) ...그건... (잠시 들어오겠냐는 물음에 고민한다. 그래도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곳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짧은 생각을 마무리하고 작게 고게를 젓는다.) 오늘 제 상태가 안 좋은가보네요. (머쓱하게 자신의 뒷목을 쓰담는다. 생각이 많아질 때면 하게되는 버릇.) 어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요. (그리 말하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다가.) ...비아크. 만약 당신은...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비아크:내일 제가 성당으로 찾아뵌다고 말씀을 드릴 걸 그랬네요, 오늘 컨디션이 특히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빨리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너를 바라봅니다. 네 말대로, 어서 돌아가서 쉬는 게 네 건강에 가장 좋을 것 같기에. 더불어 자신이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걸 스스로도 견디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간 자신이 느낀 공포감이, 역함이, 기시감이, 본능이 외치는 거부감이 박차고 올려오려는 것을 애써 눌러보기도 했다.) ...아플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그게 만약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내게, 먼저 이야기해줄 수는 없었나 싶어지기도 할 것 같구요. 조금은, 원망스럽지 않을까요. 난 정말 친구로 생각했을 텐데 그 사람을 나를 해치려 생각하고 있었다니... (...) 신부님처럼 마음 넓게 생각하고 싶은데 저는 그게 안 되나봐요. (고개를 살짝 숙이곤, 잡고 있는 책을 세게 껴안는다.)
 
클라시카:...저도, 많이 슬플 것 같아요. 저라고 항상 마음이 넓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 좁을 수도 있고.. 유약할 수도 있고... ...많이 아프겠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편안하면서도 서글픈 미소를 지어보인다. 한점 당황이나 난감함 없는 순수한 감정으로 가득한 미소를 띄고 한마디 내뱉는다.) 역시 그런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겠죠. ...이만 쉬어요. 오늘은 좋은 꿈 꾸길 바랄게요, 비아크.
 
비아크:(왜일까, 네게 이렇게까지 잦은 감정 변화가 보이는 것은. 뭐가 그리도 슬퍼며, 기쁜지. 당신의 마음은 내가 알기엔 너무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너와 같은 미소를 그려보려 애써볼 뿐이다.) ...네, 신부님도 쉬세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옅게 웃는다.) 다음에 성당에서 뵐게요.
 
클라시카는 비아크를 빤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사라집니다.
 
...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클라시카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클라시카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클라시카가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클라시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릴 것입니다.
 
즉, 이 일의 결정권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비아크:(나도 믿고 싶을 지경인 만큼 선해 보이는 사람인데 어쩌겠나.) ...죽여야 하는 거야? 정말...? (제 양 손을 꼭, 모아 쥔 채 몸을 둥글게 말았습니다.) ...왜 하필.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왜 굳이. 왜 하필...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클라시카를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클라시카가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클라시카입니다.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비아크:(콜록, 콜록.) 뭐야, 이거...? 불...? (미간 찌푸리곤 다급히 일어납니다.)
 
불이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뛰쳐나간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습니다.
 
고통에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그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클라시카가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클라시카:..괜찮아요?
 
비아크:네, 네... (작게 잔기침을 몇 번 내뱉고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가에 맺힌 눈물을 겨우 닦아냅니다.) 괜, 찮은 것 같아요....
 
클라시카:..(가만히, 여전히 끌어안고있는 탓에 제 품 안에 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다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당신을 조금 강하다싶을 만큼 끌어안는다. 아, 신이시여.) 다행... 다행이에요.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마디를 속삭인 후 당신을 내려둔다. 그리곤 당신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전에 자리를 뜰려는 것인지 금새 등을 돌려 자리를 떠버린다.)
 
비아크: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클라시카가 사라진 자리에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비아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불을 지른 자가 클라시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비아크: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2
 
비아크:2
 
이성 2 감소
 
비아크:... ...왜? (대체 왜, 당신.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나요? 왜? 악마라서? 당신이 악마인 걸, 저주의 주체인 걸 내가 알아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당신을 죽일까봐? 그래서였나요? 혼란스러운 와중,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의문을 해소해줄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지막에 드는 한 가지 의문. 당신이 불을 질렀다면, 왜 나를 살려준 건가요? 왜 다행이라며 나를 품에 안았나요. 대체, 무얼 하고 싶은 거예요, 클라시카님... ...)
 
왜?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야.
 
클라시카는 악마야.
 
당신을 죽이려 했습니다.
 
당신이 종이를 보아서?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 같아서?
 
...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비아크: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고의였어요, 계획이었어요.
 
분명히 그건 악의였다고요.
 
흐릿해진 이성 너머로 주민들이 당신을 부축해 마을 회관으로 옮겨주는 것을 느낍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그가.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회관에 누우면 몇 개 전부 불타지 않은 비아크의 물품을 마을 사람이 가져다줍니다.
 
쿠키를 담은 통도 함께 있네요. 운이 좋았던건지. ...아니면 나빴던 건지.
 
주민들이 위로와 응원을 약하게나마 전달해 줍니다.
 
비아크:...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받고, 제게 전해진 물건들을 보니 울컥, 감정이 소용돌이 칩니다. 눈가를 손으로 꾹, 꾹 누르며 고개를 숙입니다.) ...감사, 합니다...
 
문득 짐을 바라보면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공책일까요? 수기?
 
비아크:(더듬, 더듬... 떨리는 손으로 잡아 펼쳐봅니다.)
 
일기장
 
비아크:(... ...계속, 넘겨봅니다.)
 
일기장
 
비아크:...이게, (무슨.... 진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동공으로 일기장의 내용을 훑습니다. 종이 한 장을 넘기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요. 한참을 심호흡을 하고, 일기장을 넘깁니다.)
 
일기장
 
비아크:... ... ...말도 안돼.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떨리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어쩐지 익숙합니다.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클라시카입니다.
 
뭘 하려는 걸까요.
 
비아크:아니야, 아니야. 아니, 그럴 리가... (제 머리를 감싸 쥐고는 혼란스러움에 내뱉는 말은 그 뿐이었습니다. 제 흔들리는 동공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껏 예민해진 눈과 귀가, 인기척을 느낍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해줘. 그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까. 창백해질만큼 하얀 얼굴, 흔들리는 눈동자를 품을 그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클라시카,님..
 
클라시카:..왜, 안 자고 있어요... (조용히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고 당신에게 말을 건낸다.)
 
비아크:저, 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네 옷깃을 그러쥡니다. 이야기, 해야 할까요. 부정하고 있는 진실을 입 밖으로 내야합니까. 그거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흠칫, 너를 잡았던 손을 떼곤 두 어걸음 물러납니다.)
 
클라시카:...밤이 늦었어요. 자야죠. (깔린 이불 위를 툭툭 두드린다. 하는 행동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 양. 하지만 우울하게 깔린 눈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인 양 하다.) 자야 또 일어나고. 당장 기분 나쁜 것도 풀리고... ...그러니까, 누워요.
 
비아크:... ... (심란해진 눈동자.속 당신이 들어옵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는 게 눈에 보이고, 그에 반해 당신의 표정을 명확했습니다. 그래서, 저게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버리고 맙니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 더는. 눈을 질끈 감고, 네게 더 말을 얹을 수도, 대답할 수도 없는 모습의 죄인은 단지 고개를 숙일 뿐이다. 하여, 그 죄인은 당신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소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누구보다 신성하며 진실된 이기에.) ... (조심스레 몸을 틀어 이불 위에 무릎을 감싸 안고 앉는다. 누울 정신 머리는 되지를 않아서.)
 
클라시카:(이불 위에 웅크려 앉은 모습이 무고한 아이를 떠올리게해 슬픔이 깊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하여 조용히 당신의 머리만 몇 번 쓸어내린다.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이 상황 그 어디에도 당신의 의지가 없음을 알고있다고.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큰 죄를 뒤집어 쓴 것을 알고있기에. ...) ..비아크. ...잠이 오지 않나요? 잠시만 누워봐요. 그러다 열병이라도 앓을까 걱정이에요.
 
비아크:(제 머리에 닿는 작은 움직임에 몸을 흠칫 떨었다. 평소 같으면 웃으며 받았을 그 행동이 어색하고 두려워,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사람처럼 계속 움츠려들 뿐이었다.) ...네, (짧막한 대답, 잘게 떨리는 몸을 겨우, 겨우 추스리며 몸을 뉘여본다. 다만, 너를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클라시카:...비아크.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운 당신의 머리를 몇 번이고 부드러이 쓰다듬는다. 아프지 말라고,아픈거 다 날아가라고 상냥하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잖아요. 비아크가 정말 상냥하고 좋은 사람인거 알아요. ...그래서... 많이 노력했는데. ...비아크. 혹시 기분이 괜찮다면요. 자고 일어나서 혹시라도 움직일 기분이 들면요. 성당으로 와줄 수 있나요? 늦었지만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날이 밝으면. 시간을 조금만 나눠줄래요? ..꼭, 하고싶은 말이 있어요.
 
비아크:(괜찮지, 않았다. 제 머리에 닿은 손길은 멈추지 않았고, 그에 익숙해져갈 즈음에 들리는 네 목소리를 상냥하며 다정해서. 빛보다도 따스해서.) ...당신이, (나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무어가 있나요. 이불을 손으로 세게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않을 수 없고, 가야만 했기에. 마주하게 된 진실은 잔인했고, 당신 역시도 계속해서 이 진실을 품고 있었던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유일이니라.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받아들인 유일한 존재. 모두가 죽이려 했던 사람이 누군지 알면서도 계속해서 내 생명을 연장해준 사람. 만일 그 끝에 죽음이 있더라도 받아들여야하는 거였다. 마녀고, 악마이고, 마귀고, 저주였다. 제 자신이 모든 사람을 파멸로 밀어넣어버린 장본인이었다...) ...갈, 갈게...요, 그러니까... 그만 돌아가보세요.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가리려 이불로 애써 얼굴에 덮는다. 제가 잘못한 게 없다고 이야기한들, 잘한 것도 없을 거였다.)
 
클라시카:응, 좋은 꿈... 아니다. 아무 꿈도 꾸지말고 푹 자고.. 쉬다 잠에서 깨면 와요. 꼭 잘 쉬어야해요. (자리에서 일어나다 잠깐 멈춰 이불 너머 당신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남긴다.) 좋은 밤 되기를.
 
그가 회관 밖으로 떠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
 
마을 회관에서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집을 잃은 지금으로선 당신도 몸을 위탁할 곳이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이 시간이라면 클라시카는 고해소에 있겠죠.
 
지난 밤, 그는 당신에게 성당으로 와달라 했습니다.
 
가보는게 좋을까요.
 
비아크:... ... (몸을 일으키고, 벽을 짚고 겨우 일어섭니다. 무얼해야 할까요. 멍해진 정신을 다 잡는 일이 이리도 힘들었던 걸까요. 흐릿한 시야가 어지럽기만 합니다. 눈을 꾹, 꾹. 두어번 정도 누르고는 성당으로 걸음합니다. 그래요, 어차피... 제가 지금 곁에 둘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성당으로 향합니다. 성당, 성당의 어디로? 고해소겠죠.
 
지금이 클라시카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아크:(조심스레, 고해소 안으로 발을 딛습니다.)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클라시카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클라시카:..와주셨네요.
 
비아크:...어떻게, 저인 줄 바로 아시네요. (눈을 꾹, 감고.. 제 양 손으로 치맛자락을 세게 쥡니다. 어쩌면 당연했다.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죄인이니까.)
 
클라시카:이 시간에 고해소에 오는 사람은 드물기도 하고... 와주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늘 제가 듣는 입장이긴 했는데. ...비아크, 혹시 제 고해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잠깐이면 되요. 비아크도 하고싶은 말이 있을텐데 먼저 다짜고짜 얘기하라고 하면 당황스럽기만 할거고...
 
비아크:... ... (당신은, 아직도 나를 믿나요? 나는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리기 무섭게 나 자신도 믿기가 힘든데, 와줄 거라고, 당신의 고해를 들어도 될 거라고, 나를 믿나요. 눈을 내리 감고, 짧막히 말을 내뱉습니다.) 네, 제가 들어드리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하셔도 돼요, 신부님.
 
클라시카:....(잠깐의 공백을 두고 시작하는 이야기.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을 이야기다.) 처음에는. 빨리 일 끝내고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는데... 마을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친절하신 거예요. 그래서 참 한심하게도... 잠시간은 여기 머물러도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인데도.
머지않아 당신을 발견했을 때도 당장은 큰 감정도 없이.. 유감도 없이 아, 적당히 상황 봐서 죽이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해버렸죠. 참 끔찍한 사람이죠... 저란 인간은. 손에 피를 너무 많이 묻혔나... (자조 섞인 웃음소리를 내었다가.)
그랬는데 말이죠... 응. 그 날이었어요. 꽃밭에서 마주친 날.
그 날 정말 새삼스럽게... 제가 하는 일이 살인이라는 걸 깨닳아버린거죠.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한다고 해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해도 살인은 살인. 정당화될 수 없는 것. 혐오스럽더군요.
 
클라시카: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타이밍의 신이라는게 참 짓궂게도... 하하. ...응, 그랬어요.
당신은 마녀가 아니었어요. 그냥 희생양이 될 한 명의 사람이고, 이웃이었을 뿐이지. 그런데도 저는. 그걸 알면서도 저는... 당신을 죽여야 했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여서 이어갈 세계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해봤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결론은 그래도 해야한다, 더군요. 아, 잔인해라.
...그래서 혼도 많이 났어요. 네가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라고.
그래도 그러고싶지 않았어요.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당신은 저에게 그냥 마을 주민이 아니었던 걸지도 몰라요.
... (깊은 한숨을 내쉰다. 고해창 너머 당신이 있을 곳을 바라본다.) 내가, 역겹나요?
 
비아크:... ...당신보다는, 내가 그럴 터인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거부감. 존재에 대한 자각이 없을 때 본능이 이야기했다. 저 사람은 자신을 죽일 거라고. 곧 자신을 죽이러 올 거라고. 알고 있음에도 부정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나에게 있어 단순한 친우인가? 성당의 신부일 뿐인가? 그에 대한 대답을 내릴 수도 없었다. 죄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모든 게 변명일 뿐인지라, 어떤 말을 한다고 한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죄가 될 테니.)
있죠, 클라시카님.. 난 당신이 역겹지 않아요. 되려 이제껏 나라는 존재를 살려주었다는 것에 한없이 자비롭게만 느껴져요.. (동정심이든,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용납하지 못한 신념이든. 그 외의 어떤 것이든, 살려놔서는 안 될 존재를 당신을 며칠이고 몇 달이고 살렸다. 그러니, 여전히 당신은 자비롭다. 분명, 그럴 거다.)
저야말로 묻고 싶어요, 제가... 역겹지 않나요? 거부감이 들지는 않아요? 애초에 내가, 내가... (내가 죽었더라면, 순간 울컥, 눈가에 차오르는 방울을 옷자락을 세게 쥔 손등 위로 떨군다. 눈을 세게 감고, 입술을 물었다. 무엇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하지만 살고 싶어하는 본능. 제 앞에 놓여진 건 죽음 뿐인데, 그게 너무 슬프고 억울해서. 나는 단지... 모두가 살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랐는데,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랐는데, 금방 해결 될 거라 이야기 했는데. 아아, 그 모든 건 내가 망치고 있었던 거야. 모두를 갉아먹었던 건 나였으니까.)
죽, 이실 건가요?.... 살려, 아니, 죽여주세요, 저 같은 건 살면 안 돼요... 숨 쉬는 것조차도 허락하면 안 되는 죄인이에요.
내, 내가 살겠다고 클라,시카님을 죽이고 싶지도, 다른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싶지도 않, 않아요.. 그러니까, (혼란스러워지는 머릿 속에 눈동자는 하염없이 흔들린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에게 내가 보이지 않아 다행일까. 이렇게까지 추해질 일이었나.) 죽,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클라시카:역겹지 않아요, 거부감도 들지 않아요. 당신은. 비아크는 그냥... 그냥 그렇게 살고있던 사람일 뿐이잖아요. 평범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네가 마을을 재앙에 빠트리니 죽어라- 한다고... ...편히 죽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런 말을 입에 담으면서도 눈꺼풀 안쪽으로 이제껏 저가 거둔 목숨의 마지막 순간이 스친다. 당연한 것은 당연하지 않고. 죽음은 오로지 죽음으로 남아.) 죽고싶지 않잖아요. 죽이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잖아요. 그러면서 마을에 폐를 끼치는 것도 싫은 거잖아요.
..아, 신이시여. 제발.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안식과도 같은 평화 있기를... ....비아크. 뱀의 저주를 받은 마녀. 세계를 위한 희생양. ...비아크.
저는...
세계를 위해 당신이란 개인을 포기할 수 없어요.
살고싶어하는 사람에게 죽음을 들이밀 수 없게 됐어요. ...비아크. 선량한 사람아...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떤 방향이어도 우린 분명 죄를 사함받지 못할 거예요.
 
클라시카:이 감정은 죄예요, 제발... 신이시여. 제발.... (제발, 제발. 자신을 죽이라는 마녀를 죽이고 자신 마저 지옥에 떨어트려 달라고. 그렇게 몇 번이나 중얼거린다. 얇은 고해창 너머의 당신에게 들리는지 마는지도 잊고 중얼거리다가...) ...비아크. ...저는요.... ...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세계보다 당신이 더 소중해요...
...도망칠까요.
 
비아크:...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나같은 것 때문에, 당신마저, 당신마저 타인의 미움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나도 당신이 소중해, 모두를.. 이 마을을,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과 함께 놓여진 이 삶을 놓을 수가 없어... (죄인은 고개를 떨군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죽고 죽여야만 돌아가는 세상. 생이 있기에 사가 있다지만, 아직, 아직은.)
...이미 씻을 수 없는 죄를 덮어 썼어요. 고해성사를 한다고, 이를 용서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해서도 안 되는 죄예요. 분명 이대로 살아간다면... 삶이 나에게 벌일 테고, 죽음이 나에게 은총이겠죠. (하지만 죽음은 늘 두려웠고, 그를 피해 살아왔기에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제 양손을 모아, 고해창 너머를 바라보며 눈을 내리감는다.)
...함께, 가주시겠나요? 욕심 따위는 부려서도 안 되는 이런 죄인, 이지만... 당신을 놓고 싶지 않아요.. 조금만 평범하게, 아무 일도 없이... 함께 살고 싶어요.
(평범이라는 게 어울리지 않는 이. 삶이 곧 죄악이자, 죽음 앞에서 살아야 하는 자. 숨 쉬는 것마저도 죄악인 이 우매한 여인은, 결국엔 죄를 더 지으려 하고 만다.)
 
클라시카:죽인다 외의 선택지가 없는 길을 갈 바에야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 뿐인 삶을 택하겠어요. ...(고해창에 손을 댄다. 아, 손을 대면 안 되는데. 그럼에도 손을 가져다댄다. 차가운 감각이 느껴진다.) 제가, 잘못한게 참 많아요. ...말도 안 하고 해치려했고. 진실을 숨겼고. ...이젠 씻지 못할 죄악까지 짓게 만들려고 하잖아요. 미안해요. 죄송해요. 정말로. ...세상의 구원보다 당신 하나를 더 소중히 여겨서. 죄송해요.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비아크, 당신은 마녀입니다.
 
클라시카, 그는 당신을 죽여야 하는 사람입니다.
 
뱀의 저주를 받아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그리고 결국 그를 죽이지 못하겠다 입에 담은 자.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 운명은 바뀌는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평소 이 말에 공감했을 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바로 당장만큼은.
 
도망치자, 는 하나의 선택이 세계의 운명을 가릅니다.
 
이대로 마을을 영영 떠나버립시다.
 
가능하다면 이 종교가 닿는 곳에서도, 이 나라에서도.
 
발길이 닿는 곳의 한계까지 함께 떠나버립시다.
 
세계의 멸망이 먼저일지, 혹은 우연한 만남이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 먼저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함께 이 운명의 끝을 지켜봅시다.
 
고해소를 나와 눈에 담은 성당은 색색의 유리 조각들을 통과한 빛줄기로 화려히 빛나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무너진듯 그 자리에 앉아 겨우 눈물을 닦아내는 클라시카가 있습니다.
 
순간 시선이 맞습니다.
 
아주 오래. 아주 잠깐. 정말 한 순간. 눈이 맞았다,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곳에 남은 것은 가짜 신의 사자와 마녀. 그리고 도망칠 길 뿐.
 
오, 나의 마녀. 세계보다 더 소중한 당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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