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교내 지도를 뒤져 강당에 도착할 때까지, 클라시카는 학교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담임 선생님이 참 깐깐하신 분이었는데. 내가 한 번은 딱 1분 지각했는데 바로 그어버리더라니까?
그래서 반 애들이랑 다같이 합심해서 담임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교감 선생님께 일러버리자- 했는데...
결국 그 학기 다 지날 때까지 교감 선생님 얼굴 볼 일이 없었지...
비아크:저런... 원래 교감 선생님들은 잘 안나오나? (그래도 1분도 지각은 지각이긴 하지... 사정도 안 봐주고 얄짤 없는 건... 특성이람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본인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걸까...) 그 담임 선생님은, 지각한 적 있어? 있으니까 교감 선생님 찾은 거려나.
클라시카:없었어~ 단 한 번도 말이지? 지각 했으면 교감 선생님 찾아가서 이 인간 지각했어요! 했을텐데. 결국 혼나는 건 학생 뿐이었다고 한다...
비아크:(웃기네...) 그래도 이제는 지각할 일 없겠지. (임무에 제한 시간만 정해져있지 않다면 말이야. 그리 덧붙이고는 한 번 주위를 둘러본다. 눈 위라 그런지 좀 춥네.) 은근 많이 혼났나보구나?
클라시카:지각은 오늘도 했지? (내가 했달까 파트너의 부활 이슈였지만- 하는 뒷말도 중얼중얼) 왜~? 물론 꽤 혼나긴 했지만. 완벽한 인생은 힘들다구.
비아크:...됐어. 쉰다고 해도 연휴에 어차피 같이 있을 사람도 없고. (안 나와? 하고 작게 묻는다.)
클라시카:그래도 부대 근처에 있는 고양이는 있잖아. 개도 크리스마스 챙겨주면 좋아하겠지? 고양이도 케이크 먹나 몰라. 안 먹겠지만. (빙글빙글...) 어쩐지 나갈 타이밍만 되면 끼일 것 같단 기분이 든단말이야..
비아크:...케이크 같은, 간식을 쌓아서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인간이 먹는 건 위험하겠지만 고양이용이라면. (크리스마스 장식 같은 것도 하려나? 조금 거추장스럽겠지만 봐보고는 싶은데. 빙글 빙글 계속 돌고 있으니... 바보 같아...) 나와, 지금.
클라시카:고양이 케이크니까 생선모양 초 꽂아줘야겠다. (묘한 상상을 하며 나가다 결국엔 빡 끼이고... 멈춘 회전문 비적비적 나온다. 안전장치의 유무는 궁금하지 않았어...) ...아, 비아크. 크리스마스때 바빠?
비아크:어휴, 진짜... 머리는 좋으면서 왜 이럴 때 바보같나 몰라. (끼인 곳 살짝 팡팡 털어준다. 고양이의 생선 모양 초가 꽂혀있는 케이크는... 제법 귀여울지도? 생전 처음 보는 게 되겠다.) 아니, 임무만 없다면 만날 사람도 없고 할 것도 없어서 바쁘지는 않은데... 네 말대로 어차피 연휴에도 임무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나....?
클라시카:(팡팡 털어진다. 수치심 10%, 억울함 93475%...) ...그건 그렇지? 그래도 임무 있으면 같이 갈테니까- 같이 크리스마스 파티 할래? 임무 마치고 해도 되고, 가는 도중에 짧게 해도 되잖아. (임무가 있으면 유감이지만 없으면 케이크도 하나 사자며 떠든다.) 그리고- 선물도? 크리스마스 선물, 느낌 좋잖아. 마침 얼마 전에 주고싶은 걸 하나 봤거든. 어울릴 것 같아.
비아크:...? 응, 그래. 나야 괜찮아. 짧게 하는 것 정도야 상부에서도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뭐라고 할 거면 일 줄이고 뭐라고 하라고 하고~ (어울릴만한 것? 뭐가 있을까. 자신 역시도 생각해본다. 받는 것만 하는 건 역시 못할 짓이라, 저 역시 뭐라도 쥐어주자는 생각. 클라시카한테 어울릴만한 게... ...) ...모르겠다.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케이크는, 먹고 싶은 거 있어? 종류가 많잖아.
클라시카:에이 설마.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구르는데. ...물..론? 장담은 못하겠지만. (침묵 끝에 모르겠다, 라니. 뭐지? 어쩐지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 라던가. 발상이 애같은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라던가. 뭔가 그런 쪽으로 예상이 간다. 눈 가늘게 뜨고 비아크 바라보다가...) 케이크...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케이크가 어울릴까...? (잠깐의 고민..) 크림 많이 올린 것도 괜찮다면 그 쪽이 좋을지도? 사실 달달한 종류면 뭐든 괜찮아서 그때 보고 고르려고 했는데.
비아크:...동감이긴 하지만, 방금도 재생된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임무 나온 게 나잖아. (머리 끝 매만지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고개를 기울이기만. 왜? 하는 표정.) 보통 생크림 케이크에 딸기 올라간 것들이나... 부쉬드노엘을 많이 먹지 않나? (고개를 살짝 갸웃인다.) 어느 쪽이든 맛은 있을 테니 나도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흠, 다음에 직접 보고 고르자, 그럼. 아직 시간 있잖아. 당일에 사는 건 무리더라도 잠시 쉴 때 살 시간 정도는 있지 않겠어? (없으면 진짜 너무 한 거다. 정말로.)
클라시카:음~ 크리스마스때 일정 빼주려고 이렇게 굴리는거면 좋겠다. (그럴 리 없지만서도 그러면 좋겠다고. 나름의 희망을 품고 미소를 짓는다.) 무슨 생각 했나 싶어서~.. (왜긴 왜야, 무슨 생각 하나 의심스러워서 그랬지. 주로 어떤 모함을 당했나 하는 쪽이긴 하지만.) 어느 쪽도 좋네. 역시 직접 가서 고르자.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케이크 고를 시간 정도는 있겠지? 없으면 그냥 슈크림빵 두 개 사서... ...응, 옹졸하고 우울하다.
비아크:과연? 자기네들은 놀고 우리는 계속 굴릴 지도 모르잖아. (그래봐야 이성 놓는 게 아니라면 명령 불복종은 잘 안하겠지만서도...) 그냥, 선물이라고 하니까 이런 저런 생각이 좀 들길래.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고는 백화점 내부로 천천히 발을 딛는다. 여기도 조용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너무 옹졸하고 우울하네. 슈크림빵 말고 차라리 조각 케이크 두 개로 하는 게 덜 우울하겠다...? 정 우울하면, 케잌 고르러 땡땡이라도?
백화점 내부는 조용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에 기분이 묘해지네요.
이 고요함과는 무관하게 클라시카는 꽤 들떠있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와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라, 거기에 파티나 선물까지 함께하면 들뜨는 것도 무리가 아니긴 하겠죠.
클라시카: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랬던가... (병실 문 몇 개를 열며 지나간다.) 이렇게 보면 어느 쪽이 좋은건지 모르겠어.
그래도 다쳐서 오래 불편할 일은 없으니... 직업적으로는 역시 좀 부러울지도?
비아크:넌 제일 오래 아팠던 적이 언젠데? (지나가는 병실이나 데스크를 둘러보다 넌지시 묻습니다.) 핏덩이 속에서 정신 차리는 것도 기분은 그닥이고.... 네 말대로 일할 때는 좋지만.
클라시카:음 역시... 네다섯달 전에 있었던 임무였지 싶은데. 왜, 그때 건물 잔해가 쾅~ 배에 콱- 했었잖아. 그땐 진짜 어떻게되나 했었는데 결국 또 살아서 일하고있네... (짭짤..) 그냥 죽었다 살아났으면 훨씬 빨리 덜 아플 수 있었으려나.
비아크:아, 그때. (가물가물한데 그랬지, 참... 뭐, 몸이 뚫린 건 어느 쪽이든 아프고 죽을 것 같고, 힘들지... 결국엔 네 말대로, 다시 살아나서 임무나 하고 있는 게 우리지만.) 너나 부정적인 생각하지 말지. (이마 톡, 손으로 두드리고는 한 발 물러난다.) 살아있으니까 죽을 생각말고 일이나 해. 크리스마스까지는 특히... 죽을 생각은 하지 말고. (이왕이면 그 이후로도.)
클라시카:힘은 내보겠지만~... 혹시 모르는거긴 하지... 죽긴 싫은데 매일매일이 역경이야. 죽을 위기 넘기면 고통이고 못넘기면 사망이라니 무리라니까. (크리쳐라도 있을까싶어 코너를 돌 때마다 살짝 확인하고 진행하는걸 반복한다.) 대기실이 대피 구역이었던가. ...진짜 사람 없네. 왜지?
비아크:방패막이로 쓸 거만 아니라면야 도움은 언제든 줄 테니 혼자 해결하려고도 하지 말고. 동료잖아, 그래도. (끝없이 밀려오는 잡념과 고통, 그 후의 재생. 그게 너와 나의 다른 점이겠지... 난 살아나더라도, 인간은 바로 죽어버릴 테니까.) ...나야 모르지? 최악의 상황은 이왕이면 가정하고 싶지는 않다만... 역시 최악을 염려해둬야 확인 사살 당했을 때 조금 나으려나.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학교도, 백화점도, 병원도... 모두 사람이 없다. 정말로 왜?)
클라시카:방패막이로 쓸게 아니면... 그건가? 대리전? (농담이라며 웃는 것이 꽤나 얄밉다.) ...동료지. 동료긴 한데... 그러니까 문제지. 내가 죽으면 너 또 혼자 남게 되잖아. 그럴 바에야... 음. (헛기침 한 번 하고 입을 다문다. 그럴 바에야,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그렇긴 하겠는데... 음... 진짜 어떻게 된거지. 어디 다른 곳에 몰려있나? 농성이라도 하고 있으면 다행인데.
비아크:아까부터 내가 바보라고 했다고 정말 바보 같은 소리 하네. 크리쳐가 되고 싶은 생각이라도 하고 있으면 하지마, 하나도 안 좋으니까. (그리 중얼거리다가, 대기실 내부를 보고 미간을 찌푸립니다.) ... ...이쯤되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운
기준치:
40/20/8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바보같은 소리라고 해도 말이지... 죽을까 말까-하는 그 사이에서 고통받다가 결국 살았을 때 진짜 허탈하단 말이야. 오늘은 죽나, 내일은 죽나... 이런 생각도 들고. (대기실 안을 둘러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는다.) 진짜 이상하네. 어디로 간거지...
그러곤 대기실 구석에서 비상식량 박스를 가리킵니다.
클라시카:이건 또 멀쩡히 있단 말이지.
진짜 무슨 일이 있어서 다같이 다른 곳으로 간걸까나.
비아크:...흠. (대체 뭐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렇다기엔... 너무 평범하게 깨끗하지 않아? 부서진 곳도 없고. (그나저나 클라시카, 결국엔... 죽지 못해 산다는 얘기네. 왜 그럴까. 죽음을 원하는 이에게 삶을 종용하는 것도 못할 짓이긴 하다만, 정말로 당장이라도 위태롭게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살았으면 한다만.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클라시카:정말 뭘까... 시민들에게만 따로 소식이라도 간걸까? 다른 대피소 말고 어디어디로 향하라던가 하는 소식 말이야. 우리... 괜한 곳 뒤지고 있는걸까나...?
비아크:...뭐, 아직 지하철은 안 봤으니까. 거기까지 봤는데 정말 아무도 없으면 이건 상부에 먼저 보고하는 게 좋겠지. 이상한 일이니까. (근처에 대피소 관련 전단지나 전자기기라도 있으면 주워서 확인해볼텐데...)
클라시카:그럼 지하철 쪽으로 가볼까... 지하철 쪽 긴급 대치 구역은 A역이었지? 이번에야말로 사람이던 크리쳐든 뭐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전단지는 커녕 사용감도 적은 대기실을 한 번 더 둘러보곤 밖으로 나선다.)
비아크:(같이 따라 나선다.) 그러게, 둘 중 하나라도 보이면 차라리 다행일 것 같다... 임무하러 왔는데 아무것도 없는 게 이상하잖아? 놀림 거리 된 기분이기도 하고.
비아크:음... (타본 적이 있던가? 있으려나? 그저 어깨만 가볍게 으쓱거립니다.) 지나다니면서 보면 빠른 것 같긴 하더라... 여행 다니고 싶은 거야? 가게 되면 어디로 가고 싶은데? (크리쳐가 널리고 널린 이런 시대에 말이지, 여행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크리쳐만 없다면 여행이라는 것도... 즐거울 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묻는다. 네가 기대하고 있는 여행의 목적지, 그 곳은 어떤 곳이냐며.)
클라시카:글쎄, 어디가 좋으려나... 도시랑은 좀 많이 떨어져도 괜찮겠다. 사람 많이 없는 곳에서 한가롭게 시간도 보내고. 그럼 좀 위험하려나?
클라시카:아무 것도 없는건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바란건 아니었어. 그렇지? (생각보다 너무 많지 않아? 생존자들 전부 지하철 역으로 왔다가, 크리쳐들에게 당한건가? 영 좋지 않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눈을 꾹 감았다 뜨는 것으로 사념을 날려보내고 총을 바로 잡는다. 장전을 확인하고, 크리쳐를 향해 조준을. 뒤이어 발사한다. 상황 해결은 언제나 어렵고 위험하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사격(라/산)
기준치:
80/40/16
굴림:
71
판정결과:
보통 성공
20
클라시카 총이 대 크리쳐 살상탄을 쏘아보냅니다.
그 탄환이 지나간 만큼 크리쳐들이 쓰러지고, 진한 혈향만이 자리에 남습니다.
비아크:하... 진짜 여기 좁단 말이야, 차라리 밖에서 나왔으면 모를까...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까. 그래도 옆에 있는 사람이 많이 처치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짧게 입가에 미소를 그린다. 그래, 훌륭한 동료가 곁에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잡념은 잠시 치워두고, 눈 앞에 목표에 집중하는 것으로... ... 총과 지지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크리쳐를 향해 탄을 발사한다.)
비아크:(...그래, 당장은 적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자신의 목에도 시한폭탄이 달려있는 걸 어떻게하나. 명령은 따라야겠지. 같은 크리쳐라고 해도.... 상황이 다르니까.) 그나저나... (얼굴에 튀는 거 대충 옷 소매로 닦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없는 것 같은데.
클라시카:그러게... 따로 지정된 대피 구역이 있던가...?
비아크:음... 우리가 따로 전달 받는 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클라시카는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클라시카:이상하네.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아.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을까?
크리쳐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보기도 하고...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잖아. 녀석들에게는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비아크:리더라... 그런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턱을 괴고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시선을 돌립니다. 크리쳐가 들어오기 어려운 곳, 반대로 사람들은 모이기 쉬운 곳. 그런데 이런 곳에 크리쳐가 있다면...) ...혹시나 해서 묻지만 사람들이 크리쳐가 된 건 아니겠지? 반박할 시 네 말이 맞아. (반박 해줘,) 뭐, 이건 어디 까지나 최악의 최악이고... 정말로 리더라고 부를 법한 개체가 나타났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확인은 해봐야겠네.
클라시카:크리쳐가 왜 생겨나는지는 아직 모르니까 말이지... (반박도 못하고 긍정도 못하고 허허 웃기나...)
두 사람은 적당한 곳에 앉아 다시 한번 지도를 살펴봅니다.
사람이 크리쳐가 됐다거나, 누군가 크리쳐들에게 정보를 흘렸다거나 하는 이상한 가설들이 나옵니다.
생존자는 없고 도시 침식률이 보이는 것보다 높다거나.. 전부 함정이라거나 하는 이야기까지요!
비아크:...살고 싶은 거라면, 쟤는 건들지 말았어야지. 공격한 순간부터 이미 AOC를 적으로 돌린 거나 다름 없잖아.
크리쳐:하지만, 하지만. 인간이 크리쳐의 말을 들어줄 리 없으니─
...
그것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클라시카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클라시카:...아, 이래서 곤란하다고... ...왜 그런걸 듣고만 있어?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클라시카:쓸데없는 소리야. 인간처럼 살 수 있었으면 차라리 생존자를 연기했겠지.
클라시카가 말하는 대로 정말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쓸데없는 소리였을까요?
비아크:하아...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곤, 고개를 숙입니다. 잠시간의 침묵. 고개를 돌리곤, 작은 목소리로 말을 잇습니다.) ...그래, 미안. 내가 잘못했네. (뭐가 옳은 건지, 뭐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지 판단이 흐려진다. 찜찜한 기분에, 눈을 꾹 내리감고.) ...다친 곳은, 괜찮아?
클라시카:괜찮아, 한두 번 이러는 것도 아니고.
상념이 이어지기 전,
클라시카:그보다, 이쪽으로 와.
클라시카가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클라시카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비아크:... (짧게 고갤 끄덕이곤, 네 옆으로 갑니다.)
클라시카:숨겨진 벙커.. 같은 거겠지?
비아크:....아무래도. 아니면 여기만 다를 리가 없을 테니까... 소리 같은 건 안 들리나?
클라시카:아무래도 벙커라면... 내부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되어있을지도? 일단 열어볼까? (타일 걷어내달라는 눈으로 빤..히 봄. 부상자임을 어필하는 기분)
비아크:그렇지. 방음으로 되어있다면 크리쳐...들이, 오지는 못할 테니까... ...아까 그 이야기도 못 들었었으면 좋겠네. (타일을 걷어봅니다.)
비아크가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클라시카입니다. (그런걸로 합시다.)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비아크:대단하네... 난 이런 거 못 봤는데. 아무튼, 발견해서 다행이다.
비아크와 클라시카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클라시카:날려진 덕분이라고나 할까? (으쓱)
"아, 정말 살았어요."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우린 안전해!"
"아아, 신이시여……. "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비아크와 클라시카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비아크와 클라시카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비아크: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네요. (애써 웃으며 손을 내젔습니다.) 빠르게 돌아가야 하기도 하고요.
...안 괜찮아보이는데. 거짓말하지 말고 이야기해봐. 무슨 일 있었어? 아니면... 화난 거야?
클라시카:(한숨 푹... 내쉬고) 아냐. 정말 괜찮아. 걱정돼서 그래.
클라시카는 당신의 상처를 살피며 이렇게 말합니다.
클라시카:너, 3일 동안 깨어나지 않았으니까…. 정말 잘못된 줄 알았어.
비아크:... ...3일이라고? (네 말에 눈 동그랗게 뜬 채 제 가슴 부근을 더듬 거립니다. 상처가 그렇게 심했던가? 역시 재생 기능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한 것 같다. 이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심한 통증을 느낄 리 없으니.) ...그 사이에 다른 임무 내려온 건 없었어?
클라시카:그래서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걸 막겠다면서 A시를 크리쳐랑 같이 날려버리겠다네...?
그래서... 우리는 빨리 빠져나오라는 전언을 받았는데...
시를 날려버릴 규모의 폭탄이 실린 헬기가 이쪽으로 오고있긴 한데...
비아크:그런데? (눈 깜박) ...무슨 문제라도 있어?
클라시카: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가 왔어.
위치는 X 제약 회사.
클라시카는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비아크에게 보여줍니다.
클라시카: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려워.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은 안 될 것 같고…….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네.
나 혼자라도 가서 구해올게. 넌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
비아크:...혼자 가겠다고? 나도 말싸움하는 시간은 줄였으면 좋겠지만, 역시 너 혼자서는 못 보내겠는데.
널 못 믿는 게 아니야, 단지... 위험하고, 시간도 촉박해. 그런 상황에서 너 혼자 두고 가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사라지게 되잖아. 최소한의 도움 정도는 줄 수는 있게 해줘. 못할 거 아니니까.
...뭐, 내가 다친 상태라서 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고, 그냥 두고 가는 게 맞겠지만.
클라시카:아니, 물론... 물론 너도 같이 가면 좋긴 한데... 그래도 길거리에 크리쳐들도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너도...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닌 것 같아서. 여차해도 혼자 죽을거 같이 죽을까봐 그러지. (미안한듯, 혹은 면목 없다는듯 제 뒷통수를 좀 만지작거린다.)
비아크:...미안해 하지마. 동료고, 지금까지 네가 내 뒤치닥거리 해준 게 얼만데. 이 정도 돕는 건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미안한 표정보다는 웃는 쪽이 더 보기 좋아. (가볍게 이마를 콩. 맞대었다가 떼어낸다.) 너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게 생존률은 높잖아. 네가 생존자 구해올 동안, 주위 크리쳐 상대는 내가 하고 있어도 되고. (저번 같은 실수는 안 해보도록 할게. 믿어줘.)
클라시카:괜찮으려나...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저가 뭐라고 계속 이러는가 싶지만... 그래도 소중한 동료고 파트너니까. 그러니까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겠네. 저번처럼 실수하면 이번엔 정말로, 정말로 다음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인다. 웃을 상황이 아니긴 해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이왕이면 보기 좋은걸 보여줘야지.)
비아크:...마지막이 되더라도 내 손은 놓지마. 소중한 사람 잃은 건 한 번으로 족해. 나도 그동안 내 파트너이고, 동료인 사람 원망하고 싶진 않으니까. (눈을 내려감으며 숨을 한 번 고르곤, 차분히 말을 이어갑니다.) 따라 나서는 건 말리더라도, 같이 일은 해줄 거지? (네가 짓는 웃음에, 저 역시도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쩐지 조금은 씁쓸했다. 입가에 쓴 초콜릿이라도 얹어둔 것처럼...) ...얼른 가자. 더 늦기 전에. 더 늦으면 생존자를 발견하는 것조차도 못할 지도 모르잖아. 헬기는 이미 오고 있다고 했고... 어떻게든 최선은 다 해봐야지. (어차피 이용만 당하면서 병기로 살아왔는데, 반항 한 번 한다고 한 번 더 죽이기 밖에 더 하겠어.)
클라시카:...널 보고있으면 아는 사람이 생각날 것 같아. (지나온 장소들에서처럼, 옛 추억을 이야기하듯 한마디. 몇 년인가 전에 사라진 소중한 사람을 보는듯이.) 비아크, 네가 크리쳐라서 다행이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이번에도 죽지 말고. ...살아서 가자고. 그리 말하며 당신의 등을 가볍게 팡 친다.) 그래, 어서 가자! 빨리 빠져나오라고 했지, 구조 요청을 무시하라곤 안 했잖아?
비아크:섭섭하네. 그냥 나는 나대로 봐주는 게 제일 좋은데. 뭐... 그래도 나쁜 뜻은 아니지? (그리 덧붙여 이야기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죽지 말고, 살아 돌아가자고. 있지, 그러니 나는... 끝내 너를 안고 있을게. 사라지지 않겠다고 약속해. 난, 이별의 고통이 지금의 고통보다 더 아프고 괴로울 걸 안다. 클라시카, 너는 나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의 구원이자, 시곗바늘을 돌려줄 존재를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지 않은가. 죽게 되더라도, 다시 살려줄거지. 그리 믿고 있을게.) 응, 가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꼬리 휘며 가볍게 웃는다.) 근데... 등은 치지마... 아직 아프다.... (반쯤 농담.) 가능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 테니까, 서두르자. 탈출까지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클라시카:(아직 아프다는 말에 우뚝 멈추고) ...역시 먼저 탈출... 할래? (흔들리는 시선. 지진이라도 난 것 마냥...)
비아크:아까보다 조금 더 많은 것 같네... (어떻게든 되겠지. 아까도 됐는 걸. 급하기도 급하지만, 더 부상을 입었다간 움직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손에 총을 세게 쥐고, 크리쳐를 향해 조준 후 탄을 발사합니다.)
사격(라/산)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17
큰 소리와 화약의 냄새가 가득 퍼지며 대 크리쳐 살상탄이 크리쳐를 향해 날아갑니다.
크리쳐의 시체, 육편이 흩어지며 17마리의 크리쳐가 절명합니다.
클라시카:정말이지, 이렇게나 늘어서... (곤란하다, 곤란하다. 이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곤란하다고! 총을 장전하고, 격발. 조준할 틈도 없다. 비아크가 맞지 않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며 방아쇠를 당긴다.)
사격(라/산)
기준치:
80/40/16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4
매캐한 화약냄새 위에 새로이 탄내가 덧씌워집니다. 문제 없이, 부상 없이 크리쳐 무리를 죽여냅니다.
짧은 공백을 틈타 서둘러 X 제약회사와의 거리를 좁힙니다.
허나 어느 순간부터 주위가 소란스럽기 시작하더니─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비아크:... ...!? 뭐야?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봅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길목을 가득 채우는 끈적한 점액질을 마주합니다.
뿌연 연기와 탁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순식간에 퇴로가 모두 막힙니다.
크리쳐19와 마주합니다.
비아크:...생체형 크리쳐...? (찌풀)
클라시카:이런거 정말 싫다, 그치..
비아크와 클라시카의 턴입니다.
비아크:...괜찮아, 못할 거 아니잖아. 언제나처럼 해내면 그만이야. (머리 한 번 톡, 두드려주고는 탄환을 재장전합니다. 그래요,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자비없이... 크리쳐에게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저 역시 같은 존재지만, 자신은 동시에 AOC의 대원이자, 옆에 있는 이의 동료이자 파트너니까요. 믿음에 대해 보답하는 건 당연합니다. 망설임 없이 크리쳐를 조준 후 탄환을 발포합니다.)
사격(라/산)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12
차분히 흔들림 없는 손길이 방아쇠를 당깁니다.
방황하지 않는 총구가 크리쳐를 겨누고, 쇳덩이를 발사합니다.
그 한 순간에 12마리의 크리쳐들은 이리저리 꿰뚫려 움직임을 멈춥니다.
클라시카:한다, 못한다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 물론 할 수 있고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도 없겠지만..! (목숨이 다해가는 크리쳐들을 내려다보며 철컥, 총을 다시 장전하고. 남아있는 7마리의 크리쳐를 겨눈다. 시간이 부족하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이리저리 돌아서 마주치지 않고 갈 수도 있었을텐데. 원망도 아니고 후회도 아닌 것이 복잡해짐을 느끼며 방아쇠를 당기고.)
사격(라/산)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9
남아있는 크리쳐들은 후속타에 휘말려 깔끔히 사라집니다.
저 멀리, 존재조차 희박하던 것들마저 사라집니다. 앞길을 막는 것은 없습니다.
비아크:지금 빨리 가자, 더 쫓아오기 전에!
클라시카:서둘러야겠지, 응.
크리쳐를 피하고. 그럼에도 마주하는 것들에게서는 생을 빼앗아가며 둘은 X 제약회사에 도착합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클라시카:경비실 어딘가에는 개폐장치가 있을텐데... 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거야. 내가 이쪽부터 찾아볼테니까 저쪽 찾아주라. (그리 말하며 좌측으로 걸어간다.)
비아크: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곤 반대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위험하면 소리라도 질러, 바로 갈 테니까.
클라시카:... ....개폐장치는, 찾았어? (이 조용하고 어색한 공기를 풀어보려는듯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낸다.)
비아크:...미안. 아직 아무것도 못 찾았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손을 말아 쥐고, 고개를 숙인 채다. 무슨 말 하나 내뱉지 못해, 단순하게 숨을 쉬는 것만을 반복하는 동작. 혐오한다. 싫다. 너는 내가 크리쳐라 다행이라고 했지만, 이건.) 이건 아니잖아... .... (손을 세게 쥐면 쥘수록 손톱이 살을 파고들 것만 같았다. 끝없는 자기 혐오가,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죄악감이...) ...미안해.
클라시카:(농담이라도 할까 싶어 입을 달싹이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경비실 구석에 둔다. 이 상황을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옅은 분노를 느끼며 입수을 꽉 깨물었고.) ...별거, 아니었어. ...괜찮아. 괜찮아. ...또 이렇게 괜찮아 졌으니까. (언제나와 같은 미소. 웃는 얼굴. 상황과 맞지 않을만큼 밝은 어조로 당신을 마주본다.) 이런것보단, 그, 내려가봐야지? 아, 개폐 버튼, 여기 있네. 어서 가자. 응?
클라시카가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비아크:...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귓가에 맴도는 모든 소리가 차단된 것 마냥, 제게 들리는 소리가 없었다. 제 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웃고 있는 네 얼굴과, 자신을 마주하는 시선 뿐. 시야가 흐려진다. 쓸데없는 것이 제 눈을 흐리게 만든다. 괜찮아졌다, 괜찮다. 그리 이야기하는 것임에 분명했지만, 그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어. 옆에 있던 사람에게, 나에게, 그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어.) ... ...가자.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분위기 만큼이나 제 발걸음이 무겁다. 네 옆자리는, 내가 있기엔 과분한 자리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간 또, 네게 짐이 될까 두려움이 가득해서. 몇 발자국 먼저 움직이다, 뒤를 돌아 네 손을 잡아 당겼다. 끌어안는다. 세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클라시카:(잡아당겨지는 감각에 순간 몸이 굳었다가 풀린다. 끌어안기는 정도의 압력. 딱 그정도의 감각. 고통이 동반되지 않은 것. 반사적인 반응이었는지 아니면 지난 날의 고통에 의해 학습된 반응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괜찮아, 정말로. 정말 괜찮아. 그건 사고였잖아. 어쩔 수 없는 사고. 덕분에 사람들도 많이 구했고. 죽은 사람도 없어.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고 쳐도 되는 일이야. (손을 올려 자신을 끌어안은 당신의 팔을 토닥인다.) 괜찮아. 알지? 난 네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비아크:(느꼈다. 네가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것을. 제 팔 위로 토닥이는 손길이 다정한데, 동시에 네가 나를 두려워할까, 그게 무서웠다.) ...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걸까? 모르겠어. 왜, 왜...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으니, 이걸 보지 않았다면 넌 나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거잖아. 사고였지, 사고라고 생각하고 싶어. 내 의지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지만 자책감이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너는 아팠을 테니까, 고통을 느꼈을 거고, 죽지 못한 채 또 살아남아 천장을 바라보며 다시금 삶을 이어갔겠지.) ... ...사고라도 해도, 없던 일로는, 못 치겠어... 기억할게. (내가 괴롭다하더라도, 기억해야 할 일이니까. 쓸데없는 정당성을 부여해본다. 너 역시도 내가 지켜야할 사람 중 한 명이니까. 네가 아파했던 걸 내가 쉽게 잊을 수 있을 리 없잖아.)
...고마워. 그냥, 그냥... 전부 미안하고 고마워. (네게 고마운 게 너무 많아. 그리 덧붙여 중얼거리고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내며 애써 웃는다. 너를 보며, 흔들리는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가자, 클라시카.
클라시카:(잠시 당신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기억하겠다, 고맙다. 괜찮다고, 아무 상관 없다고, 없는 셈 치자고. 그럼에도 당신을 과오를 모른 채 하지 않았지. 왜일까.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피해자의 입장이기에 그런걸까. 여전히 알 수 없다.) ...비아크. (당신의 이름을 한 번 부르고. 손을 뻗어 당신의 손에 제 손을 겹쳤다. 손가락을 감아 깍지를 끼고 조금 강하게 잡았다.) 나 정말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알아줘야해.네가 있으니까.난 괜찮아. (웃음조차 잊고 그리 말했다. 설명하기 어려웠으나 전해지길 바랐다. 자신은 정말 괜찮다고. 당신이니까. 당신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기어코, 그 결말에는. 당신과 함께일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이것이 전해지기만을 바랐다.)
비아크:(마주한 시선 끝에 있는 게 무슨 감정일 지 알 수 없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 서 있던 적이 없었을 테니, 당연할 지도 모른다. 제 이름이 네게 담길 때, 반사적으로 입가에 옅은 호선을 그렸다. 응, 클라시카.) ...옆에 있을게. 그게 마지막이든, 언제든. 상관 없으니까, 내 곁에 있을게. (조곤 조곤, 진정하려 제 모든 걸 눌러 가면 내뱉은 말들이었다. 제 손에 온기가 겹치오는 것이 시린 겨울의 하나 뿐인 따스한 빛과 같았다. 순간 피할 뻔 했던 손길이었음에도, 결국엔 네 손을 꽉 쥐게 되는 것이 자신인지라.) 걱정하지마, 나도 네가 지금 옆에 있어서... 다행이니까. 떠나지 않을 거라 약속할게.
클라시카:(부드러운 미소로 당신에게 답한다. 파트너니까. 그 파트너가 곁에 있으니까. 떠나지 않을 테니까. 그걸로 된거야, 그치?) 좋아, 약속 정말 마음에 든다. ...이제 정말- 갈까!
비아크:약속 지킬게. (고개를 끄덕이며, 깍지 껴 잡았던 손에 힘을 주며 고갤 한 번 끄덕인다. 떠나지 않을 거고, 널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테니까... 그저, 끝까지 살아남아줘. 몇 번이고 되살아 나 너를 맞이할테니까.) 응, 가자.... 더 지체하면 위험할거야.
개폐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닫혀있던 지하 문이 열립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비아크:4층 제약 연구실... (별 일 없어야 할텐데. 우리든, 신호를 보낸 사람이든... 아무튼, 누구든 말이야.) 이쪽으로 가면 되지?
클라시카:(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빨리 구조하고.. 가자.
비아크:응, 돌아가야지. (약속한 것도 있으니 여기서 죽긴 억울하지 않겠어. 그리 작게 덧붙이곤 고갤 끄덕인다. 먼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비아크:(재생속도가 과하게 느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때문이었나... 크리쳐가 아니라, 인간으로. 이제,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이제는 평범하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기대 해도 되는 걸까.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연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잖아? 하는 생각에 괜히 짜증난다... 시체를 훼손하면 안 되지만 짜증나서 순간적으로 한 대 팍 쳐요.) 이 사람... 여기 사람이면 뭐라도 있을 것 같은데. (카드키나 지도나, 뭐 이외의 다른 서류들 같은 거... 한 번 뒤적 뒤적. 해봅니다. 연구 결과 자료가 제일 궁금하긴 한데... 나에 대한 게 더 있을까?)
남자의 주머니 등을 뒤적거리고 있으면, 손에 딱딱한 것이 걸립니다.
서랍 등을 열 수 있을만한 열쇠입니다.
비아크:(열쇠구나. 일단 어딘가에 쓸 데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챙깁니다.) 다음은... (클라시카 앞이니까 올라오는 분노 꾹 꾹, 누르고... 침착하게, 서랍을 살펴보러갑니다.)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중 한 칸, 잠겨있는 칸이 있습니다.
비아크:(이거 쓰는 열쇠인가? 아까 뒤져서 찾은 열쇠 빤히 바라보다가, 열쇠로 열어봅니다. 이제 주인도 없는 서랍이잖아.)
열쇠를 사용해 서랍을 열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비아크:웬 편지...? 가족한테 쓴 건가. 아님, 상부...? (하나씩 편지를 살펴봅니다.)
비아크:...정말 대단하네, 어지간히. 이러면서 우리는 뒤지게 굴렸단 말이지... (어이가 없는지 작게 헛웃음 치고는 편지를 쥔 손에 힘을 주고, 그대로 구겨버립니다. 버리진 않고, 챙겼습니다.) ... ...난 대체 뭘 위해서 이런 거야? 뭘 위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정말, 우리를 사람 취급을 하지도 않고, 너희도 사람이 아니구나. 이렇게까지 잔인한 계획을 세워야했을까, 대체 왜. 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줘가면서까지.)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3
3
이성 3 감소
비아크:... ...진짜, 이딴 짓을 해놓고 뻔뻔하게 사람들을 위하는 척, 시를 폭파? (죽여버리고 싶게, 정말이지... 극단적으로 행동하면 그들과 다를 게 없을 텐데. 진정을 해야하는데, 감성이 이성을 이기지 못한다. 정말 눈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제 맹목적인 명령 수행은, 결국 상부의 미친 선택으로 인해 민간인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만을 낳고 만 것이니.) ...구조 요청은 얘가 보낸 게 맞긴 한 건가. (남자가 쥐고 있던 휴대폰도 한 번 켜봅니다.)
비아크:... ...미친. (고통과 유혈 사태에는 신경이 쓰이질 않았다. 구역질이라도 나올 것 같다. 너희 때문에, 너희 때문에. 상부에 연락이, 될까. 이대로가면 정말, 정말 폭탄이 떨어져서 너도 나도, 죽어버릴 것 같은데. 반사적으로 아까 손에 쥔 휴대폰을 뒤져봅니다. 해결책이라도, 있어야해..)
휴대전화를 뒤지는 당신의 시선에 메모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파라면, 분명히... ...이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비아크:... ...될 거야, 할 수 있어. (제 양손을 꼭 모은 채, 휴대폰을 손에 꽉 쥡니다. 그리고, 위로 달려갑니다.)클라시카!!!
(가야하잖아, 너를 잃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아. 소중한 이의 죽음을, 내 동료의 끝을, 네가 겪을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약속을 지켜줘, 클라시카.)
후들거리는 다리는 비아크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비아크:(너는 이런 몸으로, 몇 번의 고통을 견뎌온 거야. 이해할 수 없었던 사실들이 자신의 몸으로 겪고 나서야 하나 둘 뇌리에 박힌다. 그럼에도 너는 몇 번이고 나를 막아줬으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줄거지...? 너도 날, 믿을 거라고, 그렇게 믿을게.
위로, 위로, 더 위로.
클라시카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비아크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클라, 시카... (숨이 차올라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립니다. 여기, 있는 거지?)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클라시카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클라시카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오로지, 당신이기에. 괜찮다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클라시카는 비아크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클라시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비아크뿐입니다.
비아크:...괜찮은 거야? (네게 말을 건네도 될까, 싶었으나 가장 먼저 나온 말을 그랬다. 무슨 기분인지 알아, 네가 지금 어떤 기분일 지 알아. 네게 다가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네가 자신에게 닿는 것을 두려워할까 조심스러웠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다가간다.) 그러니까, 나 좀 봐줘... (네가 지금껏 나를 보며 괜찮다 이야기했던 것처럼, 괜찮다 이야기하며 뒤를 돌아봐줬으면 좋겠어. 괜찮을 테니, 이건 자신을 두고 가지만 말아달라며 하는 애원이다. 자책만 하지 말았으면 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한 것들에 비하면, 네가 방금 한 것은, 아프다 입에 올릴 수도 없는 고통이니.)
클라시카:(짙은 역광에 일방적인 시선을 당신에게 향한다. 당신에겐 자신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리라. 웃고있는지, 울고있는지. 아니면 무엇도 아닌 채 바라보고만 있는지. 빛을 등진 채 옥상 난간에 살짝 기댄다. 다가가지 않는다.) ...그 말은, 내가 해야지. 괜찮냐고. ...넌 어때. 괜찮아? 내가 하긴 했지만... (제 옆머리를 잠시 만지작거리다 이내 뜯어버릴 것 처럼 잡아당겼다가. 힘 없이 놓는다.) 아플텐데. 많이, 아플텐데.
비아크:(알 수 없는 표정, 그리하여 조금만 더, 한 발만 더, 다가간다. 네가 오지 않으니, 자신이 갈 수밖에. 겁먹지 마, 그게 무엇이든...) ... ...내가 물어야될 말이야. 그러니까, 대답해. 어차피 이런 상처는 쉬다보면 나을 테니까, 나는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근데 넌... 아니잖아. (하지마, 그런 거. 몇 발자국이나 다가갔을까, 봐주지 않길 원한다면 보지 않겠다. 네 손에 시선을 고정하다, 네 손을 감싸 잡으며 눈을 감았다.) 지금, 네가 더 아프잖아. ...힘들어보여서 그래. 네가... 자책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 나는. 나도, 너도... 네 탓이 아니니까.
클라시카:(가까이 다가온 당신에게 보이는 것은 옅은 미소. 기쁨보다는 슬픔, 공허함 등에 더욱 맞닿은 곁은 미소가 당신의 시선에 잡힐 것이다.) ... (잡힌 손의 온기와 작은 압력을 느낀다. 참으로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잡힌 손을 들어 당신을 조금 강하게 밀어낸다. 접근하지 말라는 의미임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내 탓이 아니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까. 됐어. ...여기서 도망가, 비아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비아크:(온기가 사라진 손을 바라본다. 옥상에서 느껴지는 바람과 더불어 온기가 차게 식어버린다. 시선을 올려 너를 보았다. 나는, 네게 어떤 사람일까.) 내가 도망가면, 넌 뭘 하려고? 두고 갈 리가 없잖아, 네가 그랬던 것처럼. (파트너를 두고 어떻게 가? 밀려도 굳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모하게 너한테 왔을까봐? 그렇게 바보같은 사람 아닌 거, 알잖아. (다만, 다가가진 않았다. 밀어내질 때, 네 표정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슬픔, 공허함, 그리고 미소. ...울고 싶지 않아?) 나를 믿지 못한다면 할 말은 없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밀어내지 마. 너와 같이 가겠다고, 약속했잖아. 크리스마스 때 연휴 때도 같이 있기로 했고, 두고 가지 않겠다고도 이야기했어. (뱉은 말을 지킬 거야. 그 뿐이야.) ...나를 믿는 거, 못 하겠어?
비아크, 나는... (자신이 기댄 난간을 힘주어 잡는다. 철제 난간의 끼익거리는 소리가 바람소리와 섞여 비명처럼 울린다.) 내가 못 믿는 건... 나야. (이내 잡아뜯긴 난간 살 하나를 내려다보다 빌딩 아래로 던져버린다.)보이는건 죄다 죽여버리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너랑 같이 가겠어. (감히, 내가. 어떻게. 너랑 같이 가겠어. 나따위가. 미안한 미소만이 지어진다.)
...미안해, 비아크. 너라도 살아야지.
비아크:그럼 너는 왜 나를 버리지 않았어? (시선을 마주한다. 곧은 시선, 네가 피하더라도 다시금 마주하게 만들 만큼 굳고, 곧았다.) 나라고 안 그랬을 것 같아? 너를 공격할 때부터, 너도 알고 있었을 거잖아. 네게 살의를 가진 채 달려든 적이 적지 않았던 거, 알잖아. 차라리 파트너 같은 거 바꿔달라고 했으면 너는 편했을 거 아니야. 차라리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몇 번이고 터트려버리지 그랬어. ...나는, 몇 번이고 기억이 날아가서 제대로 된 건 기억하지 못했어. 고통과 기억은 오롯이 네 몫이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도 못했어. (네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겨 난간에서 떨어트린다. 위태롭게 서 있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 ...혼자 두고 가지마, 난 아직 네가 필요해. 내 파트너이고, 동료이고, 지금껏 크리쳐인데도 나를 봐준 네가, 클라시카가, 필요해. (살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늘 살아왔으니, 목숨은 가벼운 편에 속한다고 해도, 제 집념이 사라지지 않는 건 아니다.) 너처럼, 옆에 있을 수 있도록 해줘. ...적어도 상부에서 뭐라고 하진 않을 것 같으니까. 인간 한 명과, 크리쳐 한 명이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 (자기들이 벌인 일인데, 내 입막음을 조건으로 내어주면 이 정도는 허락해주겠지.) 내가 준 고통 속에서 살아온 너에게, 지금껏 내가 그래온 만큼, 속죄할 기회를 줘. ...난 그렇게 살고 싶어. 내 잘못은 아직 사라진 게 아니잖아. (내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네가 필요하다고 하면,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할래? 하지만 이렇게라도 너를 잡아야지 어떻게 하겠어. 나는, 네가 필요해.)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겨도 네 곁에 남을 거야. 그러니까......우리에게 변한 건 없어.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지금처럼 살아가도, 살아도, 괜찮은 거야.
클라시카:안 돼, 안 돼 비아크.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아는데. 내가 널 때리게 될 가능성이 너무 선명한데. 내가 어떻게 그걸 무시해. 난... 상처받아도 상관 없어. 근데.. 근데, 내가 너한테 상처주는 건 안 되는 거잖아. (따뜻한 말이 오히려 비수처럼 박혀든다. 비아크, 네 말이 날 흔들어. 내 다짐을 흔들어.) 난 너한테 있어서... 어떤 존재야? 여전히인간이야? ...그럴 리 없겠지만. (생긋, 눈웃음을 지으며 당신에게 주먹을 뻗는다. 의식하지도 않은 일발. 아슬하게 얼굴 옆을 스쳐간다. 이에 맞았다면 분명, 결코. 멀쩡할 수 없을 것이.) 차라리 나 한 번만리셋시켜줄래? ...아, 진짜 이런거 부탁하는 나도 못됐다, 그치. ..또 내가 나쁘네... (리셋, 다른 말로는. 살해. 당신에게 자신을 죽이라 부탁하는 자신이 싫었다. 스스로도 당신을 죽이는-리셋하는- 행위가 너무나 싫어 늘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었던 것인데. 그런 행위를 지금에 와서 당신에게 강요한다고. 아, 정말 빌어먹게도 쓰레기같은 삶이다. 상처 없이는 곁에 있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 삶이다.) 난 차라리 변하고 싶었어. ...조금 더, 자유롭고, 상처 없는 방식으로. (깜빡, 눈을 한 번 감았다-) 지금처럼 살아가는게, 행복할까. (뜬다.) (당신을 바라본다.) 살아가도 괜찮은 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뿐인게 아닐까.
비아크:(너는, 그걸 견뎌왔잖아. 나오지 못한 말에 제 주먹을 꽉 쥐고 만다. 침착하자. 자신은 여기서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네 고통, 네 슬픔, 네 정신... 그 모든 걸 감당하기도 벅찰 너에게 제 감정까지 짊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에겐, (제 옆으로 스쳐지나간 주먹. 아찔하다. 제대로 맞았다면 정말, 네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남기며 쓰러져버렸을 지도 모르지.) ...인간이야. 인간이었던 사람이니까. 내가 이렇게 돌아온 걸 보면 모르겠어? 너에게도 돌아올 가능성, 충분히 있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도망치려고 하지마. 네가 인간으로 돌아올 때까지, 옆에 있을 거야. (크리쳐로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혹은, 영원히 있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하는 약속인 것은 너를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내뱉은 말이다. 네가 하는 말 하나, 하나씩. 너 역시도 제 마음에 비수를 꽂는다. 무슨 마음으로 부탁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자신 역시도 그랬으니까.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으나, 언제 한 번은 너에게 바랬겠지. 자신을 리셋시켜주길, 차라리 한없이 죽여서, 이 세상의 형체도 남지 않도록 해주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원망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이 너에게, 유일하게 용서하지 못하겠는 건...)네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마.* 그건 당연한 게 아니야. (상처 받는 게 괜찮은 사람은 없고, 고통 받는 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상처 받은 것을 이겨낼 끈기가, 고통받은 것을 참아낼 인내가, 이렇게 상냥하고 다정하면서, 누구보다 강한 너에게 있는 것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냥과 거리가 멀면 어때,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클텐데. 죽이고 싶지 않아. 네가 미루고 미뤘던 만큼, 나도 너를 죽이지 않으려 최선을 다할 거야. 너의 희생 덕분에, 너의 마음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 숨쉬며 네 곁에 남아있는 것이니까.) ...그럼 하나만 더 물을게, 내가 함께 죽길 바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에 해당되지 않는데. 물론 살아간다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겠지. 앞으로도 힘들 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순간에 행복할 수는 없어.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늘 시련이 닥치기 마련이니까.
변하고 싶다고 했지. 그럼 언젠가 변할 그 미래를 좇아서 살아가. 네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본 다음이라면, 네가 원하는 대로 떠나줄게.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살아. (결국 난 너에게 삶을 종용한다.) 살아줘. (아니,애원한다.) ...힘들지 않아? 죽음이 아닌, 잠시 잠에 드는 것도 회복하는 것에는 좋은 방법이야.
클라시카:(꽉 쥔 제 손을 시야에 담다가 손을 내린다. 무모한 사람. 정말 무모한 사람이다. 넌... 인간이잖아. 맞았을 때 얼마나 아픈지, 정신이 나가버리면 얼마나 아프게 때리는지,크리쳐의 육체가 어느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전부 알잖아. 그런데도 왜 도망치지 않을까. 전부. 전부 알고있으면서. 비아크, 난...) 네가 이럴 때마다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아... (주춤거리며 한걸음 두걸음 네게서 물러선다. 쌓인 감정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금방이라도 다 지워버리고싶어질 것 같았다. 이렇게나 소중한데도, 본능이 널 지워버리려고 할 것 같았다.) 비아크, 비아크... 난 네가 너무 소중한데. 넌 자꾸. 나한테. 널 해칠 기회를 만들라고 해... 너무해. 너무하잖아, 응? 이렇게 계속 말하면, 내가. 그러자고 할 것 같아? 아무렇지 않게, 그냥, 네가 괜찮으면, 좋아, 괜찮은 것 같아, 여차해도... 괜찮,지,하고... (몇마디씩 끊겨 나오는 말. 그 사이사이로 막힌 숨을 몰아쉰다. 정말로 점점 이성이 흐릿해지는 것이, 이제 곧 끝일까. 내가 너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열이 오른 머리에 눈물이 방울져 떨어진다. 혼란스럽고 죄스러웠다. 내가 너를 상처입혀서. 너무한 짓을 하도록 종용한 것이. 네 기대에 스스로의 힘으로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내가... 너에게 이런 고난을 안겨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 미안해 비아크. 비안해... 나 너무 힘들어, 상처주고싶지 않아, 금방이라도 널 해칠 것 같아서. 그래서...그래서 같이 있고싶지가 않아, 비아크...죽을래...
비아크:미안하라고 할 말은 아니야. 아까부터 이야기하잖아. 네가 한 잘못보다, 내가 한 잘못이 백만배는 더 많아. (너에게 몇 번을 아스라져도, 죽을 것 같아도 살아가려고 하니까. 그래도 네가 나에게 계속 죄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건, 내 탓이겠지.) ...미안해. 네가 날 밀어내고 싶어하는 만큼, 나도 너를 한 번은 잡아보고 싶어. (도망치는 네 모습이 낯설다. 언제든, 어느 때든 도망치지 않고 사람을 구했고, 나를 곁에서 지켜본 너라서. 이렇게까지 위태롭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라 더더욱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상처받고 고통 받는다는 일, 겨우 그 일 하나로 이렇게 내몰린다는 게 이상하고 기묘했다. 소중히 여겨주어, 그렇게 이야기해주어 감사하고, 또 기꺼웠다. 하지만 어째서 그와 다르게 네 목숨은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건지.) ...응, 너도 나도, 서로에게 너무한 말만 하고 있으니까. 그거 알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말. 너도, 나도... 서로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만 추구하는인간일 뿐이야. (언젠가 네가 나를 지워도 괜찮아. 나도 너를 못알아볼 때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언젠가 한 번만, 다시 떠올려주고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응, 맞아. 괜찮다고 대답해줬으면 좋겠다고, 너라면 그렇게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한 말이야. 이기적이지? 난 너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건 결국엔, 하나도 없었던 거야. (하지만 너는 그마저도 피해버리는 구나. 너는, 왜 내게서 너를 앗아가려고 해? 물러나고 싶지 않으나, 너 역시도 물러날 생각이 없는 거겠지. 그러니 결국,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담아버리는 것이겠지.) 미안하다고,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이야기해봤자 이미 상처야. 나한테서 너를 앗아간다는 게, 가장 큰 상처야, 클라시카. (너는 어떻게 답을 내릴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상처받지 않게 그냥 자신을 죽여버리라고 할까. 아니면, 이대로 이성을 잃고 나를 죽여버릴까. 후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너무한 짓이지?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게.) ...미안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뿐이겠지. 미안하다고, 상처를 줘서, 힘들게 해서, 이기적이어서.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으리란 결론이 나오질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도, 소중하다는 말도, 입 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 목에 가시가 맨 것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너에게 어떠한 감정도 품어서는 안 되는 게, 나에게 주는 내 벌일까.) 네 말대로라면 이게 너와 나한테 마지막일지도 몰라, 하고 싶은 말은 더 없어? 네가 리셋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인간의 몸은 유약해서, 네가 아니더라도 쉽게 아스라질 거야. 너도 알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 해. 정신 놓기 전에, 내가 네게 주문을 사용하기 전에.) 미안해, 클라시카. 힘들게 해서, 상처받게 해서, 네 결심을 무너뜨리게 해서. ...근데, 나도 그만큼 지금 무너질 것 같아. 네가 이성을 잃어가는 만큼, 나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어. (모든 효율을 내려놓았다. 이성이 아닌 감정만이 자신을 휘두른다. 그렇게, 입가에 쓴미소를 그리고 만다. 너와 같은 슬픈, 공허한, 한 치의 기쁨도 담기지 않은 그런 미소를.)
클라시카:(이어지는 말과 눈빛에 입을 달싹인다.) ...왜 나한테 잘 대해줘? (이러지말지. 이렇게 상냥하게 자꾸 기회를 주면 계속 고집부리고 싶어지잖아. 정말 내가 아직 인간인 것 같잖아. 실제론 뭣도 아닌 크리쳐 주제에. 크리쳐인 내가. 네게서 소중한 인간 클라시카를 빼앗아간건데. 내가 아니었으면 너도 아무 고민 없었을텐데. 그런데도 너는 또다시 사과를 입에 담는다.) ...미안해요... 내가... (두어걸음 더 물러선다. 불현듯 당신이 저를 혐오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야 당신은. 당신은... 크리쳐를 싫어하잖아. 그런 생각이 들자 다리에 힘이 빠진다. 쓰러지듯 난간에 기대어 주저앉는다. 당신에게 손을 내밀고싶었다. 일으켜달라고. 혹은 안아달라고. 하지만 염치가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는 없겠지. 결국 빈손을 그러쥐고 제 앞에 모을 뿐이다.) ... ....하고싶은 말... ...나, ... 나 미워하지 마...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네게 손을 뻗어본다. 제발 잡아달라고. 어차피 크리쳐 따위인지라 운이 좋으면 살아남겠지마는, 혼자가 되었다가는 정말로 죽어버릴 테니까. 상황에 의거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래, 마음이. 감성적으로. 너무 외롭고 불안정해서 죽어버릴 테니까.) 내가 필요하지 않게 되어도, 같이 있어줄 수 있어? 같이 죽는거 말고. 한 쪽을 죽이는거 말고. ...같이 있어줄 수 있어?
비아크:...글쎄, 왜일 것 같아? (되려 너에게 묻는다. 이미 알고 있지만, 확인하고 싶은 거야? 너는 나를 지키려 밀어내고,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그러니까,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답은 쉽게 나올 거다. 입에 담지 않는다.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네가 지금처럼 불안정할 때 말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미안하다고 하지마, 난 정말로 괜찮으니까. (그렇게 생각 하고 있다면, 너는 나를 원망했었나봐. 인간인 비아크를 빼앗고, 크리쳐로 되돌아왔던 나를. ...그런데, 네 모습은 원망한 사람의 태도는 아니었다. 모든 걸 거꾸로 생각해보면 쉬울 텐데, 계속해서 스스로를 미워하려, 자신에게 미움이라도 받으려 애를 쓰는 듯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썹이 아래로 쳐진다. 가여웠다. 너에 대한 혐오는 조금도 없었다. 너를 이렇게 만든 제가 싫었다면 싫었지. 주저앉은 너를 바라보는 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나. 마주 앉은 너는 알고 있니? 허공을 바라보며, 엷은 입김을 내뱉는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곤, 네 앞에 쪼그려 앉는다. 미워하지 않는다. 너도, 크리쳐도... 아니,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라는 게 맞겠지. 결국엔 모두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니까. 나 역시 사람이었고, 크리쳐가 되었지만, 결국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희망은... 놓기엔 너무 가까이 있잖아. 제 앞으로 뻗어진 손에, 망설임없이 그 손을 맞잡는다. 어린 아이와 같아 보이는 모습이, 불안해하는 모습에 자신이 지금 해야할 것은, 제 온기를 나눠주며 너를 안심시키는 것 뿐. 거창한 말도, 번지르르한 계획도, 모두 필요 없지? 맞잡은 손을 바닥으로 내리며, 그대로 너를 조심히 끌어안는다.) ...응,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 나는, 네가 정말 소중해. (파트너로서,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클라시카 너라는 존재로서. 그러니 스스로를 버리지 말아, 너는 너 자체만으로도 내게 충분한 의미가 있어.) 절대 미워하지 않을 거야. 죽지 않도록, 네가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줄게.
그러니까... 자책하지 말고, 미안해 하지마, 내가 네 곁에 남는 걸. 네가 내 곁에 있는 걸, 그것들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먼저 놓을 리는 없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같이 살아갈게. 약속해. 나를 믿어줘.
클라시카:(이유따위 알 턱이 없었다. 당장은 그런 것에 대해 머리를 굴리기보다는 당신에게 미움받고싶었다.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려지고싶었다. 그리 된다면 마음이 편해질 테니까. 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고 전부 놔버릴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포기당하고싶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붙잡히고 싶었다. 미워하지 않았으면 했고 차라리 동정했으면 했다. 두려움 뿐이었다. 잘게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입을 막는다. 무슨 말이라도 튀어나가지 않게끔 해야했다.) ...약속이야? (작게 입을 열었다. 약속인가? 너무도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아직 자신과 약속을 해줄 수 있는지. 자신은 아직 당신과 약속을 할 수 있을만큼 괜찮은 존재인지. 이전의 약속 또한 같은 약속이란 이름 아래 유효한 것인지. 아주 사소한 것 하나조차 모두 확인받고싶었다. 당신은 오롯이 당신이기에, 당신에게 대해 안다 하여도 당신 스스로만 못할 것이기에. 그 모든 것을 의심해야했다. 아니, 의심하고싶지 않았다. 단지 증명받고싶었다. 아직,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그 축일에. 기쁜 날에.) 널 믿지 않을 리가 없잖아... (늘 믿지 못하는 건 스스로였지.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그 밖의 것들을 억지로 의심하고 눈 밖으로 밀어냈다. 이젠 그마저도 당신의 온기로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닿아있음으로 알게되는 것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믿어, 비아크. ...그래도 여차하면 죽여도 괜찮아. (그러니까, 여차하면 말이다. 방법이 없으면. 이전의 강요같은 이야기와는 달랐다. 그저... 그러니까... '최후의 보루'였지. 농담일 수도 있었고.) 다시 살아나서 곁에 있을테니까..
비아크:응, 약속이야. 그러니 너도 포기하지마. (제 귓가에 조용히 울린 말이 기껍다. 되물어주는 네 말이, 자신을 믿어보겠다는, 약속을 망므에 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살며시 등을 두드린다.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내가 싫어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면, 내게서 도망가려고 하지마. 아직 너를 안고 싶었다. 제 곁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싶었다. 소중한, 사랑하는, 그래서 지켜주고픈 너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나에게는 삶의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우리 둘의 마음이 앞으로 불편해질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서로를 놓기에는 이미 서로에게 차지한 자리가 제법 크지 않은가. 미워할 수 없어. 원망할 수도, 혐오할 수도... 당장은 네가 소중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응, 그거면 됐어. 네가 나를 믿는다면 된 거지. (정말 그거면 됐다. 네가 믿는다는 대답 하나면, 앞으로 널 지키고 함께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나. 너에게 기억이 남아있고, 자신의 곁에 있으며, 이렇게 마주 안고,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간의 약속을, 앞으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내가 너를 믿으니까, 나를 믿는다면, 너 역시도 믿어. 알았지? 무서워하지마, 나도 나를 지킬 힘은 있어. (이렇게, 닿고 있다. 우리는 아직 멀어지지 않았다. 곁에서 함께 했고, 서로를 위하여 밀어내도 결국 다시 되돌아오는 이야기. 그렇게 되고 싶지 않더라도, 결국엔 감정에 이끌려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 네가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 해도 그 빈자리는 내가 너를 아끼고, 네 삶을, 숨을 아껴주어, 보듬어줄테니. 괜찮을 거야. 몇 번을 되물어도 같은 대답을 내어주겠다. 너를 믿는다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함께, 살아가겠다고.)
...그건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의 이야기야. 몇 번이고 네가 깨어날 때 옆에 있어줄게. 그러니 눈 감는 걸, 나를 못 보게 될 걸 무서워하지마. (네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가볍게 이마를 맞대며 눈을 내리감는다. 네 곁에 있다고. 눈을 감아도 좋다고.)
(...) 클라시카, 우리 당분간은... 적어도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제 품에 기댄 너를 세게 끌어안고는, 조심스레 안아올립니다.) 아무것도 하지말자. 회복에 전념해야지. (그리고, A시에서 벗어납니다. 본부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도구처럼 부려먹는 게 가증스러워서.)
클라시카:(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 당신을 꾹 껴안아본다. 갑갑하려나. 그렇겠지.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 뭐야, 일 나기 전까지 계속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언젠간 움직일 때가 오겠지만.. 그 전까지는 말이야.
비아크:그래. (상부의 명령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네. 이마를 콩, 소리가 나게 살짝 부딪혔다가 떼고는 웃습니다.) 큰 일이나서 부른 게 아니라면, 잠적이라도 해버려야겠네.
잠적 좋네. 어차피 떠날 거라면 잠적해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연락책도 망가뜨리고. 응, 괜찮은 것 같아. (당신을 놓아준 후 잠시 떨어져 빌딩 너머 도시를 바라본다.) 이제 정말 떠날까?
비아크:응, 가자. (상부 명령은 당분간 무시해버리라지. 그만큼 부려먹었으면 이 정도의 휴가는 줘야할 것 아니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작게 숨을 한 번 내쉬며 발 아래 도시를 바라보고는, 작게 미안하단 말을 중얼거린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조금 더 일찍 막지 못했으니.) 나중에, 바다도 같이 가보자.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예쁜 곳으로.
클라시카:어디든 좋아, 너랑 함께라면. 전부 무시해버리면 어디라도 갈 수 있겠지. 그러니까, 꼭 예쁜 바다를 보러 가자. 그것도- 둘이 같이! (가득하던 고민과 근심을 떨쳐낸 모양새로 맑게 웃곤 당신을 안아든다. 도망치려면 뛰어내리는게 왕도지? 그러니까-)
클라시카는 비아크를 안아 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클라시카와 비아크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클라시카:달릴 수 있어?
평온한 어조로 클라시카가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비아크, 당신은 최강의 인류잖아요?
비아크:응, 물론 얼마든지.
달칵, 비아크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