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크:(까득…. 짜증나….)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두 눈 흉흉하게 뜬 채로 철창을 붙잡으며 바깥에 있는 소장을 바라본다.)
소장은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합니다.
당신의 말에 크게 움찔할 뿐,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아크:…오늘 전체적으로 건물 내부에서 상태도 이상했잖아!!!! 이러는 이유가 뭐야?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데? 진짜 미치기라도 한 거야? (…상관에게 대드는 군인... 이거 괜찮나?...)
소장:AOC는 옳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지자면 먼저 배신한 쪽은 당신들 아닙니까.
비아크:너네가 보기엔 저게 옳은 일이야? 아무것도 안 한 사람한테 크리쳐 사살탄 쏴서 죽이는 게? 너네 그렇게 잘하는 것처럼 방송해서 사람들한테 소문 한 번 제대로 내보지 그래? 지금 AOC 요원들 가둬놓고 쏴죽인다고. 옳은 일? 퍽이나. 너네가 추구하는 '옳다' 라는 게 대체 뭐야? 아님, 우리 쪽에서 알고 있는 거 제대로 소문이라도 내줘? (쾅, 철책을 한 번 세게 내리친다. 1년 전 그 일은 아직 잊지 않았다…) 뭐 때문에 이런 걸 하는 거냐고… 나랑 얠 함정에 빠트려서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는 있을 거 아니야, 안 그래?
소장:"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죠."
아무리 둘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AOC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저 태도를 고수할 인간입니다.
소장:"AOC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킵니다. 그것을 위해 존재합니다."
비아크:…얘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너네가 제일 잘 알텐데. 그리고 얘는 AOC 대원 아닌가? 떡하니, 군복도 입고 있는데? (하하. 아 진자 미친 놈들이네, 이거…) 어쩐지 윗선들이 정신이 훼까닥 했단 소문이 돌더라니…. 진짜 세뇌라도 당한 거냐? 미친 거야? 누가 협박이라도 하디? 아님, 또 이상한 짓거리라도 꾸미고 있는 거냐고…. (오늘 하루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내 평화롭던 일상을 깬 값은... 반드시 치루게 만들어 줄테다.) 그래서, 도시는 지금 안전해? 그게, A도시를 통채로 없애라고 한 작자들이 할 말인가...?
소장:"당신은, 당신들은 모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저희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AOC 전체를 수단이라 봐도 좋습니다. ...그 단체를 무너뜨리려는 자를 제거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죠."
"언젠가 감사할 날이 올겁니다."
비아크:…감사할 날이 올 거라고? 하, 네 멋대로 일반화하지 말고 정확히 얘기하라고. 클라시카는 왜 죽였어? 크리쳐라고? 걔가 지금, 너네한테 피해준 거 있어? 오히려 인질들 데리고 협박한 건 너네 쪽 아니었나?/ (주먹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두루뭉실하게 얘기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해, 납득 가능하도록..... 그 단체라는 게 뭐고, 지금 너네가 뭔 짓을 꾸미고 있는 건지, AOC를 수단으로 본다는 말은 또 뭔지!!!! 윗선 말 따르니까 우리가 고분고분하게 너네 말만 듣는 장기말인 줄 알아?
소장:"설명을 해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 차라리 절망하지 않아 좋군요."
저도 그 얘기를 듣고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고 했습니다만.... ...설마 이런 식으로 덮으려 할 줄은. (가만히 눈을 내리깐다.) 동료들에게 뒷통수를 맞을 줄이야.
비아크:… (그 난리를 떨었는데 안 밝혀진 게 이상하긴 하지.) 하, 그래서… 소장이 AOC 대원들을 다 모아다가 가둬놨다? 이런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시체 한 번 보고, 이를 다시 한 번 빠득 간다.) …윗선들이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도 돌던데. (뜸) 아론, 혹시 소장이 얘기하는 '단체'나, '수단'이라는 게... 뭔지 알아?
아론 릴리:이게 관련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AOC의 과도한 크리쳐 실험이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연구가 신을 부르는 소환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나...
그 신이 바라는 것은 신앙이 아니며, 부르는 소리에 찾아온다. 라고.
하지만 그 신의 존재에 인류는 멸절할 것이라고요.
아마 그걸 막기 위해 이제껏 만들어둔 대원들을 갈어넣겠다... 이런 거 아닐까 싶어요.
비아크:…아 진짜 뭔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이 다 있어?
사람 갈아넣으면 뭐가 다 해결되는 줄 아나…. (지끈!) 굳이 할 거면 제일 격 높으신 우두머리를 바쳐야지…. (이런 말.)
아론 릴리:정부 측에서도 꽤 난리가 난 것 같은데, 못들어보셨... 아. (지난 1년간 당신들은 이곳에 없었지.) 그게...
정부 측에서 그 신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겨우 사흘 전에 알게 됐대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었고, 협상을 할 상대도 아니고.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하던데.
비아크:…감이 안 잡히네, 정말……. (지들이 잘못한 일에 굳이 굳이 우리를 갈아서 해결하려고 하는 발상부터 저 미친 자식들은 우릴 인간으로도 안 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장기말 정도로만 보는 모양인데.) 프로젝트…. …혹시 마법진 같은 것도 그걸 위한 건가…. (하…)
아론 릴리:그렇지 않을까요...? 신이 내려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자신들이 살아날 틈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버림말을 살려두는 이유로는 충분하겠죠. (아, 착잡하다.)
비아크:…내가 죽더라도 쟤는 죽여야지…. (작게 중얼 중얼)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 아론. 너도 정신 없을 텐데…. (신에 대한 자료같은 거라도 알아볼 수 있으면 알아봐야하나. ……신이랑 싸울 수 있을 리는 없고. 하…. ……) 아, 혹시… 아래층에 크리쳐도 인간도 아닌 것들 엄청 나오던데, 그거에 대해서 아는 건 따로 없나?
아론 릴리:아마 그게 신이 오고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해요. 간부들 이야기를 슬쩍 들어보니 차원이 어쩌고... 수하가 어쩌고...
비아크:………망할,
(소장 개자식아!!!!!)
대화를 나눈 뒤에도 클라시카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클라시카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비아크는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클라시카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비아크:…누구야?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비아크를 응시하고 있습니 다.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모노클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비아크:(…아는 사람이던가?)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저희 종족을'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로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아래쪽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당신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비아크:… (잡힌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만지작거린다.) …이미 개판이 되어버린 세계라서 떠나는 거네, 결국…. (멸망을 앞둔 이 곳이라서, 당신이 사랑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돕기보다는 도망치는 것이나 다름 없잖아. 알파, 알파라… 언젠가 부터 깨어날 때마다 종종 잃어버린 기억이 존재했던 시절, 나도 모르게 달려들어 누군가를 공격해버릴 뻔했던, 몇 번이고 죽어도 되살아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나는 웃었나? 웃을 수, 있었나? 이 일에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손에 있는 두 물건을 빤히 바라보다 주먹을 세게 꾹 쥔다.) ……하나만 묻지. 멸망을, 신을, 막을 방법은, 없어?
소장이 얘기하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인신공양 말고, 제대로 된 해결책 같은 건… 없는 거냐고….
???:없습니다. 가능했다면 예방이 아닌 해결법을 연구했겠죠. 저희처럼 미력한 것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물로 드렸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정리한 후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이 세계가 클리셰 SF의 세계를 닮았다 해도 크리쳐인 당신이 그어그어- 하고 울지 않았기 때문에 만들어낸 최후의 보루입니다.
손에 쥔 차가운, 새파란 수정이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것의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열쇠는... 이 철책의 열쇠처럼 보입니다.
비아크:(나가라는 건가… ……클라시카는 회복하는 데까지 오래 걸릴 것 같고. 힐끗 쳐다본다. 착잡함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돌아오면, 기뻐하면 되는 거겠지. …이렇게 누워있을 때 말고, 제대로 일어났을 때. 열쇠로 철책의 문을 열어봅니다.)
철책은 가벼운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의문의 인물, 미고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습니다.
...
클라시카가 정신을 차렸는지 움직이는 기척이 납니다.
비아크:……!! 클라시카! (눈 동그랗게 뜨곤 다급하게 앞에 반무릎 꿇고 앉는다.) 괜찮아? 정신이 좀 들어?
클라시카:... (제 가슴깨를 몇 번 더듬다가) ...어떻게 된 거야...?
비아크:……한 마디로 요약해주자면, 소장이 군인들 데리고 와서 널 쐈어. (…개자식들.) 인류를 위해서니 어쩌니, 그런 소리만 늘어놓더라.
함정인 걸 알고 온 거긴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몸은, 괜찮아?
클라시카:몸은... 응, 괜찮아. 평소보다 좀 무거운 느낌이긴 한데... ...그렇구나. (깊은 한숨을 내쉬곤 비아크를 꾹 끌어안는다.) 지독한 사람들이었구나.
비아크:…… (끌어안기자 그대로 어깨에 고개를 툭, 묻는다. 그래… 이래보여도 꽤 무서웠다지. 무엇보다도 너를 잃을까봐, 정말…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사람이 어떻게 되든 자신들이 무사하기 위해서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이라서. 잠시 몇 초 그러고 있다가, 말을 잇는다.) …클라시카, …너,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는 걸 지도 몰라. (1년 전에, 내가 있던 상황이랑 비슷해보이거든….) …그러니까 무리하지마. 피할 수 있는 건 피해.
클라시카:인간으로… 상황이 점점 나빠지네. (이런 상황에 할 수 있는 농담은 아니지만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괜찮아, 괜찮을거야.) 그 외에는? 그냥 나 죽이고, 가둬놓고...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어? (끌어안은 채 얼굴을 부비적댄다. 무서워하지마. 언제나 그랬듯이 해결 될 거야. 그렇지? 함께잖아.)
비아크:(…인간으로 사는 게 더 익숙하잖아, 그래도. 그리 이야기하며 나지막히, 영생보다 언젠가 끝맺을 수 있는 유한한 삶이 더 나을 지도 모르지…. 우린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고, 삼켜왔으며… …전장에서 너무 많은 피를 흘려왔으니.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래, 늘 하던대로, 함께 나아가면 그만이지….) …아, 하나 있긴 했었는데… 누가 찾아왔었어. 미고,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잠시 눈 꿈벅이다가 손에 쥐었던 것을 보여준다. 푸른색 수정 구슬.) 이거랑, 열쇠를 주고… 갔어. 자기가 크리쳐를 만든 장본인인데, 알파인 나한테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클라시카:(등을 몇 번 두드리고 쓸어내려준 다음 살짝 떨어진다. 각오를 다진 눈으로 당신을 응시한다.) 미고... 그 자가 학회의 낯선 이인가 뭔가하는 사람이었으려나. (푸른 수정구슬을 내려다보다 당신의 손을 가만히 쥐어준다. 수정구슬 탓에 꽉 닫히지 않는 손 위에 제 손을 겹친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뭐 그런건가.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가지고 있어야 해, 알았지? 무슨 마음인지는 몰라도 어디 망해봐라, 하고 주진 않았을 거 아냐. ...아무튼 너한테까지 해코지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생긋이 웃으며 당신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준다.) 그럼 이제 뭘 해야할까... 그 수정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비아크:나도 잘은 모르겠어, 그래도… 이게 무언가 도움이 된다면 좋을 텐데… (그래도 무언가 도움이 된다면, 정말로 그런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라도 있지 않겠어. 그 사람, 그렇게까지 클리셰 속에서 빛나는 사람을 사랑했다는데. 가만히 네 손길을 받다가 눈을 잠시 내리 감았다가 뜬다.) …일단 나갈까, 철창도 열렸으니까… 계속 여기있으면 얌전히 멸망 맞는다는 소리밖에 더 돼. (시선 맞추다가 손에 쥔 구슬을 만지작거리고.) ……뭐라도 해볼까, 우리. 신한테 인간이 덤벼봤자 얼마나 발악이 될 진 모르겠지만 말이지. (큭큭) ……그래도 난 이왕이면 살고 싶거든, 너랑.
...나도 그래. 너랑 같이 앞으로도 살고 싶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체조로 몸을 푼다. 철책 안에 쓰러진 대원들은... 어련히 깨어나서 자리 찾아 가겠지.) 내가 생각이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말이야.
비아크:(자신 역시도 일어나서 무기들 챙겨두고, 짧게 심호흡을 두어번 한다.) ……응, 얘기 해봐.
클라시카:역주문을 발동시켜둔 곳이 여기랑 22층 뿐이었잖아. 근데 여기는 함정이었고. 그럼 22층에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그 상자를 옮겼을 때도 뭔가... 뭔가였고. (곰곰...)
비아크:아… 그럼 한 번 내려가보자. 이번엔 엘리베이터 써도 되려나…. (잠시 무언가 생각난 듯 멈칫… 소장 어깨에 총알 한 발 쐈다는 건 그냥 비밀로 해야지…) 상자 제대로 열어봤던 것도 아니니까, 한 번 가보자.
클라시카:(빤히.... 비아크 본다. ...뭔가 숨기나?) 아마... 괜찮지 않을까? 소수의 인원이 다수를 상대할 때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영화에서 그랬어. (그리 말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 누른다.)
비아크:…저, 그러니까.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될 지, 순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굳이 태워달라는 말보다는, …지금 이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막을 방법만 좀, 알고 싶은데요. (알고 있나요? 이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관리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무엇이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솔직히 이대로 멸망하게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요.
-관리자-:[검색어, 연구를 막을 방법. ...검색중.]
[해답.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관리자-:[아시다시피 이곳은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 통칭《인류 생존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킨 후에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됐죠.]
비아크:...그러니까, 막을 방법이 단 하나도 없다고요? 정보와 아이들만 빼내는 이유는요? 정보를 줄이고 사람을 태울 수도 있잖아요. 왜…
-관리자-:[인류의 존속을 위해서입니다.]
[이 아이들은 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들로 선별되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세계의 권력자, 정치인들은 자신의 생존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택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나기에 부족하지 않을 지식 또한.]
[흥미롭지 않나요?]
비아크:... ...하하, 진짜… 망할 놈들이 연구만 하지 않았어도…. (입술을 짓씹고는 헛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니까, 너희는, 이게 정말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거지….) …이런 정보와 함께라면 미래에 또 같은 일이 반복될 지도 모르겠네…. (작게 중얼거린다.)
-관리자-:[크리쳐 연구에 대한 것은 검열되어 싣지 않았으나... 그렇군요.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나갑니다.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 없는 것을…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
-관리자-:[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그 말이 끝나자, 비아크와 클라시카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비아크:...클라시카, 있지. (시선을 한 번 굴리다가 입꼬리 올려 웃는다.) …넌 어떨 것 같아? 나는, 아직― (짧게 숨을 들이쉰다. 우리가 숨 쉬고 내뱉는 이 곳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너와 내가 처음 마주해 지금까지 함께한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 기회고 승산이고 솔직히 있을 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어차피 우리가 시작한 곳이 여기라면, 끝맺음 짓는 것도 이 곳인 게… 나쁘지는 않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넌, 날 따라올 것 같거든. (잠시 뜸 들이다가, 가벼운 투로 덧붙인다.) 뭐, 낭만적이지 않아? 함께 맞는 멸망이라던가, 그런 거.
클라시카:비아크. 난... (잠시간 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다 그 뺨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댄 후 입을 맞춘다. 지독할 만큼 짧고 가벼워 굿나잇 키스를 떠올리게 하는 감촉이다.) 네가 바라는 모든 걸 긍정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내가 바라니까.
클라시카:낭만적이게, 우리답게 가자. 내 빛, 내 등대지기. 인간이 아닐 지언정 우리는 영웅의 이름을 받았으니까.
비아크:(입술에 닿은 온기에 눈을 내리감았다가 뜬다. 그리고 잠시 침묵. 이어지는 건, 소리내어 웃는, 짧고 가벼운 웃음.) 하하… 그래. 나의 하나뿐인 빛. (네 목 뒤로 팔을 감싸며 짧게 입을 맞추었다 떼고, 이마를 맞댄다. 나는 너를 믿어. 그러니, 너 역시 나를 믿고 우리 답게, 우리가 하려는 일을 하자. 세상의 멸망 같은 거, 와닿지 않는데 어떡하겠어. 나는 너와 함께 맞는 미래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따위 아깝지 않은 걸. 너와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걸. 그러니까,)
…응, 가자. (내가 지독하게 사랑하고도 아끼는, 믿어마지않는 나의 유일에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언제나 운이 좋았던 우리인 걸.)
안심하세요.
어느 쪽도 해피 엔딩이 아니며, 어느 쪽도 배드 엔딩이 아닙니다.
그야, 당신의 선택인걸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선택일 뿐입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합니다.
가장 빠르게 '그것'에 닿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하는 중인 아론과 그의 파트너, 니샤입니다.
둘 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니샤 아메트리스: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아론 릴리: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니샤 아메트리스: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할게요. 가장 먼저 이변을 알아차린 분들이니 믿는 거예요.
비아크:니샤, 아론… …응, 고마워. 최선을 다할게. (그래, 가장 먼저 발 빠르게 도망쳐놓고 돌아와서 하는 일이, 사람들을 돕는 거라니… 어찌보면 웃브다.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리고는 고갤 끄덕였다. 창가 앞으로 내려온 사다리를 붙잡는다.)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1년전 그날처럼 전투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 었던 서로가 등뒤를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최종전의 시작입니다.
순서는 비아크-클라시카-무지성의 신으로 고정합니다.
무지성의 신은 라운드당3회 공격합니다.
그럼 인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비아크의 턴입니다.
비아크: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1
쏘아낸 총탄이 거대한 몸체에 들어박힙니다.
24의 피해.
클라시카: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17
클라시카:(하핫)
(...미안)
비아크:(...) 정신 차려!!
신의 모습에 얼이 빠졌는지 장전을 깜빡합니다. 바보.
무지성의 신이 몸체의 조각을 꿈틀댑니다.
무지성의 신 ~아자토스의 찌꺼기~: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0
꿈틀거림은 단순한 하나의 움직임으로. 위협 외의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검은 물결이 하늘을 뒤덮어갑니다.
비아크의 턴입니다.
비아크: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65/32/13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1
탕!! 경쾌한 소리가 총알을 쏘아냅니다.
거대한 몸집은 맞추기 쉬운 표적입니다.
21의 피해.
클라시카의 턴입니다.
클라시카: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9
이번에는 제대로 확인했어요. 그리고 거체를 향해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당깁니다.
19의 피해.
무지성의 신이 안전지대를 바라봅니다.
무지성의 신 ~아자토스의 찌꺼기~: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3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피해:
38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1
클라시카:(지상을 난자하는 꿈틀거림 속에서 비아크를 감싸안고 바싹 엎드린다.괜찮을거야. 그치, 비아크?죽어감에도 자신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 괜찮다고 서로를 다독인다.)
....이러는 건, 제발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어, 클라시카... (닿을지 닿지 않을지 모를 나지막한 속삭임. 어쩔 수 없다.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도 너와 내 의지에 반하는 일이 되어버릴 테니까… 어떻게든 살아서, 그렇게, 한 번 더… 내일 뜰 태양을 볼 수 있기를. 힘낼게. 이길 수 있도록. 우리가 살 수 있는 내일을 위해서.)
단 두 번, 꿈틀거림이 지상을 두드리면.
세계는 조금 더 멸망에 가까워집니다.
당신 눈 앞의 어떤 대원의 목숨 또한 두 번이 끊어졌다 다시 트입니다.
문명과 비문명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비아크의 턴입니다.
비아크: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3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 너머로 방아쇠를 당기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13의 피해.
클라시카의 턴입니다.
클라시카: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80/40/16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6
서둘러 자세를 다잡고 격발합니다. 거체의 꿈틀거림을 눈에 담습니다.
16의 피해
무지성의 신이 여러분을 굽어봅니다.
무지성의 신 ~아자토스의 찌꺼기~: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피해:
36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피해:
42
꿈틀거림
기준치:
30/15/6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피해:
41
검은 일렁임이 넓고 깊게 퍼져 하늘을 집어삼킵니다.
비아크의 턴입니다.
비아크: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아, 어디가 몸체고 어디가 일렁임이죠? 맞출 수 있음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맞은 곳은?
클라시카:(불온한 흐름에 제 귀를 막다 비아크를 발견한다. 그래. 자신이야 괜찮겠지. 괜찮아. 그렇지. 괜찮다고 말해줄래? 비아크의 귀를 막고 입모양으로 전달합니다.)
'다 괜찮아질거야.'
비아크:...클, (불안함에 흔들리는 동공. 죽지마. 죽지마… 제발 내 앞에서 늘 눈을 뜨고 돌아와. 영원히 눈 감는 짓은, 언젠가 날 혼자 둬버리는 짓은, 하지 않을 거지. 그럴 거라고 믿어, 나는, 내 불안은… 늘 너로인해 해소된다. 응, 괜찮아... ...미안해. 너를 힘들게 만들어버려서. 그럼에도 의지는 확고하다. 이겨내야지. 지켜내야지. 너라는 사람을, 너와 함께한 이 세상을.)
비아크:(...잠시 허공을 바라본다. 나는 있지…) 처음에는 살고 싶어서. (무게감이 있는, 제 안에 쓰러져있는 이를 끌어안는다.) 그 다음엔 함께 살고 싶어서…. (그러다보니까,) 결국 내 안위를 포기해보더라도 지키고 싶어져서…. (내 사람을, 내 일상을, 내 세상을. 나는 있지.) 거창한 영웅 같은 게 아니어도 돼. 그저 내가 살아온 세상만 있으면, 내 사람만 있다면… (그걸로 족할 테니까.중간 중간 금빛이 섞인 흰 머리칼을 매만지다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래서, 너에게만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영웅이고 싶었다지.)
비아크:(내가 이렇게 되면 슬퍼할까? 녹아내리는 것을 바라본다. 뜨겁네... ...있지, 언제가 돼도 좋으니 다시 만날 수만 있게 해줘. 그거면 돼. 짧게 앓는 소리를 내며 겨우 올리던 입꼬리가 떨린다. 수정의 열 때문에 내 눈가에 몰려오는 열기운조차 난 느껴지지 않아서… 함께 하고 싶어도, 이게 최후의 수단이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괜찮아. 할 수 있어.)
비아크:내가 살면서 영웅이 될 일이 얼마나 있겠어… (비관적으로 생각하던 머리가 이제는 새하얗게 물든다. 그러니, 단순하게, 직관적으로, 그저 눈앞에 있는 것만을 좇는다. 우린 함께 싸웠고, 도망친 적도 있었지. 결국 사람들을 구하러 돌아왔고, 또 다시 피를 맞으며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세상을 구하러 발을 딛는다는 건 바보 같기도 해. 누가 알아준다고. 한 순간의 영웅이 될 뿐일 지도 모르는데. 있지, 클라시카.) 사랑해. (네가 살아갈 세상을, 너를, 함께한 일상을...) 너는, 나에게 유일이자 행복이었어. (어쩌면 내 선택은 세상이 아닌 너만을 위한 걸 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