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로미오] | 정각의 교차로
TRPG PlayLog/Cheon-O

정각의 교차로

"시간이 멈추면, 우리 다시 만나자."

W.수연

 

(시나리오 원작 : dear-heresy.postype.com/post/5730442)

 

 

 

kpc. 천오

 

아란님 커미션

 

 

 

 

pc. 이미로

 

*본 포스트는 자작 캐릭터들로 플레이한 '정각의 정차로'를 백업한 로그입니다.
* 키퍼링을 하다 생긴 개변으로 원작 시나리오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신 분들은 해당 로그를 읽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이하부터는 플레이로그입니다.

 

 

 

 

 

 
정각의 교차로
 
 
W. 수연
 
kpc. 천오
 
pc. 이미로
 
Ⅰ. 정지한 교차로
 
깜빡, 깜빡, 깜빡…
 
교차로의 신호등이 새파란 눈을 깜빡입니다.
 
‘그 사건’은 홀연히 일어났습니다.
 
폼페이의 그 날처럼
 
길을 가던 사람도,
 
도로를 내달리던 차도,
 
꼬리를 치 던 개와 날갯짓을 시작하던 새마저
 
모두 다 희게 굳어,
 
멈추어 버린 것입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면,
 
새빨갛게 빛나는 붉은 등과 눈이 마주칩니다.
 
희 멀건 잿빛 세계에 홀로 붉은 것이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네, 그래요.
 
믿을 수 없게도 미로는...
 
멈추어버린 세계에
 
혼자 버려졌습니다.
 
이미로, SanC
 
이미로:... ... 꿈인가?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끄덕..) 꿈이네.
 
이성 감소 없습니다.
 
꿈인건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미로:그러니까... 이건 꿈이고. 나는...
(주변을 슥 둘러봐) ... 뭐하는 중이였더라.
 
지금 미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건지는
 
돌이켜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야 이 아침에 교차로 앞에서 기다리던 거라곤
 
신호등의 파란불뿐이었으니까.
 
미로는 언제나 그렇듯 교복을 잘 차려입고,
 
책가방을 둘러맨 채 등교하던 길이였습니다.
 
잠시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겼다지만,
 
분명히 두 귀는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사태를 두고,
 
미로는 어떤 전조도, 경고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무수히 많은 사람과
 
끊이지 않는 도시의 소음 사이에서...
 
듣기 판정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
(귀 후비작거리며 주변 둘러보기..)
 
일상이 넘실거렸어요.
 
무엇도 특별하지 않고,
 
이상할 것 없는 순간들이었죠.
 
눈앞의 광경과는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시간이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말미에…
 
미로!!
 
누군가 미로를 불렀던 것도 같은데.
 
누구였더라?
 
이미로:... 누구였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 둘러봐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이미로:날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 (천천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답게 사람이 꽤나 많이 있습니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어리건 늙건,
 
여자건 남자건,
 
키가 크건 작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아니, 사람이건 아니건!
 
살아있는 것은 예외를 두지 않고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생전과 똑같은 표정으로
 
미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미로:(...?)
 
…….
 
그래요,
 
모든 것들이 전부,
 
하나 같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미로:... 꿈치고는 너무 기분 나쁘지 않나.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더러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낯선 얼굴들은,
 
그저 일상을 영위하던 시선을 그대로 옮겨
 
미로를 바라봅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듯, 책을 읽듯,
 
지나가는 비둘기를 구경하듯…
 
침잠한 시선 너머로 감정은 텅 비었습니다.
 
이미로:... ...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이미로:?
rolling 1d5
 
(
3
 
)
 
 
=
3
 
이성 3 감소합니다.
 
뱀이 바닥을 기는 소리라도 들었다면
 
이토록 당황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떤 커다란 눈을 가진 괴물이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은 미로만 남겨두고, 생기를 잃었습니다.
 
이미로:... 꿈치고는 기분 나쁜데, 현실치고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복잡한듯 마른세수를 짧게 하곤 고갤 들어요)
... ... 하아...
일단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기분만 버릴 것 같은데..
어디 조용한 곳 없나... (주변을 슥 둘러봐요)
 
회색으로 칙칙하게 물든 하늘,
 
흰 바탕에 검은 창문이 다닥다닥 붙은 고층 건물들,
 
뺨도 눈동자도 모두 흑백으로 빛바랜 사람들…
 
‘색’이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몹시 낯익은 광경입니다.
 
미로가 등하교할 적이면,
 
매번 지나다니는 길목이니까요.
 
이미로:하늘... ..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 눈이라도 올 것 같네.
oO(시간이 멈췄으니 눈도 멈추려나...?)
 
잿빛 하늘에 뜬 태양과 구름은 희디흽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들여다보아도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고
 
모양을 달리하지 않습니다.
 
기울지 않는 해와 흐르지 않는 구름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면…
 
행운 판정
 
이미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톡,
 
콧잔등 위로 차가운 것이 떨어집니다.
 
금세 녹아 사라지는…
 
눈입니다.
 
그러나 물기를 남기지 않고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군요.
 
이미로:(!) (코 슥슥...)
 
..눈이 내립니다.
 
한여름에 내릴 법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로:... 진짜 미쳤나보네. 지구가 아니면 내가..
그나저나, 살아있는 것들만 해당되는 건가...? (물기 슥 닦기..)
 
아니, 이상합니다.
 
애당초, 모든 것이 다 멈추었는데
 
눈이 내린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나 산뜻하게 떨어진 것들은
 
쌓이는 법이 없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사라지고, 사라집니다.
 
아름다운 광경은 때론,
 
기괴하고 모독적입니다.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 (미간 꿈틀)
 
이성 1 감소합니다.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
 
시계가 고장 나기라도 한 걸까요?
 
하복 셔츠 아래 드러난 팔뚝 위로
 
종종 눈꺼풀이 스칩니다.
 
추위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데.
 
이미로:...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
(팔뚝에 물기를 슥 닦곤 주변을 더 둘러봐요)
... 여기에 계속 있는 것보단 낫겠지.
(익숙한 발걸음으로 학교 쪽으로 향합니다.)
 
학교로 가는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빨간불이 들어와있는 신호등이 보입니다.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니 영영 바뀌지 않을까요.
 
반지르르한 신호등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자니..
 
이유 모를 현기증이 입니다.
 
분명, 너무 현란해서 그럴 거예요.
 
이토록 칙칙한 세계에 붉은 점 하나.
 
불길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잖아요.
 
이미로:... ... (눈 찌푸리며 신호등 봐요)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아니)
 
오래도록 기다리던 무언가를 놓친 것처럼,
 
정체 모를 미련이 남습니다.
 
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가?
 
저 건너편에 꼭, 중요한 걸 두고 온 듯….
 
이미로:... ...
누굴 기다리고 있었더라.
... (끙, 하곤 머릴 한 번 털더니 주변을 확인하고 길 건너려해요)
직접 가보면 알겠지.
 
건강 판정
 
이미로: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우욱,
 
갑작스럽게 천지가 뒤집히고 땅이 솟는 부유감에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게워냅니다.
 
Hp 1 감소
 
이미로:(...!) ... 진짜 미치겠네..
(몇번 쿨럭거리곤 고갤 들어) .... 하아..
 
몇 번의 숨을 몰아쉬면,
 
이상한 감각들은
 
여름의 싸라기눈처럼 쉬이 흩어집니다.
 
교차로의 검고 흰 금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면,
 
건너편에는...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독하게 낯선 얼굴의 누군가가
 
‘같은 교복’을 입고
 
눈을 깜빡입니다.
 
이미로:(제 입가 슥 닦으며 바라보고) ...?
 
흰 햇빛을 받아 거의 흰색으로 보이는 주황빛 머리카락,
 
유난히 흰 얼굴,
 
여름의 푸름을 담은 듯한 파란 눈동자.
 
낯설기만 짝이 없지만,
 
하염없이 시선이 이끌립니다.
 
이미로:... 쟤는.. (누구지...?)
 
다른 이들과 다를 것 없이 미로를 향한 시선은,
 
다른 이들과 무척 다르게도...
 
눈을 깜빡입니다.
 
네, 그러니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미로:(...!)
 
깜빡이는 눈꺼풀 아래 시선이 교차하고,
 
움직이는 손끝을 확인하는 순간,
 
심리학 판정
 
이미로: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환하게 웃는 낯이, 햇빛 아래서 빛납니다.
 
웃는 낯에 거짓은 없는 듯, 밝은 얼굴이에요.
 
이미로:... (왜 웃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천오:저기.. (작게 소리내어 불러봅니다.)
 
이미로:(나처럼 움직이는 사람을 봐서 기쁜 거...? 아니면 내가 웃기게 생겼다던가... 그러면 곤란한데 어쩌지 아는 척이라도) 아, 어.
... 너.. 말할 수 있어?
 
천오:..?? (눈 동그랗게 방금도 했잖아요..?
(잘못보냈닥 떴다가;)
 
이미로:.. 아.. 맞다. (수긍하곤 고개 끄덕끄덕..)
 
천오:음, 그러니까.. 아, 괜찮아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네 앞으로 다가갑니다.) 아까 상태가 조금 안 좋아보이길래..
 
이미로:(...!) (놀란 눈으로 빤히 바라보고) ... 올 수 있는 거였어..?
아... 어, 괜찮긴해. 내가 이상했나봐. (괜찮다는 듯한 표정)
 
천오:아니,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움직일 수 있지..! (오히려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널 바라봅니다.) 괜찮다면 다행이고.. (어) 혹시 이거, 무슨 일인지.. 알아요?
 
이미로:그... 렇기엔 주변이 전부 저 꼬라지가 나버려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더니 아, 하곤 고갤 내저어) ... 나도 자세히는 잘.
그냥 신호등을 기다리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너는?
 
천오:(아 그러네, 이 꼴이 났지..) 비슷해요! 등교하다가.. 갑자기 이래서.. 움직이는 사람이 없나 싶어서 돌아다니고 있었죠. 꿈인가 싶어서 볼도 꼬집어 봤어요 (헤헤) 아, 괜찮으면 한 번만 꼬집어봐도 돼요? 내가 하면 잘 모르겠어서.. (아니면 친구가 나 꼬집어봐도 돼요!)
 
이미로:oO(지나치게 밝아...............)
... 마음대로. 나도 솔직히 처음에는 꿈인줄 알았으니까..
 
천오:좋아요~ 딴 말하기 없음이에요! (한 번 꼬집어서 당겨봅니다. 쭈욱!) 어때요, 아파요?
 
이미로:(쭈욱... 늘리며) 아허.
 
천오:(ㅎㅎ.. 발음 새는 거 웃김) 아프구나.. 꿈은 아닌 가봐요 (금방 놔줘요)
 
이미로:(볼을 놓자 탁, 튕기고 눈 깜빡..) ... 그런가보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천오:음.. 나라고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 (볼 긁적) 무슨 일인지 저도 모르는데.. (으으으음..) 학교나 한 번 가볼까 생각중인데.. 같이 갈래요? 어차피 둘 다 등교중이었으니까, 뭐.. 교복 보니까 같은 학교 같은데~ 우리 학교 학생 중에 움직이는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미로:... (조용히 들으면서 생각했다. 학교?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뭐이리 학업에 열중하는지... 보통 시간이 멈췄다면 신나게 노는게 정상일텐데. 물론 자신도 그 보통의 범주엔 들어가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계속 멈춘다면 곤란할테니까. ... 까지의 생각을 마친 뒤 조용히 고갤 끄덕였다.)
... 그래.
 
천오:뭔가 엄청 생각 많이 한 표정이었던 거 같은데.. (눈 깜박) 괜찮은 거 맞죠? 지금 이렇게 멈춰있기는 하지만~.. 다른 데 갔다가 나중에라도 다시 흘르게 되면 지각할 지도 모르잖아요? (장난스레)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아이와 미로, 둘 사이의 가장 큰 공통점은
 
'학생'이란 거죠.
 
그리고 교차로에서도...
 
학생만은 보이지 않았잖아요?
 
어쩌면 중요한 단서일지도 몰라요.
 
천오:아, 그러고보니까.. 이름이 뭐에요?
 
이미로:학생... (턱짚고 작게 중얼거리다가 슥 보고)
... 아, 이미로.
 
천오:미로구나, 우리말 이름인가? (곰곰) 나는 천오에요, 천오. 1학년!
 
이미로:글쎄, 일본 이름이랑 합쳐진거라 잘은 모르겠네.
... 천오? (외자... 뭐라고 불러야하지...?_
 
천오:응, 그냥 그렇게 불러주면 돼요. 천오. (생글 웃고는 학교 쪽으로 걷다가, 뒤 돌아 너를 보며 걷습니다)
 
이미로:그래, 그럼... 천오. (고갤 끄덕이며 천천히 따라 걸어갑니다.)
... ... (눈썹 작게 올리곤) 천오, 그러다 넘어질 걸.
 
천오:아, 그런가요? 넘어져도 뭐.. 크게 다치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네 말을 새겨 듣기는 한 건지 다시 앞을 봅니다.)
 
두 사람은 등굣길을 걷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천오와 미로 뿐인,
 
조용하고 한적한 등굣길입니다.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두 개의 발소리가 타박 타박 지납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그칠 줄 모르고 촘촘히, 촘촘히.
 
이미로:(춥지도 않은게 신기하네...)
 
빨간불이 가득한 건널목을 건너고,
 
담벼락이 선 골목 사이를 걷고,
 
가끔 엎드린 고양이의 꼬리를 넘어가며,
 
떨어지다 멈춘 꽃잎이나 과일을 발견하다가…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학교에 도착합니다.
 
이미로:... 다 왔네. (눈 깜빡이며 학교 보다가 너 봐요)
 
천오:응, 다 왔네요! (시선 돌려서 너 봤다가 웃습니다.) 학교다 학교~ (앞으로 총총)
 
이미로:(주변 슬 둘러보다 졸졸 따라가기..)
 
..아라고등학교.
 
익숙한 이름이 새겨진 간판이 보입니다.
 
등교하던 학생도 그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채,
 
정문은 양쪽으로 활짝 열려 있고...
 
관찰력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본관 건물에는 커다란 시계가 매달려 있습니다.
 
11시 40분,
 
고등학생의 등교 시간이라기엔 한참 늦은 시간이에요!
 
하지만 지각이라고 지적할 학생주임도,
 
선도부도 다 멈춰 버렸으니..
 
누가 미로를 혼내겠어요?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요.
 
천오와 미로는 오늘도, 무사히? 등교했습니다.
 
이미로:음. (다행이라는 듯 고개 끄덕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물론.., 흑백 사진 속에 들엉온 듯
 
학교 풍경이 평소보다 낯선 건 어쩔 수 없지만요.
 
운동장은 넓고, 복도는 조용합니다.
 
천오:수업 들으러 갈 수도 없고, 뭘 한담.. (고민하다가 미로 봐요) 혹시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이미로:... 가고 싶은 곳? (고갤 슬 기울고) 글쎄...
학교에선 공부하고 밥먹고, ... 가 다였어서. 딱히 뭘 해야할진 모르겠는데.
 
하긴,
 
천오나 미로가 히어로도 아니고,
 
세계를 돌이킬 방법 같은 걸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아라고등학교도 평범한 고등학교일 뿐,
 
세계를 구하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곳은 아닐텐데..
 
이미로:(좀 시끄러운 학교이긴 하지만... 평범하지.)
 
게다가 선생님이라고 멀쩡하지도 않으니
 
도움을 청할 어른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천오:으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사람 찾으러 돌아다닐까요? (헤헤) 아니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보 같은 거라도 얻으러?
 
이미로:(흠...)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같네. 뭐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 그래서, 어디부터 가볼래?
정보라면 역시 도서관~... 일 것 같은데.
 
Ⅳ.가지런한 도서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바람이 부는 듯했다.
 
커다란 문이 열리면,
 
종이와 나무 냄새가 차분하게 내려앉습니다.
 
높이 솟은 책장에는
 
우와 열을 맞추어 수많은 책이 차곡 차곡 꽂혀 있어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서관은,
 
유난히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입니다.
 
입구 근처에서 사서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옴짝달싹 못 하고 굳어 있습니다.
 
한창 등교 시간이었던 탓일까요?
 
학생들이라곤 보이지 않네요.
 
책장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안 쪽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은 책상이 딸려 있습니다.
 
이미로:(쭉 걸으며 살펴보다, 맨 처음 봤던 사서 쪽으로 가봐요)
... 역시 이 사람도.. (굳었네...)
 
도서의 대출, 반납을 위한 프런트에는
 
사서가 앉아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던 손가락은 빳빳하게 굳어 있습니다.
 
도움을 청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 앞에 손 휙휙... 해보다가 포기함)
 
사서가 들고 있는 책의 제목이 눈에 띕니다.
 
<내일, 시간이 멈춘다면>
 
표지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소설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멈춘다면….
 
물론, 우연일 거예요.
 
저런 내용의 소설은 많으니까.
 
하지만,
 
그냥 지나치긴 좀 그렇잖아요?
 
이미로:누가 이런 내용을...
(이라기엔 너무 찝찝해서 읽어봄)
 
어떤 이름 모를 신인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무슨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며
 
화려한 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뒤표지에 쓰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생이 지루한 소녀, 마츠코의 일상은 온통 케케묵은 잿빛이다.
 
그러던 어느 날, 또래의 소녀, 아이를 만나며 조금 다른 일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미로:... 잿빛? 소녀..? (읽는 도중 걸리는 대목에서 멈추다 다시 읽어요)
(상황이 조금 비슷하지 않나... 라는 생각 중.)
 
펼쳐진 페이지를 읽어보나요?
 
이미로:(yes. 읽어봅니다 무슨 내용일지..)
 
 
... ...
다시 읽어봐도 찝찝하네..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흔한 소설의 내용이네요.
 
이미로:실제로 일어나기엔 흔하지 않는 내용인데...
.. 나도 모르겠다. 복잡하네.. (책을 덮곤 책장으로 향해요)
 
책장으로 향하면..
 
숫자와 함께 해당하는 주류에 따라 분류되어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이니만큼
 
딱히 수상쩍은 책은 보이지 않는데…
 
뭔갈 건질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책장이 꺾이는 지점에 선, 책 수레가 보입니다.
 
이미로:아까 봤던 책이... 문학이었던가..
(...?) (수레로 가까이 가봐요)
 
몇 가지 책이 너저분하게 널린 책 수레.
 
[책은 읽은 후 수레에 올려놓으세요.]
 
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청소년 필독 문학 100선,
 
만화로 읽는 과학, 만화책 따위가
 
대중없이 들어 있습니다.
 
아직 당번이 아침 청소를 끝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책을 훑어봐도,
 
대부분 수행평가나 감상문 제출을 위한 종류일 뿐입니다.
 
천오:도서관은 한결같이 조용하네요~ (둘러보다가 미로 옆에 불쑥!)
 
이미로:(움찔, 하곤 무표정으로 슥 돌아보며..)
그러게. ... 천오 넌 뭐 찾았어?
 
천오:아뇨, 책들밖에 안보여서 눈 아플 지경이에요.. (하하하..) 미로는요? 찾은 거 있어요?
 
이미로:... 공부 쪽은 아닌가보네. (찾은 거...) ... 이상한 문학책?
안 그래도 조금 걸리는게 있어서, 문학 쪽 책장... 을 보고 오려고.
 
천오:.. (..못 들은 척..) 그래요? 한 번 가봐요 그럼! (미로 따라갈 생각인지 가만히 있음)
 
이미로:(...?) (... ㅍ_ㅍ..) 그래... 가자.
(문학, 900 쪽으로 가서 살펴봐요)
 
900쪽으로 가면..
 
역사입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양극 지방, 지리, 전기..
 
이미로:아. (급 브레이크 밟고 뒤로 후진함;)
 
다양한 분류의 책들이 보입니다.ㅋㅋㅋ
 
이미로:여기 아냐. (천오 ㅋㅋ 한테 뒤로 물러가라는 손짓)
 
천오:혹시 미로.. 길치에요? (뒤로 두 발 물러남!)
 
이미로:... 그런가; (문학... 800? 쪽으로 갑시다)
 
천오:(미로가 혹시 그 미로였나요? 이름값 하나봐요..)
 
한국 문학, 중국 문학, 일본 문학 및 기타 아시아 문학,
 
영미 문학, 독일 문학, 프랑스 문학, 스페인 문학…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류의 책들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
 
딱히 눈에 보이는 건 없네요..
 
이미로:(눈 슥슥 비비고... 다시... 가능할지...)
 
해봅시다!
 
이미로:(난 한다면 하는 남자! 줄여서 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
 
이미로:( 진짜)
 
다이스 값도 똑같음
 
당신... 무슨 일이야..
 
이미로:................
버근가?
(내 인생이 버그...)
 
버그로 의심되니까 한 번만 더 굴려볼까요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버그네 ㅎㅎ
 
그런보네요ㅎㅎ
 
이미로:(마스터 짱..)
 
빼곡한 책장 중 부분 부분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일본 문학에서 한 권,
 
한국 문학에서 한 권? 혹은 두권 정도인 것 같습니다.
 
다른 책들은 다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말이에요.
 
이미로:(자세히 살펴봐요. 무슨 책이 있었던 자리지...?)
 
책장에 있던 책들을 모두 외우고 있지 못한 미로는..
 
무슨 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로:(미간 짚음..)
 
지능 판정 한 번만 해볼까요?
 
이미로:(아자...!)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똑똑한 미로!
 
이미로:(미간짚고 머리 굴리는중)
 
아까 사서가 읽고 있던 책이..
 
내일, 시간이 멈춘다면..이었죠?
 
문명 일본의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문학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로:... 주변을 둘러보면 있으려나..?
아님 누가 빌려갔다던가..
 
천오: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뭔진 모르겠지만 동조합니다)
 
이미로:(뒤적였던 책을 다시 챱챱 꽂아넣음..)
 
행운 판정
 
이미로:아무래도 책에서 찾긴 힘들..
...?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야,
 
생각이 채 끝나기 전에
 
손가락 끝이 따끔합니다.
 
지문 위를 얇은 선이 가로지르고,
 
붉은 기가 서립니다.
 
이미로:... 아야.
 
손가락을 베인 것 같습니다.
 
아까 꼬집혀봐서 대충 가늠은 했지만
 
꿈은 아닌 모양이에요.
 
이토록 생생하게 아픈데,
 
꿈일 리가 없죠.
 
손가락의 아픔이 가시고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면...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라,
 
책장 너머에 사람의 형태를 따라
 
긴 그림자가 집니다.
 
이미로:... 응?
 
누가 있나?
 
이미로:(조심스럽게 발소리 안 내서 다가가봐요..)
 
천오:(뒤에서 졸졸졸)
 
이미로:(저기 누가 있는 것 같다는 손 모양새)
 
천오:..! (눈 반짝)
 
책장의 모서를 돌면,
 
도서부 학생과 마주칩니다.
 
책 수레 옆에 반쯤 무릎을 꿇고 책을 정리하던 중입니다.
 
물론, 단단히 굳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학생이..
 
이 일의 예외가 되진 못한 모양이에요.
 
이미로:... 역시.. (어깨 힘 조금 빠짐..)
 
천오:(힘빠진 어깨 토닥토닥)
 
이미로:... 우리 빼곤 다 이렇게 된 건가?
(정리하던 책 힐긋 확인하고) 이상하네... 정말로.
 
들고 있는 책을 보면, 제목은
 
12시의 도밍게즈입니다.
 
이미로:12시의 도밍게즈...? (처음보는 제목인데..)
... 아, 이거 설마.. (분류 표 확인해봅니다)
 
분류표는 813,
 
한국 소설입니다.
 
이미로:(!) (다른 한 권이 이거였구나...)
 
남색 배경에 은색 글씨로 제목이 쓰인 표지에는
 
정교한 시계태엽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뒤표지에는 줄거리가 쓰여 있네요.
 
이미로:(읽어봅니다)
 
 
... 판타지 소설..?
 
천오:(옆에서 기웃 기웃..) 그런 거 같은데요~
 
펼쳐서 읽어볼까요?
 
이미로:(빠르게... 읽어봅시다.) 아까 본 책이랑 내용이 비슷하려나...
(!)
 
12시의 도밍게즈 상편은
 
타이머인 주인공이 처음 능력을 자각하고,
 
DOT에 입대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여러 사건·사고를 접하던 타이머는
 
전조 없이 시간이 멈춘 세계에 혼자 남겨지고 맙니다.
 
…퍽 익숙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그 상황을 타개했지?
 
이미로:... ... 하편은 어디에..
 
상편은 시간이 멈춘 세계를 목격하고 당황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하편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래요, 비현실적인 일엔
 
오히려 상상의 나래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하편이 보이지는 않네요.
 
이미로:... 영 찝찝한데. (책 수레...?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몇 가지 책이 너저분하게 널린 책 수레.
 
[책은 읽은 후 수레에 올려놓으세요.]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인어공주, 해당화 필 적에, 재난 대비 행동 요령 따위가
 
천오:대중없이 들어 있습니다.
(쇽)
 
대중없이 들어 있습니다.
 
이미로:... 별 건 없네.
(천오 힐긋...) ... 더 볼 거 없으면 이만 나갈까?
 
천오:난 좋아요! (고개 끄덕) 이번엔 어디로 가볼래요? (미로 올려다봄)
 
이미로:그러게... 어디가 좋을까. (곰곰.. 보다가 천오 힐긋)
... 아무래도 움직이는 건 나랑 너 뿐이니까.
... ... 사실 우리가 문제라던가..? (눈 깜빡..)
그래서, 네 교실이랑 내 교실...? 가보는게 어떨까 싶은데.
 
천오:..우리가 문제? (급 심오) 머리박치기라도 해볼까요? (이거 아님)
아, 좋아요. 그럼 교실로~
 
이미로:... 진심이야? (비장한 표정)
 
천오:..반쯤? (머리 딴딴!)
 
이미로:.. (내.. 내가 질 것 같다... 이건 분명히 진다.)
(조용히 자기 교실 쪽으로 먼저 향해요..)
 
천오:왜요 왜요, 진심이면 해주려고 했어요~? (쫄레 쫄레)
 
이미로:... 했으면 진짜 했을 것 같아서..
 
천오:(아니라고는 못하겠네ㅎㅎ)
 
2학년 7반.
 
교실의 풍경은 익숙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럭저럭 잘 꾸며둔 학급 게시판과
 
아래에 쌓인 사물함들.
 
교실을 꽉 채운, 가지런히 배치 된 책상.
 
어느 곳이나 있는 교탁과 칠판...
 
흔하디 흔해서 맥이 빠질 정도예요.
 
둘러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둘러봐도 좋습니다.
 
이미로:(익숙하군... 슥슥 둘러보다가 교탁 힐긋 봅니다)
 
교탁
 
교탁에는 출석부와
 
학생들의 집중을 요구할 때 울리는 벨이 놓여 있습니다.
 
교탁의 유리에,
 
미로의 얼굴이 비칩니다.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이미로:... (평소와 같은 무표정..)
(ㅍ_ㅍ...) (출석부 슥 넘겨봐요)
 
가나다순으로 이름이 쭉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미로의 이름이 들어가야 할 차례인데도,
 
미로의 얼굴과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로:... 응?
 
다른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은
 
모두 기억하는 대로 남아 있습니다.
 
짝꿍이었던 은태,
 
함게 수행평가를 했던 세아,
 
체육대회에서 함께 뛰었던 아이들까지..
 
그러나 도려낸 것처럼,
 
미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맨 마자믹 페이지까지 전부 넘겨보아도
 
미로의 이름은 없습니다.
 
미로는 여기 이렇게 서 있는데.
 
멈춰버린 것들은 다른 이들임에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부재는,
 
그 누구도 해명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이미로:... ... 오류인.. 가... (멍하니 출석부를 빤히 바라보고)
... ... 모르겠다. 아마 실수겠지. (출석부 탁 덮어요)
 
천오:(탁 덮는 미로 봄) 뭐 이상해요?
 
이미로:... 출석부에 내 사진이 없길래.
 
천오:(눈 깜박) (출석부 펼쳐봄..) 진짜 없네.. 확실히.. 이상하네요..? (끄응) 진짜 우리가 문제였나..?
 
이미로:(조용히 끄덕..) 아마 이것도 시간 문제랑 관련이 있는 거면...
(천오 힐긋) ... 너네 반도 가볼래? 네 출석부도 확인해보게.
 
천오:(아) 그래요! 가봐요. 저는 1학년이니까.. 한층 내려가야겠다. (갈까요? 하고 덧붙이면서 앞문 열어줍니다)
 
이미로:(고개 끄덕끄덕 하곤 조용히 따라갑니다.)
 
복도에는 여럿이 멈춰 서 있습니다.
 
실내화를 갈아신던 학생,
 
수업자료를 옮기던 선생님..
 
삼삼오오 팔짱을 끼고 걷던 무리,
 
잠이 덜 깬 얼굴로 하품을 하던 누군가..
 
어쩌면, 두 사람이 아는 설굴도 끼어있을 겁니다.
 
비일상 가운데 놓인 지금,
 
일상을 지키려는 시도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천오가 문을 연 곳은 1학년 4반.
 
드르륵, 가볍게 문이 열립니다.
 
천오:들어와요~ 어차피 아무도 없는 탓에 허락은 필요 없을테니까!
 
이미로:oO(1학년이었군... 나이를 안 물어봐서 몰랐네..)
아, 어. (조용히 총총 들어가며..)
 
천오:oO(..! 아까 말해줬잖아요 미로 너무해 우씨)
 
1학년 4반.
 
교실의 풍경은 마찬가지로,
 
익숙하기 짝이 없습니다.
 
열심히 꾸민 티가 나는 학급 게시판과,
 
아래에 쌓인 사물함들.
 
교실을 꽉 채운 책상과 교탁, 칠판..
 
미로의 반과 비슷하네요.
 
한 번 둘러볼까요?
 
이미로:(그... 랬었나? 머리긁적.. 하곤 교탁에 출석부 펼쳐봐요)
 
가나다순으로 이름이 쭉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천오의 이름이 들어가야 할 차례인데도
 
천오의 얼굴과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출석부에는 미로처럼 천오만 쏙 빠져있습니다.
 
이미로:(...!) (역시 얘도... 인가?)
 
어째서?
 
천오:어.. (미로 톡톡)
 
이미로:...? (힐긋 봐요)
 
천오:제 이름은 거기 없어요.. (출석부 쭈욱 넘겨요.)
 
천오는 출석부의 가장 마지막 장을 펼쳐줍니다.
 
천오는 출석부의 가장 마지막 장에 배치 되어있습니다.
 
천오:제가 중간에 전학을 와서..!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입니다.)
 
천오.
 
이미 알고 있는 이름의 위에 놓인 사진은,
 
이미로:... ... 아? (멍하니 바라보다 출석부 한 번 더 보고)
그랬... 구나. 전학온줄은 몰랐네.
 
천오, 외모 판정.
 
천오:
외모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잔뜩 긴장했는지 딱딱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천오의 실물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 보자니 불현듯,
 
사진 속 얼굴이 희미한 웃음을 띠는 것도 같습니다.
 
사진, 잘 나왔네요.
 
천오:그거야 제가 말을 안했으니까요~ (웃어 넘기곤 어깨를 으쓱입니다.) 근데 이건 좀 부끄럽다! (출석부 탁! 덮어요)
 
이미로:(출석부 빤... 히 보다가 엇, 하고 고개 들어 널 보곤)
... 왜? 엄청 잘 나온 것 같았는데.
 
천오:제가 봐도 긴장한 거 눈에 다 보이는데요..? (괜히 출석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고) (뜸) ..미로 사진도 보고 싶어졌어요! 사진 없어요?
 
이미로:그래도 나름 웃고 있는 거 아닌가? (입꼬리 쪽 슬쩍 손가락으로 가리켜보고) ... 출석부에 있었는데, 없어졌지?
 
천오:그렇긴.. 하죠 웃고 있긴 한데.. (으음) 실물이 좀 더 낫지 않아요? (무리수) 아, 그래도.. 나중에 보여줘요! 나만 보여주기 좀 억울하니까..!!
 
이미로:(사진 봄... 천오 봄...) (ㅍ_ㅍ... 조용히 고개 끄덕여주며.)
비슷한 것 같은데... 더 낫다고는 해줄게. (?) (....) 일단 이 시간.... 을 어떻게 해결하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천오:그쵸.. 해결은 해야지.. (고개 끄덕 끄덕) 해결하면 꼭, 보여주시기에요! 약속! (네 앞으로 손가락 내밀어요)
(To GM)rolling 1d100
 
(
62
 
)
 
 
=
62
 
(To GM): 천오 > 미로 호감도 +62
 
이미로:약속까지...? (시선 이리저리 굴리다가) ... 아냐, 역시 보류.
생각해보니까... 내 사진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었어.
 
천오:쳇.. 그래도 보여줘야죠, 제 사진은 다 봐놓고..!! 못 나왔어도 보고, 잘 나왔어도 볼래요!
 
미로, 반에서 더 보고 싶은 건 없나요?
 
이미로:(요즘 1학년들.. 이렇게 밝던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게 있나요?)
 
게시판이라던가?
 
이미로:(!) (게시판을 봅니다..)
열심히도 꾸몄네...
 
학급 게시판
 
노란 부직포를 오리고 잘라 만든 해바라기가
 
누덕누덕 붙어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정통신문과 급식 표가 붙어 있고,
 
학급의 단체 사진 몇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선생님이 고른 것이 분명한 급훈이
 
제일 위에 달렸습니다.
 
이미로:(급훈 슥 보며..)
 
정말이지 충격적인 급훈..
 
이미로:(ㅋ.ㅋㅋㅋ... 천오 슥 보며...)
 
천오:..담임선생님 특이하시더라구요.. (하하..)
 
이미로:... 아.. 그 4반 담당 선생... (흐릿한 눈)
 
천오:(ㅎㅎㅎ,, 누군지 아시는 구나?)
 
이미로:(고개 끄덕... 하곤 흐릿한 눈으로 단체 사진 봐요)
 
새 학기 첫날, 봄 소풍, 체육대회…
 
아기자기한 메모와 함께 붙은 사진들에는
 
앳된 얼굴 여럿이 웃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인 모양새가
 
퍽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학급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가 봐요.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굿)
 
어라, 그런데…
 
천오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에도요.
 
이미로:...? (눈썹 잠깐 꿈틀거리더니)
... 아, 전학... 왔다고 했던가? 그래서 없는 건가.
 
천오:(고개 끄덕 끄덕) 그렇죠~.. 솔직히 많이 아쉬워요, 다들 이렇게 좋은 추억들 남겨두는데.. (팔자눈썹 만들고는 어깨를 으쓱입니다.) ..다른 이유도 조금 있고.
 
이미로:... 뭐, 뒤늦게 왔어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1학년이라며? (따라 작게 어깰 으쓱이다가) ... 다른 이유라면, 어떤?
 
천오:맞아요, 그건 다행이죠! (눈웃음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음, ..몸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외부활동에 잘 참가하지 않거든요~ 팔팔했음 좋았을 걸!
 
이미로:몸이 안 좋은... (자세히 물어보면 실례이려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혼자 조용히 고갤 끄덕이곤) 뭐, 굳이 뛰어다니면서 추억을 만들 필요는 없지.
... 예를 들면, 지금처럼 말이야. (무심하게 힐긋 널 보곤) 아냐?
 
천오:(널 보고 눈 깜박거리다가 환히 웃습니다.) 맞아요, 지금처럼이여도 엄청 좋아요! 그냥 돌아다니는 거지만.. 의외로 재미있어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까 완전히 즐기지는 못해도.. (고개 끄덕이며 이야기하다가) 으음, 저만 이러지는 말고.. 미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표정 변화가 많이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죠~ 말은 엄청 잘해주면서.
 
이미로:재미... 있어도 되는 걸까 싶지만 뭐. 아무것도 안 하고 암울해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만족했으면 됐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이내 들리는 말들에 제 고갤 슬 기울이곤) ... 내가 원래 이래. 오히려 너처럼 (제 입가 가리키며) 항상 웃는게 더 어려워보이는데.
 
천오:암울.. 혼자 있었으면 진짜 우울했을 거 같아요. 미로랑 만나게 돼서 진짜 다행인 거 있죠. (헤헤) 응? 웃는 건.. 의외로 쉬워요, 웃긴 생각만 해도 웃는 건 금방인걸요? (제 입꼬리 잡으며 양 옆으로 살짝 당겨보고) 짠~ 이렇게만 해도 웃는 거인걸요. (실없이 웃곤)
(To GM)rolling 1d100
 
(
66
 
)
 
 
=
66
 
(To GM): 천오 > 미로 호감도 상승합니다.
 
이미로:그건 이 쪽도 같은 생각이야. 혼자보단 둘이 낫지. (고갤 작게 끄덕이곤, 웃는 네 모습을 보며 혼자 팔짱을 낀채 천천히 고갤 기울여) ... ... 글쎄, 내가 웃긴 일을 많이 못 봐서. ... 게다가 내가 하면 이상해질 걸. (죽은 눈으로 입만 씩... 웃어보임... 기괴함...)
 
천오:.. (왐마야.. 무섭;) 저 지금 공포영화 한 장면에 들어와있는 줄 알았잖아요~ (장난스레 이야기하며 몸 바르르 떨곤..) 자, 입만 웃지 말고.. 눈도 같이! (눈꼬리 살짝 잡아서 아래로 당겨보고..)
 
이미로:............. (입은 씩 웃고 눈꼬리는 내려가서 여튼 이상한 표정되며...)
(ㅍ▽ㅍ≡)...... 됐냐?
 
천오:(ㅎㅎㅎㅎㅎㅎ) (지가 웃게 됨)
응, 됐어요! (ㅋㅋ)
 
조용한 교실 안이 천오의 웃음 소리로 메워집니다.
 
교실 안에도, 복도에도, 학교 밖에도..
 
움직이는 사람이라곤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 고요한 풍경 아래,
 
천오가 묻습니다.
 
천오:밥 먹으러 갈래요?
 
이미로:... 갑자기? .. 어디로?
 
천오:점심 시간도 훌쩍 넘었는데~ 배 안고파요? (아) 방법은 두 개가 있죠! 주방을 털던지, 매점을 털던지!
 
건강 판정
 
이미로: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 말대로 슬슬 배가 고플 시간이지만,
 
아직 참을 만합니다.
 
이미로:(그건 범죄 아니냐는 눈빛...)
 
천오:..(;) 그그럼 매점... 진짜 배 안 고파요?
 
꼬르륵―
 
어딘가에서 배고픈.. 소리가 납니다.
 
이어 천오가 겸연쩍게 웃습니다.
 
..아무래도 저 쪽은 배가 고픈 모양이죠.
 
천오:털지말고, 매점가서 돈 올려두고 사 먹으면 되잖아요..! (눈빛 피함)
 
이미로:... 아, 맞네. 그럼 매점으로 갈까. (배가 고프군... 그럴 수 있지라는 표정으로 고개 끄덕.)
 
천오:..! (고개 끄덕 끄덕!) 응, 그럼 가요! (미로 옷깃 살짝 잡고 매점 쪽으로!)
 
매점
 
차가운 음식이 잇새로 눈처럼 부서졌다.
 
매점에는 언제건 사람이 북적입니다.
 
빵을 고르다가, 음료수를 꺼내다가 굳어버린
 
학생들 사이를 피해 매점의 카운터에 도착하는 것은
 
꽤 고역입니다.
 
근력 판정
 
이미로: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어우;)
 
저런..
 
천오:(좋아 같이 도전!)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미로:?
 
천오:(어라 이게 된다)
 
이미로:(깝치지 말자는 생각 중...)
요즘 1학년은.. 강하군.
 
어렵지 않게 친구들을 밀어내며
 
카운터에 도착합니다.
 
천오:..미로가 약한 거같은데~
 
이미로:... 공부만 하는데 있을리가.
 
천오:아, 모범생인 편이에요?
 
이미로:모범생... 보다는, 그냥 할 게 없어서 공부하는 편?
 
천오:(오.. ) 공부벌레네요!
 
매점에는 편의점에서 팔 법한 종류라면 대개 있습니다.
 
색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워낙 자극적인 맛을 내니까,
 
먹기는 한결 수월할지도 모릅니다.
 
천오:뭐 먹을래요? (카운터에 기대서 미로 돌아봄)
 
이미로:적당히 간단한 거...
(핫도그 빵 꺼내서 카운터에 돈 올려요)
 
천오:마실 건 안 마셔요? (딸기우유랑 슈크림 빵 하나 꺼내고 돈 올려놔요)
 
이미로:아, 맞다... (사이다 슥 꺼냄..)
 
천오:(돈도 내시고) (범죄는 안된다면서요)
 
이미로:(깜빡할 수도 있지...!) (머쓱하게 돈 올려두기...)
(포장 뜯어서 핫도그 냠 물고) ... 그래서, 이젠 어디로 갈 거야?
 
천오:먹는 동안은 가만히 있는 게 좋지 않겠어요~? 여기 테이블도 있는데 여기서 먹어요! (테이블 가르키고 봉지 뜯어서 뇸)
 
이미로:(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끄덕하곤 의자 끌어 빼곤 앉아요)
 
천오:(맞은 편에 앉음!)
 
둘 다 맛있게 먹네요.
 
두 사람이 앉은 간이 테이블 옆에는
 
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로:(...? 우물거림서 먹다가 창문 힐긋)
 
꽤 작은 창문이지만 밖은 보이네요.
 
창 너머로 내리는 눈이 보입니다.
 
흰 눈은 주춤 주춤,
 
그칠 듯하면서도
 
그치지 않고 계속 떨어집니다.
 
천오:(딸기우유 빨대 꽂아서 쪼옵) 세상이 미쳐 돌아가려나봐요 정말..
 
이미로:... 이 정도면 이미 미친거 아냐? (마지막 남은 한입 입에 털어넣기..)
 
천오:아, 그렇긴 하네요.. (키득) 회색되고, 눈 내리고, 사람들은 다 멈추고.. 미치고 돌았지 벌써..
(불만 가득한 얼굴로 쪼오오오옵..)
 
이미로:(포장지 주섬주섬 정리하며...)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
... 그나저나, 우리 둘 말고는 정말 아무도 없는 건가?
 
천오:있는 사람은 많은데 움직이는 사람은 없네요.. (빨대 잘근 잘근..) (일어나서 쓰레기 버리고) 앗, 후식! 미로도 먹을래요? (아이스크림 총총 꺼내러 가요)
 
이미로:(!) (따라가며 쓰레기 슥 버리고) 어, 나는 소다맛.
oO(뭐라도 움직이는게 있는지 확인하려면... 높은 곳이 좋으려나.. 아님 CCTV...?)
 
천오:앗, 있다~ (소다맛 하나 꺼내고, 자기 것도 하나 꺼내요 . 메*나) 여기요, 미로!
 
이미로:(얌전히 받곤 포장지 까서 입에 냠 물기..)
 
천오:같이 뇸
.
 
바스락, 바스락.
 
기다란 막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매점을 벗어나면,
 
운동장에 다다릅니다.
 
인조 잔디가 허리를 꺾고 드러누운 운동장에는
 
눈이라곤 한 뼘도 쌓이지 않았습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가득합니다.
 
해는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것들의 위치는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견고한 천장처럼 한 자리에 고여선,
 
계속 끄트머리를 떨굴 뿐입니다.
 
천오:흐음~..
 
이미로:흠... ...
 
천오:가까이에서 볼래요?
아, 주어를 깜빡했네, 눈이요!
 
이미로:... 눈? (힐긋 보곤)
 
천오:우리 학교 옥상이 열려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올라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서요. 높은 곳에서는 뭐든 잘 보이니까 다른 사람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이미로:(!) 옥상이라면... 어, 괜찮을 것 같은데.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가장 높은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하니 멀기만 하더라.
 
옥상은 어느 건물이건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두 사람이 가장 위층까지 올라가면,
 
삼엄한 팻말과 함께
 
마지막 계단이 가로막혀 있습니다.
 
물론, 감시하는 사람 따윈 없으니까,
 
이런 금 따위는..
 
홀가분하게 넘어가면 그만일거예요.
 
천오:(미로 눈치 봄.. 모범생은 아니랬으니까.. 괜찮을 거라 믿음.. 혹시 도망갈까봐 옷깃잡고 올라가요)
 
이미로:(?)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여튼 얌전히 끌려? 가요.)
 
팻말을 치우고,
 
길게 늘어진 테이프를 뜯어내고,
 
반 층을 더 올라가면……
 
덜컹, 덜컹―
 
문은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문고리르 얽어맨 자물쇠와 쇠사슬이
 
꽤 견고합니다.
 
천오:..으악 좌물쇠..!!!!
 
이미로:... (고뇌하는 표정...)
... 주... 변에 뭐 자를만한거, 없어?
 
미로가 주변을 둘러보면..
 
학생들이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이는
 
매트리스와 탁구대가 보입니다.
 
이미로:(이걸 왜...)
 
그러게요
 
왜 이런데에?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
 
미로야......
 
이미로:(한... 한번더...)
 
하.. 한 번 더 해봅시다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때려칠게요.)
 
실직
 
이미로:(ㅋㅋㅋㅋㅋㅋㅋㅋ ㅠ)
 
천오:(천오도 뭔갈 떠올려봅시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미로:...
 
천오:(어) 매트리스..? 혹시 애들 땡땡이 치려고 둔 거 아니에요? 여기 쌤들도 잘 안 올 거 같은데.. 시멘트 바닥이라서 다른 데에 비해서 지원하기도 하고..
 
이미로:... 그렇지? 보통 인적이 드문 곳에는 뭐든 숨기기 마련이니까.
(...) ... 근게 그게 왜?
 
천오:뭐, 그냥 땡땡이 용인거죠,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쉴 겸 누워볼래요 미로? (살짝 톡 밀어봄)
 
이미로:(뭐... 상관없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툭 밀림..)
 
행운 판정
 
이미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아!!
 
무언가 딱딱한 것에
 
찍힌 것 같은....
 
반사적으로 고통에 몸부림쳐집니다..
 
이미로:(!;) ... 아, 뭐야...?
(씁... 하고 맞은 곳 문지르며 무언가가 있는지 확인해요)
 
매트리스를 더듬어보면..
 
열쇠가 하나 끌려 나옵니다.
 
'옥상'이라고 쓰인,
 
기다란 열쇠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이미로:(이거였냐고...) (어깨 문질문질..)
... 천오야, 이거.
 
천오:어, 열쇠..? (눈 반짝) 미로는 눈썰미가 좋은가봐요~ (고통은 보이지 않음)
 
이미로:... ... (조용히 고개 끄덕.. 그래 그럴 수 있지.)
 
천오:그럼 이제 옥상 들어갈 수 있는 거 맞죠? 저 옥상 처음 나와봐요!
 
이미로:나도 옥상은 처음... 일 걸? (어깨 문지르던걸 멈추곤 슬 열쇠를 끼워봐요)
애초에 올 생각도 안 해봤으니까. (끄덕)
 
옥상의 문을 열면,
 
작열하는 태양이 머리 위에 서성입니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는
 
유난히 기다랗기 짝이 없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잿빛.
 
태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하양.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눈살을 찌푸리면
 
눈송이가 뺨을 간질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도 딱히 특별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군요.
 
저 앞에는 듬성듬성 놓인 난간이 세워져 있습니다.
 
허리까지 오는 높이라서
 
조심하지 않으면 그대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출입을 금지한 것과 별개로,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물탱크와 사다리,
 
난간이 전부인 삭막한 곳입니다.
 
천오:뭐야~.. 생각보다 진짜 별 거 없는데요.. (시시하다)
 
이미로:... 평범한 옥상이네. (주변 슬 둘러보곤 안으로 들어가요)
그래도 높은데에서 살펴보면 뭐라도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천오:그럼 아래 좀 내려다볼까요? 아래보다는.. 확실히 잘 보일 거 같은데.
 
이미로:(조용히 고개 끄덕) 어, 그러자. 안 보는 것보단 낫겠다.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움직이는 사람이라곤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골목에 멈추어선 인간들이 가득해서
 
작은 미니어처 도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로등도, 나무도,
 
공기마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금지된 것들은 모두 특별하고 매력적이라던데,
 
오늘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업을 듣지 않고 학교를 누벼도,
 
매점에서 무언갈 사먹고 옥상에 몰래 들어와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천오와 미로,
 
둘 뿐인 일상입니다.
 
이미로:하아... (역시 기대한게 바본가, 싶어서 미간 짚으며 하늘 올려다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은 평온합니다.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미로:(... 여름에 눈이라니. 아니, 애초에 눈이 맞긴 한 거?)
 
..그냥, 왜인지 불쾌하고 섬뜩하기만한.
 
특별하지 않은 일상입니다.
 
판정을 원하시면.. 과학, 혹은 자연 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미로:(이과의 짬을...)
과학(01%)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언뜻 보아도 '평범한 눈'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떤 성분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아.
 
특별한 일은,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천오:으악...!
 
옥상 난간 참에서 단말마가 들립니다.
 
천오가 발을 헛디뎠는지
 
난간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미로:(!) 위험하게 뭐하는...!
 
민첩 판정
 
이미로: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재빨리 손을 뻗어 천오를 잡아요)
 
재빨리 손을 뻗어 천오를 잡아채고,
 
이쪽으로 당깁니다.
 
손 끝에 따뜻한 손가락이 얽히고,
 
사람 하나 분의 무게감이
 
덩달아 미로를 잡아당겨서..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통증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슴츠레 뜬 눈틈새로
 
난간을 붙잡은 천오가 보입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안도감에 젖은 천오가
 
한 박자 늦게 숨을 들이켜빈다.
 
훅,
 
짧은 바람 소리와 함께...
 
쏴아아――
 
긴 바람이 불었습니다.
 
말 그대로 바람이 붑니다.
 
저 멀리서 불어온 바람은
 
뜨뜻미지근한 열기와 습기를 몰고 와
 
미로의 머리카락을 흩어 놓습니다.
 
셔츠 카라가 흩날리고,
 
녹색 나뭇잎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하늘의 구름이 흐릅니다.
 
그 일은 정확히,
 
천오와 미로,
 
두 사람의 손이 겹쳐 잡았을 때 일어났습니다.
 
하늘의 색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민트색 아침,
 
하늘색 낮,
 
빨간색 노을,
 
보라색 밤,
 
흰 새벽과
 
다시금 한 바퀴 돌아
 
검은색 밤.
 
구름은 흐르고,
 
해가 지며 달이 뜹니다.
 
검은 하늘을 하얀 별이 총총 채운 광경은
 
황홀하기 짝이 없습니다.
 
누군가 태엽을 당겨 무대의 배경을 바꾸는 것처럼,
 
하늘이 뱅글 뱅글 돌아가고,
 
시간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어둠이 찾아옵니다.
 
옥상으로 쏟아질 듯 화려한 은하수가 수 놓입니다.
 
온통 잿빛이던 세계는
 
어느덧 화려한 색채를 덧입습니다.
 
이성 판정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이게 대체 무슨 일.. 이야?
 
천오:..그러, 게요..? (딸꾹) ..무슨 일이에요, 이거..?
 
이미로:아니, 이럴 때가 아니라. (미간 찌푸리고) ... 괜찮아?
 
천오:아, 괜찮아요.. (머리만지작거리고) 다친 곳도 없고 그냥 놀라기만 해서..
 
이미로:.... .. ... 다치면 어쩔뻔했어. (지이이...)
 
천오:죄송합니다아.. (쭈글) 고의는 아니었어요..!
 
이미로:난간에서 떨어지면서 그냥그대로인생도함께안녕하고싶었던거야?고의가아니었더라도앞으로는꼭조심했으면좋겠는데그치천오.
 
천오:아니 그게..!! 인생 안녕은.. (..) 아직 이르거든요..! (..쭈그러들어서 제 양손 맞잡고 고개 숙입니다. ..랩해요?) 잘못했어요... 조심할게요..
 
..그나저나, 밤이 벌써 왔을 리가 없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고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정말 이렇게,
 
이유도 알 수 없는 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니?
 
천오:(..자 잘못했어요 진짜..))
 
이미로:... ... (ㅍ_ㅍ)...
하아... 알겠어. 앞으로 조심한댔으니까. (시선 슬 돌리고)
그래서, ... 이건 또 무슨 일이야? (하늘 슥 올려봄..)
 
천오:(기분 안 좋아요? 괜히 콕콕.. 두 번 찔러보고..) 음, ..갑자기 밤이 됐어요.. 뭐지.. 방금 뭔가 되게 어질어질하게 훅 지나간 것 같은데..
 
이미로:(콕콕 찔림.... 고개 슬 내젓고) ... 그러니까. 시간은 분명 멈췄던 거... 아니었나?
... ... 게다가 너랑 손을 잡았을 때 일어난 것 같았는데. ... 이것도 기분탓?
 
천오:아, 미로도 느꼈어요? (눈 깜빡이다가 제 손을 한 번 쥐었다가 폈다 해봅니다.) ..이상해요, 색도 있고, 하늘도 움직이고..
 
이토록 하늘이 생생하게 움직이다니,
 
흑백 영화에 색을 부은 것처럼
 
눈 앞의 현실은 순식간에 생생해집니다.
 
천오:..움직이는 사람도 있을까요?
 
이미로:...! ... 그럴 수도 있으려나.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 ... (어질..)
 
..주변이 퍽 어두워진 탓에,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가로등만 주황색 불빛으로
 
군데군데를 물들이고 있네요.
 
보이는 건 없으니,
 
들어보기라도 할까요?
 
이미로:(귀 쫑긋..)
 
듣기 판정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드디어..)
 
..별다른 인기척이 들리지는 않습니다.
 
기꺼해야 바람 소리,
 
풀이 흔들리는 소리 정도밖에는.
 
세계는 여전히 멈춰 있는 걸까요?
 
이미로:... 대체 무슨 일일까. 잘못 본 건 아니었는데 분명.
 
천오:..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조금 추욱 쳐지고..)
 
이미로:(쳐진 천오 힐긋... 보곤) ... 저기, 천오.
 
천오:응? 왜요?
 
이미로:이상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한 번만 더 잡아보는건 어때.
 
천오:(눈 깜박) 이상한 뜻이라고 생각 안해요, 아까 그거 때문이죠? 딱 잡은 순간에 이상해졌으니까! (웃으며 네 앞으로 손을 내밀어요.) 자요, 해봐요!
 
이미로:아, 어 맞아. (고갤 한 번 끄덕. 이내 내밀어준 네 손을 느릿하게 한 번 꽉 잡아봅니다.)
 
..딱히, 무언가 일어나는 것 같지는 않네요.
 
단순한 우연이었던 걸까요?
 
천오:별 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미로 손 잡고 쥐었다 폈다 해봄..)
 
이미로:... 그러게. 역시 기분탓... 아니면 우연의 일치? (고개 슬 기울이며 쥐었던 힘 풀기..)
 
무엇을 의심하건, 밤입니다.
 
쉬고 잠들어야 마땅한 시간이에요.
 
밤인 걸 자각하자 괜스레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천오:..피곤하진 않아요? 전 조금 졸린데. (하품 작게 하고) 어디서 잘까.. 하늘도 예쁜데 별 보면서 잘까요? (실실)
 
이미로:아... 어, 나도 피곤하긴 해. (눈 느릿하게 감았다가 뜨곤 고개 끄덕.) ... 뭐, 마침 매트리스도 저 쪽에 많았으니까. 그래도 되고.
 
천오:좋아요! (매트리스 옥상으로 끌고 나와요 질질..)
 
이미로:(질질... 돕는 중...)
 
천오:(먼저 눕고.. 옆자리 팡팡 쳐요.) 미로도 누워요, 완전 좋은 매트리스는 아닌데~.. 바닥보다는 나으니까!
 
이미로:(고개 끄덕하곤 슬쩍 정자세로 누움...) ... 뭔가 제대로 일탈하는 기분이네.
 
천오:가끔은 나쁘지 않잖아요, 공부만 하는 공부 벌레인데, 이럴 때 아니면 일탈 언제 해보겠어요. (안그래요? 하고 덧붙여 물으며 미로 쪽 바라보며 옆으로 누워요) ..우연이든 필연이든 미로랑 만나서 다행이네요. 혼자 있었으면 엄청 외로웠겠다..
 
이미로:(고개만 슬 돌려 눈 천천히 깜빡이며 바라봐) ... 글쎄, 일탈이 필요한가 싶었던 쪽이라서. (이리저리 시선을 굴리다가) ... 그래도 나쁘진 않아. 네 말대로 널 만나서 다행이기도 하고... 나름 재미도 있고.
 
천오:솔직히, 바람 쐬는 느낌이에요. 답답한 것보다는 역시 이 편이 좋은 것 같아요 (옅게 웃다가) 재미있다면 다행이에요, 미로. (..)
 
조금씩 사그라드는 목소리,
 
그 끝에 속삭임은..
 
천오:잘자요, 미로. 좋은 꿈 꾸고..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저녁 인사였습니다.
 
.
 
.
 
.
 
아침의 교차로
 
눈을 뜨니 너 없이 나 혼자.
 
깜빡, 깜빡.
 
아침 햇살이 미로의 눈꺼풀 위를 기어 다닙니다.
 
환한 간지러움에 고개를 돌리더라도
 
빛줄기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잠기운을 떨쳐낸 후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아침 하늘과…
 
…신호등의 붉은 빛입니다.
 
어라?
 
이미로:... ...?
 
벌떡 몸을 을으키면
 
또 다시 그 교차로입니다.
 
등굣길에 늘 건너던,
 
바로 그곳이요.
 
천오를 처음 만난 곳 말이에요.
 
이미로:... 여긴.. (잘못봤나 싶어 눈 비비곤 확인해요)
 
다시 봐도 변함은 없습니다.
 
이미로:... 왜 여기에? ... 그럼 천오 는... (주변 슥 둘러봐)
 
주변 상황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오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요.
 
그러니까, 분명히 어제,
 
등굣길에 시간이 멈췄고,
 
천오를 만난 후 학교를 돌아다니고,
 
함께 나란히 잠들었었죠.
 
옥상에서요.
 
그러나 미로는 교차로에서 깨어났습니다.
 
..왜?
 
이미로:(... 대체 왜?)
 
..어디로 가볼까요, 미로?
 
이미로:(미간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곤)
...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보면 알겠지. 라고 중얼거리곤 학교로 다시 향합니다.)
 
미로는 학교로 향합니다.
 
터벅 터벅, 하나의 발소리가 주변을 메웁니다.
 
빨간불이 가득한 건널목을 건너고,
 
담벼락이 선 골목 사이를 걷고,
 
가끔 엎드린 고양이의 꼬리를 넘어가며,
 
떨어지다 멈춘 꽃잎이나 과일을 발견하다가…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학교에 도착합니다.
 
등굣길을 걷는 내내 천오는 보이지 않고,
 
쌓이지 않는 눈만 연거푸 떨어집니다.
 
이미로:또 이 눈같지도 않은 눈...
 
마침내 정문에 도착했을 때…,
 
천오:미로!!
 
천오가 팔을 붙듭니다.
 
천오:어디갔었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없어져서,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이미로:(...!) 아, 천오.
...나야말로 놀랐는데. ... 일어나보니까 교차로라서.
 
횡설수설하는 그는 여전히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입니다.
 
미로는 교차로에서 깨어났건만,
 
천오는 괜찮았던 걸까요?
 
천오:..교차로요? 어제 거기..?
전 자고 일어났을 때 옥상이었는데..
 
이미로:... (조용히 고개 끄덕이고) ... 몽유병이라도 있나.
 
천오:..이상한 일들이 하도 많이 일어나서 놀랍지도 않긴 하지만.. 왜 하필 미로는 거기고 나는 옥상일까요.. (차라리 둘 다 였으면 좀 덜 당황스러울텐데..!)
 
이미로:(...) ... 아님 정말 내가 문제였던 거 아냐?
출석부에도 없고, 일어나보니 교차로... 였고. (조용히 눈 깜빡이며 얘기하곤)
... 뭐, 정확한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가설... 로 말야.
 
천오:그럼 나는 왜 움직일 수 있는 건지.. 이상한 게 너-무 많아서 내가 미칠 거 같아요. (장난스런 투로 이야기를 흘리곤) 하아.. 너무 많네요, 뭐가.. 하루사이에 뭔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운동장 터벅 터벅 걷고..)
 
이미로:(터벅.. 터벅.. 따라가며) 아무래도 우리가 알 수 있는건 없는 것 같아. ... 누굴 붙잡고 알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짓이니까. (하아... 곤란한 듯 미간 꾹 누름..)
 
옅은 녹색의 인조 잔디,
 
흰 셔츠와 회색빛 치맛자락이 바람에 나부끼고,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별관 3층의 커튼이 팔락입니다.
 
원래 창문이 열려 있었던가?
 
옅은 미색의 커튼은
 
물감이 묻어 얼룩덜룩한 색입니다.
 
아, 그래요.
 
미술실입니다.
 
멀리서 흔들리는 커튼의 모양새가,
 
꼭 이리 오라 손 흔드는 것 같습니다.
 
이미로:(고개 들어 빤... 히 바라보고)
... 천오야, 우리 아직 안 가본 곳 많지?
 
천오:음.. 그쵸? 학교가 도통 넓은 게 아니니까..? (미로 보곤 고개 갸웃)
 
이미로:그럼... 미술실이라도 가볼래? 저기. (턱짓으로 가리켜)
 
천오:(잘 안 보이는지 눈 살짝 찌푸리면서 봐요) 좋아요, 미술실이면 볼 것도많을 거 같고~ (고개 끄덕 끄덕) 저기 커튼 휘날리는 곳 맞죠?
 
이미로:응. (고개 끄덕. 즉답...) 뭐라도 찾아보는게 낫겠지...
 
천오:좋아요, 가봐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 (방긋)
 
이미로:(고개 끄덕하곤 발걸음 옮겨요)
 
물비린내 나는 미술실
 
사방 천지에 물감 냄새가 얼룩 덜룩 했다
 
별관 3층,
 
계단을 오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교실입니다.
 
끼익, 끼익.
 
자주 쓰지 않는 교실이라
 
오래된 티가 역력합니다.
 
한 번 열릴 때마다 문이 지르는 비명이
 
꽤 요란합니다.
 
문턱을 넘으면 훅 느껴지는
 
물감 특유의 텁텁한 냄새.
 
사물함 위에는 액자가 주르륵 올라가 있고,
 
칠판에도 그림이 몇 점 붙어 있습니다.
 
책상 대신 이젤이 가운데 선반을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술선생님은 퍽 피곤했는지
 
자기 자리에 엎드려 있습니다.
 
이미로:... (선생님도 역시... 멈췄겠지.)
 
..그렇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천오:흐음~ 미술실 오랜만에 와본다.. (두리번) 미로는 미술 좋아해요? 그림 잘 그리나?
 
이미로:(!) ... 아, 딱히 소질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보통 정도려나. (칠판에 있는 그림 슥 둘러보며...)
... 그러는 너는, 잘 그려?
 
천오:음.. 보통에서 조금 이상? 못 그리지는 않죠~ (실실 웃더니 어깨 으쓱입니다.) 서로 그려주기 해볼래요?
 
이미로:... 스스로 자랑할 정도면 잘 그리는 거 아냐? (상관없다는 듯 고개 끄덕..)
 
천오:음, 그냥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는 거니까..? (히) 마침 여기 수업도 친구 얼굴 그려주기였던 거 같으니까.. (칠판 가르켜요) 스케치북 한 장 뜯어서 그려요!
 
이미로:(보통 다른 사람의 평가를 주로 하지 않던가? 신기한 사고 방식이네... (...) 따위의 생각을 하며 고갤 작게 끄덕였다. 이내 스케치북을 느릿하게 뜯어 멀뚱 바라보며..) ... 그냥 널 그리면 되는 거야?
 
천오:응, 간단하게 그려요, 간단하게~ 나도 가볍게 그릴게요! (연필잡고 스케치북 한 장 뜯고.. 의자에 앉습니다.)
 
앞에 보이는 백지과 서로의 얼굴.
 
작은 도와지에 담기 위해
 
집요한 시선으로 서로의 얼굴을 샅샅이 훑고,
 
천천히 헤집으면 좁은 미술실에는 희미한 숨소리만 남습니다.
 
사각 사각,
 
연필이 움직이는 궤적이 새까맣습니다.
 
예술 혹은 행운 판정
 
천오:
예술/공예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미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천오:(와)
 
이미로:(아니이게)
 
..잘그린다면서요?
 
못 그린다면서요..!?
 
서로에게 이유 모를 배신감이 듭니다
 
도화지 속에 담긴 얼굴은,
 
천오의 실물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미로의 실물과는 많은 차이가.. 있네요.
 
뭐, 서로의 시선과 실력이 반영되어있을테니까요.
 
우둘투둘한 단면을 남기고,
 
서로의 초상화 한 점씩을 얻습니다.
 
천오:..못그린다면서... 날 속였어..
 
이미로:... ... ...
 
천오:(쪼금.. 뚱해집니다)
 
미술실에서 보고 싶은 건 있나요, 미로?
 
이미로:(다 그린 종이 슬쩍 칠판 난간에 올려둠..)
 
천오:(..) (근데 맘에 듬..) (미로 눈치보다가 챙김..)
 
이미로:(...?) (왜 챙기는...)
 
천오:(안돼요? 눈)
 
이미로:(.............)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될 수가..)
... 마음대로 해. (조용히 사물함 위에 액자 보러 감..;;)
 
천오:((히힛) (기분 좋은지 머리 위 더듬이 휙휙)
 
액자를 보면,
 
미술부의 작품입니다.
 
학생의 솜씨라곤 믿기 어렵네요.
 
순서대로 빼곡한 도시, 정교한 태엽,
 
춤추는 사람들과 바닷가, 흰 여인이 담겨 있습니다.
 
이미로:(음. 역시 전문가들은 못 이기지... 고개 끄덕이며 구경함)
 
자세히 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이미로:(다 비슷... 한데............)
(춤추는 사람들과 바닷가? 를 자세히 봅니다.)
 
따로 따로 두 개 작품입니다..
 
춤추는 사람들 / 바닷가
 
보나요?
 
이미로:(아하. 그럼 바닷가와 태엽 두 개만 봅니다.)
 
바닷가
 
검푸른 바다와 창백한 포말.
 
불그스름하니 얼굴을 붉히는 꽃송이가
 
물 위를 떠다닙니다.
 
모래사장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밤 한가운데의 바다입니다.
 
저 멀리에 흰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교한 태엽
 
시계의 내부를 그렸는지
 
크고 작은 태엽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삐뚤빼뚤한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금세라도 회전할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끄트머리에 쓰인
 
Dominguez 라는 브랜드명이 보입니다.
 
이미로:(...!) 이거...
12시의 도밍게즈...? (아까 본 책..)
 
천오:응? (같이 와서 폴폴..) 도밍게즈.. (눈 깜박) 뭐.. 진짜 도믕게즈 그거랑 뭐 관련이 있는 걸까요..?
 
이미로:그런가...? 아님 이 책이 요즘 유명하다던가. (따라 눈 깜박..) 내용만 봤을 땐 지금 상황이랑 비슷하긴 하다만..
 
천오:뭔가 엄청 기묘하네요... (이상하고 찝찝해요.. 제 뒷머리 만지작거리다가 한숨 한 번 포옥 내쉽니다.) 으! 머리 아플 지경이에요..!!
 
액자 속 그림은 어쩐지 서늘하고,
 
외롭고, 무섭거나 스산하지만,
 
종이에 담긴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멈춘 세계를 구할 방법 따윈..
 
있을 리가 없겠죠.
 
천오:뭔가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을텐데 쉽지가 않네요..
 
이미로:... 하긴, 우린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니까.
그냥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 (주변 슥 둘러봄..)
 
..답답할 지경이네요,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
 
천오:있죠 미로~
 
이미로:... 응, 왜.
 
천오:바다에 갈래요?
 
천오가 뜬금없이 묻습니다.
 
이미로:...
 
그의 시선 끝엔,
 
이미로:... ...?
 
바다가 펼쳐진 그림이 있습니다.
 
이미로:(그림 봤다가 천오 봄...) ... 갑자기?
 
천오:덥잖아요~ 여름이기도 하고, 따라와요!
 
꽤나 막무가네네요.
 
갑자기?
 
이미로:(꽤나 막무가네네........) (일단 조용히 따라갑니다..)
 
.
 
.
 
.
 
텅 빈 수영장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지.
 
바다에 가자,
 
그렇게 말한 천오가 미로를 이끈 곳은
 
다름 아닌 수영장입니다.
 
여름 방학이 코 앞이므로 당연하지만,
 
물은 거의 없고 앙상한 바닥을 보입니다.
 
간신히 발바닥을 적실 정도의 물기가 전부입니다.
 
바다라기엔 보잘 것 없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학교에서 벗어나기도 애매한 노릇이니..
 
천오:발 담굴래요? (신발이랑 양발 슬쩍 벗고 있는..)
 
이미로:... 물이 없는데 어떻게? (일단 같이 신발이랑 양말 벗는 중..)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텅 빈 수영장에는 하늘색 타일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습니다.
 
저 멀리 대걸레, 밀대 따위를 보면
 
여름 방학이 되기 전에
 
청소하려던 것 같군요.
 
대걸레와 밀대가 잔뜩 쌓인 곳에..
 
레버가 보입니다.
 
수영장 물을 채우는 레버입니다.
 
이미로:아, 저기... (레버 가리키며..)
 
천오:응! 레버 돌리면 물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발 담굴수 있겠죠?
 
뒷덜미로 쏟아지는 햇살이 뜨겁지만,
 
물을 밟은 탓인지 그렇게 덥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수영장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자극적입니다.
 
이미로:(눈 깜빡... 하곤 고개 끄덕. 레버를 당기러 갑니다.)
 
천오:(어차피 물도 없겠다.. 수영장 밑으로 폴짝..) 가로 질러 가는 게 더 빠를 거 같잖아요~ (히히)
미로는 위로 갈 거예요?
 
이미로:... 나는 위에서 당겨보려고. (터벅터벅..)
천오는 아래에서 밀거나 당겨봐.
 
천오:아, 아쉽다. 미로 한 번 넘어트려볼까 생각했는데~ (키득) 알았어요!
 
천오가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찰박거리는 물소리,
 
그와 반대로 미로가 걷는 쪽에서는 건조한 발소리가 들리네요.
 
터무니 없을 정도로 쨍한 정오의 햇볕.
 
여름 특유의 축축하고 눅눅한 것들이
 
입안을 바짝 말립니다.
 
수영장 끄틀머리에 달린 레버는, 하나입니다.
 
천오:자, 당겨볼까요~
 
이미로:(천오가 당기는 방향 눈치채곤 고개 끄덕.)
 
천오:(돌려봅니다..) (끙;)
 
이미로:(열심히 같이 돌려봄...)
 
행운 판정
 
이미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천오:(와...)
 
빙그르르,
 
레버가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멈추었던 물이 터지며 팍 튑니다.
 
천와오 미로,
 
두 사람 모두 앞머리 푹 젖어벼렸습니다.
 
물 냄새가 납니다.
 
천오:(흐악)
 
이미로:(......) (물 뚝뚝..)
 
천오:(..) (미로 앞머리 탈탈 털어줌..;)
 
이미로:... (천오 앞머리 탈탈 털어주며..)
이거, 이대로 두면 알아서 채워지는 거야?
 
천오:그렇죠? 적당히 채워지면 다시 잠궈야겠지만..!
수영하기엔 여벌 옷은 없으니까 위에 앉아서 발 담굴 수 있을 정도만 채워요~
 
이미로:(조용히 고개 끄덕...) 그래 그럼.
이게 네가 말한 바다... 인 건가? (조용히 앉아서 발 슬쩍 담궈요)
 
천오:응, 멀리는 못 가니까 아쉬운 대로..죠~? (고개 살짝 끄덕거리더니 걸터앉아 발 담구고 발끝을 살짝 움직여요) 그래도 시원하지 않아요?
 
이미로:뭐... 크게 아쉽지는 않아. 멀리 가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가만히 마주보곤 고개 끄덕.) 애초에 학교 수영장도 따로 오진 않았으니까.
 
천오:그래요? 여행 같은 거 가는 것도 안 좋아해요, 그럼? (고개 갸웃..) 나도 수영장 처음 와봐요, 있다는 건 많이 들었는데~ (애들이 얘기 해주더라구요. 학교 좋다고.) 이렇게 같이 와줄 사람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이미로:아무래도 그런 편. 귀찮잖아, 여행이라던가? 가려면 준비도 많이 해야하고. (너무 스케일이 크게 좋지 않나... 여튼.) ... 그래, 좋으면 된 거지. (무덤덤하게 눈 깜빡..)
 
천오:흐음, 수학여행 같은 것도 별로에요? 수련회는 조금 깐깐하니까 저도 별로기는 한데, 물론.. 가본 적도 없지만. (손 끝에 물 붙여서 장난스레 미로한테 톡, 튀기고.. 미로 가만 바라봅니다.) 미로는 별로에요? 아, 이렇게 물어보면 싫다고 대답하기 조금 그러려나? (농조. 꼭 대답 안 해도 괜찮아요!)
 
이미로:가... 라면 가는 편? 안 좋아할 뿐이지. 모두가 가는데 혼자 안 가는 것도 좀 그렇고, ... 음. 애초에 애들이 먼저 귀찮게 오는 타입도 아니라서. (?) (촉촉해짐... 빤히 마주 바라보며 눈 깜빡.)
... 싫진 않아. 오히려 꽤 재미있다고 생각해. (하곤 따라 손 끝으로 물 톡, 튕기기...)
 
천오:하긴.. 수학여행 같은 거 빠지면 학교에서 보충수업한다고 듣긴 했어요. 그거 할 바에는 놀러가는 게 더 나을 지도~.. (? 같이 촉촉해짐..) 그래요? 다행이다! 싫은데 재미도 없었으면 진짜 그거야말로 최악이잖아요~ (환히 웃어보이고는 이어서 어깨 으쓱거립니다.) 그나저나 수영장 진짜 넓죠, 둘이 쓰려니까 전세낸 기분이네~
 
이미로:보충수업... 나쁘지 않은데? 차라리 학교가 조용하고 편할지도. (...아.) 이렇게까지 조용한 건 별로지만. 최악까진 아니지. (촉촉한거 보곤 만족했다는 듯 고개 끄덕..) 지금은 거의 뭐 전세... 수준 아닌가. 학교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곳이 말이야. 언제까지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평생 이러진 않겠지...?)
 
천오:(..;) 미로는.. 공부를 조금 덜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공부만 열심히 하는 거 아녜요? 공부 안 할 때, 음.. 기분 전환할 때는 뭐하는 편이에요? (공부 벌레.. 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얼굴에 묻는 물기 대충 손등으로 슥슥 닦고..) 아, 그렇긴 하네요. 평생 이러지는 않겠죠, 지금만 봐도.. 완전히 흑백은 아니니까, 변한게 있잖아요~? 당장 돌아오는 건 무리일지 몰라도.. 곧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 돌아오면.. 뭔가 많이 바뀔까요? 멈춘 시간이이까, 그동안의 시간은 없었던 일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이미로:(...?) ... 열심히가 아니라.. 그냥 할 게 없어서 하는 건데? 나 그렇게 순수한 목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 (중얼거리는 걸 듣곤 빤히 보다가) ... 만화. 가끔 심심할 때 모아서 한꺼번에 봐. 이 정도면 벌레... 까지는 아니지 않나. ... 그러는 천오는 공부 안 해? (1학년이면 열심히 준비해야하지 않나? 잔소리 장전하며...)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곤 멍하니 수영장 바닥을 바라보며) ... 글쎄, 그냥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될 것 같기도. 우리가 수영장에서 이러는 것도,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린 것도... 그냥 우리끼리만 알고있는 일들이 되지 않을까 싶어.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는건 지루하지만, 지금은 별 방법이 없으니까. 더 걱정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겠지, 아마...
 
천오:순수한 목적? 할 게 없어서 하는 거..라니.. 그게 더 대단한데.. 누가 할 게 없다고 공부를 해요.. 유튜브 보거나 폰 하면 몰라도.. (이게 보통 고등학생 아니에요?) .. (뭔가 쎄함을 느낌) ..하고 있어요! 당연히 하고 있죠..! 보, 보통 그리고 1학년 때 실컷 놀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당황해서 말 더듬 더듬..) 물론 대학 가려면 열심히 해야하는 건 맞기는 한데.. (제 뒷머리 만지작거리다가 한숨 폭 내쉰다. 너무 어렵단 말이에요.. 학원은 적성에 안 맞고..) 아무것도 없던 일이 되면 조금 슬플 것 같아요, 나 나름.. 지금이 더 즐거운 것 같기도 한데. (발 휘적 휘적 거리다가 턱 괴고 수영장 물만 바라봅니다.) 그래도 역시 돌아와야 하는 게 맞기는 하겠죠.. 게임처럼 무언가 기억할 수 매개체 같은 게 있다면.. 기억할 수 있으려나.. (미로 빤히 바라보다가) 미로는 지금 이러는 거, 기억 안해도 상관 없으려나요?
 
이미로:(누가라면 여기... 라는 표정.) ... 딱히 재미있는 영상도 못 찾겠고, 폰으로도 할 게 없지 않나? 애초에 연락하는 사람도 없고. ... 게다가, 유튜브 영상들은 전부 취향이 아닌 것 같아. (ASMR...? 듣는게 이해가 안 가는 편.)
... (진짜냐는 표정... 지이이...) ... 실컷 놀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지. 내신 챙기기 제일 쉬운 학년이 그 때일텐데.학년이올라가면올라갈수록공부안하는애들도정신잡고하느라더욱힘... (아, 이제서야 표정을 보곤 하던 말을 멈췄다. 조용히 수영장을 응시하며 대답하기를) ... 그러려나. 지금이 더... 라고 한다면, 시간이 멈춘 걸 얘기하는 거야. 아니면... 마음대로 놀러다니는 상황을 얘기하는 거야. (다시 네게로 시선을 옮기고) 글쎄, 상관은 없겠지 아무래도. (...) 그래도 기억하고는 싶네. 잊어버리기엔 생소한 경험들이었잖아. 수영장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천오:(..그러게, 옆에 있긴 하네. 누가 옆에 있었네..) 흐음.. 동물 같은 거 좋아하면 그런 거 봐도 좋고, 요리하는 게 좋아하면 요리하는 영상 봐도 좋잖아요? 꼭 AMSR이 아니더라도.. (안 그런가? 하면서 고개를 기울여요.) ..랩한다, 또. 미로 잔소리하면 말 빨라지는 타입이죠.. (재밌다는 듯 픽 웃더니 괜히 물 한 번 더 튀기고.) 알았어요, 그래도 충고랑 조언 해줬는데! 원래대로 세계가 돌아가면, 공부 제대로 한 번 해볼게요. (두고 봐요~ 하는 말도 덧붙이며 웃습니다.) 둘 다 비슷하지 않아요? 시간이 멈췄으니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잖아요. 아무런 걱정도 안 하고.. 대답하기 애매하니까~ (으음) 둘 다! 라고 해둘까요? (같이 미로보면 가볍게 눈꼬리 휘며 웃습니다.) 역시~ 다행이에요. 나만 기억하고 싶으면 조금 억울할 뻔했네. (키득) 어쨌든, 미로도 나랑 있는 게 지금은.. 재미있다는 거잖아요? 물론.. 혼자가 아니라는 단순한 안도감도 있지만.. 그래도!
 
이미로:(조용히 고개 끄덕...) 딱히, 찾아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게 없는 편. ... 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가려나. (들켰군... 이라는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 끄덕. 딱히 부정은 하지 않는다. 그리곤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뜸을 들이더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원래대로 돌아가더라도 안 잊어버릴 거고, 네가 원한다면 마음대로 돌아다니라는 뜻이야. 뭐, 물론 공부는 해야겠지만...
나도 꽤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는 편이라고. 만약 나중에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도 놀고 싶으면 말해. ... 정확하게는 놀고 나서 말해. 공부 정도는 도와줄 수 있을테니까.
 
천오:흐음, 그냥 흘러가는대로 사는 타입인가요.. 의욕이 없는 건가? (턱 괴고 너를 바라보곤 볼 살짝 잡아당겨요) 만화책 재미있는 거 다음에 소개 좀 해줘요, 미로가 본다니까 나도 조금 궁금해서. (어) ..! 진짜요? 거짓말 아니죠? (티가 나게 조금 밝아진 표정. 공부한다는 것보다는 원래대로 돌아가도 너랑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좋은 것이겠죠. 옅게 올라간 입꼬리가 그를 증명합니다.) 미로가 도와준다니까 조금은 안심이네요~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도움될 거 같고, 뭣보다 미로 만날 명분이 하나 늘었잖아요? (그쵸?)
그럼 약속. 돌아가도 잊어버리지 말고, 놀고 오면 공부하는 건 도와주기. (새끼 손가락 내밉니다.)
 
이미로:의욕이 없다, 라... 그럴 수도 있. (?) (조용히 눈 깜빡이며 당겨짐...) ... 겠네. 추천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네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튼간에, 단기간에 이 정도로 가까워진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었기에 딱히 밀어낼 생각은 없었다. 여태껏 주변에서 먼저 다가오는 일이 없었기에 그저 그렇게 지냈을 뿐. 환하게 웃는 네 낯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조용히 고갤 끄덕였다.)
그래, 약속. ... 후회하진 마. 약속까지 한 거니까 열심히 가르쳐줄 거거든. (희미하게 미소를 짓곤 네 새끼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었다. 각오하라는 듯 비장한 눈빛...)
 
천오:.. (망했지만,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선생님이라고 할까요? (반쯤 농담)
 
푸른 풍경에 둘만의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단둘이 쓰기엔 지나치게 넓은 수영장.
 
소독약 냄새가 밴 호사스러운 광경은,
 
새파란 색이었습니다.
 
천오:아! 너무 여기만 오래 있으면 조금 그러니까.. 장소 좀 옮겨 볼래요? 수영장도 좋지만 여긴 조금 쨍~하잖아요.. 그늘이 있을 만한 곳으로?
 
이미로:뭐, 상관없어. 그늘이라면... 어느 쪽?
 
천오:으음~ 제 기억으로는 주변에 창고가 하나 있다고 들었거든요, 거기 어때요? 근처에 나무들도 있어서 꽤 시원하대요!
 
이미로:그래 그럼. (작게 고개 끄덕.) 적당히 말리고 가서 쉬자.
 
천오:그럼~ 이쪽으로! (뒤에서 미로 등 밀며 총총총)
 
그늘진 창고
 
한 밤의 가로등처럼 울긋불긋했다.
 
두 사람이 들어온 창고는
 
천오의 말대로 주변 나무들 덕에 그늘이 져서 그런지
 
햇볕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창고 안에는 뜀들과 농구공, 배부공 따위가 든 카트
 
줄넘기가 든 바구니,
 
경기장을 그리는 라인기와 고깔 등..
 
체육 시간에 필요한 것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습니다.
 
바닥에는 체조할 때 사용하는 초록색 매트가
 
몇 겹이고 겹쳐서 쌓아져 있고요.
 
불이 켜지지 않아 사위는 어둑어둑하고,
 
높이 난 창문을 따라 여름의 것 같지 않은
 
서늘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땀을 식히기에도, 젖은 옷을 말리기에도
 
적절한 장소 같습니다.
 
천오:어때요~ 시원하죠!
 
이미로:(고개 끄덕...) 여긴 잘 안 오는 곳인데, 잘도 알았네.
반 친구들이 알려준 거야?
 
천오:응, 체육시간에 쌤이 자유시간 주면 가끔 온다고 알려줬어요. (고개 끄덕 끄덕이더니 읏차, 하는 소리를 내며 매트에 풀썩 앉습니다. 저번처럼 앉으라는 듯 옆자리 톡톡)
 
이미로:(톡톡, 하는 손짓보곤 조용히 고개 끄덕. 가서는 풀석 앉은채 창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 이런 데에서 자유시간... 인가. 조용해서 혼자 있기에는 좋겠네.
 
천오:맞아요, 혼자 있기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같이 있어도 좋은데요? 시덥잖은 얘기도 좀 하고~.. 같이 좀 쉬고. (어깨 으쓱거리곤) 아, 그러고보니까.. 아까 학교로 오는 길에.. 시계봤는데, 11시 50분인가 그랬거든요? 뭔가 달라지긴 하는 것 같아요.. 처음 미로를 봤을 땐 조금 더 전이었던 것 같거든요
 
이미로:(역시... 외향적 인간...따위의 생각을 하며 조용히 고갤 끄덕였다. 이내 몇번 눈을 깜빡이고) ... 그치, 분명... 11시 40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언가 변화가 생기긴 한 것 같네. 이상한 곳에서 깨어난 것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천오:언제 원래대로 돌아올진 모르겠지만.. 하루 지날 때마다 뭔가,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요. 일단 지금은.. 우리가 뭘 한 게.. 음, 맞나? 아니더라도, 색이라도 원래대로 돌아왔으니까? 좋은 징조 아닐까요? 전 좋은 거라고 봐요! 우리 잘 하고 있는 걸 거예요~ (하이파이브! 하자는 듯 손을 펴서 네 앞으로 내밉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이미로:결국 시간이 약이다... 라는 것 같기도. (하긴, 지금 상황에선 기다리는게 최선일 것 같다. 동의한다는 듯 고갤 두어번 끄덕, 이내 내민 손에 가볍게 하이터치를 하곤) 응, 뭐라도 되겠지. 라고 생각... 해볼게.
 
짝!
 
가볍게 손바닥이 맞는소리가 나고,
 
미로, 건강 판정.
 
이미로: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
 
옆구리가 욱신거리고,
 
날카로운 무언가로 찌르는 것처럼
 
길고 첨예한 통증에 꿰뚫립니다.
 
이윽고 통증의 범위는 급격히 늘어나,
 
온몸이 쪼개지고 뼈가 조각나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비명을 지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파도가 밀려옵니다.
 
1d3 굴려주세요
 
이미로:
rolling 1d3
 
(
1
 
)
 
 
=
1
 
체력 1 감소
 
이미로:(...!!!)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옆구리를 움켜쥐고 몸을 숙여)
... 뭐야, 이거..
 
매트나 바닥,
 
벽을 살펴봐도
 
특별히 튀어나온 구석이라곤 없습니다.
 
떨어진 것도, 부딪힌 것도,
 
찔린 것도 없는데
 
이 통증은 어디서 온 건가요?
 
시작점은 분명 옆구리였습니다.
 
이미로:(...?) (옷을 들춰 옆구리를 확인해보며..)
... 다쳤나?
 
옷을 들추고 확인해보면
 
미로의 팔뚝, 셔츠 아래의 옆구리에
 
멍과 상처가 가득합니다.
 
옆구리에 난 커다란 멍은
 
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퍼렇게 죽어선
 
꼭 썩기 직전의 피부처럼 보입니다.
 
오른쪽 팔에도 자잘한 멍이
 
붉고 푸르게 얽혀 꽃송이처럼 피어났고,
 
왼쪽 팔뚝에는 길게 끌린 상처에
 
피가 맺혔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상처예요.
 
그러나 그것은 갑자기 생겼습니다.
 
완전히 멈춘 세계,
 
원인도 출처도 알 수 없는 상처.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 ... 뭐야 이거.
 
이성 감소 없습니다.
 
상처가 실제임을 알려주듯
 
따가움과 쓰라림이 느껴집니다.
 
갑자기 생겼으나,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미로:... ... (혼란스러워서 상처만 빤히 보고..)
 
언제 다쳤던거지?
 
돌이켜 보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은 기억 따위,
 
없습니다.
 
듣기 판정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ㅡ,
 
기나긴 비명을 들었던 것도 같아요.
 
공포에 질린, 경악에 내몰린…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비명들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그래서 고개를 들었죠.
 
그 다음 보게 된 것은 어제의 한 장면입니다.
 
흑백이 되어버린 세계,
 
멈춰버린 시간.
 
천오:..뭐예요? 미로, 뭐..예요, 그 상처...?
 
이미로:...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통증이 느껴져서 봤더니...
... 다친 기억도 없는데, 왜일까. (가만히 상처를 바라보며 눈 깜빡..)
 
상처가 어째서 생겼는지는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생겼을까요?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갑자기 생긴 상처와 멍 자국.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
 
무섭고 끔찍한 것을 본 것처럼.
 
…그렇다면 비명의 원인도,
 
상처의 이유도 일맥상 통합니다.
 
말도 안 되지만..
 
어떤 괴물이라도, 지나간 건 아닐까요?
 
천오:..진짜 뭐예요, 아까, 아까 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요..
 
이미로:... 나도 영문을 모르는 일이야, 정말로. (슬쩍 옷을 내려 고쳐입곤) ... 괜찮아지겠지.
 
천오:안, 아파요..? 왜, 왜 미로한테.. (불안감에 휩싸인 듯 제 양손을 마주잡습니다.)
 
이미로:아... 프긴 한데... (이 상황에서 뭘 할 수도 없고..)
... 넌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이라던가... 아픈 곳이라던가.
 
천오를 살펴봐도 상처 하나 없습니다.
 
그저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뿐이에요.
 
지금의 세계가,
 
무척 기형적이라고,
 
시시각각 깨닫습니다.
 
천오:..전, 전 괜찮아요. 다친 거도 없고.. 아픈 곳도 없어요, 그치만 미로, 는..
..제대로 치료,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앞으로 손 내밉니다.) 가요, 상처.. 치료 하러.
 
이미로:...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눈 깜빡, 거리며 내민 손을 바라보더니. 이내 느릿하게 잡곤 고갤 끄덕입니다.) ... 민폐 끼쳐서 미안. 이번만 부탁할게.
 
천오:나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다친 건.. 미로면서..
 
싸한 보건실
 
약 냄새가 무딘 정신을 일깨웠다.
 
손을 잡고 천오가 데려온 곳은
 
다름 아닌 보건실입니다.
 
드르륵,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싸한 소독약 냄새가 납니다.
 
보건실의 풍경은 미로가 아는 것과
 
무엇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반, 번호와 이름을 적어야 하는 차트,
 
약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선반,
 
침대 세 칸과 기다란 정수기.
 
보건 선생님은 선반 앞에 서 있습니다.
 
이미로:(시간이 멈췄어도 일단 적긴 해야하니까...) (조용히 차트에 제 반 번호를 적습니다.)
 
검은 파일철에 묶인 흰 종이들.
 
네모난 칸에는 보건실에 방문한 학생들의 반, 번호, 이름
 
간단한 증세가 쓰여 있습니다.
 
끝에 미로의 이름이 적힙니다.
 
천오:이리와서 앉아봐요. (침대 앞으로 의자 하나를 끌고 와서 앉습니다. 침대 팡팡 두드리고..)
 
언제 챙긴 건지,
 
밴드와 붕대, 연고와 소독약..
 
꺼내온 것들을 협탁에 늘어놓습니다.
 
꽤나 익숙해보이네요.
 
이미로:(...?) (뭔가 너무 익숙하지 않나.)
(조용히 고갤 끄덕하곤 차트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차트를 보다보면..
 
익숙한 이름이 수시로 적혀있습니다.
 
다름 아닌 천오의 이름,
 
많으면 하루에 세 번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로:(몸이 아프다고 했었던가. 근데 어디가 아프길래 이렇게 자주...?)
 
조금만 더 봐볼까요?
 
이미로:(조금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병세라던가?)
 
자세한 병세가 써 있지는 않지만
 
약 한 달 전부터 수시로 적혀있는 것 같네요.
 
어디가 안 좋은 건가?
 
천오:저기, 미로~ 치료 하기 싫어요? (안오냐구요~!)
 
이미로:(!) ... 아, 미안. 이름을 잘못 써서 다시 쓰는 중이었어.
(총총... 천오에게 갑니다. 침대에 걸터앉음..)
 
제일 먼저 천오가 손에 쥔 것은 물병입니다.
 
정수기에서 방금 받은 물은
 
차갑고 투명하게 찰랑거립니다.
 
차가운 물이 왼쪽 팔의 상처 위를 내달립니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서
 
가만히 견디기 퍽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미로:... (눈썹 움찔...)
 
천오:(눈 깜박) ..아파요? (조심..)
 
이미로:좋은 느낌... 은 아닌 것 같아. (괜찮다는 듯 고개 끄덕.)
 
침대의 바닥으로 물이 뚝뚝 떨어져 고이고,
 
상처를 깨끗이 소독하면
 
환부의 물기가 마를 때까지 잠시 시간이 생깁니다.
 
천오:(가만 보다가) 이렇게 심한데.. 안 아픈 게, 이상한 거기는 하죠..
 
이미로:.. 심한 거야? 이렇게 다쳐본 적이 많이 없어서. (떨어지는 물 가만히 보는 중.)
... 그나저나, 천오 너 되게. ... 익숙하다고 해야하나, 능숙하다고 해야하나.
많이 해본 것 같아서. 치료라던가?
 
천오:이게.. 이게 안 심한 거면 뭐에요?! (머리 콩!) 보건실에 자주 오다보니까.. 뭐가 어디있는지 정도는 잘 알아서요. 치료는.. (잠시 뜸) ..하는 걸 자주 봐서 그래요.
 
팔뚝에 남은 물기를 조심히 닦아내고
 
핀셋과 솜으로 천천히 연고를 덧바릅니다.
 
이미로:(?) (딱콩맞고 머리 문질...)
 
크기에 맞춰 적당히 거즈를 잘라 붙이고..
 
천오:.. (잠시 한숨) 셔츠, 들어요..
 
이미로:... 아? (맞다...)
(덤덤하게 셔츠와 목티를 같이 잡아 명치 밑까지 끌어 올려요..) ... 미안.
 
천오:뭘 미안해요,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도 아니면서.. (됐다는 듯 작게 웃는 소리 흘립니다.) (정수기 쪽으로 가서 찜질팩에 얼음 넣고..) 얼음이라서 조금 차가워요!
 
이미로:(그래도... 귀찮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듯 가만히 보고,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
 
천오의 선언 후
 
드러난 피부 위로 차가운 것이 닿으면
 
흠칫,
 
저절로 몸이 소스라칩니다.
 
욱신거리는 아픔마저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천오:15분 정도는 대고 있어야 해요, 알았죠?
 
이미로:(느낌 싫다... 조용히 고개 끄덕.) 생각보다 기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한참이 지나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미로:(아 맞다, 시간이 멈췄...) ... ...
 
차가움 탓인지,
 
시간이 멈춘 탓인지,
 
정말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요.
 
이미로:(눈 데굴...) ... 이 정도면 됐지 않을까?
 
천오:됐어요, 이 정도면.. 찜질팩 이리 주세요 (손 내밀)
 
이미로:(드디어...! 조용히 내밀어주곤 옷매무새 정리 중..)
 
천오:안 끝났어요! (옷 잡음;)
 
천오가 다급하게 옷을 잡아 다시 들추고..
 
알로에 베라 젤을 멍 위에 바른 뒤 손을 뗍니다.
 
이미로:(...??) (조용히 맨살 까지며........)
...... ...... 여러가지로 참... 신선하네... (진짜 여러가지로..;)
 
천오:다 됐어요, 그런데.. 정말 어쩌다 다친 거예요? (옷 내려주고..)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덮으니
 
아픔이 한결 덜한 것 같긴 합니다.
 
건강 판정
 
이미로: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도 정말 모르는 일이라서... 뭐라 대답해줄 수가 없네.
그래도 좀 괜찮아진 것 같아. 고마워.
 
체력 1 회복합니다
 
천오:그래도.. 괜찮아졌다니 다행이네요. 걱정했잖아요
 
이미로:(끄덕...) 앞으론 조심해볼게. 뭘 조심해야할진 모르겠지만...
 
천오:네네~ 이대로 인생을함께안녕하고싶은게아니라면조심해주셨으면좋겠네요두번이랬다가는제심장이남아나질않을것같거든요그쵸미로?
 
이미로:...
... ... ...
(고개 끄.. 끄덕.......)
 
천오:(ㅎㅎ)
 
이미로:... ... 갑... 자기 목이 마르네. (정수기로 향하며...)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곤 보건 선생님 쪽으로 슬쩍 가봅니다.)
 
선반 앞에 선 채로 멈춰 버렸습니다.
 
한쪽 손은 공간을 남긴 채 둥글게 말아 쥔
 
이상한 모양입니다.
 
이미로:...? (뭘 잡고 있었던 건가...?)
 
동그란 걸 보니..
 
물병 아닐까 싶네요.
 
아까 천오가 가져온 물병이,
 
보건 선생님의 것이었나봅니다.
 
동그란 안경을 쓴 보건 선생님은 퍽 순한 인상입니다.
 
미로가 아는 그 얼굴과 하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반대쪽 손에는 종이를 들고 있습니다.
 
이미로:(아하. 순발력도 참 좋은... 응? 하고 종이를 슬쩍 꺼내 살펴봅니다.)
 
진단서입니다.
 
이미로:마음대로 봐도 되는가 싶지만... (지금은 아무도 모를테니까. 자세히 읽어봅니다.)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진단서의 제일 위에는
 
천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미로:... .... 기면증...?
 
천오의 병세에 관한 진단서입니다.
 
수면 패턴이 규칙적으로 안정 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들쑥날쑥해질지
 
알 수 없다는 소견이 적혀 있습니다.
 
처방된 약이 꽤 많은데,
 
이름이 워낙 복잡하고 길어
 
제대로 읽기가 어렵습니다.
 
천오:(옆에서 선반 뒤적 뒤적거리다가 멈칫..) ..방금 뭐라고..
 
이미로:... 아. (캐물으면 불편해하려나.)
(덤덤한 표정으로 작게 고갤 내젓곤 침대로 다가가며) ... 그냥 혼잣말이었어.
 
천오:..혼잣말은 무슨, 거기 있는 거 제 진단서죠? (잠시간의 침묵) 괜찮아요! 최근엔 꽤 괜찮아지고 있어서..
 
이미로:(!)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갤 끄덕이곤) ... 그렇구나. 그렇다면 다행이네.
(이럴 땐 무어라 말을 덧붙여야하는지 잘 모르기에... 조용히 침대에 앉아 쭉 살펴봅니다.)
 
세 칸의 침대는 생각보다 푹신푹신하고 편안합니다.
 
흰 베개와 이불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천오와 미로가 함께 누우면
 
빠듯할 정도의 크기입니다.
 
침대의 옆, 가장 바깥쪽에 한 칸짜리
 
작은 책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미로:(별 건 없네... 책장 빤히 바라보며..)
 
천오:(선반에서 뭐 하나 챙기고 책장 쪽으로 총총.. 책 한 권 뽑아서 구경해요.)
여기 책들은.. 보건쌤이 애들 책 읽으라고 준비해두신 거래요, 되게 친절하시죠~ 땡땡이 치러 오는 애들도 있을텐데. (작게 웃곤)
 
종종 동화책이나 소설책이 꽂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건강에 관한 책입니다.
 
올바른 운동법,
 
몸에 좋은 과일 101가지,
 
마음을 치료하는 좋은 이야기들..
 
그 옆자리는 천오가 뽑은 책이라 비어 있네요.
 
있는 책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아우릅니다.
 
이미로:(착한 선생님이군... 하며 생각을 하다가, 천오가 뽑은 책으로 시선을 옮겨요)
... 무슨 책이야 그건?
 
천오:이거요? (책 덮어서 표지 보고) 들으면 위로가 되는 문장.. 이네요, 제목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봅니다) ..음,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좋은 말은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래에 사진도 있어요 (미로 앞으로 책 보여주며)
 
천오가 보여준 책에는
 
좋은 말을 들려주었을 때,
 
그리고 나쁜 말을 들려주었을 때
 
각각 다른 모양으로 변화한
 
물의 결정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이미로:음... (얌전히 들으면서 사진 보곤) 나도 어디에선가 봤던 것 같기도.
 
천오:...말에도 분명히 힘이 있다.
라고 적혀 있어요.
 
..
 
이미로:... ...?
그게 무슨...
 
말에도 분명히 힘이 있다.
 
별 거 아닌 문장임에도,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그 문장을 들으면
 
크나큰 불쾌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꼭, 불길한 예감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이미로:... (뭔가 쎄한데. 이유모를 불길함에 제 뒷목을 슬 문지르고)
... 그럼 좋은 말... 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
 
천오:그쵸~ 고래도 춤추게 하고, 봐봐요, 눈결정 모양도 달라진데요. 이런 거 되게 신기하더라구요~
아, 미로!
아, 해봐요~
 
이미로:(고개 끄덕끄덕... 하다가 응?)
... 아. (아..........)
 
천오:(ㅋㅋ 귀여워)
 
천오가 미로의 입에
 
무언가를 쏙 밀어 넣습니다.
 
천오:비타민 C에요! 멍이 빨리 빠지는데 효과적이래요~
 
이미로:(?) (일단 우물거리고 봄.)
 
천오:쌤이 선반에 숨겨두더라구요, 자주와서 봤지요 (브이)
 
이미로:(우물...) oO(잔소리 할까말까 고민 中)
 
이성 판정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새콤한 맛은 금세 혀 위로 퍼지고,
 
순식간에 잠이 몰려옵니다.
 
눈꺼풀이 깜빡, 깜빡,
 
수마에 시달려 느릿느릿하게 닫힙니다.
 
방금, 삼킨 게,
 
비타민이 아니라..
 
수면제였던가?
 
어처구니없는 의심이 고개를 들 정도로요.
 
비타민C는 물거품처럼 녹아내려,
 
순식간에 형체를 잃습니다.
 
건강 판정
 
이미로: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미로, 괜찮아요? 졸려보이는데.. (눈 앞에 손 휘적) 조금 누워있다가 갈래요? 어차피 시간, 음.. 아무튼 시간은 많으니까요..
 
이미로:(느릿하게 눈 깜빡...) ... 미안, 그러는게 좋을 것 같아. 지금은... (확 몰려오는 피로감에 눈 슬 비비고..)
 
천오:..많이 피곤한가보네, 내가 너무 많이 돌아다니게 했나봐요. (평소에 잘 안 돌아다닐 것 같은 사람이 오래 돌아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지.) 누워요, 보건실 침대 되게 편하니까.
 
이미로:(하긴, 움직이는게 익숙치 않은 저인지라.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비타민 탓이 아닌가? 그럴지도. 따위의 생각을 조용히 하곤 고갤 끄덕였다.) ... 응, 조금만 잘게.
(이내 느릿하게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 혹시, 내일도 또 다른 곳에서 깨어나려나.
 
천오:..글쎄요.. 저도, 어떨지 모르겠네..
 
침대에 누우면
 
보건실 창문에 달린 풍등이 짤랑짤랑,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열린 창문 틈새로 풀 냄새가 넘어옵니다.
 
바깥에는 여전히 눈이 오고 있습니다.
 
색채를 찾은 세계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르는
 
노을의 귀퉁이를 발견했을 때…
 
희미해지는 천오의 말을 마지막으로
 
미로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습니다.
 
..
 
새까만 잠이
 
밤보다 일찍 몰려옵니다.
 
.
 
.
 
.
 
오후의 교차로
 
눈을 떠도 나만이 오롯이.
 
깜빡,
 
깜빡..
 
강렬한 햇살이 미로의 눈꺼풀 위를 기어 다닙니다.
 
환한 간지러움에 고개를 돌리더라도
 
빛줄기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미로:(...) (끙... 눈을 찌푸리며 눈을 떠) ...
 
잠기운을 떨쳐낸 후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오후 나절의 하늘과…
 
...
 
신호등의 붉은 빛입니다.
 
이미로:... 역시인가..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곤 몸을 일으켜요)
 
몸을 일으키면
 
..예상했던 대로, 또 다시 그 교차로입니다.
 
등굣길에 건너던 바로 그곳이요.
 
분명히 어제도 이곳에서 깨어났었죠.
 
왜 미로는 이곳으로 돌아온 걸까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미로:... 대체 왜일까. 또 이번에도 나만... 인가? (주위 슬 둘러보고..)
 
주변의 광경은 언제나 같습니다.
 
다만, 지금은 해가 다 져가는 오후입니다.
 
땅거미가 지는 중이라
 
온통 붉게 물들어 신호등과 비슷한 색을 띱니다.
 
상처는 여전히 아픕니다.
 
어쩌면 어제보다 더, 아픈 것 같습니다.
 
늦잠을 잔 건 상처 탓일까요?
 
붉은 해가 유난히 선명합니다.
 
아스팔트마저 붉게 물들일 정도로
 
노을의 색은 선명하기 짝이 없습니다.
 
샛노란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릅니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천오는, 역시 보이지 않는 군요.
 
어디로 갈까요, 미로?
 
이미로:.. 역시.. (학교로... 갑니다. 터벅터벅...)
 
터벅 터벅 나의 일..
 
언제나와 같은 길을 걷습니다.
 
세 번째 똑같은 모습의 동굣길을 건너는 건
 
어쩐지 조금 기묘한 느낌입니다.
 
앞으로 하염없이 걷다보면,
 
문득 앞에 긴 그림자가 집니다.
 
이미로:... (?) (조용히 고갤 들어 보고)
 
천오:미로, (가볍게 손 흔들고..)
 
천오입니다.
 
천오:어제 얘기한 거 신경쓰여서 마중 나와 봤어요, 반갑죠? (웃으며 머리카락 매만지고)
 
이미로:... 아. (비몽사몽 했던지라 그런 말도 했었지... 하고 떠올리고) 응, 반갑네.
 
천오:이러다가 원래대로 돌아와도 등굣길에 미로 기다리게 생겼어요 (작게 웃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학교에 도착하면..
 
듣기 판정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아냐,
 
학교 종소리인가?
 
출처를 모르게습니다.
 
이미로:(?)
... 설마.. (우리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나..?)
 
천오: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아나) 뭐 들려요?
 
이미로:(?) 아니 뭐가들려
(ㅋㅋㅠ) 종... 소리 비슷한게 들리지 않아?
 
천오:종..소리? 어제 학교 종..소리 안 울린 거 같은데 갑자기요..? (고개 갸웃)
 
한 번 더.. 들어볼까요, 미로?
 
이미로:... (아자.)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자...!)
 
피아노 소리가 분명합니다.
 
멀리, 멀리서.
 
별관 어디에선가 들려옵니다.
 
이미로:... 아까는 잘 몰랐는데, 진짜 들리는 것 같은데..
(별관 쪽 가리키며) ... 저 쪽.
 
천오:저쪽? (미로가 가르킨 곳 봄) 별관..인가요? (고개 갸웃) 한 번 가볼까요?
 
이미로:(고개 끄덕...)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천오:있으면 좋겠네요.. 뭔가 변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우울한 음악실
 
흰 건반을 누르면 검은 건반이 몸을 떨었다.
 
학교 내에 피아노가 있을 법한 곳은
 
음악실 뿐입니다.
 
교실에 가까워질수록
 
피아노 소리는 선명하게 들립니다.
 
무슨 곡인지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라는 그 사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멈추지 않은,
 
혹은 풀려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막연한 희망과 함께
 
열어젖힌 문 너머에는..
 
사람 없이,
 
피아노 한 대가 달랑 놓여 있을 뿐입니다.
 
이미로:... ...
... ....?
(사람이 없... 나...? 없는 거...?)
 
칠판에는 사용한 악보가 적혀 있고,
 
교회인 것처럼 기다란 의자가 줄지어 놓였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아요.
 
이미로:(눈 깜빡... 천천히 피아노 쪽으로 향해봅니다.)
 
피아노는 계속 연주합니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아챕니다.
 
사람도 없이,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도 없이..
 
피아노가 스스로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귀신이라도 있는 걸까요?
 
라디오도, 녹음된 소리도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건반을 누를 때마다
 
피아노는 청명한 소리로 연주를 이어갑니다.
 
곡조는 마이너하고,
 
어쩐지 우울한 기색이 있습니다.
 
원혼을 잔뜩 담기라도 한 것처럼요.
 
연주는 점차,
 
점차,
 
점차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멈추지 않는 피아노 곡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천오:.. (소오름..)
 
이미로:(이게 무슨...)
혹시... 귀신...? 이라던가. 나 그런 건 안 믿는데.
 
천오:죄송한데저귀신진짜싫어하거든요누가여기서퇴마좀해줬으면좋겠다이게뭐야나귀신진짜싫어아니진짜뭐냐구요(눈물질끔)
 
이미로:(조용히 눈 깜빡이며 천오 귀 막아줌...) (ㅍ_ㅍ...)
뭐... 그런 거 아냐? 자동 피아노라던가. 알아서 연주되는 피아노... 같은 거.
 
천오:..그, 그런...거겠죠.. 그런 거겠죠.. (바달바달..)
 
이미로:(눈 깜빡... 피아노에서 더 살펴볼게 없나? 없다면... 칠판으로..)
 
수업에 사용한 악보가 적혀 있습니다.
 
꽤 복잡하게 보입니다.
 
제목에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 3악장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2번 3악장이라니..
 
미로, 악보를 읽을 줄 아나요?
 
이미로:(음... 악 시간에 배워서 조금은?)
 
지금 연주하는 곡,
 
이 악보와 음계가 같은 것 같지 않나요?
 
..이 곡,
 
" 장송 행진곡.
 
..장송.
 
죽은 이를 떠나볼 때 연주하는 그 음악은,
 
어쩐지 불쾌하고 삿되기 짝이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연주,
 
연주자가 존재하지 않는 피아노.
 
그리고,
 
죽음을 배웅하는 선곡.
 
불쾌하다 못해서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휴..)
 
이성 감소 없습니다.
 
이미로:(딱히 좋은 곡은 아니었네...)
(... 근데 왜 하필 이런 곡을 자동 연주로... 아니, 자동 연주가 맞긴 한 거?)
 
글쎄요,
 
자동 연주.. 라기엔, 기묘한 것 같습니다.
 
이미로:... 귀신은 정말 있었던 걸까.
(여튼 더 살펴볼게 없는지 주변을 슬 둘러봅니다.)
 
더 볼 거라..,
 
뒤 쪽에 있는, 의자 정도?
 
이미로:(천오 귀 막은채로 그대로 의자 쪽으로 갑니다.
(흡사... 라따XX)
 
교회의 것처럼 기다란 의자가 줄지어 놓였습니다.
 
사이사이를 다 뒤져봐도 사람은 없습니다.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역시. 사람이 숨어있을리는 없지...)
 
의자 사이에 떨어진
 
음악 교과서 한 권을 발견합니다.
 
이미로:... 어라. (슬쩍 주워서 펼친 후 천오랑 같이 보기..)
 
교과서를 펼쳐서 보다보면
 
칠판에 있는 것과 같은 악보가 하나 보입니다.
 
아래에 설명이 적혀 있네요.
 
이미로:... (쭉 읽곤 교과서를 탁 덮어) 슬픈 곡이라는 건 알겠네.
 
장례를 떠나보내는 곡이라니,
 
왜 하필 이런 선곡일까요?
 
계속해서 귓가에 들려오는 그 곡은
 
사람을 불길하게 만들기엔 충분합니다.
 
천오:..전 그냥.. 무서워서 스, 슬픈 건.. 모르겠어요.. (ㅜ.ㅜ..)
 
이미로:(눈알 데굴... 교과서 놓곤 다시 귀 막아주며..) (ㅍ_ㅍ...)
이만 나갈까? 딱히 더 볼 것도 없고... 기괴하기도 하고.
 
천오:(고개 끄덕 끄덕..)
 
그때였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
 
.
 
어떻게 할까요, 미로?
 
소리를,
 
쫓아가볼까요?
 
이미로:(가... 보는게 좋지 않을까. 가봅니다.)
 
창백한 ■■■
 
어두운 교실에 문 틈새로 빛이 스몄다.
 
소리를 따라갑시다.
 
추적 판정
 
이미로:(할 수 있다... 할 수 ... . . .)
추적
기준치: 10/5/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없다.)
 
잘 모르겠으니까
 
다시 한 번 들어봅시다.
 
토끼마냥 귀를 쫑긋 세우고..
 
귀를 한 번 믿어보자구요.
 
듣기 판정!
 
이미로:(듣는 것 정도는... 음. 고개 끄덕.)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굿.)
 
좋은 귀를 가진 미로,
 
별관 4층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교실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걸 깨닫습니다.
 
가까이 가볼까요?
 
이미로:(yes. 가까이 가봅시다. 천오와 함께... 터벅터벅,,)
 
천오:(미로 옆에서 총총총)
 
(To GM):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정작 그런 생각이 안들어.. (미로 힐끗 보곤) ..미로 덕분인가? 뭔가….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이 교실은
 
사용하지 않는 교실인지 팻말도 없습니다.
 
교실 내부는 어둑어둑 하고,
 
창에는 모두 커튼이 내려와 있습니다.
 
문에 난 작은 창문으로 살짝 보이는 교실은
 
푸르스름한 빛으로 윤관을 약간 드러내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로:(어둡네...)
 
천오:(그러게요..)
 
조금 열린 문 틈새로 목소리가
 
두런 두런 흘러나옵니다.
 
이미로:(문 틈새로... 슬쩍 교실 안을 살펴봅니다.)
 
칠판 옆에 비스듬히 세워진 Tv가 하나 보입니다.
 
영화를 틀어놓은 모양이에요.
 
이미로:소리가 이 소리였던가... (...)
대체 누가 틀어둔 걸까. (이것도 알아서 켜진 거?)
 
혹시 누가 틀어놓은 건가? 싶다가도
 
눈 앞에 보이는 건 아무도 없는 빈 교실입니다.
 
어떻게 상영중인 걸까요?
 
피아노도 그렇고,
 
TV도 그렇고,
 
정말로 시간이 멈췄다면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제대로 순리를 깨고 흘러갑니다.
 
천오:(눈 깜박이며 빼꼼..) 들어가, 볼래요..?
 
이미로:(의외라는 표정..) ... 안 무서워?
 
천오:무섭긴 한데.. 영화라니까 조금 궁금해서..? 게다가 미로가 옆에 있잖아요~ 아까처럼 귀 막아줄지 누가 알아?
 
이미로:(영화를 좋아하나...? 싶어서 고갤 슬 기울이다가) 그래 그럼. 무슨 일 있으면 가려주긴 할게.
 
천오:(끄덕 끄덕이고.. 그래도 먼저 들어가긴 조금 그런지 미로 먼저 들어가라는 눈짓 손짓 발짓..) 먼, 먼저 들어가요!
 
이미로:(역시 무섭긴 하구나... 고개 끄덕이곤 교실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천오:(졸졸.. 따라 들어갑니다)
 
들어간 교실의 내부는
 
영화에 방해받지 않도록 불은 다 꺼졌고,
 
커튼은 모두 내려왔습니다.
 
TV의 빛이 어슴푸레하게 책상에 닿을 뿐입니다.
 
천오:뭔가.. 어둑 어둑하고 영화 틀어져 있으니까.. 영화관 같지 않아요?
 
이미로:영화관...? (눈 깜빡)
그런 것 같긴 한데. ... 학교에 있는 영화관이라니, 영 새롭네. (영화를 빤히 봅니다. 무슨 영화지?)
 
상영 중인 것은 평범한 영화입니다.
 
피아노 선율이 간간히 들리고,
 
고등학생들 사이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듯 하네요.
 
천오:(많이 무섭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 중..)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보고 갈래요?
이렇게 소리 들리는 거 찾기도 어려운데~..
 
이미로:(평범한 영화군... 고개 끄덕.) 그럴까 그럼...
이렇게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지 않은 느낌... 이라고 해야하나.
 
천오:응, 뭔가 방과후에 빈 교실에서 둘이 노는 느낌이랄까요? (영화에 조금 집중하려는 듯, 꽤나 낮아진 목소리입니다.) 재밌으면 좋겠다.
 
불길한 장송곡의 기억은
 
영화의 흐름을 따라 차차 흐려지고,
 
두 사람은 작은 스크린에 푹 빠집니다.
 
이미로:(조용히 영화에 집중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힐긋 천오 쪽을 응시합니다.)
 
잔잔히 흘러가는 영화의 내용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멈춰진 세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롯이 영화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러다 한 번,
 
천오를 바라보면..
 
그를 보는 당신을, 천오가 돌아봅니다.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은..,
 
이성 판정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 매혹 대항 판정
 
(To GM): 보너스 주사위 + 1 적용합니다.
 
천오:
매혹
기준치: 55/27/11
굴림: 66, 55, 88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한 번만 더 해보자
 
미로 이성, 천오 매혹 대항 판정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천오:
매혹
기준치: 55/27/11
굴림: 45, 51, 47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 천오,
 
쳐다본 걸 들켰다는 생각에 괜한 머쓱함이 돌았지만
 
마주한 시선을 어렵지 않게 떼어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흐르지 않는 세계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내용이 전개됩니다.
 
다시 널 만나지 못할지라도,
 
혹은 네가 날 잊게 될 지라도,
 
한 가지 비밀만은 말해주고 싶어.
 
난 널 사랑해.
 
..영화 속의 두 사람, 참으로 달콤하지요.
 
아프고도 슬픈 사랑,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마침내 끝이 납니다.
 
이어 TV의 화면마저
 
지직거리는 흑백으로 변하면,
 
사위는 정말 어두워집니다.
 
천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미로:(주변을 슬 둘러보다, 천오 쪽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집중하면 잘 보이려나?)
 
어두워서 무언가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불을 켜보는 건 어떨까요, 미로?
 
스위치의 위치 정도는,
 
어느 교실이나 비슷할테니 말이에요.
 
이미로:(조용히 일어나선 조심스럽게 벽을 찾아 불을 켜보려고 합니다... 더듬더.듬..)
 
달칵,
 
스위치에 닿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금새 불이 켜지고,
 
눈부심에 잠시 눈이 찌푸려집니다.
 
불이 켜지면 보이는 것은 평범한 교실의 내부입니다.
 
빈 교실이 맞기는 한 건지,
 
학급게시판은 상당히 조촐하고,
 
칠판도 사용감이 없습니다.
 
교탁에는 출석부 대신 다른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둘러볼까요, 미로?
 
이미로:(자연스럽게 학급게시판 둘러보는 중...)
 
아이들의 사진이나 가정통신문 대신
 
영화 포스터가 몇 장 붙어 있습니다.
 
타이타닉, 슈렉, 엑시트, 극한 직업…
 
오래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것도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를 쭉 지나면
 
A4 용지 한 장이 보입니다.
 
이미로:... 응? (종이를 들어 살펴봅니다.)
이건 포스터가 아닌가...
 
두 문자 아래 서로 다른 글씨로
 
영화 제목이 여럿 쓰여 있습니다.
 
이 교실의 쓸모가,
 
영화부실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미로:(아, 영화부실...)
... 이런 부가 있었나? 안 유명해서 몰랐네..
 
원하는 친구들끼리 만든 동아리일지도 모르죠.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미로:(끄덕... 더 살펴볼게 없으면 교탁으로 가봅니다.)
 
방금 상영한 영화를 비롯한
 
몇 가지 영화의 DVD케이스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DVD케이스 사이로 책이 한 권 보입니다.
 
이미로:(응? 책을 뽑아 봅니다.)
 
12시의 도밍게즈,
 
하편입니다.
 
이미로:... 어. (!) (읽어봅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지?)
 
상편과 표지는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상편에는 주인공인 타이머가
 
시간이 멈춘 세계를 목격했었죠.
 
해결법이 나오기 전에
 
<다음에 계속>이라며 얄밉게 끝나버렸습니다.
 
하편에는, 타이머가 세계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세계의 끝까지 찾아가 보고,
 
신을 찾고자 금지된 사막을 횡단하고,
 
기적을 일으킨다는 푸른 장미를 태워보지만
 
무슨 수를 써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휘리릭,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미로:(다사다난 한 것도 대단... 응?)
 
그 앞장은 통째로 찢어져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로:(눈 깜빡... 무슨 말을 들었던 걸까.)
(조용히 책을 덮곤 천오 쪽을 바라봅니다. 이젠 더 이상 살펴볼게 없는데...)
 
이건 분명히 허구일 뿐이고,
 
소설일 뿐이며 눈 앞에 놓인 것은 현실입니다.
 
그러니 종잇장을 들춘다고 무엇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
 
어쩌면 조금 기대했을지도 모르죠.
 
그 페이지를 읽는다면
 
무언가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시선을 천오에게로 돌리면
 
천오는 창문 난간에 기대어 미로를 바라봅니다.
 
이내 웃으며 입을 열어요.
 
천오:사실은 저, 음..
..이런 말 하기 조금 뭣하지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거든요?
아픈 것도 많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고..
삶은 재미도 없고, 그냥.. 죽으면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많이 했고..
 
이미로:(...?) (놀란 듯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경청하며) ... 응.
 
천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며 미로 바라봅니다.)
 
이미로:...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가) ... 그럼, 지금은 어때?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천오.
 
대답없이, 한참을 뜸을 들입니다.
 
미로,
 
천천히 그 이름을 입에 담습니다.
 
천오:.
 
너는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와 함께.
 
이미로:... ... 아. (외마디를 짧게 내뱉고는 조용히 시선에 널 담았다. 이 기분을 무어라 쉽게 칭하진 못하겠으나, 묘하게 기쁜 듯한 느낌에. 입가에 희미하게 호선이 그려진다. 늘 그랬듯 느릿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난 별로 한 것도 없지만.
 
미로가 한 대답,
 
그걸 듣고도 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미로를 바라봅니다.
 
가만히,
 
가만히..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고…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교차로의 사람들처럼,
 
멈추어 선 채로.
 
이미로:... ...?
... 천오...?
 
..소름끼치게 고요한 정적.
 
네,
 
그렇습니다.
 
천오의 시간마저,
 
멈춰버렸습니다.
 
그 일은 어떤 징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났습니다.
 
이미로:... ... 천오.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던 중, 네게 가까이 다가가 멈춘 시야를 확인하더니. 그제서야...)
(작게 천오의 어깨를 잡곤 눈을 마주쳐) ... 장난.. 아니지. 이런 장난은 싫은데.
 
대체 왜? 어째서?
 
사흘간 두 사람만은 안전했습니다.
 
비일상 한가운데 놓였지만,
 
무척 평화롭고, 평범한
 
그런 하루 하루가 흘러갔습니다.
 
왜 세계에 단둘만이 남았는진 모르겠으나,
 
..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미로에게 대답하는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옵니다.
 
이미로:... ...? (멍하니 뒤를 돌아봐)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TV 속에는 ―가 있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사람입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은 흠뻑 물들어
 
이목구비를 제대로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흰 셔츠는 이미 검붉은 색을 띱니다.
 
오른쪽 팔은 기괴한 각도로 돌아가 있고,
 
누군가 뚜껑을 열어둔 것처럼
 
쉴 새없이 피가 쏟아지며 바닥을 적십니다.
 
고통 어린 비명이 귀를 긁습니다.
 
분명히..
 
듣기 판정.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내 목소리입니다.
 
모를 리가 없습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어요.
 
자신의 목소리니까.
 
이미로:... ...
뭐야, 대체...?
 
타이밍 좋게,
 
화면이 움직입니다.
 
조금 옮겨간 카메라는
 
쓰러진 사람 근처에 떨어진,
 
피묻은 명찰을 조명합니다.
 
분명히,
 
미로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학생: 이미로!
 
깜짝 놀라 미로를 부르는 같은 학교 누군가,
 
아주머니: 119, 119를 불러요!
 
전혀 모를 아주머니의 외침과,
 
아저씨: 학생, 학생! 괜찮아? 정신차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연달아 쏟아집니다.
 
아, 그래요.
 
기나긴 비명을 들었던 것도 같아요.
 
공포에 질린, 경악에 내몰린…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비명들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그래서 고개를 들었죠.
 
교차로의 흰 금은 피로 물들어
 
화려하니 붉기만 했습니다.
 
TV속 미로는,
 
가물가물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봅니다.
 
숨을 헐떡이면 핏방울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머리카락은 이미 엉망이 되었습니다.
 
나동그라진 모든 것들이
 
찢어지거나 부러지거나 더러워진 채,
 
때마침 눈이 내립니다.
 
흰 거품 같은,
 
쌓이지 않고 그저 녹아버리는 눈이.
 
그다음 보게 된 광경은 익숙한 것입니다.
 
흑백이 되어버린 세계,
 
멈춰버린 시간.
 
미로는 교차로에서 천천히 일어납니다.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확히 사흘 전의 미로입니다.
 
영문을 모르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어리석고 순진한 어린애.
 
잿빛 세계에서 붉은 신호등만 불길하게 빛납니다.
 
교차로의 바닥으로 붉은빛이 쏟아집니다.
 
차곡 차곡,
 
소실되었던 기억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평소와 같던 등굣길,
 
교차로의 기나긴 신호,
 
지각할까 초조하게 뜀박질하던 걸음과
 
교차로 한 가운데에서…
 
시끄럽게 울리던 경적,
 
사지를 찢고 뼈를 꿰뚫는 고통,
 
지독한 피 냄새.
 
이것이 당신이 잊고 있던,
 
이 이야기의 진상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기억을 모두 떠올린,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1d5 굴려주세요
 
이미로:
rolling 1d5
 
(
5
 
)
 
 
=
5
 
?
 
이미로:?
 
믿을 수 없지만,
 
이야기는 무척 매끄럽습니다.
 
한여름에 내리는 때아닌 눈,
 
멈춰버린 살아있던 모든 것들.
 
장례식처럼 색을 잃은 세계와
 
멀쩡하게 살아난 미로.
 
그리고…
 
너와 함께 살고 싶어요.
 
라고 말한 뒤 멈춰버린 천오.
 
이미로:... ...
(천오가 마지막에 말했던게... 죽고 싶었다고 했었던가.)
(그런데 난...) ... ... 반대로 살고 싶었던 거고.
.. 그런데 그게 왜? ... 갑자기 천오가 멈춘 이유가 되진 않는데. (복잡한 듯 마른세수를 연신 해대며) ... 빌어먹을 상황이라는 것밖에..
 
..일목요연하잖아요.
 
천오가, 뭐라고 했었죠?
 
늘 죽음과 가까운 삶을 거닐며,
 
죽으면 괜찮을까, 라고 생각했다고 했어요.
 
나아가서,
 
가끔은 죽고 싶다고,
 
아니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러니까,
 
미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세계가 전부 죽어버린 거예요.
 
천오가 살아남은 이유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단순합니다.
 
천오가 바라던 것이,
 
때마침 죽음이었기 때문이에요.
 
삶과 죽음은 교차하고,
 
정오와 자정은 정반대지만,
 
그런데도 가장 가까이 있는 것처럼..
 
천오와 미로 또한,
 
그토록 서로에게 이끌렸던 겁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눈앞에 멈추어버린,
 
천오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미로, 당신은..
 
단 한 마디 문장으로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미로:살고싶어서... 라고 생각해서 멈췄다니.
(어이없는 듯 쓰게 웃곤 혼자 생각합니다. 그럼 내가 죽기 직전에 빌었던 것과 반대로 '죽고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시간은 원래대로 돌아올 것인지.)
... 이게 무슨 소설.. 같은 일일까. 말도 안 되는데. (그치, 천오. 힐긋 시선을 두었다가 내리더니,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일단 교차로로 가봅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 거기였으니까.)
 
교차로,
 
그곳으로 가보면
 
쓰러져있는 미로, 자신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습니다.
 
그러나 시체를 만지는 순간,
 
그것은 형체를 잃고 터져나갑니다.
 
여태 내리던 눈이 체온에 닿으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듯.
 
아니,
 
그 광경을 녹아내렸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요.
 
오히려...
 
거품이 터지는 것에 가까운 형상이었습니다.
 
흰 눈꺼풀은 크고 작은 모양새로 끊임없이 터지고,
 
부풀기를 반복합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기묘한 존재입니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그 모독적인 것을 깨달은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징그러워...)
 
1d3 굴려주세요
 
이미로:
rolling 1d3
 
(
3
 
)
 
 
=
3
 
..ㅅㅃ
 
이성 3 감소합니다.
 
..정신이 혼미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들인 걸까요.
 
앞에 있는 것은 모독적이기 짝이 없고,
 
머릿속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만 합니다.
 
이미로:(떨리는 시선을 참아내려 제 눈을 꾹 감았다. 시체를 만졌던 손이 덜덜 떨리고, 그저 한숨만 연신 내뱉더니)
... 돌아가자... (아니, 돌아갈 곳이 있긴 한가? ... 학교로 가면 뭐라도 달라질까.)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하 한 번 더..?
 
이미로:(할 수...)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
 
이미로:(없네...)
(잠깐. 여기에서...)
(행깎 가능한가요 마스터. plz.)
 
Ok.
 
이미로:(Thx. 행운 15 사용해서 판정 성공으로... ;;)
 
..학교,
 
천오와 둘이 있던 시간들이 눈에 선합니다.
 
도서관, 교실, 미술실, 음악실 등..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죠.
 
그리고, 중간 중간..
 
천오가 조금씩 미적거리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미로보다 조금씩 늦게 나올 때가 있었죠.
 
이유 모르게 그곳에 이끌립니다.
 
..가볼까요, 미로?
 
이미로:(!) (떨리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고는, 곧장 학교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 대체 뭘 했던 거야, 천오..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은 아마... 미술실로 향하는 듯합니다.)
 
미술실,
 
두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액자에 걸린 그림들을 구경했던 곳.
 
숨을 고르고 살펴보다보면..
 
칠판 구석에 자그마한 글씨들이 눈에 띕니다.
 
이미로:(...?) (숨을 고르며 제 입가를 닦곤 칠판에 글씨를 확인해요)
 
뭔가 엄청 신기해,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즐거워.
 
멈춰진 세계이기는 하지만 누군가랑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좋은 거였나 싶고,
 
좋은 사람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되게 좋아. 살고 있다는 게 느껴져.
 
미로가 이걸 보려나.. 음.., 봐도 상관은 없지만..
 
만약 선배가 원래 세계로 돌아갔을 때 날 잊는다고 해도.. 즐거웠어요, 라는 말은 꼭 해주고 싶어!
 
오밀조밀하게 적힌 글씨들,
 
..언제 이런 걸 적은 걸까요.
 
당신과 함께 했던 순간들은 천오에게,
 
너무나도 찬란했습니다.
 
이미로:(눈 깜빡...) ... 이런 걸 또 언제..
(한참을 칠판을 멍하니 바라보다, 어디를 가야할지 잠시 시선을 굴리더니. ... 이내 천오네 반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천오의 반,
 
미로만 사라졌다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출석부를 확인해보고자 왔던 곳이었나요.
 
함께 출석부의 사진을 보며 아옹다옹했던
 
얼마 지나지 않은 그 시간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번에도, 칠판 한 구석에.
 
이미로:(한 구석에... 살펴봅니다. 또 무어라 적어두었는지.)
 
함께 있을 사람이 있는 건 좋은데, 되게 무뚝뚝한 사람인 것 같아..
 
맨날 이 표정이야 (ㅡ_ㅡ)! ㅋㅋ 물론 저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쩌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세계지만..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야.
 
죽음은 무섭지 않아도,
 
외로운 건 싫으니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가 적혀 있던가요.
 
당신은 어땠나요,
 
이 지독히 외로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이미로:... ... 외롭다는게.. 이런 느낌인지 처음 알았는데.
(천오는 항상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글쎄, 적어도 나랑 만났을 땐 아니였을텐데. ... 그랬으면 좋겠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만.)
(조용히 칠판을 응시하다가, 이내 자신의 반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미로의 반,
 
출석부에 텅 비어버린 미로의 자리.
 
세계가 이상한 건지, 미로가 이상한 건지.
 
이 이상한 일의 초반 즈음이라,
 
정말 의문이 많이도 들었습니다.
 
그때의 의문은, 지금쯤..
 
풀렸을지도 모르겠군요.
 
이미로:(내가 이상한... 아니, 그냥 내가 원인이었지.)
(미간 꾹... 누르며, 칠판 쪽을 살펴봅니다.)
 
공부벌레인가? 그렇게 안 보였는데..
 
둘만 있으니까 조금 뻘쭘하고 어색해서 말 많이 걸고 싶은데..
 
안 받아주면 어쩌지.. 그럼 엄청 어색해질 거 같은데..
 
음, 아냐아냐.. 받아줄 거야! 도서관에서도 이야기 잘 하고 다녔잖아.
 
둘밖에 없는데, 조금은 특별한 기분이네~ 원래보다 지금이 더 재밌는 거 같기도..!
 
원래보다 지금이 더,
 
그에게는 한없이 특별했던 일상입니다.
 
죽음을 바라보던 아이가,
 
당신과 삶에게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나요.
 
당신은.. 어떤가요, 미로?
 
그 때,
 
교통사고를 당했던 그 때와..
 
다른 점이, 변화한 점이,
 
당신은 있나요?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로,
 
당신은.
 
단 한 마디 문장으로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미로:(미간을 꾹 누르다가, 이내 영화를 봤던 곳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확하게는... 천오가 있던 곳으로요.)
 
빈 교실에, 멈춰진 천오가 서 있습니다.
 
이미로:(조용히 천오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한참을 눈을 깜빡이며 바라봅니다.) ... 이렇게 오래 가만히 본 건 처음인데. 꽤 눈이 큰 편이구나, 천오.
(그러곤 조용히 일어나 코 앞까지 다가가선, 느릿하게 천오의 귀를 막습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깜빡이며 얘기를 이어나가기를,)
앞으로도 그런 생각이 들면 말해. 그럴 땐... 내가 또 귀를 막아주면 되잖아, 천오.
 
 
죽어도 좋아,
 
미로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담담하게, 어쩌면 떨리는 목소리로.
 
죽고 싶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살아있는 목숨일진대,
 
죽음이 되지 못한 상처와 멍울이
 
얼마나 아픈지 이미 다 느꼈는데,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미로가 죽어도 좋다고 말한 것은..
 
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천오의 고백을 향한 대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대답하자,
 
모든 것이 잠들고
 
얼어붙는 겨울이 도래합니다.
 
구름이 드리워 해를 가리고,
 
여름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추위가 몰려옵니다.
 
정체 모를 눈꺼풀은 바람을 타고 북풍이 되어,
 
태풍이 되어 휘몰아칩니다.
 
흰 것으로 세계가 가득 뒤덮이면,
 
교차로의 흰 금이 보입니다.
 
어느새 미로는 교차로의 한 가운데,
 
그곳에 서 있습니다.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이,
 
요란한 경적과 함께 닥칠 일을 예감합니다.
 
움직이고 싶은데,
 
도망치고 싶은데,
 
다리는 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미로가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눈꺼풀뿐입니다.
 
자, 죽음이 당신을 데리러 왔어요.
 
미로, 눈을 감을까요?
 
이미로:(진짜 죽게 될 줄은... 바뀌는 건 없구나, 싶다.)
(슬쩍 눈을 감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미로가 눈을 감아도
 
환한 빛이 덮인 눈꺼풀 위로 쏟아집니다.
 
어느새 눈은 내리지 않고,
 
: 꺄아악!!
 
누군가의 비명이 새파란 하늘을 찢습니다.
 
미로는 확신합니다.
 
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노라고…
 
그렇다면, 천오도 깨어났을까요?
 
혹시 미로를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요?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열린 것은 오로지 귀뿐인 가운데,
 
마지막으로 천오의 생각을 하노라면,
 
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뜨고, 한 번의 숨을 몰아쉬면
 
이상한 감각들은 여름의 싸라기눈처럼 쉬이 흩어집니다.
 
교차로의 검고 흰 금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면 건너편에는,
 
관찰 판정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천오가 서 있습니다.
 
흰 햇빛을 받아
 
거의 흰색으로 보이는 주황빛 머리카락,
 
유난히 흰 얼굴,
 
여름의 푸름을 담은 듯한 파란 눈동자.
 
낯설기만 짝이 없지만,
 
하염없이 시선이 이끌립니다.
 
당황과 공포가 서린 시선이 교차하고,
 
천오가,
 
손을 뻗습니다.
 
민첩 판정
 
이미로: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
 
손가락이 얽히고,
 
사람 하나 분의 무게감이 미로를 잡아당깁니다.
 
뒷덜미로 자동차가 내달리는 커다란 소리가 스칩니다.
 
공포에 두 눈을 질끈 감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통증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슴츠레 뜬 눈 틈새로
 
미로를 끌어안은 천오가 보입니다.
 
엉망진창으로 끌어당긴 손목,
 
그 손목이 천오의 손안에 담겨 있습니다.
 
보도블록에 주저앉은 천오는
 
미로를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가쁜 숨만 몰아쉽니다.
 
살았다.
 
겨우 깨달은 순간,
 
안도감에 젖은 천오가
 
한 박자 늦게 숨을 들이켭니다.
 
훅, 짧은 바람 소리와 함께…
 
쏴아아―
 
긴 바람이 불었습니다.
 
말 그대로 바람이 붑니다.
 
저 멀리서 불어온 바람은
 
뜨뜻미지근한 열기와 습기를 몰고 와
 
미로의 머리카락을 흩어 놓습니다.
 
셔츠 카라가 흩날리고,
 
녹색 나뭇잎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하늘의 구름이 흐릅니다.
 
그제야 주변의 소리가 들립니다.
 
괜찮냐고 묻는 목소리,
 
함께 내쉬는 안도의 한숨,
 
달려오는 발소리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자동차의 경적 따위가.
 
누군가 태엽을 당긴 것처럼,
 
시간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바야흐로 멈춘 세계는
 
생생히 살아 움직입니다.
 
마주 본 얼굴은 감정으로 가득 차고, 범람해,
 
햇빛 아래 완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미로의 얼굴도 그럴 테지요.
 
심장이 뛰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END 3
 
정각의 교차로에서 다시 만나자.

 

 
천오 생환
이미로 생환
 
천오는 멈춘 순간에 들은 것까지 전부 기억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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