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이튼:아, 천오 너였구나. (긴장이 풀린 듯 어깨에 힘을 풉니다. 들어오라는 듯 고갤 한 번 끄덕이기도.)
천오:..네, 저예요! (네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습니다.) 준비는.. 잘 되가고 있나요, 미로? (괜히 어색한 느낌에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다가 웃으며 네 앞으로 갑니다.)
미로 이튼:어서와, 안 그래도 파티에 안 오려나 싶었는데. 와줬구나...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준비라고 할 건... (눈을 깜빡이곤 덤덤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글쎄, 잘 모르겠네. 항상 비슷한 일이니까...
천오:어떻게 안 와요, 미로가 주인공인 파티인 걸요. 친구인데.. 이 정도는 와야죠.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곤) 그래도, 결혼이라는 거니까.. 평소랑은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제 손만 만지작거리다가 시선을 올리며 너를 바라봅니다.) ..미로는, 이런 정략 결혼.. 괜찮은 거예요?
미로 이튼:천오 너라면 괜찮겠지만, 이 외에는...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은 여전히 부담스럽거든. (제 넥카라를 조금 당기고선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들려온 마지막 말에 시선을 마주하고) ... 천오 네가 말한대로 정략 결혼이니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걸.
천오:으음.. 아무래도, 그렇겠죠? 미로는 사람들 많은 거.. 시끄러운 건 별로 안 좋아하니까.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럼에도 이 파티에서 네가 빠질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시선만 굴릴 뿐입니다.) ..그래도, 미로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궁금했어요. 결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미로가 원하는 건지, 아닌지.. 괜찮은지 아닌지.. 진심으로 궁금한 걸요.
미로 이튼:그렇지, 천오 너니까 더 잘 알겠고... (느릿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입니다. 잠깐 곰곰 생각하는 듯 턱을 짚고선 뜸을 들이다가,) ... 온전한 내 생각을 물어보는 거라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을지도 몰라. ... 천오 너도 알잖아, 난 이렇다고 할 목표가 정확하게 없었다는 거. 그러니까,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닐까... 관심은 부담스럽지만.
천오:..그렇구나, (답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네 이야기를 듣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네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습니다.그 사람보다는 내가 미로를….) 목표가 없다는 걸 이럴 때 강조하지 말라구요, 이럴 때 자기 주장 안 하면 언제 하려고 그래요? (네 이마 손가락으로 살짝 톡 건들더니 평소와 같이 웃습니다.) 잘 된 일 인지는.. 모르겠어요, 미로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결혼에 의미가 있는 건지.. 음, 제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웃음소리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미로 이튼:(천천히 고개를 짧게 한 번 끄덕, 거리려다 톡 건들여짐과 동시에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입꼬리가 상대를 따라 조금은 올라가기도 합니다.) ... 해봤자 소용이 없는 일일테니까. 게다가 집안에 좋은 일이기도 하고.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을지도 모르지... (따라 어깨를 조금 으쓱이고선 다시 넥카라를 제대로 조여맵니다.)
천오:그렇게 말한다면야, 제가 더 붙일 말은 없네요, 미로. (눈썹 내리며 웃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티.. 아마 사람 엄청 많을 거예요, 대부분 사람들이 귀족들이니까 너무 귀찮다거나 싫은 티 많이 내지 마시고.. 알았죠? (네 옷깃에 묻은 먼지 톡톡 가볍게 털어주더니 생긋 웃습니다.) ..있죠, 미로.. 저희 친구 맞는 거죠?
미로 이튼:(따라 고개를 한 번 끄덕, 이어지는 말에 미간이 조금 구겨지다가 펴집니다. 다시 한 번 더 알겠다는 듯 고갤 끄덕이고, 한숨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 싫어도 노력해야지. (고맙다는 듯 고갤 한 번 까닥거리고선) ... 응? 그거야... 당연하지. 넌 내 유일한 친구잖아, 천오. (눈을 느릿하게 깜빡입니다. 인사의 의미가 담겨있을법한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곧 나가서 잘 부탁해.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말을 걸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 같으니까. (아마도... 나름의 농담, 반은 진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오:그럼요, 노력해야죠. 제가 그냥 파티라면 신경 안 쓰겠지만.. 아무래도 미로가 주인공인 파티잖아요, 다들 미로한테 집중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이왕이면, 좋은 인상 보이는 게 좋잖아요. (그쵸? 하고 덧붙여 이야기하더니 이어지는 말에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가 옆에 있어도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게요. (잔잔하게 미소지어보이곤 고개를 끄덕입니다.유일한 친구..작게 중얼거리다가 너를 올려다봅니다.) ..미로는 제가 뭘 해도, 그렇게 생각해주실 거예요?
... 그러고보니 린튼 가와 인사를 아직 못 해서, 먼저 실례해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선 천오에게 가자는 듯 눈길을 줍니다.)
앞에 있던 귀족은 고개를 끄덕이곤 사람들 틈으로 사라집니다.
천오:(눈 꿈벅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선은 조금 사람이 적은 곳으로 향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미로, 인사하러 갈 건가요..?
미로 이튼:... 사실 그냥 해본 말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가봐야하지 않을까. (힐긋 바라보며 눈을 깜빡입니다.) 같이 갈 거지?
천오:..아뇨. (답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안 갈 거예요. (제 팔을 꾹 눌러 잡은 채로 시선을 돌립니다.)
미로 이튼:... 어? (당연히 같이 갈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움을 표현하는 듯 눈을 몇 번 빠르게 깜빡입니다. 이내 아, 하고선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 혹시 피곤해서 그래?
천오:그런 이유는 아니에요, 별로 피곤하지도 않고.. (괜히 드레스 자락만 만지작거리다가 겨우 시선을 올리며 너를 바라봅니다. 꽤 복잡한 얼굴입니다.) ..인사하러.. 안 가면 안돼요? 저,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건 알고 있는데.. (작게 숨을 토해내곤) 미로가, 안 갔으면 좋겠어요..
미로 이튼:... ... (피곤하지도 않다면 어떤 이유로? 물론 입밖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으나, 생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 눈을 연신 깜빡여댑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했었던가, 라는 자잘한 생각까지. 이내 자신에게 닿는 작은 목소리를 듣고선 눈을 느릿하게 내려감습니다.) ... 이 파티의 가장 큰 목적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 ... 천오 너도 잘 알잖아.
(이내 천천히 눈을 뜨고선 내려다봅니다. 여전히 잔잔한 낯으로.) ... 하지만 그렇게 잘 아는 천오 너니까,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아. 잠깐 숨 좀 돌리고 올까?
천오:(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분명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애처럼 떼를 쓰며 너에게 하는 말이 고작, 인사 하지 말아요. 라니. 거의 친구를 빼앗기기 싫은 어린 애와 같은 태도였잖아요. 스스로도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언제나 충동적이었습니다..) 알고는 있어요, (네 말에 말꼬리를 흐리다가 결국 가겠구나, 싶었는데, 이어지는 네 말에 놀란 눈이 됩니다.예상치 못했던 대답인 만큼, 꽤나 기쁜 낯입니다. 다시 평소와 같아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응, 좋아요! 그럼 잠깐..정원으로 나갈래요? 꽤 예쁘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미로.
미로 이튼:(평소에 조금 어린 면이 없지 않긴 했다만,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기에.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가장 오래 되고 소중한 친구이었기에. 그러한 상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격식을 차리는 것이 피곤한 이유도 있었지만, 어쩔 수 있나요. 저리 기뻐하는 낯을 보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선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좋아, 거기라면 사람도 없고 조용할 것 같네.
정원으로 향하려던 찰나, 천오의 발걸음이 멎습니다.
정원으로 나가는 입구에서 두 사람의 쪽으로 오는 린튼가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린튼가 사람들이 미로의 얼굴을 발견한 듯 인사를 해옵니다.
아무래도 인사는 지금 해야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로 이튼:(이런... ...)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조용히 천오의 어깨를 양 손으로 감쌉니다.) 천오, 괜찮아.?
(다가오는 린튼 가를 향해 작게 인사를 건네고선) 죄송합니다. 지금 제 친우가 무리가 온 것 같은지라... 금방 해결하고 홀로 돌아갈테니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린튼가:흐음, 알겠네. 그럼 조금 있다가 홀에서 보지.
미로 이튼:예,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선 천오를 데리고 입구로 나갑니다.)
린튼가 사람은 천오를 힐끗 보았다가 납득한 듯 급방 홀 안으로 들어갑니다.
천오:..생각보다 말 잘하시네요.. (작게 중얼거리고는 미로의 보폭에 맞춰 발걸음을 옮깁니다.)
미로 이튼:... 위급상황이었잖아. (덤덤하게 눈을 깜빡이고선정원으로 향합니다. 천오와 함께.)
두 사람은 정원으로 향합니다.
..
..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천오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천오:..시원하네요, 역시 듣던 대로 예쁘기도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흩날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걸었습니다.) 그나저나.. 제 생각 그렇게 해주시는 줄은 몰랐네요, 이게 그렇게 위급 상황이었나? (작게 소리내어 웃습니다.)
미로 이튼:기분은 조금 괜찮아졌나봐? (덤덤하게 따라 걸으며 가벼운 투로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이내 힐긋 보고선 조용히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 내가 언제 천오 네 생각을 안 한 적이 있었던가? 게다가 평소에 안 그러던 애가 한 말인데, 들어줘야겠다 싶어서. 친구 좋다는게 뭐겠어.
천오:뭐어.. 아무래도 린튼가 사람들 보고도 저 먼저 생각해줬다는 게 기분이 좋으니까? (인사하러 가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려고 했거든요. 하고 덧붙였다.) ..평소에 안 그러던 애.. 하긴, 제가 그런 일은 안 하죠, 아무래도. (제 뒷머리를 어색하게 만지면서 웃더니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래도 고마워요, 내 생각 그렇게 해준다니까 기쁜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미로.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달빛을 등지고 문득 천오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천오:..음, 파티에 익숙하지 않은 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미로가 결혼하면 두 번은 못 출 춤이니까.. (시선을 흘리다가, 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습니다.)
저랑 한 곡 어떠세요, 이튼님?
미로 이튼:(덤덤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상대의 손을 바라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 치고는 상당히 자연스러웠어, 천오. (그리 말하고선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립니다. 이내 허공에 있는 상대의 손을 부드럽게 받고선, 손등에 짧게 입맞춤을 남기기도 합니다.)
저야 물론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영애.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발을 움직입니다.
함께 움직이는 서로의 모습은 어떻던가요?
평소에 자주 보던 얼굴임에도,
꽤오랜 시간을 보고 지냈던 익숙한 사람임에도
아름다운 밤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이기 때문일까요?
조금은 색다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익숙하게 맞잡은 손과,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
작게 스치는 바람소리마저도 하나의 풍경일 뿐입니다.
천오:..미로야 말로 익숙해보이던데요, 춤 많이 춰봤어요? (손 끝이 화끈거리는 건 스스로만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요. 시선을 못 맞추다가, 옅게 웃으며 너를 바라봅니다.)
미로 이튼:... 어쩔 수 없는 거지. 나와 비슷한 작위의 자제들은 아마 다 이럴 거야. (자연스레 상대의 허리를 잡아주고선 내려다봅니다.) 그냥, 남들이 하는 것 정도만? 발을 밟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마.
천오:(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네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그래요? (ㅎㅎ) 저도 발 밟을 정도는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잘 추는 편에 속하지만? 하고 덧붙이며 실없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사실은, 조금.. 기분이 이상하거든요. 미로가 결혼한다고 하는 게 별로 믿기지 않기도 하고.. (시선 굴리곤) ..가까운 사람의 결혼이라 그런지 제가 조금 기분이 (..) 묘해요. 어색해요! 괜히 미로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미로 이튼:그럴 것 같았어.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으니까, 아마 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새. 이내 들려오는 말을 듣고선 잠깐의 뜸, 그 이후에서야 조용히 말을 꺼냅니다.) ... 사실 나도 아직 그렇게까지 실감이 나진 않아. 한 순간에 배우자가 생기는 기분은 원래 이런 걸까. 내심 궁금하긴 했는데, 영 좋지는 않은 것 같고... 멀어질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음,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상대를 바라봅니다. 덤덤한 표정 (ㅍ ㅍ)) ... 차라리 결혼 상대가 천오 너였으면 괜찮았으려나.
천오:하하, 저 은근 미로한테서 평가가 좋네요? 고마워요, 미로. (기분 좋게 웃더니 여전히 부드럽게 발을 움직입니다. 최대한 네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 언젠가 너와 춤 춰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네 결혼식 전 날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조금은 아쉬운지 끝에 지어보인 웃음은 꽤나 씁쓸했고.) 정략혼이니까요.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뒷말은 삼키고 네 얼굴에 손을 대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뗍니다.) ..그치만 백작 영애인 저로서는 왕족과 연결되어있는 린튼 집안과 어울리기는 어려운 법인 걸요. 멀어지지 않으려고 해도.. 지금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죠, 아무래도. (눈썹 내리며 웃더니 시선을 살짝 떨궜습니다. 이어지는 말에 조금 놀란 눈을 하며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고.)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지금의 선택이 맞기는 하겠죠,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만약 저라면.., 부모님 말을 안 듣게 된다고 할 지라도, 린튼가가 아니라 미로를 선택했을 거예요.
미로 이튼:평가가 좋을 수밖에. 딱히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잖아.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거든. (상대의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눈치채고는 자연스레 발을 맞춰 내딛습니다. 그는 예술에 재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저 다른 것들에 흥미가 많았을 뿐. 예술보다는 지식과 이론이 그 주체였으며, 자유보다는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성향 덕분인지 대인관계의 벽은 무척이나 높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친구인 것이 바로 지금 함께 있는 상대. 그러한 이에게 대한 애정은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가 좋은 것은 당연하며, 작은 차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는 탐구가 주 흥미이기 때문에.)
... 그렇다면 내가 자주 만나러 가면 되잖아. (이어지는 말에 눈을 한 번 깜빡이고선 잔잔한 낯으로 바라봅니다.) ... 그리고 그건,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거야. 천오. (...) 넌 너만의 생각이 있는 거고, 난 나만의 생각이 있는 거니까. ... 아마 그렇게 했더라도, 기쁘긴 하더라도 축하해주진 못할 거야. 난... 네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으니까.
천오:그런가요? 그건, 미로도 마찬가지에요. 미로가 어떻게 느낄진 모르겠지만, 나도 미로가 해주는 모든 행동에서 왠지 모를 다정함을 느끼거든요. (무뚝뚝하면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으면서도. 그럼에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네 모습은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했으니까. 소리 없는 친절도, 남 몰래 쌓아간 우정이라는 것도, 적에도 나에게는, 모두 네 덕분이다. 성향이 분명 정 반대임에도, 자신을 잘 받아주는 너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소중하니까.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결혼이, 네 가문에는 분명 부와 명예라는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지만.. 너에게는 어떨까.너는, 이 결혼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허락해줄 지 모르겠네요, 린튼 가에서. 아무래도 사람들 입방에 오르내리는 게 너무 쉽잖아요. (그저 웃으며 짧막하게 내뱉은 말입니다. 너는 소문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싫어할 것이고, 주변이 시끄러워 지는 것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네가 정말, 누군가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너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거리를 두어야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맞아요,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걸지도 몰라요. 아까 내가 물어봤잖아요, 이런 정략혼이라도 괜찮은 거냐고.. (..) 난 미로의 대답이.. 그걸로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제가 조금 바보 같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마찬 가지거든요, 적어도 미로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문을 위해, 당신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하는 선택이라고 해도.. 그게, 미로..미로가 행복해지는 길인지, 저는 모르겠어요.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며 너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래서 지금도.. 미로를 축하해주기가, 어려워요.
미로 이튼:... 그건 몰랐어. 아니, 오히려 그런 말은 너한테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자신이 다정하다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 눈썹이 잠깐 올라가려다 맙니다. 물론 다정을 느끼는 선은 누구나 다를 것이 분명하다지만, 자신은 상대에게 딱히 다정함을 베푼 기억이 없으니까요. 혹은 작은 행동에서도 다정함을 느끼는 것일까, 라는 생각으로도 이어집니다. 진정으로 다정이라는 것은, 지금 곁에 있는 상대와 모양새가 비슷할 것이라는 확신 또한 있습니다. 이내 긴 생각을 끊어내고 말을 건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기반으로 내뱉는 말에 과연 다정이라는 것이 존재할지는 의문이다만.)
... 아무리 정략혼이라고 한들 나도 한 집안의 자제니까. 린튼가가 설령 막대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다해도, 어느 정도의 유도리 또한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았다면 쉽게 몰락한 가문들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어.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설명을 건넵니다.'당신을 만나지 못하게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었으며, 상대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이것을 다정이라고 부른다면 다정일 것이며, 쓸데없는 오지랖이라 부른다면 그리 이름이 칭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진심으로 당신을 위해 건넨 말이라는 것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거면 된 이야기 아닐까요.)
...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난 괜찮아. 이게 가문을 위한 일이라면 더더욱. (이윽고 멎는 발걸음에 따라섭니다. 잔잔한 낯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에 그림자가 한 번 앉았다가 사라집니다.) ... 그리고 난 나를 위한 행복도, 선택도 전부... 잘 모르겠거든. 그저 문제가 생기면 답을 내리는게 내가 할 일이야. (이내 상대의 허리에서 천천히 손을 거둡니다. 시선은 피하지 않습니다.) ... 그래도 아마 천오 네가 하는 것은, 날 걱정해주는 거겠지. ... 고마워, 천오. 진심이야.
천오:정말요? (느릿하게 꿈벅이더니 고개를 기울입니다. 잠시 고민하기라도 하는 듯 침묵이 이어집니다. 다정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라.. 사람들이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해보이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으니까요. 사실, 정말 다정한 사람인데 말입니다. 한결같으면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그게 자신이 느낀 너라는 사람이라니까.) 혹시 모르잖아요, 누군가는 다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저처럼요. 직접 말해준 건 내가 처음이라고 할 지라도.. 미로가 다정하다고 생각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자신이 느껴본 따스함이 있고, 겪어본 행동들이 있기에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너라는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네가 나쁘지 않다는 건, 좋은 사람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지금도 자신보다는 가문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여주시면 돼요. 내가 생각하는 미로의 모습을요.
..그렇구나, 제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하지 못했네요. (어떨지는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될 거지만, 적어도 네가 하는 말을 믿으니까요. 이대로 진행될 결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네가 하는 말을 믿고 있으니 자신은 온전히 기다리면 되는 것이겠죠. 분명 가문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확실하게 전달되는 의미가 있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만약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은 쓸모 없을 지도 모르겠지요. 네가 자신을 만나러 와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으니까. 자신은 그걸 믿고, 언제나처럼 너를 믿고 다가오는 네 손을 맞잡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다릴테니까, 와주세요. 전 아직 결혼하기엔 철 없는 어린 애라서, 결혼 같은 거 하기까지는 멀었거든요. 하나뿐인 친구잖아요? 티타임이든, 시내를 거닐고 다니는 거든.. 잠깐 정도의 만남이라도 미로와 만나는 거라면 좋을 거예요.
미로가 괜찮다면 그걸로 된 거.. 겠죠. 알았어요, 이런 말은 더 하지 않을 게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써 웃어보입니다. 한결같이 미소 짓고 있는 얼굴임에도 조금은 씁쓸했을까요. 어깨에 올렸던 손을 떼고,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맞닿아 느껴졌던 온기가 사라집니다.) ..미로를 위한 말들은 맞아요, 그래서.. 음, 사실 항상 오지랖 같아 보일까봐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돌립니다.) ..적어도 내가 미로한테 짐이나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으면 해요. 미로한테 생기는 문제가 나로 인한 거라도 미로는 이성적인 선택을 해주겠죠?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미로는 어때요? (그냥, 궁금해서요.)
미로 이튼:누군가…라, 글쎄. 천오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아는 건 아니라서. ( 물론 가문적으로 많이 알고 있기는 하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다른 의미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쁘다고 해야할까요. 그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에 옅게 호선이 그려집니다. 더불어 자신 앞에 있는 상대의 모든 것이 진정 다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신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자신의 다정은 분명, 당신에게서 배운 것이 분명할 것이라고.) … 그렇다면 부정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한 마디만 덧붙여보자면, 네가 날 다정하다고 느끼는 건 아마… 네가 다정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서 배운 걸지도 몰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야. 이건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니까, 뭐라하진 않을 거지? ( 마지막 물음에는 답변을 바란 것이 아니라는 듯, 가볍게 흘리는 투이기도 했습니다.)
(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으나,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만족은 무어라 설명하지 못할 것입니다. 상대가 당신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며, 감사와 행복을 빌 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이로 인해 생긴 믿음은 쉽게 저버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겠다, 라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 … 그렇다면 다행이네, 시간이 많을테니까. 시내든 어디든 많은 곳을 보러 가자, 천오. 아무리 짧으면 어때, 네 말대로 같이 갈 거잖아. 우리가 만났던 곳은 숲이니까, 놀러가는 곳은 바다가 좋을지도 모르겠네. ( 잔잔한 어조로 계획을 짜는 듯이 대답을 건넵니다. 정말 내일이 결혼식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이한 어조입니다. 그만큼 당연한 확신과 신뢰를 주고 싶은 그의 뜻이겠습니다. )
… 짐이나 걸림돌이 될 일은 없을 거야. 애초부터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거든. ( 조금은 가라앉은 듯한 상대의 안색을 힐긋 바라보았던가, 들려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꺼내기까지 아주 잠깐의 텀이 존재했습니다. 이내 그 잠깐의 정적을 깬 후, 말을 건넵니다. ) 아마… 그럴 것 같아. 오히려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천오 너랑 관련된 일이니까. 네가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면 내가 알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분명 너라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 ( 가문의 이야기로 가려진 말 속에서도 금방 숨은 뜻을 알아차리는 당신이었기에, 더더욱 당연하다는 듯이 답을 건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으니까, 이에 대한 오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또 다시 한 번 믿습니다. 그리 이어지는 생각을 하며 상대를 모습을 찬찬히 바라봅니다. 허공으로 시선을 두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니까요. )
미로, 관찰 판정.
미로 이튼: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상처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팔뚝에도…….
미로 이튼:(상대를 살피는 와중에, 눈을 몇 번 깜빡이고선) ... 천오, 최근에 또 어디에서 잠든 적 있어?
최근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 아냐?
천오:..? 네, 없을텐데요..? 최근엔 비교적 멀쩡했으니까요. 몸도 많이 호전됐고. (고개를 기울이다가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미로 이튼:(눈썹을 한 번 움찔거리고선 고개를 들어 상대의 눈을 마주바라봅니다.) 상처가 꽤 많은 것 같길래.
천오:(..아, 탄식을 내뱉고는 급하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납니다.) 그냥, 별 거 아니에요.. 집에서 실수로 뭐를 깨먹거나 한 적이 좀 있어서.. 아마 그것 때문일 거예요. (괜찮다는 듯 손을 저어보이며 웃습니다.)
미로 이튼:별 거... 라기엔 조금 많지 않나. (보통 유리가 깨져서 목까지 상처가 날 순 없을테니까. 그리 드는 생각에 잠깐 눈을 몇 번 깜빡입니다. 분명 천오가 자신한테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닌데도, 대체 왜?)
... 여튼, 그래. 그냥 걱정돼서 물어봤어. 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걸까, 싶어 괜히 질문을 애써 참아냅니다. 이내 고개를 홀 쪽으로 돌리고선) ... 이만 갈까, 너무 늦어버리면 눈치챌 수도 있을테니까..
천오:(괜히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시선을 돌립니다. 제 뒷목을 만지작거리다가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 그러는 게 좋겠죠.. 아무래도 미로는 파티 주인공이기도 하고.. 물론, 이미 조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기도 하지만요? (작게 웃더니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립니다.) ..아, 그러고보니까, 미로는 린튼 가.. 분들께 인사하러 가야 하죠? (짐짓 어두운 낯을 하고 있다가 너를 바라보며 다시금 평소처럼 웃습니다.) ..저는 조금만 더 여기 있을테니까, 미로는 먼저 들어갈래요?
미로 이튼:... 그래, 바람 좀 더 쐬고 있어. 너무 있으면 감기 걸릴테니까 금방 들어오고. (조용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선 발걸음을홀쪽으로 옮깁니다.)
미로가 홀 안 쪽으로 향하면
홀 중앙에 있던 린튼가 사람들이 미로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옵니다.
그래요,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이고…
잘 보여야하지 않겠어요. 이 모든 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미로 이튼:... (주먹을 한 번 꽉 쥐었다 펴고선 덤덤한 표정으로 다가갑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을지 모르겠군요.
미로가 먼저 말을 건네면, 그들은 반갑게 미로를 맞이합니다.
린튼가:하하, 괜찮네. 친우가 아프다고 다른 이가 아까 말해줘서 대충 상황은 알고 있네.
린튼가:그나저나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미로 이튼: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짧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넵니다.) 영광이군요. 초면부터 실례가 많았다만... 이튼 가의 미로라고 합니다. (이내 고개를 들어 린튼 가를 바라봅니다.)
린튼 가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면,
대부분 눈동자가 흐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미로 이튼:(...?) (피곤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고선 눈을 몇 번 깜빡입니다.)
린튼가:실례라고 할 게 뭐 있나! 곧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게 기쁜 일이지!
미로가 얼추 인사를 하고 나면
그들은 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을 부릅니다.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하퍼 린튼:그럼, 잘 부탁드리겠니다, 이튼님. (당신의 손을 잡아 홀 중앙으로 이끕니다.)
미로 이튼:...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퍼 양. (조용히 따라 홀 중앙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천오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미로 이튼:(천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하퍼 린튼: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하퍼의 속삭임입니다.
미로 이튼:(...!) (... 덤덤한 표정으로 힐긋 내려다보고선 말합니다.) 예, 각별한 친구이니까요. 다만, 하퍼 양께서 신경쓰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퍼 린튼:어머, 그렇게 말씀하시면 꽤 섭섭한 걸요? 저희가 정략이라고는 하나, 부부가 될 사람은 저 쪽이 아니라 저인 만큼..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게다가.. 저게사심이 섞인 거라면 더더욱 저희 쪽은 달갑게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요.
미로 이튼:부부... 예, 그렇죠. 하퍼 양께서 미래의 배우자 분이신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나, 무언가 아무런 감정조차 담지 않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다만, 부와 명예로 가득한 린튼 가문의 자제이지 않으십니까. 설마질투라는 상스러운 감정에 휩쓸리실 분은 아닐 거라 더욱이 믿습니다.
하퍼 린튼:설마요. 질투같은 걸 할 리가 있나요?고작 저런 백작 영애에게?
하퍼 린튼:다만.. 저희 정략혼에 걸림돌이 될만한 존재라면 치워야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일 것 같아서요.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불쾌감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로 이튼:(눈썹을 짧게 한 번 움찔거리고선 고개를 끄덕입니다.) ... 예, 알겠습니다.
부와 명예로 가득한 린튼 가에서는 마음을 넓게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알게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조용히 발걸음을 멈추고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고작 백작 영애조차 아는 것이니까요, 부디 결혼 후에는 배우고 오시길 바랍니다. 즐거웠습니다, 하퍼 양.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실수한 건 없는지 살짝 걱정이기는 하나,
서로 아쉬울 것 없는 정략혼이니 괜찮겠지요.
미로 이튼:(ㅍ ㅍ) (어차피 빼도박지도 못할테니... 불평해봤자 같이 살 운명을 탓해야지.)
문득 정원 입구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미로 이튼:(...?) (아, 맞다. 천오. 하고선 입구를 바라봅니다.)
천오는 당신을 바라보다 홀로 정원 쪽으로 향합니다.
아까 전 표정은 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요?
어쩐지 천오답지 않습니다.
미로 이튼:(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선, 들키지 않게 조용히 정원으로 향합니다.)
어느 덧 파티는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까보다 푸른빛이 사라진 하늘이 이를 증명합니다.
천오는 아까 그 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어지는 침묵은 익숙하지가 않군요.
풍경은 아까와 다름이 없지만,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문득 시선을 돌린 천오가 당신을 마주하고 놀란 낯을 합니다.
천오:...미로? (눈 깜박) 왜 다시 나왔어요? 들어갈 줄 알았는데..
미로 이튼:...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냥 있어. (작게 어깰 으쓱입니다.) ... 기분은 조금 어때?
천오:앗, 저 보였어요? (손으로 입가를 가리다가 괜히 네 눈치를 한 번 봅니다. 이어지는 질문에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다가 답합니다.) 그냥~ 평소랑 같아요! 근데 조금 심란하달까.. (네 말에 웃으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미로 이튼:심란... (눈을 몇 번 깜빡이곤 느릿하게 눈을 내려감습니다.) 그래, 친구의 결혼은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으려나. ... 그래도 날이 춥잖아. 같이 들어가자, 천오.
천오:그쵸, 그렇기도 하고.. 미로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꽤 특별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결혼한다니까. (고개를 한 번 끄덕이다가) ...결혼, (작게 중얼거립니다. 고개를 숙인 채 제 드레스 자락을 꽉 붙잡습니다.)
결혼,
그래요.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천오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당신의 말에 답하지 못한 채
천오가 당신을 붙잡는 건.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천오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천오:결혼하지마세요.
..미로, 결혼하지마세요, 제발.. (답지 않게 어두운 낯을 하고 네 옷깃을 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그냥.. 그냥 제 옆에 있어주세요..
정말이지 이토록 절박한 목소리가 있던가요? 계속 읊조립니다.
천오:제 곁에 있으면 되잖아요. 한 번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그런 매달림 끝에서야 천오는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천오:..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웃습니다. 그 웃음이 평소와 같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요, 미로. 이런 어리광 같은 거, 부리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는데..
이성을 차린 듯한 태도와 함께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게 아닌가요.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미로 이튼:... ... ...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둡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던 자신이 어이없긴 했으나, 방금 전 상황이 더 어이가 없고 납득이 가지 않으니까. 그저 조용히 눈썹을 구긴채 중얼거릴 뿐입니다.)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선 머리를 괜히 헝클입니다. 이내 한숨을 내뱉고선 방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곧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
..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과
결혼을 축하하는 가족, 여러 가문의 영애 영식들 사이
이상하게도 천오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미로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보이네요.
본인의 의사가 조금도 담기지 않은 정략혼인데도 말인가요?
귀족들이란.
미로 이튼:(...) (조용히 흐름을 따라갑니다. 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천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러려니, 어제같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천오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에요?
미로 이튼:(...) (미간을 괜히 꾹 누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미로 이튼:(...?)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살핍니다.) 무슨 일이지?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이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미로 이튼:(소란의 중심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보면 소란스러운 곳은 홀 쪽입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로, 듣기 판정.
미로 이튼: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경찰이 왔어!
...라고 연신 속삭이는 걸 듣습니다.
미로 이튼:(경찰...?) (눈썹을 꿈틀거리고선 발걸음을 조금 더 빨리 옮겨봅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미로 이튼, Sanc
미로 이튼: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가운데
사용인, 혹은 경찰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미로 이튼:(지나가는 경찰을 붙잡고선 말을 건넵니다.) 안녕하십니까, 경. 혹시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경찰은 미로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사인은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미로 이튼:살인... 사건... 이란 말이군요.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내립니다. 고개를 끄덕이고선 경찰 곁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나옵니다.)
살인 현장을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미로 이튼:(살인 현장을 둘러봅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
즉, 당신의 배우자 될 예정이었던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린튼의 시체,카펫,열려있는 창문과장식장정도입니다.
미로 이튼:(하퍼 린튼의 시체를 살펴봅니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미로 이튼:... 입을 가볍게 놀린 자의 최후인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려깔아보고선 더 살펴봅니다.)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미로 이튼:(주변을 한 번 살펴보곤 손을 펴봅니다.)
미로, 은밀 행동 판정.
미로 이튼: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경찰:이튼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미로 이튼:아, 죄송합니다. 경. 채 눈조차 감지 못하셨기에 마음이 성급했군요.
제 미래의 배우자가 될 분이셨는데... 이 정도도 안 되는 겁니까?
미로, 대인기능 판정.
미로 이튼: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5,50,72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실패
-2:
실패
경찰:..알겠습니다, 그래도 시체에 손은 대시면 안 됩니다. 현장은 보존 해야 해서요.
미로 이튼:아닙니다. 본인의 업무에 충실한 모습은 본받아야겠군요. (그리 말하며 제 몸으로 가려진 손에 있는 것을 빼냅니다.)
미로 이튼:... ...? (손가락 튕기는 것을 멈추곤 눈을 깜빡입니다. 잘못들었나? 싶어 창문을 내다봅니다.)
천오네, 그러니까.. 백작저 저택의 하인과 천오네 부모님이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천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시내에 다녀왔노라 답하는 게 시야에 잡힙니다.
미로 이튼:... 저 쪽으로 경찰들이 갔을텐데. (잠깐 눈을 깜빡이며 바라봅니다.)
미로, 관찰 판정.
미로 이튼: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천오가 어딘가 피곤해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천오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동시에 천오가 미로에게 내려오라 손짓합니다.
두 저택 사이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가르키면서 말이에요.
미로 이튼:... ... ... (조용히 창문을 닫고선 방을 나섭니다.)
사용인:도련님, 이 시간에 어딜 가시는 겁니까?
미로 이튼:아... 생각이 복잡해서 잠시 바람이나 쐬고 오려는데, 부모님께는 비밀로 해줄 수 있겠나?
자네도 미래의 배우자가 한 순간에 없어진다면... 나와 같은 심정일 거라 생각하네. (조용히 사용인의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사용인:아, 알겠습니다. 그래도 위험하니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는 마세요. 그리고, 어딜 가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천오님을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미로 이튼:... ... ... (두드려주던 손을 멈추더니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자네가 언제부터 그리 말이 많았지?
내가 내린 결정 중에, 언제 한 번 이라도 틀린 것이 있었던가...
사용인:(움찔하더니 고개를 숙입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 불찰입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쇼.
미로 이튼:물론 농. 난 자네를 믿으니까, 다녀오겠네. 자네도 날 믿어줄 거라 생각해. (마저 한 번 더 어깨를 두드려주곤 발걸음을 뗍니다.)
현관을 나서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천오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미로, 듣기 판정.
미로 이튼: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내에 주문한 물건을 받으러 나갔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리고, 미로가 알기로는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이야기하고 있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미로 이튼:(...) (조용히 숲으로 마저 발걸음을 뗍니다.)
..그럼 그렇죠.
천오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왜이리 찝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향한 깊지 않은 숲 속에는 오두막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오가 뒤이어 도착합니다.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천오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천오는 언제나와 같습니다.
평상시 짓던 그 표정입니다. 다를 바 하나 없어요.
미로 이튼:(따라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맞이합니다.) 천오, 오랜만이네.
천오:오랜만이라니, 저희 못 본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요? (작게 웃음 소리 흘리며 너를 바라보곤)
..있죠 미로,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줄래요?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조금 있고, 줄 것도 있는데.. 잠깐 집은 다녀와야할 것 같아서요. (..) 지금 안 불러내면 미로를 불러낼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부르긴 했는데.. 저, 진짜 금방 올게요!
미로 이튼:글쎄... 오늘 하루종일 못 봤으니까. 그것도 중요한 날에. (이내 시선을 피하곤 고개를 한 번 끄덕입니다.) 다녀와. 제대로 말씀드리고 오는게 좋을 거야, 아마도.
천오:(잠시간의 침묵을 유지합니다. 이어지는 말에 시선을 올리곤) 응.., 다녀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웃습니다.)
천오는 가진 짐을 잠시 두고 보다 바닥에 내려놓고,
백작저로 향하며 자리를 뜹니다.
그 사이 천오의 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로 이튼:(천오가 완전히 자리를 뜬 것을 확인하곤 짐을 힐긋 살펴봅니다.)
짐가방 안에는 영수증과 작은 상자, 그리고..
심부름과 무관해보이는 신문이 한 장 들어있습니다.
미로 이튼:(신문을 펼쳐 읽어봅니다.)
... 천오가 신문도 읽었던가?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미로, 자료조사 판정.
미로 이튼: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한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음을 발견합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천오:미로!
뒤에서 미로를 향해 오고 있는 천오가 보입니다.
미로 이튼:... ... 아, 언제 왔어? (신문에서 천오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천오:방금요, (웃으며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인기척도 안 느껴졌어요? 여기 숲이라서 발소리 엄청 잘 날텐데 말이에요.
미로 이튼:신문... 읽고 있었거든. 너무 집중했나. (이내 원래대로 접어 짐가방 안에 넣어줍니다.)
천오:아, 그랬구나. (신문 한 번 쳐다봤다가 네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결혼 소식.., 이 적혀있었죠, 아마? 저렇게 크게 써져있는데, 이제 곧 내려가겠네요..
그런데 미로.. 미로는 괜찮아요?
그, 전해들은 거기는 하지만.. 죽었..다고 들었거든요, (..) 린튼님께서.
미로 이튼:... ... 난 괜찮아. 딱히... 별 생각이 안 드는데. 진심으로 사랑했던 상대도 아니었고, 어제 처음으로 얼굴 한 번 본게 다니까. (작게 고갤 끄덕입니다.)
천오: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한데..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아무리 그래도, 살인 사건이고.. 시체까지 봤을 것 같은..데..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가? 싶어 너를 빤히 올려다봅니다.) ..별 일은 없었어요?
미로 이튼:... 난 거짓말 안 해, 천오. (느릿하게 눈을 몇 번 깜빡이고선 내려다봅니다. 정말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제 미간을 가리키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손을 거두고선 말을 꺼냅니다.) ... 정말 별 일은 없었는데, 궁금한 건 많이 생겼어.
천오:하긴, 미로는 엄-청 솔직하죠. (웃음소리 흘리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겠다는 듯이.) 그런가요. 별 일이 없었다면 그것도, 다행이에요. (궁금한 거? 고개를 살짝 기울이다가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꺼냅니다.)
미로, 이거. (꺼낸 것은 짐 안에 있던 작은 상자. 네 앞으로 내밉니다.) ..조금 늦었지만, 선물이에요.
미로 이튼:... ... 응? (이걸 물어본 것은 아니었는데... 일단 조용히 상자를 건네받습니다. 고개를 작게 기울이고선) ... 아까 주문했다는 물건이 이거야?
천오:아? 아까.. 제 목소리가 들렸어요? (눈 깜박이다가 상자를 바라봅니다. 이내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네, 맞아요. 일찍 드리고 싶었는데, 가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 모양이에요, 원래라면 결혼 선물이었겠지만.. 그냥, 친구로서 드리는 선물로.. 받아주실래요?
미로 이튼:그러게, 저택이 생각보다 더 가까운가봐. 어릴 때 했던 걸 떠올려보면 정말 그런 것 같지만... (덤덤한 투였지만 아마도 장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내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얼마든지야. 오히려 기뻐. 대체 뭐일지는 모르겠지만...
천오:하하, 그 때는.. 제가 진~짜 철 없을 때죠. (물론 지금도 철이 든 건 아니지만.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고는 웃음소리를 흘립니다.) 별 건 아니에요, 그냥..
상자를 열어보면,
달빛에 반짝이는 하늘색 보석을 중심으로 한
브로치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미로 이튼:(!) (눈을 조금 크게 뜬채 보다가 시선을 상대에게로 두고선) ... 엄청 근사한데. 혹시 지금 해봐도 돼?
천오:..물론이에요, 미로가 해줬으면 해서 만들어온 거니까요. (눈꼬리 휘며 웃습니다.) 해드릴까요?
미로 이튼:그럼, 영광이야. ... 고마워, 천오. (상자를 상대 쪽으로 조금 내밀어줍니다.)
천오:뭘 또 영광까지에요. (상자를 잡곤 브로치를 꺼내어 네 왼쪽 가슴팍에 달아줍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너를 바라봅니다.) ..여기 들어간 보석, 아쿠아마린이에요.
미로 이튼:아쿠아마린... 예쁘네. (따라 눈을 내려 제 가슴팍에 있는 브로치를 보고선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다시금 상대에게로 시선을 두고선,) 진심으로 고마워. ... 어쩌면 나 때문에 의심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빨리... 해명하는게 좋겠어, 천오. 내가 도와줄게.
(To GM):아쿠아 마린의 뜻은, 영원한 젊음,행복, 침착, 총명, 용감... 미로랑 무척 잘 어울리는 거 있죠, 미로. (..) 사실, 이 보석이랑.. 제 눈색이 조금 닮아서, 이 보석을 볼 때 조금이라도 저를 떠올려주셨으면 해서.. 그래서 이걸로 고른 거예요. 기쁘게 받아줘서, 다행이에요. 미로.
천오:괜찮아요, 미로가 애써주지 않아도 돼요. (고개를 살짝 저어보이더니 한 손에 주먹을 쥡니다.) 제가 해결해야할 일이잖아요. 미로가 오히려 도와주면, 되려 미로까지 의심 받을 수 있어요. 저는.. 그걸 바라진 않아요. (고개를 기울이며 옅게 입꼬리 올려 웃습니다.)
미로 이튼:(주먹을 힐긋 보고선 가볍게 어깰 한 번 으쓱입니다.) 천오 네가 그렇다면야... (...) 그래도, 의심 받을게 뭐가 있어. 나는 오히려... 당당한 입장일지도 몰라. 사실 오늘 정략혼으로 둔 핑계가 한 둘이 아니거든. 그래도 네가 스스로 하겠다면... (조용히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천오:그렇죠, 하지만.. 내가 용의 선상에 있는 이상, 미로가 개입하는 건 안 된다고 봐요. 정말.. 정말 만약이라도 미로가 나 때문에 피해를 받는 건 제가 원치 않으니까. (고개를 함께 끄덕이고는 웃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미로.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나요?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두 저택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아무래도 더 이야기하고는 싶지만.. 시간이 좀 늦어서, 미로를 더 잡고 있기도 미안하네요. 들어갈까요? (방긋)
미로 이튼:(그저 시선을 내린채 조용히 고갤 한 번 더 끄덕입니다. 그러다 따라 하늘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가, 내리고선 눈을 한 번 깜빡.) ... 그럴까, 슬슬 들어갈 때가 되긴 했지. 선물은 정말 소중히 간직할게, 고마워.
천오:저야말로 고마워요, 소중히 간직해주신다니 선물해준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좋은 말이네요. (작게 웃음 터트리고.)
..아, 그러고보니까, 아까 사용인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린튼가 사람들이 미로 네에 간다고 했던 거 같아요. 결혼.. 취소된 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러 가는 것 같다고. 벌써 사용인들 사이에 이런 말들이 퍼지네요. (소문이라는 게 참 빨라요, 그쵸? 여러 의미에서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말입니다. 지금, 어떤 소문들이 마을에 퍼지고 있는지를 잘 알아서.)
미로 이튼:당연히 그래야지, 내 유일한 친구가 준 거잖아. (따라 옅게 미소를 지은 채입니다.)
(이어지는 말에는 잠깐 침묵을 지킵니다. 그러고선 고개를 한 번 끄덕. 퍼지고 있는 소문이나, 곧 퍼지게 될 소문에 대해 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굳이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깨버리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저 침묵으로 답을 하고선 발걸음을 먼저 옮깁니다.)
(잠시 무표정으로 빤히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몇 걸음 다가가선 내려다봅니다.) ... 말해줘, 천오. 무슨 일인지.
천오:가, 가까운 건 나도 알지만, 여기는..!!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흔들리는 동공으로 너를 바라봅니다.)
뭐, 뭐를... (너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깨에 걸친 숄을 손으로 꾹 눌러잡은 채 입술을 깨물었어요.) ..없어요, 아무 일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란 말이에요..
미로 이튼:... 천오, 다시 한 번 더 물을게. 마지막으로. (...) 말해줘, 제발. (고개를 숙이는 상대에게 제 표정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겁을 먹을 것이 분명하며,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표정을 풀지 못하겠으니까.)
더 이상 내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줘.
천오:..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요...!!!(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듯 이야기하고는 제 손에 얼굴을 묻습니다. 차마 마주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미안해, 미안해요 미로.. 그런데.. 제가 지금 미로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로에게 너무 미안한데.. 내가, 미로의 믿음을 깨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한데.. 그냥, 제발 그냥 나가주세요. 지금.. 미로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요, 나..
미로 이튼:... (소리를 치는 목소리에 무언가 말을 건네려다, 멈춥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말을 삼키더니, 이내 이어지는 것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헛웃음. 그러고선 제 고개를 조용히 숙이며 말을 건넵니다.) ... 그래, 알겠어. 천오 네 생각을 존중할게.
그리고...앞으로, 그 아무것도 참견하지 않을테니까.이러면 네가 만족할까, 천오. (그리 말하는 목소리에는 낮게 깔린 원망이, 옅게 서려있는 웃음기가 있었습니다. 답지 않게도, 하지만 표정은 여전합니다. 상대가 확인할 수 없겠지만, 애써 참아내려는 노력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 (더 이상 대답을 듣지 않고선 상대의 옆을 지나쳐 걸어갑니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해줘서 고맙네. 역시... 친구 좋다는게 이런 걸까. (그리 내뱉는 말에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천오:(여전히 흔들리는 동공, 작게 입만 달싹이며 네게 손을 뻗었다가, 자신을 지나쳐가는 네 모습에 손을 힘없이 내렸습니다. 깨문 입술에서 희미하게 비릿한 맛이 느껴집니다. 자신이 먼저 일으킨 과오에, 무슨 말을 더 얹을 수 있을까요. 네 목소리, 행동, 작게 들리는 숨소리 마저 저를 옥죄이는 기분입니다. 자신을 믿은 대가가 이런 배신이라니, 그래, 이곳에 서 있는 죄인입니다. 친구라는 이름에 숨어, 배신이라는 죄를 저지를 죄인.)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꿰뚫는 듯 했습니다. 아프고, 고통스럽고, 가슴이 너무나도 아린데 네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침묵이라는 방어 수단에 숨어버리는 것밖에. 이곳에 있는 공기, 분위기, 그 모든 것이 숨통을 조여가고, 몸을 굳혀갑니다. 떨리는 몸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겠지요.)
미로가 완전히 나가기 직전,
문득 천오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합니다.
천오:...미로, 이기적인 말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마지막 순간.., 만약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 때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요..? (너를 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한 쪽 팔을 다른 손으로 꽉 쥔 채로 네게 힘겹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분명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대답은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미로 이튼:(...) (계단을 완전히 오르기 직전, 발걸음을 한 번 멈춥니다. 다시 한 번 헛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자신이 이리도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그런 모순적인 생각을 하는 와중의 텀은 조금 길었을지는 모르겠으나. (...) 제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고선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건넵니다.)
...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주면 좋겠지만. 네가 말하는게 친구로써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 곁에서 지켜봐줄게.
내 유일한 친구였던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 ... 어떤 광경일지. 궁금하거든, 천오.
곁.
내 곁.
천오가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천오:(..친구였던, 명백한 과거형. 눈시울이 붉어지다 결국 시야가 흐릿해지며 작은 물방울이 얼굴선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울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를 최대한 숨기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은 채 방 안 쪽으로 들어갑니다.)
... 휴게실 청소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던데, 부탁드립니다. (문에 노크를 몇 번 하고선 정원으로 향합니다.)
사용인:(..!!) 네, 네..! 알겠습니다..!
미로는 뒷마당으로 향합니다.
..그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단지 휘날리는 꽃들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로의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미로 이튼:(...? 덤덤하게 돌아봅니다. 사용인인가.)
익숙한 인영입니다.
불쑥 찾아온 그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오입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미로 이튼:(평소와 같은 표정이나, 적어도 입매는 더욱 굳어있습니다.) ... 여기에는 무슨 일이야.
천오:..평소에도 가끔 오던 곳이잖요, 그래서.. (애써 웃어보이며 네 앞으로 다가갑니다. 시선을 마주하지는 못했지만요.) ..잠깐만, 미로랑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꼬리를 흐리며 자신의 팔을 꾹 눌러 잡았습니다.)
미로 이튼:그래, 다 알고 왔다는 거네. 심지어 날 만나러 왔다는 거고. ... 난 이제 할 말이 없는데, 너는 아닌가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내려다봅니다.)
천오:...네, (고개를 숙였다가, 겨우 겨우 웃는 낯을 유지하며 너를 바라보았습니다. 괜히 밝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네게 말을 건넵니다.) 여기에 피어있는 꽃들, 언제봐도 예쁜 것 같아요. 히스.. 에리카라고 했었죠? (떨리는 목소리임에도,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꽃말은 고독이라고 했고요, 아마.. (품에 앉고 있던, 히스꽃이 담긴 꽃다발을 꾹 눌러잡으며 웃습니다.)
오늘 여기, 린튼가 분들이.. 오신다고 했었죠.
미로 이튼:... 그렇겠지, 매일마다 정원사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아마 그게 맞을 거야. (덤덤한 어조로 대답하고선 상대에게 두었던 시선을 거둡니다. 근처에 있던 히스 꽃을 한 번 바라보았던가,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한 송이만 꼽아 보자면 아주 초라한 꽃인데도. 그래서 고독인가, 싶습니다.)
... 어, 곧 오겠지.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천오:(이어지지 않는 말들, 머릿 속에서 무얼 이야기해야할 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너와 시선을 맞출 수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없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혀옵니다. 이렇게 오는 게 민폐라는 걸, 너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너를 놓을 수가 없어서. 잠시동안 이어지는 침묵에 옅게 불어오는 바람만을 맞았습니다.) ...미로는, 내가 밉겠죠? (그제 정원에서 너를 바라보던 그 표정, 어쩐지 지금의 표정이 그와 닮았습니다.)
..제가 볼 일이 있거든요, 그 분들께.. (꽃다발을 한 번 보았다가, 너를 바라봅니다. 네게 웃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기에, 웃으면서.)
미로 이튼:밉다... 라. (여전히 상대의 표정은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로는 예상이 가기 때문에, 그 때의 떨리는 목소리와 지금이 닮은 꼴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인지 더욱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저 흩날리는 히스꽃을 가만히 응시하다, 눈을 깜빡이고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글쎄, 잘 모르겠어.
(이내 제 눈썹을 한 번 움찔거리다 맙니다.) ...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옛 친구의 정으로써 한 마디만 말해보자면, 지금 상황에서 그 집안 사람들을 만나는 건... 거의 자백행위와 다름없다는 거. ... 알면서도 그러는 거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천오:..왜?(차라리 마음껏 미워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는 무얼 망설이는 걸까요. 그렇게 네게 소리쳐버리고,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침묵 뒤에 숨어 너의 믿음을 배신한 나라는 사람은, 더이상 네게친구가 될 수는 없을 텐데. 자신도 알고 있기에, 이곳까지 오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너를 마주하기가 두려워 몸은 굳었습니다. 과거가 그리움에도, 더는 과거와 같은 관계가 될 수 없는 걸 압니다.)
..그런가요,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재고해볼게요. (하지만 만나러 가지 않겠다, 그리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웃으며 고개를 기울일 뿐.) ..미로는 정말,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그러니까, 미로..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마지막 부탁이에요.
미로 이튼:... 왜라고 물어본다면, 간단해. 아직 생각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야. (여태까지 그가 선택한 길은 틀린적이 없었습니다. 매번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결론을 지어냈고, 이러한 성향은 그 집안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었으니까. 정답이라고 밖에 정의할 수 없는 것. 그러니 그 또한 자신의 생각에 대한 믿음이 무척이나 강했다는 것인데, 바로 어제. 하루 전 날 밤, 그 믿음이 처음으로 깨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고, 그 일의 장본인과 마주함에도 결론은 쉽사리 나지 않습니다. 어젯밤 혼자 되뇌었던 말이 자꾸만 떠오릅니다.알다가도 모르겠다.)
(재고라, 당신의 말이 뜻하는 것을 알아듣고선 짧게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차피 자신은 이제 상대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끼칠 수 없는 관계, ... 그 쯤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눈을 느릿하게 깜빡거리다, 이내 시선을 들어 바라봅니다.) ... 글쎄, 들어줄지 어떨지에 대해선... 네가 말하는 게친구로써의 부탁인지,천오라는 사람으로써의 부탁인지. 그것부터 말해준다면.
천오:..그렇군요. (네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납득한 거겠죠.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 지내왔는지도 알기 때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그 생각의 정리가 끝나면, 아마 이렇게 찾아오는 일도 없겠지. 아니, 못 하는 거다. 너를 마주할 용기도, 웃어보일 자신도.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 의지 뿐이라서. 되돌릴 수 없는 관계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해나갈 뿐이고, 너에게 폐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는 네가 어떤 기분일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잘 알고 있던 너라는 사람이, 한 순간에 멀어진 것은 자신에게 크나 큰 빈자리로 다가왔기 때문에.나는 더이상, 네게 그 무엇도 아니게 되겠지.)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친구로서의 부탁이기도 하고, 천오라는 한 사람의 부탁이기도 해요. ..너라서 하는 부탁이니까요.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습니다. 살짝 깨물은 입술을 풀며, 동시에 너를 올려다봅니다. 방금 전과는 다르게 흔들림 없이 곧습니다.)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천오라는 사람으로서의 부탁이에요. (너와 친구가 아닌 다른 관계였다면 이 부탁을 했을까? 싶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너라는 사람은, 미로 이튼. 그 사람이니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아마, 이 대답이 자신의 머릿 속에서 올바르게 나온 대답이기를 바래야지.) ..꼭, 의무적으로 들어달라는 부탁은 아니에요. 그냥.. 한 번 듣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미로 이튼:(수긍하는 상대의 모습을 시야에 담고선 시선을 거둡니다. 제 구두 앞 끝을 바닥에 한 번 소리나게 두드리고선 다시 고개를 듭니다. 자신이라서 하는 부탁이라, 어째 생각이 더 들게끔 들려오는 대답에 눈썹을 움찔거리기도 했습니다.) ... 그래, 그렇구나. (천오라는 사람으로서의 부탁,) 그렇다면 얘기해줘. 무슨 부탁인지는... 네 말만 듣자면, 듣고 나서 판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으니까.
미로의 말 끝에 천오는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말없이 한참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천오가 입을 엽니다.
천오:..저번에 왔던 지하실.. 거기 침대 밑에 여분의권총이 있어요.
제가, 만약에 제가.. 어떤 의미로든 미로를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저를 만나러 와줘요, 미로.
미로 이튼:(성냥으로 초에 불을 붙이고선 책상 위에 올려둡니다. 이내 침대 밑에 손을 뻗어 확인해봅니다.)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 하나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미로 이튼:(권총을 내려두곤... 상자를 살펴봅니다.)
상자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미로 이튼:(잠깐의 고민도 없이 바로6을 돌려맞춥니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미로 이튼:이건... (양피지를 살펴봅니다...)
양피지 안에는 아라 호텔의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미로 이튼:(더 살펴볼 건 없는 건가...?)
그리고 다른 종이에는,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적힌 상태입니다.
그 방법은 타살.
미로 이튼, SanC
미로 이튼: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이성2감소합니다.
잠깐, 그러고보니 천오가 뭐라 했죠.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미로 이튼:... ... ... 하, (헛웃음이 터져나옵니다.)
미로, 지능 판정.
미로 이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떠오르는 천오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설마.
설마.
미로 이튼:상처 또한 그대로 육체에 보존...(아.)
(마른세수를 짧게 한 번 하고선, 권총을 챙겨 다시 저택으로 향합니다.)
저택으로 돌아가면 마차 한 대가 저택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사용인:이튼님, 마차는 대기 시켜 놓았습니다. 목적지도유치장으로, 마부님께 말씀 드려놨고요.
미로 이튼:(짧게 어깨를 두드려주고선 마차에 올라탑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미로가 마차에 오르면 마차는 금세 출발합니다.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럼에도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천오의 부탁 때문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이유로든, 지금 천오를 만나야 겠죠.
마차는 유치장으로 향합니다.
..
..
도착한 유치장은 서늘하기 그지 없습니다.
미로는 천오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미로가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미로의 면회를 허락합니다.
천오는 당신에게 총을 가져왔느냐 묻습니다. 고요하게.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줄 거냐고도 묻습니다.
미로 이튼:(조금 떨어진 채로 가만 바라봅니다.) ... 네가 어떻게 대답해줄지에 따라 갈렸어, 천오.
천오:..제 대답이요? (여전히 작고 낮은 목소리가 유치장에 울립니다. 무얼 물어보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제게 궁금한 게, 있나요..? 미로에게 이 부탁을 한 게 어떤 의미인지, 같은 거인가요?
미로 이튼:... 그저 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짧게 숨을 들이키다가 내쉽니다.) ... 최근 있었던 린튼 가의 살인사건. 전부 네가 한 짓이 맞아?
천오:...네,맞아요.(어떻게 죽였는지, 구태여 입에 담지는 않습니다.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에요.) ..의외네요, 솔직히.. 그냥, 그냥.. 하퍼 린튼과 그 부모님들만 죽인 사람으로 알고, 나머지는 모를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어쩌면 네가 자신의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려 왔을지도 모르니까.)
미로 이튼:... 그래, 날 거기까지밖에 생각하지 못했다니 아쉽네. (그리 말하고선 고갤 짧게 한 번 끄덕입니다. 이내 제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습니다. 손 끝에 느껴지는 권총이 차갑게 서리고, 잠깐 행동을 멈추는가 싶더니.)
...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대체 왜 그랬던 거야?
천오:(왜, 라고 묻는 말에 쉬이 대답할 수는 없었습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느릿하게 감은 눈은 여전히 바닥을 향했고,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습니다.) ..말한다고 믿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미로를 위해서.. 였어요.
..어쩌면 제 욕심도 조금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게.. 미로를 생각하고 행동한 거기는 해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끌려가면서 중얼거린 그 한 마디를 연신 반복합니다.
미로 이튼:모든 게... 나를 위한 거였다고... (작은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품 안에 있던 리볼버를 꺼내 조준합니다. ... 눈은 아래를 향하고 있으며, 초점이 없습니다. 길게 생각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 감사 인사는 하지 않을게. 넌 아직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천오:..그걸로 됐어요, 미로. 언젠가.. 네게 이야기할 날이 올 거예요. (시선을 올려 너를 바라봅니다. 한결같은, 애정 어린 눈으로. 흔들리지 않은 눈동자가 곧게 당신만을 응시합니다. 네게 이해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모든 건, 자신의 욕심이자 의지일 뿐이니까요.네가 날 조금은, 미워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천오는 눈을 감습니다. 기꺼운 표정입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한 표정.
천오:고마워요. 내 마지막 부탁.., 들어주러 와서.
미로 이튼:... 글쎄, 이게 과연 부탁을 들어준 걸까.
아까도 말했지만, ...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작별 인사처럼 느껴지지도 않아. ...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듣겠지, 천오. (네가 시간을 돌려 모조리 죽였노라고, 더불어 난 너와 함께 시간을 돌아갈 것이라고.그리 말하고선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차마 상대처럼 애정이 담긴 것은 아니었으나, 무언가를 정확하게 신뢰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하실이나 여기나 너무 어둡네. 부디 밝은 곳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 나의친애하는 캐서린.(리볼버의 총구는 정확하게 상대의 머리를 조준해, 그대로 방아쇠를 당깁니다.)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
그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천오의 머리를 관통하고….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
..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
...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미로 이튼:(멍하니 눈을 몇 번 깜빡입니다.) ... 믿을 수 밖에 없겠네.
(이내 리볼버와 랜턴을 챙겨 방을 나섭니다.)
방을 나서고, 계단을 내려가다보면
사용인들과 눈이 마주칩니다.
사용인:이튼님? 이른 아침부터 어딜 가실 생각이신지..
미로 이튼:잠시... (...한 달 전이라면.) 천오를 보러 가려는데, 문제라도 있습니까?
백작부인:와주셨군요, 미로군..!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미로 이튼:(공손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늦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부인. 사용인의 말을 듣고선 늦게나마 왔는데... (힐긋 보곤 고갤 끄덕.) 예, 그나저나천오가 보이질 않는군요.
당신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어두운 낯을 합니다.
백작부인: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찾아뵈려고 했던 참입니다. 혹시 천오가 이튼가에 가지는 않았을까.. 해서 저택에 방문했던 것인데, 그곳에 가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미로 이튼:... ... (눈썹 한 쪽을 움찔거리고선) 그 말은 즉슨, 천오가 사라졌다는 말이십니까?
백작부인:(고개를 끄덕입니다.) 천오가 쪽지와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사라졌습니다.. 새벽에 나간 것인지 사용인들도 보지 못했다고 하고.. 몸도 안 좋은 애가 어딜 간다는 건지..
옆에서 탐탁지 않은 얼굴을 하던 백작이 입을 엽니다.
백작:미로, 자네 이름이 적힌 편지와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아무 말 안하고 가서 죄송하다는 쪽지만 있었네.
쯧, 하여간에 사고만 치고 다니고..
미로 이튼:쪽지와 편지라... 그렇습니까. (고개를 짧게 끄덕입니다.) 부디 그것들을 제게 건네주실 수 있으신지.
(이어지는 말에 눈을 한 번 깜빡이곤 작게 미소를 짓습니다.) 제가알아서 잘처리해드릴테니 염려는 마시길.
친우 좋다는 말이 괜히 있겠습니까.
백작은 미간을 꿈틀거리다 편지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백작:나는 먼저 들어가 있겠네, 할 얘기가 더 있다면 부인과 나누게나.
미로 이튼:예, 감사드립니다. (짧게 인사를 건네곤 편지를 받습니다.)
(이내 편지를 바로 확인해봅니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하고 애정했나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어때요.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미로 이튼:(사랑? 애정? 목숨?... 그런 것들이 지금에 와서 뭐가 중요한가, 딱히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직 상대를 빨리 찾아내고 만나야겠다는 생각만이 앞섭니다.)
..만일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미로 이튼:(턱을 짚고선 잠시 생각을 하더니, 편지를 고이 접어 제 품 안에 넣습니다.) ... 부인, 혹시 천오의 방을 한 번 가봐도 되겠습니까?
백작부인:..안 그래도 드릴 게 있었습니다. 천오가, 무언가 이상한 걸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돼서..
천오의 방 책상에서.. 이게 나왔습니다.
백작 부인이 내민 것은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입니다.
미로 이튼:... ... (눈을 크게 뜨고 보고선 다시 잠잠한 낯으로 말합니다.) 혹시 읽어보셨습니까?
백작부인:아니요, 어쩐지 숨겨둔 일기일 수도 있고 꺼림직해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공책을 빤히 바라보다가) 뭔가 느낌이 좋지가 않아요. 벌레를 싫어하는 애가 이런 공책을 가진 것 하며, 공부를 하지도 않던 애가 이런 공책이 닳을 때까지 쓰는 것 하며..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미로 이튼:... ... 예리하시군요. 아마 어디에선가 받은 책일 걸겁니다. 일단 단서가 될 수 있으니 제가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용히 책을 건네받곤 살펴봅니다.)
천오:...왜, 쫓아왔어요? 어떻게 온 거예요? 미로, 나는 미로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갑니다.)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미로 이튼:... 분명 말했지 않았던가? 밝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붙잡은 손목은 놓지 않습니다. 무언가 참고 있다는 듯 미간이 몇 번 구겨지다 펴집니다.) 보고싶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천오. ... 정말 해줄 말이 그것밖에 없는 거야?
천오:..미로가 이야기했던 그 밝은 곳이 여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미로. (어둡잖아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했다가 네 손목을 잡아 조심히 떼어내려고 합니다.) ..지금은 없어요, 미로가 편지를 못 봤다면 어쩔 수 없네요.. 나, 그래도.. 다시 미로한테 돌아가려고 했었거든요. 그 때 다 이야기해주려고도 했었고.. (끝내 너를 마주하지는 못했습니다.나는 이제, 집에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미로가, 이렇게 먼저 찾아와버릴 줄은.. 그것도 여기로 와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미로 이튼:적어도 지하실이나 유치장보단 밝은 것 같은데. ... 그리고 여기에서 할 말도 아닌 것 같아. (여전히 손목은 놓아주지 않고, 발걸음을 먼저 옮깁니다. 호텔을 떠나 마차로 갈 생각인 것 같습니다.) 궁금한 건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 ... 돌아가자, 집으로.
천오:... (아무말 하지 않고 미로의 뒤를 따라갑니다. 어쩐지, 언제나 그렇듯 네 말은 차마 쉽게 거부할 수가 없어서. 내가 너에게 모든 걸 고할 수 있을까, 이렇게 겁이 많은데, 용기가 없는데. 너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네, 돌아가요. 이제.. 끝이니까요.다 끝났으니까..
두 사람은 비상구를 통해 1층까지 내려옵니다.
호텔 바깥에는 여전히 미로의 마차가 자리해 있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주변에서 누군가 천오를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미로 이튼:... (누가? 방향을 바라봅니다.)
평범한 호텔 내의 손님인 것 같습니다만..
미로와 시선이 마주치자 다급히 호텔로 들어갑니다.
마부는 마차 위에서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미로 이튼:(마부가 보는 신문을 힐긋 보고선) 늦어서 미안하군요. 갑시다.
마부:...? (천오를 보고 짐짓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예, 예... 이튼님, 그 분은..
천오:(..고마워요, 차마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마차 구석에 머리를 기대머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오는 아주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들었습니다.
마차 안에서 곤히 잠든 천오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아까 마부가 보고 있던 신문은 뭘까요?
미로 이튼:(...) (조용히 소리나지 않게 신문을 펼쳐 읽어봅니다.)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
천오의 외관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미로 이튼:(당연히 이러하겠지... 조용히 신문을 덮습니다.)
지금의 당신은 천오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전히 하나뿐인 소중한 친우인가요?
아니면, 자신을 위한다고, 어리석은 행동을 사람?
그 모든 행동은 당신을 위해서, 라고 했습니다.
..모든 게 끝났다는 말은 사실이겠죠.
그가 더이상 당신을 속이지 않기를,
믿음의 배신을 하지 않기를 빌어봅시다.
..
..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마차는 멈추어 섭니다.
덜컹, 마차가 옅게 흔들리고
천오는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납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 새 창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마부:이튼님, 저택에 도착했습니다.
미로 이튼:(천오를 데리고 마차에서 내립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고개를 숙인 마부는 마차를 이끌고 사라집니다.
천오:...미로, (다리에 힘을 주고 서서 미간을 꾹 누릅니다.) ..숲으로, 같이 갈래요? (옅게 웃어보이며 너를 올려다봅니다.)
미로 이튼:... 그럴 몸상태로 보이진 않는데. (할 말이 많긴 하나...)
일단, ... 갈까. 뭐든 앉아서 쉴 수 있으면 되겠지. (천오를 데리고 숲으로 향합니다.)
천오:그래요, 그러면.. 되는 거겠죠.. (작게 웃음소리 흘립니다. 최대한 네게 기대지 않으려, 힘을 주고 서서 걷습니다.)
두 사람은 숲 속으로 향합니다.
어둠이 가득한 숲을 달빛이 비춥니다.
적어도 나아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겠군요.
그렇게 느린 발걸음으로 이동하다보면,
익숙한 오두막이 보입니다.
천오:..미로가 알았을지 모르겠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말이에요, (이번엔 자신이 네 손목을 잡아 이끕니다. 환한 웃음은 예전과 같았을까요.)
천오의 이끌림을 따라 조금 더 숲 안 쪽으로 들어가면,
그곳에는 달빛에 반짝이는 호수와
만개한 에리카 꽃무리가 있습니다.
호수에 반사되는 풍경도, 눈 앞에 보이는 이 풍경도
어쩌면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천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힘없이 흔들리면서도 당신을 바라보며 곧게 서 있습니다.
천오:...미로가 궁금한 게 많다고 했는데,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천오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제 몸을 살핀 천오가 느릿하게 말합니다.
천오:..나는 이제 곧 사라질 거예요.
미로 이튼:(미간을 조금 구기고선 눈을 깜빡입니다.) ... 진심이야?
천오:응, 진심.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서야 너를 보며 웃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나를 직접 찾아온 거예요, 미로는? (처진 눈썹하곤 너를 올려다봅니다.) 나한테.. 뭐가 묻고 싶었어요?
미로 이튼:너에게... (잠깐 눈을 크게 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립니다.) ... 그러게, 뭐가 그리 궁금했을까. 너무 많아서 잘 떠오르지도 않아, 이젠. ...
천오... ...대체, 날 위해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였어.
천오:하하.. 미안해요, 내가.. 숨기는 게 너무 많았나봐요. (네 말에 얕은 웃음 소리를 흘렸을까요, 어쩐지 조금은 후련해보이기도 합니다. 널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을 모두 했다는, 자신만의 만족감이 느껴져서요. 하지만 너에게 상처를 주면서, 믿음을 부수면서까지도 숨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왕이면 네가, 나라는살인마와 엮이지 않기를 바랬어.)
..글쎄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미로가 너무 소중해져 버려서.
표정 변화가 없고 무뚝뚝해도 항상 다정했고, 날 생각해주는 너를.. 내가 너무나도 아껴서.
미로 이튼:... ... 허. (이어지는 대답들에 그저 멍하니 눈을 깜빡입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듯, 생각할 수 없었다는 듯. 그리고이해할 수 없다는 듯.그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어지럽힙니다. 도대체... 왜?)
...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천오, 난... 너와 같이 널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
... 모르겠어. 넌 왜 매번 나한테 질문만 던지는 걸까.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이고선 상대에게로 시선을 둡니다.) ... 이제는 그 질문을 받을 수도 없다는게 허무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천오. ...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는 거야? ... 이게 네가 바란 결말이야?
천오:이해를 바라지는 않아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미로를 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세상 역시도 구해냈어요. 그래서.. 의미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미로를 구하려고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숙주도 더 번식하지 않을 거고, 그 존재들은 다 사라졌으니까.. 결론적으로는 세상은 안전해졌잖아요.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웃습니다.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어온 목표와 의지는 단 하나니까요. 너라는 존재의 안전. 그걸 이뤄냈으니 자신은 만족합니다.)
고맙다는 말.. 그건 미로가 고맙다고 생각한다면 해줄래요? 이건 단순한 내 의지로만 한 행동이고, 그 행동이 미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행동이었을 뿐이니까요. 미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자, 내가 당신을 이렇게까지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요.
내가 바란 결말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치만 적어도..내가 원하던 목표는 달성 했어요.
마지막 순간에 미로가 함께 있어주고, 미로는 안전하니까요.
미로 이튼:안전... ... (짧게 마른 세수를 한 번 합니다. 이내 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고선 말합니다.) 그래, 네 덕분에 난... 이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 세상 또한 안전할 거야.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게 되겠지.... 천오 널 제외하고서.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네게 고맙다는 말 하나로, 이 기꺼운 생명의 연장선을 이어갈 수 있겠어. 천오.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가 내립니다. 어째 쓴 미소로 보일 수도 있겠다만.) ... 그리고, 왜 네가 말하는 안전에는... 네가 존재하지 않을까...
네가 바란 결말과 목표에서, 왜너는 존재하지 않냐는 말이야.
... ...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 앞으로의 순간을 함께 하길 바라는 건 안 됐던 거야? ...난 너의 마지막이 되고 싶지 않아.그저,(주먹을 한 번 쥐었다가 펴고선) ...그저 너와 함께 있는 순간으로도 만족했었단 거야.과분할 만큼.
천오:..내가 존재하면 안 되니까요. 모든 행동에는 대가가 따르잖아요. 내가 바라던 것을 이루면내 희생이 필요했으니까. 나는.. 솔직히 값지다고 생각해요. (눈꼬리 휘며 곱게 웃으며 너를 바라봅니다.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모두를 이룰 수 없고, 나의 존재 하나와, 미로와 세상의 안전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당연하게도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나는.. 혼자만 살겠다고 모든 것을 회피하고, 모른 채 하고 싶지 않아어요. 그것도,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두고. 그 사람들이 숙주로 고른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망설였을 거예요. 아니, 아예 이런 집단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겠죠.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가 네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갑니다. 흐릿해져가는 손으로 네 얼굴을 감싸쥡니다.)
..네가 걱정됐어요, 그래서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게 내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라고 해도.) 미로가 예전에 그랬잖아요, 목표가 없어서.. 이렇다 할 목표가 없어서 잘 된 일이라고.. (..) 솔직히, 마지막이라서 솔직해지자면 마음이 아팠어요, 많이.
미로, 내가 바란 결말과 목표에 내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했죠. 그런데.. 미로가 나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가문을 먼저 생각하고, 당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같아서. 물론 당신은 항상 멋있었지만. (작게 웃음 소리 흘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납니다.)
..나도 미로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행복했거든요. 이럴 때도, 함께 숲에 갈 때도, 정략 결혼을 하던 그 시간 때 함께 춤을 추던 순간에도, 지금도. 단지 너와 함께 있는 한 순간 한 순간들이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세상의 모든 빛이 미로를 비추는 것만 같았어요. ..그 빛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시간들이 있어 기뻤어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걸고 입가에 호선을 그립니다.) ..나의 마지막이 되어주면 안 될까요? 곁에 있는다면 그것만큼 기쁜 건 없을텐데..
미로 이튼:(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조금 구기고선 바라봅니다.) ... 글쎄, 난희생이라는 단어에서부터 값지다는 표현을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해. 그게 무엇이든, 설령 천오 네가 아니었더라도. (이내 고개를 숙여 시선을 거둡니다.) ... 그리고, 난 너에게 그만큼 값진 것을 받을 사람도 아니고.
(이내 눈이 깜빡이며 시선이 올라갑니다. 당연하게도, 흐릿해져가는 형체가 제게 닿았기에. 평소 올곧은 시선은 어디갔는지, 애처롭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상대를 응시합니다. 적어도 입매는 굳어있었으나, 이 순간에 대한 모든 감정을 억누르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 (그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닿는 모든 목소리들이 귓가에 울려퍼졌다만, 그저 눈썹이 찌푸려지고 펴지기를 반복합니다. (...) 뒤이어 옅게나마 남았던 온기가 멀어지자, 내내 내리고 있던 시야가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 눈빛에 망설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가 늘 정답과 해답을 찾던 순간, 그 순간에 발하던 빛이었습니다.)
... 천오 네가 그렇다면, 기꺼이 너의 마지막이 되어줄게. 천오.
그러니 너도, 내 마지막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조용히 제 겉옷 품으로 손을 넣는가 싶더니, 무언가를 꺼냅니다. 익숙한 차가움이 서린 것은,리볼버.제 앞에 상대의 시간을 돌린 매개체였던가요, 작게 숨을 삼키고선 상대를 바라봅니다.)
미로 이튼:내 생각으로는 이게 최선이야, 천오. ... 넌 나에게 값진 것을 주었으니까, 나도 그만큼 값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것. 가장 평등하고 공평해, 무엇 하나 치우치지 않잖아. (그리 내뱉는 말에 흔들림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뒤이어 조심스레 상대의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고, 제 앞에 있는 상대를 내려다보고선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제 눈가를 가림에도 불구하고, 남은 손으로 상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줍니다. ... 비록 닿지 않더라도.)
천오:..이게, 정말 최선인가요..? (미묘하게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얼굴을 결국 손에 묻었습니다.) 미로.. 이게 도대체 왜, 왜 최선이에요..? 내가 지금까지 한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예요..? (희미하게 느껴진 네 손의 기척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눈물은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고, 얼굴에는 희미한 붉은 기가 자리합니다.)
나는, 미로가 살았으면 해서.. 그래서 지금껏 이렇게 노력해온 건데, 지금 이렇게 될 때까지 시간을 계속해서 돌렸던 건데.. 대체 어째서..!! (결국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건가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도대체 이게 왜 최선인 거예요, 미로.. (흐려지는 말꼬리를 잇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습니다.그러게 결혼같은 거 안했으면 좋았잖아.. 하지 말라고 했잖아..모든 원망들은 결국 널 향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가진 감정은, 언제나 원망보다 애정이 훨씬 더 컸기 때문에.)
난.. 미로의 마지막을 바라지는 않는단 말이에요.. 이런 걸 바라고 한 게 아니었는데.. (떨리는 목소리가 잦아들 기색이 없습니다. 너를 위해 했던 모든 행동들이, 네 말 한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듯 했습니다.) ..나, 정말 힘들었어요, 너무 아팠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너 하나만 보고 지금 여기까지 달려왔어.. 그랬단 말이에요.. 그 모든 걸 참아가면서까지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던 널 앗아가버리려고 하면.. (더 버틸 수가 없단 말이에요..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을 울음소리로 뭉개집니다. 나오는 것은 말이 아닌 눈물 뿐이었습니다. 지금껏 참아왔던 것을 모두 토해내듯이, 꽤나 길게 이어집니다.)
미로 이튼:(상대의 뺨을 조심스레 쓸어줍니다. 닿으면서도 닿지 않는 듯한 느낌에 눈썹이 슬피 내려앉습니다. 다만, 입가에 남아있는 미소는 여전할까요.) ... 난 충분히 이성적이면서도 평소와 같아, 천오. 너의 노력과 희생이 지켜내려는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인 걸.
(이내 바닥으로 가라앉는 상대를 따라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앉습니다. 뒤이어 느릿하게 상대를 제 품에 끌어안았던가,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상대의 등을 토닥입니다. 귓가에 울리는 울음소리가 저리도 서글플 일인가, 위로를 건넴에도 생각을 얹는 자신이 우스워 작게 쓴 웃음을 흘리고선 말합니다.)
... 나도 네 마지막을 바란 적 없어, 천오. 세상에 어떤 사람이 바란대로 이룰까. (여전히 토닥임은 멈추지 않습니다. 아팠다는 말, 자신만을 위했다는 말. 귓가에 가깝게 들려오는 그 말들을 기꺼이 생각한다는 듯 고갤 작게 끄덕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말이야, 난... 차라리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네게서 받은 건 내 평안과 안녕을, 네 마지막 순간에 함께 돌려주는 것. ... 가장 공평하지 않나? (답지않게 웃음을 흘립니다.) ... 천오 넌 아니겠지만, 난 처음 죽어보는 거라서. 머리가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겠네.
(이내 조심스레 손에 쥐고 있던 리볼버의 총구를 상대의 뒷머리에 둡니다. 정확하게는 자신을 향한 총알이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기껍게 웃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