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 로미오 ] | 자립법개론
TRPG PlayLog/Cheon-O

自立法槪論

(시나리오 원작 : https://greentealatte-alittleice.postype.com/post/9335173)

우돌님 커미션

 

kpc. 천오 | pc. 이미로

 

20210701, 5H

 

 

*본 포스트는 자작 캐릭터들로 플레이한 '자립법개론' 을 백업한 로그입니다.
* 키퍼링을 하다 생긴 개변으로 원작 시나리오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신 PL분들은 해당 로그를 읽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
 
.
 
.
 
자립법개론
 
kpc. 천오
 
pc. 이미로
 
w.녹차라떼얼음조금
 
.
 
.
 
.
 
천오를 잃은지 약 5달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천오가 쥐여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미로, 당신은 무얼 하고 있나요?
 
이미로:(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그조차도 희미한가요.
 
아마 토요일인 것 같습니다.
 
이미로:(휴대폰으로 요일을 확인하곤,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일정이 없으니까요. 텅 빈 집을 빤히 바라보곤 눈만 몇 번 깜빡.)
 
..어느새 멍하니 앉아있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텅 빈 휴대폰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집은
 
언젠가 그랬듯 야속합니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입니다.
 
그 때,
 
띵동―
 
당신의 귀에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미로:... 응?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있던가?)
택배인가... (느릿하게 일어나서 현관문으로 갑니다.)
 
이 시간에 당신의 집에 오는 사람이 있었나요,
 
올만한 물건이 있었나요?
 
단지 흐릿한 기억만이 존재합니다.
 
이미로:(섬유유연제나... 책을 시키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현관문 앞에서 조금 크게 말합니다.) 누구세요?
 
???: 미로?
 
예상 외의 익숙한 목소리.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퍽 자연스럽습니다.
 
이미로:... ... 누구... (목소리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나?)
 
가벼운 여성의 목소리입니다.
 
알고 있지 않나요.
 
누구의 목소리인지.
 
당신이 모를 리 없습니다.
 
이미로:(...!) (조금 놀란 낯을 하다가, 그럴리가 없겠지 하곤 제 미간을 꾹 누릅니다.)
... (꿈인가 현실인가, 아님 환청이라도 듣는 건가. 싶어 느릿하게 문을 열어봐요.)
 
문을 열면,
 
천오:..미로다. (언제나와 같이 웃어보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미로 집은 깨끗하네요~
 
당신을 뒤로하고,
 
미소를 지은 얼굴로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미로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이미로:... ... 천오...?
 
맞습니다.
 
천오입니다.
 
하지만 저 아이는 분명,
 
죽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천오는 미로의 집 안을 둘러보며
 
가벼운 웃음을 머금습니다.
 
몸에 베어있는 습관들 덕분에 멍한 정신에도,
 
항상 집 안은 깔끔한 상태를 유지했죠.
 
천오:음.. 혼자 사는 거예요?
 
이미로:... ... 어? 그, ... 응.
 
천오:그러면.. 나 집 구경 시켜줄래요? 조금 늦었지만 집들이라고 생각하고. 어때요?
 
아니 아니, 잠시만요.
 
뭐가 집 구경 시켜줄래요―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네가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 것이 많지 않나요?
 
이미로:... 잠깐, 천오. (있을 수 없는 일에 멍하니 널 바라보다, 이내 손목을 잡고 건넨 말이었다.)
... 지금 그것보단... 해야할 말이 따로 있지 않아? ... 아니면 내가 정말 미쳤거나.
 
천오:(잡힌 손목을 빤히 바라보다가 네 손을 감싸며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립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해요. (눈 동그랗게 뜨며 깜박이다가, 웃으며 네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립니다.) 미로가 미쳤을 리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이미로:(아, 하고 짧게 말을 덧붙였다. 흔들리는 시선을 애써 잡아내려 미간을 구기기도 했고, 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피함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 천오 넌 죽었잖아.
 
천오:..물론. (잠시 입에 담기를 망설였다. 혹여 네게 나의 죽음이 두 번씩 상처가 되진 않을까.) ..맞아요, 죽었어요. 전 죽은 사람이에요. 미로, 미로가 미신 같은 걸 믿지 않는 건 알지만..
할로윈데이의 전설이라고 알아요?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하루 말이에요.
 
이미로:... ... 뭐? (애써 피하던 시선이 엉뚱한 대답에 다시 돌아왔다. 황당하다는 듯 빤히 바라보고) ... 그게 무슨 뜻이야?
 
천오:그렇게 생각해주면 어떠냐는 말이에요. 난 죽은 사람이 맞고, 내가 여기 온 건.. (그저 웃음으로 무마했다. 왜 왔겠나요.) ..딱, 하루라는 거예요. 내가 지금 이렇게.. 있는 거.
 
이미로:... ... ... (그저 흔들리는 시선이 끊임없이 방황하고,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눈을 느릿하게 내려감았다. 이론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차라리 하루 정도는 미쳤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내 느릿하게 고갤 한 번 끄덕이고) ... 그럼 단 하루만 있다가 가는 거야?
 
 감은 눈가 쪽에 손을 뻗었다, 네가 눈을 뜨기 전에 다시 거둔다. 하루라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한껏 희망만 주고 갈 수는 없으니까. 죽은 사람인 이상, 죽어서 할 수 있는 일만을 해야지.
 
천오:네, 딱.. 하루.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평소와 같이 너를 바라보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
사실 엉망으로 살고 있으면 미로가 생전에 나한테 했었던 것처럼 잔소리도 해줄까 했고, 미로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물론.. 보고 싶기도 했고요. 있잖아요 미로. 미로... (올라오는 울음을 겨우 참아낸다. 울고 싶지 않아. 이왕이면 네 앞에서는, 웃고 싶어.) 나는.. 나는 아직 미련이 많나봐요, 정말..
 
이미로:(너무 짧아, 중얼거리듯 흐릿하게 덧붙였다. 이어지는 대답에 잠시 제 집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곤) 잔소리... 그러게.
습관은 쉽게 고쳐지는게 아니니까. ...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어질러볼 걸 그랬네.
 
천오:뭘 또 어지르기까지 하려고 그래요, 깨끗하게, 잘 지내서 안심인 걸요. (농담이 늘었네요, 많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잡았던 손에 힘을 풀었다. 자연스럽게 거실쪽으로 걸었다.)
 
천오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꽤나 깔끔한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천오 외에도
 
거실에 있는 소파와 테이블,
 
살아온 흔적이 보이는 바닥
 
여럿 물건들이 올려져 있는 서랍장 이라거나..
 
말이죠.
 
이미로:(자연스레 시선이 천오 쪽으로 가장 먼저 향합니다.)
 
당신이 아는 그 모습 그대로의 천오입니다.
 
생전의 모습과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옷차림 정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옷 정도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이미로:(정말 그대로...? 고등학생의 천오?) ...
(시선을 아래로 내리곤 따라 거실로 향합니다. 소파와 테이블 쪽에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이기도.)
 
간간히 작은 먼지들만이 보이는 테이블과, 깔끔한 흰색 소파입니다.
 
천오는 거실을 한 번 둘러보던가 싶더니,
 
소파 위에 풀썩 앉습니다.
 
천오:있죠 미로~ 괜찮으면 저.. 마실 거 하나만 줄래요? 물이든.. (..) 커피든..? (잘 마시지는 않지만 미로는 커피를 잘 마시니까.)
 
이미로:... 알겠어. (바닥을 빤히 내려다보다 이내 조용히 고갤 끄덕이곤 주방 쪽으로 갑니다.)
 
역시나 깔끔한 바닥입니다.
 
정리정돈을 잘 해놔서 그런 걸까요,
 
아주 작은 쓰레기들을 제외하곤
 
방금 청소한 것마냥 깨끗합니다.
 
습관이 좋긴 좋네요.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이렇게나 좋은 모습이니까.
 
천오:..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고개를 살짝 숙인채로 말하는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요, 아닐까요?
 
천오는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이미로:(냉장고에서 복숭아 맛 캔음료를 꺼내며) 그 동안... 글쎄.
정신없고 바쁘게 지냈어. 쉴 틈이 없을만큼... (느릿하게 네게 건네줍니다. 자신은 캔커피.)
 
천오:그랬구나.. 고생 많네요, 대학생 많이 바쁜가? (아) 미로도 이거 좋아해요? 이런 게 냉장고에 있네. (네게서 캔을 받아들고는 눈웃음 짓습니다.)
 
같은 대학도.. 가고 싶었어요. 나한텐 넌무 큰 꿈이지만.. 그래도 미로랑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노력하려고 했는데...
 
이미로:할 때 해두면 바쁜 것 같진 않지만... 그 외에도 할 게 많으니까. (과외라던가, 학원이라던가. 캔 윗부분을 따며 덧붙였다.) ... 그냥 가끔, 눈에 들어오길래.
(이내 느릿하게 네 옆 소파에 앉고는) ... 천오, 너는? 어떻게 지냈어.
 
천오:하긴, 옛날에 듣기론 대학가면 고등학생 때가 편했다고 그리워진다고 하던데~ 진짜 그래요? (고개를 기울이며 묻다가, 이어지는 말에 그랬구나,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캔을 따며 한 모금 마십니다.)
..제가 어떻게 지낼 게 뭐가 있어요. 질문이 요상해요, 미로.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네 볼을 톡 하고 누릅니다. 괜히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죽었다는 걸요.)
 
이미로:... 글쎄, 난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시선을 아래로 내려 캔음료를 빤히 내려다보고) 물론... 여러가지 의미로 고등학생 때가 그립긴 했지만.
(!) (이내 찔려오는 느낌에 시선 힐긋,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 사후세계라던가, 그런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못 갔던 여행이라도 갔을까 싶었어. (가벼운 투로 흘리듯이 말했다. 농담이 는 것은 과연 누구 덕분일까.)
 
천오:그래요? 사람 사는 것들은 다르지 않나봐요~ (웃으며 잡고 있는 캔을 만지작거립니다.) 그래도 저는, 미로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캔을 톡톡 두드리다가, 어렵사리 꺼낸 이야기입니다. 조심스럽기도 했고.)
(눈 깜박) 그러게요~ 여행이라도 다닐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건 조금 아쉽네요. (소리내어 웃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었어요. 생각나는 건 많은데, 보이는 건 하나도 없었달까.. (웅얼웅얼 이야기하고는 괜히 머쓱하게 머리카락을 만집니다.) 이런 얘기 이상하죠! 괜히 미안하네.
 
이미로:잘 지냈다... 라기 보다는, 그냥 바쁘게 살았어. (이내 캔 커피를 한 입 홀짝입니다. 뒤이어 짧게 말을 덧붙이고.) 말 그대로 바쁘게. 아무 생각할 틈도 없이 정신없게...
(시선을 힐긋 돌려 바라보곤 고갤 느릿하게 내젓고) ... 하나도 안 이상해. 아니, 이상한 일은 이미 일어났으니까 벌써 적응했을 수도 있고. (생각나는 건 많았다, 라...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는 그 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동시에 널 무의식 중에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 자신이 참 못난 놈 같기도. 이런 순간마저 반대인 점이 퍽 웃기기도 했다. 웃길 상황은 아니지만서도.)
 
천오:고생하고 있네요, 미로. (정신없이, 바쁘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 미안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내 탓이 아니길 바라는 모진 이기심.) 그래도 종종 숨 쉴 틈은 만들어요, 앞으로도 살려면 숨은 쉬어야될 거 아니에요~ 응? 가끔 놀러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요, 네? 아, 놀러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한댔죠.. 그으러면.. (곰곰히 생각하며 눈울 감았다. 뭐가 있을까?)
하긴, 우리 이상한 일이 너무 많았죠? 지금도 그렇고, 옛날도.. (정말.. 많았죠. 낮게 터져나오는 웃음은 무얼 의미할까. 그 기억이 너무 씁쓸하면서도 달콤했다. 너와 함께한 나날들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이미로:(고생이라, 시선을 조금 굴리곤 고갤 느릿하게 내저었다. 그 행위는 모두 죄책감에서 일시적으로 도피하기 위함이었다는 것, 종종 들었던 '너라도 잘 살아야지'라는 말에 대한 반발심이었다는 것. 이 모든 것을 자신은 잘 알고 있었다. 천오가 곁을 떠난 이후 수도없이 생각하고 되뇌였으니까. 그러니 고생이라기 보단, 당연히 있어야할 과오였으며, 동시에 피난처 같기도 했다.)
숨은 충분히 쉬고 있으니까 걱정말고, 친구들은... 응, 천오 너도 아는 것처럼 시끄러운 건 딱히... (...)
... (딱히 좋아하지 않았지만, 끝도 없는 적막이 이리도 씁쓸한 것이라는 것을 그 후에야 알게 된지라. 자연스레 끝말을 흐리곤 고갤 끄덕였다.) 그랬지.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 (오히려 좋았다,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일들이 생긴다면, 언젠가 널 또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천오:그쵸? 그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게 좋으려나~ 공부만 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미로가 할 거 없으면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웃는 낯으로 옷깃만 만지작거린다. 그 다음에는 제 손톱을 틱틱 거리며 만졌다. 손을 가만히 두는 것이 어색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네게 닿는 것조차, 네 옆에서는 언제나 자연스러웠던 행동들이 이제는 망설여져서. 그저 웃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적어서, 또 하 번 네게 미안한 마음을 품을 뿐.)
가끔 뭔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해요~ 이러다가 나중에, 엄청 나중에.. 다음 생에도 만날 수 있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저 무교인데 다음 생 같은 거 믿어보고 싶은 거 있죠? (장난스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말 다음 생이라는 게 있을까? 환생이라는 건? 인연이라는 것도, 운명이라는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에 있을 거면, 나와 미로를 이어줬으면, 하고.. 작은 욕심을 품었다. 이번생은 삶도, 너와의 만남도너무 짧았으니까. 다음 번엔 이번의 슬픔에 대한 보상으로, 너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푸른 하늘처럼, 멎지 않을 것 같은 시간, 영원처럼, 가득하길 바란다.)
 
그때,
 
톡, 캔을 가볍게 두드리던 천오의 손에서 캔이 미끌어집니다.
 
천오, 행운 판정
 
천오:
기준치: 73/36/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손에 닿지 못한 캔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투명한 음료가 바닥을 젹십니다.
 
...아?
 
미로의 손과 옷에도 음료가 흘렀나봐요.
 
손이 끈적한 느낌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이미로:... 아. (눈 깜빡...)
 
천오:.. (동공지진) 미, 미안해요..! (맨날 이런 실수를..! 눈 질끈 감았다가 미로의 등을 밀어요.) ..미로는 씻고, 옷 갈아입고 와요, 정리 제가 할게요..
 
이미로: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느릿하게 떠밀려가며 고개 끄덕.) 다녀올게. 서랍 뒤져보면 물티슈 있을 거야.
(방에서 옷을 챙기곤 화장실로 갑니다... 씻으러...)
 
천오:(고개 끄덕 끄덕..) 진짜 미안해요.. (뒤 돌아서 음료 쏟은 거 보고.. 다시 미로 봅니다.) 얼른 치워놓을게요!
 
달칵, 화장실의 문이 닫힙니다.
 
들어가면, 정면에 있는 거울에 당신이 비쳐보입니다.
 
티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
 
천오를 잃은 이후,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았으니까요.
 
이미로:(그러고 보니 일어나자마자 천오를 봤는...)
(마른세수함...) 하아... ... ...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에 졌을지도 모릅니다.
 
..얼른 씻고 나갑시다,
 
천오를 혼자 둘 수는 없잖아요.
 
이미로:(찝찝한 손을 씻습니다... 차라리 샤워를 할까...)
(그래, 샤워를 합시다.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니까...)
(머리도 감고 열심히 씻어요... 세수 팍팍)
 
정말 열심히 씻는 군요,
 
뽀득 뽀득.. 금방 깨끗해집니다.
 
이미로:(몸 닦은 수건 목에 걸치곤 옷 입고 나갑시다...)
 
천오:미로~.. 나왔어요?
 
이미로:(물 뚝뚝... 고개 끄덕) 응.
 
천오가 주방쪽에서 고개를 듭니다.
 
보고 있던 냉장고 문을 닫더니, 미로에게 다가옵니다.
 
천오: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했더니.. 샤워했어요? (눈 깜박입니다.) 머리 덜 말리면 감기 걸리는데~ 말려줄까요? (그리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이미로:... 생각해보니 일어나자마자 널 만난 것 같아서. (시선 도륵 굴리다가 응?) ... 머리? (상관없으려나, 싶어 고개 한 번 끄덕. 무릎을 잡곤 허리를 조금 낮춰줘요)
 
천오:(아, 단말마를 내뱉고는 결국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신경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정말, 의외로 귀엽다니까.) 엄.. 그러고 있으면 허리 안 아파요? 그냥 여기 앉아봐요, 미로. (옷깃 잡아서 끌고 와서는, 자신은 소파에 앉고 제 앞에 앉으라는 듯 바라봅니다.)
 
이미로:(눈을 내려감고 있다가... 응? 질질 끌려가더니) 아, 하긴... (납득했다는 듯 고개 끄덕. 이내 천오 앞에 뒤돈 채 앉아 눈만 연신 깜빡입니다.)
 
천오:(조심스럽게 머리에 있는 물기부터 수건으로 꾹 꾹 누르며 닦아줍니다. 머릿결 좋은 것 같단 말이지.. 관리 잘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최대한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털어주고..) 아프지는.. 않죠?
 
이미로:(고갤 움직이면 안 되나... 싶어서 가만히 있습니다. 천오에게 안 보이겠지만 시선은 그저 아래로 내려가고) 응, 편하게 말려.
 
천오:oO(머리보다 목이 더 아프겠네.. 괜찮나?)
그치만.. 편하게 말리다가 머리 뽑힐까봐 그러죠~ 그럼 미로도 아프고 나도 미안하고~ (그럴 힘도 없지만.. 혹시라는 게 있으니까. 한동안은 조용히 네 머리카락을 말리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생각보다 금방 말린 것 같기도?)
 
이미로:(뽑힌다니...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려갔다가 내려가고) 대충해줘도 괜찮아. 대충 흔들어도 알아서 마르던데... (이내 말을 끝맺었다. 묘하게 머리가 젖었던 순간이 종종 떠올라서 그런지, 그저 천오에게 안 보이게끔 제 주먹만 꽉 쥐었다. 퍽이나 평화로운 상황인지라, 찬물을 끼얹기에는 아까우니까.)
 
천오:밖에 좀 나가려고 꼼꼼하게 말려주는 겁니다~ (톡톡. 수건으로 전체적으로 머리를 덮어 두드렸다. 됐어요, 끝! 하는 말을 덧붙였는데.. 수건은 안떼워졌다.) 아, 그러고보니까 아까 물티슈 꺼내다가 서랍장 위에서 졸업 앨범 봤는데, 저 구경해도 돼요?
 
이미로:... 밖에? (어디를 가려고? 라고 덧붙이며 (...) 제 머리에 있는 수건을 잡아 느릿하게 내렸다. 고맙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도중) ... 응? 아, 상관없어.
 
천오:마트요, 미로 씻는 동안 봤는데 냉장고에 먹을 게 별로 없어보이길래.., 뭐 좀 사오면 어떨까 싶어서요?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앞으로 먹을 것도 사면 좋잖아요. 하는 말을 하곤 어깨를 으쓱입니다.) 좋아요~ 마트 가기 전까지 이거 구경 하는 거로! (서랍장 위에서 졸업앨범 꺼내와서.. 테이블 위에 놓고)
 
이미로:... ... (그랬나? 고갤 기울이며 생각하다가 끄덕. 커피라던가 커피라던가... 그 이외에는 많이 없을테니. 알겠다는 듯 한 번 더 끄덕이곤 젖은 수건을 세탁기에 두러 갑니다.) 구경하고 있어.
 
천오:(졸업앨범 촤라락..) 근데 미로, 몇 반이었죠~
 
이미로:나? 은태가 있는 반 찾아보면 될 걸. (방으로 드가며...)
(강씨니까 바로 보이지 않을까....)
 
천오:그 선배랑은 2학년 때도 같은 반이더니 3학년 때도 같은 반 했었어요? (신기하네.. 하고 중얼거리며 졸업앨범을 천천히 넘겨봅니다.)
 
..여기서,
 
미로, 외모 판정
 
이미로:(왜 하필)
외모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앗 찾았다, 강은태 선배. (작게 흥얼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럼 미로는.. (한 장, 두 장 넘기는 소리가 이내 멎습니다.) 와, 사진 잘 나왔네요~ 잘은 안 보이지만 웃고는 있네. 별로 긴장 안 했나봐요? 나였으면..
 
2년 전, 그 때는.. 내 사진만 보여줬었는데. ..이번엔, 내가 내 졸업 사진을 못 보여주겠네요. 이왕이면 졸업, 하고 싶었는데….
 
이미로:천오라면... (알 것 같다.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으니까? 방 안에서 혼자 희미하게 미소짓곤 고개 끄덕. 수건을 두고 나오면 다시...)
(ㅍ ㅍ)... 잘 나온 건 아니니까 그만 봐.
 
천오:민망해요? (장난스런 웃음을 띈채로 졸업앨범을 덮습니다. 잘 봤습니다~ 하는 말도 덧붙이고.) 그럼 이제 나갈까요? 커피밖에 안 마시고 사나 걱정되니까, 이왕 나가는 김에 이것저것 좀 사요~ 알았죠?
 
이미로:조금? (솔직하게 대답하곤 무표정으로 고개 끄덕. 이내 챙길건 다 챙겼는지 확인하곤 현관문으로 향해) 글쎄... 나름 챙겨먹는 것 같은데. (서바웨이라던가...)
 
천오:그게 밥이냐구요~ 좋아하는 거 먹는 건 좋지만 그래도.. 쪼금은 건강하게 먹는 게 좋잖아요? (괜히 옆구리 콕 찌르고는 너를 따라 현관문 쪽으로 나옵니다.)
 
이미로:(옆구리에 움찔; 슥슥 문지르며...) ... 알겠어, 챙겨먹고 살게. (천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어 힘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현관문을 열어줍니다.)
 
 
마트는 미로네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할까요?
 
이미로:(택시? 폰으로 부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앞에 택시가 도착합니다.
 
천오:(잠시 고민하다가 문 열어줘요. 먼저 들어가라는 눈짓 손짓!)
 
이미로:(고개 끄덕이곤 먼저 들어가 앉음...)
 
천오:(따라 들어가서 앉습니다.)
 
두 사람이 탑승하면, 택시는 출발합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천오는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이 손을 쥐어 매만지던 천오의 상이 일그러집니다.
 
..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이미로:... ... (무어라 말을 덧붙이지도 못하고, 조용히 손을 잡은채 창밖을 응시합니다. 더 보고 있다간 이 쪽도 눈가가 일그러질 것 같아서.)
 
...어라.
 
눈을 감았다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이미로, SanC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지능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이건 또 무슨... ... (놀라 머리가 굳었나.)
 
아, 그러고보니..
 
천오의 손을 잡은 채로 잠에 들었죠.
 
오랜만에 드는 익숙함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럼 여기는, 꿈 속인가요?
 
이럼 이것은, 자각몽일까요?
 
이미로:(제 손을 바라보려다... 아니, 그 전에 천오는? 주변고 같이 둘러봅니다)
 
둘러봐도 변하는 건 없습니다.
 
백색의 공간.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미로, 당신의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미로:자각몽이라니... ... (시선을 도륵 굴리곤 으로 나아가봅니다.)
 
그 누구도 없는, 홀로 있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있습니다.
 
이미로:테이블...? (테이블을 살펴봅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있습니다.
 
이미로:(응? 종이의 내용을 살펴 읽어봅니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이미로:(꿈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꿈은 보통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건... 생전 처음 보는 내용인데.)
... (이런 기괴한 일에는 이제 익숙해져버린 사고가 퍽 우습다가도, 한 순간 떠오르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천오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 놓으면,
 
어느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이미로:(...?) (눈을 떠 깜빡여보곤 주변을 둘러봅니다.)
 
천오:미로, 괜찮아요?
 
당신의 옆에서는 천오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네요.
 
이미로:... 아, 천오. 미안... 깜빡 잤나봐. (...) (기시감에 미간을 꾹 누르며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확인해보니..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더불어 은태한테도 메세지가 와있는 것 같네요
 
이미로:아버지...? (전화를 받아봅니다.) 여보세요.
 
아버지: 그래,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해봤다.
 
이미로:... 아, 예. 그냥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 너무 무리만 하지 말거라. 그리고.. 언제든 집으로 오거나, 들러도 좋으니까 말이야.
네 삶에 큰 참견은 하고 싶지는 않다만, 가끔은 의지해도 된다는 말이야.
 
이미로:무리... 까지는 아니지만요. 시간이 난다면 갈게요.
(잠깐 뜸을 들였다가) ... ... 예, 말만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버지: 알았다. 잘 지내고, 그럼 끊는다.
 
뚝,
 
전화가 끊어집니다.
 
이미로:(익숙.)
(은태에게 온 메세지도 확인해봅니다...)
 
은태에게서 온 메시지는
 
미로!! 농구나 한판 할래? 우울할땐 스포츠지! ㅋㅋ
 
라고 되어있네요.
 
이미로:... (토톡... 답장합니다.)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공원가면 연락할게.]
 
이미로:(문자 다 치곤 천오 힐긋 봄...) 미안, 나 얼마나 잤어?
 
천오:얼마 안 잤어요, 미로. (많이 피곤했나봐요, 하고 작게 덧붙이고는 머리를 토닥입니다.) 잘 자기도 하고 그래서 안 깨웠는데.. (아) 슬슬 나온 것 같아요.
 
창가 너머로 큰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도 멈추는 군요.
 
이미로:(휴대폰 자동결제 온 거 보곤) 내리자.
 
천오:응, 내려요~ (고개를 끄덕이곤 조심히 택시에서 내립니다.)
큰 마트 진짜 오랜만에 와본다! 미로는 자주 왔어요? 멀어서 잘 안 왔으려나?
 
이미로:(따라 내리고는) 그치, 그냥 근처 편의점 정도...
 
천오:(살짝 입 비죽..) 편의점... 그 외의 제대로 챙기는 밥은? 안 먹어요?
 
이미로:학교에서 학식 먹거나, 집에서는... 과제하면서 샌드위치나 커피?
 
천오:학식은 그나마 봐줄만 한데~ 뭐..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오케이. (어째 잔소리가 늘어가는 기분..) 들어가요, 오늘 주말이라서 사람 많으려나?
 
이미로:그치, 바빴으니까... (고개 끄덕, 하곤 천오를 따라 마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트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 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주머니에 100원짜리가 있던..가?
 
이미로:(있던...가?)
 
행운 판정
 
이미로: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없다.)
 
아이고 없다
 
천오는.. 있을까요?
 
천오:
기준치: 73/36/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미로:(많구나...)
 
운이 좋았나보네요.
 
빌려온 옷에 백원짜리가 수두룩..
 
하나쯤은 꺼내서 써도 될 듯합니다.
 
천오:(짠~ 하고 꺼내서 미로한테 건네줍니다)
 
이미로:(죽은 사람에게 동전이...? 이상하지만 일단 동전 받아서 쇼핑 카트에 넣어요...)
 
천오:..이거 빌려온 옷이에요. (옷에.. 있었을 뿐...)
 
이미로:(응...?) 빌려왔다면, 누구에게?
 
천오:음~.. 이렇게 만들어준 사람들..인가? 무튼요, 제 옷은 아니에요 (어깨 한 번 으쓱입니다.)
뭐 먹고 싶어요, 미로? 자주 오는 곳도 아닌데, 이왕이면 미로가 좋아하는 거 왕창 사가야죠!
 
이미로:(이렇게 만들어준 사람들...? 고갤 조금 기울였다가) ... 아, 그럴까.
단 하루밖에 안 되니까, (...)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괜찮아.
 
천오:됐어요, 맨날 미로가 나한테 맞춰주는데 이럴 땐 미로가 먹고 싶은 거로 골라요. 응? (고개 기울이며 웃습니다.) 아, 예전에 새우 필라프 잘 먹지 않았어요? 필라프는 안 팔지도 모르니까.. (..) ..새우볶음밥?
 
이미로:글쎄, 그것도 만들어 보긴 했다만... (먹고싶은거... 하곤 주변을 둘러봅니다. 로제 파스타라도 해줄까, 싶고.)
 
천오:어, 만들어봤어요 전 요리 진짜 못해서 만들어 볼 용기도 안 나는데~ (발걸음을 총총 옮기다가..) 냉장고에 커피는 얼마나 남았어요? 얼마 안 남았으면 더 살까요?
 
이미로:밖에 잘 안 나가니까 어쩌다보니... (그렇게 잘 만들지는 않아, 라며 덧붙이곤) 커피도 좋고. (카드 밀며 주변 두리번... 아, 하곤 파스타면 카트에 담아요)
 
천오:그럼 커피도 챙길.. (카트안에 담긴 파스타 면을 빤히 바라봅니다. 혹시,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니길 바라지만, 그럼에도 드는 불안감에.) ..미로, (작은 목소리로 너를 부릅니다.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잇습니다.) 저는.. 뭐든, 못 먹어요. (잠시 숨을 멎습니다. 제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웃으며 너를 바라봅니다.) ..알죠?
 
이미로:아, 그럼 아메리카노 블랙 같은 거라면 다 괜찮아. (하고 재료를 고르려는 듯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내 들리는 말에 걸음을 우뚝, 멈추고. 가만히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그 후에야 느릿하게 고갤 한 번 끄덕.) ... 음료를 마시길래 되는 줄 알았네.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천오:..마셔도 마신 게 아니더라고요. 아무 느낌도 안나고, 맛도 안 느껴져서.. (괜히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입니다. 입을 다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뭐어, 어쩔 수 없죠!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고.. (음료 코너에서 아메리카노 블랙을 찾아서 가져옵니다.) 미로가 앞으로 먹을 걸 사이죠, 그게 여기 온 목적인데.. 간식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공부하면서 먹을 거라던가..(주위 두리번 두리번거립니다.)
 
이미로:... 아, 그랬구나. (작게 고갤 끄덕이곤 멍하니 카드기를 바라봅니다. 당연하고도 당연한 현실이다만, 꿈처럼 찾아온 단 하루에 몇 번씩이나 감도는 이 기시감에 저절로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으니까. 조용히 뒤를 따라 카트기를 끌며 고갤 끄덕이기도 했다.) 난 아무거나 다 잘 먹어.
 
천오:조금이라도 더 잘먹는 거는? (없어요? 하고 작게 덧붙여 물었고.) 아직 여름이 아니라서 아이스크림 사기는 애매하려나..? (머리 쓰느라 쪼금 미간 찌푸려집니다.) 먹을 것도 먹을 거지만, 나머지.. 엄, 생필품이나 그런 것들 중에 필요한 건 없어요?
 
이미로:조금이라도... 잘 모르겠는데. 매번 먹던 것만 먹으니까... (하곤 멍하니 두던 고개를 들었고, 시야에 보이는 녹차도 하나 카트에 담고선 둘러봅니다.) 게다가 생필품은 배달로 시키는 편이라,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거든.
...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아닌가? 장을 많이 본 적이 없음.)
 
천오:그러면.. 나중에 이 과자 먹어봐요! 이거 맛있어요. (작은 오T밀..) 아, 맞다 맞다. 배달도 있었지, 참. (얘도 밖에 잘 나오질 않아서..) 그럼 이 정도로 할까요? 너무 많이 사도 들고 가기 힘드니까. (네 말에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지능, 혹은 관찰 판정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 번 봐볼까요?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속에 천오를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천오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라는 것.
 
..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천오는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의 어깨를 천오가 건드립니다.
 
천오:돌아갈까요, 이제? 귀찮아도 밥 잘 챙겨 드셔야 돼요? 건강은 챙겨야죠~ (맨날 나한테 그렇게 잔소리 해놓고.)
 
이미로:(멍하니 생각에 빠졌다가 정신이 든 듯 눈 깜빡.) ... 아, 응. 그래야지.
(아까의 종이... 천오는 알고 있으려나, 돌아가면 물어봐야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카트를 밀어 계산대 쪽으로 갑니다.)
 
계산을 다 마치고, 하나 둘 챙기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묵직한 기분입니다.
 
다시금 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합니다.
 
..어쩌면 미로,
 
당신은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적셔놓았으니까요.
 
..하루가 끝나갑니다.
 
 
둘이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트에서 사온 것들을 하나 둘 채워넣습니다.
 
무엇 하나 빼먹지 않고 꼼꼼히.
 
냉장실, 냉동실, 찬장..
 
천오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리를 편 천오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천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미로.
 
당신을 보며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미로. 이대로 천오를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할까요.
 
하지만, 그마저도 사실이 아니라면…
 
이미로:(...!) (놀란 듯 본능적으로 천오의 손을 붙잡습니다.) ... 어디로?
 
천오:그거야, 음.. 이제 끝이니까? 애초에, 제가 있을 수 있는 건 말했듯이 하루 뿐이었는 걸요. (잡힌 손을 보고 웃어보입니다.)
이것도 솔직히.. 조금 욕심내서 찾아온 거기도 하고?
 
이미로:... 아직 하루가 안 끝났잖아. 하루라고 치기엔 너무... 짧지 않아?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곤) ... 게다가 아직 물어볼게 많아, 천오.
 
천오:그게 말이죠, 음.. 정말 하루가 끝날 때까지 버티면.. 제가 미로한테 별로 안 좋은 모습을 보일 거 같거든요.. (애매하게 시선을 흘리더니 제 뒷목을 매만집니다.) 물어볼 거라면, 어떤 거요?
 
이미로:... 안 좋은 모습이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 괜찮지 않을까. (... 아, 무리하게 떼를 쓸 생각은 없었는데. 이제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슬쩍 손을 놓아주고) ... 별 건 아니야.
그냥... 이상한 꿈을 꿨는데, 거기에서 이상한 종이를 봤거든.
... 천오, 네가 돌아온게 그 방법인가 싶어서. (천오의 팔을 느릿하게 가리킵니다. 이상한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천오:물론, 미로 결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긴 하겠지만.. (정말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좋지 않은 모습은 숨기고 싶었던 게 일상이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어찌 추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어.)
그게 정확히.. 어떤 건데요? 제가 돌아온 건.. 엄,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종이에 뭐가 적혀있었던 거예요..? 저는 스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닌데. (이상한 소리, 그렇지만 단지 이상한 소리라고만 치부하기엔 너와 내가 겪었던 일들이, 항상 이상했다. 그러니 마냥 이상하다고 흘려들을 수가 없다. ..혼란스러웠던 적도 많지만, 함께 있는 동안 일어나는 새로운 일들이 나름.. 좋았으니까.) 어떤 내용..이었던 거예요?
 
이미로:정확하게... (하긴, 함께한 날들 중에 이상하지 않은 날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종이의 내용을 떠올려봅니다. 잠깐 뜸을 들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느릿하게 천오의 팔을 잡아 확인해보기도 하고.)
... 生의 전이라고 했던가. 주문을 사용하는 대신,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거야.
대가는... 주문을 쓴 사람의 생, 그건 아마 네가 살아돌아온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천오. (대체 누구의 생을 사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오:그건.., 아닐 거예요. (확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직접 본 게 있기에.) 그런 주문 처음 보기도 했고.. 저는.. 지금 저는, 영혼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이 몸이.. (말을 삼키며 숨을 멎었다. 꼭 이야기를 해야할까. 하고 싶지 않은데. 이 몸이..)
..전 살아돌아온 게 아니에요, 미로. 아주 잠깐.., 딱 하루라는 시간동안.. 움직일 수 있게 된 거 뿐이에요...
그게 그거 같죠..?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저도 헷갈리네요..,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나봐요..
 
이미로:주문... 영혼... ... (간간히 들리는 단어들을 중얼거리듯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천오의 말은 즉슨, 그 육체는 온전히 천오의 것이 아니며, 시전자의 생을 소모하여 이 곳에 온 것이고, 옷을 빌렸다고 했으니... 특정 누군가의 짓임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구겨졌다.)
(물론 그 특정 누군가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째서 이리 질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일까. 사람의 목숨으로 또 다른 사람의 목숨을 연장시킨다는 것이, 하지만 동시에 천오를 볼 수 있었음에 기쁨을 느낀 자신이 참으로 우스웠다. 구겨지는 미간과 함께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곤 고갤 작게 끄덕이기도 했다.)
... ... 그럼, 날 보러 온 건 네 의지가 맞는 거야? 천오.
 
천오:그럼요, 잠깐이지만 움직이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떠오른 게 미로였는 걸.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왜냐면, 병원에서.. 심장이 멈추기 전에, 마지막에 생각난 것도 미로였거든요. 생각보다 미로가 나라는 사람한테 차지한 자리가 컸었나봐요. (히, 웃곤 어깨를 으쓱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미로 생각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냥, 보내주면 되는 거예요. 내가 오늘 하루동안 미로 옆에 있었던 건.. 내가 너무 갑자기 가버려서, 그래서 미로가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까봐. 티는 안내도 힘들었을 거잖아요. (소중하다고 해줬으니까. 아무것도 없었던,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 홀로 널 생각하는 것만 해도 힘들었는데, 살아나가던 너는 오죽할까.) 그래서, 오늘.. 조금만 천천히, 이별할 준비를 하고 싶었어요. 그거 뿐이에요.
예전에 미로가 내 행복을 바란다고 했잖아요? 나도 그렇거든요. 미로가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늘길 바라고, 즐거울 일들이 많길 바래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고, 외롭지 않은 날들을 보낼 수 있길 바라요.
바쁘게만 살지 말았으면 해요, 쉬어주세요. 미로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이미로:(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몇 번 깜빡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너의 삶에 자신이 이리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사실은 은연 중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만. 정확하게는 지금까지도 부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말리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큰 절망으로 다가왔으니까.)
(그 절망은 이내 자신의 무력함으로 이어졌고, 그 사실을 천오 너와 함께 잊어보려고 했다. (...)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였을리가, 천오 또한 자신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당신의 목소리가 귀에 울릴 때마다, 점점 눈가가 일그러져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너에게 알려주는 것은 전부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여야 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이별의 순간 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분명 알려줘야하는데. (...) 그런데도 결국 혼자 쌓아온 다짐들을 놓치고 말았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에 눈을 몇 번 깜빡이고.)
... ... 그게 꽤 힘들어 천오. 네가 날 아낀만큼 나도 널 소중하게 생각했으니까.
(점점 막혀오는 목에 숨을 삼키고, 눈에서 떨어지려는 것에 미간을 함께 구겼다.) ... 미안,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상한 모습 보여서.
... 그렇지만, 그게 천오 네 바람이라면... 그렇게 할게. 여태까지 내가 가르쳐줬으니까, 이번에는 천오 네가 가르쳐준대로 해볼게. (물기가 젖은 목소리로 낮게 내뱉은 말이었다. 정말 마지막일 수 있는 순간에, 조금이나마 남은 너의 시간에, 조금이라도 좋은 순간을 남겨주고 싶었으니까. 자신을 향한 말이자 약속이었기도 했다.)
 
천오:미로...? (다급하게 다가가 네 얼굴을 감싸쥐었다. 젖은 목소리에 가슴이 시큰거린다. 아프다. 어쩌면 병실에 누워있을 때보다도 훨씬 더. 이미로. 내가 누구보다 아끼는 나의 소중한 사람. 살아생전에도 누구보다 소중했으며, 죽을 때도, 죽어서도 너를 생각했다. 참 이상하지, 만난지는 고작 2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너에 대한 내 마음은 깊어져만 가 다른 누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고 사랑했다. 아니, 사랑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내 마지막 기억은 아주 적은 소중한 사람들로 채워지겠지. 나를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기억할 사람이 너라는 것에 감사한다. 내 욕심이었지만, 마지막 결정은 네가 했으면 했다. 나에게 끌리지 않고, 네 의견을 나에게 알려줬으면 해요.)
미로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 처음이네요.. 그런데 나는.. 이 마저도 고마워요.. (입가에 엷은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미로가 미안할 게 또 뭐가 있어요. 이상한 모습도 아니고, 나는 미로 자체를 좋아하니까. 이런 모습도, 미로의 일부니까 좋아해요. (너와는 다르게 웃는 낯. 하지만 그게 정말 웃음 뿐일지는 알지 못하겠다.) 미로, 조금은.. 약해진 김에, 진심을 말해주면 안 될까요? 나는 내 바람대로 이루어졌으면 해서 여기 온 게 아니에요, 미로가.. 미로가 원하는 걸 말해줘요. 막지 않을 거예요. 그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미로의 마지막 부탁이자 바람이라면 더더욱이요. (얼굴을 감싸쥐었던 손의 엄지로 네 눈가를 가볍게 지분댔다.)
미로야, 이미로. 네가 원하는 걸 알려줘요. 마지막까지 내 바람대로만 하면 내가 너무 욕심쟁이잖아. 이번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그 이상은 묻지 않을게. 미로가 원하는 게 뭐예요? 내 의견은 없어도 돼요. 아예 달라도 돼요. 마지막으로 들어줄 수 있는 미로의 말이잖아. 나를 아껴줘서, 미로가 나를 좋아해줘서. 나는 그 이상으로 미로를 아끼고 좋아해요. 그러니까, 정말 네 바람대로 할 생각이라면.. 미로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미로의 바람이, 내 바람이야.
 
이미로:(진심이라, 시야가 계속 흐려지는 와중에도 정확하게 들리는 따뜻한 말에 습관처럼 생각을 되뇌였다. 자신의 진심은 무엇일까, 하고.)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당신이 이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조금 더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서 좀 더 다양한 걸 경험하고 느껴봤으면 하고, 자신의 곁에서 평범한 하루를 같이 살아줬으면 한다. (...) 이토록 많은 바람들이 있는데, 그 하나도 이룰 수가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당신은 따뜻했으며, 창밖의 노을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날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면, 눈이 멀어도 좋겠다 생각햇다.)
(...) (그러니 눈이 멀기 전에, 이 아름다웠던 순간을 좀 더 기억하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세상에 한 명이라도 널 기억하는 존재가 있을 수 있게, 너와 있었던 모든 순간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게. (...) 그리고 먼 훗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세상에는 더 다양한 풍경과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러니 지금의 이별을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슬프고, 밉고, 통탄스럽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너로 인해 얻은 것이니, 훗날 너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자신은 그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조용히 당신의 허리를 잡아 이끌어 어깨에 이마를 기댔고, 고갤 작게 끄덕이기도 했다. 멋대로 안아 미안하다, 눈물 때문에 어깨가 젖게되어 유감이다, 라는 말은 나오지 못했지만.)
... 나중에 보게 되면, 더 많은 걸 알려줄게. 천오.
그러니까... 그 때까지 너도 날 잊지 않았으면 해.
 
천오:잊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미로를 잊을 수 있겠어요. 다음 생의 다음 생까지 기억해도 모자란 걸요. (제게 안겨오는 네 목에 팔을 두르며 꼬옥 안았다. 토닥 토닥. 따뜻한 품의 온기에, 저도 모르게 짧게 눈물이 흘렀다. 그래, 이제 정말 마지막.. 네게서 몸을 떼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함께 시내에 나갔을 때처럼, 함께 행복을 향해 돌아왔을 때처럼, 네게 고백받았을 때처럼. 모든 순간을 담은 미소를 네게 보였다.)
기다릴게요, 언젠가 미로를 다시 만날 날을
 
철컥,
 
탁.
 
두꺼운 철제문이 잠금쇠를 걸어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천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며,
 
잘 지내야 한다며, 이야기 해놓고.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하지만 말이에요.
 
당신은 이제 알잖아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러니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
 
.
 
.
 
ED 1. 自立法槪論
 
이미로, 존립.
 
수고하셨습니다.

'TRPG PlayLog > Cheon-O'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로미오 ] 히트 아일랜드  (0) 2022.05.03
[로미오] Wuthering House  (0) 2021.08.31
[ 로미오 ] HeathCliff  (0) 2021.08.27
[ 로미오 ] | 여름, 꽃, 우울  (0) 2021.05.23
[로미오] | 정각의 교차로  (0) 202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