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로미오] Wuthering House
TRPG PlayLog/Cheon-O

2021 08 27~31 | 15H

kpc. 미로 이튼 | pc. 천오 | W.숑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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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테스트
 
코박 (GM):굿
rolling (3d6)*5
 
(
(
5
 
+
6
 
+
3
 
)
)*5
 
 
=
70

 

 
???:
rolling (3d6)*5
 
(
(
5
 
+
2
 
+
6
 
)
)*5
 
 
=
65
 
천오:
rolling 3d6*5
 
(
4
 
+
6
 
+
1
 
)
*5
 
 
=
55
 
헤인:시트지 끗!
 
:굿!
오면 말해주샤용
 
천오:우유가져왓어요
 
:굿쟙 나는 커피임
 
천오:(뽈뽈...)
 
귀여워~!!!!!!!!!!!!!!!  
 
천오:(ㅋㅋ) 미치겠어요 진짜
 
:자 그럼
가볼까요
 
천오:네!
 
:대부분이 즉석 드라이브 일테니
감안하기
 
천오:괜춘합니닷
 
:오케이!
 
 
...
 
...
 
...
 
0_전체시작
 
KPC 미로 이튼, PC 천오, W 숑곰
 
2021-08-27~
 
...
 
...
 
...
 
img
 
눈을 끔벅입니다.
 
정신이 멍합니다.
 
이상하게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짙은 밤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사흘 뒤는 당신의 결혼식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천오:(..벌써 사흘밖에 안남았어..? 끙..)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
 
잠깐, 뭐라고요?  
 
천오:...뭐?
 
당신은 떠올립니다.
 
천오, 당신은...
 
그 히스 꽃밭에서 미로와 함께 죽었습니다.  
 
죽음의 사유는 명백히,
 
그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당신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난데없이 정략 결혼이라뇨?
 
그 날 당신은,
 
분명 시간을 돌린 대가로 인해 소멸되기 직전이었고,
 
미로는 그런 당신의 소멸을 두고보지 못해 같이 눈을 감겠노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실패는 없었건만.
 
왜 나는 여기에 살아 있나요?  
 
천오:...도대체 왜? 분명 그 때.. (관자놀이 꾸욱 누르고..)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사용인: 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천오:아, 고, 고마워요..! (조금 당황한 터라 잠시 말을 더듬은 것도 같으나, 건네진 의복을 바라봅니다. 오페라 하우스..) ..그나저나, 내가 결혼이라니.. (..진짜 상상치도 못했는데.)
 
사용인: (손뼉을 치며 활짝 웃습니다.) 하하, 너무 들떠 잠시 잊고 마신 거지요?
그 유명한 이튼 가문*의 자제분과 약혼 하셨잖아요?
 
천오:..네, 아마 그랬을 지...
..잠시만요, 네? (눈 동그랗게 뜨더니 한참을 멍하니 있습니다.)
이튼 가문이요?
 
사용인: (고갤 끄덕입니다.) 네, 이튼 가문이요!
비록 얼굴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왕가와 직결되어 있는 거대한 가문이니 분명 결혼이 성공한다면 이 저택의 위상이 엄청나질 거라 들었답니다.
 
천오:(아니 나 많이 봤는데.)
(..뭐요? 왕가?)
(왕가랑 직결?????)
 
사용인: (갸웃...) 왜 그러세요, 아가씨?
아아, 너무 걱정은 마세요! 얼굴은 안 뵈었어도, 그 뭐냐...
소문으로는 그 자제 분도 굉장한 신사분이시래요!
 
천오:...아, 아니에요, 긴장해서 그랬나봐요.. (머리카락 만지작거리다가 애써 웃어보입니다. 그건 알고 있긴 한데..)
음, 이튼 가..에 대한 소문이나.. 별 다른 정보 같은 건 없나요? (저번 생..? 저번 시간..에는 분명, 백작가 아들이었는데..)
(..미로가 외동이었던..가? 형제가 더 있었나..? 가물 가물..)
 
사용인: 이튼 가... 에 대한 소문이라면, 으음...! (곰곰...)
아, 맞아. 혼담이 몇 개나 들어왔는데도 구태여 아가씨께 먼저 정략혼을 청했다던데요?!
역시 우리 아가씨셔요. (끄덕끄덕.) 좋은 징조가 분명해요!
 
천오:그런데 나한테 했다고..? (놀란 듯 꿈벅 꿈벅.. 고작 백자 영애인 나보다는 훨씬 좋은 자리도 많았을텐데.. 정말 뭐지.)
저, 혹시 이튼 가에 있는 영식 영애가 몇 명 정도 되는지 알고 있나요? 외동..이었던가?
 
사용인: 음, 거기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어서... (하하...)
 
정말 놀라울 만큼 기억에 없는 내용입니다.
 
아니, 사실 이미 놀랐습니다.
 
놀란 것 같아요. 놀라지 않았나요?
 
천오:(엄청요... 당황스러워요..)
 
당신이 당황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사용인은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린튼 가와의 결혼식 전
 
미로가 사용인에게 받던 돌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그곳에 미로는 없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요.
 
천오:(...이래저래 복잡하긴 하네, 심정도, 상황도..) 저, 혹시.. (이름이 뭐더라) ..미안해요, 이름이 뭐였죠? 그으.. 너 말이에요.
 
사용인: (머리를 정돈해주다가 문득) 네? 저는..
리사, 리사에요 아가씨!
하하, 이렇게 이름을 알려드리는 건 처음이었던가요?
 
천오:아, 고마워요, 리사. (옅게 웃어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항상 도움만 받는데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니, 미안하네요.. (처진 눈썹으로 살짝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봅니다.) 혹시.. 린튼.. 이라는 가문을, 아나요?
 
리사:(정돈하던 손길이 잠깐 멈춥니다.) 어, 그... 음...
(안타까움을 표하듯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내려 뜹니다.) 린튼 가… 전에 어떤 집안과 혼담이 한 번 오갔던 집안이죠.
의문의 실종 사건으로 이제는 일원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했지만요.
왜 그러세요?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찝찝한 일이지만, 이젠 한참 된 이야기이니 아가씨께서 마음 쓸 필요는 없답니다!
 
천오:...으응, 알겠어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괜히 주먹을 말아쥐고는 심란한 표정을 합니다. 그건.. 여전한데 어째서 나는 살아있는 거지..)
으아..! 모르겠어..!!! (머리가 너무 복잡!)
 
리사:(헉) 아, 아... 아가씨?! (;;;)
 
천오:아, 아 미안.. 미안해요. (급하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 내저어보입니다.)
(머리를.. 정리해봅시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그저... 지나치게 혼란스럽습니다.
 
떠오르는 것 또한 없습니다.
 
천오:(.,.백짓장이 돼서 더 심란해짐..)
 
천오: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였죠.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 했던가요.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사용인은 곁에서 그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당신의 결혼 축하 파티와 공연, 나아가 식까지 진행될 거라 들뜬 목소리를 냅니다.
 
리사:웨스트에그의 샌타 바버라 오페라 하우스! 말로만 들어봤지 직접 가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 두 손을 꼭 모아 뺨에 둡니다.) 얼마나 근사할까요?
 
천오:(..오페라 하우스, 비쌀텐데... 거기다가 왕족에 고위 귀족에 파티에 공연에 식까지 거기에서...? 진짜..)
(부담스럽다.)
그러게요, 정말.. 멋진 곳에서 결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아직 철 없어서 결혼 같은 거 아직 안한다고 말했던 지난 시간 떠올리고..)
 
리사:(끄덕끄덕!) 마음껏 기대해봐요, 아가씨! (이내 마부에게 신호를 줍니다.)
 
이내 마차의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창문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꽤나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튼, 이튼이라고 했었던가요.  
 
어떻게 보아도 미로의 성씨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그 자제라는 사람이……?
 
하지만, 하지만...
 
미로의 가문이 그 정도로 유명한, 왕가와 연결된 집안이었던가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결혼 축하 파티? 공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결혼식?
 
감이 오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천오:(형제..면 그건 그거대로 심란할 거 같은데..) 진짜 뭐가 문제인 거지...? (마차 한 쪽에 머리를 툭 기대고는 창밖을 바라봅니다. 복잡한 표정.. 미로가 살아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을 테지만.. 대체 왜?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천오:와아... 정말 엄청 예쁘네.. (사람도 많고.)
(그리고 크다.)
 
이튼 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그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내 마차가 덜컹거리며 소음을 내고, 멈춥니다.
 
사용인이 먼저 내려 문을 열어주네요.
 
천오:고마워요, 리사. (조심스럽게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마차에서 내립니다.)
 
리사:별 말씀을요! (싱긋 웃고선 마차의 문을 닫고 짐을 가지러 갑니다.)
 
천오:(리사를 바라보다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주변을 한 번 바라봅니다. 처음 와보는 곳 같은데..)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를 둘러보면,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가던 사용인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을 향했다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천오:(진짜 엄청 부담.. 괜찮을 거다! 한 번 자신의 뺨을 약하게 톡 하고 치고.. 웃는 낯을 합니다.) ..혼자 움직이다가 길이라도 잃으면 큰일인데.. 뭐, 사람도 많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래도.. 심란한 건 둘째치고 예쁜 곳 와서 일단 신났음. 입구로 향합니다.)
 
군중의 공통된 행위를 따라 입구로 향하며 바라보면,
 
???:드디어 주인공이 모두 모였군.
 
누군가의 탄성과 같은 외침을 증명하듯
 
미로가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
 
...
 
...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지막 기억 속에서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당당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조우했을 때 슬프게 웃는 낯이 전혀 없다는 것.
 
남루하지도, 슬퍼보이지도 않은 당당한 외관은
 
미미한 오만함이 깃든 영락없는 대귀족의 태도입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알던 미로 이튼이 맞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미로 이튼입니다.
 
당신에게 고정된 저 두 눈이 알립니다.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눈이.  
 
미로 이튼: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그 미로가, 당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넵니다.
 
미로 이튼:반갑습니다. 제가 미로 이튼이라고 합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 이번이 처음 만나는 거지요?
 
천오:...미로.. (이름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다가 이어지는 말에 멈칫하더니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처음, 처음이라니요. 그저 내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아니면.. 네가 나를 모른 척 하는 걸까요? 나를 잊어버린 걸가요? 차오르는 말들을 씹어 삼키며 가슴에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에 드레스 자락을 쥐며 고개를 숙입니다.) ..네, 아마 그럴 것이라 생각됩니다. (..) 이튼님. 반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백작가의 천오라고 합니다.
 
미로 이튼:(제 가슴팍에 손을 얹고선 격식을 차린 인사를 공손하게 건넵니다. 이내 고개를 들고선 바라보며 말합니다.)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 비록 정략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가 될 몸이니, 결혼식까지의 사흘 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을까 모르겠습니다. (옅게 미소를 머금은 채입니다.)
 
천오:..정략이라고는 하나, 저희 가문과 혼례를 생각해주신 이튼가의 결정에 감사할 뿐이지요. (시선을 조금은 흘리다가, 너를 마주합니다. 동공은 살짝 흔들렸을까요. 그럼에도 웃어보입니다. 그도 그럴게, 지금의 너는, 자신과 다른 것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지위도, 다른 무엇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사흘 간..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튼님께서 저희 가문과 정략혼을 생각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할테니까요. (첫인상이 나쁠리가 있나요, 서운하다거나, 슬프다거나. 그런 감정은 모두 집어넣어두고서, 네가 살아있다는, 이리 멀쩡히 내 앞에 있다는 사실 하나에 기뻐지는데.)
 
미로 이튼:아닙니다, 천오 양의 가문이 아니면 안 되었으니까요. 적어도 그리 생각합니다. 근사한 제 미래의 배우자이십니다. (옅게 미소를 지은채 말을 이어나갑니다. 조금 사무적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앞으로 결혼식까지의 사흘 간. 그 동안의 일정에 대해서는 들으셨습니까? 아마 전달받지 못했을 것 같아서요.
 
천오:(...?) 저희 가문이 아니면 안 된다니, (눈 한 번 깜박. 의문형이라기보다는, 혼잣말로 의문을 표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튼님의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저에게 주신 것 또한, 감사드립니다. (이어지는 말에 끄덕.) 아.., 네. 듣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만, (결혼하는 것도 불과 몇 시간 전에 깨달았으니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미로 이튼:제 미래의 배우자께선 배려가 깊으시군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내 숨을 한 번 고르고선 설명을 시작합니다.)
오늘 밤에는 웰컴 파티가 가볍게 준비되어 있고, 내일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내려온 왕실 사람들과 우리를 위한 오페라 공연이 예정된 상태입니다.
모레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마지막 파티가 꽤 큰 규모로 열린다 들었고, ... 알고 계시겠지만 결혼식은 3일 뒤 입니다.
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한 만큼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천오 양.
 
천오:그렇.. 군요. (진짜 빡빡할 것 같다는 생각하는 중..) ..이렇게 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부족한 만큼, 미.. (..) 이튼님께 폐가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옅게 웃습니다. 형식적인 미소) 다시 한 번, 잘부탁드립니다.
 
미로 이튼:(따라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한 번 끄덕입니다.) 모쪼록 저 또한 잘 부탁드립니다.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잠깐의 대화 이후,
 
미로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난처한 낯을 짓습니다.
 
미로 이튼:... 이런, 이만 들어가봐야 될 것 같군요. (다시 한 번 격식을 차린 인사를 건넵니다.) 웰컴 파티에서 다시 제대로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천오 양.
 
천오:..네, 이튼 가에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드레스 자락을 쥐며 고개를 숙이곤 인사를 건넵니다.)
 
이내 미로가 오페라 하우스 입구로 들어가면,
 
주변에서 쏟아지던 지대한 당신에게로 쏠립니다.
 
... 당신도 마저 들어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천오:(진짜 부담스러움.. 서두르지만 최대한 옷가지나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오페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섭니다.)
 
미로가 사라지고,
 
당신은 사용인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섭니다.
 
...
 
...
 
...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img
 
경쾌한 음악 소리가 홀 내부에 퍼집니다.
 
삼삼 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미로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합니다.
 
내용은 시답잖은 것을 주로 합니다.
 
모르는 얼굴이 아는 체를 해오네요.
 
바튼 월슨: 아, 천오!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루이스 제넌: 결혼 축하드려요, 천오 씨.
저는 일찍이 이튼 가와 천씨 가가 잘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답니다.
 
천오:(...네? 그러니까.. 바튼 월슨씨는.. 그냥 아닌가요? 아니 왕가랑 연이 이어진 곳이 백작가랑 잘 될 줄 알았다고요? 이게 무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네요. 그래도.. 이렇게 와주신 것은 감사드려요, 월슨님.
(애써 포커페이스)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이튼가와 맺어질 수 있다니.. 저희 가문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영광이죠. 축하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꾸벅)
그, 그럼..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이만... (쏟아지는 관심 부담스럽습니다.)
 
대충 대답해주고 빠져나옵니다...
 
천오:(1층에 있는 건 식당, 휴게실, 홀.. 정도인가.. 눈 깜박이다가 입구 쪽을 둘러봅니다.)
 
입구
 
천오가 들어온 입구입니다.
 
거대한 아치문의 양 기둥은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입구로는 끝없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들어오는 사람들이,
 
최소 젠트리 계급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마저도 일부이며, 대부분이 명망 있는 귀족들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족들이
 
당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유명인들도 꽤 존재하는 것 같네요.
 
천오:(이튼가... 정말 엄청난 집안이네.. 말로만 들었을 때는 못 느꼈는데.. 지금에서야 느낀다.) ..나 잘 할 수 있는 걸까..? (하아, 한숨 내쉬더니 휴게실 쪽으로 향합니다.
 
휴게실로 이어지는 입구입니다.
 
이곳 오페라 하우스는 VIP 게스트를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해두었는데,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휴게실 입구로 들어서면 여전히 사람이 몇 이미 자리해있는 휴게실을 마주합니다.
 
옆에는 숙소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천오:리사, 힘들지는 않나요? (뒤를 돌아 리사를 바라보곤) 여기 계단 올라가면 숙소가 있는 것 같은데.. 짐이 무거우면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물론 난 좀 더 돌아다닐거지만..) 계속 들고 다니기도 무겁잖아요?
 
리사:헉, 저... 저요? (눈 깜빡이고선 짐을 빤히 내려다보곤) 음... 그... 래도 괜찮을까요? 사실, 짐을 풀긴 해야할 것 같아서! (하핫... 머쓱하게 머릴 긁적이곤 고갤 끄덕입니다.) 그럼 먼저 올라가서 짐정리를 해두겠습니다, 아가씨!
 
천오:응, 잘 부탁해요. (손 흔들 흔들..하고, 휴게실에 별로 특별한 없어보이니까.. 식당 입구로 가봅니다.)
 
리사를 올려보내고,
 
식당 입구를 향해 몸을 돌리는 찰나,
 
휴게실 입구 옆에 놓인 테이블 위에 놓인 을 발견합니다.
 
천오:(응? 주위 두리번 거리다가 테이블 위에 있는 책을 들어 살펴봅니다.) 누가 두고 간 건가..?
 
아마 이튼 가문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살짝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천오:(보라고 둔 거겠지~ 라는 태평한 생각과 함께.. 펼쳐봅니다. 사실 책이랑 안 친한데..)
 
내용을 들추면,
 
빽빽하게 들어선 글자들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 책이랑 안 친한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요?
 
천오: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어딘가에서 지독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무엇도 없으나
 
꼭, 잡아먹힐 것만 같습니다.
 
천오:(..소오름) (다시 한 번만...? 봐봅니다.)
(책이 이상한 건가?)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또 다시 지독한 시선이 느껴지고,
 
소름이 끼치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천오:(한숨 내쉬더니.. 책 내려놓습니다.) 두 번은 안 볼 거야, 이 책... (꿍얼 꿍얼) (이번엔 정말 식당 입구로 갑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닙니다.
 
천오:(흐음, 비어있..는 건가? 눈 한 번 꿈벅이고는 로 갑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홀입니다.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과연, 파티장으로 쓰일 만큼의 크기네요.
 
모든 장식이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천오:... (진짜.. 화려하다.. 예뻐서 한참 넋놓고 있다가.. 홀을 살펴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대부분이 신화와 연관된 것 같다는 사실도요.  
 
심지어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던가요? 꽤 수작입니다.
 
천오:(와아... 저런 걸 본 적이.. 있던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수작이네요, 아름답습니다!
 
천오:(멍청합니다. 모르겠다.)
(..마스터, 예술은 안 될까요?)
 
천오:
예술/공예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워메
 
자세히 보다 보면,
 
신의 형태가 어쩐지 익숙하고도 거북하게 느껴집니다.
 
예술을 아는 당신이라면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다만,
 
당신은 이 ‘신’으로 추앙받는 것의 존재를 일찍이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
 
천오: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설마.) 아니겠지.. 으음, 아니었으면 하는데.. 그만 엮이고 싶은데..! (한숨 한 번 내쉬더니 계단 쪽으로 향합니다.)
 
홀을 벗어나는 찰나,
 
계단에 있던 미로와 눈이 마주칩니다.
 
미로는 천오를 보고 조용히 웃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콘서트 홀의 2층 좌석으로 향하는 계단입니다.
 
내일 오페라를 볼 때 가볼 수 있겠군요. 지금은 볼 일이 없습니다.
 
천오:(대충 다 둘러본 것.. 같네. 역시 화려하고 예쁘다!) ..이렇게 예쁜 곳에서 결혼이라... (느릿하게 눈 깜박이다가 한숨을 내쉽니다. 그것도 미로랑.) ..뭐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잘 된 걸까..?
 
리사:(헐레벌떡!) 헉, 여기에 계셨군요. 아가씨~!
짐 정리는 전부 끝내뒀답니다! 음, 오는 길에 듣기로는...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숙소에는 아가씨와 이튼 님만 머무른다네요!
그래서 절 포함한 방문객, 손님들은 모두 오페라 하우스 근처 호텔에서 묶는다나봐요.
(머리 긁적...) 밤에는 부르셔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끙, 아침에 빨리 오도록 하겠습니다!
 
천오:(푸흡,) ... ...진짜로요? 아니 왜? 넓지 않아요? 방 많이 있지 않아요? (흔들리는 동공)
 
리사:(응? 왜 웃으시지? 갸웃하고) 그러게요! 결혼식을 앞둔 일정... 이라 그런 걸까요? 귀족들의 생각은 전혀 모르겠다니까요~...
앗, 우리 아가씨도 귀족이시지 참. (헉, 하고선 안내합니다.) 여튼, 숙소로 가실까요?
 
천오:...으응, 가요, 리사. (...대체 왜? 심란해진 마음을 겨우겨우 바로 잡고 리사를 따라갑니다.)
 
숙소에서 할 일이야 뻔합니다.
 
웰컴 파티를 위해 가꾸는 거죠.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거의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까요.
 
몇 번이나 신경 써도 모자라겠지만…….
 
그런 것보다 미로가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요?
 
...
 
...
 
...
 
웰컴 파티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홀은 아까보다 사람이 적습니다.
 
웰컴 파티에 참여하는 인원만 남은 거겠죠.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유명인이나 왕가, 혹은 초대받은 하객들이
 
이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되어 들리는 말마따나
 
왕가에서도 직접 축하하러 내려올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게 분명합니다.
 
... 그리고 묘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린튼 가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천오:...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네요. 끄응, 생각을 한 번 정리해봅니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천오, 당신이라면 더욱 잘 알 수 있겠죠.
 
그 린튼 가의 수작을 밝혀낸 사람이 당신이었으니까요.
 
꼭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3일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3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건 결혼식일까요?
 
아니면……?
 
천오:(곰곰히 생각하닥 이내 고개를 저어보입니다. 깊이 생각하는 건 자신과 별로 맞지 않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면, 결혼식의 준비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으로서는 드는 생각이 없으니 생각은 거기에서 그칩니다. 홀을 한 번 둘러봅니다.) ..미로는 어디 있으려나..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모르는 얼굴들도요.
 
척 봐도 고급진 옷, 고급진 장신구,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이튼 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천오:(눈 한 번 깜박이더니 이튼가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기시감이 느껴지지만, 그때와, 린튼가와는 다를 것 같다.. 아니, 달라야 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그들의 표정이 묘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천오:(...눈 부빗.. 다시 한 번만 봐봅니다. 묘한 표정이라서 신경쓰여요.)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더불어,
 
그들이 지속해서 미로를 옅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천오:(..눈을 꾹 감았다가, 아는 사람 쪽으로 향합니다, 아무래도 그 쪽이 편안하겠어요. 인사는 조금만 있다가 드려도 괜찮지 않을까..)
 
시선을 돌리는 도중에 문득,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던 미로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무리에게 양해를 구한 미로는 당신을 보자마자 금방 다가옵니다.
 
그의 반가운 기색 언저리에
 
미미한 애정의 자락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애로 가득한 저 낯.
 
... 그러나 그는 당신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미로 이튼: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천오 양, 파티는 잘 즐기고 계십니까? (옅게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건넵니다.)
 
천오:네, 이렇게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이튼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가 웃어보입니다.) 안그래도 다른 손님분들 응대로 바쁘실텐데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미로 이튼:아, 괜찮습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할 것들인 걸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선 샴페인 잔을 가볍게 빙글 돌립니다.) 그나저나, 결혼식을 축하하는 피로연에서 대표로 춤을 추어야 할 텐데... 춤은 잘 추시는 편인가요?
 
천오:..네, 백작가의 영애인 만큼, 교육은 받아두는 편이니까요. (한 순간 그때 그 정원에서의, 홀에서의 네 모습이 떠올라 눈을 감았습니다. 올라오는 말들을 삼켜내고 나서야 너를 올려다보며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뒤쳐지지는 않을 정도, 라고만.. 말씀드릴게요. (고위 귀족 앞에서 자만 할 수는 없는 노릇..)
 
미로 이튼:그런가요, (짧게 고갤 끄덕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춤에 썩 능한 편이 아니어서 말입니다. 실례를 끼칠지도 모르겠군요. (따라 미소를 머금은 채 샴페인을 한 입 홀짝입니다.) 그러니 본인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남들이 추는 만큼만 출 줄 아니까요.
 
천오:아마 이튼님께서 제게 실례를 끼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알고 있다, 딱 한 번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춰본 적이 있으니까.) ..그리 높이 평가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으니까요, 자만심은 나중에 큰 실수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곤,ㄴ) ..나중에 맞춰보게 된다면, 그 때 이튼님께서 제 실력을 평가해주세요. 자고로 평가란 주관적인 것보다는.. 객관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로 이튼:그럴 일은 없다, 라... 절 굉장히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눈썹을 한 번 까닥이고선 입가에 호선을 그립니다.) 뭐, 알겠습니다. 분명 기회가 오는 순간이 있겠지요. 그 때 감히 제가 판단할 수 있도록 미리 허락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천오 양. (이내 천천히 손을 건넵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 위함일 것이 분명합니다.)
 
천오:그거야... (시선을 한 번 흘렸다가) 이렇게 예의바르고 멋있으신 신사분이시니까요. 어떻게 보더라도 좋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눈꼬리 휘며 가볍게 웃더니 네 앞으로 조심히 손을 내밉니다. 순간 멈칫하기도 했다만, 주변에 보는 눈들도 많기 때문에.)
 
미로 이튼:하하, 칭찬이... 과분하군요. 전 그리 잘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내 내밀어준 손을 느릿하게 잡고선, 손등에 입술을 짧게 맞추고선 떨어집니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뒤이어, 미로의 가문원이 등장합니다.
 
미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등장한 가문원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말합니다.
 
이튼 가문: 이번에 처음 만났는 데도 꽤 천오 씨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는군 그래! 하하!
 
미로 이튼:(싱긋 웃고선 손을 놓아줍니다.) 예, 상당히 훌륭한 미래의 배우자이시군요.
 
이튼 가문: 그럼, 당연하지! (씩 웃고선) 부모님께서 찾으신다, 가자.
 
이내 미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사람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천오?
 
천오:(그대로 손 빤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앞에 가지런히 모읍니다.) ..심란하네요, 이래저래. (그때도 지금도, 혼란스럽게 만드는 중심 축에는 항상 미로가 있는 것도.. 조금은 마음에 안 듭니다. 그때는 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머리만 복잡 복잡해지고..) 하아...
 
그 때, 천오의 사용인이 찾아옵니다.
 
리사:(후다닥...) 아, 여기에 계셨네요. 아가씨!
전 이만 퇴근... 이라고 해야할까요? (하하...) 빨리 가지 않으면 마차가 끊기거든요.
 
천오:아, 리사. (눈 한 번 꿈벅이더니 이내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서 가봐, 시간이 늦으면 아무래도 걱정되니까. 밤길 조심하고, 모르는 사람이 말 걸어도 쫓아가면 안 되고.. 곧장 호텔로 들어가야 해? 알았지?
 
리사:(헉... 걱정 엄청 하시네... 들고 있던 을 꼭 쥐며 고갤 끄덕입니다.) 네, 당연하죠! 저 엄청 튼튼하니까 걱정마세요!
(꾸벅 인사하고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가씨!
 
천오:..??? 자, 잠깐만 리사..!
 
리사:(어라? 뒤돌아보고) 네... 네?! 왜 그러신가요, 아가씨?
 
천오:그, 책은 뭐야...? (눈 한 번 깜박이더니 고개를 기울입니다.) 저택에서 가져온 책이니?
 
리사:아, 이거요? (눈을 몇 번 깜빡이고선) 아까 짐정리를 끝내고 내려오는데 휴게실 입구에 있지 뭐에요!
음, 뭔가 신기한 것 같아서 휴게실에 있던 고객께 물어보니까 주인이 없는 책으로 보인다길래... 그만... (헤헤...)
 
천오:그..래? (떨떠름) 그거.. 나는 조금 기분 나쁘던데... 아무렇지도 않았어..?
 
리사:음, ... 글쎄요? 그냥 멍하게 읽혀지는 느낌이던데요? (눈 깜빡)
아, 기분 나쁘시면 역시 제가 가져갈... 까요?
 
천오:(...) 으음, 내가 잠깐만 봐도 될까요? 아, 지금 마차 끊길 시간이랬죠..! 내가 내일 아침에 줄테니까, 오늘만 좀 빌려줄래요?
 
리사:... ... 아, 아ㅡ!!! (마차!!!) 네, 네!!! 차피 주운 거니까 아가씨 마음대로 하셔도 되어요! 전 이만...! (후다닥 건네쥐어주고선 뛰어갑니다! 웃=3=3=3)
 
사용인의 삶이란... 저런 걸까요...?
 
어째 리사가 떠난 자리에 휑ㅡ 하는 느낌이 듭니다.
 
천오:(아는 사람 안 그래도 별로 없는데 한 명 줄었네.. 허전하다. 책을 펼쳐서 읽어봅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
마스터는 커피를 마시느라 못 봤어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ㅎ 마스터 최고.)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딘가에서 또 다시, 지독한 시선이 느껴지며 미미한 오한이 듭니다.
 
정신을 다잡고 글자를 읽으면
 
몇 가지 단어를 건져냅니다.
 
세뇌에 관한 이야기 같습니다.
 
정신 조종을 통해 바라는 대로 사람을 조종하고,  
 
무언가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  
 
그 경우, 큰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 이의 접촉을 통해  
 
벗어날 기회가 선사될 지도 모른다…….  
 
천오:... ...? (이게 뭐..지? 고개를 기울입니다. 인상 살짝 찌푸리다가 머릿속을 정리해봅시다..)
(지능 판정 가능할까요?)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미로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이와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집니다.
 
혹자는 다른 사람들도요…….
 
우선 가장 큰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 이는 당신이니,
 
자신을 모르는 척 하는 미로에게 접촉을 시도하거나 과거를 언급한다면,
 
... 조금 태도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천오:... (그러고보니 내가 직접 과거에 대한 걸 언급하거나 먼저 말을 건 적도 없구나..) ..해볼 가치는 있겠지만.. (지금의 미로는 다가가기가 조금 어려운데. 대귀족이라..) (끄응)
 
 
미로는 현재 가문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천오:(...내가 언제부터 이런 걸 깊이 신경 썼다고.. 해보자. 응!)
 
천오:(끄덕 끄덕. 심호흡 좀 하고..)
(미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사근 사근 웃어보이는 낯으로요.) 안녕하세요, 이튼님. 대화중에 잠시 실례합니다. (미로를 힐끗 바라보았다가, 가문원들을 바라보며 정중히 고개를 숙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잠시 미로 이튼님과 단둘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로 강행! ^^)
말재주
기준치: 75/37/15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튼 가문: (순간... 응?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 아, 아하! 참, 우리가 눈치가 없었구만! 이제 가족이 될 사람들끼리 얘기도 마저 못 나누게 했다니... 하하!
(미로의 어깨를 툭 두드려주곤 잠시 멀어집니다.) 마침 다른 얘기를 듣고 와야하는지라, 그 동안 부탁드립니다.
 
미로 이튼:(툭, 밀리고선 멍하니 눈을 깜빡입니다. 사라지는 가문원을 바라보았다가, 옆에 있는 당신에게로 시선을 둡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천오 양.
 
천오:..별 건 아니고요, 아까 말씀 못 드린게 좀 있어서, (옅게 웃어보이고는 너를 올려다봅니다.) 파티 전까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저희, 처음 보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이튼님을 뵌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미로 이튼:아까 못 한 말이라면... (잠시 눈을 몇 번 깜빡입니다.) 저희가, ... 어디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요?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오:..네, 뵌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더니 네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갑니다.) 이튼님께서는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 같..긴 하지만요.
기억 못하시는 걸보니.. 제가 그다지 좋은 인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로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당신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잠깐의 순간이었을까요.
 
이전과 다른 기색이 느껴집니다.
 
미로 이튼:(... ... ...) ... 그,
 
미로는 신중하게 말을 고릅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감히 꺼내기 힘들다는 기색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튼 가문: (어깨를 탁 잡습니다.) 어째, 이야기는 잘 끝냈나?
오페라 공연은 그대로 가기로 됐다네. 이제 다른 걸 결정하러 가야할 것 같은데 말이야... (천오를 힐긋 보고선 싱긋 웃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바빠서.
 
미로 이튼:... ...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고선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얘기는 나중에 더 나누도록 하죠. 미안합니다, 남은 파티를 잘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천오:(한참을 바라보며 입을 달싹이다가 입가에 호선을 그려보입니다.) 괜찮습니다,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주신 것이 감사한 걸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이튼 가문에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나중에 얘기하는 말을 남기고
 
미로는 가문원에게 끌려가듯 데려가집니다.
 
떠나는 가운데,
 
문득 미로가 천오의 뺨에 입맞추려는 듯 몸을 숙이다 거두고 사라집니다.
 
찰나에 눈이 마주쳤던 것도 같습니다.
 
천오:(...!) ..뭐, (작게 중얼거리다가 제 얼굴을 손으로 감쌉니다.) ..뭐지, 정말.. 저게 미로가 맞나..? (잠시 심란해집니다.)
 
심란함을 안고 있으면,
 
초청받은 가수가 곡을 마무리하는 것이 들려옵니다.
 
웰컴 파티의 끝이 다가오고 있네요.
 
이만 숙소로 올라갈까요, 천오?
 
천오:..오페라 숙소는 둘만 있는다고 했지..? 뭔가 어색해질 거 같은데.. (하아, 한숨 한 번 내쉬고 숙소로 향합니다. 분명 휴게실..쪽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죠? 그 쪽으로 향합니다.)
 
밤이 오고 당신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
 
...
 
...
 
숙소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습니다.
 
img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계단을 오르면,
 
미로의 방은 맞은편에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천오와 미로의 방 가운데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니 당연하겠지만요.
 
천오:...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기억이 없는 네게 자신의 기억만을 강요하는 걸까 조금은 걱정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네가 기억하길 원치 않는다면? 그렇다면.. 혼자 모든 기억을 안은 채로 너와 살아가게 되는 걸까요.) 하아... (오늘따라 잦은 한숨. 미로의 방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가, 우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주어진 천오의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근사하고 넓은 방을 마주합니다.
 
MVP들만 묶는 곳이니 당연하려나요.
 
오늘은 지쳤으니 휴식부터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오:(..이런 대접 처음 받는데.) ..부담스럽지만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네.. (아까 미로가 하다가 말도 신경쓰이는데,) ..혼자 생각해서 뭐가 되려나. (귀거리와 머리에 묶인 리본만 풀고, 짐가지에서 숄을 꺼내 어깨에 걸친 채로 잠시 복도로 향해봅니다. 미로는.. 아직 안 올라온 걸까요?)
 
주어진 방은 넓고 침대는 푹신해보이나,
 
영 잠이 올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분명히 한 번 겪었던 죽음과 총소리가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린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그 모든 일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다뇨…….
 
복도로 향한 천오는,
 
문득 복도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천오:...? (창문 쪽을 돌아봅니다.)
 
집요한 시선입니다.
 
인간의 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은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딱히 어떤 형체가 보이진 않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마치 꼭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천오: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천오:(한숨 폭 내쉬더니 시선을 돌리며 제 몸을 쓸어내립니다. 더한 것도 이겨냈는 걸요. 괜찮을 겁니다.) ...미로, (작게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 방문을 두드려봅니다. 똑, 똑.)
 
방문을 두드림과 동시에,
 
마비라도 걸린 듯,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뇌가 둔해지고
 
사고가 멈출 것만 같은 순간…….
 
...
 
또각, 또각  
 
계단을 올라오는 구두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그제서야,
 
식은 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 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초조한 기색의 미로가 서있습니다.
 
아무래도 방에는 없었던 모양이네요.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입니다.
 
미로는 대뜸 이 밤에 당신을 마주한 것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당신의 손목을 잡고선 당신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방문을 닫고,
 
손목을 놓아주고선 방 안을 살핍니다.
 
그리고 빠르게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천오:...? (이름을 부를 뻔 한 것을 한 박자 쉬고 차분히 너를 부릅니다.) ..이튼님? 밖에 무언가 있는 건가요?
 
미로 이튼:(...) (미간을 작게 구기다가, 이내 상대의 앞으로 다가갑니다.)
... 미리, 사과 드리겠습니다. 천오.
 
천오:(더욱이 의문을 가진 얼굴로 너를 바라봅니다. 자신에게 미안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대체 무어가?) 이튼님께서 제게 사과할 만한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옅게 웃습니다.) 무언가..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걸까요?
 
미로 이튼:(그리 웃는 상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내 눈썹을 내린채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러고선 수 몇 초도 안 지났을까요,
 
미로는 이내 천오의 입술에 입을 맞춥니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고,
 
방에 감도는 정적이 그리도 크게 들렸던가 싶을 때 쯤.
 
그제서야 서로의 입술이 멀어집니다.
 
미로가 떨어져나오면,
 
아까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집니다.
 
공포심이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드디어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천오:... (입만 뻐끔거리다가 제 손으로 입가를 가립니다.) 무, 무슨.. (시선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뱉는 숨을 가볍습니다. 하지만 사라진 공포심보다는, 네 행동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앞섰습니다. 분명한 인과. 하지만.. 왜?) ..이튼님, (..) 이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확실한 대답은 네게 들어야겠지요. 그리 생각했습니다.)
 
미로 이튼:(짧게 숨을 내뱉습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선은 피하지 않고, 그저 길게 마주볼 뿐입니다.) ... ... 의미, 라... 분명 있겠지요. 그게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다만, 천오. (...) 예, 천오 양께서 싫으셨다 한다면. ... 한 번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실례를 범했다고, 정중히요.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미로가 있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당신만을 바라보는 미로입니다.   
 
눈 한 번 깜박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양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덮인 두 눈으로 가만 당신을 응시하다,
 
이내 간신히 고개를 돌립니다.
 
천오:미로.., (네 모든 행동에서 어색함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익숙함 또한 느껴져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 행동이, 우리 가문이어야만 했다, 라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아까 공포를 자극하던 그 시선들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완전한 대답이 아닌 약간의 의문을 남기는 네 대답은 뒤바뀐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괜찮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로든.. 그만한 뜻이 있어서 하셨으리라 생각되니까요. 정략혼이라고는 하나, 약간의 애정이 섞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최대한 침착한 낯으로 웃어보이며 너를 올려다봅니다.) ..이튼님, 절 봐주시면 안 될까요? 죄 지으신 것도 없으신다 그리 시선을 피하진 말아주세요.
 
미로 이튼:... (여전히 시선을 돌리고 있는 채였나, 들려오는 말을 듣고선 그제서야 힐긋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 좋게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죄송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지라. (이내 짧게 숨을 고르고선 고개를 제대로 두어 내려다봅니다.) 다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 당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부디 몸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천오:(눈을 느릿하게 꿈벅이다가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주시하는 사람이라.. 나를 주시할 만한 사람이 있었나?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괴고 잠시간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머릿속은 어지간히도 정리되지 않는 지라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부디, 이튼님께서도 몸 조심 하시길.
..이만 돌아가실 건가요?
 
미로 이튼:... 아무래도 그래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대귀족의 입장으로써, 행동을 아주 자유롭게 하기는 어려운지라.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다 문득,) ... 가문원들의 시선이 어디서든 따라다니니,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당신께 민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오:(나한테 민폐까지 될 정도인가..? 가문원들이 나를 탐탁치 않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래도 아직 결혼까지 하지는 않은 사이이니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튼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으니..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미로.. 이튼님. (사실 헤어짐은 아쉽지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며 떼를 쓸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미로 이튼:... 늦은 밤 실례가 많았군요. (짧게 고갤 한 번 끄덕이고선 간단한 인사를 건넵니다.) 예, 천오... 양. 당신께서도 편안한 밤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내 미로는 실례했다는 인사와 함께 방을 나섭니다.
 
천오:(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문을 빤히 바라보다가.. 창문을 밖이나 방을 봐볼..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면...
 
아까의 집요한 시선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어두운 밤만이 짙게 깔려있을 뿐입니다.
 
천오:(기분탓이라기엔 시선이나 그런 게 너무 공포심을 자극했는데.. 어려운지 머리 한 번 흐트리며 매만지다가 침대로 폴폴 갑니다... 그냥 잘까..)
 
침대로 가면, 침대는 넓고 푹신합니다.
 
이만 잠에 드나요, 천오?
 
천오:(할 게 없는 것 같으니 잠에 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로도 더 같이 있는 건 민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서서.. 응.) ..뭔가를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조금 답답한 느낌에 한숨 내쉬다가 침대에 풀썩 눕습니다. 그대로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눈을 천천히 감았어요.)
 
잠들기 전, 천오는 직감합니다.
 
누군가 당신과 미로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미로는 현재 자유로운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이 3일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활은?
 
도대체 누가 주도한 짓인가요?
 
어떻게 해야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의문과 불안감을 배제해보자면,
 
어쨌든 당신과 미로는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닿았던 온기는 분명 산 자의 그것입니다.   
 
살아, 있었습니다…….
 
...
 
...
 
...
 
낮부터 이 오페라 하우스는 분주합니다.
 
오늘은 왕가에서 손님이 오는 날입니다.
 
왕가를 위한, 귀족만을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듣기로 공연은 이번이 초연이라고 합니다.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라고만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하지만 하필이면, ...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결혼식을 앞두고요?
 
어쩐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천오:(흐으음... 그나저나 왕가라니, 이래저래 부담스럽네.. 주변을 한 번 둘러봅니다. 손님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한데.. 아, 리사도 왔나?)
(눈에 띄는 사람 있으면 극에 대해서 조금 물어봐야지..)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에게 다가오는 미로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침 인사와 함께 웃으며
 
간밤 잘 잤냐는 안부를 전하는 태도는
 
어제 밤 제 방에 들이닥친 그 사람이 맞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미로 이튼:(옅게 미소를 지은채 인사를 건넵니다.) 간밤 잘 잤습니까. 좋은 아침이네요.
 
천오:네, 좋은 아침입니다, 이튼님.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함께 미소 지어보입니다.) 제공해주신 숙소가 좋아서 그런지 편안하게 밤을 보낸 것 같아요. 이튼님께서도 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는지..
 
미로 이튼:저야 뭐, 늘상 컨디션이 괜찮은지라...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그러다 문득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 혹시, 오늘 오페라가 끝나고 같이 밤 바다나 거닐지 않으시겠습니까?
 
천오:..밤바다? (눈 한 번 꿈벅이다가 눈꼬리 휘며 웃어보입니다.) 저야 영광이죠, 함께해주신다면. 오페라 극장 앞에 있는 바다.. 꽤 예쁠 것 같다 생각하거든요. 좋습니다. (워낙에 바다를 좋아했던 이유도 있지만, 언젠가 너와 했던 약속이 떠오르기도 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있을 오페라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던데, 이튼님께서 직접 고르신 것인가요? 아니면 다른 분께서?
 
미로 이튼:(다행이라는 듯 짧게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그렇다면야 기쁘네요. 이제 와서 이런 말은 늦을지는 모르겠으나, ... 부부가 될 몸이니까요. 보다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면 좋겠죠.
(이내 제 고개를 조금 기울이고선) 오페라... 라고 한다면, 극의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뒤이어 느릿하게 고갤 내젓습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저희 가문에서 결정한 것이라, 저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신경 쓰이는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천오:아뇨, 그냥.. 슬픈 극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괜히 울지도 모르잖습니까? (조금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낮게 웃음소리를 흘렸습니다.) 괜히 왕족분들께서도 계시는데 안 좋은 모습 보일까 걱정되는 이유들도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안 이래보여도 꽤 긴장하고 있는 편이라서요. (생긋 웃으며 미로를 올려다봅니다.)
그나저나, 이튼님께서도 바다..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저는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면 좋다고 말씀하신 김에.. 이 정도는 물어도 괜찮을까요?
 
미로 이튼:뭐, 그 정도는 봐주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게다가 적당한 긴장은 종종 도움을 주기도 한다지요. (평소와 같은 낯으로 대답하며 상대와 시선을 마주합니다. 이내 들려오는 질문에 눈을 한 번 깜빡이고선) ... 싫어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가까이에 와본 것은 처음인지라. 기대가 된다고 한다면... 좋아하는 쪽이려나요.
 
천오:그렇다면 다행일까요, 그래도.. 이튼님 입장도 있는 만큼, 실수..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옅게 웃어보이고 이어지는 말에 가만히 너를 올려다보다 웃으며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쪽이 맞겠지요, 오늘 보고 결정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됩니다. 저와 있는 동안 보시는 바다가 마음에 드신다면.. 그건 저희가 이야기 하는 동안 좋은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예쁜 풍경이 되어줄테니까요. (생긋 웃고)
 
미로 이튼:전부터 느꼈지만, 천오 양은 상당히 배려심이 깊은 미래의 배우자이신 것 같군요. (짧게 고갤 까닥이고선 미소를 짓습니다. 물론 형식적인 것이겠다만.) 그렇다면 그리 알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쪽이면 좋겠군요.
 
저 사람 좋은 미소와 매끄러운 말투는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전혀 가늠이 잡히지 않습니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자하면,
 
뒤에서 미로의 가문원들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미로 이튼:(힐긋 보고선 눈을 한 번 깜빡, 이내 상대에게 손을 내밉니다.) 아무래도 인사는 여기에서 끝내야 할 것 같군요.
 
천오:(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이튼님.
 
미로 이튼:(허공에 있는 손 빤히 보다가 상대 보고선 눈 깜빡...)
 
천오:(아..!!!!! 다급하게 손 잡!)
(,,)
(..손에 살짝 힘 풀어요)
 
미로 이튼:(... ... ㅍ ㅍ)
(빤히 보다가, 이내 옅게 웃음을 흘리고선 맞잡은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떨어집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저녁에 뵙지요.
 
미로는 제 가문원 사람들에게로 돌아갑니다.
 
천오:(어쩐지 본인이 방금 한 짓이 조금 붉어진 귓가를 만지작거립니다) 하아.. 진짜 긴장이 어떻게 해도 안 풀리네..
 
그 찰나, 천오에게 천씨 집안 사람이 찾아옵니다.
 
사촌: 아, 천오야. 언제 보나 했더니 드디어 만났네~
정략혼 상대는 어때, 마음에 들어? (기분 좋은 웃음을 짓습니다.)
 
천오:아, 언니. 이제야 보네요, 정신이 없어서.. (고개 꾸벅 숙이더니 폴폴 언니 앞으로 갑니다.) 네에.. 멋지셔서 깜짝 놀랐어요. (어색한 웃음소리 흘리더니 머리카락 만지작거립니다.)
 
사촌: (다가오는 걸 보고선 싱긋 웃습니다. 머리 쓰담쓰담!) 그렇다면 다행인데~... 천오 네가 너무 부담이 될까봐. 그래서 걱정되네.
어르신 분들께서 입을 모아서 말씀하시잖아? 이 결혼만 성사된다면 우리 가문의 위상은 더 높아짐이 분명하다~... 라던가. (에휴.) 네가 수고가 많아, 천오야.
 
천오:그렇죠.. 아무래도 이튼가는 왕가랑 연도 이어져 있고.. 가문에 이래저래 좋긴 하겠죠. (괜찮다는 듯이 웃으며 언니 손 꼭 잡습니다.) 이렇게 언니가 신경써주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데요, 괜찮아요. (의외로.. 상대가 정말 익숙한 상대라서 어색한 것 뿐이고..)
 
사촌: (손 꼭 잡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끙... 그래 그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사실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그럴지도 모르지만, 정말 흔한 기회는 아니니까...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미로는 너랑 굉장히 친했었잖아~ 예전부터 둘이 붙어다니기도 했었...
...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천오:응..? 어, 저랑.. 미로 이튼님이랑 친하다고..? (놀란 눈치로 사촌 언니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입니다. 당혹스러운지 순간 잡았던 손을 놓았고) ..그게 정말이에요..? 언니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사촌: (자신도 놀란 듯 눈을 몇 번 깜빡, 이내 알지 못한다는 기색을 취합니다.) 아, 아니...? 내가 이튼 미로 씨를 이미 알고 있었던가...?
(곧 생각을 내려놓고선 고갤 내젓습니다.) 아무래도 파티가 길어서 피곤한가봐. 숙소에서 조금 쉬다 와야겠네... 공연 시작할 때 만나자, 천오야! (웃으며 먼저 발걸음을 뗍니다.)
 
검은 머리의 사용인: 아오 아가씨야~ 같이 좀 가자고!!! (옆에 후다닥 따라갑니다.)
 
천오:네, 네 언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뭐지? 상황이 바뀐 게 많은데, 사람 기억이 조금 뒤죽박죽인 건가...? 그나저나 저 사용인은... 응, 어쩐지 익숙하다.)
 
티격태격 멀어지는 두 사람이 시야에서 점점 안 보일 때 쯤...
 
그제서야 주변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천오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천오:(그럼.. 먼저 2층부터 가볼까,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다가 2층 쪽으로 발걸음을 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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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홀은 넓고 텅 비어 있습니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맞은편에는
 
그런 게스트를 위한 티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천오:(그러면... 우선 다가가서 말을 걸어봅니다..! 테이블은 나중에 힐끗 보도록 하죠.. 조심스레 티 테이블 쪽으로 향합니다.)
저, 안녕하신가요? (손님 분들께 살가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해봅니다.)
 
손님 1: 어머, 천오 양 아닌가요? 마침 잘 됐네요. 같이 와서 한 잔 하실래요?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라벤더 티입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공연 전에 마시기 합당한 걸까요?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귀부인: 맞아요, 같이 한 잔 하죠. 듣기로 미로 씨가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천오:(잠 오는 거 아닌지 조금 걱정...) 그렇게 특별한 차를 제가 마셔도 괜찮은 걸지.. (하하, 작게 웃음 소리 흘리더니 고개를 숙입니다.) 그나저나, 라벤더 티인가요? 불면증 치료에 좋다고 하던데.. (생긋 웃으며 사근 사근.. 물어봅니다.)
 
귀부인: 그럼, 당연히 천오 양이니까요. 결혼 축하한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던가요? (호호, 웃고선 우아하게 한 입 홀짝입니다.) 네, 라벤더 티네요. 불면증은 없지만... 왜인지 모르게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져요!
 
천오:그리 말씀해주시니 영광인걸요. 축하해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부인. (뭔가 솔깃.. 마셔볼까?)
그러면, 저는 공연장을 둘러보려고 하니 딱 한 모금만.. 마셔도 괜찮을까요? (입꼬리 올리며 웃습니다.)
 
귀부인: 그럼요, 마음대로 하셔도 된답니다. (싱긋 웃으며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천오:감사합니다, 부인. (그럼 한 모금만 마셔봅시다.. 아무래도 궁금한 것 못 참는 편인지라..)
 
라벤더 티를 마시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미미하게 몽롱한 감각이 스며들고 생각이 편안해지며
 
무엇을 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천오:(정말 좋네... 근데 조금 몽롱해지는 것 같기도..) 정말 좋은 차네요, 향도 맛도 좋은 걸요. (기분은 조금.. 묘하지만..)
 
귀부인: 그렇죠? 사실 저희도 차를 가져온 사용인의 설명을 들은지라, 더 자세하게는 모르지만요. (어깰 가볍게 으쓱이곤 다시 대화에 빠져듭니다.)
 
천오:하하,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부인. (공손히 인사를 하곤 조심스레 티 테이블에서 멀어집니다.)
(가 아니라... 손님에게서 멀어지고 티테이블로 갑니다.)
(..귀족 분들께 가봅니다, 아까보다 긴장한 것 같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서요..)
 
이번 공연을 보러 온 귀족들입니다.
 
문화 생활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들은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천오:(..잘못하면 말실수를 할 것 같으니 엿들어봅시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님 2: 듣기로는 이튼 가 쪽에서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지? 신화에 기반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던가...
멸망의 위기가 들이닥친 세상에서 죽음에 이르른 연인이 다시 부활함으로 시작되는 시놉시스라 들었다만.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부활 후 다시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 라나?
젊은이들이 꽤나 열광하는 모양이던데, 그쪽 입맛에 맞는 내용인 것 같군... 이해할 수가 없으니 원.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
 
문득 몇몇 손님들이 천오를 보고는 저들끼리 속닥댑니다.
 
천오:(..어째 찝찝.. 한데..) (들어봅시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
 
... 잘 들리지 않습니다!
 
천오:(..난 할 수 있다고 열 번 정도 외친 후에.. 심호흡하고 손님들께 다가갑니다.) 안녕하세요, 백작가의 천오라고 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손님들을 바라봅니다. 최대한 긴장한 티가 안나게 웃으면서..)
혹시,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는지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말재주
기준치: 75/37/15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손님 2: 아, 그... 그것이... (힐긋 눈치를 봅니다.)
 
손님 3: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곤 쭈뼛대다 마지못해 말합니다.)
그, 부디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어쩐지 이튼 가가 천씨 가와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소문이 은은하게 돌고 있더군요...
무, 물론 소문이란게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
 
손님 2: (팔꿈치로 툭 치며) 야! 제대로 말 해드려야지...!
그, 어... 정확하게는 이튼 가가 아니라, 미로 씨께서 직접 그리 행동하신다는 소문... 이긴 합니다.
원래 말이 안 되는 소문이 더 빨리 퍼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 ... 너무 신경쓰진 마시길... (힐긋 눈치보며 고갤 숙입니다.)
 
천오:아, 네에... (이번만큼은 정말 표정 관리 못합니다. 어쩐지 조금 복잡한 심경과, 차분하게 내려앉은 표정이 뒤섞여 웃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는 표정이 되어버립니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제가, 당사자분께 여쭙는 게 빠를 것 같네요, 그렇죠? (옅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입니다. 분명 들은 게 있는데, 어떤 게 진짜인지는 미로에게 직접 말해봐야 알 것 같으니까요.)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3층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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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객석으로 이어지는 입구와,
 
사람들의 짐을 맡기는 캐비닛이 존재하는 홀입니다.
 
3층 홀은 1층과 2층에 비해 지나치게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천오:(역시 사람이 별로 없네.. 눈 한 번 꿈벅이더니 캐비닛 쪽으로 갑니다)
 
사람들의 짐이 맡겨진 캐비닛입니다.
 
대부분 개인용 열쇠로 잠겨 있으나,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천오:(앗.. 열려 있는 곳을 힐끗 바라봅니다. 하나만 열려 있는 게 신경쓰이니까.. 응.)
 
바라보면,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미로의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잉글랜드 세번 밸리. 브리체스터와 캠사이드?
 
여러 개의 주소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려는 편지가 맞긴 한가요?
 
천오:(..뭐지 이게?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편지 봉투를 꺼내봅니다.. 티 안나게 슬..쩍?)
 
편지 내용을 보려 하면...
 
계단 위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걸음 소리를 듣습니다.
 
천오:(으아악.. 티 안나게 편지 챙기고 일단 캐비넷에서 멀어져봅시다.. 누구지..?)
 
계단으로 시선을 돌리면... ... ...
 
리사:헉, 여기에 계셨군요. 아가씨!
 
리사입니다!
 
리사:곧 공연이 시작된다고 해서요. 알려드리려고 왔답니다!
 
천오:아, 리사..!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가네요.. 넓어서 그런가? (낮게 웃음 소리를 흘리곤) 그럼.. 내려가요, 리사.
 
리사:네! 자리는 2층 5번 박스석이고, 이튼 님도 동석하신대요!
저는 1층에서 관람해야해서... (작게 미소를 짓고는 오페라 글라스를 건넵니다.) 그래서 대신 이걸 전해드리려고 왔어요!
 
천오:아, 아쉽네요.. 리사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다가 오페라 글라스를 건네받습니다. 2층 박스석.. 동석.. 심란하다, 조금.) 고마워요, 리사가 일 너무 잘해줘서 정말 고마운 게 있죠.
 
리사:하하, 저야 뭐 아가씨를 위해서인데요! (아자! 포즈 하고선 이내 꾸벅 인사를 합니다.) 전 괜찮답니다! 즐거운 관람하고 오세요~!
 
이내 리사는 나타났을 때처럼, 바람과 같이 사라집니다...
 
덕분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당신 혼자가 되었네요.
 
천오:참.. 빠른 친구네.. (편지.. 주섬 주섬 꺼내서 봐봅니다.)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면,
 
그곳에는 ‘세뇌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img
 
천오: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이 주문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데...
 
천오:(특정 사건...이 린튼가문.. 그 사건과 미로가 린튼가와 결혼할 뻔 했던 그건가? 역시 머리 쓰는 건 어렵다.. 라고 중얼거리며 관자놀이를 꾹 꾹 누릅니다.)
(강행 한 번만.. 가능할까요?)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집안 사람들이 미로에 대한 기억을 잊은 게 혹시,
 
이 주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편지 발신자는 이튼 가문의 사람이니
 
어찌보면 이 가문에서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그건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제부터 알 필요가 있을까요?
 
확실한 사실은 미로는 그 주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알았다면 진작 사용했을지도요.
 
천오:(..왜? 대체 왜지..? 세뇌를 푸는 주문을 내가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복잡한 생각들 여러 개 들 뿐 확실한 정답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우선 내려가는 게 좋겠지.. (오페라 시작한다고 하니까..)
..그러고보니까 저번에 그 책에 큰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 이의 접촉을 통해 벗어날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라고 했던가.. (끄응) 이게 푸는 거랑 관련 있나..? (역시 난 머리 쓰는 거랑 안 맞는다..고 생각하며 2층으로 내려갑니다.)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미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요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밉니다.
 
천오:(머뭇대다 조심스레 손을 맞잡고는 입가에 호선을 그립니다.) 제가 기다리게 했나보네요, 죄송합니다, 이튼님.
 
미로 이튼:괜찮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익숙한지라. (잔잔한 낯으로 힐긋 보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 이만, 들어갈까요?
 
천오:네, 곧.. 시작이라고 했던 것 같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미로와 함께 내부로 발을 딛으면,
 
오케스트라단이 악기를 조율하는 듣기 좋은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
 
...
 
...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img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미로만이 있습니다.
 
미로 이튼:... 제 가문원들은 옆 박스석에 앉아계십니다. (그리 말하며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미로는 자신의 가문원들이 바로 옆 박스석에 앉아있노라 고하며 웃지만,
 
어쩐지 억지 웃음처럼 느껴집니다.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말합니다.
 
미로 이튼:... 언제 어디서나 저들의 소중한 양자를 지켜보고자 하시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과연 옆 박스석,
 
약간의 거리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챙긴 몇몇의 사람들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립니다.
 
어쩐지 미미한 불쾌감이 듭니다.
 
천오:..그런가요, 정말 과분한 관심이네요. (애써 웃어보이며 미로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나저나 양자..라는 건.. (눈 한 번 깜박이다 말꼬리를 흘립니다. 혹여 제가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에.)
 
미로 이튼:그건... ... (눈을 느릿하게 한 번 깜빡이며 무대 쪽으로 시선을 둡니다. 조용히 고개를 내젓고선) ... 극이 시작되기 전에 암울한 이야기로 채울 수는 없으니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천오:... (암울한 얘기? 그렇게까지 암울한 얘기일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괜히 톡, 하고 자신의 손 위에 손가락으로 두드리듯 치다가 미로의 손을 살짝 건듭니다. 가까이 있는데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미로 이튼:... ... (그저 잔잔한 낯으로 무대를 응시하다, 제 손에 닿는 느낌에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이내 시선을 돌려 상대를 빤히 내려다보는가 싶더니, 느릿하게 상대의 손을 슬쩍 잡기도 합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대화를 하고 있으면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이로군요.
 
가장 유명하고도 대표적인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낭송되는 시를 듣던 미로가 중얼거립니다.
 
그리 읊조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낯은 한참이나 고요합니다.
 
마치 고백 내지 청혼처럼 느껴질 정도의 진중한 어조입니다.
 
잡고 있는 손은 놓지 않습니다.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커튼이 올라갑니다.
 
...
 
극이 시작됩니다.
 
...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제 목숨을 바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숨을 거두고,
 
그리고…
 
여기까지는 꽤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네, 그렇죠.
 
어딜 봐도 당신과 미로의 이야기네요.  
 
그러나 다음 순간 극은 기묘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했던가요?
 
얼핏 보면 그 ‘신’은 꽤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게 된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지만 그 춤과 노래에는 분명한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객들의 눈에는 기쁨보다는 환희가,  
 
행복보다는 맹목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춰지더니  
 
...
 
극이 막을 내립니다.
 
  
 
...
 
…이게 끝이라고요?
 
이런 찝찝한 끝이 세상에 어디 있나요?
 
허나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홀에 있는 명화를 떠올립니다.
 
연인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던 신…….
 
칸막이 너머의 미로의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쩐지 몽롱한 기색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찰나를 노리듯,
 
미로가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이끕니다.
 
밤 바다로 나가자는 거겠죠.
 
그 눈은 굉장히 진중합니다.
 
천오:...가요, (작게 속삭이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곤 눈 한 번 깜박이더니 미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갑니다. 꽤 조용한 발걸음으로.)
 
두 사람은 오페라 하우스를 나와,
 
바다로 향합니다.
 
...
 
...
 
...
 
바다로 나오면,
 
미묘하게 피부를 찌르던 시선 같은 감각이 사라집니다.
 
미로는 당신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도망치듯 달립니다.
 
바닷 바람이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고
 
폐에는 계속해서 차가운 바닷공기가 들어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동했다 싶을 무렵,
 
미로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바다의 짠내가 공기 중에 서린 장소입니다.
 
날카롭게 깎인 절벽 아래,
 
파도는 발치 근처에서 거품을 쏟고
 
수평선 밑에 태양은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수면 위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은 이곳에서
 
드디어, 드디어.
 
미로는 유지해온 여유로움을 내려놓았습니다.
 
미로 이튼:... (뛰어오느라, 아니 도망쳐오느라 참아왔던 숨을 거칠게 내뱉습니다. 다만, 껴안은 상대를 놓아줄 생각은 없다는 듯 더 세게 끌어안을 뿐입니다. 그저 상대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채,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 ... 오랜만이야, 천오.
 
천오:(네 품 안에서 놀란 눈을 한 채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머뭇댑니다. 그러다가 겨우, 조심스레 한 손, 한 손 네 등 위에 올리며 이게 현실인가 확인합니다. 따뜻한 온기가 이를 증명하고, 네 숨소리에, 전해지는 온기에 심장이 빠르게 요동칩니다. 당혹스러움과 기쁨, 그 사이의 무언가의 감정.)
..미로, 예요..? 나를.. 기억하고 있어요..? (네 등 뒤로 올렸던 손에 작게 힘이 들어갑니다. 어쩌면 기쁨, 또 어쩌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약간의 부정. 지금껏 모르는 채 해왔던 모습이 겹쳐서 그런 걸까요?)
 
미로 이튼:... 응, 나야. 천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자신의 떨리는 몸이 혹여나 상대에게까지 전해질까봐 걱정이 들긴 했으나, 차마 놓을 수는 없다는 듯 그저 차오르는 숨을 꾹 눌러 흘릴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닿이는 온기가 따뜻한지라. 느릿하게 상대의 어깨를 감싸안기도 합니다.) ... 미안해, 여태 모른척해서.
 
천오:..왜, 왜 여태 모른 척 했어요..? 그래야 했던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분명. (흔들리는 동공, 그래서 눈을 꾹 감았습니다. 어쩐지 지금 너를 온전히 바라보면 네가, 자신이 알던 미로가 맞다는 안도감에 눈물이라도 나올까봐. 너답지 않게 떨리는 몸이, 자신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해서 조심스러웠던 손길에 힘을주어 너를 끌어 안습니다. 괜찮다는 양. 온전히 너와 만났다는, 네가 자신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기쁨을 즐기고 싶지만, 물어볼 게 한 두개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로 네게 묻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요? 아는 게 있다면, 이왕이면 전부..가 좋겠는데..
 
미로 이튼:(한참의 정적, 그 뒤가 흐른 후에야 겨우 어깨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냅니다. 떨리는 한숨을 깊게 한 번 내쉬고선,) ... ... 감시 당하고 있었으니까, 너와 나 둘 다. (그리 대답한 뒤 상대의 어깨를 잡고선 느릿하게 떨어져 나옵니다. 마주치고 있는 시선에는 진심 이외에 무언가를 찾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또 들킬지 몰라서 전부 얘기해줄 수는 없지만, (...) 이거 하나만은 말해줄 수 있어. 우린 절대 결혼해서는 안 돼, 천오.
 
천오:.. (과거 자신이 미로에게 했던 행동들이, 어쩐지 자신에게로 그대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이 많아도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그 때 너에게 전할 수 있었던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너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알았어요, 전부는 모르겠지만.. 감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평소대로 행동하긴.. 해야겠죠, 결혼은.. 하면 안 되는 거고. (꾹 감고 있던 눈을 떠서 너를 마주합니다.)
..애초에 결혼은, 갑작스러워서 취소되고 크게 신경쓰지는 않아요. ..다만 미로가 뭐가 됐든 지금처럼.. 온전히 미로였으면 좋겠어요. (그간 다른 사람일까, 자신을 정말 완전히 잊은 건가, 이게 내 잘못에 대한 업보인가.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으니까, 나는 친구로서든, 사람으로서든.. 너를 잃는 게 두렵다.)
 
미로 이튼:... (무어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얘기해줄 수는 없을까, 그리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자신도 같은 입장이 되어본 적이 있었으니까.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분명 혼자만의 오해 혹은 착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니까, 생각을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하느라 제 입술을 잘근 깨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아까, 극을 제대로 봤다면 알 수도 있겠네.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과연 어떤 결말이 따라올지 말이야. (그리 내뱉는 말은 낮고 중얼거리는 듯한 어투였으나, 상대가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기반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흔들리고, 불안정한 시선을 아래로 두는 도중에 뒤이어 들려오는 말로 인해 시선을 마주하게 됩니다. ... 자신은 이토록 흔들리는데, 상대의 여전히 한결없는 따스함을 전해주니. 긴장이 저도 모르게 풀려 눈을 깜빡입니다.) ... 난 나야. 천오 네가 기억하는 미로 이튼, 그것 말고는 또 누가 있겠어.
 
천오:미로, (작게 네 이름을 입에 담았습니다. 입가에 손을 대어 조금이나마 깨물던 것을 저지해보려고 합니다.) 괜찮아요, 난 미로를 믿으니까. (믿지 못한 적이 없는 너니까, 언제고 다정하게 나를 위해주었던 너니까. 너의 의지가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네가 원하는 결말이 무엇인지, 모든 것을 내가 알 수는 없으나, 나는, 천오라는 사람은 미로 이튼이라는 사람을 믿습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그 믿음을, 신뢰를 품는 것. 그거면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그리 생각합니다.)
네, 봤어요. (어쩐지 우리 이야기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극을 준비한 사람들은 우리를 그렇게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겠지. , 예전에 내가 알아보았던 그 신인 걸까. 너와 나의 결말이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너를 구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 가문을 몰살시키는 짓도 했는데, 지금에서야 못할 이유는 또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합니다. 여전히 바보같은 걸 알지만, 어떤 의미로든 너는 소중하니까. 마주한 시선에 그제야 눈꼬리 휘며 웃어보입니다. 그래요, 그거면 됐어요, 미로.) ..나 역시도 마찬가지에요. 미로가 기억하는 천오일 거고,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 그때처럼, 나를 믿어주세요, 다시 한 번.
 
미로 이튼:... 아.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랬다는 것마냥. 제 입가에 닿인 손을 잡아주고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 믿어준다니 기쁘네. 네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빌어볼까, 내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말이야. (그리 말하는 목소리에선 무언가의 결심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여태 생전 살아옴에 있어 제 선택에 대해 흔들린 적이 존재하긴 했었던가. 그리 생각하며 모든 걱정과 부정적인 상황은 가능성에서 배제하기로 합니다. 그야, 제 앞에 있는 상대가 자신을 믿어주니까. 타인마저 믿어주는 자신의 선택인데, 자신이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옳은 선택이 아닐테니까. 그저 자신의 선택을, 그리고 제 앞에 있는 상대의 믿음을 받아들입니다.)
(상대가 분명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이 통하자, 어깨의 힘을 조금 빼 한숨을 내쉽니다. 어찌보면 자신보다 더 잘 알 수도 있을터, 그리 생각하며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 난, 솔직히 이번 부활이 천오 네가 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어. 그야 이전 생에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천천히 끄덕입니다.) ... 그게 아니었다면 더욱이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겠네. 우린 지금 벼랑 끝에 있는 신세지만, ... 길은 분명히 있을 거야. 그래야만 하고.
 
천오: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로가 지금껏 틀렸던 적은 없잖아요. 걱정말아요, 미로가.. 미로가 가는 길은 옳을 거예요. 그 옆에서 함께 할테니까, 미로를 믿고, 나를 믿고 가면 되는 거예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틀리지 않을 겁니다, 너라면.. 어떻게든 이성적인 판단으로, 옳은 결정을 내릴 거라는 무언가의 믿음. 이전까지 틀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생각을 하며 머릿속으로 정리하여 결론을 내리는 사람, 그게 너라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너를 알기에 그만큼의 믿음이 있습니다. 자신이 깨트렸던 믿음과 신뢰가 존재하기에, 그 이상으로 너를 믿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네가 비춰준 길을 따라갈 것입니다. 설령 틀린다고 해도, 자신은 너를 원망할 일은 없을테니. 그저 나의 죄에 대한 인과이고,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쁠 뿐이니까요. 믿음, 그 단어로 하여금 자신을 움직입니다.)
..정신을 차리니까 정략결혼 소리를 하고 있는데 얼마나 놀랐게요. 그런데 제가 했을 리가요. (후후, 낮은 웃음 소리를 흘리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게다가 그 상대가 미로라는 거 듣고도 엄청 놀랐고.. 여러 의미로 이것 저것 놀란 게 많아요, 나중에 진정이라도 시켜주시든가. (농조로 이야기하더니 평소처럼 웃어보입니다. 평소와 다름 없습니다. 언제나와 같습니다.) ..찾을 수 있을 거니까, 초조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길이 없다고 한다면, 만들면 그만이잖아요? 미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길도,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긋 웃더니 손을 한 번 잡았다가 놓습니다.) 될 거예요, 어떻게든.
미로, 이번에는.. 우리가 원하는 결말을, 찾아요.
 
미로 이튼:... 미리 설명하지 못한 건 다시 생각해도 미안해. 여러가지로... 미안한게 많은 것 같은데.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제 머리칼을 어지럽혔으나, 그래도 얼마든지 괜찮다는 듯 어깨를 내려놓은채 상대를 마주 바라봅니다. 여태껏 유지했던 여유로움과 격식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상대에 따라 장난스레 제 넥카라를 조금 빼내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 손에 걸린 브로치를 보고선 옅게 미소를 짓기도 했을까.) ... 당연히 그래야지. 얼마든지 진정시켜줄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잘 안내해줘, 천오. (그리 말하며 금방 비어진 제 손을 한 번 쥐었다 펴봅니다. 뒤이어 멀어진 상대의 손을 놓치기 아깝다는 듯 다시 잡았을까, 그 행동의 목적은 본인만이 알 문제이겠다만. 그가 짓는 미소에서 기꺼움을 제외하고선 다른 불순함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잔잔하게 미소를 짓는 낯,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는 듯.)
... 그래야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자. 우리 둘 다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나저나... 정말 궁금한게 그것들밖에 없는 거야? (덤덤하게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조금 전의 미소는 어느 새인가 장난스레 없어지기도 하고.) ... 정말? (아닐텐데, 그리 말하는 그의 시야는 상대의 입술에 닿고 있습니다.)
 
천오:..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 때는 되려 묻지는 않았는데.. (네 시선의 위치를 알고 괜히 제 손으로 입술을 건들이다가 내려놓습니다.) ..알려줄 수 있는 거라면 알려주셨으면 해요. 어제 입맞..춘 거랑 저희를 보던 시선이랑 관련이 있는지, 혹은 어떤 의미인건지.. (시선 굴리다 겨우 너를 마주합니다.) 음.. 하나만 더 묻자면 혹시 휴게실에 있던 을 본 적이 있는지.. (어쩐지 관련이 있을 것도 같기에, 물어봅니다.)
 
미로 이튼:... 역시 눈치가 빠르네. (그리 대답하고선 고개를 짧게 한 번 끄덕입니다.) 주문이야, 우리를 감시하는 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보호 주문. ... 기분이 많이 나빴을텐데, 잘 참아줘서 고마워. (덤덤하게 눈을 깜빡이며 상대와 시선을 마주합니다. 그러다 이내 고갤 조금 기울이고,) ... 책? (이내 내젓습니다.) 아니... 그런 건 본 적이 없는데.
 
천오:주문..인지 까지는 몰랐네요. (그래서 그랬구나,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어쩐지 조금 신기한 것 같기도.. 그치만 본인이 한 것도 있기에 허황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딱히 나쁘진 않았으니까 참은 거라고 표현하진 말아줄래요? 나빴으면 이미 한 대 치고 도망갔을지도~ (괜히 장난스런 투로 내뱉고는 눈웃음 지어보입니다.)
그래요..? 거기 세뇌에 대한 내용이.. 좀 보였거든요. 큰 감정과 기억을 공유한 이의 접촉을 통해 벗어날 기회가 선사될 지도 모른다.. 라고 적혀있던 문장이 자꾸 생각나서요. 혹시나 해서 말해봤어요. (아니라면 됐고, 하는 말도 덧붙이며 너를 바라봅니다.)
 
미로 이튼:... 그럼 좋았냐고 물어보는 편이 나았으려나? (따라 장난, ... 스러운 투였으나 덤덤하게 말합니다. 이내 가만 들으며 고개를 조금 기울였던가,) ... 그건 정말 처음 듣는 내용인 것 같은데. 아마... 우리 가문원의 실수로 넘어간 정보가 아닐까 싶어. 정확한 건 없지만. (눈썹을 조금 찌푸리다가 맙니다. 이래저래 불편한 것이 많은지라.)
 
천오:직접 들으니까 그것도 좀.. 그렇네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로 할까요, 우리? (작게 웃음소리 흘리다가 손을 살짝 내젔습니다.) 그렇구나..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거든요, 뭔가.. (그냥 수상한 책이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기로 합니다. 미간 찌푸리는 것 보고 눈 한 번 깜박이고.)
아, 하나만.. 더요. 미로, 양자..라고 했잖아요? 예전이라고 해야 하나 저번 시간대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그때랑 뭔가 바뀐 거예요?
 
미로 이튼:(느릿하게 고갤 한 번 끄덕이며 마저 대답합니다.) 아마... 이번에 일어난 일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턱을 짚고 곰곰 생각해보다가) 아마... 새롭게 탄생한 존재들이 아닐까. 누가 한 짓인지는. (조용히 쓴 미소를 짓습니다.)
 
천오:..미로도 이래저래 복잡한 게 많을 것 같네요. (둘 다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적은 것 같으니.. 한숨 한 번 내쉬었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결혼식, 또 못하게 해야겠네요. (작게 웃음 소리를 흘립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에요, 저. 이번에도.. 분명 잘 될 거예요, 저번에도 그랬으니까.
 
미로 이튼:... 괜찮아, 지금은 다른 것들이 우선순위에 있으니까. (조용히 따라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럼... 조금은 더 의지해도 되겠네. 이미 전적이 있으니까, ... 라고 하기엔 결말이 좋지 않았잖아.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으면 좋을텐데.
 
천오:하하,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결말, 을.. 찾자고. 분명 저번과는 다를 거예요, 우리 둘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까? (어찌 되었든 상황은 다르잖아요. 결말도 다르겠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시간에서의 결말.
 
미로 이튼:... (잠깐의 뜸.) 이번 시간대에서의 결말, 에 대해서 말인데. ... 지금 우리가 아는 것들이 너무 적지만, 그래도... 그나마 최선의 선택을 해보자면. (작게 숨을 내뱉고선 말합니다.) 결론은 하나야, 결혼식에서 함께 도망치는 것.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도, 보호 주문을 몇 번 더 덧입히고 나면... 분명...
 
천오:그게 최선이라면야, 해야죠. 결혼식에서 도망이라니, 정말 무슨 연극같아요. (웃어보임에도 약간의 긴장을 자리잡았습니다. 저번에 느꼈던 시선의 공포가 있기에, 그 도주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을 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덧입히고 나면 시선을 어느 정도는 떼어낼 수 있다... 라는 건가요? (눈 깜박..) ..그런데 도망이라면, 언제요?
 
미로 이튼:연극이라... ... 연극보다 더 한 것 같은데. (따라 가볍게 대답했지만, 결코 농담으로 넘어갈만한 어투는 아니었습니다. 이내 잠깐 곰곰 생각하는 듯하더니,) ... 하루에 두 번 정도가 최대인데, 아마... 계속 덧입힌다면. ... 아마 결혼식 당일이지 않을까 싶어.
 
천오:..결혼식 당일. (그게 제일 빠른 거겠지. 약간의 숨을 토해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조심해야겠네요, 말도 행동도, 사람들도.. (나부끼는 바람에 머리칼을 매만지다가 앞에 있는 바닷가를 바라봅니다.) ..미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바다를 보러 가요. 이곳도 좋지만.. 조금은 평화로울 때, 예쁜 곳으로. (생긋 웃으며 너를 바라봅니다.)
 
바닷바람이 차게 불어오고,
 
달빛이 아름답게 반사되는 수면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잠시 겹쳤다가 멀어집니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과 함께 시야에 가장 먼저 잡히는 것은
 
오롯이 당신만 바라보는 미로의 눈이겠죠.
 
미로 이튼:(눈을 느릿하게 한 번 깜빡이며 바라보다가,) ... 이만 들어갈까? 늦었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할지...
 
천오:말은 맞춰야겠죠, 아무래도? (힐끗 바라보다가 고민합니다. 발걸음을 살짝 움직이면서.) ..뭐라고 해야 좋을지 정말 모르겠네요,
 
미로 이튼:그러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이내 아. 하고선)
... ... 천오. (ㅍ ㅍ✨)
 
천오:...? (파칭-하는 눈빛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입니다.) 뭐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요? (바다에 빠지는.. 것 같은 이상한 생각하는 중이었던 사람..)
 
미로 이튼:응, 이거라면 절대 오해 안 받을 걸.
(라고 말하고선 천오를 냅다...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립니다.)
 
천오:(우앗..?!) 뭐, 뭐예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건데에-!!! 요 이튼님!!! (혹시 몰라서 급하게 존칭..으로 부르고.)
 
미로 이튼:무슨 생각이냐고 물어본다면... (음, 하고 짧게 소리를 내고선) 곧 알게되지 않을까. (그리 말하고선 입가만 씩, 웃습니다. 눈은 죽어있지만.)
 
미로는 그리 말하더니,
 
천오를 안은채, 냅다 바닷가 안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러고는 냅다 뒤로 (...) 누워버리네요.
 
겨울 바다라 엄청 차갑습니다. 괜찮나요 천오?
 
천오:... (괜찮을지는... 건강 판정을.)
 
천오: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네 멀쩡해요.)
 
상당히 괜찮은 것 같은데?
 
겨울 특유의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허리까지 차올랐다가 빠지는 파도가 기분이 좋습니다.
 
머리까지 흠뻑 젖어 당신을 들어올리는 미로가 보기 좋게 웃어보입니다.
 
저렇게까지 크게 웃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네요.
 
미로 이튼:(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털어내며 웃습니다.) 어때, 꽤 괜찮은 생각이지 않아?
 
천오:..미로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제가 머리가 좀 좋아졌다고 기뻐해야할지 미로가 저랑 비슷해지고 있다고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목에 팔 두른 채로 한숨 섞인 웃음을 내뱉습니다.) 춥지는 않아요, 미로?
 
미로 이튼:나 같았으면 기뻐할 것 같은데... (몇 번 웃음을 더 내뱉고선 고개를 들어보입니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응? 글쎄, 어떤지는 잘...
 
미로 이튼: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ㅍ ㅍ)... ...
엣취...
 
천오:... (빤 ㅇ-ㅇ)
 
미로 이튼:... ... 장난이야.
(슬슬 다시 해안가 쪽으로 데려갑니다...)
 
천오:그러다가 감기 걸리기만 해봐요, 진짜.. (얼굴 손등으로 대충이나마 살짝 닦고..)
 
그래요,
 
결혼이 예정된 두 사람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이 싹터 저들만의 시간을 갖겠다는데
 
어느 누가 뭐라 하겠어요?
 
두 사람은 바닷물에 흠뻑 젖은채로 오페라 하우스의 홀로 들어섭니다.
 
근처에서 수근거리며 빠져나가는 이들을 보아하니,
 
공연도 어느 새 막을 내린 것 같네요.
 
리사:꺄아아아악!!! 아가씨ㅡ!!!!!!!!
(후다닥 달려와서 수건으로 칭칭 감아줍니다.) 모, 몸도 약하신 분께서 이 야밤에 어디에서 무얼 하시고 오신거에요!!!
 
천오:...지 진정해요, 리사...! 괜찮아요, 의외로 멀쩡하니까 너무 걱정마세... (수건으로 칭칭 감아집니다..) 욥....
진짜 진짜 괜찮아요, 최근에는 몸도 많이 나아졌고..
그냥, 이튼님과 있다가 온거라서 별 일도 없었고...!
 
리사:그래도요!!!!!!!!!
(어휴... 하며 이튼 쪽에도 수건 몇 개 올려줍니다...)
 
미로 이튼:(ㅍ ㅍ...?) (머리에 수건 3개 올려짐)
 
천오:(푸흡. 제법 웃겨요..) ...아,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리사. (수건 둘둘 풀고 머리 톡톡 두드리면서 말립니다..)
 
미로 이튼:... ... (수건 내려서 목에 걸고는)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천오:네, 들어가보세요, 미, (흠) 이튼님.. 나중에 뵐게요, 부디 좋은 밤 되시길. (입가에 미소 머금은 채로 고개를 숙입니다.)
 
리사:(꾸벅, 인사를 하고선 아가씨 지이이 노려봄...)
 
천오:....큼, (그대로 시선 돌림) 그, 오페라는.. 재미있었어요, 리사?..
 
리사:( ◕_◕ ) ... ... 말 돌리지 마시구요 아가씨.
오늘! 꼭! 들어가서! 제대로 씻고 주무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천오:알겠어요, 걱정말아요. 제 몸 잘 챙..길 수 있어요, 저도..! (괜찮다는 듯 주먹 불끈 쥐었다가 내리고..)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리사. 리사도.. 호텔로 돌아가면 푹 쉬어요.
 
리사:(휴우...) 네, 알겠어요 아가씨... 부인께서 워낙 걱정을 하시니까 되려 저까지 걱정이 많아진 거 있죠? (끙, 한숨을 내뱉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그럼 이만 퇴근해보겠습니다!
 
리사가 오페라 하우스 밖으로 사라지면,
 
천오 당신 또한 숙소로 올라갑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미루어 생각해보자면,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도 있고, 이 부활을 기회라 느낄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어떤가요, 천오?
 
천오:(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한 건 미로가 살아있다는 게 기쁘다는 것 정도. 기회라면 기회일 거예요, 미로에게 더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살 수 있는 기회.) ..적어도 이 부활, 이라는 거에..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되돌아와서, 기쁘니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방에 돌아오면,
 
티 테이블 위 라벤더 차가 놓여 있습니다.
 
푹 자라는 미로의 배려겠죠.
 
작은 쪽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천오:..은근 섬세하다니까. (쪽지를 들어서 읽어봅니다.)
 
[ 나는 언제나 너를 위한 일을 해. ]  
 
천오:..나를 위한 일..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가 쪽지를 짐 가방 안에 넣어둡니다. 문득 창밖을 보며 중얼거립니다.) ..나도 그럴 거예요, 미로를 위한 일을 할 거야.
(..이 겨울에, 추운 바다에 빠지고 왔던 터라 조금 추운 건 사실이라, 찻잔을 조심히 들어 라벤더 차를 한 모금 마십니다.)
 
덕분에 몸이 더욱 편안해지는 기분입니다.
 
당신은 어제와 같은 따가운 시선과 공포감이 없는,
 
편안한 밤을 맞이합니다.
 
-
 
...
 
...
 
...
 
라벤더 티 덕분인가,
 
아니면 간밤에 바다 바람을 쐬어서인가.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내일은 드디어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당최 그 신은 누구며 누가 부활을 이루었고
 
과거에 당신과 미로를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그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의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조리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혼 대상이 생판 남인 것보다야 미로인게 나은 걸지도요.
 
조식은 방으로 배달된 브런치를 먹었다지만,
 
점심 식사는 미로와 함께 합니다.
 
미로의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
 
식당
 
img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미로가 벌써 자리에 앉아 당신에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미로의 가문원들도 몇 보이고,
 
당신의 집안 사람들도 몇 착석한 상태네요.
 
당신의 자리는 미로의 맞은편입니다.
 
천오:(미로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더니, 창문 쪽을 먼저 바라봅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데이지와 에리카네요.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 걸요.
 
그러고보니 부케는 무슨 꽃이면 좋을까요?
 
그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찌르는 듯한 시선,
 
불쾌한 감각이 은근하게 느껴집니다.  
 
천오:(순간적으로 눈을 찌푸렸다가 괜찮을 거다, 생각합니다. 분명, 괜찮을 거라고..)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 (떨리는 손을 꾹 눌러 잡습니다.)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가를 기어가는 흰 거미를 발견합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습니다.
 
저 거미, 어디선가 본 적이…….  
 
천오:(..아니겠지, 익숙한데.. 익숙하면 안 돼. 고개를 휘저으며 눈을 꾹 감았다가 뜹니다. 이어 향한 쪽은 부엌입니다.) ..부케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흰색이 예쁠까.. 옅은 붉은 색도 제법 예쁠 것 같은데.
 
부엌 입구를 지나가다 보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천오:(조용히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기며, 귀 기울여 들어봅니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음과 같은 대화를 듣습니다.
 
직원 1: 그러고보니 이튼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직원 2: “그러고보면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들, 꽤 묘하단 말이야.
미로 이튼 그 사람. 난 한 번도 들은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그 가문… 원래부터 이렇게 대단한 가문이었나……?
 
직원 1: 원래는 린튼 가가 저 정도의 명성을 독차지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집안은 어쩌다 망한 건지…….
 
곧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에 묻혀 사라집니다.
 
테이블에는 어느 새 양쪽 가문의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네요.
 
천오:(어쩐지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말들인지라, 머릿 속을 가득 채웁니다. 게다가 린튼가 이야기까지 나오니 정리되지 않은 머릿 속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사람들이 모인 식당 안을 한 번 조심히 바라보다가, 미로의 앞자리로 갑니다.)
 
천오가 자리에 착석하면,
 
식사가 시작됩니다.
 
테이블 위에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
 
미로의 가문원들은 여전히
 
천오를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입니다.
 
식사 내내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이튼 가문1: 내일부터 제 집안의 일원이 되는군요. 이제 우리 집안에 대해 좀더 알아볼 생각은 없으신지?
 
이튼 가문2: 하하, 신혼 여행지는 정해두었나요? 우리가 정해주어도 되려나?!
 
등 온갖 말을 꺼냅니다. 너무 사적인 것까지 참견하는 것 같은데요.
 
천오:(거짓말 안 그래도 소질이 별로 없는데... 그 때는 둘째치고 말이야..) 하하, 기쁜, 일이지요. 이리 환대를 해주며 신경을 써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옅게 웃으며 공손히 고개를 숙입니다. 순간 눈 질끈 감았다가 떴고.) ..신혼여행지..는 아무래도, 이튼, 미로 이튼님과 함께 상의 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한참 불편한 대화를 버티며 식사를 하던 가운데,
 
천오의 친척 되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사촌: 그~... 아, 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에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피로연이 곧이니 쇼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날씨도 이리 좋으니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거예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대화 화제를 돌립니다.)
 
미로 이튼:(묵묵하게 접시만 응시하다가 눈 깜빡, 이내 사촌을 힐긋 보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좋을 것 같은데요. 천오 양만 괜찮으시다면야...
 
천오:.. (슬적 미로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 다시 돌립니다.) 저야 괜찮습니다. 시내라니, 언니 말대로 좋은 외출이 될 것 같아요. (꽤 기분 좋은 낯. 놀러 나갈 생각..)
(역시 언니가 세상 최고야...)
 
사촌: (휴... 작게 안도의 숨을 내뱉고선 미소를 짓습니다.) 그럼 식사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으니, 먼저 실례해보겠습니다. 다들 부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검은머리의 사용인: (꾸벅 인사하고선 같이 나갑니다. 그러다가 속닥...) 너무 대놓고 맥이는거 아냐?
 
사촌: (팔꿈치로 쿡 찌르고선) ^ㅡ^ 빨리 갈까?
 
검은머리의 사용인: (커헠;) 악, ... 예예 아가씨... (ㅡ"ㅡ)
 
천오:(언니 보고 한 번 꾸벅..) ..그럼, 이튼님, 저희도 이만.. (슬쩍 시선 돌리며 눈치보았다가) ..나가볼까요? (옅게 미소 지으며 미로를 봅니다. 정말 나가고 싶어요, 저..)
 
미로 이튼:... ... (ㅍ ㅍ...) (묵묵... 하게 마지막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선 냅킨으로 입가를 닦습니다.)
그럼, 저희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고개를 작게 까닥이며 천오에게 시선 힐긋)
 
천오:(가문원 분들께 고개 꾸벅 숙이고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섭니다.)
 
두 사람은 식당을 빠져나옵니다.
 
먼저 식당을 빠져나온 미로를 보면,
 
사용인에게 마차를 대기하라고 일러두고 있네요.
 
미로 이튼:(천오 힐긋... 보고선) 곧 도착할 것 같다고 하니, 슬슬 나가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갈까요?
 
천오:(미로 옆으로 가서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이튼님. 정말 이튼님께서는.. (뭐라고 해야 하지..) ..부지런(?) 하신 것 같아요.. (준비하는 움직임에 빈틈이 없다..)
 
미로 이튼:(고갤 끄덕... 하다가 응?) ... 칭찬... 이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일처리가 빠르면 좋으니까요. (그리 말하며 고개 마저 끄덕...)
 
천오:하하, 물론 칭찬이랍니다. (식당에서와는 다르게 한결 편안해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향하는 쪽을 봅니다.) 그럼, 갈까요, ..이튼님?
 
미로 이튼:그러죠, 빨리 나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식당 쪽을 힐긋 보고선 먼저 발걸음을 옮깁니다. 빨리 가자는 뜻... 이겠죠 아무래도.)
 
천오:(미로의 뒤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두 사람은 오페라 하우스 밖으로 나가,
 
준비해둔 마차에 오릅니다.
 
...
 
...
 
...
 
시내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존재하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군요.
 
마차가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멈춥니다.
 
미로의 사용인이 먼저 내려 문을 열어주네요.
 
미로 이튼:(자연스레 내려선 천오 쪽으로 손을 내밉니다.)
 
천오:(눈 한 번 깜박이며 바라보다가 미로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립니다.)
 
시내 내부에는 기념품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꽃집이 있습니다.
 
이하의 가게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것 같네요.
 
천오:(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미로를 바라보았다가 분수대를 바라봅니다.) 미...로 이튼님, 제 지인들 사이에서는 분수대에 동전을 던져 넣고 소원을 비는 듯 하던데.. 혹시, 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빤)
 
미로 이튼:(주변을 따라 둘러보다가... 응?) 소원... 이라면, (아) ... 미신 같은 거겠군요. (조용히 고개를 기울입니다. 믿지는 않지만... 뭐든 좋다는 듯 고갤 짧게 끄덕.) ... 해봅시다, 그럼.
 
천오:좋아요, 그럼. (미로를 이끌고 분수대 쪽으로 향합니다.)
(동전,... 두 개 정도 꺼내서 하나는 미로한테 올려줍니다.) 미신이긴 하더라도... 이왕이면 됐으면 좋겠는데... (분수대에 동전 던지기... 도전해봅시다.)
 
미로 이튼:(얌전히 동전 받음...)
 
천오: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미로 이튼:
기준치: 65/32/13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천오가 던진 동전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정확하게 분수대의 맨 윗 장식에 떨어집니다.
 
땡그랑, 하는 마찰음이 기분 좋게 들려오네요.
 
그러는 반면, 미로의 동전은...
 
땡... , 하고 튕겨져 나오더니 미로의 발치에서 굴러다닙니다.
 
미로 이튼:(ㅍ ㅍ.............) (조용히 동전 주워요)
 
천오:( >▽<) (..가만히 바라보다 결국작게 웃음 터트립니다.)
 
미로 이튼:(...작게 어깰 으쓱입니다..) 그래서, 소원은 비셨나요?
 
천오:(여전히 게속 웃고 있다가 이어지는 말에 깜박했다는 듯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직요. 그럼, 잠시만요.. (두 손을 모으며 분수대를 바라봅니다.)
 
(To GM): ..언젠가, 우리 두 사람이 맞을 마지막이, 함께이던, 각자이던.. 해피엔딩이길. 이왕이면, 마지막까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천오:이제 됐습니다, 소원 다 빌었어요. (생긋 웃으며 올려다보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미로 이튼:(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상대를 시야에 담습니다.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는 알 수 없겠다만, 분명 무척이나 상냥한 소원일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내 고갤 짧게 한 번 끄덕이고선) 별 말씀을.
... 어디 가고 싶으신 곳은 있으십니까?
 
천오:..음, (잠시 시내를 한 번 둘러보다가) 꽃집, 어떠세요? 식당 창문에서 언덕에 있던 꽃을 봤었는데.. 꽤 예쁜 것 같았어서요. (꽃집을 손으로 가르키고는 미로를 봅니다.) 꽃다발을 생각하니 부케 생각도 조금 났거든요.
 
미로 이튼:(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가, 고갤 짧게 한 번 끄덕입니다.) 부케? ... 그러고 보니 부케 꽃은 아직 안 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 말하고선 가자는 듯 먼저 발걸음을 옮깁니다.)
 
천오:저도 그리 알고 있어요, (이번 기회에 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그리 덧붙이고는 미로 뒤를 좇아 갑니다.) 혹시 이튼님께서는, 좋아하시는 꽃이 있으신가요?
 
미로 이튼:(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는 꽃집의 문앞에 섭니다. 이내 힐긋 뒤돌아보고선) 좋아하는 꽃이라... ... (곰곰...)
아, 천수국을 좋아하긴 합니다. 기억에 오래 남는 꽃인지라.
 
천오:... (머리카락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예쁜 꽃이긴 하죠, 천수국. 꽃말도 무척이나 좋던데요. (생긋 웃더니 꽃집 앞에 서서 꽃들을 바라봅니다.) 부케에 들어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지만.., 집안에 두는 선물 용도라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곰곰.. 하나 사줄까 생각중)
 
미로 이튼:(꽃말... 조용히 곰곰 생각해봅니다. 어떤 꽃이었더라, 하고.)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선 꽃집의 문을 열어줍니다.) 부케에 들어가기엔 너무 슬픈 꽃말도 존재하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하긴, 우리의 결혼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오:후후,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 (작게 웃음 소리 흘리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천수국과 만수국... 같은 메리골드 인데도 뜻이 다른 게 참 신기했어요. 가끔씩은 저도 헷갈린다니까요? (꽃을 한 번 바라보다가 구매하기로 합니다. 총총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분이.. 계시겠죠? 직원분께 만수국 한송이에 안개꽃을 두른 꽃다발 하나를 요청합니다.)
알고 있는 꽃과 뜻이 한정적이라 그런지 부케에 맞는 꽃을 찾기도 어렵네요. (사촌 언니한테 물어보고 올 걸 그랬나..)
 
들어간 꽃집에는 온갖 종류의 꽃이 다 있습니다.
 
문 바로 옆에는 데이지, 수국, 에리카가 나와 있습니다.
 
더불어 천수국과 빨간 장미가 오늘의 꽃이라 걸어져 있네요.
 
주문을 받은 직원은 곧장 꽃을 포장한 뒤 천오에게 건넵니다.
 
천오:감사합니다...! (꽃다발을 건네받고는 생긋 웃습니다. 데이지, 아까 창문에서 봤던 거다.. 가까이서 보이까 제법 귀엽고 예쁩니다. 괜히 입가에 잔잔히 미소 걸고...) ..저, 그리고.. 빨간색 장미도 한 송이만 주시겠어요? 가시는.. 조금 다듬어서..
 
꽃집 직원: 아, 오늘의 꽃 말씀하시는 거죠? (고갤 끄덕이고선 금방 준비해서 건네줍니다.) 가시는 이미 다듬어져 있어서... 여기요!
 
천오:아, 감사합니다! (꽃을 건네받고는 값을 지불합니다. 마음에 드는지 잠잠히 웃는 낯.. 이내 꽃집에서 나와서 미로 옆으로.. 갑니다. 이름 부를 뻔 한 거 또 한 번 참고..) 이튼님!
 
미로 이튼:(먼저 앞장서서 걷다가... 응? 힐긋 내려다보곤 고개를 기울입니다.)
 
천오:이거, 두 개 다 이튼님 드리려고 산 건데요. (잠시 고민하다가 장난스레 입꼬리 씩 올려서 웃더니 빨간색 장미 귀 위에 걸어 올려줍니다.) (^^..)
 
미로 이튼:(... ... ...)
(ㅍ ㅍ)...?
그래서... 이걸 하고 싶으셔서 샀다는 겁니까?
 
천오:네!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습니다.) 이건 그냥, 선물로 산 거.. 사실 이걸 선물로 드리려고 들어간 거였는데~ 마침 오늘의 꽃이 붉은색 장미라잖아요? 이튼님이 생각나서 바로 사버렸... (아, 옛날 버릇 또 나와버렸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장미.. 잘 어울리십니다.
 
미로 이튼:(덤덤... 하게 눈을 깜빡, 거리다가 이내 눈썹이 느릿하게 올라갑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야 뭐, 잠시 이러고 다녀도 나쁘지 않겠군요. 다만, 이튼 가의 양자가 미친 것 같더라... ... 라는 소문이 생겨도 괜찮다면야. (물론 장난이지만, 꽤... 진지해보입니다. 천오를 힐긋 내려다보고선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리기도 했습니다.)
 
천오:앗, (순간 시선을 한 바퀴 돌리다가 뗄까 말까 고민 좀 하면서 미로를 빤히 바라봅니다..) ..장미는 나중에 떼어낸다고 하더라도.. 이건 받아주실 거죠? (만수국 한 송이와 안개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건네 줍니다.) 이게 원래 선물이었습니다. 장미는.. 겸사 겸사였고요..
 
미로 이튼:(당당... 해도 되나? 여튼 당당하게 있던 도중 고개를 조금 기울입니다.) 어째 천오 양께서는 제게 선물을 많이 주시는 군요. 기분탓일까 싶다만. (건네는 꽃다발을 조심스레 받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제 귀에 있는 ... 그것을 빼내어 꽃다발에 어울리게 꽂아두기도.) 안 받을 이유는 없으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신랑의 부케라니 조금 아이러니하다만. (아마도 농담.)
아, 그러고보니 저도 한 군데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천오:제가 드린 게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꽃 뿐인걸요? (동시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자신이 준 꽃다발 바라보다가) 사실 사촌 언니 거랑 부모님 드릴 거랑 리사 줄 것까지 살까 하다가 그러다가는 제 손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한 거기도 한데.. (시선 흘림) 결혼식장에서는 신부만 들기도 하니까요. 이곳에서 만큼은 신랑이 들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잘 어울리시는 걸요.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갸웃이다가 읏ㅇ,먀 끄덕입니다.) 얼마든지요, 가고 싶으신 곳이라니 궁금한걸요. 어디인가요?
 
미로 이튼:... 그러게요, 뭐가 있으려나요. (조용히 고갤 끄덕이고선 발걸음을 옮깁니다.)
 
천오:(..? 의아한 얼굴로 눈만 깜박이다가 미로를 따라갑니다.)
 
미로가 발걸음을 옮겨 간 곳은, 한 가게입니다.
 
각종 골동품도 함께 팔며,
 
보석으로 세공된 오르골이나 동물 인형들
 
혹은 악세사리와 관련된 다양한 곳을 파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보석들도 아기자기하게 진열대에 놓인 채입니다.
 
미로는 직원을 불러, 부탁했던 물건을 받아옵니다.
 
미로 이튼:(상자를 받고선 천오를 힐긋 봅니다.) 천오 양도 사실 물건이 있으신가요? 구경도 좋구요.
 
천오:(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살 물건은 지금은 마땅히 생각이 나지는 않는데.. 구경은 해보고 싶네요, 역시 이런 가게는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꽤나 신이난 듯한 모습으로 진열대를 바라봅니다. 반짝이는 보석들이,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오르골 따위가 눈 안에 들어옵니다.) ..예쁘다, 정말.. (아,) 이튼님께서는 그 물건만 받으시면 되는 거였나요?
 
미로 이튼:그럼 마음껏 구경하시길. 곧 들어가고 나면 이런 여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느릿하게 고갤 끄덕이며 상대를 응시합니다.) 전부터 부탁해둔 것이었어서요. 마침 받으러 올 시간이 생겨서 다행이라 여기던 참이었습니다.
 
천오:(..맞다, 나 들어가면 또.. 한 순간의 재미로 잊고 있었는지 제 머리를 한 번 콩 칩니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언니가 나올 시간을 벌어줘서. (다음에 만나면.. 꼭 고맙다는 이야기도 한 번 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오르골..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번 열어봅니다. 예쁜 소리가 날까요? 안나면 우짜지.)
 
천오: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르골을 열자,
 
경쾌하고 맑은 오르골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곡을 들어보자하니...
 
아, 작은 별 이라는 오르골 소리군요.  
 
옛적, 그러니까 어릴 때 들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천오:(..) 괜히 추억 돋네...
 
미로 이튼:(가만... 듣고 있음.)
 
천오:소리.. 너무 예쁘네요, (조용히... 닫습니다.)
 
미로 이튼:(끄덕...) 살 생각이신가요?
 
천오:(눈 깜박이며 미로 보고 오르골 한 번 바라보더니..) 네, 살래요. 자기 전에 들으면 좋을지도.. (생긋 웃더니 고개 끄덕)
 
천오와 미로는, 계산을 마친 뒤
 
각자의 상자를 들고선 가게를 나옵니다.
 
가게를 나와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미로와 천오는 감시 당하는 위치인데도,
 
결혼식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꽃나무에서 꽃잎이 무수히 떨어집니다.
 
꽃향기를 맡는 가운데 문득
 
미로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얼굴이 가까워지고,
 
입맞춤은 금방이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오페라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피로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식을 끝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미로입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존재할까요.
 
...
 
...
 
...
 
밤이 찾아왔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조명의 색이 바뀝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풍경입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저마다 꾸민 옷차림의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에 단 한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목도합니다.
 
계단해서 내려오는 맨 얼굴의 미로는,
 
피로연을 위한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분명히,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두 사람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행복을 위한 결혼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잖아요.  
 
미로 이튼:천오 양, 당신의 첫 춤을 함께할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빛나는 불빛 사이,
 
만인의 축복을 가장한 주목 가운데,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정말,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저 손을 잡으면.  
 
이 피로연의 주인공들이 홀로 나가 춤을 추는 건 당연한 일이죠.
 
결국 그러한 감각을 고수하고서라도
 
당신은 미로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천오:(작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밀어진 손을 맞잡습니다.) 물론입니다, 제게 이튼님과 춤을 함께할 기회를 주시는 것 자체로도 영광인 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미로의 손을 맞잡습니다.
 
타인의 온기가 이토록 뜨겁게 느껴질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천오와 미로 이튼은 홀 정가운데에서 춤을 춥니다.
 
미로 이튼:(자연스럽게 상대의 허리에 손을 올려두고선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따가우나, 그럼에도 시선은 늘 그렇듯 상대에게로 둔 채입니다.) ... 다른 곳은 보지마. 가십거리를 아예 안 주는게 좋을 거야.
 
천오:..알았어요, 노력해볼게요. (고개를 끄덕이곤 올려다본 시선에는 오롯이 너만을 담습니다. 계속해서 느껴짐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시선들이네요, 정말. 단지 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 손에서는 너의 온기를 느끼며 찬찬히, 부드러운 발짓을 내딛을 뿐입니다.) ..이렇게 사람들 관심의 중심에서 춤 추는 거.. 꽤 힘든 일이네요. (정말 적응 안돼요.)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 뿐인 걸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여 당신들을 구경합니다.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의 홀 정가운데,
 
빛을 받고 있는 이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미로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하면,
 
달밤의 정원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춤을 추어야 했던 그 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세간의 주목을 온몸으로 받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천오?
 
천오:(..숨어서 추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한 번밖에 못 출 줄 알았던 춤을 다시금 미로와 함께 출 수 있다, 라는 사실은 정말 좋습니다. 다만.., 이런 시선들은 부담스럽기 짝이 없어요. 타인의 시선으로 인한 부담감과 약간의 두려움, 너로 인한 편안함과 기쁨. 그저 두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자하면,
 
타이밍 좋게 두 사람의 춤이 끝납니다.
 
춤이 끝나고 서로가 정중한 인사를 건네고 나면,
 
이내 미로는 느릿하게 당신의 뺨을 감싸쥐는가 싶더니
 
천오의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미로가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들지 않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미로의 눈동자 아래에 깔린 지독한 열망.
 
그곳에서 파생된,
 
...
 
미로 이튼:... (조용히 다시 한 번 더 인사를 건넵니다. 무엇을 위한 의미일지는 아무도 모르겠으나, 그저 고개를 들고선 상대를 빤히 내려다보다 시선을 거둡니다.)
 
천오:.. (..잠시간 너를 바라보다가 작은 몸짓으로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입니다.) ..이튼님. (그리고, 다시 너를 바라봅니다. 어쩌면 약간의 혼란이 담긴 눈.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바보같은 나는 지금, 왜 이번의 네 행동이 저번의 입맞춤들과 느껴졌던 감각이 없는지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정말 모르겠다고요.) ..무언가 다른 건가요?
 
미로 이튼:(여전히 가라앉은채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던 시선이, 이윽고 제 앞에 있는 상대에게로 옮겨집니다.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였던가, 자연스레 올라가는 입꼬리가 호선을 그립니다.) ... 글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한 번 더 정중히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의 미로가,
 
가문원들의 부름에 이끌려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길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
 
두 사람만의 춤이 끝나면,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당연하게도 당신은 혼자 남았지만요.
 
천오:..미로가 모르면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한 거죠, 뭐.. (휴우, 참았던 숨을 겨우 내뱉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차든, 물이든.. 긴장했던 터라 무언가를 마시긴 해야겠습니다. 조용히.. 음료가 있는 곳으로 가봅니다.)
 
음료가 구비되어 있는 곳으로 가면,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결혼식에 초대된 당신 집안의 친척이요.
 
그의 옆에는 늘 그렇듯 사용인이 있네요.
 
검은머리의 사용인: (쳡쳡 춉춉 빵 쓸어담는 중)
 
사촌: (어휴... ... 옆에서 주스만 홀짝입니다...)
(이내 천오를 보고선 싱긋 웃고) 안녕, 천오야. 뭐라도 먹는게 어때?
 
천오:아, 언니. (분홍머리 언니한테 다가가서는 손을 살짝 흔듭니다. 사용인...한 번 봤다가 다시 언니한테 시선 돌리고..) 안 그래도 지금 막 이튼님..이랑 헤어지고 오는 길이라, 잠시 쉴 겸 뭐라도 마시러 왔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니)
참, 아까는 감사했어요. 덕분에 이튼님과 시내까지 잘 다녀온 것 같아요, 언니.
 
사촌: (괜히 사용인 팔꿈치로 툭 치고는 싱긋 웃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아무래도 아까 춤추는 걸 봤으니까... 뭐라도 마시는게 어떨까 싶었거든. (아, 하고선 손을 내저으며) 그거야 뭐, 내가 얼마든지 꺼낼 수 있는 말이었으니까~
(이내 주변 눈치를 잠깐 보더니) 음, 그나저나 말인데... ...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몇 번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얘기를 꺼냅니다.) 이튼, 그러니까... 미로 씨였던가?
아까 오다가 들었는데, 그 사람이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 라는 유언비어가 돌더라구. ... 조심해야되는 거 아닐까, 천오야...?
 
천오:.. (벌써 언니 귀에 까지 들어간 거야..? 이거 소문이 너무 빠른데..) 괜, 찮을 거예요, 언니. 아까도 보셨겠지만.. 이튼님께서 잘 대해주시기도 하시고.. (손을 살짝 내저으며 애써 웃어보입니다.) 언니도 그런 유언비어 믿지 않잖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괜히 가슴이 쿡쿡... 양심이 아프지만, 일단 지금은 안심 시키는 게 우선이니까요..)
나중에라도 결혼식이 성사되고 그게 사실이 아닌데, 입에 오르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튼가문 분들도 여기 오신 손님 분들을 좋지 않게 볼 거라 생각돼요.. 적대감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언니 손 꼭 잡더니 눈꼬리 휘며 웃습니다.)
만약 정말로 미로가 그렇다고 한다면.. 제가 더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언니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런 헛소문.
아, 그나저나 저기 사용인 분은.. (빤히 보다가 눈 깜박) ..혹시 오시는 동안 굶었나요?
언니가 굶길 일은 없는데...
 
사촌: (따라 환하게 미소를 짓고선) 그치...? 하긴, 그럴리는 없으니까. 멀리에서 봐도 천오 너한테 호감이 꽤 있으신 것 같고, (고갤 한 번 끄덕입니다.)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아. 천오 너라서 더 걱정했던 것 같네...
... ... ... (화사... 하게 웃다가 삐끗.) (;;;)
 
검은머리의 사용인: (빵 냠냠 처먹다가 응? 돌아보고) ... 엉? (우물우물...) 어이, 아가씨 친구! 그러니까... 뭐냐, 친척? 여튼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
(마저 우물우물... 거리며 한숨) 에휴, 역시 아가씨 친척 아니랄까봐 비슷한 거 봐. (우물거리던거 삼킴.) ... 그나저나, 그 쪽이 이번에 결혼한다는 그... 천... (뭐냐? 아가씨 힐긋 봄)
 
사촌: ... (싸하게 보며) 천오. 내가 대체 몇 번이나 알려줘야 하니?
 
검은머리의 사용인: (아하! 머리 긁적;) ... 큼, 여튼간에. 결혼식 하나 엄청 거대하게 하시네요~ 어제 공연도 그렇고, 축하 기간동안 전부 이튼 가에서 계획했다던가. 이래서 돈이 남아도는 귀족 놈들이란~...
결혼식에 입을 웨딩복도 주문 제작이라던데? 그 쪽 아가씨께서 보셨으려나 몰라. (쩝, 하고선 접시 내려놓음)
 
천오:아,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눈 한 번 깜박이다가 고개를 기울입니다.) 웨딩복은.. 아직 못 봤어요.. 알려준 건 고마워요, 음... (뭐라고 부를지 잠시 고민.) 아저씨! (방긋)
 
검은머리의 사용인: (눈썹 움찔) 아저... ... 뭐?
(마인드 컨트롤... 상대는 아가씨 친척이다... 아니 하지만 이 XX가 먼저...! 싶지만 난 어른이다. 참자. 하고선 눈썹을 피고 히죽 웃습니다.) 예예~ 그럼요, 당연히 알려드려야지. 꼬맹이 아가씨!
 
천오:..꼬맹이요? (빤히 올려다봅니다. 지이이...) 꼬맹이라고 하기에는 벌써 결혼까지 하기 직전인 사람인 걸요, 아저씨. (또 한 번 화사하게 웃더니 언니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언니, 이 아저씨 언니랑 오래 지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언니 옆으로 다가가서 조심히 소근 소근.. 몇 살이에요..?)
 
검은머리의 사용인: 아오 보자보자하니까 이게...!!!
 
사촌: (사용인의 입을 , 막고선 싱긋 웃습니다.) 응, 나랑 동갑이야~
(사용인 쪽으로 고개 힐긋 돌리고선 속닥...) 우경아, 지금 우리 천오한테 이게라고 한 거야...?
 
검은머리의 사용인: ... ... ... (쳇, 하고선 고개를 휙 돌립니다.) 하여간, 천씨 집안 아가씨들 성질머리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저런 당돌한 아가씨랑 결혼하다니... (이튼가? 고개를 절레 내젓습니다.) 이건 단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이네.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혹은 둘다거나. 내 생각엔 완전히 훼까닥 돌아버린 것 같지만~ (히죽)
 
천오:(우경이라는 사용인 빤히 바라보다가.. 그건 아저씨 아닐까요, 하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그 후엔 웃었지만요.)
 
사촌: (어휴... 고개를 절레 내젓고선 사용인의 뒷목을 잡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있었다간 이 친구 성질머리만 자랑하게 될 것 같으니까~... 우린 이만 가볼게! 남은 파티 즐겁게 보내, 천오야~
 
천오:네, 언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입가에 잔잔히 미소를 걸어보입니다.) 사용인 오빠도 잘 들어가세요, 이왕이면.. 우리 언니 잘 챙겨주시고! 다쳐도 안되고 넘어져도 안되고 아무튼.. 집까지 잘 모시고 가주세요~
 
검은머리의 사용인: 엑, 잠시만... 아니! 내가 또 왜!? (질질 끌려가며... 손 흔들...) 뭐~... 그래, 그런 건 알아서 잘 할테니 걱정말고! 아가씨도 수고~ (질질)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친척과 사용인은 자리를 뜹니다.
 
천오:(그러고보니 얘기 한다고 아무것도 못 마셨네.. 과일 음료 하나를 골라서 마십니다, 홀짝..)
 
과일 음료를 마시면... 맛있습니다!
 
천오:(네! 아무래도 분위기가.. 응.)
 
그 찰나에,
 
천오는 다시금 시선을 느낍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천오:(..급 다시 불편해졌다. 표정 관리 표정 관리..)
(웃는 낯을 최대한 유지하며 시선이 느껴지는 쪽을 힐긋 바라봅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대뜸 다가옵니다.
 
당신의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쥐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고 모독적인 주문처럼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 나와 함께 지하 동굴로 가자. 나의 거래자가 되어라.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라!
 
눈에는 흰자만이 존재하고, 그 흰자마저 빨갛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의문모를 문장을 내뱉던 사람은
 
이내 당황한 듯 더 빠르게 말을 내뱉습니다.
 
???: 아, 그 빌어먹을 것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도망치려 하고 있어.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빼내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소용 없다, 소용 없어!!!
 
상대를 바라보니 미로의 가문원입니다.
 
천오:(흔들리는 동공으로 그 가문원을 바라봅니다. 이유 모를 공포감, 세게 잡힌 손목이 아려옵니다.) 무, 무슨...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 수작도 안 부렸다고요..!! 애초에 (앞에 있는) 이튼님께 제가 간 적도 없다고..! 놓아주세요, 손목..!!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천오: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천오:..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보다가 가문원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봅니다. 지금 있었던 상황이 너무 이상해서.. 어쩐지 불안합니다.)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그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미로의 가문원들입니다.
 
그 수많은 모든 사람이,
 
무감각한 표정으로 일제히 당신을 응시합니다.
 
천오:(...따라가봅니다.)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들의 시선 뒤 창문 너머 바닷가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제게로 오라고. 자신의 지하 동굴로.  
 
어떻게 할 건가요, 천오.
 
천오:(..숨을 한 번 내뱉고는 시선을 돌립니다. 더 가기에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질 것 같고, 사방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천오: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다행스럽게 흔적이나 흉터가 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춤을 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삐끗했던 걸까요?
 
발목이 조금 아려오기 시작합니다.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듯 하니 그곳에서 쉬면 되겠네요.
 
천오:(욱씬 거리는 발목을 힐끗 내려다보고 조심 조심 휴게실로 향합니다. 내일까지는 나아지리라 믿어야겠죠. 그러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내일 아침은 결혼식 날입니다.
 
이 결혼식의 끝은…….
 
...
 
...
 
...
 
img
 
휴게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한 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푹신한 소파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천오:(걸음은 자연스럽게 소파로 향합니다.)
 
푹신한 소파입니다.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천오:(..누가 왔다 갔나?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변을 두리번 거립니다. 아무도 없죠..? 소파 아래를 힐끗 봐봅니다. 어쩐지 찝찝한 게 조금 많아서.,)
 
소파의 아래에는 먼지만 쌓여있습니다.
 
아래에는 딱히 볼 것이 없는 것 같은데요.
 
천오:(그럴 것 같았어요, 옷에 묻은 먼지 톡톡 털곤 소파에 앉아..봅니다.)
 
소파에 앉으면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듭니다.
 
비싼 소파인 걸까요? 착용감이 좋네요.
 
천오:(관찰 판정으로 소파를 살펴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파 틈새에 끼어 있는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누군가 급하게 휘갈긴 듯한 쪽지입니다.
 
천오:(..? 주워서 확인해봅니다.)
 
읽는다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mg
 
천오:... (아무래도 자신과 미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티 테이블을 확인합니다.)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누군가 읽다 만 동화책이 존재합니다.
 
천오:(동화책을 살펴봅니다. 열려있는 페이지가 있다면 그 쪽을.)
 
동화책을 읽을 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합니다.
 
 
[ 1p. ]  
 
그들은 숲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마녀의 마법으로 다시 살아나 죽기 전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과거의 삶은 조금 기묘했지만요.
 
존재하지 않던 것이 생겨나고,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드러났습니다.
 
마녀가 현실을 미약하게 조작한 것입니다.
 
 
천오:(한 페이지씩 넘겨봅니다.)
 
 
[ 2p. ]  
 
두 사람 중 한 쪽을 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이 또한 마녀의 짓이었습니다.
 
마녀는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일부는 세뇌시켜
 
자신 대신 그들을 감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천오:(...) (넘깁니다.)
 
 
[ 3p. ]  
 
그러나 지혜로운 ■■는,
 
죽기 전 얻었던 지식을 사용해 두 사람을 보호할 마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마법이 중첩되어 완전히 마녀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때,
 
■■를 데리고 도망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천오:(하아... 한 번 더 넘깁니다.)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천오:...왜?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빤히 바라봅니다. 하지만 문득 깨닫습니다. 결말은,)
..결말은, 우리가 써내려가야되는 걸지도모르죠.
(찻잔과 티포트는.. 평범할 것 같은데..) (티포트 뚜껑을 살짝 열어봅니다..)
 
찻잔에는 다 마셔서 남아있지 않지만,
 
티포트에는 라벤더 티가 남겨져 있습니다.
 
익숙한 향이네요.
 
아마 미로가 직접 나눠주었다던 그 라벤터 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천오:(역시 라벤더 티구나. 여기 있는 차들은 거의 다 라벤더 티인걸까.) ..재우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정신을 몽롱하게 하기 위해서 일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턴 테이블로 향합니다.)
 
LP판이 돌아가는 턴 테이블입니다.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어 보이는데요.
 
천오:(..음, 고민하다가.. 턴 테이블을 멈춰봅니다.)
 
턴 테이블에 있는 LP판을 멈추면,
 
... 잘 멈춥니다.
 
흘러가던 노래가 또 동시에 멈추고요.
 
천오:(ㅎ...) (괜히 건들였나? 조용해지니까 어색..) (턴 테이블에 특별한 점은 없나요? LP판도.. 두 가지를 한 번 자세히 봐봅니다.)
 
천오:oO(그치만.. 부술 수는 없어요, 마스터..)
 
천오:(관찰 판정 가능할까요?)
 
천오:(아까 내가 뭘했지..) (음.. LP판을 빼내어 봅니다. 사이에 뭔가 있을까요? 이것도 아니라면 관찰 Go.)
 
천오:(..턴 테이블을?)
 
천오:(ㅎㅎ..넵)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
 
:...
 
천오:(LP판 아래를 봐봅시다.)
 
:
마스터는 커피를 마시느라 못 봤어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동화책에서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천오:(..턴 테이블을 들..어서..! 꺼내봅니다.)
 
턴 테이블은 의외로 가볍... 습니다.
 
들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지만,
 
여튼 종이를 살펴보면 동화책에서 찢겨나온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천오:(혹시 찢어질 수도 있으니까.. 만일을 대비했다고 칩시다. 우선 종이를 살펴봅니다.)
 
종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4p. ]  
 
…계획은 마냥 완벽하진 못했습니다.
 
여전히 마녀의 마법으로 인해 망각에 사로잡힌 이와,
 
세뇌에 사로잡힌 이들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도망쳐도 그들을 쫓아올 사람들이.
 
때문에 ■■은 우연 중에 얻어낸,
 
마녀의 세뇌를 벗어날 주문을 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영원히 ■■■■■■.
 
 
마지막 문장은 잉크가 번져 읽을 수 없습니다.
 
그 순간,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립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이는 미로입니다.
 
천오:(주문... 주문이 있고, 그걸 알고 있어..? ..세뇌에서 벗어날 주문.. 난 모르는 것 같은데.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화들짝)
 
미로 이튼:(다급하게 다가와선 손목을 살핍니다.) ... 괜찮아?
... 미안, 아까 도와주지 못해서. 분명 봤었는데... (가문원들을 말하려는 듯 휴게실 문쪽을 힐긋 눈치 주고선) 갈 상황이 아니었어.
 
천오:아, (손목 때문이구나, 네 모습을 보고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한테만 신경써달라고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어깨 한 번 으쓱이고.) ..그으런데.. 저기, 제가 아까.. 지하 동굴로 오라는 목소리가 들렸거든요. (시선을 한 번 굴리다가 미로를 봅니다.) ..미로는 들었어요? 왠지 혼자는 못 갈 것 같아서 가지는 않았는데.. (음,) 괜찮으면.. 같이 가줬으면 해요.. 뭔가, 무시할 수가 없는 목소리였어요.
 
미로 이튼:... ... 지하동굴...? (그럴리가 없는데, 라며 작게 중얼거립니다. 와중에도 걱정된다는 듯 구긴 미간은 펴지지 않습니다. 혼자 조용히 생각을 되뇌이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 좋아, 대신 밖은 시선이 퍼져있으니까. ... 언급은 되도록 하지않기로. (가자는 듯 손을 내밉니다.)
 
천오:(..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로의 손을 잡습니다. 긴장되지만, 괜찮겠죠.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휴게실 밖으로 나섭니다.
 
아까 기괴했던 가문원이 어디로 갔는지 떠올리고자 한다면,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문원이 향했던 방향을 떠올립니다.
 
분명 휴게실에서 멀지 않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에서 뒷모습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천오:..이쪽이에요, 미로..! (복잡한 머릿속에서도 꾸역 꾸역 기억해내며 가문원이 사라졌던 곳을 쫓습니다.)
 
미로 이튼:(조용히 고갤 한 번 끄덕이고선 발걸음을 따라 옮깁니다.)
 
가문원이 사라졌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당연하게도 가문원은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천오:(..조용히 복도를 둘러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 깔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두 번 접힌 종이 쪽지네요.
 
천오:(쪽지를 주워서 핀 후에 읽어봅니다.)
 
종이 쪽지에 적힌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img
 
천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미로 이튼: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옆에서 쪽지를 보고선 곰곰, 생각하더니) ... ... 천오 양.
아무래도 발목이 부어있는 것 같은데, 함께 숙소로 올라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 어떠십니까? (조용히 상대에게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아무래도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다른 것이겠지요.)
 
천오:..아, (자신이 너의 말에 담겨있는 뜻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조금은 헷갈리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튼님. 그럼.. 숙소까지 함께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미로 이튼:(고갤 한 번 끄덕이고선 부축을 하는 듯이 숙소로 이끕니다.)
 
천오:(미로에게 살짝만 기대서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두 사람은 함께 숙소로 올라갑니다.
 
...
 
...
 
...
 
도착한 미로의 방은,
 
천오의 방과 유사하나 구조가 반대로 되어있습니다.
 
불이 꺼져있는 숙소의 방 안,
 
그 곳으로 두 사람이 완전히 들어서고 나서야
 
미로의 방 문이 굳게 닫히고,
 
방의 주인은 긴장을 내려놓는가 싶더니
 
이내 천오에게 느릿하게 입을 맞춥니다.
 
img
천오와 미로 이튼은, 총 5회 이상의 보호 주문이 완료 되었으므로
감시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미로 이튼:(잠깐의 정적, 이내 천천히 입술을 떼고선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고요하게 상대를 내려다보며 말하기를,) ... 이제부터는 계속 편하게 얘기해도 괜찮아, 천오.
 
천오:... (언제나 그렇듯 제 입술을 손으로 톡, 건들였다가 한참을 너를 바라봅니다.) ..그런가요, (안도, 그와 동시에 조금 풀린 긴장이 섞인 한숨을 내쉬어보입니다. 어색함이 조오금 느껴지는 투로 찬찬히 말을 골라 내뱉습니다.) ..그나저나, 아까 저희가 봤던 주문.. 그거 정말일..까요? (눈 한 번 깜박) 정말이라면 저희 도망..갈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멀쩡히 돌아왔다고 당일에 결혼식 취소하는 것도 제법 웃기긴 하겠다만, 그래도.) ..으음, 뭔가 머리가 복잡해요..
 
미로 이튼:(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입니다. 이내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가, 아. 하고선 짧게 말을 내뱉습니다.) 일단, 나랑 비슷한 세뇌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을 많을 거야. 적어도 날 아는 집안은 다들 그렇겠지. (기울였던 제 고개를 원래대로 둡니다.) 그러니까,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겠지만, ... 만약 결혼식 당일이라면?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 (말 끝을 흐리고선 상대를 바라봅니다.) 소용이 있을지 없을지 희미한 가능성이라도, 지금은... 거기에 걸어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천오:...! (아, 그러네. 세뇌당한 사람들이 많았구나, 그 사실을 간과했다. 네 말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길게 숨을 한 번 내뱉습니다.) ..이걸로 모든 사람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 지금은 거기에 거는 수밖에 없잖아요. (네 말에 입가에 옅은 호선을 그려보이고는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세뇌를 풀 수 있을 거고.. 그게 우리한테도 좋을테니까요. 역시 미로가 똑똑하네요. (작게 웃음 소리 흘리고) 저 혼자였다면.. 아마 사람들 찾아서 혼자 돌아다니느라 몇 개월은 걸렸을 지도 모르겠어요.
 
미로 이튼:그치,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응? 조금 옆으로 기울입니다.) ... 과찬이야. 그러는 천오 너도,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해내지 않았었던가. (눈을 빠르게 한 번 깜빡.) ... 날 화나게 하는 건 쉽지 않은데, 그걸 또 해냈고 말이야. (아마도 농담, ... 이지만 목소리에 조금 힘을 주어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시금 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러니까 저번에도 말했 듯, 혼자 보다는 둘이 더 나을지도 몰라.
 
천오:그래도, 너무 위험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보호 주문이라는 것 덕분에 느껴지던 시선들도 사라졌고, 세뇌를 풀게 하는 주문도 찾았습니다. 아마 이것들이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 아닐까.) ... 그건, (이어지는 말에 괜히 고개를 숙입니다. 알게 모르게 장난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네게 미안한 마음은 드문 드문 올라와 순간 너를 바라보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제 팔을 꾹 누르며 순간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담았을 뿐입니다.)
..그래요, 둘이 더 나을지도.. 모르죠. (특히 믿고 있는 너라면 더더욱. 자신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지만, 그게 네가 함께 선택해준 길이라면 그 길은 분명, 빛으로 이끌어줄 거라 믿어요.) ..분명,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예요.
 
미로 이튼:... (깊게 쓴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만, 상대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 있자하니 제 눈썹이 위로 한 번 들어올려집니다. 그 상태로 빤히 응시하는가 싶더니, 이내 이어지는 대답에는 답지 않은 장난스러움. 혹은 다정함이 아주 옅게 묻어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한테도 조금 의지해달라는 뜻이잖아. (상대의 머리 위에 제 손바닥을 툭, 올려놓았다가 내리고선) 언제는 진정이라도 시켜달라며? 이 쪽이 빠를 것 같았는데, 아닌가? (이어지는 말에 고갤 끄덕입니다.) ...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믿어.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천오:이미 의지는 많이 하고 있는 걸요, 지금도.. (그때는 조금 예외였단 말이에요. 그 말을 덧붙이더니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 너를 올려다봅니다. 머리 위에 올려진 손길과 너의 말은 언제나 그렇듯 다정해서, 따뜻해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그거는.. 좀 별개 아니에요? 놀란 것들이 한 두개가 이니긴 한데 말이에요..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어쩔 수 없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입니다.) 진정됐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로라서 진정되는 속도는 좀 빠르네요. (네 손을 살짝 잡아 내리곤 짧막하게 손 끝에 입을 맞추고는 그대로 입가에 호선을 그립니다.) 이건.. 고맙다는 인사 정도? (장난스레 웃으며 내뱉은 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제.
 
미로 이튼:그래? 그렇다면 다행인 일이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던 와중에, 제 손에 인사를 건네는 행동을 시야에 담습니다. 눈이 조금 크게 떠진 채로 몇 번 깜빡였을 때쯤,) ... 하는 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받는 건 그렇지 않은가봐. 이것도 천오 네가 자주 해주면 또 익숙해질까 싶은데. (그럼 나쁜 걸까, 좋은 걸까. 장난스레 그리 덧붙이고선 상대의 손을 맞잡습니다. 이내 근처에 있던 의자로 데려가 앉힙니다.) 그러게, 내일이면... 정말 모든 결말을 알 수 있게 되겠지.
(신발을 벗으라는 듯 고개를 한 번 까닥입니다. 이내 자신은 수건을 가지러 가는 듯 발걸음을 뗍니다.)
 
천오:(함께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네 표정을 한참 바라봅니다. 자주 보이지 않는 표정이라 그런지 신기하기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글쎄요, 제가 자주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익숙해진다면 미로가 놀라는 모습은 잘 못 보니까 안 좋을 것 같기도? 저도 미로가 하는 거 별로 익숙하진 않거든요~ (그대로 폴폴.. 미로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서 의자에 앉습니다.) 좋은 결말이 될 거라고 믿어요, 이전의 결말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여러 의미로.. (자신이 할 말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네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줄 알았으니까.)
(,.아, 발 다친 거 까먹고 있었다..가만히 의자에 앉은 채로 조심 조심 신발을 벗습니다. 많이 부었나..? 정말 춤추다가 삐끗한 건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친 건지.. 원.. 나름 춤에 자신이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
 
미로 이튼:꽤 익숙해진 것 같던데... 아닌가? (중얼거리 듯 말하며 눈을 느릿하게 내려뜹니다. 그리고는 혼자 속으로 옛 기억을 떠올렸던가, 히스 꽃밭에서 이루어졌던 그 순간을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드는 것이, ... 마지막에 천오가 무어라 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눈을 몇 번 빠르게 깜빡이다가 맙니다.)
(이내 적신 수건을 가져와서는 상대의 발치로 가 무릎을 내려 앉습니다. 조심스레 발을 잡아 닦아주기 시작하기도 하고,) ... 그렇게 많이 부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마 구두가 높았을 수도 있고, 아님 요 근래 많이 돌아다녀서일 수도 있겠고. (시선은 발에 향한 채입니다.) 내일 큰 마무리를 지어야 할텐데, 잘 나았으면 좋겠네. 혹시라도 (...) 잘못 된다면 죽어라 뛰어야 할테니까.
 
천오:지금은 조오금 익숙해지긴 했는데, 처음에 그랬을 때 얼마나 적응 안 됐는데요. (머리카라 끝을 손으로 매만지다가 어색하게 웃습니다.) 옛날에 정원에서 한 번 했기는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잖아요? 미로는 나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지,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지.. 진짜 처음에.. (한숨 내쉬고 고 개 절레 절레. 무언가를 생각하는 네 모습에 응? 눈을 한 번 깜박이곤 고개를 기울입니다.) 아, 그러고보니까.. 저희 웨딩복은 이튼가에서 주문 제작 했다고 들었는데.. 미로가 한 거예요? 아니면 다른 가문원 분들?
둘 다 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괜찮을 거예요, 오래 다녀서 그런 거라면.. 쉬면 금방 나을테니까요. 푹 쉬는 게 답이겠죠, 뭐. (가만히 너를 내려다봅니다. 항상 시선을 위에 두었던 것 같은데, 이리 아래로 네 머리카락만이 보이는 것도 나름 새롭네요. 몇 번 네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웃습니다.) 괜찮을 거예요. 이 정도 발목 아픈 거 정도는 금방 나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미로. 미로도 컨디션 관리 잘하고 푹 쉬세요, 오늘은.
 
미로 이튼:고르는 건... 내가. 돈은 그 쪽이. (간단하게 대답하고선 고갤 짧게 한 번 까닥입니다.) 대귀족 가문의 양자라는게 이렇게 편한 거일줄 몰랐는데 말이야. 나중에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면 우리 가문에 좀 더 힘 써봐야겠어. 가문이 바뀌었을 뿐이지 아마 다들 기억이 돌아오면, 우리 집안도 어디에선가 날 찾을 수 있을텐데... 아버지가 날 가만히 잊어버릴 일도 없을 거고... (무언가 계획이라도 읊듯이 빠르게 말을 중얼거리다 (...!) 문득 멈칫, 이유는 제 머리카락 위에서 느껴지는 감촉 때문일 겁니다. 긴 생각이 끊어진 듯 아, 하며 눈을 빠르게 두어번 깜빡입니다.)
(이내 바람이 빠지는 듯한 웃음을 작게 흘리고선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입니다.) ... 그래, 그래야지. 오늘은 생각도 조금 줄여보고, 내일만 생각하고 자야겠네. (그리 말하고선 발에 남아있던 물기를 마저 다 닦아냅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발등에 입을 짧게 맞추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다보고,) 그럼, 이제 방으로 갈 거지?
 
천오:(돌아가기도 전부터 계획을 새우고 있네, 이 도련님은. 하지만 그게 너 답다는 걸 느끼기에 작게 웃음 소리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이내 네 머리에서 손을 떼고, 차분히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 (발등에 닿는 익숙치 않은 촉감에 순간 몸이 떨립니다. 사용인들을 제외하면 누군가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네 행동에 어쩌면 조금 삐걱거린 걸 수도 있겠네요.) 아, 네, 가야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구두를 신고.. 조심히 일어섭니다.) ..챙겨줘서 고마워요, 미로. (곰곰) 이튼님? (장난스런 투로 부르곤 웃어보입니다.) 이 쪽도 이제 나름 익숙해진 거 있죠?
 
미로 이튼:(나름의... 뿌듯함이라고 해야할까요, 만족감이라고 해야할까요. 상대의 기분 좋아보이는 웃음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다가, ... 삐끗.) ... 그건 이제 안 불러도 괜찮은 거 알지? (억지로 연기하는 건 아직도 숨이 막히는지라, 게다가 웃는 낯이라니. 여태까지 유지했었던 미소가 힘들었는지, 얼얼해진 제 입꼬리를 한 번 더 비죽 올리고선 내립니다. 작게 한숨이 이어지는가 싶고.) 그래도 뭐, 천오 너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식 날입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식인지는 정말 아무도 알지 못하나,
 
적어도 웨딩 로드의 곁에 서 있는 이는 당신과 미로일 테고…….
 
그 끝에 존재하는 건
 
완벽한 행복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은,
 
자유로워질 준비가 되었잖아요.  
 
그러니,
 
그러니…
 
….
 
창밖으로부터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차가운 바다는 가져올 봄을 안고,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미로와의 시선이 마주치고
 
당신은 그 눈빛이 무엇을 위한 맹목을 띠는 지를 압니다.
 
그래요. 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미쳤습니다.
 
그게 친우로써의 사랑일지는 몰라도,
 
이만한 맹목에는 세 가지 이유밖에 없으니까.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둘다거나…….  
 
...
 
...
 
...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은
 
곧이어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예식복은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과 친척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축하. 축하라…….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 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쿵, 쿵, 하고.  
 
이 결혼식이 끝나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천오:(글쎄요, 자유로원진다.. 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적어도 지금껏 느꼈던 이상한 변화들은 사라지겠죠. 미로도, 다른 사람들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자신의 자유와 행복은 뒷전에 미루더라도, 사람들을 우선시 생각하기로 합니다. 세뇌에서 풀려나게 해야 할 사람들을.)
 
리사:(머리의 정돈을 끝내고선 활짝 웃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아가씨! 저 관객석에서 꼭 열심히 응원하고 있을테니까요!
 
천오:응, 수고 했어요, 리사. (..) 고마워요.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답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리사:별 말씀을요! (화사하게 웃어 보이고선 꾸벅, 인사를 건넨 뒤 휴게실을 나갑니다.)
 
사용인들이 휴게실을 나가고 나면
 
문득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 내려옵니다.
 
천오:(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봅니다. 저 곳에서 내려올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겠죠.)
 
네, 당신의 예상대로
 
내려온 사람은 미로 이튼, 미로입니다.
 
원칙 상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으나,
 
부득이하게 당신을 찾아왔음이 드러나는 얼굴입니다.
 
미로 이튼:... (조용히 시선을 마주하고선 고갤 끄덕입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왔어.
결혼식 중간에 내가 신호를 주면,
천오 넌 무조건 홀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에만 집중해.
... 물론 주문을 사용한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그게 먹힐지는 미지수니까, 일단 도망치는 것과 함께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천오:..네, 알겠어요. (저번에 봤던 종이를 되새기며 느릿하게 눈을 꿈벅입니다. 할 수 있을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몇 번씩 혼자 중얼거립니다. 긴장감과 불안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최선을 다 할게요.
..미로도 서둘러 나오고요. 위험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결혼식에서 도망가야 되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니까요.)
 
긴급한 대화 중
 
휴게실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미로는 휴게실 바깥으로 나가기 전,
 
천오에게 입을 맞춥니다.
 
당신의 뺨에 온기가 짧게 스치 듯 지나갑니다.
 
문을 나서며 미로가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선이 짧게 와닿고,
 
곧 스쳐지나가 사라졌습니다.
 
아마 저 눈빛에는,
 
당신이 마지막으로 말한 것에 대한 대답이 담겨있었던 것만 같습니다.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축복과 환희와, 행복이 가득해야 할 결혼식…….
 
당신과 미로의 결혼식입니다.
 
나갈까요, 천오?
 
천오:(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나섭니다. ..식장으로.)
 
당신은 식장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
 
...
 
그렇게 웨딩 로드를 한 발자국 밟으면,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피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관심 사이 하객석을 향해,
 
천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미로의 가문원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모두 당신을 잡아 먹을 듯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허공으로 꽃잎이 휘날립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마냥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없음을 압니다.
 
계획이 틀어진다면,
 
탈출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릴 게 분명합니다.
 
웨딩 로드의 끝에서 미로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우리.
 
지독한 위기에 여러 번 처하고 마는 우리.
 
가엾은 우리,
 
가엾지 않은 우리……
 
...
 
오로지 그만을 필요했다는 절절한 편지를 기억하나요,
 
그건 과연 하나의 고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모든 각오를 담은 고백, 말입니다.  
 
미로의 곁에 다가오면 주례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당신도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주례의 내용은 사실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미로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손에 든 부케가 미약하게 흔들리고,
 
주례사: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물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미로가 대답합니다.
 
미로 이튼:... 맹세합니다.
 
천오:..맹세, 합니다.
 
이 하나의 서약이 끝나면,
 
미로가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미로 이튼:지금이야, 천오.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주례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주례사: 이 시간부로 천오와 미로 이튼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직후에 일어난 일은
 
이 모든 무대를 뒤집어버릴 사건입니다.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미로가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맞잡은 미로의 손은 단단합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미로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미로를 바치려 움직입니다.
 
천오:(..눈을 질끈 감고 뛰는 것에 집중합니다. 동시에 작게 세뇌를 푸는 주문, 그에 대한 키워드를 읊습니다.)
데이지, 바다, 폭풍..
데이지.., 바다, 폭풍..!
 
천오:3
 
동시에, 세뇌를 해제하는 주문이 발동됩니다.
 
두 사람을 쫓아오던 무리는
 
두 사람이 오페라 하우스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즉시 행동을 멈춥니다.
 
또한 미로를 잊고 있던 천오의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시간은 환한 대낮,
 
작열하는 태양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질렀습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와 해안가를 지납니다.
 
파도가 발치에서 넘실댑니다.
 
신발을 벗어 던져도 괜찮습니다.
 
발을 짓누르는 구두가 저 멀리 흘러갈지라도 괜찮습니다.
 
당신들은  
 
...
 
자유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
 
나부끼는 머리카락이 시야에 잡힙니다.
 
한참을 달리던 미로가 이윽고, 당신을 돌아봅니다.
 
이 기이한 현실,  
 
이 기이한 고통,  
 
이 기이한 헌신,  
 
이 기이한…
 
기이한 환희…….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눈부시게 쏟아지는 파도의 위에서,
 
미로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미로 이튼:... 그 때 천오 네가 말했었지, 마지막 순간에 같이 있어줄 수 있느냐고.
내 대답은 항상 같아, 천오. 마지막이든, 앞으로든 언제나 함께할 거야.
... 너는, 나와 함께할 수 있어?
 
천오:..네, 제 대답도 같아요. 미로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거, 그거 하나면 도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나는 네가 필요했고,
너만이 필요했으니까.
제 대답도 변하지 않아요. 미로와 함께 하고 싶어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단 한 사람의 부재로도 우리, 가 성립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 마지막을 넘어서도...
 
...
 
죽음을 너머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영원이 있기를 바랄까요.
 
아니면 그 외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당신이 원하는,
 
아니 우리가 원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시다.
 
당신들은 이미, 드디어,
 
자유와 같은 형태가 된 것입니다.  
 
...
 
...
 
...
 
img
 
그 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이튼 가문원들의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 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는 발언과
 
천오의 가문원들의 ‘미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생을 거머쥡니다.
 
에리카 꽃이 가득 피어있는 숲 속,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미로가 잔잔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미로 이튼은 맹세하였습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라고요.
 
당신 또한 그에 맹세했습니다.
 
이 맹세가 어떠한 맹목을 의미했을지는 모르지만,
 
미로가 다시금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천오:(어쩌면 자연스럽게, 살며시 네 손 위로 손을 올립니다. 입가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소가 머무릅니다.)
 
미로 이튼:(제 손 위에 겹쳐진 손을 빤히 바라보다, 이내 천천히 왼손 새끼 손가락에 무언가를 끼워줍니다.)
결혼식 전날에 받았으면서 언제 주나 싶었는데... 이제야 주네.
(제 새끼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들어 보여주고선) 결혼 선물. 네가 언제 누구랑 할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주는 거라 생각해.
 
천오:..참나, 결혼할 뻔한 상대한테 이런 거 주는 게 어디있어요? (당연하지만 농담. 그리 이야기하더니 웃음 소리를 흘리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래도, 정말 예쁘네요. 고마워요. (..) 그런데 미리 주는 거라고 하면, 괜히 찝찝한 거.. 어쩔 수가 없는데. (느릿하게 눈을 꿈벅이다가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봅니다.) ..제가 언제 결혼을 하든, 미로가 언제 결혼을 하든.. 그 때도 서로 옆에 있을 거라고 믿을 게요. 사실 이 반지 돌려드리고 결혼할 때 주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이어지는 말은 퍽 장난스러웠습니다.) 미로랑 반반인 반지이기도 하고.. 예쁘니까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미로 이튼:당연하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일어나진 않을테니까. (그리 말하고선 미세하게 미소를 짓다 고갤 기울입니다.) ... 아? (장난이었겠지, 싶어 고갤 한 번 까닥이고선) 그래, 그럼... 그 때는 다른 반지를 생각해보도록 할까. (이어지는 말에는 따라 장난기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말투만 따져보자면 사뭇 진지하지만,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요.)
 
...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천오, 미로 이튼 생환.
 
두 사람은 완전히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
 
보상 이성치 1d5+1
 
천오:
rolling 1d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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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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