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 Stack Icecream Hein
[ 로미오 ] 히트 아일랜드
TRPG PlayLog/Cheon-O

Kpc.천오, Pc.이미로 | W.숑

2022 05 03 ~ 2022 05 04 | 10H

 

 

 

 

여름의 청춘이란 상사병이 낭만화된 시절.

 

 

 

 

 

 

 

 

 

 

 
아무래도 역시 미로는 고양이가 틀림없다
 
꺄아아아악
 
이미로:(아닌...데...)
 
고양이가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야옹 한 번?
 
시켜보고 싶었어
 
이미로:ㅍ_ㅍ
 
....미안
 
이미로:... ... ...................... 야.
...............................................................................옹.
 
아 진짜 미치게 귀여워 응응
 
좋아 가보자 미로야! 오랜만이군
 
이미로:(주먹 꽉쥠) (아자)
 
...
 
...
 
...
 
╔═══ -ˋˏ .·:·.⟐.·:·. ˎˊ- ═══╗
 

 
KPC 천오 PC 이미로
 
Written by 숑곰
 
╚═══ -ˋˏ .·:·.⟐.·:·. ˎˊ-═══╝
 
여름의 청춘이란 상사병이 낭만화된 계절.
 
살갗에 들러붙는 햇볕은 따스하다 못해 몸을 달구고,
 
새파란 하늘에는 그림 같은 구름 몇 점이 일렁입니다.
 
도로의 지평선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마을 내 모든 학생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
 
3년 내리 같은 반 동급생 멤버가 고정되는 산골 마을에서는
 
낡아빠진 정류장마저도 특별한 존재인 법입니다.
 
머리 위로 드리우는 나뭇가지의 그늘 아래 당신은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당신의 손에는 한 장의 종이가 들린 채네요.
 
처방전입니다.
 
이미로:(눈 깜빡... 느긋하게 구름이나 바라보다가, 처방전을 읽어본다.)
 
처방전
 
그렇습니다.
 
현재 시각은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공휴일도 개교기념일도 휴교도 아닌 평일에 교복 차림인 미로가
 
학교가 아닌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조퇴 후 병원에 다녀왔기 때문에.
 
진찰 결과는 간단합니다.
 
상사병.
 
상사병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제 겨우 십 년 중턱을 넘은 삶 속에서
 
상사병에 시달릴만큼 지독한 사랑에 빠질 수가 있단 말인가요?
 
그러나 당신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보고싶다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누군가를 찾아가 당장 끌어안고자 하는 이 열망!
 
이미로:(착잡...) (미간 꾹... 누르고 더 읽어본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나...
 
상사병.
 
이 우스운 단어는 현재 십 대 청소년들을 강타한 거대한 전염병의 이름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혀
 
몇날 며칠을 앓다가 한 순간 녹아내려 죽는다는 무서운 병.
 
시체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환자가 자리했던 곳에는 물웅덩이만 남는다고 해요.
 
지금은 가벼운 그리움을 떠안았을 뿐이라지만
 
치료법 하나 없는 이 병에 걸린 이상 대상 없는 감정은 점차 크기를 부풀릴 것입니다.
 
이미로:(고개를 기울인다. 누군가... 라면, 대상은 랜덤?)
 
글쎄요, 그에 대한 것은 미로 조차도 모를 거예요.
 
단지, 정말 누군가가 보고 싶고 그리워질 뿐.
 
대상을 특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로:(괜히 가슴 안쪽이 먹먹하여 긴 숨을 내뱉는다. 참 운도 없지. 느리게 눈을 한 번 깜빡이고선 생각을 해보기도... 이제 다시 학교로 가야겠지 따위의...)
 
▶:우리 애 성실해... 조퇴했는데 학교 갈 생각을...
 
이미로:(쉰... 다? 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안드로이드마냥 학교 있는 방향 봄.)
 
▶:...조퇴 한 번도 안 해봤나봐.
 
이미로:(끄덕) (당연하게도.)
(...!) 아, 맞다.
(휴대폰 켜서 천오에게 카톡 남겨둡니다... 오늘 혼자 집 갈 수 있어? 데리러 갈까? 따위의...)
 
천오에게 가벼운 내용이 담긴 연락을 보내고 나면,
 
손 안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처방전의 종이가 현실감을 일깨웁니다.
 
아, 나 정말 상사병에 걸렸구나.
 
그럼 이제…
 
이미로:... 죽나?
 
 ✧ 이성 판정 ✧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덤덤하다.)
 
▶:이성 감소 없습니다.
 
곧 있으면 집으로 향하는 버스가 오겠죠.
 
하지만 역시, 낮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이미로:... (휴대폰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지금은 수업 중일테니까 못 볼 수도 있고... 학교에서 마냥 기다리기엔 시간이 애매하니... 그리고 다시 갔다가 저 곧 죽는대요 라고 말하는 것도 웃긴 꼴이니...)
(결론=집에서 쉬다가 천오를 데리러 가는 걸로.)
(그리 생각하며 버스 정류장을 한 번 시선을 둔다. 언제... 오나 버스...)
 
버스 정류장
 
정류장임을 알리는 팻말 기둥에 전단지와 찌라시가 잔뜩 붙은 것이 보입니다.
 
상사병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를 위한 클리닉
 
믿음과 기도를 통해 병을 치유하였다는 간증이 적힌 전도지…
 
사이비 아닌가 싶습니다만,
 
하단 찢어갈 수 있는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가 한 개 빼곤 모두 사라진 채입니다.
 
이런 것에라도 기대야하는 상황이라 이거죠.
 
이미로:클리닉은 그렇다고 쳐도... (전도지... 이런 걸 정말 믿나? 한 개 남은 전화번호를 뜯어서 본다.)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있는 종이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면.. 챙겨가도 좋겠네요.
 
어쨌든, 당신도 이제 상사병에 걸린 처지니까요.
 
이미로:(대충 눈으로 번호를 읽는다. 이 정도는 금방 외우니까...)
 
똑똑하군요, 역시 상위권 학생은 달라....
 
전화번호를 외웠습니다, 원한다면 나중에 전화해봐도 나쁘지 않겠죠.
 
oO(사이비스럽지만...)
 
이미로:oO(사이비스럽군...)
(뭐, 언젠가는. 혹시 모르니 잘 외워두고선 버스나 기다린다.)
 
가슴팍을 죄이는 감각을 호소하며 조퇴한 당신은
 
병원에서 받은 시한부 선고나 다름 없는 처방전을 든 채 집에 돌아가는 중입니다.
 
남은 것은 오로지 죽음이 기다리는 미래 뿐…
 
지나치게 암울한 소리라고요?
 
그런 현실인데도 날씨는 너무 좋네요.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저 멀리서 버스가 털털대며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
 
그곳이 당신의 집입니다.
 
이미로:(매번 천오 데려다주고 걸어가서 어색함... 교복 탁탁 털고 일어난다. 버스 탈 준비함...)
 
한 사람 밖에 없는 버스 정류장, 미로 앞에 선 버스의 문이 열립니다.
 
이미로:(터벅터벅 올라타서 버스카드 찍음........) (고딩의 삶이란...)
 
띡~
 
...
 
...
 
고즈넉한 정오 부근 버스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바꿔 말할까요, 세 명밖에 없습니다.
 
한 명은 운전 기사분, 한 명은 당신,
 
한 명은…….
 
천오입니다.
 
같은 학교 후배이자, 집에 데려다주고, 또 같이 다니는 친구였죠.
 
이미로:(... 천오군.)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 ... ...
.................?
(벌떡! 일어나선 천오를 본다. 응?)
 
버스 안의 두 사람을 공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천오 또한 교복차림이라는 것과,
 
현재는 천오 또한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란 사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오는 버스 2인석 창가 자리에 앉아
 
유심히 독서나 하고 있습니다.
 
? 독서요?
 
이미로:(천오가?)
(일단 급하게 내려놓았던 가방을 들어 천오 옆자리로 간다.)
 
천오:...? (옆자리 누군가 오는 실루엣에 고개 들면서 눈 깜박)
미로?
 
이미로:(검지로 네 이마 콕, 누르고선 자연스레 옆자리에 동석한다.) 연락, 왜 안 봤어?
 
천오:아, 연락 했어요..? (휴대폰 한 번 꺼내서 보더니, 다시 넣습니다.) 휴대폰 학교에 낸다고 전원 꺼둔 거 깜박했나봐요.. 정신이 좀 없었거든요. 미로는.. 조퇴죠?
 
이미로:... (시선 데굴... 고개 끄덕. 납득했다는 표정이다.) ... 응.
나야 그렇다고 쳐도, 천오 너는... (너도? 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천오:저는... 일단은 멀쩡해요, 근데 혹시 몰라서 병원은 가보려고 하고.. (머리카락 끝만 만지작거리다가 책은 덮어 가방에 넣고.) 저는 조퇴는 아니고...!
전교생이 상사병이래요, 그래서 사흘 간 휴교한다고 하던데요..? (눈동자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고보니까 미로 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얘기 전달 받았구나.. (창문으로 가는 거 봤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일찍 나왔어요.
 
이미로:... ... ... (잠시 고장난다.)
(눈 크게 뜨고선 한참... 몇 분 후에야 눈 깜빡.) 미안, 내가 잘못... 들은줄 알았네. 그러니까, 전... 교생이? (게다가 사흘이나? 전염병인가? 수능은? 학교 진도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들이 너무 많아 제 미간을 잡아낸다. 무릎에 팔을 걸친채 고개를 숙이고선 눈가 꾹꾹...)
(눈을 질끈 내리감고선 꾹꾹... 누르며) 그럼 천오 너도, 라는 뜻이겠네. ... 맞아?
 
천오:제대로 들은 거...예요. 그나저나 전교생이 상사병에 걸렸다면 모두 죽는다는 걸까요..? 이상하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이렇게 단 시간에… (약간은 심란해보이는 표정 빤히 바라본다.) 아, 저는 아직이요, 진단 받은 건 없어서.. 그래서 병원 가보려고 하는 거예요. (어색하게 웃더니 볼을 긁적인다.)
...아, 잠시만요.. 그, 미로도 조퇴하고 병원 다녀온 거죠? 어떻게 됐어요? (혹시..)
 
이미로:아니. ... 언제나 만에 하나, 라는 경우는 있으니까. 전염병은 원래 무서운 거지. (그러나 쉽게 죽지는 않을테다. 애초에 그런 희박한 확률에 기대를 거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긴 하다만, 전교생이라면 폭이 넓으니 변수 하나 쯤은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선 고개를 들어내 의자에 등을 기대어낸다.)
전교생, 나도 포함이야.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 병원 같이 가줄까?
 
천오:(그쵸, 변수는 늘 존재하겠지. 미로랑 지내면서 그런 것들은 꽤 많이 느낀 편이기도 하니,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 변수가 누구에게 갈 지는 모르겠지만, 한 명 정도는..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아.. 역시 그렇구나... (포함, 이라는 말에 손을 한 번 꼼지락거리더니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같이 가주면 고마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로 걱정도 조금 되서요. 일단, 아픈 거..라는 거니까. 내일 갈 거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상태보고, 괜찮으면 다시 이야기 해줄래요? (이번엔 연락 잘 받을게요..! 그런 말도 작게 덧붙여봤다.)
(To GM)rolling 1d100<45
 
(
14
 
)
 
 
=
1 Success
 
(To GM): 이성 1 감소합니다.
 
이미로:(아무렴. 그와 네가 지낸 일상의 절반 이상은 변수로 가득하다. 변수가 가득한 일상이라는 대목은 아이러니 하지만, 여튼간에.) 그럼... 그래, 내일 다시 얘기할게. (덧붙이는 네 말에 고개를 짧게 끄덕인다.) 그래주면 더 좋고.
 
천오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 새 미로가 내릴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이미로:(세 정거장... 너무 빨라...) (ㅍ ㅍ...)
(끙, 앓는 소리를 내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방을 한 번 고쳐잡고, 남은 손으로 천오 머리나 긁긁 해줌...) 내일 봐, 천오. 오늘은 못 데려다줘서 미안.
 
천오:(머리 긁긁 당하며...) 뭘요, 괜찮아요! 그동안 미로가 늘 데려다줘서 고마웠지만 미안하기도 했는 걸요.. 이참에 당분간은 쉬세요. (어차피 휴교지만) 내일 봐요, 미로~ (손 살짝 흔들면서 고갤 끄덕입니다.)
 
이미로:(휴교라도 볼 것이다. 그런 단호(평소랑 다를 것이 없음)한 표정으로 고개 한 번 끄덕이고 버스에서 내린다.)
 
짧은 인사와 함께 그와 작별합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매미 울음 소리가
 
사방에서 일제히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언제 녹아내려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세상은 가열차게도 평화롭습니다.
 
이미로:(눈부셔... 한 손으로 햇살을 막아 그늘이나 만든다.)
(그나저나 천오 집이 저 버스를 탔... 었던가? 그랬었나? 아니면 말고, 맞아도 말고...)
 
▶:네! 거기서 두 정거장 뒤가 천오네 집이에요.
이렇게 보니 미로 많이도 돌아 돌아서 갔구나
 
이미로:(천오가 안전하면 뭐든.)
(여튼간에,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서 공부나 하고, 공부도 하고, 공부하다가... 자야지...)
 
눈부신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멀지 않았던 집에는 금세 도착합니다.
 
이미로:(자연스레 비밀번호 치고 들어감... 이 시간에 누가 있을리가 없지...)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집은 텅 비어있습니다.
 
이미로:(그렇다면 재빠르게 씻고 환복하고 방으로 터벅터벅 간다.)
 
방은 아침과 다름 없는 모습으로, 여전히 깔끔합니다.
 
책상 위에는 여럿 문제집들이 자리해있고,
 
침대 위의 이불도 정갈하게 펴져 있습니다.
 
이미로:(자연스레 의자에 앉아서 공부 준비를... ... ...)
(잠깐, 그 전에 컴퓨터를 켜본다.)
 
본체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 모니터가 켜집니다.
 
이미로:(아까 외워둔 번호를 서치해본다... 가능할까?)
(자료조사?)
 
호오... 해봅시다!
 
 ✧ 자료조사 판정 ✧ 
 
이미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자.)
 
역시 똑똑하군...
 
검색해보니 사랑교 라는 단어가 눈에 잡힙니다.
 
자세한 내용 같은 건 적혀 있지 않습니다만,
 
상사병이 완쾌하는 장면을 목도하였다.
 
라는 내용이 한 구절 적혀있습니다.
 
이미로:사랑교...? (턱을 짚고선 마우스 달칵달칵...) 촌스럽네...
(더... 살펴볼 건 없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인 것 같네요.
 
이미로:(역시 전화가 답? 공허하게 천장 봄...)
 
미로가 원한다면 걸 수 있겠죠.
 
당장 내키지 않으면 고민을 좀 더 해봐도 괜찮고요.
 
이미로:(이럴 때는 다이스 쇼부라고 어머니께서)
(1나오면 걸기) 1
(냅다 전화를 때린다.........)
 
뚜르르…
 
뚜르르…
 
신호음 몇 번 끝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전화를 받습니다.
 
???: 여보세요?
 
어쩐지 음침한 목소리입니다.
 
이미로:(너무 빨리 받는데...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네, 여보세요. 전단지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종교단체: 아, 간증 보고 연락하셨구나. 가까운 주변인이 상사병 환자신가요? 아니면 본인이?
 
이미로:그... 제가요. 주변인도 있고.
 
종교단체: 주변인들과 본인이시라고요. 먼저 기도하겠습니다. 대중은 상사병이 불치병이라 말하지만 저희는 분명 완쾌하는 장면을 목도하였어요.
전화 잘 거신 겁니다!
 
이미로:아아... 예... 네. 대단하네요. 뭐하는 단체이길래 그렇게, (...) 유능한지...
 
종교단체: 하하, 저희가 얼마나 이 병의 원인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불치병이라 불리는 이 병에 완쾌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로:... 그렇군요. 연구라면, 어느 쪽으로? 저도 과학 쪽으로는 관심이 많아서... 네.
 
종교단체: 과학과는 거리가 먼 개념인 겁니다. 주님께서는 과학적으로만 내려진 결과에 목을 매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러니까 과학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저희가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간절히 기도를 드리면 그 분께서 어린 양을 내려주신답니다. (후후)
 
이미로:(그러니까, 사이비라는 소리군.) 어린 양... 이라면?
 
종교단체: 저희의 죄를 짊어지고 병을 안고 떠나주실 분이랍니다. 어린 양에게 병을 전달하면 형제님은 비로소 죄사함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됩니다.
 
이미로:그렇군요. (...) 그럼 그 어린 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가요? 아님, 우연히 선택을 받나요.
 
종교단체: 둘 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어린 양은 분명 선택받았고, 또 저희가 모르는 사이 우연히 내려오니까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하늘의 선택이나 다름 없는 것이죠!
 
이미로:그 선택... 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데요? 신탁이라도 받나, 아니면 특별한 계시라던가.
 
종교단체: 저희가 아는 것들에 대해 자세히 궁금하시다면 형제님도 직접 와서 참여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안 그래도 곧 모임이 있을 예정이거든요. 와서 조금만 보다가 가셔도 괜찮으니까요!
 
이미로:조금 더 캐내고 싶은데 말재주 판정 될란지
 
호오.... 해봅시다. (과연!)
 
이미로:
말재주
기준치: 35/17/7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걸 성공하네
 
이미로:그... 제가 학생이라서요. 스케쥴도 빠듯하고. ... 일단 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갈 의향은 있으니까, 네. (구라임.)
 
종교단체: 저런... 바쁘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적어도 형제님, 그리고 다른 이들과는 다르지요. 어린 양도 신의 부름을 받지 못한 자들이니까 말입니다. (후후)
그래도 오실 의향이 있으시다니, 위치와 시간은 말씀 드리겠습니다. 꼭 와보십쇼, 분명 형제님께서 완쾌되실 수 있도록 기도할테니까요.
 
라고 말하며, 전화선 너머의 사람은
 
예배 장소라 일컫어지는 곳의 위치와 시간을 알려줍니다.
 
휴교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시점의 밤 아홉시군요.
 
이미로:(옆에 있는 노트에 사각사각 필기해둔다.)
예... 뭐, 일단.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후에 다시 뵐 수 있으면 뵐게요.
 
종교단체: 그 때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형제님. (^▼^~)
 
이미로:예... (ㅍ_ㅍ) (전화 끊는다...)
(노트에 펜을 톡톡... 건들이다가, 그대로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긴다. 한 두시간 정도는 공부할 모양이다...)
 
뜻하지 않게 이상한 모임(?)에 휘둘릴 뻔 했네요.
 
하여간에 혀만 긴 사람들이란.
 
미로의 방에는 사각이는 연필소리만이 울립니다.
 
원래 학교에 있던 시간이라 그런지,
 
방에 있는 스스로의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네요.
 
고3이니 물론 공부는 해야겠지만....
 
이미로:(원래 야자하고 있어야 하니까... 시간을 잘 채운다...)
 
역시 성실하고 똑부러지는 군요..
 
문제집을 풀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워낙에 집중을 잘했으니, 이 정도야 쉽죠.
 
점심도 먹지 못하고 조퇴했는데, 배는 안 고픈가요 미로?
 
이미로:(모르겠는데...)
건강... 롤?
 
 ✧ 건강 판정 ✧ 
 
이미로: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덤덤하다.)
 
언제나 그랬듯 덤덤합니다..
 
이미로:(학구열 외엔 딱히 원하는 욕구가 없으니...)
(조용히 공부를 끝맺기로 한다. 오늘치는 전부 채운 뒤에야 문제집을 닫고 안경 벗고선 미간 꾹꾹...)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칭도 중간 중간 해주고요.
 
이미로:(거북목 펴! 허리 스트레칭 해!)
 
▶:oO(귀엽다)
 
이미로:(귀 벅벅 긁음... 어디서 헛?소리..가...)
 
문제집을 덮고, 연필을 내려놓고 스트레칭까지 하고나면,
 
집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미로:(엇...) (조용히 저벅저벅 방 밖으로 나간다.)
 
과연... 남매들 중 한 명일까요 아님 부모님일까요?
 
▶:(2남 1여 중 둘째라는 것만 알고 누가 누나/형인지 동생인지는 모른다)
 
이미로:(누나 하나, 남동생 하나.)
 
방 밖으로 나서면.., 누나가 막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미로:(ㅍ_ㅍ) 이미래 왔나.
 
이미래: 뭐야? 너 왜 집에 있어? (ㅍ ㅍ)
 
이미로:조퇴했어. (ㅍ_ㅍ)
 
이미래: ...엥? 그게 말이 돼? 우리 집에서 조퇴할 만큼 나약한 놈이 어디있다고~ (머리 긁적;) 땡땡이 아니야?
아 있네 나약한 놈. (미로 가르킴)
 
이미로:(고개 갸웃... 눈 깜빡...) 누나가 강하다는 생각은 안 해?
 
이미래: 그야 이건 부모님 닮았으니 어쩔 수 없지. (어깨 으쓱) 밥은 먹었냐? 난 금방 다시 나갈 건데.
 
이미로:... (고개 절레.) 밥 생각... 없어. 피곤해서 바로 자려고.
 
이미래: (쯧쯧) 정말이지 나약한 놈... (방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미로한테 스틱형 홍삼 휙 하나 던져줘요.) 홍삼이나 먹어라.
 
이미로:(자연스럽게 캐치... 해서 슥 뜯고는 입에 문다. 엄지척하고선 고개 끄덕.) 올 때 동선 맞으면 미준이랑 같이 들어오고.
 
이미래: (잠시 생각해봄) 맞을 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어, 부모님은 오늘 늦으신대. 데이트시라나. (이미로 자면 이미준한테 치킨 시켜먹자 그래야겠다 생각하면서 휴대폰 챙겨서 나갑니다.)
 
이미로:(고개 끄덕이고선 벽 가볍게 노트 똑똑.) 먼저 잔다. 잘 다녀와.
 
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미로 역시 다시 방으로 들어옵니다.
 
이미로:(터벅터벅... 침대로 풀석...)
 
평범한 하루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단 하나,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게 실감나지 않습니다.
 
이미로:...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평화로워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돌려 바르게 눕는다. 휴대폰 충전을 시킨 뒤 연락이 온 것은 없나 확인하고, 이불을 끌어 올려 덮고선 천장만 멍하니 응시한다. 일상이 아닌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싶다.)
 
(언제나 그렇듯) 따로 연락이 온 것은 없는 것 같은데..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자니,
 
침대에 누워있으니 단순한 피로 탓인지, 상사병 탓인지
 
눈이 가물가물 감깁니다.
 
이미로:(끔뻑... 뜨다가 그대로 내리감는다. 내일은 분명 천오에게 연락이 와있겠거니, 하고.)
 
내일도 평범한 비일상이 반복될까요,
 
알 수 없습니다.
 
...
 
...
 
 
❛ ━━━━━━・❪ ❫ ・━━━━━━ ❜
 
 
...깜박, 깜박.
 
미로가 그렇게 잠들었을까요,
 
일어난 시간은 어느덧 다음 날 아침입니다.
 
오늘도 날은 더없이 맑군요.
 
창밖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찌푸려집니다.
 
이미로:... ... ... (눈 슥슥 문지르며 기상한다...)
(휴대폰이나 확인해봐... 야... 천오에게 온 연락이 있나?)
 
흐린 눈으로 휴대폰을 보면... 문자 메세지가 하나 와있네요.
 
전화도 한 통 와있는 걸 보니, 천오가 연락한 걸까요?
 
이미로:(내가 못 받았을리가없는데 인생의 실수다 일단 확인해 죄다)
 
부재중 전화 한 통, 그리고 읽지 않은 문자 하나입니다.
 
두 개 모두 예상대로 천오에게 온 것이며,
 
문제 내용은....
 
천오:AM 08:30 미로, 저 오늘 잠깐 시내로 갈 것 같거든요. 전화 안 받아서 문자 남겨놔요. 왠일이래? 늦잠 잤어요? ㅎㅎ
 
라는 군요.
 
오늘은 휴교일이기도 하니, 늦잠을 잔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전화를 못 받은 건 스스로에게 예상 외인가보네요.
 
이미로:(이마긁적...) (병원에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추가 정보> 휴교는 도입 당일 포함 사흘간 진행됩니다. 등교하지 않는 남은 날은 이틀. 하루당 두 곳을 조사함이 가능합니다.
 
아무튼 결론은... 두 곳이 조사가 가능합니다.
 
조사 가능 지역은 학교 시내입니다.
 
이미로:(학교와 시내... 그럼 시내에 병원이 있나?)
 
그렇죠.
 
이미로:(오케이)
 
학교에 두 곳, 시내에 두 곳이 있습니다. 편하신 쪽으로 선택해주세요!
 
이미로:미안, 어제 일이 좀 있어서. 지금 출발할게. 연락 잘 보고. AM
(휴대폰 내려놓고 빠르게!!! 준비하러 터벅터벅...)
 
벌처럼 빠르게!!!!
 
...는 농담이고, 세수하고, 옷 갈아입는 정도면 금방 끝나겠죠.
 
이미로:(젖은 탈탈탈 털며... 뭐... 뭐 입어...)
(그럼 잠시 학교를 갈 생각... 해본다. 천오 봤다가 학교 들러야지... 교복 꺼내입음...)
 
휴교인데 교복을
 
이미로:드레스 입고 갈 수는 없으니까
 
납득
 
이미로:(일단 시내의 병원으로 향한다... 휴대폰이랑 가방 챙겨서 터벅터벅 출발...)
 
...
 
...
 
❛ ━━━━━━・❪ ❫ ・━━━━━━ ❜
 
시내
 
탈탈거리는 버스를 타고 한참 가다보면 시내가 나옵니다.
 
시내라고 해봤자 드문드문 낡은 간판의 가게 몇이 늘어진 정도지만요.
 
개중에서 마을 유일이라 볼 수 있는 작은 카페는
 
청소년들의 휴양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나가다 보이는 그 카페는,
 
텅 비어있지만요.
 
이미로:(죄다 집에 있나보네...)
 
시내에 있는 병원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병원으로 향해 병원에 발을 들이면,
 
병원 로비에는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과 진찰을 받으러온 사람들이 앉아있습니다.
 
그들 중 9할이 청소년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막론하고
 
이미로:(쟤네도 죄다...) (나랑 같은 꼴인가 싶다.)
 
열 살을 넘은 아이들은 모두 제각기 멍한 얼굴로
 
보호자와 함께, 혹은 홀로 존재합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미로처럼 상사병이겠지요, 분명.
 
유독 조용한 로비, 누군가의 대화가 들립니다.
 
구석에 앉은 사람 두 명이 저들끼리 속삭이며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미로:(천오는 어디에 있나... 두리번 거리며 지나감... 지나갈게요... 마저 얘기하세요...)
 
동네에 있을 법한 아저씨: 그 동네 미친놈 이야기 들었어?
 
라는 서두가 뚜렷이 귓가에 꽂힙니다만,
 
이미로:(우뚝)
(듣기판정!!!!!!!!!)
 
하도 목소리를 낮추어 명확한 내용은 인지하기 어렵군요.
 
뭐라고요?
 
동네 길고양이 점순이가 새끼를 뱄다고?
 
아, 이게 아닌가?
 
 ✧ 듣기 판정 ✧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연스럽게 지나가며 귀 쫑긋...)
 
아저씨: 그 왜, 뒷산 입구 파란 대문집 청년 있잖아.
세 달 전에 동생이 상사병으로 죽은 이후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더니 대뜸 자기가 상사병을 낫는 법을 안다고 말하는 거 있지.
 
아주머니: 요즘 마을에서 뭐, 사랑교? 그것도 기승이더니 한 패래?
 
아저씨: 그건 또 아니래. 사랑교 방식은 미친 짓이라나.
그래놓고 자기도 뭐 신이니 뭐니를 입에 담던데……. 내가 볼 땐 그냥 둘다 정상이 아니야. (쯧쯧)
 
이미로:oO(사이비가 넘쳐나는 세상인가...)
 
그런 이야기를 (엿)듣던 와중,
 
미로는 천오와 마주칩니다.
 
천오는 로비가 아닌 병원 입구에 선 채
 
가만히 진찰을 받으러온 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미로:(!) (빤히 바라보다가 저벅저벅 다가간다. 표정이... 안 좋나?)
 
안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좋아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답지 않게 무표정에 가까워보인달까?
 
이미로:(음?)
(일단 다가가서 천오 눈앞에 손 흔들...) 천오, 좋은 아침.
 
천오:(...!) 아, 미로.. (손 흔들리는 거 보다가 잡아서 내려주고.) 문자보기는 했는데 왔네요, 정말. 몸은 괜찮은 거예요?
 
이미로:큰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눈 깜빡.) 그러는 천오 넌? 검사 받고 나오는 길이야?
 
천오:아뇨, 어제 전교생이 상사병이라길래 검사 받을까 했는데, 딱히 이렇다 할 증상은 없어서... 진찰은 따로 받지 않았어요. (손을 살짝 내젔습니다. 진찰 받을 목적이 아니기도 했고...)
 
이미로:(손날치기로 이마 약하게 춉.)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나도 멀쩡해. 증상이라고 할 것도 크게 없지만... (굳이 먹먹한 가슴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 그럼 왜 온 거야, 여기?
 
천오:(작게 픽 웃는 소리를 흘리곤) 그래요? 아프거나 한 건 아니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는 하고 싶은데... (말 끝을 흐렸다.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리기도 했고.) ...궁금한 것도 있었고요. 증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직접 봐보고도 싶고.. (원래 아프던 것도 있고. 나지막히 덧붙여본다.) 조금, 괜히 왔나 싶기도 하지만요.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 천오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면,
 
통곡하며 나오는 한 환자의 보호자가 보입니다.
 
보호자의 손에는 물기가 묻어있었습니다.
 
천오:
(To GM)rolling 1d100<44
 
(
27
 
)
 
 
=
1 Success
 
(To GM): 이성 4 감소합니다.
 
이미로:(...) (녹았나, 그리 생각하고선 천오의 양 어깨를 잡아 돌려준다.) 그래, 네가 싫으면 됐어. 나가자.
 
천오:(고개 끄덕거리더니 그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두 사람은 병원 밖으로 나섭니다.
 
천오는 걷다가 뒤를 돌더니, 미로를 올려다봅니다.
 
천오:그런데, 미로는 정말 괜찮아요? 큰 이상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 되는데..
 
이미로:(따라 내려보고선 눈 깜빡... 조용히 정면을 바라본다.) 괜찮아, 생활에 지장은 없고... 어제 누나가 홍삼즙도 줬거든. (핀트 조금 엇나감.)
 
천오:아, 언니가요? 미로 잘 챙겨주나 보네요. (다행...인가? 일단 고개를 끄덕여보기는 합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일단 미로보다 연상이니까 언니.) ...음, 죽는 거, 무섭지는 않아요..?
 
이미로:... 가끔이지. (덤덤하게 고개 끄덕, 하다가 눈을 깜빡인다. 이어지는 네 질문에 괜히 허공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는 죽음에 있어 그리 큰 여운을 두는 쪽이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투가 이어진다.) 응, 그런 것 같아.
일단... 막연하게 나 죽어, 라는 생각보다는. ... 안 죽을 방법을 생각해보는 쪽에 가깝지. 무서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아냐? 그런 표정으로 시선을 내려 바라본다.)
 
천오:(외동이라 그런지 그저 남매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조금 신기하고 부러울 지도..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 시선은 여전함에도, 허공만을 바라보는 네 시선에 어쩐지 조금은 불안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무섭지 않다고 해서 가볍게 여길만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맞죠, 달라지는 건 없지만... (불치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쉽게 생각을 떨쳐낼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 입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네 옷깃을 짧게 잡아당기고.)
혹시 미로, 그거 알아요? 뉴스에서 봤는데... 누군가에게 병을 떠맡기면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해요. (바라보는 시선은 제법 곧습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미로는 그렇게 할 거예요?
안 죽을 방법을 생각한다고 하니까... 궁금해서요.
 
이미로:(옷깃이 당겨지면 널 향하고 있던 시선은 자연스레 더 아래로 내려간다. 혹시나 손이 떨리고 있을까봐. 네 어깨를 잡고 있던 그의 손 하나가 네 손을 부드러이 감싸쥐고선 옷깃에서 떼어내준다. 차라리 이걸 잡아. 그리 말하는 것같다.)
... 뉴스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나 사이비들의 말이 아니라? 나라에서마저 종교에 기대는 건지, 기이하다. 혹은 진심으로 가능성이 있다던가. 반쯤 가라앉은 눈으로 널 응시하다가 한 번 끔뻑인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 안 할 것 같은데. 그건 책임 전가나, 폭탄 돌리기랑 다를게 없지 않나.
 
천오:(제 손을 감싸는 조금은 큰 손,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기에 네 손을 조금은 힘 있게 잡았다. 아까 병원에서 그 사람의 손에 있던 물기처럼... ... 아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 혼자 고개를 약하게 젔더니 괜찮다는 말을 덧붙이며 손을 살짝 놓았다. 십 대 청소년이라면 안 걸린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병. 병에 걸린 인원수가 늘어나니 그러는 걸까. 확실히.. 인원이 적다고는 하지만 학교 하나도 휴학할 지경인데, 뒹숭숭하겠지.)
그런가요, 역시... 뭔가 미로는 그럴 것 같기는 했어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주제를 돌리려는 듯 짧은 말도 이어집니다.) 전 이제 슬슬 더워질 것 같아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미로는요?
 
이미로:(그럴 것 같다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 그저 평소와 같이 덤덤하게 바라본다. 손이 놓여지면 다시 네 어깨를 잡아 걸어간다.) 너 데려다주고, 학교에 가보려고. 휴교라고 해서 마냥 놀 수는 없으니까... 놓고 온 것들도 챙기고. (가방을 들고온 이유다.)
 
천오:아하. 교복입은 게 왜인가 했더니 그래서였구나...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왜인지 납득하게 되는 이유. 게다가 공부 워낙 열심히 하는 건 또 알고 있었으니까.,) 아, 그래도 가는 길이라서 조금은 덜 미안하긴 한데.. 미안하긴 하네요, 아픈 사람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는 거... (끄응) 학교 갈 때엔 버스 타고 가시고요. 아셨죠? 중간에 몸 안 좋아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이미로:걱정 말래도. 아직까지 크게 아픈 적 없었어. 버스는... 응, 타고 갈게. (천오는 걱정이 많군... 아기인가? 아기군. 그렇게 생각하며 저벅저벅 천오네 집으로 향한다. 익숙하다...)
 
천오:(미로 옆에서 같이 뽈뽈뽈...) 어제 집 갈 때에는 괜찮았어요? 일단 언니 분 보셨다니까 무사히 집에 들어가신 건 맞는 것 같은데..
 
이미로:응, 별 일... 없었지? 그냥 평소랑 다를게 없어. (걱정 말라는 듯 어깨 토닥토닥...)
 
천오에게 받을 1년치 걱정은 다 받는 기분이네요.
 
평소와는 반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려나요?
 
이미로:(아무래도 그렇다...)
 
천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정오를 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내리쬐는 햇빛은 뜨겁습니다.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고,
 
예전보다는 사람이 줄은 거리가 이 사태를 와닿게 만듭니다.
 
자잘한 잡담들을 하고, 걸음을 맞춰 움직이다보면
 
천오의 집에는 어렵지 않게 도착합니다.
 
천오:(잠시 집 앞에 서서 고민하다가) 오늘 날씨 더운데 물 하나 챙겨줄까요?
 
이미로:(물?) 없... 어도 되기는 한데. (굳이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듯 고개 끄덕...)
 
천오:(집에 후다닥 들어갔다가 후다닥 물병 하나 가지고 나옵니다.) 여기 있어요, 학교도 집도 조심해서 가야 해요..!
 
이미로:(물병... 봄... 오아X스 그런 건가? 아니면 텀블러?) ... 응, 걱정 말래도. (고맙다는 듯 천오 머리 복복...)
 
三다수.
 
이미로:(아.)
(한국인 맞군.)
 
아무래도....
 
이미로:(잘 챙겨서 손 흔들어주고 학교 운동장으로 간다 터벅터벅...)
 
천오는 미로가 가는 걸 보고 나서야 집에 들어가고,
 
미로는 그대로 학교로 향합니다.
 
...
 
...
 
 
학교
 
사람 한 명 없어 텅 빈 운동장입니다.
 
이 정도로 고요한 운동장은 처음이랄까요, 묘한 고독이 침범합니다.
 
여전히 하늘은 새파랗고 아름답습니다.
 
풍경은 지독하게 선명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미열이 오르는 기분입니다.
 
목덜미에서부터 식은땀이 맺히고…
 
...
 
……네가 보고싶어…….
 
뙤약볕 아래에 선 탓에 든 감정일지요?
 
아니라는 사실을 즉각 깨닫습니다.
 
아니오, 이건 병에 자신이 침식되어간다는 증명입니다.
 
 ✧ 이성 판정 ✧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감소합니다.
 
이미로:(덜컥 밀려오는 생각에 걸음을 멈추더니 제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이게 대체 무슨...) ... ... ... (대체, 누구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왜? 출처가 불명확한 그리움에 그는 그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눈을 질끈 내려감고선 고개를 절레 내젓고, 그저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혼자 고민하고 있어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 아직까지는 말이지.)
 
향수에 사로잡힌 채 몇 걸음 걷다보면,
 
등나무 벤치가 보입니다.
 
이미로:... 어지러워... (눈살을 찌푸리고선 등나무 벤치로 가 앉는다.)
 
체육 시간에 으레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곤 하는 자리입니다.
 
여름에는 송충이가 등나무에서 떨어져 고역을 치룬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운치 하나는 대단히 좋아요.
 
마침 꽃도 피어 있잖아요.
 
그늘 아래에 서 혼자 벤치에 앉으면 땅에 떨어진 낙엽과…
 
…종이가 눈에 띕니다.
 
이미로:...? (종이... 를 들어 살펴본다.)
누가 쓰레기를 막... (윤리정신)
 
종이를 살피면 그것이 팜플렛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사랑교, 믿으셔야 합니다>
 
..라는 제목과 조악한 천국 그림.
 
누가 보아도 사이비의 냄새가 풍깁니다.
 
사랑교?
 
익숙하지 않나요?
 
이미로:(전화로도 들었지만, 참...) 뭘 믿으라는 건지...
(더 자세히 볼 수는 없...나?)
 
있...다.
 
이미로:(판정? 아니면 그냥 읽기?)
 
그냥 읽어도 괜찮습니다.
 
이미로:(그럼 팜플렛을 펼쳐 찬찬히 읽어본다.)
 
팜플렛에는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전단지에 달려있던, 미로가 외운 번호와 동일한 숫자입니다.
 
읽을 수 있는 팜플렛의 페이지는 2면, 3면, 4면입니다.
 
이미로:(외우길 잘했군... 2면부터 차례대로 읽어본다.)
 
2면
 
핸드아웃, 2면 공개합니다.

이 종교는 ‘사랑교’라고 불립니다.

형제 혹은 자식, 손주, 조카가 상사병에 걸려 죽어나가는 현상을 ‘하느님의 열 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재앙인 장자를 데려가는 재앙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자만 데려가는 게 아니란 지적에는 하느님께는 모든 아이가 장자라는 논리를 시전합니다.

 
그들의 말을 따르면, 상사병을 나을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나은 사람의 증언 또한 몇 실려 있습니다.
 
주님께서 어린 양을 내려주셔서 살았어요…….
 
당최 무슨 소리인가요? 이게.
 
계속 읽나요?
 
이미로:뉴스에서 이런 걸 말한다는게... 꿈같네... (이과의 뇌로 이해할 수가 없음...) (3면을 읽어본다.)
 
핸드아웃, 3면 공개합니다.
 
3면에는 알 수 없는 글자와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속독 시 2의 이성이 차감되며, 30분을 소모합니다.
 
이미로:(호오? 당연히 읽는다.)
 
속독을 마친 이미로, 다음과 같은 주문을 획득합니다.
 
이미로:(어느 정도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무 죄가 없는 어린 양. 말로만 어린 양이지 제물을 하나 두어서 뒤집어 씌운다는 거잖아...)
(제 미간을 꾹 누르고선... 팜플렛을 챙긴다. 가방에 넣어둔다... 언젠가는 쓰겠지.) ... 본거지를 조지던가, 뭐든 알아봐야겠는데.
(...) (그나저나 이런 주문을 막... 이런 곳에 써두어도 되는 걸까? 싶다.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아니면 일부러 보라고 가져다 둔걸까 싶고... (애초에 병도 누군가가 고의로 퍼트린 것 같다고 하니...) 참 이질감의 연속이다.)
 
그나저나, 학교 문은 닫혀 있는 것 같은데요.
 
수위 아저씨도 일찍 퇴근하신건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로:... ... ... 아. (이런...)
(그럼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오거나, 미리 전화를 하고 오는 걸로 계획을 잡고... 터벅터벅.)
 
미로는 책은 챙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미로:다녀왔습니다... (터덜...)
 
부모님은 아직 오실 시간이 아니고,
 
누나도 아직 집에 안 들어온 것 같고...
 
아, TV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래도 미준이가 집에 있나보네요.
 
이미로:(신발 벗고 들어감...) 이미준?
 
이미준: 형 왔어? (현관으로 고개 빼꼼) 오늘 휴교라더니 어디 다녀온 거야?
 
이미로:뭐 좀 가지러. 친구도 보고. (머리 삭삭 긁어주고 방으로 간다.) 밥은 먹었지?
 
이미준: 아니, 난 아직~ (머리 긁긁 당한 곳 만지작거리다가 미로랑 닮은 얼굴로 방긋 웃으며) 나 배고파! 형이 해주면 안돼?
 
이미로:(ㅍ_ㅍ) .............
 
이미준:ㄴ(ㅍuㅍ ) (밥 줘)
 
이미로:(미준이 이마에 가볍게 손가락 딱밤 팅~ 해주고 방으로 간다.) 먹고 싶은거 문자로 보내. 시켜줄게.
 
이미준: (아!!) 형 그러다가 요리 실력 평생 안 늘어.. (괜히 이마 맞은 곳 만지작거리면서 툴툴거리지만 시켜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어제 치킨 먹었으니까 매운 거 먹고 싶은데... (곰곰) (어머니 취향의) 마라탕!
 
이미로:(아아... 갑자기 은은하게 떠오르는 어머니... 고개 끄덕.) 저번에 시켰던 내역 있으니까 그대로 시킬게. (방으로 들어가서 배달 어플로 주문해준다... 물론 난? 안 먹음.)
 
미로는 신기할 정도로 식욕이 없군아.....
 
이미로:(학구열 제외 無욕.............)
 
아무튼, 동생에게 오늘의 밥을 잘 시켜줬습니다.
 
이미로:(그럼 늘 그렇듯이 환복하고 씻고 공부하고... 이 루틴 그대로 돌아간다. 다를 바가 없네...)
 
그런데 미로, 팜플렛 4면은 읽어..봤나요?
 
이미로:(...) (안 떴어... 주세요...) (주섬주섬 팜플렛 꺼내기)
 핸드아웃, 4면 공개합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은 <심판을 내리는 천사는 우리 곁에 있다>는 부분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들은 이 병이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닌 누군가가 퍼트린 질병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심판의 천사요 재앙의 구심점이노라. 천사가 재앙을 거두는 날, 천사가 떠나는 날. 우리 모두 죄 사함 받으리라.
터무니 없는 소리들입니다만 이상할 정도로 깊이 와닿습니다.
아주, 섬뜩하게요.
 
(음... 잘 있군. 슥슥 챙겨넣고 다시 공부한다.)
 
휴교를 핑계로 쉴 법도 하건만,
 
늘 열심히 공부하는 미로..
 
oO(천오라면 쉬고 있을텐데...)
 
이미로:oO(천오는 쉬어도 됨.)
 
무튼, 오늘도 일상은 평범합니다.
 
상사병에 걸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한 일상.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열망만이,
 
미로에게 이질감을 주는 그 병의 증거입니다.
 
이미로:(조금 더 솔직하게 보자면, 그는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니까, 자각하지 못했을 뿐 느끼기는 한다. 세상에 산 자 가운데에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얼마냐 있겠냐만은. 그러니 그 또한 평범한 사람이니 두려움을 느낀다. 다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순탈하게 살아왔으니─굴곡이 없었으니, 요 근래에 누군가와 함께 한 순간들은 그의 인생의 첫 변환점이자 굴곡의 시작이다. 그러니 앞으로 그 어떤 굴곡이 오더라도 그는 평온하기 맞이할 수 있다. 여태껏 그리 살아왔으니, 선의 어지러움을 제 선로에 맞추어 두는 일은 그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마 이렇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 반복될 거예요.
 
공부를 하고, 밖에 잠시 나가기도 하고,
 
가족들과 다르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휴교가 끝나면 학교에도 가겠죠.
 
분명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또 잠에 들면
 
일상은 언제나와 같이 마무리될 겁니다.
 
오늘처럼요.
 
이미로:(그는 내일을 기다리며... 잠에 들기로 한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서 학교 교실에 가야지, 하고...)
 
...어쩐지 불안에 잠식될 것 같은 밤입니다.
 
잘자요, 미로.
 
...
 
...
 
3일 째.
 
오늘도 어김없이 잠들었던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바깥은 출근 준비를 하는 부모님과 누나,
 
학교에 가려는 남동생으로 시끄럽군요.
 
때마침, 아침 먹으러 나오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미로:(눈 슥슥 문지르며 나감...)
 
다들 일어난지는 꽤 되었는지 깔끔한 낯입니다.
 
방금 일어난 미로는 조금... 머리가 떠 있네요.
 
이미로:(봑실........)
 
귀엽군.. 밥 먹고 정리하도록 해요. 정리하고 가도 괜찮고.
 
이미로:잘 먹겠습니다... (밥 느릿느릿 먹고... 씻고... 교복 입고... 가방 챙기고...)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방에서 준비를 하고 나오면,
 
가족들 역시도 모두 현관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학교로 갑시다, 준비도 다 끝났으니!
 
이미로:(바글바글하군... 터벅터벅 학교로 간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다보면,
 
익숙한 학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지만요.
 
이미로:(교실로 저벅저벅...)
 
그래도 오늘은 일찍 온 덕분인지 수위 아저씨께서 계시네요.
 
열려있는 정문을 통해 교실로 향합니다.
 
교실
 
텅 빈 교실에는 정말이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전교생이 상사병에 걸렸다고요?
 
실감도 나지 않네요.
 
그러니까 이 산골 마을 내에 사는 모든 청소년들은 환자입니다.
 
어… 천오는 아닌 듯 했지만요.
 
교실 내부는 살짝 열린 창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커튼이 한적히 휘날립니다.
 
이미로:(천오는... ... ... 평소에도 아파서인가? 모르겠다. 그 희생양만 안 되면 좋겠다는 생각뿐.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미로는 교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평소에도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차 있던 교실 내부는 한적합니다.
 
이미로:(자기 자리에 있는 교과서 슥슥 챙기며... 힐긋 둘러본다.)
 
미로가 평소 깔끔하게 정리해두는 만큼,
 
책상 서랍 속에 교과서나 노트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음?
 
그런데…
 
이미로:음?
 
책상 서랍에 교과서 이외 편지도 튀어나와 있습니다.
 
편지? 웬 편지죠?
 
이미로:... 음? (편지 읽어보며...)
 
발신인은 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흰 편지봉투입니다.
 
이미로:(설마 이 편지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 는 아니겠지)
 
봉투를 여니 가지런히 각지게 잡힌 편지지가 존재합니다.
 
가지런하나 어디에서도 본 기억이 나지 않는 글씨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병이 낫고싶다면 이곳으로 와.- XX리 XX동 파란대문집
 
보아하니 당신에게만 보내진 편지가 아닌 듯합니다.
 
옆자리도, 옆옆자리에도 편지 봉투가 있네요.
 
이 짧은 문장을 전달하고자
 
휴교령을 선언한 학교 서랍을 누가 뒤지고 다녔단 말인가요?
 
그것도 편지 봉투에 예쁘게 넣어서요.
 
이미로:(단체 편지? 어이가 없다. 게다가 정성도 가득하네.) ... 이 병을 퍼트린 사람이라던가.
(글씨체를 자세히 볼 수 없나?)
 
필자가 아는 사람인지 알고 싶은 건가요?
 
이미로:(끄덕)
 
다행인지 불행인지, 본 적 없는 글씨체입니다.
 
이미로:(미간 꾹... 일단 편지도 잘 챙긴다. 더 볼 것은 없... 나?)
 
편지에 다른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미로의 반 아이들의 책상 서랍에는 모두 들어있는 듯 한데,
 
다른 학년 반에도 이것과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이미로:(아마 있을 것이라고 생각 중... 다른 반이나 슬쩍 가서 확인해보기도.)
 
미로는 다른 학년 반(그래봐야 옆 반)으로 향합니다.
 
텅 비어있는 교실에는 열댓개 즘 놓인 걸상과,
 
더러운 채 방치되어있는 칠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간간히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커튼도 휘날리네요.
 
칠판, 책상 조사가 가능합니다.
 
이미로:(책상을 스윽... 본다. 아무나.)
 
 ✧ 관찰 판정 ✧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상들을 눈에 담다보면...
 
미로의 반과 마찬가지로 서랍에 담긴 편지봉투들이 눈에 들어오나,
 
이상하게도 천오의 자리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로:(아?)
(천오가 병에 안 걸린 건 어떻게 알았지...)
 
단순한 우연일까요,
 
혹은 몇 되지 않는 학생들의 상태를 조사라도 해본 걸까요.
 
아니면 천오가 학교에라도 왔나?
 
이미로:(조사했다면 소름이 끼치며... 학교에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 싶고... 천오가 학교에 왔다면 편지를 들고 있나? 그리 생각하며 칠판을 본다.)
 
대문짝만한 글씨로 칠판 전체에 [휴 교]라 적혀 있습니다.
 
이 학교는 시골에 단 하나뿐인 고등학교로,
 
각 학년당 인원수는 고작 열다섯명 남짓.
 
전교생은 마흔을 겨우 넘습니다.
 
이미로:(명문이자 학교에 수영장이 있지만 시골에 있는 우리 학교 참 대단하다고 생각 중)
 
반만 남은 분필이 굴러다닙니다.
 
칠판 지우개는 아무도 털지 않아 흰 분필 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채입니다.
 
칠판엔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습니다…
 
세 달 전부터 지워지지 않은 결석자 명단을 빼면요.
 
이미로:천오가 있으려나... (자주 아프니까. 결석자 명단을 본다...)
 
세달 전 결석자.
 
예상대로 천오입니다.
 
결석 사유가 뭐였더라?
 
이건 기억나지 않습니다.
 
세 달 전이라.
 
전국에 ‘상사병’이 처음 등장한 시기였었죠, 아마?
 
이미로:(... 그랬었던 걸로 기억한다...)
 
녹아내려 죽는다는 말도 안 되는 증세에 괴담으로 치부하던 이들은
 
모두 제 주변인이 정말 물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뒤
 
심각성을 전파하였습니다.
 
이미로:(천오의 일이라면 다 기억... 할텐데...)
지능 판정도 안... 되나?
 
▶:가능합니다.
 
 ✧ 지능 판정 ✧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게되네)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 그러고보니 하루 있었죠.
 
분명 그 날은,
 
단순히 아프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천오가 무단결석 을 한 날이겠네요.
 
이미로:(곰곰... 그래서 어떻게 됐더라?)
(물어봤... 을 거다... 분명... 그랬을 거다...)
 
천오를 다음 날에 봤을 때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땡땡이었나? 싶었지만,
 
그 날의 이야기는 미로도 듣지 못했던 걸요.
 
타이밍이 참 기묘하게도, 천오가 그 때 잠들어버려서.
 
정신이 없던 나머지 잊고 있었습니다.
 
이미로:(역시 천오는 아기구나.............)
(더 볼게 없다면? 과학실이 열려있는지 확인하러 간다.)
 
휴교라 그런지 잠겨있네요.
 
원한다면 수위아저씨께 부탁해 교무실 문을 따고 과학실 열쇠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미로:(그렇다면 수위 아저씨께 저벅저벅...)
 
위협제외 대인기능.. 판정 해볼까요 ^^
 
이미로:(................. 아자!)
말재주
기준치: 35/17/7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걸
 
이미로:(현란한 말솜씨로 열어달라고 부탁드린다. 아저씨 저 믿죠.)
(꽤 말이 잘 통한 것 같으니까...) 과학실에 있는 비품실 열쇠도 같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따봉)
 
수위 아저씨: 그래그래, 미로 학생이라면 내가 믿을 수 있지~ 얼마나 성실해~ (엄지척 날려주고 사람좋은 미소 지어보이더니 교무실로 같이 가줍니다. 교무실 서랍 하나 열더니 비품실과 과학실 열쇠 같이 달린 꾸러미 하나 건네주고.) 근데 뭐 하려고 그러나? 수능 공부에 필요한 거라도 있능감?
 
이미로:(끄덕끄덕.) 네, 아무래도 직접 경험해보면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꾸벅)
 
수위 아저씨는 교무실과 나머지 두 곳의 문도 잘 닫고 나오라는 말과 함께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미로는... 과학실로 향하나요?
 
이미로:(당연하게도 터벅터벅... 간다...)
 
어쩐지 깜깜해서 싸-한 과학실입니다.
 
좌물쇠가 잠겨있네요. 열쇠는 있으니 열면 되겠지만요!
 
이미로:(자물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서 잡아본다. 나는 과학에 능하니까 화염병 정도는 만들 수 있다 그럴거라고믿어요마스터)
 
실험용 알코올 냄새가 은근히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과학실 안에서...
 
과연 화염병을 만들만한 재료가....!
 
 ✧ 행운 판정 ✧ 
 
이미로:
기준치: 55/27/11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있다~)
 
있네요 ㅋ
 
자 그럼... 우.. 우리 미로 만들어봅시다
 
이미로:(음~ 아주 순조롭게 화염병을 제조한다. 유리병 용기에 휘발유나 알콜 등을 넣고... 거즈와 수건을 잘 적시고 유리병에 꽂는다. 너무 완벽하게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마스터)
 
그래 손놀림은 봐줬다...
 
대신 과학 어려움으로?
 
이미로:(휴... 2개 만듬)
(과학 어려움 할거면 테이저건 만들게요)
 
 ✧ 과학 판정 ✧ 
 
이미로:
과학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해냈다.)
(아 어려움이요? 쉽지않네)
 
학교에서 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야
 
이미로:하... (쉽지 않네... 경험치가 부족하네...)
(플라스틱 폭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강행 가능할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미치겠네ㅠ 해봅시다
 
이미로:(이번에도... 어려움?)
 
Yes
 
이미로:
과학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네.)
 
.....네.. 플라스틱 폭탄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도 거의 완벽하게!
 
이미로:음. (만족. 고개 끄덕.) (몇개 만들었을까요 마스터가 정해주세)
 
곰곰.... 1d3개?
 
이미로:2
(굿)
 
OK 두개 획득합니다.
 
학교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어냈네요.
 
정말 의외의...
 
이미로:(사람 인생이 원래 그렇지 뭐... 실험대 슥삭 잘 정리하고 비품실도 닫고 과학실도 잘 닫고 간다...)
 
수위아저씨께 부탁받은 대로 문은 꼼꼼하게 닫고 갑시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과학실 밖으로 나섭니다.
 
오늘도 날씨는 뜨겁네요.
 
쨍한 햇빛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조차도 익숙합니다.
 
이따끔 부는 바람만이 더위를 조금은 식혀주네요.
 
이미로:(가방이 묵직하네... 손으로 그늘 만들고선 시내의 카페로 향한다.) 빈 손으로 가면 수상해 보이니까...
 
...
 
...
 
시내
 
오늘도 한적한 카페 입니다.
 
분명 어제도 사람 없이 텅 비어있었죠.
 
이미로:(아무래도...)
 
평소 때라면 청소년들이 가득해
 
십 몇분은 줄을 서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러나 상사병에 사로잡혀 멍한 얼굴의 아이 몇만 시야에 잡히는 지금,
 
카페에는 늙은 노인 두 명을 제외하고 텅 빈 상태입니다.
 
이미로:(카운터로 가서...) 아메리카노 아이스 두 잔... 네...
(결제하면서 가만히 있는다. 들리는 이야기라던가 있을까...)
 
카페 직원: 네, 알겠습니다~ 총 4천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원은 결제를 위해 카드를 받고,
 
미로의 귀에 들리는 이야기는...
 
 ✧ 듣기 판정 ✧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노인: 사랑교인가 뭔가 하는 집단이 요즘 기승이야. 아무튼간에 광신도 놈들이란.
 
노부인: 옆집 아가 거에 관심이 많아 걱정이라니까. 그 뭐냐, 이름이 천오라 했던가?
아가 예배당에 가끔 찾아간다는데 말려도 듣질 않어. (어휴..)
 
이미로:(귀 쫑긋...)
(눈썹 까닥... 천오?)
 
직원: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이미로:(엇... 아메리카노 받으러 감... 가서 물어보면 곤란한가? 조금 더 가까이에 가면... 곤란한가?)
 
노부부는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대화주제를 돌리는 것 같습니다만...
 
묻고 싶은 게 있다면 대인기능 판정을 요구합니다.
 
이미로:........ (도전.)
말재주
기준치: 35/17/7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최대한 공손하게... 여쭤본다.) 안녕하세요, 엿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저랑 친한 친구 이름이 나온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노인: 어, 그... 천오랑 같이 다니던 아 아니여? (흐릿한 시선 안경 한 번 들썩이며 고치고) 우리도 듣기만 한 건디... 자꾸 사랑교? 거기에 관심을 보이잖어.
 
이미로:네, 맞아요. (끄덕끄덕...) 언제... 부터요?
 
노부인: 내가 말려도 안 들어, 부모님들은 아시나 몰라..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쯧쯧) 꽤 됐을 거야, 한 달은 족히 넘었지 아마?
 
이미로:(곰곰...) 혹시 세 달... 정도 되었을까요?
 
노부인: 그거까지는 잘... 허허 노인네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그것보단 조금 덜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빤히 보다 미로 손을 주름진 손으로 감싸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학생이 좀 말려봐, 착한 아가 이상한 데로 빠지는 건 아닌가 걱정 돼 죽겠어.
 
이미로:(덜 되는구나... 엇, 하고선 눈 깜빡.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네, 그럴게요. 친구니까 그 정도는 당연하게... (알겠다는 듯 인사를 드린다.)
 
그렇게 고개를 돌릴 때 쯤,
 
누군가 두고 간 책자가 눈에 띕니다.
 
이미로:(분실... 물...? 책자를 한 번... 펼쳐 읽어본다.)
 
이 자리에 앉아 대단한 공부라도 했는지 노트에서 찢겨져 나온,
 
혹은 끼워넣었던 듯한 종이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진 채입니다.
 
주워 읽으면 내용이 지나치게 난잡한 낙서로 가득해 모두 이해하진 못합니다.
 
알아볼 수 있는 단어는
 
‘신’, ‘부름’, ‘주문’
 
... 정도인데요…
 
이미로:(이상한 쪽으로 공부한 것 같은데. 다른 내용은?)
 
다른 내용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낯선 듯, 본 적 있는 것 같은 글씨체입니다.
 
이미로:(...) (알아볼 수는 없나?)
 
▶:가능합니다. 지능 판정해봅시다.
 
이미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걸)
 
왜 하필
 
이미로:(왜 하필)
(과학실에서 머리 너무 많이 쓴듯)
 
뭔가.... 엄청 익숙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낯선 건 아니고....
 
최근에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로:(최근에 누군가의 글씨를 볼 일이... 학교... 말고는... 곰곰...)
편지...? 아닌가...
 
비교해봐도 괜찮습니다.
 
이미로:(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글씨체를 대조해본다.)
 
동일해보이는 글씨체입니다.
 
같은 사람이 쓴 모양이네요.
 
이미로:(!)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카페 직원에게 간다.)
혹시 저기에 앉아 있던 손님, 어디로 간지 아시나요?
 
직원: 그 분이요? 아마 집으로 갔을 거예요. 자주 오시긴 했는데 저쪽 방향이라는 것 밖에는... (뒷산 가르킵니다.)
 
이미로:(뒷산 힐긋 보고선) 인상... 착의는요?
 
직원: 혹시... ...왜 그렇게 찾으세요...? (수상한 사람 보는 눈짓)
 
이미로:... ... ... (하) (대인기능 판정 해야해요?)
(어떻게든 말로 승부를...) 그, ... 제가, ... 정말, ...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라... (이런 대사를...)
 
직원: (잠시 빤히 보다가) 남자 분이시긴 했지만 세상에는 다양하고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까.. (중얼 중얼)
 
이미로:......... (공허해짐) 그, 렇긴 하죠. 네. (...) (어쩌다보니 취향 다양한 사람이 됐다.)
여튼, 감사... 합니다. (종이를 가방에 넣고... 커피 들고 카페를 나간다...)
 
카페 밖으로 나서면,
 
바깥 테라스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한 아이가 어쩐지 불안한 상태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지나가다보면 어딘가 얼굴이 묘하게 붉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같은 학교라는 사실도요.
 
이미로:(...?) (남자인가?)
 
여학생입니다.
 
이미로:(그럼... 이걸 쓴 사람은 아니겠군...) (맥 빠지는 표정으로 있다가 힐긋 본다.)
... 저기, 괜찮아? 아파 보이는데.
 
동급생은 아닙니다. 후배인 것 같네요.
 
오가며 얼굴을 꽤 본 사이입니다.
 
아마 이름도 압니다.
 
약간 상기된 낯의 아이는 어째서인가 울면서 웃는 낯입니다.
 
이미로:oO(이름이 뭐더라..............)
 
이름은... 소연이었던 것 같네요.
 
눈가를 타고 흐르는 건 분명 눈물인데,
 
가슴을 부여잡고 웃고 있습니다.
 
이미로:(아, 혹시...) ... 병원 데려다줄까? 그, ... 괜찮아? (아닌 것 같지만...)
 
정소연: 그 애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분명해요! 무언가가 우리의 사이를 가로막아서 만나러 가지 못하는 거야. 너도 상사병에 걸렸을 거 아냐? 내 심정을 이해하지?
 
이미로:그, ... 애가 누군데? 무언가는 또 뭐고. ... 정소연 너, 일단 지금은 좀 진정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보여. (고개를 까닥인다.) 병원 근처니까, 빨리 가는게 좋을 것 같고.
 
정소연: 보고 싶어서..., 정말이지 보고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그 애를 만나러가지 못한다면 역으로 그 애가 날 만나러 오게 하는 건 어떨까요?
선배, 선배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이 엄청난 열망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니겠지?
 
이미로:(말이 안 통하네... 원래 이런 애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조용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어준다.) ... 모르겠네, 그런 건. 너처럼 심한 것 같지는 않아서.
 
정소연: 아니, 알 거야. 맞아, 알고있잖아. 미로 선배도 알고 있잖아. 이건 말이야.
 
이건 사랑이야!
 
발작적으로 폭발하는 목소리.
 
갑작스런 환호에 사로잡힌 눈.
 
벼락 같이 내리꽂힌 열망에 풀린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황홀히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아이는,
 
다음 순간,
 
팡ㅡ!
 
한껏 부푼 풍선껌이 탁 터지듯 파열음과 함께
 
물이 되어 녹아내렸습니다.
 
 ✧ 이성 판정 ✧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주춤 물러난다.)
 
▶:이성 3 감소합니다.
 
충격에 굳은 이는 당신뿐만이 아닙니다.
 
카페 안에 있던 노인도, 카페의 점장도
 
한 순간 일어난 소멸에 입을 틀어막고 정지하였습니다.
 
카페 외부 테라스 의자에는
 
분홍빛을 띠는 물웅덩이만이 고여있다 주륵, 흘러내릴 뿐입니다.
 
점액질도 아닌 그저 완벽한 액체.
 
투명한 ‘물’.
 
깨닫습니다.
 
이건 당신의 미래입니다.
 
종내에 당신 또한 서서히 그와 같이 감정에 침식당하고 좀먹혀
 
사랑을 외치며 저렇게 물풍선처럼 반파되고, 그리하여 사라지겠죠.
 
소멸.
 
적어도 지금은 예의 그 열망보다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더 우세할 지도 모르겠군요.
 
이미로:... ... ... (손수건을 쥐고 있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막연하게 미루어 두었던 불안감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평소와 같은 낯으로 미간을 꾹 누르며 시선을 돌린다.)
 
바라보는 정면,
 
파라솔 너머 누군가 서 있습니다.
 
이미로:...? (자연스레 시선을 옮겨 바라본다.)
 
시선을 옮겨 그를 바라보면 천오입니다.
 
충격에 사로잡힌 눈동자를 마주합니다.
 
미로와 시선이 부딪힌 순간 천오는 몸을 돌려 달아나듯 자리를 떠납니다.
 
천오:
(To GM)rolling 1d100<40
 
(
15
 
)
 
 
=
1 Success
 
(To GM): 이성 2 감소합니다.
 
이미로:(...?!) 잠깐, 천오! (당황한 낯을 하며 뛰어서 따라간다. 잡을 수 있나?)
 
미로는 천오를 잡기 위해서 뛰어갑니다.
 
하지만... 골목길에 접어든 순간,
 
천오의 그림자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미로:... ... ... 천오...? (숨을 고르며 당황한 낯으로 빈 골목길을 바라보는데... 천오가 이렇게 빨... 랐었나? 아니면 잘 아는 길인가. 제 머리를 헝클이고선 고개를 들어 하늘이나 바라봤다가, 문자나 하나 남겨두기로 한다...)
집으로 가서 쉬어, 천오. 얘기할 생각있을 때 알려줘. 기다릴게. PM
하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미간을 꾹꾹, 이내 손을 내린다. 발걸음은 뒷산으로 향하는 것 같다. 분명... XX리 XX동 파란대문집 이었던 것 같은데.)
 
편지지에 적힌 곳으로 향하다보면...
 
미로가 지내는 주탁가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뒷산의 바로 앞입니다.
 
이미로:(눈 깜빡... 대문... 이 있나? 노크를 해본다.)
 
똑똑,
 
대문은 미로의 노크와 함께,
 
끼익, 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원래도 열려 있었나보네요.
 
이미로:(들어... 가도 되나?) 실례... 합니다. (두리번거리며 슬쩍 빼꼼...)
 
안쪽을 기웃대니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밥 짓는 냄새가 경계심을 누그러뜨립니다.
 
내부가 위험한 것 같진 않습니다.
 
들어가니 툇마루에 앉은 사람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갓 스무살 쯤 되었을까요?
 
고물 노트북을 붙잡고 온갖 이상한 책을 옆에 쌓아둔 채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온 걸 눈치채지도 못한 것 같아요.
 
이미로:(나에겐 무기가 많다. 걱정하지 않고 검지로 어깨를 톡톡 건들인다.) 저기, 실례합니다.
 
???: 어, 너는…? (어깨가 건들여지자 그제야 돌아봅니다.) 혹시 내 편지를 받고…?
 
그제야 낯선 사람은 뒤를 돌아봅니다.
 
안경 낀 더벅머리의 청년은
 
저보다 고작 한두살 많아보이는 얼굴입니다.
 
솔직히 그다지 믿음이 가는 인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딘가 허당인 기색으로 책을 품에 주워담는 그의 얼굴은
 
어쩐지 지나치게 기뻐 보였습니다.
 
이미로:(...? 기이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네, 그런데... 정말 고칠 수 있는 거, 맞나요?
 
???: 윤곽은 잡은 상태야, 주문 같은 거들도 엄청 많이 조사했거든. 들어와서 자세히 얘기할래?
 
이미로:어... 네, 뭐. (까딱하면 불태울 생각이다. 그렇지만 일단 듣고 결정하자... 터벅터벅 간다.)
 
이동하기 전, 이미로 정신력 판정합니다.
 
이미로: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살려줘)
 
 
 
철영: 일단 내 이름은 철영이야, 와줘서 고맙다. 못 미더운 이야기들일 수도 있지만, 난 상사병을 낫게 할 수 있는 방도만을 세 달동안 연구했어. (뜸) 동생이 상사병으로 떠났거든. 그래서 조사하고 있는 거야.
 
이미로:(...) (안타깝네. 그리 생각하고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서, 조사는 어떻게 잘... 되어가고 있나요?
 
철영은 금방 자신이 연구한 것을 적은 노트와 함께
 
노트북으로 자료 화면을 보여줍니다.
 
자료 화면은 심연의 도시, 를리에와
 
그곳의 주인인 신을 섬기는
 
이누이트, 루이지애나 주의 늪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문서입니다.
 
터무니 없는 음모론이나 괴담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철영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얼굴입니다.
 
철영: 아까 말했듯이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힌 상태야. (...) 여기, 이 신은 꿈속에서 사람들을 부른대. 사람의 꿈에 영향을 끼쳐 광기에 침식시킨다는 거야. ‘신의 부름을 받는 자’들. 누군가를 지독하게 보고싶어하는 열망과 어딘가 맞닿아있다고 확신했어, 나는.
비록 상사병이 꿈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지만, 분명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잖아. 터무니 없는 소리 같아?
 
솔직히... 당최 황당한 이야기 뿐입니다.
 
이미로:신의 부름을 받는 자... (그리 되뇌며 자료들을 찬찬히 읽어본다. 더 알아볼 것은 없는가? 당최 황당한 이야기라고 한들 한편으로는 납득하고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있었던 일만 생각해봐도.)
 
철영: 있지, 사랑교가 이야기하는 치료법 들었어? 어린양이라는 애를, 희생하는 거. (꽤나 진지한 낯입니다.) 아까 내가 많은 주문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지? 그것들 중에 아무도 희생하지 않는 정답이 존재한다 확신하고 있어.
 
이미로:네, 안 그래도 얘기할까 싶었는데... (...!) (눈을 크게 뜨고선 바라본다.)
... 확신하고 있다면, 아직 찾은 건 ... 아니라는 뜻?
 
철영: 응, 완전히 찾은 건 아니야. 다만... (머리 꾹 꾹) 혹시 괜찮으면 내일 다시 나를 찾아와줄 수 있어? 꼭 네 병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는 주문을 완성해줄게.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완화시키는 정도는 될 거야. (사랑교처럼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아.)
 
이미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승낙의 표시이다. 연락처를 달라는 듯 휴대폰을 스윽 내밀기도...)
 
철영: (휴대폰에 전화 번호 입력해서 돌려줍니다.) 다음 사랑교 예배는 이틀 뒤 밤이라고 하던데, 그 때 또 다른 아이를 희생양으로 써먹겠지.. (그럼, 그 애는 죽을 거고..) 그렇게 희생되는 게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그리 이야기하며 짧게 웃습니다.) 와줘서 고맙다.
 
이미로:... 가볼 생각이에요. 믿는게 아니라, 뭐라도 얻으려고. (씨를 말릴 수 있으면 그리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덧붙인 뒤 휴대폰을 돌려받는다. 웃는 낯을 보고선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고마울 필요는 없고요. 저도 최대한 알아볼테니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내일 오기 전에 연락드릴게요.
 
철영: 가볼 생각이야? (눈 동그랗게 뜨더니 눈 깜박거린다.) 너도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 구나. (괜히 같은 목표를 가진 것 같아 입꼬리를 올려봅니다.) 그래도 조심해, 종교인들이 모인 만큼 꽤 많을 지도 모르고.. (..) 일단, 내일 보자. 연락해!
 
이미로:... 괜찮아요. 네, 내일 뵐게요. (과학은 강하다. 그리 생각하며 고개 끄덕인 뒤 대문 밖으로 나선다. 집으로 터벅터벅터벅...)
 
그러고보니, 내일은 벌써 등교하는 날이던가요.
 
사흘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평범하고 평온한 비일상.
 
미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또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는요?
 
여러 생각이 머릿 속에 뒤엉킵니다.
 
이미로:(그럼에도 그의 행동은 여전하다. 집에 도착한 뒤 정해져있는 익숙한 일과를 마친 후 침대에 몸을 뉘는 것. 평범하고 평온한 비일상 속에서도 크게 뒤집히는 것은 없다. 내일도 그리 할테고, 앞으로도 그리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그러니까,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는 불안함을 강하게 느끼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 피곤해. (눈가 꾹꾹 누르고선 잠에 들기로 하자...)
 
그래요, 당신은 언제나와 같습니다.
 
비일상 속에서 살아도,
 
죽음 앞에 놓여있다고 해도,
 
언제나 상황을 타파해왔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것이라고,
 
ㅡ와 함께...
 
...
 
 
❛ ━━━━━━・❪ ❫ ・━━━━━━ ❜
 
4일 째,
 
정상등교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사흘동안 쉬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조금 움직이기 싫은 것 같기도...
 
이미로:(아니다. 말끔하게 준비하고 등교한다 저벅저벅.)
 
역시 성실하구나.
 
이미로:(에어팟 끼며... 저벅저벅... 고딩의 삶이란...)
 
오늘도 터벅 터벅...
 
아니, 저벅 저벅 익숙한 길을 걸어갑니다.
 
이미로:(영단어 노트를 봐요... 이게 맞나...)
 
도착한 학교에는 눈에 띄게 등교자가 줄어든 상태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전염병에 걸렸는데도
 
공부를 하라 등교를 시키는 학교가 지독하게 느껴집니다만,
 
ㅡ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ㅡ
 
어쩌겠나요?
 
이미로:(뭐... 학교가 원래 그렇지. 익숙하게 반으로 향한다.)
 
복도에서 선생님과 동급생이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선생님은 ‘반드시 치료법이 나올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상황을 보면 불가능에 가깝게 들립니다만
 
조금이라도 희망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반으로 향하던 가운데 당신은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간신히 등교한 아이들조차 미열을 안고
 
알지 못하는 이름을 중얼거리는 풍경 속,
 
천오가 없습니다.
 
이미로:...? (계단 올라가다가 멈칫.)
 
결석일까요?
 
천오는 상사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아니었나요?
 
아니면 기면증 증세 때문에 집에 있다던가?
 
이미로:(에어팟 빼며... 2학년 층에 있는 학생 아무나를 붙잡고 말을 건다.) 저기, 혹시 천오 봤어?
 
등교하던 2학년 후배: 아..., 미로 선배? (붙잡히자 짐짓 놀란 표정을 짓다가 자기 교실 쪽을 힐끗 봅니다.) 저도 지금 등교하는 중이라잘 모르겠는데.. 잠깐 반에 들러보실래요?
 
이미로:응, 갑자기 말 걸어서 미안. (고개 끄덕이고선 후배 따라서 간다...)
 
후배와 함께 2학년 교실로 향합니다.
 
교실 내부에서 천오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등교하던 2학년 후배: 야야, 천오, 오늘 안 왔어?
 
2학년 후배: 응, 안 온 것 같던데?
안 그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어. 어제 밤에 학교에 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 왜 안 왔지?
 
이미로:(문 쪽에서 기웃기웃...) (미안하다... 3학년 와서 불편하겠군...)
(불쑥) 어제 밤에...?
 
2학년 후배: (엄마야ㅡ!!) 서, 선배님?
 
이미로:그냥 이름 불러도 돼. (책상 손가락으로 톡톡...) 그나저나, ... 어제 무슨 얘기라도 했어?
 
2학년 후배: 아, 네, 네.. (조금 긴장한 듯 어색하게 웃고.)
그게.. 어젯밤에 학교 방향으로 달려가는 천오랑 마주쳤었어요.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사물함에 무언가를 두고 왔다고 말하더라구요.
마트에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돌아가는 모습도 봤는데, 손에 뭔가를 쥐고 있긴 했어요.
 
말을 마친 아이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2학년 후배: 근데 미로 선배, 평소에 천오랑 자주 다니셨죠?
요즘 천오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 알고 계세요?
 
이미로:... (눈썹 까닥인다.) 아니.
그런 소문에 관심 없어서. (미간 꾹 눌러서 표정 푸는 중... 후배다... 무섭게 보이지 말자...) ... 뭔데?
 
2학년 후배: (뭔가 말을 잘못 꺼냈..나? 친구 손 꼬옥 잡고..) ...그게, 천오가 사랑교에 다닌다더라구요. 조금 걱정 돼요.
그리고, 음… 이건 조금 조심스럽지만.. 천오가 사랑교에 관심을 보일 무렵부터 그 사랑교 예배당 근처에서 상사병에 걸린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저도 들은, 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미로:(미간 살살 피는 중... 그럭저럭 ㅍ_ㅍ 같은 표정이 된다.) ...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내가 만나서 잘 얘기해볼게. 아마... 헛소문이겠지. 혹시나 그런 얘기 또 들으면 아니라고 말하고, 나한테 알려줘. 그래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2학년 후배 명찰 힐긋 본다.)
 
고개를 끄덕이는 2학년 후배의 명찰에는,
 
린세아 라고 적혀있습니다.
 
이미로:(얘 학생회... 아니었나? 이름 기억하자 혹시 모르니...) ... 더 얘기해줄 건 없고? 뭐든 괜찮아. (쬠 부드러워진 투...)
 
린세아: 음, 글쎄요... 이건 이상하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될 지 잘은 모르겠는데...
천오가 요즘 뭔가 되게 열심히더라고요? 예전엔 공부는 수업 듣고 정리하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요즘엔 뭔가 필기하는 건지 열심히 쓰기도 하고요.
 
이미로:... 정말? (느릿하게 미소 지음...)
나랑 공부 시작한지 꽤 됐거든. 요즘 더 열심히 하나보네. (나름 자랑(물론 천오 자랑임)하며 고개 끄덕.) 열심히 공부해서 힘든가봐. 내일은 학교 나올 수 있게 얘기해볼게.
... 아, 혹시. 사물함 보고 가도... 될까? 오늘 안 나왔으니까, 교과서나 그런 거 가져다주게. (천오 사물함 가리킴...)
 
린세아: 그러세요, (고개 끄덕) 저도 천오가 누가 만졌냐고 물어보면 선배라고 이야기해둘 테니까요!
 
이미로:응, 고마워. 나중에 또 보자, 세아야. (착한 후배군. 어깨 토닥토닥 해주고 천오의 사물함 쪽으로 간다.)
 
세아 말대로 그 흔한 자물쇠조차 걸리지 않은 사물함입니다.
 
이미로:(열어본다...)
 
사물함을 열면 기이할 정도로 단촐합니다.
 
다만 묘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수상하리만치 든 물건이 없다는 점에서 기인됩니다.
 
츄르와 체육복과 교과서 몇 개.
 
그마저도 고작 서너권.
 
이미로:(...) (작정하고 안 나온 건가? 안 나올 생각을 하고 공부할 걸 어제 미리 챙겼다던가...)
 
 ✧ 관찰 판정 ✧ 
 
이미로: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일단 교과서 몇권 챙김...)
 
교과서를 꺼내던 중, 책 사이에 낀 얇은 노트를 발견합니다.
 
이미로:... 음? (노트를 펼쳐본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볼까...)
 
얇은 노트
 
고작 두어 장 사용한 깨끗한 노트입니다.
 
무언가를 기록하려다가 포기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대체로 라틴어인지라 당최 알아보기가 어려우나,
 
이미로:(시도한게 어디야... 그렇게 생각한다.) (?)
(...?)
 
이상한 점은 도대체 이제 겨우 고교생에,
 
공부도 잘 안 하는 천오가 언제부터 이렇게…
 
…라틴어를 종이 다섯 면에 빼곡이 적을 수 있게 되었단 말인가요?
 
이미로:... ... ... (기시감에 눈썹을 까닥인다.)
(해독이 가능? 할까?)
(우리는 21세기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조용히 번역 어플이 깔린 휴대폰을 스윽 든다...)
 
세상에
 
이미로:(영어랑 모국어밖에 모르는걸 어떡해) (안되면 안함)
 
그럼... 자료조사 판정으로 해봅시다.
 
이미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휴대폰아 정신차려봐)
 
예, 해독이... 안 됩니다.
 
이미로:(아니 번역 어플 요즘 사진 찍어도 번역해주는데 이 말도안되는)
 
이.. 알아보기 조금 힘든 영어로 된 악필... (한국어는 잘 씁니다.)
 
이미로:(천오야..................)
(어쩔 수 없이 행깎?을 하겠다는 눈빛)
(11 깎으면 되나요?)
 
오... 좋습니다!
 
이미로:행운 11 사용보통 성공
(짱!)
 
이미로, 행운 11 차감합니다.
 
휴대폰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일부는 심각한 악필이라 해독이 불가능하지만,
 
나머지 해석된 내용은..
 
를리에의 밑바닥에서 그 분이 나를 기다리신다.단 하나의 창구를 틀어 그 분의 감정이 우리에게 밀려오도록 만들었으니,문을 여는 순간 나의 목적은 달성되리라.
 
입니다.
 
분명히 이것은 천오의 글씨체입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필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유창히 작성하였습니다.
 
글씨에 베껴썼다고 생각할 부분이 전혀 존재하지 않네요.
 
이미로:... ... ... (미간 한 번 꾹, 눌렀다 떼고선 노트와 교과서를 가방에 넣어 챙긴다. 사물함 닫고선 반으로 저벅저벅 간다.)
 
미로는 2학년 교실에서, 자신의 반으로 향합니다.
 
어느덧 1교시가 시작할 시간이군요.
 
빠르게 수업 준비를 마치는 게 좋겠습니다.
 
이미로:(교과서랑 필기도구 잘 꺼내둔다...)
 
이후 시작된 수업에서는
 
선생님께서는 멀쩡한 얼굴로 수업을 하시거나,
 
자습을 시키는 모습이 대부분 입니다.
 
특히 기술 선생님은...
 
자습을 시켜놓고 주무시는 군요.
 
이미로:oO(저 선생님은 언제 잘리는 걸까)
 
소문에는 교무실에서 게임도 한다던데...
 
이미로:oO(빨리 잘리시면 좋겠다...)
 
간간히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수업 시간을 보냅니다.
 
이후 지나칠 정도로 아무 일 없는 시간이 지속됩니다.
 
그래요.
 
상사병이 창궐해 청소년의 씨가 말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다소 안 어울리는 말이나,
 
평범한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아무도 녹아내리지 않은 채로요.
 
이미로:(산 자들은 살아가야지. 그런 생각이나 짧게 하고선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방 챙기며... 휴대폰을 켜 천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받아라 제발...)
 
뚜르르...
 
뚜르르...
 
계속해서 이어지는 통화 연결음.
 
사이비 같던 사람들도 전화는 잘만 받던데.
 
천오는 왜 연락을 받지 않는 걸까요?
 
이미로:(미간 꾹... 인상 쓰고선 가방을 챙겨 천오네 집으로 향한다. 어쩔 수 있나, 계속 미룰 일이 아닌데 더이상...)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입니다.
 
그 전에...
 
 ✧ 정신력 판정 ✧ 
 
이미로: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OK. 통과.
 
이미로:(난 매우 침착하다.)
 
천오의 집으로 향하면,
 
주인이 부재중인 주택의 굳게 잠긴 현관을 마주합니다.
 
이미로:(초인종을 찾아 눌러본다.)
 
눌러도 고요하기만 한 이 곳에 변함은 없습니다.
 
이미로:(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
 
.....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조용한 것이...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로:(19년 인생 중 제대로 분노를 느낀 것 같지만... 참는다. 한 5분 가만히 있으니까 알아서 식었다...)
(미간 꾹... 누르고선 두명에게 문자를 보내고...)
형 저 지금 갈게요. 30분 내로 도착해요. PM
천오, 나랑 얘기 좀 해. 오래 안 걸렸으면 좋겠어. PM
하아... (눈가 한 번 쓸고선 뒷산의 대문집... 거기로 저벅저벅 간다.)
 
파란 대문집으로 이동합니다.
 
...
 
...
 
❛ ━━━━━━・❪ ❫ ・━━━━━━ ❜
 
파란 대문 집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며 찾아간 파란 대문집에 철영은 없습니다.
 
툇마루 위에 [외출]이라는 쪽지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네요.
 
당신이 올 걸 예상하고 둔 걸까요?
 
철영이 없는 집안,
 
거실에 쌓인 노트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이미로:... 아? (눈 깜빡... 이고선 들어가서 노트를 펼쳐 읽어본다.)
(뭐... 차피 올 걸 알고 있겠지. 중요한 거라면 이렇게 둘리도 없고...)
 
노트
 
대부분 철영이 한 이야기와 동일합니다.
 
다만 자세히 노트를 읽으면 상사병이 나타난 이후
 
세 달 간 각종 고문서 속 ‘주문’을 연구한 흔적이 나열된 것을 접합니다.
 
정신 이동, 감정 이동 등 희한한 주문들이 많네요.
 
이미로:(조금 더 자세히... 볼 수는 없나? 며칠 전 자기가 찾은 주문도 한 번 찾아본다.)
 
저번에 찾았던 주문이라면..
 
감정 전이 인가요?
 
이미로:(yes)
 
없습니다.
 
철영은 사랑교의 방식의 반감을 품었으니,
 
없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죠.
 
이미로:(그렇다면 자신을 위해 연구를 해보겠다고 한 주문... 의 흔적 같은 건?)
(이것도 없으면 집안을 더 뒤져?보기로 한다.)
 
정신력 판정 후, 성공하면 자료조사 판정 가능합니다.
 
이미로: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행깎.)
 
OK.. 당신의 행운 받습니다.
 
이미로:행운 6 사용보통 성공
 
 ✧ 자료조사 판정 ✧ 
 
이미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주문 「고백」이 작성된 종이를 습득합니다.
 
그 자리에서 읽어볼 수도, 챙겨갈 수도 있습니다.
 
이미로:(종이를 읽어본다.)
(물론 챙기기도 할 거고.)
 
정독을 위해서는 두 시간을 소요하여야 합니다.
 
...
 
...
 
고백?
 
당신은 종이를 읽었습니다.
 
눈알이 빠져라 작은 글자들을 모조리 읽는 데까지 2시간이 소요됩니다.
 
▶:약식 주문으로 1회의 정독을 통해 이성치 D2와 마력 3을 잃는 대신 주문 「고백」을 습득합니다.
2
 
고백이라고요?
 
네, 고백입니다.
 
지금 당장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상은 없습니다.
 
정말이지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자를 향해 넘쳐나는 감정을
 
어서 토해내고 싶어요!
 
당신은 의도와 무관히 본능적으로 허겁지겁 집을 뛰쳐나갑니다.
 
무작정 가로등조차 띄엄띄엄한 시골 도로변을 내달립니다.
 
울창한 나무로 조성된 숲길을 지나면 문이 잠긴 학교 교문이 보이고,
 
그 앞에는…
 
천오가 서 있었습니다.
 
어째서인가 자신은 그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오를 좋아해서요?
 
이 열망의 대상이 천오이기 때문에?
 
아니, 아뇨. 다릅니다.
 
말하자면 그는 고해성사의 청자이고 자신은 고해하는 죄인입니다.
 
그러니 죄라도 입에 담듯 뱉어야 하는 것입니다.
 
‘좋아해’ 한 문장을 토하고자 하는 충동.
 
뒤흔들리는 정신은 왜 이 시간에 천오가 문 잠긴 교문 앞에 있느냐에 대한
 
그 기본적인 의문마저 묵인해버리고 맙니다.
 
이미로:(그는 목 안에서 자꾸만 터져 나오려는 그것을 이겨낼 수가 없다. 겨우 단순한 짧은 하나의 문장일 뿐임에도, 설령 자신은 그에 비준되는 마음을 담고 있지 않았을지언정─혹은 이런 식으로 내뱉고 싶지 않았다거나, 여튼간에. 형태를 달리한 고해를 내뱉는 죄인의 낯은 참으로도 가혹하다. 인상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터져 나오는 숨과 말을 참아내느라 갈아댔던 이가 시려온다. 힘을 쥐어 주먹을 쥐느라 살이 짓물러진 손의 살이 쓰라리고 아리다. 근데, 그런 것들보다 더욱이 거슬리는 감정 하나가 가장 고통이라 생각한다.)
(그는 안타까운 한숨을 한 번, 그리고 나서야 더듬더듬 목소리를 내뱉어 나가는데. 제 화를 못 이겨 낮아진 말들은 몇 번 입을 뻐끔거리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는 너를 바라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째서인지 미안하다는 감정이 담겨진 낯이다.)
... 좋아해, 천오.
 
좋아해.
 
내뱉는 순간 밤공기가 당신을 가득 메웁니다.
 
어떤 감정이 울컥이며 바깥으로 토해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사로잡았던 열망이 빠져나갑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그제야 제정신이 듭니다.
 
놀랄만큼 몸이 가볍습니다.
 
▶:일시적이나마 광기가 해제됩니다. 이성치를 5 회복하며, 이 광기 해제 상태는 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천오:
(To GM)rolling 1d100<38
 
(
46
 
)
 
 
=
0 Successes
 
(To GM): 이성 2 감소합니다.
 
정신이 돌아오니 그제야 제대로 의문이 듭니다.
 
천오는 왜 이 야밤에 교문 앞에 서있단 말인가요?
 
이미로:(눈 깜빡... 뭐지? 가벼워진 기분. 진짜 주문이 주문이 맞긴한가 싶고. 아니 이럴 때가 아니라, 우선은 천오에게 다가간다.)
 
천오:(잠시 멍해진 상태로 미로 바라보다가 눈 깜박) 미로, 여긴 어쩐...일이에요?
 
이미로:(...) 내가 할 말, 아냐?
...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바라본다.) ... 아직, 더 기다려야해?
 
천오:그, 아니에요, 그게. 그냥 필요한 걸 두고 와서 가지러온 거 뿐이고... (제 손톱을 틱, 틱. 몇 번 다른 손톱으로 긁습니다.) 미안해요, ...그냥 좀 바빴어요.
 
이미로:... 를리에, 로 시작하는 글을 쓴 노트는 나한테 있어. (천오의 손을 힐긋 시선을 내린다.) ... 뭘, 하느라?
 
천오:...그게 왜 미로한테 있어요? (잠깐이지만 흔들리는 동공. 눈을 꾹 내려감더니, 고개를 돌립니다.) ...미안해요. 먼저 갈게요. 내일 봐요, (어쩌면 조금은 흐린 듯한 낯. 강조하는 내일이라는 단어.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이미로:... 원하면 지금 줄게. (내일, 그리 말하는 이유는...) ... 내일, 언제? 적어도 밤 아홉시는 안 될 거 아냐.
있지, 천오. 난 네가 그 어떤 이상한 일을 해도 상관이 없어. 맞춰줄게, 원하면.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 그러니까, 혼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야. 네가 움직이는 것만큼 나도 움직여.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뜻 되시겠다. 조용히 네게 시선을 고정한다.) ... 노트, 줄까?
 
천오:학교에서요, 학교에서 볼 거잖아요. 안 그래요, 미로?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말투로 내뱉고는 네 앞으로 손을 내밉니다. 오늘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이야기해봤자 당신에게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어지는 말들에는 묵묵무답입니다. 무어라 말을 떼어야할지 모르겠는 표정.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사실입니다.) ..주세요, 노트. 제 거 잖아요.
 
이미로:... 이번에는 네 말대로 해줬으면 좋겠네. (신빙성은 없으나 그는 너를 믿기에, 조용히 가방을 열어 노트를 건네준다.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그리 하라는 듯한 태도에 가깝다. 허나, 마냥 달가운 것은 또 아닌 것이.) 나, 한 번 보면 잘 안 잊어. 뭐든간에.
... 그래서, 조금 기대했었던 것 같아. 네가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구나, 하고.
 
노트를 건네 받은 천오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납니다.
 
대체 왜 일까요.
 
이미로:(...) (그럼 그제서야 그도 발걸음을 옮긴다. 내일 보자고 했으니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 이대로 집으로 가 하루를 마무리 할 것이 뻔하다.)
 
... ...그래요.
 
이상한 점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이 일상의 마무리는 언제나와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공부를 하고,
 
그러다 잠에 들겠죠.
 
어쩐지 심란한 하루가 끝을 맺습니다.
 
그를 믿고 있나요, 더 믿을 수 있나요?
 
당신의 믿음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미로:(믿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으니 그러기로 한다.)
 
...
 
...
 
5일 째,
 
어김없이 밝아온 아침입니다.
 
천오가 학교에 나올까요?
 
어제 했던, 학교에서 보자는 말이 사실일까요?
 
이미로:(평소처럼 일어나 밥을 먹고... 가방을 확인하고... 학교로 향한다.)
 
나중이 어떻게 되든 가야하는 곳이 학교입니다.
 
미로는 오늘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상사병 때문에 지나치게 적은 인원으로
 
1, 2, 3학년이 모두 합반하여 자습을 한다고 하던가요.
 
이미로:(다행이군... 조용히 교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천오가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상사병에 찌들려 식은땀을 흘리고 누군가의 이름을 읊는 학생들 사이에서
 
천오만은 지나치게 멀쩡한 낯입니다.
 
...그러나,
 
묘하게 천오에게 말을 걸기 어려운 상황이 연속으로 펼쳐집니다.
 
조회 시간에는 누군가 먼저 천오와 대화를 하고 있어서,
 
쉬는 시간에는 천오가 자꾸 자리를 비워서.
 
기어이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단둘이 교실에 남는 것에 성공합니다만,
 
미로. 말을 거나요?
 
이미로:(뭐... 줄 것도 남아 있어서. 가방에 있던 천오의 교과서를 꺼내 들고간다. 그리고 천오의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둔다. 노크를 하는 듯이 책상을 두어번 똑똑.)
 
천오:(올려지는 교과서에 약간의 그늘이지고, 이어지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고, 미로를 바라봅니다.) 안녕, 미로. (잠시 뜸을 들이다가, 웃습니다.) 약속, 오늘은 지켰는데... (최근엔 내게 기대가 아니라 실망했나요? 그런 말도 나지막이 덧붙여본다.)
 
이미로:좋은 점심, 천오. 고마워, 약속 지켜줘서. (덤덤한 낯으로 대답하고는 천오의 앞자리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 앉는다. 무슨 얘기부터 해야할까. 무릎에 놓인 제 손가락을 톡톡 까닥인다.)
 
천오:...어젠 미안했어요. 조금 당황해서 그랬나봐요. (제 입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고갤 기울입니다.) 다들 식은땀 흘리고 있던데... 미로는 괜찮아요?
 
이미로:(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응, 멀쩡해. (...) (톡, 마지막으로 까닥이고선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본다.) ... 오늘, 예배당. 갈 거야?
 
천오:(멀쩡하다는 말에 짧게 고갤 끄덕인다. 다행이네요, 하는 말도 작게 하고.) ...글쎄요, 제가 사랑교를 믿는 건... 아니라서요. 그냥 얻을 만한 게 있을까 싶어 찾아갔을 뿐이기도 하고요.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미로는, 갈 생각인가요?
 
이미로:응, 가서 씨를 말리려고. (덤덤하게 대답한다.)
 
천오:...그렇군요. (네 말에 조금은 놀란 듯 눈을 깜박이다가,) ..위험한 일은 하지 말아요, 그게 중요할 지는 몰라도... 미로도 환자는 환자니까.
 
점심 시간이 곧 끝난다는 사실을 알리는 예비종이 울립니다.
 
대화는 그 시점에서 일단락됩니다.
 
이미로:... 그냥, 내가 뭘 싫어하는지 알려주고 싶었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간다.)
 
미로가 곧 자리로 돌아가고,
 
이어지는 건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입니다.
 
그리고...
 
하교 시까지 다시 천오와 제대로 대화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파하고 종례가 끝난 직후에도요.
 
천오가 부를 새도 없이 어딘가로 달려가버린 탓입니다.
 
어디로? 무엇을 위해?
 
그저 멍청하게 그 뒷모습을 지켜보면 문득,
 
자신의 사물함에 무언가 쑤셔넣어진 채임을 깨닫습니다.
 
이미로:(따라가야하는데... 빠르게 쑤셔넣어진 것을 빼내서 본다.)
 
구겨진 쪽지가 사물함 문틈에 끼워졌네요.
 
빼내어 읽으면 천오의 글씨체입니다.
 
‘내일 저녁 7시쯤, 버스 정류장으로 나와줄래요?’
 
이미로:(내일 저녁...? 오늘도 아니고?) (일단 잘 챙기고선 학교 밖으로 나선다.)
 
학교 밖으로 나서면,
 
저 멀리 히끗한 주황색 머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 방향은....
 
이미로:(예배당... 인가?)
 
네, 사랑교 예배당 주소지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예배는 분명 오늘 밤 9시였죠.
 
이미로:(그렇다면... 목적지는 정해졌으니. 조용히 골목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연다...)
(흰 와이셔츠만 벗어서 넣어두고, 검은 모자만 하나 푹 눌러쓴다. 가방을 잘 닫은 뒤 메고... 예배당으로 저벅저벅...)
 
미로는 예배당으로 향합니다.
 
...
 
...
 
❛ ━━━━━━・❪ ❫ ・━━━━━━ ❜
 
예배지는 시내에 가까운 낡은 건물 지하 1층입니다.
 
굳게 닫힌 철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통성 소리와 함께 기도하는 오만 외침이 섞여 들려옵니다.
 
 ✧ 듣기 판정 ✧ 
 
이미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도의 내용이 어쩐지 오묘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종의, 말하자면.. 주문 같이 느껴집니다.
 
이미로:(좋지 못하군... 이 곳에 뒷문이나 다른 통로는 없나? 둘러본다.)
 
다른 통로는 없습니다.
 
앞 쪽의 철문을 통해 들어가는 수밖에요.
 
이미로:(그럼 뭐 어쩔 수 있나... 철문으로 들어간다.)
 
철문을 열고 조심스레 내부에 들어서면
 
문간에 서있던 한 여성이 당신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문간에 있던 여성: 모임에 참석하려 온 분이신가요?
 
이미로:아, 네. (고개를 끄덕인다.)
 
문간에 있던 여성: 아, 어서와요 잘 찾아오신 거예요.
마침 지금 새로운 어린 양이 내려오신 참이랍니다. 구원받는 자가 나타날 거예요. 기적을 똑똑히 지켜보세요.
 
어린양? 구원받는 자?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등이 떠밀립니다.
 
그리고, 예배당에 앉은 신도들 사이,
 
미로는 철영을 발견합니다.
 
이미로:(뭐)
(형이 왜 여기에)
 
철영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철영은 입가에 검지를 대고 쉿 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마스크까지 낀 모습은
 
누구씨랑 닮았지만...
 
흡사 잠복 형사 같습니다.
 
이미로:oO(기술쌤 관상...이군...) (조용히 고개 끄덕인다.)
 
미로에게 다가오더니,
 
한껏 낮은 목소리로 철영이 말합니다.
 
철영: 이 사람들은 상사병을 다른 멀쩡한 아이한테 옮겨 그 애를 죽이고 원래 환자였던 이를 살리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어. 난 그걸 지켜볼 수 없어. 분명 이 이외에도 방법이 있을 거라고!
 
이미로:(그럼 따라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여길 없앨 생각인데, 같이 할 의향 있으세요?
 
철영: ...뭘 해? 여기 인원수가 얼만데...! 내 목표는 그 어린 양이라는 애를 구하는 거였는데... (머리 박박)
 
저길 봐.
 
누군가 속삭입니다.
 
이미로:머릿수가 많아도 폭탄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시선을 돌린다. 누구?)
 
어린 양이 나타난다.
 
우리를 구원하려.
 
단상 위에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이 상기된 얼굴로
 
사랑을 중얼거리는 아이가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사랑해!를 외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광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단상 왼쪽에서 누군가 걸어나옵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곳에 쏠렸다는 사실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어린 양’.
 
우리를 구원할.
 
상사병에 사로잡히지 않은 청소년에게 병을 옮기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상사병에 사로잡히지 않은 청소년은
 
더 이상 이 마을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
 
이미로:(단 한 명이 있긴 하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익숙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무릎 꿇은 이를 내려다보는 자는 명백히 천오입니다.
 
미로가 무어라 행동하기도, 말하기도 전에,
 
철영이 뛰쳐나가 외칩니다.
 
이미로:(자, 생각을 해보자. 이젠 뭘 해야하나...)
(아.)
 
철영: 안 돼!!!
 
음성에 놀라 고개를 돌린 천오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이미로:oO(기술쌤 관상은 미움받는 거에 도가 튼 걸까...)
 
“신성한 의식을 방해하는 이단을 잡아라!”
 
“네가 감히 무고한 이를 죽이려 드느냐!”
 
신도가 분노에 차 아우성을 치며 철영의 팔과 다리를 붙잡습니다.
 
동시에 철영이 당신을 향해 목청을 높입니다.
 
철영: 저 애를 데리고 도망쳐! 어서!
 
‘저 애’라 함은 천오가 명백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이미로:(학생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것이 선생의 가장 큰 도리. 그렇게 생각하고선 가방에서 주섬주섬 그것(?)들을 꺼낸다.)
 
미로는 그것들을 꺼내듭니다.
 
철영이 시선을 집중시켜준...덕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미로가 든 것을 바라보네요.
 
이미로:(ㅍ_ㅍ)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다들 당황한 낯이 분명합니다.
 
미로의 행동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미로:(화염병에 불을 붙이며...) ... 다들 좀, 평범하게 살면 좋을텐데.
왜 다들 안 그러는 걸까요. 처음으로 세상이 별로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감사할 일은 아니지만. (차례대로 모든 것들을 인파가 많은 곳의 허공으로 힘껏 던진다. 그러니까, 천오와 철영이 있는 곳과 정반대의 곳으로.)
화염병
기준치: 20/10/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화염병
기준치: 20/10/4
굴림: 32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플라스틱 폭탄
기준치: 20/10/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해: 39
플라스틱 폭탄
기준치: 20/10/4
굴림: 1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1
 
이미로:(사이언스 경험치가 올랐다.)
 
펑ㅡ!!!
 
플라스틱 폭탄 하나가 터집니다.
 
신도들이 우왕좌왕 거리며 구석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명백히 이건 폭탄이니가.
 
생존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이 사람들이,
 
자기 목숨 귀한 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바당에 나뒹굽니다.
 
미로에게 더 이상 남아있는 무기는 없지만,
 
적어도 미로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신도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합니다.
 
곳곳에서 휘말린 사람들의 앓는 소리가 들려오고,
 
천오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충격에 다리가 굳은 걸까요?
 
데리고 나가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미로:(도망칠 거면 도망치라는 듯, 상관쓰지 않고 천오에게 다가간다.) 천오, 나가자.
 
천오는 그 자리에 멈춰서 미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몸을 돌립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천오:■■■■■■■...
 
알 수 없는 이름을 천오가 입에 담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 이름을 압니다.
 
이해하진 못하였대도, 분명 저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당신 내면에 잠재된 열망.
 
그 열망의 대상입니다.
 
분명합니다.
 
상사병에 걸린 모든 이들이 그리워 마지 않는 자의 이름입니다.
 
그것을 천오가 외쳤습니다.
 
단어는 점차 인지 가능한 범위에 접어듭니다.
 
천오:…시여.
 
누구?
 
누구를 호명하는 거지?
 
천오:…위대한 크툴루시여!
 
 ✧ 이성 판정 ✧ 
 
이미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다음 순간 시야가 뿌옇게 변합니다.
 
정신이 가물거립니다.
 
쓰러지는 이는 당신뿐이 아닙니다.
 
철영의 팔과 다리를 붙잡은 모든 이들이 잠들 듯 무너져내립니다.
 
점멸하는 망막 안에 마지막으로 담긴 것은
 
상사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회장을 빠져나가는 천오의 모습이었습니다…
 
 
 
❛ ━━━━━━・❪ ❫ ・━━━━━━ ❜
 
....
 
...
 
…정신을 차리자 파란 대문이 보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요?
 
시계를 확인하면 오후 다섯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하루 내리 앓아누운 게 분명합니다.
 
물에 적신 수건을 짜던 철영이 눈 뜬 당신을 발견하곤
 
급하게 괜찮냐며 안부를 묻습니다.
 
이마 위에 찬 물기를 머금은 천이 얹힙니다.
 
이미로:(천 치우며 머리 지끈... 일어난다.) 천오는?
 
철영: 천오? (네 말에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어제 그 애 말하는 거야?
 
이미로:(고개 끄덕끄덕...)
그, ... 상사병에 걸린 애를 데리고 ... 도망가는 걸 본 이후로 아예 기억이 안 나네요.
 
철영: 나도 그 애가 나가는 것밖에 못 봤어, 그 뒤로는 널 여기로 데리고 온 거고.
근데... 폭탄 같은 걸 만들 생각을 하다니 너도 참, 대단한 애다. (헛웃음 터트리더니 네게서 천을 가져와 물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이 상사병 말이야. 꿈에서 계속해 사람을 불러 광기를 일으킨다는 신. 그 신이 병의 원인이라 추정한 게 맞았어. (물수건에서 물기를 쭉 짜며 말을 이어나갑니다.)
 
이미로:... (조용히 눈을 깜빡인다. 마저 설명하라는 듯.)
 
철영: 잠든 존재를 일깨우려 든 사람이 있었으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거야. 그리고 분명 그 사람은 어제 우리가 본 애야.
위대한 크툴루시여, 라고 외쳤지.
 
당신의 안색을 살핀 철영이 묻습니다.
 
철영: 알던 애 인거지?
 
이미로:(고개를 끄덕인다.)
 
주어진 정보를 정리해봅시다.
 
그러니까, 철영에 말에 따르면
 
이 상사병은 어떤 신의 부름에 의해 나타난 지독한 열망에 사로잡히는 광기입니다.
 
이 부름을 들을 수 있는 이는 모종의 이유로 청소년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신을 깨운 사람은…
 
이미로:(천오...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대체...)
 
천오를 만나야 합니다.
 
이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그가 상사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요.
 
이미로:(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분명, 오늘... 7시에 만나기로 했지 않나.)
 
맞습니다. 현재 시각은 6시를 넘어갈 즈음입니다.
 
무슨 꿍꿍이인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만나면 알 수 있을까? 정말?
 
철영: 맞아, 그리고 이거.. 어제 주기로 했는데 내가 나갈 일이 생겨서 전달을 못해줬네.
 
이미로:(응? 하고선 본다... 뭐지?)
 
어제 미로가 챙겨간 고백 주문입니다.
 
철영: 이 주문 효과 말인데.
 
핸드아웃, 주문 : 고백 공개합니다.
 
·· HANDOUT ··주문 : 고백━━━━━━━━━━━━━━━━━─마력 3, 이성 1D2 소비‘좋아해’라는 문장을 통해 48시간동안 크툴루의 부름에서 해방된다. 다만 이 주문은 반드시 크툴루의 부름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사용해야 한다. 사용 즉시 광기의 일부가 주문을 사용한 상대에게 전이된다. 이 주문은 인당 1회만 사용할 수 있다.그러나 이 주문을 ‘크툴루의 부름을 일으킨 당사자’가 시전할 경우, 즉시 신화 생물과의 연결이 차단되며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광기에서 광기 대상자 전원이 벗어나는 대신 당사자는 두 번 다시는 주문을 포함한 어떠한 관련 행위를 시행할 수 없게 된다. 
 
이미로:(...!)
(그러니까, 즉슨... 이걸...) ... ... ...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철영: 마을에 사랑교 신자들이 쭉 퍼졌어. 심판의 천사를 발견했다며, 그 사람을 없애야 한다고 폭죽도 터트리고 난리도 아니야.
완전히 광란이지. 몸 조심해야해.
 
이미로:... 싸움에는 자신이 없지만. (알겠다는 듯 고개를 짧게 까닥이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천오를 만나러 가나요, 미로?
 
이미로:(당연하게도. 벗어뒀던 와이셔츠를 다시 입고, 모자는 가방에 넣고, 그 가방을 챙기고 버스 정류장으로 저벅저벅 간다...)
 
...
 
...
 
❛ ━━━━━━・❪ ❫ ・━━━━━━ ❜
 
열섬
 
❛ ━━━━━━・❪ ❫ ・━━━━━━ ❜
 
정신 없이 걸으면 해가 뉘엿댑니다.
 
햇볕은 사라지고 노을이 순식간에 마을을 점령했습니다.
 
아니, 단지 노을만 점령한 건 아닌 듯합니다.
 
예의 ‘사랑교’ 신자들이 마을을 가득 메웠으니까요.
 
심판의 천사를 찾겠다며,
 
정말로 폭죽을 터트리고 짚단에 불을 질러 마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시골 경찰들은 모두 놀라 폭도를 진압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니 어느 새 버스 정류장입니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벤치에 앉은 인영을 발견하였으니 당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을 터입니다.
 
눈이 마주칩니다.
 
거세게 뛰는 심장은 상사병의 영향이 다시금 퍼지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보아하니 천오라고 다를 것도 없군요.
 
그 또한 어떤 갈망에 붙잡힌 상태입니다.
 
그것이 자신과 다른 형태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갈증이 목구멍을 바싹 태웁니다.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요.
 
단지 이 열망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전국에 상사병을 일으킨 장본인을 마주합니다.
 
이미로:(그는 마저 걸음을 내딛는다. 평소와 별 다를 것이 없는 표정으로 네게 가까이 다가가 선다. 강렬한 열망과 햇빛 아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네 낯은, 어떠하지? 너 또한 평소랑 다를 것이 없나?)
 
천오:미로! (제 귀에 닿는 발걸음 소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아봅니다. 그 낯은 어떤가요. 환하던가요? 뜨겁던가요. 명백해 환희입니다. 벤치에서 일어나, 네게 달려가 손을 잡습니다.) 저, 봤어요.
저는 그 분의 끄트머리를 봤어요. 그만큼 황홀한 경험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너를 올려다보는 낯이 평소와 같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아닐 겁니다. 어쩌면 정신 줄을 놓기라도 한 듯한 모습입니다. 당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바라보는 시선에는 열망이 가득합니다.)
미로도 그 분을 마주한다면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난 단지 위대한 신을 조우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단지… 단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예상치 못한 거라구요.
이 병은, 내 시행착오일 뿐이야!!
 
이미로:... ... ... (그는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네 낯을 관찰한다. 환한만큼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는 환희가, 제 손에 닿이는 네 손의 열기가, 결국 제 시야에 들어오는 네 낯 그리고 열망이.) ... 내가 널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그렇게 할게.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 넌 어떻게 변해도 너니까, 그리 생각한다. 네 본질마저 변할 일은 없으리라고. 아무리 미쳤을지언정 변했을지언정 난 너를 너로 바라본다. 그 사실은 진작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분명 그리 말했지 않던가, 난 한 번 봤던 것은 잘 잊지 않는다고. 그러니 수없이 봐온 너를 쉽게 잊을 일은 없다. 겉모습과 속이 변하더라도. 언제나 다름이 없이 너를 대할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고, 우리의 일상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평온함이다.)
... 그러니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줬으면 좋겠어. 천오.
 
천오:절... 이해하지 못해요? 어째서예요? 미로도, 알고 있잖아요? 아니야, 그래, 이해할 수 있잖아요. 못할 리 없어요. 그 분을 마주한다면 못 하던 걸로 하게 될 테니까요!! (양 손으로 감싸 쥔 채, 그대로 기쁜 듯 입꼬리는 올라갑니다. 자신의 말대로 해주겠다는 말에, 또 한 번.)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맞춰준다고 했잖아. 함께 움직인다고 했잖아. (그런 말을 뱉으며, 시선을 네게서 떼지 않았습니다. 그럼 나도 그렇게 하는 게 옳을까? 짧게 스쳐간 의문은 재쳐준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자신을 이끄는 이 열망이, 열기가, 황홀한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휘감았다. 제 앞에 있는 당신도 저를 따라 그 분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신을 조우하게 된다면, 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겠지. 볼 수 있겠지. 그러니까, 네 말에 긍정합니다.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당신이 나를 이해해준다면.)
좋아요. 뭐예요, 미로가 말하는 부탁?
 
이미로:(잡힌 손은 놓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덤덤한 낯, 고개를 느리게 숙여 네 이마에 기댄채 한마디를 내뱉는다.) 날 좋아한다고 말해줘. 그거면 돼.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혀 아름답지 않고 상황은 처참할 따름이며,
 
밭을 태우는 불의 그을린 냄새가 여기까지 퍼졌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불빛의 색깔 아래 마주한 눈이.
 
너와 나는 같은 열망을 안고 있구나.
 
여름의 청춘이란 상사병이 낭만화된 시절.
 
아, 정말이지.
 
이 빌어먹을 상사병에 온갖 미사여구가 달라붙는 소설이라도 목도한다면
 
비명이라도 지르고 말 것 같습니다.
 
분명, 그럴 터입니다.
 
고로, 정산의 시간입니다.
 
...
 
그렇다면 여기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당신이 당신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저 만악의 원흉이 제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해야할 일은 간단합니다.
 
천오가 ‘좋아해’라고 말하도록 만드는 것.
 
넘쳐흐르는 감정을 토해내는 감각.
 
그로 인해 찰나 느낀 해방감.
 
이 지긋지긋한 상사병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만들어주었던 한 마디.
 
우리가 같은 갈망에 사로잡힌 가엾은 영혼이라면 이젠 그의 차례입니다.
 
천오:정말 그거면 되는 거예요?
 
이미로:응, 그거면 돼.
 
천오:(제 이마에 닿은 네 이마. 온기가, 열기가 전달되어 저도 모르게 눈을 느릿하게 감습니다. 이것이 의미가 있는 말인가요, 정녕? 잡았던 손을 놓고, 네 얼굴에 손을 얹습니다.)
좋아해요, 미로.
 
그와 동시에 거대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물에 씻기듯 사라지는 열망.
 
바라지 않은 사랑의 잔재.
 
물살에 휩쓸려 바닷속으로 가라앉듯이 거두어지는 감정.
 
이는 당신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닌 모양인지
 
천오의 눈빛 또한 서서히 변화합니다.
 
안개가 걷히듯 깨끗한 망막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시선을 맞대었고…
 
여름의 청춘이란…
 
실로 지난한 것입니다.
 
예의 그의 ‘시행착오’로 녹아버린 사람이 몇이나 되었죠?
 
혼란에 빠진 천오가 치러야할 죗값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해결된 것은 당장의 미래와 당신의 삶 뿐입니다.
 
다만 확실한 사실.,
 
기묘한 여름의 짝사랑이 끝났습니다.
 
ENDING B. 여름의 청춘이란 상사병이 낭만화된 시절
 
천오, 이미로 광기 해제.
 
세계의 상사병이 사라지며 천오는 신을 소환할 수 있는 모든 권능을 박탈당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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