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준:(눈을 비비거나, 한참을 멍하니 당신만을 보는 식으로 겨우 현실에 돌아옴.) ... ...오늘 수학여행 아니었어? ...난 괜찮은데. 가지 그랬어.
주해솔:수학여행 맞기는 하지~ 그래도 이래저래 신경 쓰였고, 나 아직 친한 친구도 없는 걸! 준이 마저 없으면 어쩌라구. (조금은 장난스런 투가 섞였으나 어깨를 으쓱거리며 낸 답입니다.) 혹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 나 진짜 걱정돼서 왔는데.
백 준:...아냐. 꿈...인가 싶었는데, 그래도 이쪽이 훨씬 더 기뻐. 그보단 미안한 감정이 더 앞서긴 하지만... ...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내.) ...여기 있으면 감기 옮을 텐데.
주해솔:괜찮아, 나 진짜 건강하니까~ (괜찮다며 손 휘적 휘적 내저었다.) 이렇게 된 거 병간호 한 번 제대로 해주려고 하니까. 나 되게 잘한다 이런 거? (이마 톡 두드린다.) 아플 때 혼자 있으면 되게 외롭고 서럽지 않아? 난 그렇던데~... 쉬는데 방해한 건... 아니지? (맞으면 어쩌지)
백 준:(고개 젓고는) 설마. ...오히려 와줘서 고마웠는 걸. 그리고 병간호는... 괜찮으면 맡겨도 될까. 너라서 신뢰는 확실히 생기는 것 같아. (눈웃음 짓다가 갑자기 서두르는 모습.) 아차, 이 여름에 손님을 계속 밖에 두고 있는 것도 실례지. ...들어와. 덥지만... (이건 그냥 본인이 열이 높아서...)
주해솔:나 그렇게까지 신뢰받고 있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민망한 듯 머리 베베 꼬면서 배시시 웃는다.) 열심히 해줄게! 다 나을 때까지! (방긋) 그러면~ 실례할게요, 백준!
주해솔:병문안 때문에 온 것도 맞는데, 선생님이 인증도 하라고 하시더라구. 깐깐하시다니까.
백 준:...땡땡이 방지용 인증? ... ...그래도 와줘서 고마워. 이걸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주해솔:응, 맞는 것 같아. 내가 땡땡이 잘 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정말. 이상하게 너 만나고 나서 이런 모습만 보이는 것 같은 거 있지? (아휴...) 아? 아냐아냐, 정신없을 만도 하니까. (아까 덥다고 하는 걸 보니까 열이 꽤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아 참,그나저나 열은 재봤어?
백 준:...원래 그러진 않았구나. 처음 알았어. 노는 거 좋아하는 줄만 알았지. (생각해 보면, 저 또한 당신을 만나고 나서 학교를 빼먹는 일이 많았던가. 참, 기이한 인연이다.) 열...응, 재봤어. 39.5도. ... 지금이라고 내렸을 거 같지는 않은데.
주해솔:노는 건 당연히 좋아하지, 그렇다고 공부를 대충하는 건 아니지만... (학교 정말 많이 빼먹었다. 앞으론 이러지 말아야지... ...) ...뭐? 39.5....도? 생각보다 너무 심한데!? (이마에 냅다 손 얻고 걱정스레 바라봅니다.) 몸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 난리야...
백 준:..부정을 하진 않네. 수학여행,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즐거웠을 텐데. (아쉬움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마에 손 올려지면 순간적으로 놀란다. 그래도 타인의 온도가 이 여름보다 더 시원하여, 가만 내버려 두고.) 그래도 평소에 감기 정도는 자주 걸려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야. ...열은 오랜만에 나는 거 같긴 해. (덕분에 이 고생을...) ...내일이면 조금 나으려나.
주해솔:노는 걸 싫어하는 고등학생이 어디있겠어, 준이 너도 노는 게 좋지 않아? (웃음 소리 흘리며 네 머리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원래도 병약한 체질이시구만~ 비 맞는 날에는 오늘처럼 드러눕겠다, 그치? (이불 꼼꼼히 위로 덮어주고는 눈 깜박.) 나을 거야, 열도 내리고 몸도 금방 괜찮아 지겠지~ 아플 때에는 약 잘 챙겨먹고 쉬는 게 제일인 거 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해.
아 맞다, 애들 노는 거 한 번 봐볼래? 휴대폰에 찍어왔는데. (폰 잡고 흔들 흔들)
출발하기 전부터 난리도 아니었거든~
백 준:(걱정이 우리 할머니보다 많은 거 같은데...) 지금쯤이면 다들 버스에서 재밌게 놀고 있으려나. ...응, 볼래. (덮어진 이불 보다가 당신 쪽으로 몸을 돌려서는.)
주해솔:(휴대폰 잠금 풀고 갤러리에 있는 동영상 틀어서 준이 손에 쥐어줘요.) 나 물수건 만들어올게, 보고 있어~
주해솔:그러게 말이야~ (어깨 으쓱인다.) 막 복잡한 문제 같은 건 아니고 간단한 질답서야. 진로조사 과제 같은 그런 거.
대신에 너는 지금 누워있는 게 제일 좋을 테니까~ 말로 이야기하면 내가 대신 써줄게.
백 준:... ...으응, 그러는 게 좋겠다. (또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거나, 고맙다거나. 같은 말을 하려다 삼킨다. 상대방도 계속 그런 말을 들으면 질리지 않나 싶어.)
...질문 읽어줄 수 있어? 그럼 열심히 생각하고 말해볼게...
주해솔:어디보자, 그러니까~... (책상 앞으로 의자를 돌려 내려놓고 연필을 하나 듭니다.)
학생 특별 교육 조사
본 설문지는 학생들의 정신함양과 관련 활동... 음, 그냥 성실하게 대답하라는 거네, 질문 읽어줄게!
주해솔:지난 학기 실시한 안전교육에 대한 평가와, 추가적으로 더 들어갔으면 했던 내용이 있나요?
백 준:(... ...그게 뭐였지? 라는 표정으로 해솔 봄...)
주해솔:...그냥 안전 교육했던 거 있잖아. 지진대피 훈련이나, 화재 대피 훈련... 그런 거?
백 준:...적당히 써두자.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빠른 대피 방법을 알게 된 유익한 교육이었다.' ... ...정전 시 행동 요령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고 써줘. (덥다...)
주해솔:알았어, (사각 사각... 울리는 연필 소리... 종이 빤히 바라보다가 네 쪽 돌아보곤 물수건 한 번 탁탁 털어서... 다시 접고 머리 위에 얹어준다.) 다음 학기 특별 교육 주제는 친구와의 유대입니다... 평소 생각하는 삶에서 인간관계의 중요도와, 특히 들어갔으면 하는 강의 내용은? 이라는데?
백 준:(시원해졌다... 조금 표정 풀어짐.)
... ...별 걸 다 물어보네...
주해솔:학교 설문지가 그렇지 뭐...
백 준:(그렇지...) '아직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중요도를 판가름하기란 어려운 문제다. ' ...친구랑 원활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적어줘.
주해솔:(슥삭 삭삭... 이번에도 쉽게 이어지는 연필 소리... 중간 중간 멈칫하기도 한다.) 음~ 그러면 이번엔 마지막 질문이야!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가 있다면 누구이며, 자신의 학업이나 인간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백 준:소중하게 여기는 친구... ...(힐끔 곁눈질하다가 다시 천장이나 본다.) 같은 반 주해솔. ...오늘 날씨가 더우니까 그 정도만큼 영향을 미친다고 할래... (흐느적...)
주해솔:아? (적으려다가 멈칫한다. 눈 깜박거리면서 돌아보았다가 민망한 표정으로 결국 웃어버린다.) 나구나~ 이거 엄청 고마운데? 만난지 얼마 안 됐지만 그렇게 생각해줘서. (물론 나도 준이라고 적은 건 비밀. 적어내려간다.) 선생님께서 더운 만큼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를 알아들으시려나 모르겠네~
백 준:못 알아들으시면 그건... 내 잘못은 아니야. (이렇게 책임회피를...) ...하지만, 아플 때 달려와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걸. 그래서 그랬어.
주해솔:(의자 빙글 돌려서 돌아앉고는 턱 괴고 웃는다.) 수학 여행도 포기하고 오는 이런 친구 흔치 않긴 하지? (짧게 나오는 재채기를 삼킨다.)
백 준:음, 그게... ... (목 잡고 기침 하다가 이내.) 목이 조금 아파서. 괜찮으면 음료라도 부탁해도 될까... (그런데 우리 집에 사놓았었던가, 잠시 생각. 친구한테 이렇게 많은 부탁을 해도 괜찮나...)
주해솔:아, 말 많이 하지는 말고, 괜히 목 더 아플라. (기침 하는 모습 잠시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어떤 거 마시고 싶은데? 특별히 당기는 거라던가 있어? 냉장고... (내가 함부로 뒤져도 되나? 하는 걱정 잠시 해본다.) 어차피 너도 집에 당분가 혼자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마실 거랑 먹을 것 같은 것도 사올까? 아파서 많이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사람 있을 때 부탁 해야지~
백 준:(뭉클...) 사준다면 나야 고맙지. 겸사겸사 네가 좋아하는 것도 사 오면 내 마음이 편할 거 같네... (역시 신경은 쓰인단 말이지...~) 돈은... 아마 저기에 지갑 있을 거야. 얼마 전에 용돈 받았으니까 넉넉할지도... (싸놓았던 여행 가방 가리키기.) (난 사이다 하나면 충분해, 하는 덧붙임.)
주해솔:좋아~ 그러면 내가 네 취향일 것 같은 것들로 적당히 골라서 와볼게! 만약 맘에 안 들면 말해주기야, 다음부터도 참고해볼테니까~ (알았지? 웃으며 가방 뒤적 뒤적 거리다가 본인 지갑 꺼내서 고개 끄덕.) 수학여행 대신에 온 병문안이고, 나도 돈은 많네요~ 다음에 사주라, 감기 다 나으면 나랑 또 놀아야지? (겉옷 하나 걸치고는 총총... 문 밖으로 향합니다.)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
백 준:(이어지는 말 듣고 손 힘없이 툭 떨굼.) 응... 나으면 같이 떡볶이라도 먹으러 가자. 그땐 내가 쏘는 걸로. (이건 잊지 말고 잘 기억해 둬야지, 하는 중얼거림. 다녀오겠다는 말에는 가볍게 손이라도 흔들어 준다.)
주해솔:미안,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어... 아픈 건 아는데, 준이 네가 안에서 문 좀 열어주면 안 될까? 그, 인터폰이 고장난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열 수가 없어... (더듬 더듬 이야기하고는 문을 한 번 똑, 하고두드립니다.) 초인종 아래 카메라도 부숴져 있고, 그래서... 아무튼... 무, 문 좀 열어줄래? 밖에서는 못 열 것 같아서 그래....
주해솔:음, 그러니까... 이거 때문에 오래 걸린 건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될 지 나가있는 동안 생각 정리를 조금 했는데... (눈가를 손으로 한 번 꾹 누른다.) 오래 걸린 건 미안해, 멀쩡한 곳을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다보니까 조금 오래 걸렸어. 지금 상황이... (끄응) 조금 속된 말로 개판이야...!! 수학여행 출발할 즈음에 세계가 멸망한다느니 하면서 재난 문자가 엄청, 왔거든.
그으래서... 갑자기 버스가 수학여행이 아니라 무슨 대피소로 가게 되었다고 선생님께 말씀을 들었는데... (머리 긁적이다 짧게 한숨을 내쉰다.) 내가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황당하지? 나도 이게 뭔 일인지, 그냥 꿈인지 잘 모르겠네...
백 준:... ...음, 아무래도 그냥 꿈인 것 같은데... (제 볼 주욱 늘어뜨려 보기. 해솔이가 이런 말을? 나처럼 아무 말이나 하는 애는 아닌데.) ...우리도 대피소를 찾아 가야 하려나. 곤란한데....
주해솔:그치? (자기도 앞에서 볼 쭉 늘려봤다가 아픈지 아야야... 하면서 눈물 찔끔) 음, 아무튼 대피소로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다고 하셨어. 넌 아무 상황도 모르잖아, 그래서 진짜 무작정 와버리긴 했는데에.... (무모했겠지. 자신이 봐도 조금 어이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휴대폰으로 연락해도 될 걸 굳이 찾아와서 하는 말이 이런 식이니 말이다. 그치만 그 상황에 갑자기 생각난 걸 어떻게 하라고?)
백 준:못 나와?... ....그래서 알려주려고 온 거구나. 어떻게든 상황은 알게 되었을 텐데. (무모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절 위해 달려온 게 아닌가. 그 정도 상황 파악은 할 줄 알아.) ....고마워. 와 줘서. 이 말만 벌써 몇 번을 하는지...
(역시 그래도 대피소는 가야 하겠지. 멀뚱멀뚱...)
주해솔:당장 움직여서 데리고 가고는 싶은데... 네가 몸이 안 좋아보여서 좀 걱정이기도 해서... 그렇다고 무작정 여기에 괜찮아질 때까지 있기도 애매하고... 대피소로 가는 쪽이 훨씬 더 안전하기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심한 네 몸상태가 걱정이란 말이지. 그런 시선을 네게 보낸다. 옷자락을 한 번 손에 꾹 쥔다.) 나야 당장에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어. 원래도 나 튼튼하거든. 그러니까 준이 네가 당장 출발하고 싶다면 내가 대피소까지 어떻게든 데려가줄게. 다만, 무리하지는 말고. 무리하다 쓰러지면 그것도 안 좋은 건 알지? (사이다 병 까서 네 앞으로 내민다.)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생각해봐, 여기까지 와서 나 혼자 가는 것도 민망하잖아? (부러 가벼운 투다.)
백 준:으응. 쓰러져도 죽지는 않을 테니 과한 걱정이 아닌가 싶지만... ...이런 대사는 플래그라고 하던가? (사이다 건네 받아서는 조금 마시다 내려놓는다. 갑작스럽지만 않았다면, 과자나 먹으면서 여행 온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당신이 너무 급해 보여서...) ...갈까. 난 괜찮아. 엄살 부릴 나이는 역시 지났지... 응. (힐끔 보다가 일어서려 해 본다. 부축은 부탁해도 될까?)
주해솔:어휴, 플래그인 거 알면 하지 말았어야지! (가볍게 이마를 주먹으로 약하게 톡, 건들여본다.) 재난 영화 많이 봤잖아~ 플래그는 금지야, 금지. 뭐, 우리가 만화 속 주인공처럼 이겨낸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만? (짧게 웃고는, 일어서는 걸 보고 기댈 수 있도록 조심스레 몸을 부축해본다.) ...진짜 몸이 불덩이 같네, 아프면 이야기해야돼, 알았지? 쉬어갈 곳은 찾으면 그만이니까 너무 급하게 가려고 하지마,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지도 모르니까! (결론은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계속 하던 이야기.)
주해솔:대피소까지 아주 멀진 않을거야! 우리 학교 애들은 버스랑 가까운 곳에 간다고 꽤 멀리 있겠지만, 그냥 몸을 피하는 거라면 어디든 괜찮겠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디 대피소에 낑겨줄 수 있지 않겠어~ (방긋 웃는다.) 어떻게든 이겨내볼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거지,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백 준:응, 주인공.... ...어디든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과한 긍정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한테는 이게 나으려나. (마주 웃어주면서) 비슷한 말, 갈 때까지 조금만 더 해줘...
주해솔:응, 얼마든지. 그리고... 오히려 이런 게 우리 답지 않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황당한 일들도 많았고. 안 될 것도 되게 만들어야지, 어떻게든 말이야. (고갤 끄덕입니다. 세상은 지독하게 무너져가지만 우린 아직 서 있으니까.) 살기 위해 사는 세상인데 노력하면 뭐라도 바뀌지 않겠어?